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예찬과 박윤우는 자신들을 향한 고영란의 진심에 감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심란했다. 할머니와 엄마 가운데서 선택하라면 그들은 무조건 엄마를 선택할 것이다.그들이 지금 보기에는 고영란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과거에 고영란이 박민정을 괴롭힌 것을 용서한 것은 아니었다.“민정아, 남준아. 난 두 아이를 데리고 먼저 놀이공원에 갔다가 저녁에 올 테니까 둘이 같이 시간 보내.”청명절은 내일이었다.고영란도 오늘은 마음껏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네.”박민정도 거절하지 않았다.윤소현은 고영란이 자신한테 당부 한마디도 없이 이렇게 가버릴 줄 몰랐다.그녀는 아랫배에 손을 얹었다. 아쉽게도 뱃속에 품은 이 아이는 유씨 집안의 진정한 손자가 아니었다.그녀는 반드시 두 아이를 제거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러고 나서 배 속의 아이가 태어난 후, 다시 유남우의 아이를 가질 것이다.한편, 고영란은 두 손자를 데리고 놀이동산으로 왔다.“예찬아, 윤우아. 학교에서는 요즘 어떻게 지내니. 괴롭히는 애들은 없지?”고영란이 물었다.박윤우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친구들 모두 저 좋아해요. 괴롭히는 사람 없어요.”“저도 없어요.”박예찬도 간단히 답했다.“그럼 다행이다. 만약 누가 너희들 괴롭히면 할머니한테 말해. 할머니가 혼내줄게.”고영란은 또 전에 박윤우가 유지훈한테 하마터면 맞을뻔한 일이 생각나서 물었다.“윤우야. 너는 몸도 안 좋은데, 혹시 학교 가기 싫으면 할머니가 개인 교사 불러줄게.”박윤우는 곧장 거절했다.“저는 유치원 가는 게 좋아요.”고영란은 그 말을 듣고 자연스레 손주의 말을 따랐다.두 귀여운 아이들과 있으니 그녀는 기분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젊어지는 것 같았다.“어휴. 박민정만 아니었으면 할머니가 너희를 데리고 키우는 건데.”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속으로 박민정을 질투하고 있었다.자신의 손주를 오랫동안 데리고 가더니 지금은 이렇게 컸으니 말이다.박예찬은 그녀 말의 다른 뜻을 깨닫고 물었다.“할머니. 그럼 저희 엄마가
고영란은 머리가 아파졌다. 어떻게 자신이 박민정을 좋아한다는 것을 증명하지?그녀가 답하지 않자 박윤우는 연기력을 불태워 글썽였다.“흥. 엄마 좋아한다면서 증명도 못 하고.”“엄마가 딸 같으시다면서 엄마한테 밥 한 끼 해준 적 있어요? 엄마가 아플 때 보살펴 주거나 엄마가 힘들 때 위로해 준 적 있어요? 엄마가 심술부릴 때 들어준 적 있어요?”박예찬도 따라 물었다.고영란은 두 손자가 이렇게까지 말을 잘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종래로 박민정을 좋게 대해준 적이 없었다. 밥을 해주고 보살펴 주는 건커녕, 그녀를 곤란하게 하지 않으면 이미 충분히 자비로웠다.고영란이 한마디도 못 하자 박예찬이 말했다.“윤우아, 울지마. 우리 내리자. 할머니 분명 우리를 반기지 않으실 거야. 그렇지 않으면 오늘 엄마가 오셨는데 엄마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하셨을 리가 없잖아?”고영란은 급히 두 아이를 잡았다.“윤우야, 예찬아. 증명하라며? 조금 있다가 할머니가 증명해 줄게. 할머니는 정말 너희 엄마 좋아해.”두 아이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인정하고 그녀를 따라 놀이동산으로 향했다.그날 밤. 놀이동산에서 돌아온 두 아이는 고영란이 박민정을 이뻐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저녁 식사를 할 때. 고영란은 화려한 에메랄드 장신구를 꺼내 박민정에게 건넸다.“자. 내가 너한테 주는 거다.”박민정은 약간 의외였다. 지금껏 유남준과 몇 년간 결혼생활을 했지만 한 번도 고영란에게서 선물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괜찮아요. 저 이런 거 안 써요.”박민정은 습관적으로 거절했다.고영란은 두 손자 앞에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안 해도 가져가. 이 장신구는 시어머니인 내가 결혼할 때 받은 거야. 내 마음이니까 받아.”고영란이 시어머니라고 자칭하는 것에, 박민정은 적응이 되지 않았다.박민정이 거절하려고 했는데 유남준이 대신 받았다.“어머니가 주시는데 그냥 받아.”한편 박윤우도 같이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엄마.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제 아내한테 주
고영란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사람을 시켜 음식을 내오게 했다.음식이 나온 후 고영란은 자기가 박민정을 좋아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직접 음식을 박민정의 그릇에 짚어주기도 했다.“민정아, 쌍둥이를 임신했으니 많이 먹어야지.”박민정은 고영란이 180도 달라졌다고 생각했다. 고영란의 행동은 오히려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결국 저녁을 다 먹고, 그들은 돌아와서 휴식을 취했다.두 아이를 재운 후, 유남준은 박민정을 끌고 방으로 돌아갔다.박민정은 또 그와 함께 누운 채로 참지 못하고 물었다.“오늘 당신 어머니가 이상한 것 같지 않아요?”유남준은 그녀를 안은 채로 진작 눈치챘다는 듯 대답했다. “놀랄 것 없어. 그저 예찬이와 윤우한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거야.”박민정은 그제야 깨달았다.“그렇군요. 어쩐지... 읍...”유남준의 키스에 박민정의 말은 삼켜졌다....청명.비가 보슬보슬 내렸다.박민정은 아침에 두 아이한테 어두운색의 정장을 준비해 주었다.오늘은 청명이니 유씨 가문 사람들을 많이 만날 것이다.“예찬아, 윤우 잘 챙겨줘. 이따가 사람이 많으면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박예찬이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엄마.”박윤우는 입을 비죽거렸다.“엄마, 내가 바보도 아니고, 왜 길을 잃겠어요?”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웃고는 아이들의 머리를 매만졌다.“알겠어. 우리 애들이 가장 총명한 걸 나도 잘 알지.”두 아이는 얼굴이 붉어져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박민정은 유남준이 왜 아직도 방에서 나오지 않는지 의아해했다.그녀가 방으로 들어가 확인해보려고 했을 때, 유남준은 웃옷을 입지 않은 채로 박민정은 등지고 서 있었다.“왜 옷을 안 입었어요?”박민정은 괜히 부끄러웠다.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 옷을 건네주며 말했다.“입혀줘. 난 앞이 안 보이니까.”박민정은 옷을 건네받았다. 평소에는 혼자서만 잘 입는 셔츠면서, 오늘은 왜 입혀달라고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알아서 입어요.”박민정이 옷을 돌려주었다.박민정은 받지 않
사람들은 아이와 유남준을 자세히 쳐다보았다. 확실히 엄청 닮았다. 그 눈은 정말 검은 보석처럼 사람의 마음을 홀리게 하는 재주가 있었다.오직 한 여자만이 박민정 얼굴에 생긴 흉터를 발견하고 입을 열었다.“민정 씨 얼굴은 무슨 일이래? 저렇게 긴 흉터가 남다니. 수술로 없애버리지.”박민정이 흉터를 없애지 않은 건, 매일 아침 일어나 거울 속의 흉터를 보면서 누가 예찬이를 해치려고 한 건지 잊지 않기 위해서였다.뼛속까지 기억해서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야 했다.그리고 더 강해져서 앞으로 아이가 다칠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유명훈은 상석에 앉았고 유지훈은 그의 옆에 깡패처럼 앉아있었다.다른 아이들은 유지훈을 보면 그를 건드리기 싫어서 도망가기 일쑤였다.유지훈은 유명훈이 가장 아끼는 아이니까 말이다. “네가 예찬이야? 둘이 정말 똑같게 생겼구나!”유명훈은 박예찬을 보면서 손을 흔들었다.“이리 와, 할아버지가 좀 보자꾸나.”박예찬은 허리를 꼿꼿이 펴고 다른 사람들 앞에서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유명훈의 앞에 왔다.“할아버지.”그의 목소리는 윤우처럼 발랄하지 않았다. 오히려 진중한 어른 같았다. “기다려 봐. 할아버지가 너랑 윤우를 데리고 친척들을 소개해 줄게.”박예찬과 박윤우가 유씨 가문에 온 후, 다른 유씨 가문의 친척들은 이 자리에서 처음으로 두 아이를 만나게 되었다. 이건 좋은 기회다.“네.”박예찬은 진작 인터넷에서 이 친척들에 대해 찾아보았다. 박예찬은 이곳의 모든 사람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회사까지 말이다.하지만 그는 모르는 척 해야 한다.지금 유남준은 눈이 먼 상태인데, 이 친척들이 보기에는 자애로워 보여도, 뒤에서는 무슨 일을 할지 모르니까 말이다.만약 그들이 박예찬과 박윤우를 해치려고 한다면 박예찬은 자기를 보호하기 어려웠다.그러니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척을 해야 한다.유지훈은 달랐다. 유지훈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얘기했다.“할아버지, 제가 할게요!”유명훈은 유지훈의 말을 듣고 환하게
유지훈은 박예찬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깜짝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내가 뭐라고 했다고.”유지훈은 박예찬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기를 때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박윤우는 박예찬의 손을 잡고 얘기했다.“형, 아까 우리보고 굴러들어 온 자식이라고 그래서 멍청하다고 했어.”박예찬의 눈에는 한기가 서려 있었다. 연기는 이제 끝이다. 그는 아예 유명훈의 앞에서 친척들의 이름을 바 부르기 시작했다.가장 가까이 서 있던 유성혁과 최현아부터였다.“삼촌, 숙모.”그리고 하나씩 불렀다.“셋째 이모할머니, 사촌 삼촌, 사촌 숙모...”유씨 가문의 친척은 아주 많았다. 박예찬은 거의 반 시간 동안 그들을 불렀다. 단 한번도 틀리지 않고 말이다.모든 사람은 그 모습에 놀랐다. 처음 만나는 것일 텐데 이들의 얼굴과 이름을 이렇게 빨리 기억하다니. 기억력이 아주 좋았다.박예찬은 모든 친척들을 다 부른 다음에 유지훈을 쳐다보았다.유지훈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서 믿을 수 없다는 듯 얘기했다.“어떻게 다 기억한 거야.”만약 한 번에 100여 명의 얼굴과 이름을 외우라고 한다면 분명 외우지 못할 것이다.유지훈의 부모는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해하면서 질투 가득한 눈빛으로 쏘아보았다.박예찬은 그 말을 듣고 비꼬면서 말했다.“이게 어려운 일인가?”유지훈은 약간 말을 더듬었다.“하지만, 아, 아까는 기억 못 했다면서.”옆의 박윤우가 웃으면서 말했다.“겸손이란 거 몰라?”유지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유명훈은 옆에 앉아서 기뻐하며 말했다.“됐어, 됐어, 싸우지 마. 사촌지간이니 친하게 지내야지.”말을 마친 유명훈은 부드러운 시선으로 박예찬을 쳐다보았다. 어쩐지 김훈이 박예찬을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총명한 증손자가 있다면 그도 보내지 않을 것이다.박민정은 박예찬과 박윤우를 보면서 확실히 놀랐다.박예찬의 기억력이 좋은 것은 맞으나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다. 거의 한 번 보면 다 기억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유명훈은 두 아이더
제사를 마친 후, 그들은 산을 올라 청소를 시작했다.유지훈은 박예찬 때문에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한 것 때문에 어떻게 체면을 다시 세울지 고민하고 있었다.최현아는 유지훈과 함께 차에 타서 당부했다.“지훈아, 할아버지한테 잘 보여야 해. 그래야 저 두 자식을 깔아뭉갤 수 있어. 알겠어?”유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걱정하지 말아요. 꼭 저 자식들이 내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만들 거니까.”“응.”최현아는 유지훈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부드럽게 얘기했다.“그리고, 박윤우한테 무슨 병이 있지 않았던가?”“알겠어요, 엄마.”유지훈은 어린 나이지만 이런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편이었다.유지훈이 떠나자 윤소현이 곁에 왔다.“형님.”최현아가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임신 했으면서 이런 곳에는 왜 따라왔어?”“집안 분들을 더 많이 알고 싶어서요.”윤소현이 대답했다.최현아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그녀를 비웃었다. 결혼을 한 것도 아니면서 생각만 많다고 말이다.윤소현은 최현아의 비웃음을 보지 못한 듯, 최현아를 보고 계속 얘기했다.“박민정 씨의 아이들은 참 총명하긴 해요. 지훈이보다 더 똑똑한 것 같더라고요. 제 배 속의 아이가 비교당할까 봐 걱정돼요.”윤소현은 일부러 최현아의 심기를 건드리기 위해 얘기했다.최현아는 다른 사람이 자기 아들을 비꼬는 것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그렇게 총명하다고 생각해? 모든 사람을 다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내가 봤을 때는 할아버님 환심을 사기 위해서 먼저 외우게 한 것 같아요.”윤소현은 과장된 표정으로 놀라 하면서 물었다.“정말요? 그건 아닌 것 같던데요. 형님, 아무리 그래도 그 쌍둥이들이 더 훌륭하다는 건 사실이에요. 아까도 오는 길에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걸 들었어요. 박예찬이 바로 유남준 어릴 때랑 똑같다고요. 들어보셨죠? 유남준 씨는 어릴 때 관리 부문의 팀장도 논리로 이기는 사람이었어요. 지금 박예찬이 이렇게 총명한데, 더 크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 될까요.”윤소현은 떠
박윤우는 유지훈이 곧바로 자기 쪽으로 넘어오는 것을 보고 움찔했다.다행히 박예찬은 빠르게 박윤우를 자기 옆으로 끌어당겼다.유지훈은 박윤우와 어깨를 스치며 지나갔는데 도저히 멈출 수 없었고 또 발밑이 미끄러져 바닥에 ‘쿵’하고 넘어졌다.“엉엉...”이어서 유지훈의 울음소리가 들렸다.최현아가 이 상황을 보더니 빠르게 그에게 달려갔다.“지훈아, 괜찮아?”박민정도 윤우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앞으로 걸어왔다. 예찬이가 윤우를 보호했기 때문에 아무 이상이 없음을 확인하고 나서야 안심했다.지금 박윤우의 눈동자는 한껏 어두워졌다. 그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유지훈에게로 향했다.그는 유지훈이 방금 자신을 밀려고 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최현아는 흙투성이인 유지훈을 일으켜 세우고는 고개를 돌려 박윤우와 박예찬을 노려봤다.“두 사람 지금 뭐 하는 거야? 왜 우리 지훈이를 밀어?”적반하장도 유분수지.박민정이 미간을 구겼다.“형님, 어딜 봐서 윤우가 지훈이를 밀었다는 거예요? 분명 지훈이가 혼자 달려와 윤우를 밀칠 뻔했잖아요. 그리고 스스로 넘어졌고요.”“동서는 당연히 자기 아들 편을 들겠지. 난 저놈이 우리 지훈이를 밀치는 걸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말을 마친 후 그녀는 또 유지훈에게 물었다.“지훈아, 안 그래?”유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박예찬과 박윤우가 같이 저를 밀었어요.”이곳에는 CCTV도 없었기 때문에 최현아는 그들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감히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이때 유남준은 박예찬과 박윤우에게 다가가 물었다.“지훈이를 밀었어?”박윤우는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빠, 우리는 유지훈을 밀지 않았어요.”최현아가 또 말했다.“남준 씨는 눈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잖아요. 자기 아들이라고 편을 드는 거예요?”유남준은 미간을 찌푸렸다.“편을 든다고 해도 어떻게 할 건데요?”멀지 않은 곳에서 이 말을 들은 유명훈이 다가왔다.“남준아, 그게 무슨 소리야?”“부모로서 아이들에
“여러분, 잠깐만요. 먼저 유지훈이 처음 넘어졌을 때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봐주시겠어요?”박예찬의 말 한마디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그들은 어안이 벙벙했다.처음 넘어질 때와 뭐가 다르다는 거지?최현아가 목소리를 높였다.“이 못된 녀석아. 지훈이를 밀친 것도 모자라 이제 지훈이를 놀리려는 거야? 내가 정말 너 못 때릴 줄 알아?”“어디 한 번 때려봐요!”박민정은 예찬이의 말을 들은 후 바로 그의 뜻을 알아챘다.최현아는 박민정의 눈빛을 보고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다.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어안이 벙벙했다.“뭐가 다르다는 거야?”그중 어떤 여자애가 이상한 점을 눈치챘다.“아빠, 엄마, 저기 보세요. 지훈이가 처음 넘어졌을 때는 엎드린 상태였지만 지금은 누워 있잖아요.”그 말을 듣고 모두가 깨닫게 되었다.유지훈은 처음에 얼굴이 흙탕물에 젖었지만 지금은 등 쪽이 젖어 있었다. 하지만 이게 무엇을 설명할 수 있겠는가?어떤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예찬이가 참 장난꾸러기네. 처음에는 지훈이를 흙탕물에 얼굴을 박고 넘어지게 하더니 지금은 엉덩방아를 찧게 했네.”박예찬은 지금조차 진실을 눈치채지 못한 사람들 때문에 가슴이 답답해 계속 설명했다.“유지훈이 넘어지기 전 여러분들도 똑똑히 보셨을 겁니다. 나와 윤우에게 다가올 때 우리는 마주 보고 있었죠. 만약 내가 유지훈을 밀었다면 지금처럼 하늘을 보며 등으로 넘어졌겠죠. 처음에는 얼굴을 흙탕물에 박고 넘어졌잖아요.”“그건 혼자 발이 미끄러져 넘어진 거예요.”“여러분이 더 명확하게 보실 수 있도록 저는 작은 실험을 해본 것뿐입니다.”말을 마친 후 그는 유지훈 앞에 다가갔다.“처음에 난 너를 밀지 않았으니까 사과할 필요가 없지. 하지만 네가 두 번째로 넘어졌을 때 나는 밀기 전에 미리 사과를 했어. 그러니까 이제 우리는 서로 빚진 게 없는 거야.”이런 박예찬의 행동에 모두가 감탄했다.그들은 아까 CCTV를 찾을 생각만 했지, 이렇게 뻔한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다.박윤우는 하품을 하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