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병실.박민정이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수민은 갑자기 발작한 병 때문에 고통을 꾹 참으면서 몸부림쳤다, 윤소현이 병실에 들어왔을 때, 한수민은 병실에서 풍기는 냄새 때문에 난감해하면서 얘기했다.“소현아, 가서 간병인 좀 불러줄래? 내가 못 참고 그만 이불에...”윤소현은 그 말을 듣고 그제야 무슨 일인지 눈치채고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한수민을 쳐다보았다.“엄마, 나이가 몇인데 침대에 소변을 봐요?”“미안해, 소현아. 내가 일부러 이런 건 아니고 병 때문에 그래. 그래도 더럽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거지?”한수민은 윤수현 앞에서 항상 작아졌다.한수민은 모든 돈을 윤씨 가문에 주었다. 하지만 윤석후가 이 돈을 다 관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한수민이 모든 돈을 관리하고 있었다.그래서 윤소현은 한수민이 죽고 그 권한을 자기한테 넘기기를 바랐다. 그렇기에 지금은 어쩔 수 없이 한수민을 관심하는 척 해야했다.“엄마, 내가 왜 엄마를 더럽다고 생각하겠어요. 난 엄마의 친딸이에요. 아까는 약간 놀라서 그랬어요. 바로 간병인을 불러올게요 이따가 의사 선생님이랑 간호사 선생님도 불러서 한번 확인해 봐요.”“응.”한수민은 안심이 되었다. 윤소현은 그녀의 친딸이니 절대로 그녀를 배신하거나 해치지 않을 것이다.윤소현은 얼른 간병인에게 전화를 걸어 빨리 와서 처리하라고 했다.간병인은 얼른 와서 한수민의 이불을 갈아주었다. 유명한 무용수였던 한수민이 지금 이렇게 될 줄,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의사의 치료 덕분에, 한수민의 몸은 겨우 나아지고 있었다.윤소현은 이곳에 더는 머무르고 싶지 않아 핑계를 대고 나갔다.한수민 앞에서 효도하는 척 하기 위해 여기 온 것이지, 그것 외에는 다른 의도가 없다.밖에 나와 깨끗한 공기를 들이마신 윤소현은 얼른 박민호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가 연결되자 윤소현은 누나다운 기세로 말했다.“박민호, 엄마가 아픈데 언제 돌아올 거야?”박민호는 현재 유남우의 도움을 받고 자기 회사를 차렸다. 한수민이 아프다는 말을 들은 박민호
박민호의 말을 들은 유남우는 이내 평온한 어투로 말했다.“우리는 민정 씨의 선택을 따를 수밖에 없어요.”박민호는 박민정을 납치해 와서라도 유남우에게 시집을 보내고 싶었다.“대표님. 모르시겠지만 누나가 유남준과 결혼 했을 때, 유남준은 저희 아버지를 잘 모시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못살게 굴고 저희 가문을 망치려고 작정을 했어요.”박민호는 지금도 자신의 집안의 몰락이 자기 혼자만의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그는 한수민이 유씨 가문에 가서 돈을 빌린 일도, 그가 단번에 회사와 아버지의 유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겨버린 일도 잊어버렸다.“걱정하지 마요. 앞으로는 내가 꼭 도와줄테니까요.”유남우가 대답했다.박민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그의 눈가에는 감동이 서려 있었다.그는 속으로 반드시 크게 성공하여 자신을 무시하던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리라 다짐했다....한편, 윤소현은 전화가 끊긴 것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들인 박민호도 자기 엄마를 돌보지 않는데 왜 딸인 자신이 돌봐야 하는 거지?윤소현은 핸드폰을 들어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하지만 윤소현은 알지 못했다. 한수민이 그 시각 윤소현에게 가방을 돌려주려고 왔다가 그녀의 말을 듣게 되었다는 사실을.“침대에 오줌을 쌌는데 진짜 더러워 죽겠어요. 들어갔는데 하마터면 토를 할 뻔했다니까요. 전 양어머니의 시중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지금 저 사람 시중을 들어야 한다니... 친아들도 상관하지 않는 여편네를... 진짜... 저 사람이 곧 죽을 거라는 걸 아니까 이러지 아니었으면...”말을 다 맺지 못한 윤소현이 고개를 돌리자 멀지 않은 곳에 한수민이 서 있었다.그녀는 얼른 통화를 끊고 애써 웃어 보였다.“엄마, 왜 나오셨어요? 걸을 수 있어요?”윤소현은 다급히 그녀에게 걸어갔다. 윤소현은 근심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한수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한수민은 한순간 방금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닌지 착각했다.하지만
한수민이 앞으로 혼자 걸어 나가자 뒤에 있는 간병인들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불쌍하시지. 저렇게 큰 병에 걸렸는데 남편과 아들은 오지도 않고 딸마저도 그냥 얼굴만 보이고 가고 말이야.”“그러니까. 환자분 따님이 치장은 화려하게 하고 다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야. 자기 엄마가 침대에 소변을 봤다고 인상을 쓰는 거, 아까 봤어?”“돈이 많다고 다 좋은 건 아니네.”등 뒤 간병인들의 말소리를 들은 한수민은 머릿속에 방금 병원 입구에서 들은 윤소현의 말이 떠올랐다.그녀는 순간 화가 나서 말했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내 남편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내 아들은 그냥 바빠서 못 온 거고 내 딸도 나를 사랑하니까 매일 나 보러 오는 거라고. 그저 질투나 하는 주제에!!”간병인들은 바로 입을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수민은 병실에 돌아와 침대에 누웠다. 귓가에는 방금 윤소현의 말과 간병인들의 대화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침대에 오줌을 쌌는데 진짜 더러워 죽겠어요. 들어갔는데 하마터면 토를 할 뻔했다니까요. 전 양어머니의 시중도 들어본 적이 없는데 지금 저 사람 시중을 들어야 한다니...”“환자분 따님이 치장은 화려하게 하고 다니지만 그게 무슨 소용이야. 자기 엄마가 침대에 소변을 봤다고 인상을 쓰는 거, 아까 봤어?”한수민처럼 저렇게 거만한 사람이, 어떻게 자기 딸이 자신한테 진심이 아니라고 인정할 수 있겠는가?게다가 그녀는 모든 희망을 딸에게 걸었다. 다시는 춤을 추지 않겠다는 약속도 어기고 윤소현을 위해 박씨 가문 재산을 모두 윤씨 가문에 넘겼다.한수민은 휴대폰을 들어 윤석후에게 전화를 걸었다.상대방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전화를 받았다.“또 무슨 일이야?”윤석후의 말투에는 귀찮음이 잔뜩 묻어 있었다.한수민은 윤석후가 귀찮아한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물었다.“여보. 일 아직 안 끝났어요? 언제 저 보러 와요? 나 병원에 혼자 있기 싫어요.”“말했잖아, 회사에 일이 생겨서 바쁘다고. 간병인도 두 명 붙여줬잖아. 심심하면
자기가 원하는 사랑을 위해 자기를 제일 사랑해주는 남자를 버린 것을 후회했다.“형식 씨. 나 엄청 미워하겠지?”한수민은 눈물을 닦으며 자신을 위로했다. 윤석후는 정말 바쁘고 윤소현도 진짜 일이 있어서 자신의 곁에 머무를 수 없었을 것이다.그녀는 핸드폰을 뒤적거리다가 자기도 모르게 가족 단톡방을 열었다. 안에는 박민정, 박형식, 박민호, 한수민. 네 사람이 있었다.채팅방에는 아직 박형식이 보낸 문자가 남아 있었다.[여보. 나 이 옷 입고 우리 딸 결혼식에 가면 멋있겠지?]박민정: [아빠 멋있어요.]한수민: [못생겼어요.]박형식: [그럼 다른 옷으로 바꿔서 서프라이즈 해줄게.]이것이 그가 채팅방에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한수민은 스크롤을 위로 올리며 자기도 모르게 박민정과의 채팅 페이지를 열었다.박민정이 한수민이 박민정을 낳아준 은혜를 모두 갚은 후, 두 사람은 더 이상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그녀는 스크롤을 위로 올리며 6년 전 박민정과 자신이 나눈 대화를 보게 되었다.[엄마. 생신 축하드려요. 오늘 제가 케이크를 샀는데 드셨어요?][엄마.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에 안 좋대요. 엄마 감기에 걸리셨으니까 제가 배즙 만들어 드릴게요.][엄마. 저 이혼하고 싶어요. 우리 이제 더는 다른 사람한테 빌붙어 살지 말아요.][엄마. 제가 돈 많이 벌어서 모시고 살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하지만 한수민이 박민정에게 보낸 답장은 모두 하나같이 차가웠다. 그녀는 박민정이 보낸 문자를 보며 박민정이 어렸을 때부터 말을 잘 듣고 귀여웠다는 사실을 떠올렸다.한수민이 무용수라는 것을 알기에, 박민정은 무대에 올라서 한수민의 자랑스러운 딸이 되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노력을 했다.한수민은 아직도 기억났다. 그녀가 무대에서 내려왔을 때 발이 온통 피투성이였다는 것을.또 한 번 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한수민이 산 위에 있는 꽃을 보고 예쁘다고 하자 박민정이 위협을 무릅쓰고 꽃을 꺾어다 주려다 하마터면 다리를 다칠 뻔한 적이 있다. 수많은 기억
박민정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유남준에게 하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말을 했다.“아직도 왜 그 사람이 저를 그렇게 싫어했는지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그저 딸을 싫어해서, 그저 냉혹한 사람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제가 오늘 뭘 본줄 알아요? 그렇게 아프면서도 아픈 걸 꾹 참고 윤소현에게 가방을 전해주러 나왔어요. 윤소현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못 들은 척했다고요. 전혀 한수민 씨답지 않았어요!”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내가 있잖아.”박민정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화 안 내요?”“그냥 퉁칠게.”유남준이 물었다.“뭐를요?”“내가 너를 3년 동안 무시하고, 넌 애들 데리고 4, 5년을 지냈으니 퉁 친 거 아니야?”유남준이 넌지시 물었다.박민정은 목에 뭐가 막힌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이내 돌아서서 그를 안았다.그녀가 주동적으로 안자 유남준은 온몸의 피가 굳은 듯 얼어버렸다. 하지만 곧장 손을 올려 그녀를 꽉 껴안았다.그는 애써 욕망을 억누르고 박민정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마른침을 삼켰다.“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 또 마음대로 떠나면, 알지?”박민정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그의 목에 입을 맞추었다.유남준의 몸이 굳어버렸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반격을 했다....이튿날. 박윤우는 아침을 다 먹을 때까지 부모님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고 이상해서 문을 두드리려고 했다. 이때 도우미 아줌마가 얼른 말렸다.“우리 은우. 엄마 아빠 방해하지 말자. 어젯밤 늦게 주무셨 거든.”도우미는 직원 방에서 자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방에서는 반대편 방 불이 꺼졌는지 아닌지 볼 수가 있었다.박윤후가 물었다.“아줌마. 엄마 어제 같이 잤어요?”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침실 불이 하나만 켜졌어. 오늘 청소하려고 가보니까 다른 방에는 사람이 없더라고.”박윤후는 어제 돌아오자마자 자서 부모님이 같이 자는지 아닌지를 몰랐다.그는 약간 후회했다
유남준은 본능적으로 박민정이 도망갈 거라고 생각하고 카드를 받지 않았다.“카드는 이미 유치원 주식 사는 데 썼어요. 지금은 그렇게 돈 쓸데도 없고, 그리고, 아무래도 제 돈은 제가 벌어서 쓰려고요.”박민정이 해명했다.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유남준은 안심했다.“네가 번 돈은 네 돈이고, 내가 준 돈도 네 돈이야. 다르지 않은 것 같아도 달라.”유남준이 잠시 머뭇거렸다.“남편은 당연히 아내한테 돈을 맡겨야 하는 거야. 내가 얼마나 있는지 진짜 알고 싶지 않아?”박민정은 당연히 궁금했다.“얼마 있는데요?”유남준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답했다.“셀 수 없을 만큼.”이것도 대답이라고 하는 건가?박민정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유남준은 자연스레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민정아. 며칠 후에 선물 하나 줄게.”“괜찮아요...”박민정은 무심코 거절했다.유남준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거절은 거절할게.”박민정은 어이가 없었다.결국 유남준의 횡포를 이기지 못하고 그에게 끌려 데이트하러 갔다.박민정은 무슨 특별한 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놀이공원이었다. 임산부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온다고?이 남자. 머리에 뭐가 문제가 있는 건가.결국 두 사람은 회전목마와 롤러코스터만 탔다.저녁에는 또 영화관에 갔는데 영화관에 통째를 대관했다. 여긴 시내 중심에 있는 영화관이다. 하지만 유남준이 전체를 대관해서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 입구에 선 채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예전에 매번 영화 보러 오고 싶다고 난리 치더니. 앞으로는 매주 영화 보러 오자, 어때?”유남준이 물었다.박민정은 매주 이렇게 이목을 끄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냥 집에서 봐요. 이렇게 밖에서 보면 잘 보이지도 않고 소리만 들을 수 있잖아요. 집에서는 소리도 크게 들을 수 있고 사람도 없어요.”“알았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유남준이 고분고분 말을 듣자 박민정은 어두운 빛을 통해 유남준의 훈훈한 옆모습을 보면서
정민기가 박윤우를 데리고 집에 온 것이었다. 윤우는 두 사람을 향해 힘껏 손을 저었다. 그러면서 몰래 사진을 찍어 예찬이에게 보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박예찬은 사진을 보자 미간을 찌푸렸다.“젠장!”이렇게 빨리 엄마를 꼬셨다고?박윤우는 이어서 메시지를 보냈다.[형. 앞으로 형도 아빠라고 불러야 해.][꺼져.]박예찬은 그에게 두 글자만 보냈다.그는 절대로 유남준을 아빠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김인우는 거실에서 물을 마시다가 박예찬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빼들었다. 그러다가 하마터면 입안에 있던 물을 뿜을 뻔했다.유남준이 박민정을 업었다니.김인우는 적지 않게 놀랐다.유남준은 여자는커녕, 여자 가방도 메본 적이 없다고!김인우는 뒤에서 몰래 사진을 찍어 저장하려고 했는데, 실수로 사진을 단톡방에 보내버렸다.그가 발견하기도 전에 톡방은 난리가 터졌다.메시지들이 단체로 쏟아졌고 돈을 뿌리는 사람들도 있었다.“남준아, 진정한 사랑 찾은 거 축하해.”사람들은 왜 유남준이 당시에는 쳐다도 보지 않았던 여자를 다시 좋아하게 됐는지 알 수 없었지만 유남준의 체면을 생각해 입에 바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방성원도 메시지를 한참 보다가 의문을 가졌다.유남준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사적인 일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건데. 김인우가 이런 짓을 했다는 걸 유남준이 알려나?두원 별장.박민정은 얼른 유남준에게 자신을 내려달라고 했다.박윤우도 차에서 내려 두 사람과 같이 산책하려 했다.길에서 산책하는 세 사람은 화기애애했다.유남준은 돌아오고 나서야 단톡방에 있는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보내진 음성메시지를 누르자 이내 축복이 쏟아졌다.이유를 모르는 그는 김인우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김인우는 그제서야 자신이 모르고 사진을 톡방에 보낸 것을 발견했다. 이미 취소할 수가 없는 메신저였다.“남준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모두들 너랑 제수씨 축복해주려고 그런거 같은데...”“갑자기?”“......”“말해. 무슨 일인데?!”김인우는 압박
박윤우가 물었다.“무슨 일?”“너 휴대폰이랑 컴퓨터 있어?”박예찬이 물었다.“난 없어. 근데 아빠한테 있어.”박예찬은 이 호칭을 싫어했다. 말끝마다 아빠, 아빠.“그럼 그 사람 컴퓨터로 계정 하나 로그인해서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생방송 해줘.”박예찬이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보내고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며 사장 노릇을 시작했다.박윤우는 라이브 생방송이 궁금하기도 했기에 이내 유남준의 컴퓨터를 빌려 플랫폼에 로그인했다.생방송 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비췄다. 모든 사람들은 눈앞의 아이가 이미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예찬아. 쪽쪽. 이모 보고 싶었어. 당장 로켓 하나 쏠게.”“예찬 오빠. 노래 알려줄 수 있어요? 저 올해 4살인데 엄마가 타자하는 법 가르쳐 줬어요.”“...”사방에서 선물을 쏘아댔다.박윤우는 금방 사태의 흐름을 깨닫고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눈치를 챘다. 그는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다들 선물 보내지 마세요. 이성적인 소비. 알겠죠?”“와아아... 예찬이 귀여워. 똘똘하네.”각종 칭찬의 말이 댓글 창에 뒤덮였다.박윤우는 예찬이보다 더욱 관중들의 이쁨을 샀다.조하랑도 모니터 앞으로 와서 예찬이에게 말했다.“예찬아. 너보다 윤우가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은데?”예찬이는 매번 카메라 앞에 나올 때마다 잘 웃지도 못하고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윤우는 완전히 달랐다.“흥. 쟤는 다른 사람 비위를 제일 잘 맞추니까.”예찬이가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질투나?”조하랑도 이런 예찬이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박예찬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이모. 내가 내 동생 질투하는 사람으로 보여?”조하랑이 삽시에 목이 메었다.“나야 동생이 없으니까.”“그럼 우리 엄마 질투 나?”“당연히 안 나지. 너희 엄마가 잘 지낼수록 난 기분이 좋으니까.”“그럼 됐어. 난 그냥 저 남자의 마음이 이렇게 빨리 변하는 게 싫어.”조하랑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윤우는 아빠가 가지고 싶었던 게 아닐까?
정수미는 윤소현의 말에 크게 놀랐다.“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다혜는 네 친딸이잖아!”사람마다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정수미는 친딸을 찾기 위해 무려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그런데 양딸은 자신의 친딸을 버리겠다고 말하고 있었다!정수미는 충격을 금할 수 없었고 윤소현을 정신 차리게 하고 싶은 마음에 이를 악물었다.하지만 윤소현은 여전히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그게 다 쓰레기 같은 사람들 때문이에요!”정수미는 그녀의 말에 숨이 막혀 잠시 호흡조차 가다듬기 힘들었다.“소현아, 그렇게 싫었으면 애초에 다혜를 낳지 말았어야지. 하지만 낳았다면 책임져야 한다는 걸 모르니?”그러나 윤소현은 요지부동이었다.“엄마, 그런 얘기 하지 마세요. 제가 만약 다혜를 데리고 정씨 가문으로 돌아가면요? 앞으로 제가 재혼이라도 하려면 얼마나 힘들겠어요!”이유가 이거라니... 이렇게 이기적인 양딸을 둔 게 놀라울 정도였다.“어떻게 됐든 분명히 말해두지만 아이를 버리는 일은 절대 안 돼. 만약 네가 다혜를 버린다면 나도 너와의 인연을 끊을 거야.”정수미의 말은 단호했다.자신의 친딸조차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자신에게 잘해줄 거라는 기대도 가질 수 없었다.윤소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며 외쳤다.“엄마, 저를 협박하시는 거예요?”정수미는 냉정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이만 가서 잘 생각해봐. 더 이상 너랑 말하고 싶지 않다.”하지만 윤소현은 비웃으며 말했다.“알아요. 이제 엄마에겐 친딸이 생겼으니 저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도 않겠죠. 차라리 그럴 거였으면 애초에 왜 저를 입양하셨어요? 저를 입양했으면 끝까지 책임져야 하는 거 아닌가요?”그녀는 똑같은 논리로 정수미에게 반박한 뒤 화난 얼굴로 방을 나섰다.문 밖에서 비서가 이 모든 대화를 똑똑히 들었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아가씨 정말 너무하시네요.”윤소현이 자신의 친딸을 버리겠다는 것과 정수미가 그녀와 인연을 끊겠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어떻게 책임을 회피하는 걸
박민정은 어떻게 그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신을 걱정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괜찮아요. 다들 저한테 정말 잘해주고 있어요.”그녀는 지금 발코니에 서서 뒤를 돌아보며 진서연과 친구들이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 장면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였다.“그래, 잘 지내고 있다니 다행이야. 혹시라도 힘든 일이 생기면 꼭 나한테 말해.”유남우의 말에 박민정은 휴대폰을 꽉 쥐며 입을 열었다.“저한테 솔직히 말해줘요. 제가 기억을 잃고 있던 이 1년 동안, 대체 무슨 약을 먹였어요? 그리고 어떤 치료를 했는지 다 말해줘요.”유남준이 그녀를 데리고 의사를 찾아갔을 때 김인우가 말했다.현재 박민정의 상태로는 회복이 어렵다고.약물이 신경을 망가뜨린 탓이라는 이야기에 박민정은 유남우가 자신을 정말 사랑한 적이 있었는지 의문이 들었다.유남우는 잠시 침묵했다.박민정은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그는 입을 열었다.“조금 있다가 1년 동안 네게 했던 치료 기록들을 보내줄게.”“좋아요.”박민정은 본능적으로 ‘고맙다’고 말하려다 멈췄다.생각해보니 굳이 고마워할 필요가 없었다.전화를 끊자 곧 유남우가 보낸 여러 치료 기록들이 휴대폰 화면에 나타났다.그 순간, 뒤에서 유남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혼자서 밖에 서 있으면 춥지 않나?”박민정은 깜짝 놀라며 휴대폰 화면을 껐다.사실 그녀는 유남준을 믿고 싶었지만 유남우가 남긴 상처 때문인지 여전히 타인을 쉽게 신뢰할 수 없었다.“아무 일도 아니에요. 그냥 바람 쐬고 있었어요.”박민정은 담담히 대답했다.유남준은 그녀가 뭔가 숨기고 있다는 걸 눈치챘지만 굳이 묻지 않았다.“저녁 준비 다 됐어. 이제 네가 오기만 하면 돼.”“네.”박민정은 짧게 대답한 뒤 안으로 들어갔다.모두와 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 박민정은 오랜만에 따뜻한 가족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식사 중에 진서연이 박민정에게 물었다.“보스, 내일도 회사에 오실 건가요?”박민정이
“몸을 저렇게 드러내는 걸 보니 딱 봐도 좋은 남자는 아니야. 앞으로는 그 사람하고 거리 좀 둬.”유남준의 말에 박민정은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그녀는 이런 표현이 남자에게도 쓸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다시 한번 무대 위의 에리를 바라보던 박민정은 이상하게 몇몇 여자를 떠올리고 말았다.그런 자신이 어색해진 그녀는 시선을 서둘러 돌리며 더는 에리를 보지 않기로 마음먹었다.계속 보면 괜히 쓸데없는 생각만 떠오를 것 같았기 때문이다.촬영이 끝난 에리가 서둘러 박민정에게 다가왔다. 그는 마치 유남준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며 물었다.“민정아, 나 어때?”박민정은 여전히 아까 유남준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아 다소 뻣뻣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괜찮았어.”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남준이 차갑게 끼어들었다.“뭐가 괜찮다는 거야?”“이 광고 다시 찍어요.”에리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대표님도 괜찮다는데 뭐가 문제라는 거죠? 혹시 유남준 씨 센스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요?”유남준은 지지 않고 맞받아쳤다.“내 아내가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회사를 맡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이 회사의 결정권자는 나에요. 다시 찍어요.”이어 그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싫으면 그만둬도 좋아요.”그 말이 끝나고 그는 박민정을 향해 돌아섰다.“가자, 여보.”박민정을 부를 때마다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여보’라는 말을 연달아 내뱉었다.에리의 눈에는 차가운 빛이 서렸고 그는 주먹을 천천히 쥐며 속으로 분노를 삭였다.이때 감독이 다가와 물었다.“이 광고 정말 다시 찍을까요?”유남준은 단호하게 대답했다.“다시 찍어요!”에리는 유남준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사적인 감정으로 공적인 결정을 흐리지 않는 그의 방식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유남준은 박민정의 손을 잡고 회사 밖으로 나섰고 박민정은 그의 손을 빼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남준 씨, 손 좀 놔줘요.”그러나 유남준은 손을 놓
PMJ 회사.박민정은 유남준과 함께 회사에 도착했는데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회사의 규모에 순간 멍해졌다.그녀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꼭대기 층의 대표실로 올라갔다.문을 열기도 전에 어디서 본 듯한 남자가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그 남자는 여우처럼 날카로운 눈매와 배우 뺨치는 잘생긴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온몸에서 풍기는 분위기는 전혀 부드럽지 않았다.연지석이 발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박민정과 시선이 마주치자 그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가 바로 일어서며 말했다.“민정아.”박민정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연지석은 이틀 전 박민정을 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이제야 그녀를 직접 보게 되어 마음이 격해졌다.지난 1년 동안 그는 박민정이 정말 사라진 줄 알았기에 더욱 그러했다.곧 설인하가 다가와 연지석에게 말했다.“사장님, 대표님께서 지금 기억을 잃으셔서 아마 사장님을 못 알아보실 거예요.”연지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민정에게 다가가 그녀의 혼란스러운 눈빛을 마주하며 말했다.“어릴 때 ‘뚱보’ 기억나?”“뚱보?”박민정은 어린 시절 대부분의 기억은 잃지 않은 터라 연지석의 잘생긴 얼굴을 보며 어릴 적 통통했던 얼굴이 겹쳐 떠올랐다.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네가 이렇게 컸다고?”그 말에 설인하가 웃음을 터뜨렸다.박민정은 자신의 말이 이상했음을 뒤늦게 깨닫고 약간 부끄러워하며 사과했다.“미안. 내가 지금 기억을 많이 잃었거든.”연지석은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무사한 것만으로도 충분해. 그래도 어릴 적 기억은 남아 있잖아?”한편, 유남준은 자신이 공기 취급당하는 기분이었다.박민정이 연지석은 기억하면서도 자신은 기억하지 못한다니. 그런데 하필 이때 또 다른 경쟁자가 나타났다.에리는 화장실에서 나와 박민정을 보자마자 반가운 눈빛으로 말했다.“민정아!”박민정은 밝은 에너지를 가진 에리를 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고 결국 설인하를 바라보며 도움을 청했다.설인하가 그녀에게 설명했다.“이분은 우리
박민정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더 이상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화장실 좀 다녀오려고요.”“그럼 왜 불은 안 켜?”유남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배려해 불을 켰다.은은한 조명 아래 박민정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왜 이렇게 얼굴이 빨개? 감기 걸린 거 아니야?”사실 박민정은 단순히 참기 힘든 것 외에도 팬티 조각 하나만 달랑 걸친 눈 앞의 남자 때문에 얼굴이 달아올랐다.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아니에요, 괜찮아요. 저, 화장실 다녀올게요.”그녀는 재빨리 화장실로 향했지만 문에 부딪힐 뻔했다.화장실에 들어간 박민정은 소음이 새어나갈까 봐 한층 더 조심스러웠다.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내일은 꼭 객실 준비를 해야겠어.”한편, 유남준은 소파에 앉아 그녀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박민정을 잠시라도 시야에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 혹시라도 그녀가 또다시 사라질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반대로 박민정은 화장실에서 나가기 싫었다. 유남준과 불필요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언제까지나 그 안에 머물 수는 없었기에 결국 그녀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나왔다.“어디 아픈 건 아니야? 화장실에서 오래 있었잖아.”“아니에요. 괜찮아요.”잠을 못 자서 머리가 조금 어지러웠지만 박민정은 힘없이 대답했다.“저는 괜찮으니까 남준 씨는 얼른 자요. 신경 쓰지 말고요.”유남준은 그녀의 상태를 보고 더욱 걱정스러웠다.“어딘가 불편하면 병원에 가자. 아니면 내가 개인 주치의를 부를게.”“정말 괜찮아요!”박민정은 황급히 부인했다.실은 너무 오래 참다보니 생긴 문제라는 걸 그는 알 리 없었다.침대로 돌아가 누운 그녀는 심장이 두근거려 잠들 수가 없었다.그녀가 또 일어날까 봐 유남준은 불을 끄지 않았고 박민정 역시 불을 끄지 않은 채 어쩔 수 없이 뒤척이며 반쯤 잠이 들었다.다음 날 아침, 박윤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그녀를 깨웠다.“엄마, 그리고 나쁜 아빠! 일어나서 아침 드세요!”박윤우
박민정은 그의 말을 듣고 조금 머쓱해졌다.“그건 좀 곤란한데요. 제가 소파에서 잘게요.”지금 그녀의 감각으로는 유남준에게서 친구 이상의 특별함을 느끼지 못했다.하지만 유남준은 그녀와 예의를 차릴 생각이 전혀 없는 듯 박민정 곁을 지나 이불을 들고 소파로 향하며 말했다.“괜찮아. 예전에 우리가 싸울 때도 내가 소파에서 잤잖아.”어딘가 억울함이 배어 있는 말투에 박민정은 점점 미안해졌다.“그래도 제가 소파에서 자는 게 맞는 것 같아요.”그녀는 그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았다.여기가 원래 그녀의 집이라지만 지금은 왠지 낯설었다.사실 원래는 동생 박민호가 이 집을 물려받았어야 했지만 조하랑의 말에 따르면 박민호가 이 집을 탕진했고 유남준이 나중에 다시 사들여 그녀에게 준 것이었다.이런저런 상황을 종합하면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빚진 것이 많았다.그런데도 자신이 침대를 차지하고 그를 소파에서 자게 한다니, 그녀로서는 도저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렇게 생각한 박민정은 유남준과 소파에서 자겠다고 다투기 시작했다.서로 이불을 잡아당기며 실랑이를 벌이던 중 박민정이 중심을 잃고 그만 유남준의 품으로 넘어졌다.유남준은 순간 숨을 멈추고 온몸이 뜨거워졌다.반면 박민정은 얼굴이 화끈거리며 땅이라도 있으면 파고들고 싶었다. 당황한 그녀는 손을 짚고 일어나려 했지만 그만 실수로 그의 가슴 어디쯤을 스치고 말았다.“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박민정의 얼굴은 지금 붉을 대로 붉어져 있었다.유남준은 목울대를 살짝 움직이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괜찮아.”“이제 그만해. 많이 피곤할 텐데 얼른 자.”그는 그녀가 계속 곁에 있으면 자신이 버틸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박민정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조용히 수긍했다.“네.”그녀는 내일 아침 진서연과 민수아를 찾아가 다른 방을 사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어릴 적 기억으로는 박씨 가문의 저택은 스무 명 넘게 살아도 충분히 넉넉했으니 분명 방이 있을 터였다.박민정은 침대로 돌아가 이불을
‘잘 지낼 수 있다고?’다음 순간, 박윤우가 키득키득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유남준이 고개를 돌려 보니 꼬맹이 박윤우가 아직 잠들지 않고 구석에 숨어 자신과 박민정의 대화를 엿보고 있었다. 순간 그의 얼굴이 어두워졌다.그는 먼저 박민정에게 부드럽게 말했다.“잠깐만 기다려.”“네.”박민정은 그가 무슨 일을 하려는지 몰랐지만 이내 박윤우의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아아아! 아빠, 진짜 내 친아빠 맞아요? 어떻게 애를 때릴 수 있어요?”박민정은 순간 멍해졌다. 놀랍게도 곧 박윤우의 태도가 바뀌었다.“흑흑흑... 사랑하는 아빠, 방금 농담한 거였어요. 아빠가 최고예요! 애를 때릴 리가 없죠. 다 저를 위한 거라는 거 알아요. 지금 바로 잘게요, 알았죠?”‘이게 무슨 상황이지?’‘어떻게 한 아이가 이렇게 빨리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거지?’유남준이 박윤우의 방에서 나온 후 집안은 금세 조용해졌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민수아와 진서연이 소곤소곤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유남준은 핸드폰을 들어 명령했다.“오늘 밤 민수아 씨와 진서연 씨에게 업무를 더 맡기죠.”그제야 집안은 완전히 고요해졌다.박민정은 거실 소파에 앉아 놀란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집안이 그렇게 시끌벅적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갑자기 조용해졌지?그녀는 지금 민수아와 진서연이 밤샘 근무 중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옷을 가져다줄게. 씻으러 가.”유남준이 다가와 자연스럽게 말했다.‘옷을?’박민정의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아, 아니에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제 옛날 옷은 어디 있죠? 그 위치만 알려주세요.”유남준은 그녀가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걸 알고 드레스 룸으로 안내했다.드레스 룸에는 박민정의 옷이 계절별로 꽉 차 있었는데 작은 옷가게를 방불케 했다.“제가 전에 옷이 이렇게 많았어요?”박민정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그녀는 어린 시절 한수민이 옷을 거의 사주지 않았던 기억만 떠올랐다.박씨 가문의 딸이었지만 늘 낡은 옷을
김인우는 박민정이 지금은 과거와 관련된 사람들과 일들을 더 많이 접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유남준은 하루 종일 그녀와 함께 박씨 가문의 본가에 머물렀고 박민정과 시간을 보내며 그는 그녀의 어린 시절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다.정민기가 사적으로 유남준에게 물었다.“다른 지인들도 불러볼까요?”“지금은 필요 없어요. 천천히 하죠. 민정이가 감당하기 어려울까 걱정이에요.”유남준은 박민정이 두통에 시달리는 모습을 본 적이 있기에 그녀가 힘들어지는 걸 원치 않았다.정민기는 고개를 끄덕였다.어느덧 밤이 찾아왔을 때 진서연과 다른 사람들도 돌아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식사가 끝난 후 유남준은 박민정에게 말했다.“우리 집으로 돌아가자. 며칠 뒤에 다시 오면 돼.”하지만 박민정은 움직이지 않고 소파에 앉아 말했다.“여기서 지내면 안 돼요?”옆에 있던 진서연이 바로 그녀를 껴안으며 말했다.“당연히 되죠! 보스, 예전에는 항상 우리랑 같이 지내셨잖아요.”박민정은 기뻐하며 말했다.“정말? 그럼 여기서 지낼래. 이렇게 하면 내 기억도 더 빨리 돌아오겠지.”그 말을 들은 유남준의 얼굴에는 살짝 어두운 빛이 스쳤다.그는 박민정과 단둘이 있는 시간을 원했는데 어째서 늘 누군가 끼어들려는 걸까?낮에는 기억을 찾고 밤에는 자신과 함께 있으면 안 되는 걸까?게다가 자신과 함께 있어도 충분히 기억을 되찾을 수 있지 않은가.“민정아, 윤우가 아직 집에 있어.”그러자 진서연이 눈치 없이 말했다.“그럼 윤우도 여기로 데려오죠!”유남준은 정말로 진서연을 내쫓고 싶었다.결혼하지 않았다고 부부에게 단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모른단 말인가?박민정은 이 말을 듣고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고 유남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좋아, 그럼 나랑 윤우도 같이 이사 올게.”‘같이?’박민정은 살짝 당황했다. 방금 전에는 단지 윤우만 데려오라는 뜻 아니었나?하지만 유남준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다른 사람들이 자신이 여기 남아도 되는지 묻는 건 중요하지
“치료 방법은? 있어?” 유남준이 묻자 김인우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당장은 몸을 천천히 회복시키는 것밖에 없어. 완치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어.”그는 이어 조언했다.“몸을 돌보는 동안 익숙한 사람들과 장소를 자주 접하게 해주는 것이 회복에 도움이 될 거야.”유남준은 짧게 알겠다고 대답한 뒤 병실로 향했다.여전히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던 박민정은 자신이 점점 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최근 들어 자주 두통을 겪었고 꿈도 많이 꾸었다.처음엔 그저 단순한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야 그 모든 것이 실제로 겪었던 일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유남준이 병실에 들어섰을 때 박민정은 여전히 창밖을 보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민정아, 이제 집으로 가자.”그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박민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익숙하면서도 어딘가 애틋하게 들리는 그 한마디에 가슴이 두근거렸다.며칠 전, 유남준이 그녀를 강제로 병원에 데려왔던 일이 떠오르자 그녀는 다소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저... 제가 혼자 갈 수 있어요.”유남준은 미소를 지었다.“알아. 이번엔 안아주지 않을게. 혼자 걸어가도 돼.”그는 늘 강단 있고 급한 성격이었다.그래서 박민정이 병원에 오기를 꺼릴 때 고민할 틈 없이 그녀를 안고 병원으로 데려왔던 것이다.박민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향해 걸어가며 유남준을 일부러 피했다.차에 올라타자 유남준은 운전기사에게 지시했다.“민정이가 예전에 자주 다녔던 길로 가.”“알겠습니다.”차창 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이 익숙했다.1년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지만 거리 곳곳에는 변화가 엿보였다.박민정은 그것들이 낯설지 않았지만 특별히 떠오르는 기억은 없었다.차는 곧 박민정의 옛 집, 박씨 집안의 본가에 도착했다.현재 이곳에는 진서연, 설인하, 민수아 그리고 정민기가 함께 머물고 있었다.정민기는 1년 동안 박민정을 찾기 위해 애썼고 그녀가 돌아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박민정이 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