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괜찮으세요?”윤소현은 침대 옆에 앉았다.한수민은 윤소현이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자기 곁에 있어 주는 것을 보더니 이전의 불만이 모두 사라졌다.“많이 좋아졌어. 오늘 수고했어.”“아니에요. 엄마는 제 친엄마니까 효도하는 건 당연한 거잖아요.”윤소현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다만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는데 엄마가 혹시 불쾌하게 생각하실까 봐 걱정돼서요.”“무슨 일? 말해 봐.”“엄마 지금 몸 상태를 생각하면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미리 준비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윤소현은 최대한 에둘러 말했다.하지만 한수민은 여전히 그 말속에 숨겨진 뜻을 알아챘다.“네 말은 유언장을 준비하라는 거야? 의사 선생님도 말씀하셨잖니. 내가 치료를 잘 받으면 2년은 더 살 수 있다고.”“엄마, 화내지 마세요. 저도 당연히 엄마가 오래오래 사셨으면 좋겠어요. 다만 어떤 일들은 미리 대비하는 게 좋잖아요.”“만약 오늘 같은 일이 엄마에게 또 생긴다면.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긴다면 엄마가 남긴 것들을 남겼는지 저는 모를 거란 말이에요.”그 말을 들은 한수민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소현아, 엄마 돈 얼마 없어.”한수민이 계속 알려주지 않으려 하자 윤소현은 화가 났다.“엄마, 저를 못 믿으시는 건가요? 제가 엄마 비상금을 노린다고 생각하세요?”“잊으셨나 본데 저는 엄마와 아빠의 딸일 뿐만 아니라 정수미의 양녀이기도 해요. 정수미는 이미 모든 재산을 저에게 남겨주겠다는 유언장을 작성해 두셨다고요.”“정씨 가문이 그렇게 돈이 많고 권력도 대단한데 제가 엄마 비상금을 탐내겠어요?”“그리고 정수미는 제 양어머니지만 엄마는 제 친어머니잖아요. 양어머니보다도 저를 못 믿으시는 건가요?”윤소현의 마지막 한마디는 한수민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다.한수민은 윤소현을 낳은 후 윤석후와의 관계 때문에 그녀를 버렸었다.그래서 그녀는 항상 윤소현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딸이 친어머니보다 양어머니가 더 낫다고 하자
윤석후는 돈을 받자마자 회사의 운영 자금으로 사용했다. 그는 최근 회사가 왜 이렇게 어려워졌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예전에 수익을 많이 내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큰 손해는 보지 않았다.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무슨 일을 하든 방해를 받았고 대부분의 거래처가 IM 그룹이라는 회사에 빼앗겼다. 그래서 그는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한수민은 아직 자기 돈이 윤소현에게 넘어간 뒤 얼마 되지 않아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다음 날 아침, 기사 하나가 실검에 떴다.[국제 유명 무용가, 아픈 계모를 뮤지컬 극장으로 데려가다.]클릭해 보니 윤소현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계모를 돌보고 있는지, 얼마나 효심이 깊었는지에 대한 내용이었다.그녀는 계모가 병이 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더럽고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고 직접 계모를 병원으로 모셔갔다고 적혀 있었다.박민정은 이 기사를 보더니 어이가 없었다.어젯밤 그녀는 윤소현이 한수민을 병원으로 데려가지도, 직접 돌보지도 않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박민정은 기사를 잠깐 읽다가 바로 꺼버렸다.박민정은 소송에서 이겼기 때문에 한수민은 반드시 15일 내로 돈을 반환해야 했다. 만약 반환하지 않으면 강제 집행을 신청할 수 있다.한수민과 윤씨 가문이 이 기간에 자산을 빼돌릴 것을 염려해 박민정은 정민기에게 사람 시켜 감시하도록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정민기는 그녀에게 몇 장의 사진과 자료를 보내왔다.“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수민은 상당한 금액의 저축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윤석후가 그 돈을 인출했어요.”박민정은 미간을 구겼다.역시 그들은 돈을 반환할 생각이 없었다.“아쉽게도 15일은 기다려야 하네요.”이 증거들은 나중에 강제 집행을 위한 증거로 그들이 돈을 어디로 빼돌렸는지 찾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박민정은 정민기에게 말했다.“계속 감시해 줘요. 무슨 증거가 있으면 즉시 확보하고요.”“네, 알겠습니다.”정민기가 전화를 끊은 후 박민정은 아침을 먹으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누나, 돈 받았지? 어젯밤에 신청했으니까 지금쯤이면 입금됐을 거야.”박민호가 말했다.박민정은 계좌에 새로 들어온 돈을 보고 말했다.“응, 들어왔어.”“그럼 다행이네. 앞으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난 누나의 친동생이잖아.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거 잊지 않았지?”박민호는 전과는 달리 성숙하고 진지하게 말했다.박민정은 그의 이러한 변화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박민호가 정말 변했을까? 철이 든 걸까?박민정은 그 누구보다도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녀와 박민호는 같은 부모를 둔 친남매였기에 박민호가 진심으로 변하고자 한다면 그녀는 그를 다시 받아들일 의향이 있었다.“그게 진심이었으면 좋겠네.”박민정이 전화를 끊었다.그녀는 당연히 이렇게 쉽게 박민호를 용서할 수 없었다. 박민호는 한때 돈 때문에 그녀를 나이 많은 남자에게 팔아넘기려 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박민정이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훤칠한 키의 유남준이 걸어왔다. 그리고 그녀가 모르는 사이에 테이블 위에 디저트 몇 개를 놓았다.박민정이 정신을 차리고 유남준을 바라봤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자기가 좋아하는 디저트가 놓여 있다는 걸 발견했다.다만 그 가게는 매일 한정된 양만 만들었다. 예약도 받지 않아서 일찍 가서 줄을 서야 살 수 있었다.“남준 씨가 직접 산 거예요?”“당연히 부하를 시켰지.”유남준이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왜 혼자 가서 줄을 서? 사람 시켜 일찍 가서 줄을 서게 하면 쉽게 살 수 있는데 말이야.’박민정은 그 말을 듣더니 머리를 콩 때렸다.“임신하면 멍청해진다더니, 진짠가 보네.”유남준은 그녀의 말에서 박민정이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다른 뜻을 읽었다.그는 박민정이 자신이 직접 사지 않았다고 서운해할까 봐 생각했다.사실 박민정은 그저 자신의 질문이 너무 바보 같다고 느껴졌을 뿐이다. 유남준은 돈이 많아 굳이 직접 줄 서서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괜히 물어본 것이다.유남준은 다음번에는 직접 사러 가겠다는
서다희는 30분도 지나지 않아 박민정이 오늘 유남우와 통화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유남준은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자신의 동생에게 완전히 실망했다. 한 번 또 한 번 자기와 박민정의 사이를 갈라놓으려고 하니 말이다.유남준은 윤씨 가문을 무너뜨린 후 더 이상 유남우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고 그가 더는 박민정을 찾지 못하게 제대로 벌을 주려고 했다.YN그룹은 새로 유입된 자금에도 불구하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여러 주주들이 주식을 매도했고 많은 임원들이 이직했다.YN그룹의 주가는 급락했으며 회사 직원들의 불안한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우리 회사 망하는 거 아니야? 며칠 전에 고 매니저님도 사무실 정리하고 나가는 거 봤어.”“그래. 우리 부장님도 사표 냈다니까. 우리한테 빨리 다른 직장 알아보라고 했어.”“어떻게 된 거지?”YN그룹 본사는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윤석후는 회사 내부에서 이미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 것을 전혀 몰랐다. 임원들의 연이은 이직 소식을 접하고 나서야 비로소 두려움에 휩싸였다.그는 단 한 번이라도 회사를 제대로 관리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회사에 문제가 발생하자 바로 자신의 딸인 윤소현에게 연락했다.“소현아, 얼른 남우 집으로 데려와. 저녁에 같이 식사 좀 하자. 아빠가 할 말이 있어.”윤소현은 임신 보약을 마시던 중 그 말을 듣고서는 의아해했다.“무슨 일 있어요?”“와보면 알게 될 거야.”윤석후는 사위인 유남우가 능력자인 걸 잘 알고 있었다. 아니면 그는 유남준의 손에서 유앤케이 그룹을 넘겨받지 못했을 것이다.“알겠어요.”윤소현은 전화를 끊은 후 그릇을 내려놓고는 거실로 향했다. 멀리서 유남우가 베란다 소파에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보였다.유남우는 그녀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윤소현이 그에게 다가갔다.“남우 씨, 아빠가 저녁에 우리 집에 가서 식사 좀 하자고 하는데요. 할 말이 있으신가 봐요.”평소 자존심이 강한 윤소현도 유남우 앞에서는 순한 토끼처럼 행동했다.그 말을 들은 유
유씨 가문에 도착한 후.윤석후가 두 사람을 반겼다.“음식은 이미 준비했어. 얼른 들어와서 밥 먹어.”“아빠, 왜 갑자기 이러세요? 무슨 일 있으면 남우 씨에게 말하면 되죠.”윤소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녀는 유남우가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했다.유남우도 말했다.“아버님, 소현이에게서 들었어요. 절 찾으신다고요. 먼저 본론부터 말씀하시죠.”“그럼... 식사하면서 얘기하자고.”윤석후는 얼굴에 미소를 띠며 두 사람을 식탁으로 안내했다.식탁에 앉아 식사를 시작하고서야 윤석후는 자신이 누군가에게 공격당하고 있다는 상황을 천천히 털어놓았다.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모두 얘기하진 않았다.유남우는 아직 자신의 사위가 되지 않았다. 만약 유남우가 윤씨 가문의 어려운 사정을 알게 되어 파혼하려 한다면 어쩐단 말인가?“상황은 이렇다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문제지.”윤석후는 유남우의 표정 변화를 주의 깊게 살폈다.유남우는 조용히 듣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러면 어떻게 하실 생각인가요?”윤석후는 말문이 막혔다. 유남우가 자기에게 되물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그는 사실 아무 대책이 없어 유남우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유남우가 자기 대신 IM 그룹을 혼내주길 바랐다.“남우야, 혹시 나를 도와 내 프로젝트를 맡아주면 안 되겠나? 내가 자금이 충분해지면 다시 프로젝트를 되찾아가도록 하지. 절대로 손해 보게 하지 않겠네.”윤석후는 말만 번지르르하게 잘했다.하지만 유남우는 YN그룹의 상황을 조사했기에 잘 알고 있었다.유남우는 여우처럼 교활한 그의 얼굴을 보고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아버님, 이건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닙니다. 제가 호산 그룹의 CEO이긴 하지만 그 정도로 큰 권력은 없어서요.”“월요일에 임원 회의를 소집해 YN그룹 프로젝트 인수 여부를 논의해 보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석후는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이건 명백한 거절이었다.하지만 윤소현은 유남우가 정말 난감한 상황에 부닥쳐
윤소현이 한수민의 비상금을 가지게 된 이후로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다. 심지어 전화도 걸지 않았다.한수민은 혼자 병원에서 지내며 딸을 몹시 그리워했다.“소현아, 보고 싶어. 언제 나 보러 올 거야?”“엄마, 죄송해요. 요즘 너무 바빠서요. 일이 끝나면 찾아뵐게요, 네?”윤소현이 대충 얼버무렸다.한수민의 눈빛은 한껏 어두워졌다.“알겠어. 근데 매일 무슨 일로...”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소현은 전화를 끊었다.한수민은 전화를 내려놓으며 깊은 실망감을 느꼈다.오늘 한수민을 돌보는 간병인의 딸이 찾아와 간병인과 담소를 나눴다.“엄마, 나 이제 돈 벌기 시작했으니 이런 일은 그만두세요. 제가 돈을 넉넉히 드릴게요.”“괜찮아. 엄마 아직 젊으니까 조금이라도 일할 수 있어.”“엄마가 걱정돼서 그래요. 이 돈으로 맛있는 음식이나 많이 사 드세요. 돈 아까워하지 말고.”한수민은 다정한 모녀의 모습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박민정을 떠올렸다.6, 7년 전 박민정은 무릎을 꿇고 그녀 앞에서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엄마, 이제 우리 힘으로 살아가요. 제가 엄마를 모실게요.”한수민은 마음 한구석이 아려왔다.그녀는 베개를 집어 들어 문 쪽으로 던지며 소리쳤다.“나 돌보러 온 거야? 아니면 딸과 수다를 떨려고 왔어?”간병인이 그 말을 듣고는 바로 딸을 돌려보냈다.그리고 병실로 돌아와 문을 닫았다.한수민은 이미 간병인을 두 번 바꿨었다. 전에 있었던 두 명은 한수민의 성격 때문에 그만두었다.간병인은 바닥에 떨어진 베개를 주워 의자에 바로 놓았다. 그리고 전혀 화를 내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의사 선생님께서 그러셨잖아요. 화를 낼수록 병이 더 악화될 수도 있다고요.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저에게 말씀하시면 돼요.”그 말을 들은 한수민은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난 돈도 있고, 권력도 있어. 그런데 마음에 걸릴 게 뭐가 있어? 웃기고 있네.”한수민은 강한 척했지만 간병인은 그게 연기라는 걸 바로 눈치챌 수 있었다.
간병인이 빠르게 손을 뻗어 한수민을 붙잡아 준 덕분에 한수민은 바닥에 넘어지지 않았다.한수민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다시 자리에 앉고는 간병인을 향해 박민정을 가리키며 말했다.“봤지? 이게 내 딸이야. 배은망덕한 불효녀라고. 돈을 달라고 해서 안 주니까 강제 집행을 신청하겠다는 거야!”간병인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박민정을 바라봤다.나이 든 간병인은 사람을 보는 눈이 정확했다.그녀의 눈에 박민정은 순하고 온화한 모습이라 불효녀와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박민정은 변명하지 않고 단지 한마디만 남겼다.“돈이 없다고 하면 윤씨 가문에 가서 받을 거예요.”그녀는 한수민이 돈을 모두 윤씨 가문에 넘겼다는 증거를 가지고 있었다.“어디 한 번 그렇게 해봐!”한수민은 분노에 차 있었다.지금의 한수민은 박민정의 눈에 그저 우스꽝스러운 광대에 불과했다.박민정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또 물었다.“윤소현은 어디 있어요? 당신의 착한 딸은 왜 한 번도 병문안 오지 않았나요?”한수민은 박민정의 말에 격분하여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집어 던졌다.박민정은 당연히 이대로 당하고만 있지 않을 거라 모두 날렵하게 피했다.“앞으로 매주 시간을 내서 여사님을 보러 올게요. 여사님이 그러셨잖아요,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요. 당신이 천천히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거예요.”박민정이 또박또박 말했다.그녀는 이 말을 한 이유가 있었다.오늘 아침 정민기가 박민정에게 한수민이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정확히 한수민이 아버지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내기 어렵다고 했다.박민정이 병원을 떠난 후에도 한수민은 여전히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간병인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사모님에게 딸이 하나뿐이라고 들었는데요?”한수민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방금 그 애는 짐승만도 못한 존재야. 내 딸이 아니라고. 내 딸은 유명한 무용가 윤소현이야. 인터넷에 치면 바로 찾을 수 있는 유명한 인물이지.”“아, 그렇군요.”간병인은 마음속으로 의심을
주차할 곳이 없어 최현아는 천천히 걸어왔는데, 아첨을 떨며 바로 다가오는 지원 엄마를 보고서 귀찮아했다.옆에서 눈치를 바로 차리 비서가 지원 엄마 앞을 막아섰는데, 최현아는 차가운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제가 아무 하고나 친구 하는 줄 아십니까?”학부모 위원회 회장은 아니지만 최현아는 유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사람이다.지원 엄마는 기껏해야 졸부의 아내로 명문에 속하지도 못한다.그전까지 지원 엄마와 얘기도 자주하고 소통도 즐겨한 것은 그 손을 빌려 박민정을 무너뜨리기 위함이었다.하지만 인제 이용할 가치가 없게 되었으니 자연스레 가식을 떨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지원 엄마는 바로 제 자리에 굳어버렸고 주위 사람들은 그녀를 동정하기는커녕 비웃기만 했다.지원 엄마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간 손연서가 입을 열었다.“앞으로의 대인관계에서 보다 좀 솔직하게 지냈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뺀질거리면 결국 모든 걸 잃게 된다는 것도 꼭 명심하고요.”하지만 지금 사회에서 권력이 크고 재력이 뛰어난 사람의 힘을 빌려 ‘승승장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드문 현상이 아니다.그렇다고 하여 마지노선은 지켜야 하면 이중 스파이 따위는 더더욱 하면 안 된다.손연서는 지원 엄마한테 ‘교훈’을 남기고서 박민정과 도한 엄마에게 말했다.“앞으로 가서 아이들 기다리죠.”“네.”세 사람은 그렇게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박민정이 도한 엄마에게 물었다.“도한 엄마, 집사람은 무슨 사업에 종사하고 있죠?”그 말을 듣고서 도한 엄마는 먼저 한숨부터 내쉬었다.“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간당간당해요. 우리 남편 다음 달에 파산 신청하려고 준비하고 있어요.”도와줄지 말지 박민정이 고민하고 있을 때 손연서가 먼저 말했다.“도한 엄마, 저 믿으시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우리 손씨 가문도 수산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저희 아빠가 아시는 분이 좀 많으세요.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말씀만 하세요.”손연서는 누군가를 함부로 돕는 사람이 아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선뜻 나서는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