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은 더 이상 거절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며 유남준에게 하는 말인지, 혼잣말인지 모를 말을 했다.“아직도 왜 그 사람이 저를 그렇게 싫어했는지 모르겠어요 예전에는 그저 딸을 싫어해서, 그저 냉혹한 사람이라서 그런 줄 알았는데. 제가 오늘 뭘 본줄 알아요? 그렇게 아프면서도 아픈 걸 꾹 참고 윤소현에게 가방을 전해주러 나왔어요. 윤소현이 자기를 싫어한다는 말을 들었는데도 못 들은 척했다고요. 전혀 한수민 씨답지 않았어요!”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내가 있잖아.”박민정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화 안 내요?”“그냥 퉁칠게.”유남준이 물었다.“뭐를요?”“내가 너를 3년 동안 무시하고, 넌 애들 데리고 4, 5년을 지냈으니 퉁 친 거 아니야?”유남준이 넌지시 물었다.박민정은 목에 뭐가 막힌 것 같았다. 그러다가 이내 돌아서서 그를 안았다.그녀가 주동적으로 안자 유남준은 온몸의 피가 굳은 듯 얼어버렸다. 하지만 곧장 손을 올려 그녀를 꽉 껴안았다.그는 애써 욕망을 억누르고 박민정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마른침을 삼켰다.“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말해. 또 마음대로 떠나면, 알지?”박민정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들어 그의 목에 입을 맞추었다.유남준의 몸이 굳어버렸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반격을 했다....이튿날. 박윤우는 아침을 다 먹을 때까지 부모님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고 이상해서 문을 두드리려고 했다. 이때 도우미 아줌마가 얼른 말렸다.“우리 은우. 엄마 아빠 방해하지 말자. 어젯밤 늦게 주무셨 거든.”도우미는 직원 방에서 자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방에서는 반대편 방 불이 꺼졌는지 아닌지 볼 수가 있었다.박윤후가 물었다.“아줌마. 엄마 어제 같이 잤어요?”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침실 불이 하나만 켜졌어. 오늘 청소하려고 가보니까 다른 방에는 사람이 없더라고.”박윤후는 어제 돌아오자마자 자서 부모님이 같이 자는지 아닌지를 몰랐다.그는 약간 후회했다
유남준은 본능적으로 박민정이 도망갈 거라고 생각하고 카드를 받지 않았다.“카드는 이미 유치원 주식 사는 데 썼어요. 지금은 그렇게 돈 쓸데도 없고, 그리고, 아무래도 제 돈은 제가 벌어서 쓰려고요.”박민정이 해명했다.그녀의 말을 듣고 나서야 유남준은 안심했다.“네가 번 돈은 네 돈이고, 내가 준 돈도 네 돈이야. 다르지 않은 것 같아도 달라.”유남준이 잠시 머뭇거렸다.“남편은 당연히 아내한테 돈을 맡겨야 하는 거야. 내가 얼마나 있는지 진짜 알고 싶지 않아?”박민정은 당연히 궁금했다.“얼마 있는데요?”유남준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답했다.“셀 수 없을 만큼.”이것도 대답이라고 하는 건가?박민정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유남준은 자연스레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민정아. 며칠 후에 선물 하나 줄게.”“괜찮아요...”박민정은 무심코 거절했다.유남준이 그녀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거절은 거절할게.”박민정은 어이가 없었다.결국 유남준의 횡포를 이기지 못하고 그에게 끌려 데이트하러 갔다.박민정은 무슨 특별한 게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놀이공원이었다. 임산부를 데리고 놀이공원에 온다고?이 남자. 머리에 뭐가 문제가 있는 건가.결국 두 사람은 회전목마와 롤러코스터만 탔다.저녁에는 또 영화관에 갔는데 영화관에 통째를 대관했다. 여긴 시내 중심에 있는 영화관이다. 하지만 유남준이 전체를 대관해서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 입구에 선 채 들어오지 못하고 있었다.“예전에 매번 영화 보러 오고 싶다고 난리 치더니. 앞으로는 매주 영화 보러 오자, 어때?”유남준이 물었다.박민정은 매주 이렇게 이목을 끄는 일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냥 집에서 봐요. 이렇게 밖에서 보면 잘 보이지도 않고 소리만 들을 수 있잖아요. 집에서는 소리도 크게 들을 수 있고 사람도 없어요.”“알았어.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자.”유남준이 고분고분 말을 듣자 박민정은 어두운 빛을 통해 유남준의 훈훈한 옆모습을 보면서
정민기가 박윤우를 데리고 집에 온 것이었다. 윤우는 두 사람을 향해 힘껏 손을 저었다. 그러면서 몰래 사진을 찍어 예찬이에게 보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박예찬은 사진을 보자 미간을 찌푸렸다.“젠장!”이렇게 빨리 엄마를 꼬셨다고?박윤우는 이어서 메시지를 보냈다.[형. 앞으로 형도 아빠라고 불러야 해.][꺼져.]박예찬은 그에게 두 글자만 보냈다.그는 절대로 유남준을 아빠라고 부르지 않을 것이다!김인우는 거실에서 물을 마시다가 박예찬이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것을 보고 고개를 빼들었다. 그러다가 하마터면 입안에 있던 물을 뿜을 뻔했다.유남준이 박민정을 업었다니.김인우는 적지 않게 놀랐다.유남준은 여자는커녕, 여자 가방도 메본 적이 없다고!김인우는 뒤에서 몰래 사진을 찍어 저장하려고 했는데, 실수로 사진을 단톡방에 보내버렸다.그가 발견하기도 전에 톡방은 난리가 터졌다.메시지들이 단체로 쏟아졌고 돈을 뿌리는 사람들도 있었다.“남준아, 진정한 사랑 찾은 거 축하해.”사람들은 왜 유남준이 당시에는 쳐다도 보지 않았던 여자를 다시 좋아하게 됐는지 알 수 없었지만 유남준의 체면을 생각해 입에 바른 말을 하기 시작했다. 방성원도 메시지를 한참 보다가 의문을 가졌다.유남준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사적인 일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건데. 김인우가 이런 짓을 했다는 걸 유남준이 알려나?두원 별장.박민정은 얼른 유남준에게 자신을 내려달라고 했다.박윤우도 차에서 내려 두 사람과 같이 산책하려 했다.길에서 산책하는 세 사람은 화기애애했다.유남준은 돌아오고 나서야 단톡방에 있는 메시지들을 확인했다. 보내진 음성메시지를 누르자 이내 축복이 쏟아졌다.이유를 모르는 그는 김인우에게 곧장 전화를 걸었다.김인우는 그제서야 자신이 모르고 사진을 톡방에 보낸 것을 발견했다. 이미 취소할 수가 없는 메신저였다.“남준아.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모두들 너랑 제수씨 축복해주려고 그런거 같은데...”“갑자기?”“......”“말해. 무슨 일인데?!”김인우는 압박
박윤우가 물었다.“무슨 일?”“너 휴대폰이랑 컴퓨터 있어?”박예찬이 물었다.“난 없어. 근데 아빠한테 있어.”박예찬은 이 호칭을 싫어했다. 말끝마다 아빠, 아빠.“그럼 그 사람 컴퓨터로 계정 하나 로그인해서 앞으로 시간 날 때마다 생방송 해줘.”박예찬이 계정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보내고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며 사장 노릇을 시작했다.박윤우는 라이브 생방송이 궁금하기도 했기에 이내 유남준의 컴퓨터를 빌려 플랫폼에 로그인했다.생방송 카메라가 그의 얼굴을 비췄다. 모든 사람들은 눈앞의 아이가 이미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예찬아. 쪽쪽. 이모 보고 싶었어. 당장 로켓 하나 쏠게.”“예찬 오빠. 노래 알려줄 수 있어요? 저 올해 4살인데 엄마가 타자하는 법 가르쳐 줬어요.”“...”사방에서 선물을 쏘아댔다.박윤우는 금방 사태의 흐름을 깨닫고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눈치를 챘다. 그는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다들 선물 보내지 마세요. 이성적인 소비. 알겠죠?”“와아아... 예찬이 귀여워. 똘똘하네.”각종 칭찬의 말이 댓글 창에 뒤덮였다.박윤우는 예찬이보다 더욱 관중들의 이쁨을 샀다.조하랑도 모니터 앞으로 와서 예찬이에게 말했다.“예찬아. 너보다 윤우가 더 인기가 많은 것 같은데?”예찬이는 매번 카메라 앞에 나올 때마다 잘 웃지도 못하고 차가운 표정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윤우는 완전히 달랐다.“흥. 쟤는 다른 사람 비위를 제일 잘 맞추니까.”예찬이가 고개를 휙 하고 돌렸다.“질투나?”조하랑도 이런 예찬이의 모습은 처음 보았다.박예찬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이모. 내가 내 동생 질투하는 사람으로 보여?”조하랑이 삽시에 목이 메었다.“나야 동생이 없으니까.”“그럼 우리 엄마 질투 나?”“당연히 안 나지. 너희 엄마가 잘 지낼수록 난 기분이 좋으니까.”“그럼 됐어. 난 그냥 저 남자의 마음이 이렇게 빨리 변하는 게 싫어.”조하랑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윤우는 아빠가 가지고 싶었던 게 아닐까?
저녁을 먹은 뒤 장명철 변호사는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어 며칠 뒤면 재판이 열릴 것이기에 준비가 되었는지 물었다.증거자료 같은 것은 이미 준비가 끝났다. 다만 장명철이 걱정한 것은 박민정이 마음의 준비를 마쳤는가 이다. 하긴 법정에 출두해야 할 사람은 자신의 친엄마와 친동생이었기 때문이다. “네. 준비되었어요.”의외로 박민정의 대답은 확고했다.한수민이 병에 걸렸든 아니든 그녀는 박씨 가문의 유산을 되찾아야 했다.마침 재판이 청명절 이후라서 박민정은 유남준과 함께 유씨 집안 본가에 가서 제사를 지내야 했다.이튿날.박예찬이 돌아왔고 박민정은 형제 둘은 데리고 유남준과 함께 묘지로 가서 아버지와 은정숙의 제사를 지내고 차를 타고 본가로 향했다.가는 길에 윤우는 예찬이와 함께 라이브에 관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예찬이는 귀찮은 듯 가끔 그의 말에 가볍게 대답을 한 두 마디 했다.그 시각. 유씨 저택 본가에서, 고영란은 손주들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 선물을 잔뜩 준비했다.예찬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애당초 예찬이를 만나기 위해 그녀는 갖은 애를 썼으니까 말이다.지금 와서 예찬이가 자신의 손주라는 사실을 알고 그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아했다.윤소현은 그녀의 옆에 서서 그녀의 잔뜩 흥분한 얼굴을 보고는 살짝 질투 나서 말했다.“어머니, 우리 거실에서 기다려요. 여기 서 있으면 찬 바람 불잖아요?”그녀는 임신한 데다가 요즘 시도 때도 없이 한수민한테 불려 가서 충분히 힘들었다. 그러니 지금 이렇게 밖에 서서 박민정과 그녀의 아이를 마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달갑지 않았다.“난 안 추워. 넌 임신했으니까 들어가서 앉아 있으렴.”고영란이 담담하게 말했다.윤소현은 혼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녀는 고영란 앞에서 좋은 며느리처럼 행동해서 유남우와의 결혼을 서둘러야 했다. “괜찮아요. 여기서 같이 기다릴게요.”윤소현이 그렇게 대답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고영란은 그저 두 아이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마침내 유남준의 차가 들어섰고 차가 멈추자 박민정과
박예찬과 박윤우는 자신들을 향한 고영란의 진심에 감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심란했다. 할머니와 엄마 가운데서 선택하라면 그들은 무조건 엄마를 선택할 것이다.그들이 지금 보기에는 고영란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과거에 고영란이 박민정을 괴롭힌 것을 용서한 것은 아니었다.“민정아, 남준아. 난 두 아이를 데리고 먼저 놀이공원에 갔다가 저녁에 올 테니까 둘이 같이 시간 보내.”청명절은 내일이었다.고영란도 오늘은 마음껏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네.”박민정도 거절하지 않았다.윤소현은 고영란이 자신한테 당부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가버릴 줄 몰랐다.그녀는 아랫배에 손을 얹었다. 아쉽게도 뱃속에 품은 이 아이는 유씨 집안의 진정한 손자가 아니었다.그녀는 반드시 두 아이를 제거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고 나서 배 속의 아이가 태어난 후, 다시 유남우의 아이를 가질 것이다.한편, 고영란은 두 손자를 데리고 놀이동산으로 왔다.“예찬아, 윤우아. 학교에서는 요즘 어떻게 지내니. 괴롭히는 애들은 없지?”고영란이 물었다.박윤우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친구들 모두 저 좋아해요. 괴롭히는 사람 없어요.”“저도 없어요.”박예찬도 간단히 답했다.“그럼 다행이다. 만약 누가 너희들 괴롭히면 할머니한테 말해. 할머니가 혼내줄게.”고영란은 또 전에 박윤우가 유지훈한테 하마터면 맞을뻔한 일이 생각나서 물었다.“윤우야. 너는 몸도 안 좋은데, 혹시 학교 가기 싫으면 할머니가 개인 교사 불러줄게.”박윤우는 곧장 거절했다.“저는 유치원 가는 게 좋아요.”고영란은 그 말을 듣고 자연스레 손주의 말을 따랐다.두 귀여운 아이들과 있으니 그녀는 기분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젊어지는 것 같았다.“어휴. 박민정만 아니었으면 할머니가 너희를 데리고 키우는 건데.”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속으로 박민정을 질투하고 있었다.자신의 손주를 오랫동안 데리고 가더니 지금은 이렇게 컸으니 말이다.박예찬은 그녀 말의 다른 뜻을 깨닫고 물었다.“할머니. 그럼 저희 엄마가
고영란은 머리가 아파졌다. 어떻게 자신이 박민정을 좋아한다는 것을 증명하지?그녀가 답하지 않자 박윤우는 연기력을 불태워 글썽였다.“흥. 엄마 좋아한다면서 증명도 못 하고.”“엄마가 딸 같으시다면서 엄마한테 밥 한 끼 해준 적 있어요? 엄마가 아플 때 보살펴 주거나 엄마가 힘들 때 위로해 준 적 있어요? 엄마가 심술부릴 때 들어준 적 있어요?”박예찬도 따라 물었다.고영란은 두 손자가 이렇게까지 말을 잘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종래로 박민정을 좋게 대해준 적이 없었다. 밥을 해주고 보살펴 주는 건커녕, 그녀를 곤란하게 하지 않으면 이미 충분히 자비로웠다.고영란이 한마디도 못 하자 박예찬이 말했다.“윤우아, 울지마. 우리 내리자. 할머니 분명 우리를 반기지 않으실 거야. 그렇지 않으면 오늘 엄마가 오셨는데 엄마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하셨을 리가 없잖아?”고영란은 급히 두 아이를 잡았다.“윤우야, 예찬아. 증명하라며? 조금 있다가 할머니가 증명해 줄게. 할머니는 정말 너희 엄마 좋아해.”두 아이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인정하고 그녀를 따라 놀이동산으로 향했다.그날 밤. 놀이동산에서 돌아온 두 아이는 고영란이 박민정을 이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저녁 식사를 할 때. 고영란은 화려한 에메랄드 장신구를 꺼내 박민정에게 건넸다.“자. 내가 너한테 주는 거다.”박민정은 약간 의외였다. 지금껏 유남준과 몇 년간 결혼생활을 했지만 한 번도 고영란에게서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괜찮아요. 저 이런 거 안 써요.”박민정은 습관적으로 거절했다.고영란은 두 손자 앞에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 해도 가져가. 이 장신구는 시어머니인 내가 결혼할 때 받은 거야. 내 마음이니까 받아.”고영란이 시어머니라고 자칭하는 것에, 박민정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박민정이 거절하려고 했는데 유남준이 대신 받았다.“어머니가 주시는데 그냥 받아.”한편 박윤우도 같이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엄마.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제 아내한테 주
고영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사람을 시켜 음식을 내오게 했다.음식이 나온 후 고영란은 자기가 박민정을 좋아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음식을 박민정의 그릇에 짚어주기도 했다.“민정아, 쌍둥이를 임신했으니 많이 먹어야지.”박민정은 고영란이 180도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고영란의 행동은 오히려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결국 저녁을 다 먹고, 그들은 돌아와서 휴식을 취했다.두 아이를 재운 후, 유남준은 박민정을 끌고 방으로 돌아갔다.박민정은 또 그와 함께 누운 채로 참지 못하고 물었다.“오늘 당신 어머니가 이상한 것 같지 않아요?”유남준은 그녀를 안은 채로 진작 눈치챘다는 듯 대답했다. “놀랄 것 없어. 그저 예찬이와 윤우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거야.”박민정은 그제야 깨달았다.“그렇군요. 어쩐지... 읍...”유남준의 키스에 박민정의 말은 삼켜졌다....청명.비가 보슬보슬 내렸다.박민정은 아침에 두 아이한테 어두운색의 정장을 준비해 주었다.오늘은 청명이니 유씨 가문 사람들을 많이 만날 것이다.“예찬아, 윤우 잘 챙겨줘. 이따가 사람이 많으면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박예찬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엄마.”박윤우는 입을 비죽거렸다.“엄마, 내가 바보도 아니고, 왜 길을 잃겠어요?”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웃고는 아이들의 머리를 매만졌다.“알겠어. 우리 애들이 가장 총명한 걸 나도 잘 알지.”두 아이는 얼굴이 붉어져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왜 아직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지 의아해했다.그녀가 방으로 들어가 확인해보려고 했을 때, 유남준은 웃옷을 입지 않은 채로 박민정은 등지고 서 있었다.“왜 옷을 안 입었어요?”박민정은 괜히 부끄러웠다.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 옷을 건네주며 말했다.“입혀줘. 난 앞이 안 보이니까.”박민정은 옷을 건네받았다. 평소에는 혼자서만 잘 입는 셔츠면서, 오늘은 왜 입혀달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알아서 입어요.”박민정이 옷을 돌려주었다.박민정은 받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