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661 - 챕터 670

950 챕터

제661화

박민정이 너무 급하게 앞으로 걸어 나갔기에 하마터면 유남준의 몸에 부딪힐 뻔했다.유남준은 손을 들어 그녀를 부축했다.“고마워요.”박민정이 감사 인사를 전한 후 그에게 물었다.“윤우 찾으러 온 거예요?”“응.”“그럼 얼른 들어가요. 아니면 윤우가 잠들어 버릴 거예요.”박민정이 속삭이며 말했다. 그녀의 따뜻한 숨결이 유남준의 목덜미에 닿았다.유남준의 목울대가 약간 움직였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알겠어.”박민정이 떠난 후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박윤우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이는 그녀와 함께 자고 싶다며 투정을 부렸다.박윤우는 펑펑 울고 있었다. 밖에서는 혼자 자면 그만이었지만 집에서는 엄마, 아빠와 같이 자고 싶었다.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박윤우 옆에 누웠고, 유남준은 다른 쪽에 누웠다.박윤우는 각자 두 사람의 손을 꼭 잡고는 가슴 앞에 모았다. 그리고 순진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두 사람 손 잡으면 안 돼?”박민정이 의문스러운 얼굴을 보였다.“왜 손을 잡아야 하는데?”“유치원 친구들의 엄마, 아빠도 다 손잡고 있더라고. 내와 같이 있을 때 두 사람 손잡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손잡아 줘, 응?”박민정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사실 손을 잡지 않는 엄마, 아빠도 있어...”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남준은 그녀의 손을 덥석 잡았다.하지만 박윤우는 그에 만족하지 못하고 또 말했다.“아빠, 깍지 껴야 해요.”깍지라...유남준은 아들을 실망하게 하지 않기 위해 박민정과 꼈다.박민정은 유남준과 맞잡은 손을 보며 얼굴이 화끈거렸다.유남준에 진작 흥미를 잃었다고 생각했지만 남자의 얼굴이 너무나도 잘생겨 보였다.저녁이라 그런지 박민정은 여러 가지 생각에 잠겼다.다음 날 아침, 박민정은 남자의 품 안에서 눈을 떴다.그녀는 비몽사몽인 채로 눈을 떴는데 곧바로 눈앞의 잘생긴 유남준의 얼굴을 발견했다.박민정은 조금 움직이자 자신이 유남준의 팔에 꼭 안겨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옆을 돌아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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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뭐라고 답장했어?”박민정이 물었다.“새언니한테 그랬지. 너랑 친구 하지 말라고 해서 네 연락처 삭제했더니 이제 연락이 안 된다고.”조하랑이 대답했다.박민정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대답 잘했네.”“내가 바보도 아니고.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투자한 돈을 잃었는데 어떻게 받을 생각을 해? 받을 수 있겠냐고?”“교훈 삼아야지.”조하랑은 친척들이 자신의 의견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을 위해 생각해 줄 필요도 없었다.“참, 민정아. 김 회장님께서 너랑 얘기하고 싶대.”“알겠어.”박민정이 바로 대답했다.김훈은 전화를 받자마자 본론으로 들어갔다.“민정아, 너 학부모 위원회 회장 자리를 원한다며?”박민정과 최현아가 학부모 위원회 회장 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유치원의 모든 학부모들에게 알려졌다. 김훈도 우연히 다른 사람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은 것이었다.예찬이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김훈은 더욱 신경을 썼다.“네, 하지만 당선되지 못했어요.”박민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김훈이 인자한 목소리로 말했다.“그깟 회장 자리, 내가 한마디 해 놓으면 해결할 수 있어. 기다려봐, 내가 해결해 줄게.”“아니에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박민정은 다급하게 거절했다.김 회장이 예찬이를 아끼는 마음에 도와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민정아, 사양하지 마. 내가 젊었을 때 너희 할아버지와 친구였다니까.”김훈이 말했다.박민정은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녀가 태어난 후로 은정숙에게 맡겨졌기 때문이다.그녀가 세 살이 되었을 때 할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떴다.“그게 아니라 학부모 위원회는 이미 선거를 끝내서요.”“그럼 다시 선거를 하면 되지. 네가 될 때까지 말이야.”김훈이 단호하게 말하고는 박민정이 동의하기도 전에 전화를 끊고 이 일을 처리했다.이번 일의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유명훈이었다.김훈이 전화를 걸고 나서 얼마 지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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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게다가 박민정은 새로운 공지문을 게시하여 학생들의 입학, 주차 등의 여러 사항을 다시 정리했다.최현아는 박민정이 분명 자신에게 복수하려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그녀에게 문자를 보냈다.[아무리 그래도 지훈이는 유씨 가문의 장손이야. 내가 밉다고 해서 지훈이에게 무슨 짓이라도 하면 유씨 가문 사람들이 절대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그 문자를 본 박민정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때 윤우를 괴롭힐 때는 윤우가 유씨 가문의 아이라는 걸 생각하지 못했어요?]최현아는 두려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반에서 다른 아이들이 지훈을 따돌릴까 봐 걱정이 되었다.[박민정, 아무리 그래도 넌 지훈이의 작은 엄마잖아. 너무 선을 넘지 마.]박민정은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최현아를 보고는 더는 답장하지 않았다.‘윤우를 괴롭힐 때는 선을 넘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나?’박민정은 예전부터 누군가가 자신의 아들을 괴롭히면 백배로 갚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그리고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반드시 바로잡아줘야 하는 법이다.그녀는 유지훈의 부모도 아닌데 왜 그를 봐줘야 한단 말인가?박민정은 자신에게 잘 보이려는 학부모들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했다. 대체로 자기 아들을 대했던 것처럼 유지훈에게도 똑같이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학부모들은 지금 최현아를 깊이 증오하게 되었다. 그녀 때문에 큰 손해를 봐 가정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유지훈은 박예찬처럼 강한 멘탈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유치원에서 친구들이 같이 놀아주지 않자 채 하루도 안 되어 멘탈이 무너질 지경이 되었다.그리고 그제야 박예찬을 괴롭히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다.집에 돌아간 후 최현아는 그에게 타이르는 식으로 말했다.“지금 공부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해. 네가 공부를 잘하면 증조할아버지도 너를 더 좋아하게 될 거야. 그때면 네가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 있을 거라고.”“친구가 없는 게 뭔 대수라고.”유지훈은 그녀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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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두원 별장.박민정은 전화를 끊고 마지막으로 한수민을 만났던 기억을 떠올렸다.잔뜩 화가 난 한수민은 얼굴이 창백해지고 배를 움켜쥔 채 사지를 떨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거짓 같진 않았다.게다가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암을 핑계로 삼는 건 너무 말이 안 됐다.고민 끝에 박민정은 끝내 병원에 직접 가보기로 결심했다.시립병원.박민정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마침 김인우도 있었다. 두 사람은 마주치게 되었다.박민정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그녀의 오른쪽 얼굴에 있는 흉터는 여전히 뚜렷하게 보였다.“형수.”김인우는 유치원에서 예찬이를 도와준 적이 있어서 박민정은 그에게 예전만큼 차갑게 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살갑게 굴지도 않았다.“안녕하세요.”그녀는 정중하지만 거리를 두며 대답하고는 곧바로 위층의 병실로 향했다.김인우는 약간 의아해하며 옆에 있는 비서에게 물었다.“어디 아프대?”비서는 즉시 조사에 나서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아니요.”그리고 비서는 익숙한 이름을 발견하고 김인우에게 알렸다.“박민정 씨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 같아요.”“한수민?”“네.”“무슨 병으로 입원했대?”비서는 의료 기록을 확인한 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자궁경부암 말기입니다.”김인우의 눈에 놀라움이 스쳤다.자궁경부암 말기라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고 길어야 1, 2년 정도 살 수 있을 것이다.“기록이 거짓이 아닌 건 확실해?”김인우는 한수민이 곧 감옥에 가야 하는 일을 알고 있었다.“거짓일 리 없습니다. 우리 병원의 전문 의사가 진단한 것이라 문제없을 겁니다.”비서가 대답했다.김인우는 돈이 있으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잘 조사해 봐. 이런 일에 오류가 있으면 안 되니까.”“네, 알겠습니다.”...다른 한편.박민정은 이미 한수민의 병실 앞에 도착하고는 문을 두드렸다.한수민은 윤소현이 돌아온 줄 알고 활짝 웃은 채 말했다.“얼른 들어와. 갑자기 문을 두드리고 그래.”하지만 문이 열리고 박민정의 얼굴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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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한수민은 멈칫했다.박민정의 말에 뼈가 있다는 걸 느끼고는 물었다.“그게 무슨 말이야?”“아버지 교통사고를 당하신 게 당신과 관련이 있죠?”박민정이 물었다.한수민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그게 무슨 헛소리야?”그런 한수민의 반응을 보고 박민정은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그녀는 더 따져 묻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도둑이 제 발 저린 한수민이 물었다.“네 아버지가 남긴 유서에 다른 얘기도 있었니?”박민정은 그녀를 낯설게 바라봤다.눈앞의 여자가 자기의 친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인생을 보낸 여자가 맞나 싶었다.“어떻게 생각해요?”박민정은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그녀를 되물었다.한수민의 얼굴색이 조금 변하더니 그녀는 박민정의 손목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유서 내놔. 내가 한 번 봐야겠어.”박민정은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법정에서 공개할 거니까.”유서에는 그저 박민호가 무능할 경우 박민정은 박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내용만 있을 뿐, 한수민에게 불리한 얘기는 없었다.하지만 박민정은 한수민을 의심하게 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싶었다.한수민의 아랫배가 다시 아프기 시작했는지 얼굴에 식은땀을 흘렸다.“너 같은 불효자식이 어디 또 있어? 배은망덕한 것. 내가 널 키우지 말았어야 했는데.”박민정은 한수민의 모습을 보고 그녀가 정말로 중병에 걸렸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이게 바로 인과응보이지 않던가?박민정이 떠나려 하자 한수민이 또 그녀를 불렀다.“내가 왜 소현이를 좋아하고 너를 싫어하는지 알아?”박민정은 발걸음을 멈췄다.“소현이는 너보다 훌륭하고 말을 잘 들어. 나를 더 닮았지. 하지만 너를 보면 역겹다는 생각밖에 안 들어.”한수민은 이 말로도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해서 욕을 퍼부었다.“넌 정말 더러운 년이야. 네 아버지가 기어코 너를 남기자고 하지 않았다면 난 널 절대 키우지 않았을 거라고. 넌 인간일 자격도 없어. 너를 낳고 키운 나를 고소하려 하고, 내가 아픈데도 와서 비웃으려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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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병원 병실.박민정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수민은 갑자기 발작한 병 때문에 고통을 꾹 참으면서 몸부림쳤다, 윤소현이 병실에 들어왔을 때, 한수민은 병실에서 풍기는 냄새 때문에 난감해하면서 얘기했다.“소현아, 가서 간병인 좀 불러줄래? 내가 못 참고 그만 이불에...”윤소현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무슨 일인지 눈치채고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한수민을 쳐다보았다.“엄마, 나이가 몇인데 침대에 소변을 봐요?”“미안해, 소현아. 내가 일부러 이런 건 아니고 병 때문에 그래. 그래도 더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지?”한수민은 윤수현 앞에서 항상 작아졌다.한수민은 모든 돈을 윤씨 가문에 주었다. 하지만 윤석후가 이 돈을 다 관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한수민이 모든 돈을 관리하고 있었다.그래서 윤소현은 한수민이 죽고 그 권한을 자기한테 넘기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한수민을 관심하는 척 해야했다.“엄마, 내가 왜 엄마를 더럽다고 생각하겠어요. 난 엄마의 친딸이에요. 아까는 약간 놀라서 그랬어요. 바로 간병인을 불러올게요 이따가 의사 선생님이랑 간호사 선생님도 불러서 한번 확인해 봐요.”“응.”한수민은 안심이 되었다. 윤소현은 그녀의 친딸이니 절대로 그녀를 배신하거나 해치지 않을 것이다.윤소현은 얼른 간병인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와서 처리하라고 했다.간병인은 얼른 와서 한수민의 이불을 갈아주었다. 유명한 무용수였던 한수민이 지금 이렇게 될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의사의 치료 덕분에, 한수민의 몸은 겨우 나아지고 있었다.윤소현은 이곳에 더는 머무르고 싶지 않아 핑계를 대고 나갔다.한수민 앞에서 효도하는 척 하기 위해 여기 온 것이지, 그것 외에는 다른 의도가 없다.밖에 나와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신 윤소현은 얼른 박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가 연결되자 윤소현은 누나다운 기세로 말했다.“박민호, 엄마가 아픈데 언제 돌아올 거야?”박민호는 현재 유남우의 도움을 받고 자기 회사를 차렸다. 한수민이 아프다는 말을 들은 박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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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박민호의 말을 들은 유남우는 이내 평온한 어투로 말했다.“우리는 민정 씨의 선택을 따를 수밖에 없어요.”박민호는 박민정을 납치해 와서라도 유남우에게 시집을 보내고 싶었다.“대표님. 모르시겠지만 누나가 유남준과 결혼 했을 때, 유남준은 저희 아버지를 잘 모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못살게 굴고 저희 가문을 망치려고 작정을 했어요.”박민호는 지금도 자신의 집안의 몰락이 자기 혼자만의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는 한수민이 유씨 가문에 가서 돈을 빌린 일도, 그가 단번에 회사와 아버지의 유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린 일도 잊어버렸다.“걱정하지 마요. 앞으로는 내가 꼭 도와줄테니까요.”유남우가 대답했다.박민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그의 눈가에는 감동이 서려 있었다.그는 속으로 반드시 크게 성공하여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리라 다짐했다....한편, 윤소현은 전화가 끊긴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들인 박민호도 자기 엄마를 돌보지 않는데 왜 딸인 자신이 돌봐야 하는 거지?윤소현은 핸드폰을 들어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윤소현은 알지 못했다. 한수민이 그 시각 윤소현에게 가방을 돌려주려고 왔다가 그녀의 말을 듣게 되었다는 사실을.“침대에 오줌을 쌌는데 진짜 더러워 죽겠어요. 들어갔는데 하마터면 토를 할 뻔했다니까요. 전 양어머니의 시중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지금 저 사람 시중을 들어야 한다니... 친아들도 상관하지 않는 여편네를... 진짜... 저 사람이 곧 죽을 거라는 걸 아니까 이러지 아니었으면...”말을 다 맺지 못한 윤소현이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한수민이 서 있었다.그녀는 얼른 통화를 끊고 애써 웃어 보였다.“엄마, 왜 나오셨어요? 걸을 수 있어요?”윤소현은 다급히 그녀에게 걸어갔다. 윤소현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한수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한수민은 한순간 방금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착각했다.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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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한수민이 앞으로 혼자 걸어 나가자 뒤에 있는 간병인들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불쌍하시지. 저렇게 큰 병에 걸렸는데 남편과 아들은 오지도 않고 딸마저도 그냥 얼굴만 보이고 가고 말이야.”“그러니까. 환자분 따님이 치장은 화려하게 하고 다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야. 자기 엄마가 침대에 소변을 봤다고 인상을 쓰는 거, 아까 봤어?”“돈이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니네.”등 뒤 간병인들의 말소리를 들은 한수민은 머릿속에 방금 병원 입구에서 들은 윤소현의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순간 화가 나서 말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 남편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내 아들은 그냥 바빠서 못 온 거고 내 딸도 나를 사랑하니까 매일 나 보러 오는 거라고. 그저 질투나 하는 주제에!!”간병인들은 바로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수민은 병실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귓가에는 방금 윤소현의 말과 간병인들의 대화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침대에 오줌을 쌌는데 진짜 더러워 죽겠어요. 들어갔는데 하마터면 토를 할 뻔했다니까요. 전 양어머니의 시중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지금 저 사람 시중을 들어야 한다니...”“환자분 따님이 치장은 화려하게 하고 다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야. 자기 엄마가 침대에 소변을 봤다고 인상을 쓰는 거, 아까 봤어?”한수민처럼 저렇게 거만한 사람이, 어떻게 자기 딸이 자신한테 진심이 아니라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게다가 그녀는 모든 희망을 딸에게 걸었다. 다시는 춤을 추지 않겠다는 약속도 어기고 윤소현을 위해 박씨 가문 재산을 모두 윤씨 가문에 넘겼다.한수민은 휴대폰을 들어 윤석후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또 무슨 일이야?”윤석후의 말투에는 귀찮음이 잔뜩 묻어 있었다.한수민은 윤석후가 귀찮아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물었다.“여보. 일 아직 안 끝났어요? 언제 저 보러 와요? 나 병원에 혼자 있기 싫어요.”“말했잖아, 회사에 일이 생겨서 바쁘다고. 간병인도 두 명 붙여줬잖아. 심심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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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자기가 원하는 사랑을 위해 자기를 제일 사랑해주는 남자를 버린 것을 후회했다.“형식 씨. 나 엄청 미워하겠지?”한수민은 눈물을 닦으며 자신을 위로했다. 윤석후는 정말 바쁘고 윤소현도 진짜 일이 있어서 자신의 곁에 머무를 수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핸드폰을 뒤적거리다가 자기도 모르게 가족 단톡방을 열었다. 안에는 박민정, 박형식, 박민호, 한수민. 네 사람이 있었다.채팅방에는 아직 박형식이 보낸 문자가 남아 있었다.[여보. 나 이 옷 입고 우리 딸 결혼식에 가면 멋있겠지?]박민정: [아빠 멋있어요.]한수민: [못생겼어요.]박형식: [그럼 다른 옷으로 바꿔서 서프라이즈 해줄게.]이것이 그가 채팅방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한수민은 스크롤을 위로 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박민정과의 채팅 페이지를 열었다.박민정이 한수민이 박민정을 낳아준 은혜를 모두 갚은 후, 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녀는 스크롤을 위로 올리며 6년 전 박민정과 자신이 나눈 대화를 보게 되었다.[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오늘 제가 케이크를 샀는데 드셨어요?][엄마.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에 안 좋대요. 엄마 감기에 걸리셨으니까 제가 배즙 만들어 드릴게요.][엄마. 저 이혼하고 싶어요. 우리 이제 더는 다른 사람한테 빌붙어 살지 말아요.][엄마. 제가 돈 많이 벌어서 모시고 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하지만 한수민이 박민정에게 보낸 답장은 모두 하나같이 차가웠다. 그녀는 박민정이 보낸 문자를 보며 박민정이 어렸을 때부터 말을 잘 듣고 귀여웠다는 사실을 떠올렸다.한수민이 무용수라는 것을 알기에, 박민정은 무대에 올라서 한수민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다.한수민은 아직도 기억났다. 그녀가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 발이 온통 피투성이였다는 것을.또 한 번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한수민이 산 위에 있는 꽃을 보고 예쁘다고 하자 박민정이 위협을 무릅쓰고 꽃을 꺾어다 주려다 하마터면 다리를 다칠 뻔한 적이 있다. 수많은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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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박민정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유남준에게 하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말을 했다.“아직도 왜 그 사람이 저를 그렇게 싫어했는지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그저 딸을 싫어해서, 그저 냉혹한 사람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제가 오늘 뭘 본줄 알아요? 그렇게 아프면서도 아픈 걸 꾹 참고 윤소현에게 가방을 전해주러 나왔어요. 윤소현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못 들은 척했다고요. 전혀 한수민 씨답지 않았어요!”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내가 있잖아.”박민정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화 안 내요?”“그냥 퉁칠게.”유남준이 물었다.“뭐를요?”“내가 너를 3년 동안 무시하고, 넌 애들 데리고 4, 5년을 지냈으니 퉁 친 거 아니야?”유남준이 넌지시 물었다.박민정은 목에 뭐가 막힌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이내 돌아서서 그를 안았다.그녀가 주동적으로 안자 유남준은 온몸의 피가 굳은 듯 얼어버렸다. 하지만 곧장 손을 올려 그녀를 꽉 껴안았다.그는 애써 욕망을 억누르고 박민정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마른침을 삼켰다.“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 또 마음대로 떠나면, 알지?”박민정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그의 목에 입을 맞추었다.유남준의 몸이 굳어버렸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반격을 했다....이튿날. 박윤우는 아침을 다 먹을 때까지 부모님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고 이상해서 문을 두드리려고 했다. 이때 도우미 아줌마가 얼른 말렸다.“우리 은우. 엄마 아빠 방해하지 말자. 어젯밤 늦게 주무셨 거든.”도우미는 직원 방에서 자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방에서는 반대편 방 불이 꺼졌는지 아닌지 볼 수가 있었다.박윤후가 물었다.“아줌마. 엄마 어제 같이 잤어요?”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침실 불이 하나만 켜졌어. 오늘 청소하려고 가보니까 다른 방에는 사람이 없더라고.”박윤후는 어제 돌아오자마자 자서 부모님이 같이 자는지 아닌지를 몰랐다.그는 약간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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