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호의 말을 들은 유남우는 이내 평온한 어투로 말했다.“우리는 민정 씨의 선택을 따를 수밖에 없어요.”박민호는 박민정을 납치해 와서라도 유남우에게 시집을 보내고 싶었다.“대표님. 모르시겠지만 누나가 유남준과 결혼 했을 때, 유남준은 저희 아버지를 잘 모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못살게 굴고 저희 가문을 망치려고 작정을 했어요.”박민호는 지금도 자신의 집안의 몰락이 자기 혼자만의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는 한수민이 유씨 가문에 가서 돈을 빌린 일도, 그가 단번에 회사와 아버지의 유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린 일도 잊어버렸다.“걱정하지 마요. 앞으로는 내가 꼭 도와줄테니까요.”유남우가 대답했다.박민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그의 눈가에는 감동이 서려 있었다.그는 속으로 반드시 크게 성공하여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리라 다짐했다....한편, 윤소현은 전화가 끊긴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들인 박민호도 자기 엄마를 돌보지 않는데 왜 딸인 자신이 돌봐야 하는 거지?윤소현은 핸드폰을 들어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윤소현은 알지 못했다. 한수민이 그 시각 윤소현에게 가방을 돌려주려고 왔다가 그녀의 말을 듣게 되었다는 사실을.“침대에 오줌을 쌌는데 진짜 더러워 죽겠어요. 들어갔는데 하마터면 토를 할 뻔했다니까요. 전 양어머니의 시중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지금 저 사람 시중을 들어야 한다니... 친아들도 상관하지 않는 여편네를... 진짜... 저 사람이 곧 죽을 거라는 걸 아니까 이러지 아니었으면...”말을 다 맺지 못한 윤소현이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한수민이 서 있었다.그녀는 얼른 통화를 끊고 애써 웃어 보였다.“엄마, 왜 나오셨어요? 걸을 수 있어요?”윤소현은 다급히 그녀에게 걸어갔다. 윤소현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한수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한수민은 한순간 방금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착각했다.하지만
한수민이 앞으로 혼자 걸어 나가자 뒤에 있는 간병인들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불쌍하시지. 저렇게 큰 병에 걸렸는데 남편과 아들은 오지도 않고 딸마저도 그냥 얼굴만 보이고 가고 말이야.”“그러니까. 환자분 따님이 치장은 화려하게 하고 다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야. 자기 엄마가 침대에 소변을 봤다고 인상을 쓰는 거, 아까 봤어?”“돈이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니네.”등 뒤 간병인들의 말소리를 들은 한수민은 머릿속에 방금 병원 입구에서 들은 윤소현의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순간 화가 나서 말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 남편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내 아들은 그냥 바빠서 못 온 거고 내 딸도 나를 사랑하니까 매일 나 보러 오는 거라고. 그저 질투나 하는 주제에!!”간병인들은 바로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수민은 병실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귓가에는 방금 윤소현의 말과 간병인들의 대화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침대에 오줌을 쌌는데 진짜 더러워 죽겠어요. 들어갔는데 하마터면 토를 할 뻔했다니까요. 전 양어머니의 시중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지금 저 사람 시중을 들어야 한다니...”“환자분 따님이 치장은 화려하게 하고 다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야. 자기 엄마가 침대에 소변을 봤다고 인상을 쓰는 거, 아까 봤어?”한수민처럼 저렇게 거만한 사람이, 어떻게 자기 딸이 자신한테 진심이 아니라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게다가 그녀는 모든 희망을 딸에게 걸었다. 다시는 춤을 추지 않겠다는 약속도 어기고 윤소현을 위해 박씨 가문 재산을 모두 윤씨 가문에 넘겼다.한수민은 휴대폰을 들어 윤석후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또 무슨 일이야?”윤석후의 말투에는 귀찮음이 잔뜩 묻어 있었다.한수민은 윤석후가 귀찮아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물었다.“여보. 일 아직 안 끝났어요? 언제 저 보러 와요? 나 병원에 혼자 있기 싫어요.”“말했잖아, 회사에 일이 생겨서 바쁘다고. 간병인도 두 명 붙여줬잖아. 심심하면
자기가 원하는 사랑을 위해 자기를 제일 사랑해주는 남자를 버린 것을 후회했다.“형식 씨. 나 엄청 미워하겠지?”한수민은 눈물을 닦으며 자신을 위로했다. 윤석후는 정말 바쁘고 윤소현도 진짜 일이 있어서 자신의 곁에 머무를 수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핸드폰을 뒤적거리다가 자기도 모르게 가족 단톡방을 열었다. 안에는 박민정, 박형식, 박민호, 한수민. 네 사람이 있었다.채팅방에는 아직 박형식이 보낸 문자가 남아 있었다.[여보. 나 이 옷 입고 우리 딸 결혼식에 가면 멋있겠지?]박민정: [아빠 멋있어요.]한수민: [못생겼어요.]박형식: [그럼 다른 옷으로 바꿔서 서프라이즈 해줄게.]이것이 그가 채팅방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한수민은 스크롤을 위로 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박민정과의 채팅 페이지를 열었다.박민정이 한수민이 박민정을 낳아준 은혜를 모두 갚은 후, 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녀는 스크롤을 위로 올리며 6년 전 박민정과 자신이 나눈 대화를 보게 되었다.[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오늘 제가 케이크를 샀는데 드셨어요?][엄마.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에 안 좋대요. 엄마 감기에 걸리셨으니까 제가 배즙 만들어 드릴게요.][엄마. 저 이혼하고 싶어요. 우리 이제 더는 다른 사람한테 빌붙어 살지 말아요.][엄마. 제가 돈 많이 벌어서 모시고 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하지만 한수민이 박민정에게 보낸 답장은 모두 하나같이 차가웠다. 그녀는 박민정이 보낸 문자를 보며 박민정이 어렸을 때부터 말을 잘 듣고 귀여웠다는 사실을 떠올렸다.한수민이 무용수라는 것을 알기에, 박민정은 무대에 올라서 한수민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다.한수민은 아직도 기억났다. 그녀가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 발이 온통 피투성이였다는 것을.또 한 번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한수민이 산 위에 있는 꽃을 보고 예쁘다고 하자 박민정이 위협을 무릅쓰고 꽃을 꺾어다 주려다 하마터면 다리를 다칠 뻔한 적이 있다. 수많은 기억
박민정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유남준에게 하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말을 했다.“아직도 왜 그 사람이 저를 그렇게 싫어했는지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그저 딸을 싫어해서, 그저 냉혹한 사람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제가 오늘 뭘 본줄 알아요? 그렇게 아프면서도 아픈 걸 꾹 참고 윤소현에게 가방을 전해주러 나왔어요. 윤소현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못 들은 척했다고요. 전혀 한수민 씨답지 않았어요!”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내가 있잖아.”박민정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화 안 내요?”“그냥 퉁칠게.”유남준이 물었다.“뭐를요?”“내가 너를 3년 동안 무시하고, 넌 애들 데리고 4, 5년을 지냈으니 퉁 친 거 아니야?”유남준이 넌지시 물었다.박민정은 목에 뭐가 막힌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이내 돌아서서 그를 안았다.그녀가 주동적으로 안자 유남준은 온몸의 피가 굳은 듯 얼어버렸다. 하지만 곧장 손을 올려 그녀를 꽉 껴안았다.그는 애써 욕망을 억누르고 박민정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마른침을 삼켰다.“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 또 마음대로 떠나면, 알지?”박민정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그의 목에 입을 맞추었다.유남준의 몸이 굳어버렸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반격을 했다....이튿날. 박윤우는 아침을 다 먹을 때까지 부모님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고 이상해서 문을 두드리려고 했다. 이때 도우미 아줌마가 얼른 말렸다.“우리 은우. 엄마 아빠 방해하지 말자. 어젯밤 늦게 주무셨 거든.”도우미는 직원 방에서 자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방에서는 반대편 방 불이 꺼졌는지 아닌지 볼 수가 있었다.박윤후가 물었다.“아줌마. 엄마 어제 같이 잤어요?”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침실 불이 하나만 켜졌어. 오늘 청소하려고 가보니까 다른 방에는 사람이 없더라고.”박윤후는 어제 돌아오자마자 자서 부모님이 같이 자는지 아닌지를 몰랐다.그는 약간 후회했다
유남준은 본능적으로 박민정이 도망갈 거라고 생각하고 카드를 받지 않았다.“카드는 이미 유치원 주식 사는 데 썼어요. 지금은 그렇게 돈 쓸데도 없고, 그리고, 아무래도 제 돈은 제가 벌어서 쓰려고요.”박민정이 해명했다.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유남준은 안심했다.“네가 번 돈은 네 돈이고, 내가 준 돈도 네 돈이야. 다르지 않은 것 같아도 달라.”유남준이 잠시 머뭇거렸다.“남편은 당연히 아내한테 돈을 맡겨야 하는 거야. 내가 얼마나 있는지 진짜 알고 싶지 않아?”박민정은 당연히 궁금했다.“얼마 있는데요?”유남준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답했다.“셀 수 없을 만큼.”이것도 대답이라고 하는 건가?박민정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유남준은 자연스레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민정아. 며칠 후에 선물 하나 줄게.”“괜찮아요...”박민정은 무심코 거절했다.유남준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거절은 거절할게.”박민정은 어이가 없었다.결국 유남준의 횡포를 이기지 못하고 그에게 끌려 데이트하러 갔다.박민정은 무슨 특별한 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놀이공원이었다. 임산부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온다고?이 남자. 머리에 뭐가 문제가 있는 건가.결국 두 사람은 회전목마와 롤러코스터만 탔다.저녁에는 또 영화관에 갔는데 영화관에 통째를 대관했다. 여긴 시내 중심에 있는 영화관이다. 하지만 유남준이 전체를 대관해서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 입구에 선 채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예전에 매번 영화 보러 오고 싶다고 난리 치더니. 앞으로는 매주 영화 보러 오자, 어때?”유남준이 물었다.박민정은 매주 이렇게 이목을 끄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냥 집에서 봐요. 이렇게 밖에서 보면 잘 보이지도 않고 소리만 들을 수 있잖아요. 집에서는 소리도 크게 들을 수 있고 사람도 없어요.”“알았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유남준이 고분고분 말을 듣자 박민정은 어두운 빛을 통해 유남준의 훈훈한 옆모습을 보면서
정민기가 박윤우를 데리고 집에 온 것이었다. 윤우는 두 사람을 향해 힘껏 손을 저었다. 그러면서 몰래 사진을 찍어 예찬이에게 보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박예찬은 사진을 보자 미간을 찌푸렸다.“젠장!”이렇게 빨리 엄마를 꼬셨다고?박윤우는 이어서 메시지를 보냈다.[형. 앞으로 형도 아빠라고 불러야 해.][꺼져.]박예찬은 그에게 두 글자만 보냈다.그는 절대로 유남준을 아빠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김인우는 거실에서 물을 마시다가 박예찬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빼들었다. 그러다가 하마터면 입안에 있던 물을 뿜을 뻔했다.유남준이 박민정을 업었다니.김인우는 적지 않게 놀랐다.유남준은 여자는커녕, 여자 가방도 메본 적이 없다고!김인우는 뒤에서 몰래 사진을 찍어 저장하려고 했는데, 실수로 사진을 단톡방에 보내버렸다.그가 발견하기도 전에 톡방은 난리가 터졌다.메시지들이 단체로 쏟아졌고 돈을 뿌리는 사람들도 있었다.“남준아, 진정한 사랑 찾은 거 축하해.”사람들은 왜 유남준이 당시에는 쳐다도 보지 않았던 여자를 다시 좋아하게 됐는지 알 수 없었지만 유남준의 체면을 생각해 입에 바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방성원도 메시지를 한참 보다가 의문을 가졌다.유남준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사적인 일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건데. 김인우가 이런 짓을 했다는 걸 유남준이 알려나?두원 별장.박민정은 얼른 유남준에게 자신을 내려달라고 했다.박윤우도 차에서 내려 두 사람과 같이 산책하려 했다.길에서 산책하는 세 사람은 화기애애했다.유남준은 돌아오고 나서야 단톡방에 있는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보내진 음성메시지를 누르자 이내 축복이 쏟아졌다.이유를 모르는 그는 김인우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김인우는 그제서야 자신이 모르고 사진을 톡방에 보낸 것을 발견했다. 이미 취소할 수가 없는 메신저였다.“남준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모두들 너랑 제수씨 축복해주려고 그런거 같은데...”“갑자기?”“......”“말해. 무슨 일인데?!”김인우는 압박
박윤우가 물었다.“무슨 일?”“너 휴대폰이랑 컴퓨터 있어?”박예찬이 물었다.“난 없어. 근데 아빠한테 있어.”박예찬은 이 호칭을 싫어했다. 말끝마다 아빠, 아빠.“그럼 그 사람 컴퓨터로 계정 하나 로그인해서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생방송 해줘.”박예찬이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보내고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며 사장 노릇을 시작했다.박윤우는 라이브 생방송이 궁금하기도 했기에 이내 유남준의 컴퓨터를 빌려 플랫폼에 로그인했다.생방송 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비췄다. 모든 사람들은 눈앞의 아이가 이미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예찬아. 쪽쪽. 이모 보고 싶었어. 당장 로켓 하나 쏠게.”“예찬 오빠. 노래 알려줄 수 있어요? 저 올해 4살인데 엄마가 타자하는 법 가르쳐 줬어요.”“...”사방에서 선물을 쏘아댔다.박윤우는 금방 사태의 흐름을 깨닫고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눈치를 챘다. 그는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다들 선물 보내지 마세요. 이성적인 소비. 알겠죠?”“와아아... 예찬이 귀여워. 똘똘하네.”각종 칭찬의 말이 댓글 창에 뒤덮였다.박윤우는 예찬이보다 더욱 관중들의 이쁨을 샀다.조하랑도 모니터 앞으로 와서 예찬이에게 말했다.“예찬아. 너보다 윤우가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은데?”예찬이는 매번 카메라 앞에 나올 때마다 잘 웃지도 못하고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윤우는 완전히 달랐다.“흥. 쟤는 다른 사람 비위를 제일 잘 맞추니까.”예찬이가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질투나?”조하랑도 이런 예찬이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박예찬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이모. 내가 내 동생 질투하는 사람으로 보여?”조하랑이 삽시에 목이 메었다.“나야 동생이 없으니까.”“그럼 우리 엄마 질투 나?”“당연히 안 나지. 너희 엄마가 잘 지낼수록 난 기분이 좋으니까.”“그럼 됐어. 난 그냥 저 남자의 마음이 이렇게 빨리 변하는 게 싫어.”조하랑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윤우는 아빠가 가지고 싶었던 게 아닐까?
저녁을 먹은 뒤 장명철 변호사는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 뒤면 재판이 열릴 것이기에 준비가 되었는지 물었다.증거자료 같은 것은 이미 준비가 끝났다. 다만 장명철이 걱정한 것은 박민정이 마음의 준비를 마쳤는가 이다. 하긴 법정에 출두해야 할 사람은 자신의 친엄마와 친동생이었기 때문이다. “네. 준비되었어요.”의외로 박민정의 대답은 확고했다.한수민이 병에 걸렸든 아니든 그녀는 박씨 가문의 유산을 되찾아야 했다.마침 재판이 청명절 이후라서 박민정은 유남준과 함께 유씨 집안 본가에 가서 제사를 지내야 했다.이튿날.박예찬이 돌아왔고 박민정은 형제 둘은 데리고 유남준과 함께 묘지로 가서 아버지와 은정숙의 제사를 지내고 차를 타고 본가로 향했다.가는 길에 윤우는 예찬이와 함께 라이브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예찬이는 귀찮은 듯 가끔 그의 말에 가볍게 대답을 한 두 마디 했다.그 시각. 유씨 저택 본가에서, 고영란은 손주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선물을 잔뜩 준비했다.예찬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애당초 예찬이를 만나기 위해 그녀는 갖은 애를 썼으니까 말이다.지금 와서 예찬이가 자신의 손주라는 사실을 알고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했다.윤소현은 그녀의 옆에 서서 그녀의 잔뜩 흥분한 얼굴을 보고는 살짝 질투 나서 말했다.“어머니, 우리 거실에서 기다려요. 여기 서 있으면 찬 바람 불잖아요?”그녀는 임신한 데다가 요즘 시도 때도 없이 한수민한테 불려 가서 충분히 힘들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밖에 서서 박민정과 그녀의 아이를 마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달갑지 않았다.“난 안 추워. 넌 임신했으니까 들어가서 앉아 있으렴.”고영란이 담담하게 말했다.윤소현은 혼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녀는 고영란 앞에서 좋은 며느리처럼 행동해서 유남우와의 결혼을 서둘러야 했다. “괜찮아요. 여기서 같이 기다릴게요.”윤소현이 그렇게 대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영란은 그저 두 아이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마침내 유남준의 차가 들어섰고 차가 멈추자 박민정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