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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윤소현이 한수민의 비상금을 가지게 된 이후로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다. 심지어 전화도 걸지 않았다.

한수민은 혼자 병원에서 지내며 딸을 몹시 그리워했다.

“소현아, 보고 싶어. 언제 나 보러 올 거야?”

“엄마, 죄송해요. 요즘 너무 바빠서요. 일이 끝나면 찾아뵐게요, 네?”

윤소현이 대충 얼버무렸다.

한수민의 눈빛은 한껏 어두워졌다.

“알겠어. 근데 매일 무슨 일로...”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소현은 전화를 끊었다.

한수민은 전화를 내려놓으며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

오늘 한수민을 돌보는 간병인의 딸이 찾아와 간병인과 담소를 나눴다.

“엄마, 나 이제 돈 벌기 시작했으니 이런 일은 그만두세요. 제가 돈을 넉넉히 드릴게요.”

“괜찮아. 엄마 아직 젊으니까 조금이라도 일할 수 있어.”

“엄마가 걱정돼서 그래요. 이 돈으로 맛있는 음식이나 많이 사 드세요. 돈 아까워하지 말고.”

한수민은 다정한 모녀의 모습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박민정을 떠올렸다.

6, 7년 전 박민정은 무릎을 꿇고 그녀 앞에서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 이제 우리 힘으로 살아가요. 제가 엄마를 모실게요.”

한수민은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

그녀는 베개를 집어 들어 문 쪽으로 던지며 소리쳤다.

“나 돌보러 온 거야? 아니면 딸과 수다를 떨려고 왔어?”

간병인이 그 말을 듣고는 바로 딸을 돌려보냈다.

그리고 병실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

한수민은 이미 간병인을 두 번 바꿨었다. 전에 있었던 두 명은 한수민의 성격 때문에 그만두었다.

간병인은 바닥에 떨어진 베개를 주워 의자에 바로 놓았다. 그리고 전혀 화를 내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

“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셨잖아요. 화를 낼수록 병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저에게 말씀하시면 돼요.”

그 말을 들은 한수민은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난 돈도 있고, 권력도 있어. 그런데 마음에 걸릴 게 뭐가 있어? 웃기고 있네.”

한수민은 강한 척했지만 간병인은 그게 연기라는 걸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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