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681 - 챕터 690

950 챕터

제681화

박윤우는 유지훈이 곧바로 자기 쪽으로 넘어오는 것을 보고 움찔했다.다행히 박예찬은 빠르게 박윤우를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유지훈은 박윤우와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는데 도저히 멈출 수 없었고 또 발밑이 미끄러져 바닥에 ‘쿵’하고 넘어졌다.“엉엉...”이어서 유지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최현아가 이 상황을 보더니 빠르게 그에게 달려갔다.“지훈아, 괜찮아?”박민정도 윤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앞으로 걸어왔다. 예찬이가 윤우를 보호했기 때문에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다.지금 박윤우의 눈동자는 한껏 어두워졌다. 그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유지훈에게로 향했다.그는 유지훈이 방금 자신을 밀려고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최현아는 흙투성이인 유지훈을 일으켜 세우고는 고개를 돌려 박윤우와 박예찬을 노려봤다.“두 사람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우리 지훈이를 밀어?”적반하장도 유분수지.박민정이 미간을 구겼다.“형님, 어딜 봐서 윤우가 지훈이를 밀었다는 거예요? 분명 지훈이가 혼자 달려와 윤우를 밀칠 뻔했잖아요. 그리고 스스로 넘어졌고요.”“동서는 당연히 자기 아들 편을 들겠지. 난 저놈이 우리 지훈이를 밀치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말을 마친 후 그녀는 또 유지훈에게 물었다.“지훈아, 안 그래?”유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박예찬과 박윤우가 같이 저를 밀었어요.”이곳에는 CCTV도 없었기 때문에 최현아는 그들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감히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이때 유남준은 박예찬과 박윤우에게 다가가 물었다.“지훈이를 밀었어?”박윤우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빠, 우리는 유지훈을 밀지 않았어요.”최현아가 또 말했다.“남준 씨는 눈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잖아요. 자기 아들이라고 편을 드는 거예요?”유남준은 미간을 찌푸렸다.“편을 든다고 해도 어떻게 할 건데요?”멀지 않은 곳에서 이 말을 들은 유명훈이 다가왔다.“남준아, 그게 무슨 소리야?”“부모로서 아이들에
더 보기

제682화

“여러분, 잠깐만요. 먼저 유지훈이 처음 넘어졌을 때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봐주시겠어요?”박예찬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처음 넘어질 때와 뭐가 다르다는 거지?최현아가 목소리를 높였다.“이 못된 녀석아. 지훈이를 밀친 것도 모자라 이제 지훈이를 놀리려는 거야? 내가 정말 너 못 때릴 줄 알아?”“어디 한 번 때려봐요!”박민정은 예찬이의 말을 들은 후 바로 그의 뜻을 알아챘다.최현아는 박민정의 눈빛을 보고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뭐가 다르다는 거야?”그중 어떤 여자애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아빠, 엄마, 저기 보세요. 지훈이가 처음 넘어졌을 때는 엎드린 상태였지만 지금은 누워 있잖아요.”그 말을 듣고 모두가 깨닫게 되었다.유지훈은 처음에 얼굴이 흙탕물에 젖었지만 지금은 등 쪽이 젖어 있었다. 하지만 이게 무엇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어떤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예찬이가 참 장난꾸러기네. 처음에는 지훈이를 흙탕물에 얼굴을 박고 넘어지게 하더니 지금은 엉덩방아를 찧게 했네.”박예찬은 지금조차 진실을 눈치채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 계속 설명했다.“유지훈이 넘어지기 전 여러분들도 똑똑히 보셨을 겁니다. 나와 윤우에게 다가올 때 우리는 마주 보고 있었죠. 만약 내가 유지훈을 밀었다면 지금처럼 하늘을 보며 등으로 넘어졌겠죠. 처음에는 얼굴을 흙탕물에 박고 넘어졌잖아요.”“그건 혼자 발이 미끄러져 넘어진 거예요.”“여러분이 더 명확하게 보실 수 있도록 저는 작은 실험을 해본 것뿐입니다.”말을 마친 후 그는 유지훈 앞에 다가갔다.“처음에 난 너를 밀지 않았으니까 사과할 필요가 없지. 하지만 네가 두 번째로 넘어졌을 때 나는 밀기 전에 미리 사과를 했어. 그러니까 이제 우리는 서로 빚진 게 없는 거야.”이런 박예찬의 행동에 모두가 감탄했다.그들은 아까 CCTV를 찾을 생각만 했지, 이렇게 뻔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박윤우는 하품을 하더니
더 보기

제683화

저녁 식사 후.유명훈은 박예찬에게 몇 가지 기초적인 지식을 물어보았다. 박예찬은 역시 모두 정확하게 답했다.유명훈은 김훈처럼 그와 바둑을 두려 했지만 예찬이는 내일 학교에 가야 해서 다음에 다시 바둑을 둘 수밖에 없었다.집으로 돌아갈 때 고영란은 문까지 배웅하며 그들이 떠나는 것을 아쉬워했다.“며칠 후에 또 할머니 보러 와.”“알겠습니다.”두 아이가 동시에 대답했다.차가 출발하더니 빠르게 본가를 떠났다.가는 길에, 박윤우는 박예찬의 작은 어깨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박민정은 화목한 두 형제의 모습을 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내일이면 유산 상속 소송이 시작될 것이다.집에 도착한 후 박민정은 장명철 변호사가 보낸 서류를 다시 살펴 그 어떤 돌발 상황도 방지하고자 했다.한수민과 윤씨 가문 사람들은 그들이 박민정의 재산을 빼돌렸다는 증거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 이번 소송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하지만 그들은 유남준이 박민호가 재산을 이전한 서류를 포함한 박씨 가문의 모든 서류를 백업한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다음 날, 두 아이는 유치원에 갔다.유남준은 박민정을 법원 앞까지 데려다주고 차 안에서 그녀를 기다렸다.“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전화해.”유남준이 말했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녀가 떠난 후 유남준은 서다희에게 물었다.“YN그룹은 요즘 무슨 소식 있어?”“아마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아요. 정씨 가문이나 둘째 도련님께서 나서면 어떡하죠?”서다희가 말했다.회사를 전혀 운영할 줄 모르는 윤석후는 그동안 박씨 가문의 재산을 축내며 살아왔다.유남준은 정수미와 유남우를 생각하며 미간을 찌푸렸다.“정수미가 아무 짓도 못 하도록 잘 지켜봐.”“그리고 유남우는.”유남준은 잠깐 멈칫했다.“요즘 권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던데 위험할 것 같으면 약간 귀띔해 줘.”권씨 가문 사람들은 재주가 없지만 음흉하기 때문에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때로는 그런 음흉한 자들이 실력이 대단한 사람들보다 더 무서운 법이다.
더 보기

제684화

돈은 모두 윤씨 가문으로 넘어갔는데 무슨 수로 박민정에게 돌려준단 말인가?그리고 한수민은 돈이 있어도 박민정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한수민은 자기를 등진 박민정을 붙잡고는 그녀는 목소리를 낮추고 간청했다.“민정아, 내가 가진 돈은 다 윤씨 가문에 줬어. 너에게 줄 돈이 없다고.”박민정은 걸음을 멈추고 한수민을 돌아보았다.“그래요? 그럼 강제 집행을 신청할게요.”그녀는 한수민과 박민호가 비상금 정도는 남겨두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한수민은 박민정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는데 더 이상 이전의 기세는 없었다.“정말 나를 죽이고 싶니? 난 얼마 살지도 못해.”박민정은 차분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대답했다.“이건 다 한 여사님이 자초한 일이에요.”“나는 네 친엄마야! 만약 내가 아무것도 없게 되면 너도 가만두지 않겠어. 알겠니?”한수민은 박민정을 협박하기 시작했다.박민정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지금 제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한수민은 말문이 막혔다.박민정은 그녀를 노려보았다.“당신의 협박은 두렵지 않아요. 아버지의 재산은 반드시 되찾을 거예요. 아버지의 돈을 다른 남자에게 준 게 정말 역겹네요.”“아버지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했는데 아버지한테 미안하지도 않아요?”“자궁경부암 말기라고 했죠? 이게 다 당신이 응당 받아야 하는 벌이에요!”박민정이 말을 마치고는 돌아섰다.한수민은 잠시 후에야 정신을 차리고 박민정의 뒷모습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이 못된 년! 너도 잘 되지 못할 거야!”주변 사람들이 이쪽을 쳐다보자 한수민은 그제야 시선을 거두었다.박민정이 차로 돌아오고는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유남준은 한수민이 박민정을 저주하는 말을 들었다.서다희마저 분노가 끓어올랐다.세상에 자기 딸을 저주하는 어머니가 어디 있단 말인가?‘사모님을 못된 년이라 말할 게 아니라 자기부터 돌아보는 게 좋을 텐데. 자기는 무슨 좋은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나 보지?’“내려.”유남준이 운전기사와 서다희에게 명령했다.운전기사와 서다희는
더 보기

제685화

“기껏해야 400억이라고?”윤석후가 그녀를 노려봤다.한수민은 그의 눈빛에 기분이 상했다.“왜요? 안 돼요?”윤석후는 바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냥 놀라서 그러지. 당신 돈인데 당신이 어떻게 쓰든 상관없어.”한수민은 그제야 화를 풀었다.윤석후는 여전히 그녀가 두려웠다.한수민은 그에게 딸 윤소현을 낳아줬을 뿐만 아니라 지금 그가 가진 모든 건 한수민이 준 것이기 때문이다.만약 한수민을 화나게 하면 그녀가 과거의 나쁜 일들을 모두 들추어낼까 봐 두려웠다.“여보, 시간도 늦었고 당신 몸도 좋지 않잖아. 얼른 가서 쉬어. 내일 병원에 가서 계속 검사받아야지.”윤석후가 다정하게 말하고는 그녀를 부축하여 위층으로 올라갔다.한수민을 침대에 눕힌 후 그는 거실로 돌아와 한숨을 내쉬었다.그 모습을 본 윤소현이 물었다.“아빠, 우리 그 돈 정말 박민정에게 돌려줘야 해요?”“그럴 리가 있겠어?”상냥한 얼굴을 하던 윤석후의 얼굴색은 갑자기 어두워졌다.한 번 삼킨 돈을 다시 내놓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게다가 지금으로선 회사를 팔지 않는 한 그렇게 많은 돈을 마련할 방법이 없었다.“소현아, 잘 기억해. 박민정은 한수민과 소송을 벌인 거야. 한수민이 졌으니 한수민이 갚아야 하는 거야. 박민정에게 돈을 빚진 사람이 우리가 아니라 한수민이잖아.”윤석후가 소리를 낮춰 말했다.“그런데 두 분 아직 부부잖아요...”“그게 뭐가 중요해? 얼마나 더 오래 산다고. 잘 기억해. 한수민의 비상금을 꼭 미리 확보해야 해. 아무래도 2000억 이상은 있을 거야.”윤석후가 말했다.윤소현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요, 아빠.”“엄마는 나를 많이 예뻐하니까 분명 나에게 돈을 줄 거예요.”“그런데 박민호 그 멍청이는 어떻게 처리해요? 엄마가 박민호에게 돈을 줄지도 모르잖아요.”“한수민이 아픈데 박민호는 돌아오지도 않았어. 그런데 왜 그 돈을 박민호에게 주겠어? 그리고 박민호에게 주는 건 그 돈을 그냥 버리는 거나 다름없어.”윤석후 부녀는 어떻게 한수민의 비
더 보기

제686화

한수민은 밤새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 윤소현은 뜻밖에도 한수민을 찾아왔다.“엄마, 몸은 좀 어떠세요?”한수민은 그녀를 보자마자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훨씬 나아졌어.”윤소현은 바로 돈을 요구할 수도 없어 한수민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오늘 날씨가 좋은데 햇볕 좀 쬐실래요?”한수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소현아, 나 사람들 춤추는 거 보고 싶어.”춤을 추는 건 한수민의 가장 큰 취미였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춤추는 걸 중단해야만 했다.“엄마, 몸이 안 좋으시잖아요. 나가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려고요?”윤소현은 한수민과 먼 곳을 가고 싶지 않았다. 한수민은 병 때문에 소변을 자주 봐야 했기에 혹시 무슨 사고라도 생길까 봐 두려웠다.“의사 선생님도 내가 회복이 잘 되고 있다고 했잖니? 괜찮아. 나랑 같이 가서 춤추는 걸 보자.”한수민은 기대로 가득 찬 눈빛으로 말했다.“알겠어요. 티켓 예약할 테니 저녁에 보러 가요.”윤소현은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다른 한편.박민정은 에리로부터 오랫동안 소식을 받지 못했다가 오늘 갑자기 그에게서 두 장의 뮤지컬 티켓을 받았다.에리에게서 문자가 왔다.[민정 씨, 나 빨리 돌아와서 민정 씨랑 밥 먹으려고 했는데 사장님이 더 일을 시키네. 친구한테서 티켓 두 장 받았는데 그냥 놓치기 아깝더라고. 그러니까 민정 씨가 대신 가줘.]에리는 박민정이 뮤지컬을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박민정이 답장했다.[알겠어요, 고마워요.]티켓 두 장을 받은 박민정은 잠깐 고민하다가 끝내 조하랑과 같이 가기로 했다.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같이 여유를 즐기려고 했다.오후.박민정은 준비를 하고 있었고 거실에는 유남준과 아들이 있었다.유남준은 서운한 듯이 말했다.“민정아, 왜 나랑 같이 안 가고?”“나 하랑이랑 오랜만에 만나는 거잖아요.”윤우도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엄마, 나도 엄마랑 같이 뮤지컬 보고 싶어.”“윤우야
더 보기

제687화

박민정도 윤소현을 알아봤다. 윤소현은 한 무리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반면 한수민은 사람들 사이에서 밀려 구석에 몰려 있었다.박민정은 잠깐 복잡한 감정을 느꼈지만 곧 시선을 돌렸다.“가자.”“그래.”다른 한편.한수민은 사람들 사이에서 불편한 자세로 서 있었다.윤소현을 불러 자신을 도와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누군가가 그녀를 밀어 앞으로 넘어졌다.한수민은 바닥에 넘어졌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냥 지나치기만 했다.병이 발작하면서 복부에서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고 바닥에서 일어나고 싶었지만 아무리 힘을 써도 일어날 수가 없었다.한수민은 윤소현을 바라봤는데 그녀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에게 사인하고 사진을 찍느라 바빴다.그녀는 어쩔 수 없이 혼자 천천히 일어나려고 했다.이때 머리 위로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한 여사님, 도움이 필요하신가요?”한수민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박민정의 차가운 얼굴과 마주치자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그녀는 당장이라도 쥐구멍을 찾아 숨고 싶었다.“왜 여기 있어? 너 같은 불효자식의 도움은 필요 없어!”한수민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하고는 박민정을 쏘아봤다.“너 일부러 나 비참한 모습을 보려고 온 거지?”박민정은 코웃음을 쳤다.조하랑은 옆에서 설명했다.“여사님. 나랑 민정이는 우연히 이 뮤지컬을 보러 온 거거든요.”한수민은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세상에 이런 우연이 어디 있는가?그녀는 꼴이 말이 아니었는데도 여전히 박민정을 노려보며 말했다.“거짓말.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내가 모를 줄 알아?”박민정은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친딸처럼 예뻐하시는 분은 왜 여사님이 넘어져 있는 것을 보고도 부축하지 않는 거죠?”한수민은 윤소현을 보더니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박민정을 비꼬았다.“소현이는 내가 넘어진 것을 못 본 거야. 너랑 같은 애인 줄 알아?”“소현이는 국제적으로도 유명한 무용가라고. 하지만 너는 장애인일 뿐,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쓰레기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소현이와 비교해?”“
더 보기

제688화

박민정은 어렸을 때 한수민을 위해 산 위에서 꽃을 따려고 하다가 산 밑으로 굴러떨어진 적이 있었다. 그때 한수민은 팔짱을 끼고서 말했었다.“민정아, 스스로 일어나는 법을 배워야지. 세상의 모든 일을 남에게만 의지하면 안 돼.”박민정은 이제야 알게 되었다. 한수민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것을 가리켰다는 걸 말이다.박민정은 조하랑과 함께 한수민의 저주와 욕설을 뒤로 하고 떠났다.“이 못된 년. 넌 이 세상에 있을 년이 아니야...”일면식이 없는 남을 욕해도 이 정도로 욕하진 않을 것이다.조하랑은 한수민의 욕설을 듣고 소름이 돋았다.어떻게 자신의 딸을 죽도록 저주하는 어머니가 있을 수 있단 말인가?밖으로 나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박민정은 한동안 서 있었다. 그녀는 결국 지나가던 직원에게 말했다.“안에 사람이 넘어졌어요.”한수민이 도움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박민정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조하랑은 박민정이 마음이 약한 사람인 걸 잘 알고 있어 그녀의 팔을 끌어안고는 말했다.“민정아, 너 너무 착해.”조하랑은 전에 부모에게 불효하는 자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한수민을 보니 박민정이 한수민을 도와주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그 말을 들은 박민정은 이미 어두워진 밤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도 조금 어두워졌다.“하랑아, 그거 알아? 한 여사님은 항상 내가 자기 딸 같지 않다고 했어. 내가 너무 나약하다고 했지. 정말 그런가 봐.”“그 사람처럼 마음 독하게 먹지 못하겠어.”조하랑은 그녀의 팔을 더 꽉 끌어안았다.“민정아, 너무 속상해하지 마. 한 여사님도 벌을 받았잖아.”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 괜찮아. 이미 익숙해졌어.”조하랑은 그녀와 함께 차에 탔다. 밖은 너무 추웠다.차에 올라탄 후 조하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민정아, 뭐 하나 물어봐도 돼?”“응.”“한 여사님이 네 친엄마가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조하랑은 이 질문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 세상에 자기 자식을 그렇
더 보기

제689화

“엄마, 이제 괜찮으세요?”윤소현은 침대 옆에 앉았다.한수민은 윤소현이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자기 곁에 있어 주는 것을 보더니 이전의 불만이 모두 사라졌다.“많이 좋아졌어. 오늘 수고했어.”“아니에요. 엄마는 제 친엄마니까 효도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윤소현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엄마가 혹시 불쾌하게 생각하실까 봐 걱정돼서요.”“무슨 일? 말해 봐.”“엄마 지금 몸 상태를 생각하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미리 준비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윤소현은 최대한 에둘러 말했다.하지만 한수민은 여전히 그 말속에 숨겨진 뜻을 알아챘다.“네 말은 유언장을 준비하라는 거야? 의사 선생님도 말씀하셨잖니. 내가 치료를 잘 받으면 2년은 더 살 수 있다고.”“엄마, 화내지 마세요. 저도 당연히 엄마가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다만 어떤 일들은 미리 대비하는 게 좋잖아요.”“만약 오늘 같은 일이 엄마에게 또 생긴다면.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엄마가 남긴 것들을 남겼는지 저는 모를 거란 말이에요.”그 말을 들은 한수민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소현아, 엄마 돈 얼마 없어.”한수민이 계속 알려주지 않으려 하자 윤소현은 화가 났다.“엄마, 저를 못 믿으시는 건가요? 제가 엄마 비상금을 노린다고 생각하세요?”“잊으셨나 본데 저는 엄마와 아빠의 딸일 뿐만 아니라 정수미의 양녀이기도 해요. 정수미는 이미 모든 재산을 저에게 남겨주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해 두셨다고요.”“정씨 가문이 그렇게 돈이 많고 권력도 대단한데 제가 엄마 비상금을 탐내겠어요?”“그리고 정수미는 제 양어머니지만 엄마는 제 친어머니잖아요. 양어머니보다도 저를 못 믿으시는 건가요?”윤소현의 마지막 한마디는 한수민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한수민은 윤소현을 낳은 후 윤석후와의 관계 때문에 그녀를 버렸었다.그래서 그녀는 항상 윤소현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딸이 친어머니보다 양어머니가 더 낫다고 하자
더 보기

제690화

윤석후는 돈을 받자마자 회사의 운영 자금으로 사용했다. 그는 최근 회사가 왜 이렇게 어려워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예전에 수익을 많이 내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큰 손해는 보지 않았다.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무슨 일을 하든 방해를 받았고 대부분의 거래처가 IM 그룹이라는 회사에 빼앗겼다. 그래서 그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한수민은 아직 자기 돈이 윤소현에게 넘어간 뒤 얼마 되지 않아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기사 하나가 실검에 떴다.[국제 유명 무용가, 아픈 계모를 뮤지컬 극장으로 데려가다.]클릭해 보니 윤소현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계모를 돌보고 있는지, 얼마나 효심이 깊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그녀는 계모가 병이 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더럽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직접 계모를 병원으로 모셔갔다고 적혀 있었다.박민정은 이 기사를 보더니 어이가 없었다.어젯밤 그녀는 윤소현이 한수민을 병원으로 데려가지도, 직접 돌보지도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박민정은 기사를 잠깐 읽다가 바로 꺼버렸다.박민정은 소송에서 이겼기 때문에 한수민은 반드시 15일 내로 돈을 반환해야 했다. 만약 반환하지 않으면 강제 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한수민과 윤씨 가문이 이 기간에 자산을 빼돌릴 것을 염려해 박민정은 정민기에게 사람 시켜 감시하도록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민기는 그녀에게 몇 장의 사진과 자료를 보내왔다.“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수민은 상당한 금액의 저축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윤석후가 그 돈을 인출했어요.”박민정은 미간을 구겼다.역시 그들은 돈을 반환할 생각이 없었다.“아쉽게도 15일은 기다려야 하네요.”이 증거들은 나중에 강제 집행을 위한 증거로 그들이 돈을 어디로 빼돌렸는지 찾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박민정은 정민기에게 말했다.“계속 감시해 줘요. 무슨 증거가 있으면 즉시 확보하고요.”“네, 알겠습니다.”정민기가 전화를 끊은 후 박민정은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더 보기
이전
1
...
6768697071
...
95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