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은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그제야 수신 버튼을 눌렀는데.“연지석?”하도 오랜만에 하는 전화라 박민정은 상대가 연지석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그래. 나야.”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내내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마침내 내려앉는 순간이었다.“괜찮아?”윗몸에 붕대를 감고 있는 연지석은 한참 침묵했다.“아니.”그러자 박민정은 다시 다급해 물었다.“어디 아파?”“여기저기 다 아파. 이제 겨우 정신 든 거야.”연지석은 살짝 억울해하며 덧붙였다.“보러 오지도 않고.”그 말에 박민정은 미안하기만 했다.“너 지금 어디에 있어? 오늘 밤 비행기로 보러 갈게.”“그래. 주소 보내줄 테니 이리 와.”연지석은 먼저 전화를 끊고서 주소를 보내주었다.주소를 받아 적고 난 뒤 박민정은 다시 전화를 걸어 몸 상황이 어떠한지 물었다.연지석은 너스레를 떨었는데.“염라 대왕님께 인사드리고 왔어. 근데 내가 아직 이루지 못한 소원이 있다고 아직 죽으면 안 된다고 빌고 빌어서 다시 날 보내준 거야.”박민정은 그 말에 자기도 모르게 웃었다.“장난으로 말할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일단 짐부터 챙기고 내일 갈게.”연지석이 이제 막 고개를 끄덕이려고 할 때 친구 하민재가 손짓을 했다.“나 보러 와도 되는 거야? 유남준 씨 뭐라고 하지 않아?”유남준에 대해 언급하자 박민정은 죄책감이 더 깊어졌다.연지석이 그렇게 된 것에 유남준의 몫이 대단했기 때문이다.“그럴 리가. 하물며 내가 무슨 그 사람 부속품도 아니고 내가 내 발로 가겠다는 데 뭐라고 할 게 뭐가 있어.”“알았어.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그래.”연지석은 전화를 끊고서 고개를 돌려 하민재를 바라보았다.매혹적인 두 눈에 불쾌함을 띄고서 입을 열었다.“고요 속의 외침이라도 하자는 거야 뭐야? 왜 자꾸 손짓하고 난리야.”하민재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제대로 얘기하고 와야지. 아니면 어떻게 여기까지 널 보러 올 수 있겠어.”연지석은 대답하지 않았다.“유부녀야. 대체 언제까지 포
침묵하고 있던 유남준은 박민정이 옆을 지나갈 때 팔을 덥석 잡았다.“같이 가.”아내 홀로 라이벌을 만나러 가게 가만히 둘 리가 없다.박민정은 의아하기만 했는데.“따라가서 뭐 하려고요?”“외국은 안전하지 않아. 너 지켜주려고 따라가려는 거야.”유남준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거짓말을 했다.연지석이 있는 곳은 안전하지 않은 것이 확실하다.또다시 박민정을 데리고 숨어버리기라도 한다면 그때 후회해도 쓸모없을 것이다.그렇게 자기만을 사랑했던 박민정인데 갑자기 연지석과 함께 4, 5년 동안 사라졌으니 말이다.하물며 지금 두 사람 사이는 예전처럼 가까운 것도 아니라 그냥 보낼 수 없었다.혹시나 또 사라질 수도 있으니.“괜찮아요. 에스토니아에서 오랫동안 지내면서 아무런 문제도 없었어요. 그리고 지석이 만나러 가는데 같이 가는 것도 좀 그렇고요.”“뭐가 그렇다는 거야? 난 네 남편이야.”유남준은 소리를 한껏 내리깔았다.박민정은 그제야 그의 뜻을 알아들었다.자기 팔을 꼭 잡고 있던 유남준의 손을 뿌리치고 차가운 목소리로 되물었다.“걱정돼서 그러는 거죠? 내가.”유남준은 여전히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덤덤한 모습을 보였다.“넌 걱정이 안 돼. 환경이 걱정된다는 거지.”“그럼, 혼자 갈래요.”박민정은 고집을 피웠고 더 이상 그의 대답을 듣지도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가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유남준도 따라서 들어왔는데, 분위기는 한껏 굳어졌다.모르는 이가 봐도 유남준이 박민정을 ‘믿지’않고 있는 것이다.이때 박윤우가 천천히 다가와 나지막이 말했다.“아빠, 엄마 걱정되시면 몰래 따라가도 되잖아요.”유남준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한기가 대단했다.“그게 포인트가 아니야.”박민정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게 포인트지.박윤우는 손으로 턱을 짚고서 그럴듯하게 물었다.“그럼, 뭐가 문제죠? 엄마가 지석 삼촌 만나러 간다고 해서 질투 난 거예요?”“저라면 질투 날 것 같기도 해요. 지석 삼촌 키도 크고 잘생기고 게다가 엄마랑 죽마고우로 지내왔잖아
갑작스러운 상황에 호흡까지 가빠진 박민정은 그대로 깨어나고 말았다.하지만 눈꺼풀이 무거웠던 그녀는 손을 들어 유남준을 때리기만 했다.“뭐 하는 거예요?”잠결임에도 불구하고 맞은 곳은 아팠다.유남준은 한껏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언제 돌아올 거야?”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한 박민정은 해롱해롱한 상태로 대답했다.“몰라요.”“얼마나 다쳤는지 아직 모르잖아요. 심하게 다쳤으면 좀 오래 있어야 할 것 같기도 하고요.”그 말에 유남준은 눈빛이 또다시 차가워졌다.“너한테 중요한 사람이야?”졸음이 밀려온 박민정은 그의 질문이 유치하기만 했다.“당연히 중요하죠. 어릴 적부터 같이 자랐고 6년 전에 지석이 아니었으면 전 이미 죽었어요.”“제 목숨도 아줌마 목숨도 모두 지석이가 지켜준 거예요.”“만약 지석이한테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때 남준 씨...”남은 말들을 박민정은 계속하지 않았다.유남준은 심장이 바짝 조여들고 말았는데.“그때 뭐? 내 목숨이라도 빼앗아 가려고?”“사람을 죽였으면 목숨으로 갚아야 하는 게 법이잖아요.”박민정은 중얼거리며 말했다.그 말에 완전히 무너져 버린 유남준이다.“두 사람 동시에 다치면 넌 누굴 구할 거야?”연달아 날아오는 질문에 박민정은 완전히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벽에 걸려 있는 시계를 보니 어느새 11시가 되었고 박민정은 어이가 없었다.“할 일이 그렇게도 없어요?”“대답해. 누굴 구할 건지.”박민정은 사업을 중심으로 살고 있는 유남준의 입에서 이렇게 이상한 질문이 나올 줄은 몰랐다.하지만 박민정은 그 어떠한 숨김도 없이 대답했다.“솔직하게 말할게요. 저 지석이 구할 거예요.”만약 예전에 이러한 질문을 받았더라면 박민정은 유남준을 선택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연지석, 은정숙, 조하랑 그리고 두 아이까지 그녀에게 있어서 유남준보다 훨씬 중요한 존재가 되었다.그 말에 타격을 받은 유남준은 한참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박민정은 다시 이불을 잘 덮고 안으로 몸을 옮겼다.“다르게 생각할
공항 출구에서 승객들이 연이어 나오기 시작했다.연지석은 주저없이 차 문을 밀고 나갔다.잠시 망설이던 하민재도 문을 열고 그 뒤를 따라 나갔다.훤칠하고 잘생긴 두 남자가 억대나 되는 력셔리 차 옆에 서 있자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리게 되었다.연지석은 박민정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내렸어?]곧바로 박민정에게서 답장이 왔다.[내렸어. 이제 곧 나갈 거야.][알았어. 출구 쪽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연지석의 입꼬리는 자기도 모르게 올라가고 있었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박민정이 단번에 포착되었다.하얀색 원피스를 입은 박민정은 긴 머리카락까지 휘날리며 걸어 나왔다.백옥같은 피부까지 소유하고 있어 유난히 눈에 띄는 존재가 아닐 수가 없었다.몇 년전 모임에서 박민정을 한번 본 적이 있는 하민재 역시 단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였고 홀딱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할 정도가 맞았다.오늘 박민정은 일부러 머리를 풀어 헤치고 쿠션으로 오른쪽에 있는 흉터도 여러버이나 가렸다.누군가가 그 흉터를 보고서 놀랄까 봐.박민정이 두 사람을 향해 조금 더 다가가자, 연지석도 하민재도 그녀 얼굴에 있는 흉터를 보게 되었다.순간 연지석의 눈동자는 크게 흔들렸는데 바로 박민정 앞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트렁크를 잡아 주었다.“얼굴 어떻게 된 거야?”화가 살짝 묻어 있는 목소리였다.살짝 떨어져 있는 동안 얼굴이 저 모양이 되었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자기 곁에 있을 때는 머리카락 하나도 건드리지 못하게 보호를 잘했었는데 유남준 곁으로 돌아가자마자 얼굴을 망치게 되었으니.갑자기 두 손이 텅 빈 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걱정스러운 연지석의 두 눈을 마주했다.“한 두마디로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야. 차에 타서 얘기하자.”“근데 너 괜찮아? 이렇게 마중 나와도 되는 거야?”오기 전에 연지석은 누군가가 마중나오러 온다고 했었지만 박민정은 그가 직접 나올 줄 몰랐다.“괜찮지는 않은데, 그 정도는 아니야. 네가 오는데 직접 마중
서다희는 약간 의아해했다.‘하민재와 친구였어? 어쩐지 연지석이 아직 살아있다 했어.’서씨 가문 역시 본지방에서 명성이 자자하지만 하도 겸손하게 움직이고 있어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 않았다.유남준이 연지석을 갖은 방법으로 밟았을 때 그는 계속 일어설 수 있었다.지금에 와서 보니 아마 하민재의 도움을 받고 일어선 게 아닌가 싶다.유남준은 두 눈을 질끈 감은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서다희가 운전기사에게 그들의 뒤를 밟으라고 하려고 할 때 유남준이 입을 열었다.“사람 보내고 우린 그만 쉬러 가자.”요즘 자꾸 머리가 아픈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네.”호텔에 도착하고 나서 유남준은 서다희의 안내로 일단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미간을 어루만졌다.“대표님, 괜찮으세요? 의사라도 부를까요?”“괜찮아. 제대로 자지 못해서 그런 거 같아.”유남준은 거절하고 서다희에게 그만 나가보라고 했다.핸드폰을 들어 박민정에게 전화하려고 했으나 끝끝내 발신 버튼을 누르지 못한 채 핸드폰을 한쪽으로 버렸다.어젯밤 제대로 자지 못한 것도 사실이었다.밤새 머릿속에 박민정이 했던 말이 맴돌았기 때문이다.유남준은 결국 자기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버리고 말았다.두통이 점점 심해지고 있을 때, 핸드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당연히 박민정이라고 생각하며 버린 핸드폰을 다시 주워 받았다.유남준의 목소리에는 불만이 조금 섞여 있었다.“인제야 전화하는 거야?”전화기 너머 고영란은 생뚱맞기만 했다.“뭐라는 거야? 두원 별장으로 윤우 보러 갔었는데 너랑 민정이 다 나갔다고 하던데 어디로 간 거야? 애만 혼자 놔두고.”고영란의 목소리를 듣게 되는 순간 유남준은 자기도 모르게 실망했다.“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윤우 잘 봐달라고 부탁하고 온 거예요.”“넌 지금 어딘데?”고영란은 계속 물었다.두원 별장으로 이렇게 찾아온 이유도 단지 박윤우를 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다.유남준에게 일자리를 마련해 주기 위함도 있다.눈이 멀었지만
박윤우는 본래 방으로 돌아가 라이브를 켜고 온라인에 있는 아저씨랑 이모들에게 애교를 부리려고 했었다.같이 자자고 하는 고영란의 말이 그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다.걸음까지 멈추고서 고개를 돌렸는데.“할머니 댁으로 돌아가셔서 쉬세요. 아빠 엄마 곧 오실 거예요.”“할머니 할 것도 없어. 피곤하지도 않고. 우리 강아지랑 놀아줄게.”고영란은 원래 본가에서 할 일도 별로 없다.이때 박윤우는 무엇인가 갑자기 떠오른 듯했다.“할머니, 혹시 인기 엄청 많지 않으세요?”고영란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10분 뒤, 예찬의 라이브 방송이 실시간 차트에 올랐다.다름이 아니라 고영란이 그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고영란은 무려 도성진 상업 분야의 여장부로 명성이 자자했었다.살짝 얼굴을 내비치는 것만으로도 일부 기업가들까지 라이브 방송을 보러 왔다.불과 30분 만에 라이브 방송 수입은 억대에 달하였다.박윤우는 자기 할머니가 이토록 대단한 인물인 줄은 몰랐다.웬만한 연예인들보다 ‘홍보’ 효과가 좋았으니 말이다.고영란은 라이브 방송 같은 것에 대해 잘 모른다.한참 지나고 나서야 모든 걸 알게 되었는데, 박윤우를 바라보는 고영란의 두 눈에는 안쓰러움이 가득했다.‘애들이 얼마나 가난하면 아이한테 이런 것까지 시키는 거야.’“우리 강아지 이런 건 왜 하는 거야? 돈이 필요해? 할머니가 줄게.”박윤우는 고영란이 자기를 오해한 것도 모르고 말했다.“할머니, 윤우 어릴 적부터 엄마가 그랬는데, 직접 번 돈이 아니면 절대 가지면 안 된다고 그랬어요. 자기 두 손으로 벌어야 마음 편히 쓸 수 있다고요.”그 말에 고영란은 박민정을 달리 보게 되었고 억지로 박윤우에게 돈을 주지 않았다.하지만 속으로 유남준과 박민정이 돌아오면 꼭 호산으로 보내 일하게끔 하겠다고 다짐했다.고영란이 모르고 있는 바가 있는데, 유남준도 박민정도 일할 필요가 없다....에스토니아 레스토랑 안에서.박민정은 연지석 그리고 하민재와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다.연지석이 화장실에 간 틈을 타서 하민재
박민정은 연지석을 따라 그가 현재 머무르고 있는 곳으로 갔다.궁전 같은 별장과 화려한 정원은 연지석과 묘하게 어울리지 않았다.하민재는 따라오지 않았다.별장 사용인들은 박민정과 연지석을 보더니 허리 숙여 인사했다.“도련님, 돌아오셨습니까.”연지석은 그들에게 모두 물러나라고 했다.거실에 도착한 후 박민정이 물었다.“지금은 좀 어때?”어제 전화에서 연지석은 깨어난 지 얼마 안 돼서 몸이 아직 제대로 회복되지 않았다고 했었다.박민정은 병상에 누운 그를 만나게 될 줄 알았는데 그가 공항에 마중 나오고 같이 식사까지 했으니 놀랄 만도 했다.연지석은 박민정을 등지고 긴 손가락으로 말없이 셔츠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박민정이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이미 외투를 벗었다.“지금 뭐 하는 거야?”박민정이 굳어버렸다.연지석은 셔츠까지 소파에 벗어 던지고는 뒤돌아섰다.박민정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그를 보지 않으려 했다.“왜 옷을 벗어?”“나 어떤지 물어봤잖아.”연지석은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박민정은 그제야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그의 튼튼한 상체에는 깊고 얕은 수많은 상처가 있었다. 어떤 상처는 실밥도 풀리지 않아 보기 매우 흉측했다.박민정은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이게 모두 남준 씨가 한 거라고?”연지석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낡은 상처는 아니지만 새 상처는 그 사람이 한 거 맞아.”박민정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 나 때문에 이렇게 다친 거잖아.”연지석은 평온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바보야, 우리 사이에 무슨 사과야? 요 며칠 동안 여기서 나를 돌봐주면 돼.”연지석은 말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박민정의 시선을 주시하더니 목울대가 살짝 떨렸다.박민정은 그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다.“그럼 지금 바로 병원에 갈까?”“괜찮아. 내 개인 주치의가 와서 치료해 줄 거야.”연지석은 옷을 집어 든 후 잠시 멈칫하더니 박민정에게 건넸다.“나 좀 도와줘. 혼자 하면 상처에 닿아서.”“알겠어.
박민정은 더 거절할 수 없었고, 또 연지석의 상태를 보기도 편했기 때문에 당분간 여기서 지내기로 했다.저녁에 개인 주치의가 와서 연지석의 몸을 확인하고는 약을 갈아주었다.박민정은 옆에서 윤우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연결이 되자 스크린에는 하얗고 귀여운 윤우 얼굴이 보였다.“엄마? 무슨 일로 전화했어?”고영란이 있었기에 박윤우는 박민정에게 연지석 삼촌을 봤는지 물어보지 않았다.“아니야. 그냥 윤우가...”집에서 뭐 하는지 물어보기도 전에 박민정은 전화기 너머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윤우야, 누구한테 전화하는 거야?”박윤우가 휴대폰을 끄려고 했는데 고영란은 이미 스크린 위의 박민정을 발견했다.윤우 앞에서 고영란은 박민정에게 이리저리 돌아다닌다고 구박할 수도 없어 다정하게 말했다.“민정이구나. 어디 갔어? 왜 아직도 안 들어와?”박민정은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아 거짓말했다.“제 개인 회사에 문제가 생겨서 상황을 살피러 왔어요.”이번에 박민정이 에스토니아로 온 것도 사실 회사가 최근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보기 위해서였다.그 대답을 들은 고영란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박민정의 회사는 소규모 스튜디오에 불과했다. 그런 작은 회사를 위해 아들을 집에 혼자 두다니,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 아닌가?하지만 고영란은 겉으로 여전히 박민정을 관심하는 척했다.“일이 끝나면 얼른 돌아와. 너 임신했잖아. 너무 무리하지 마. 돈 없으면 나한테 말하고.”박민정은 고영란이 윤우 때문에 이렇게 말하는 것을 잘 알고 있어 맞장구를 쳤다.고영란은 허례허식으로 말한 게 아니었다. 전화를 끊은 후 박민정은 계좌에 100억이 입금된 걸 발견했다.곧이어 고영란에게서 문자가 하나 도착했다.[넌 유씨 가문의 아이를 가진 유씨 가문의 사모님이야.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말해. 너 자신을 고생시키지 말고.]박민정은 어리둥절했다.‘내가 내 자신을 고생시켰다고?’박민정은 곧바로 고영란에게 답장을 했다.[고맙습니다. 이 돈은 나중에 예찬이와 윤우에게 쓸게요.]고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