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721 - 챕터 730

950 챕터

제721화

두 사람은 오후 내내 일 얘기를 했고 저녁에는 진서연이 박민정과 연지석을 남아 함께 저녁을 먹도록 한참 설득했다.저녁을 먹고 화장실에 갔을 때 그녀는 박민정에게 사적으로 물었다.“보스님, 이제 결심을 하신 건가요?”박민정은 어안이 벙벙했다.“무슨 결심?”“연지석 씨에게로 돌아오는 거요.”진서연은 큰 눈을 반짝이며 그녀를 바라봤다.“이번에 연지석 씨 때문에 돌아오신 거 아니에요?”박민정은 말문이 막혔다.그렇다고 말하기도,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려웠다.“나랑 지석이는 친구일 뿐이야. 다른 생각은 하지 마.”진서연은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보스님과 연지석 씨가 함께라면 매일 눈 호강할 수 있는데요.”박민정은 웃으면서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진서연은 여전히 호기심을 멈추지 않고 물었다.“연지석 씨가 아니라면 혹시 유남준 씨인가요?”진서연은 유남준도 만난 적 있었는데 역시 군침을 흐르게 할 정도로 잘생긴 사람이었다.박민정은 기가 막혔다.“가자. 시간도 늦었는데 씻고 자야지.”두 사람이 나란히 밖으로 나와 룸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박민정은 갑자기 멈칫했다.멀리서 훤칠한 키의 두 남자가 보였기 때문이다.연지석과 서다희는 룸 앞에 서 있었다.서다희는 금테 안경을 쓰고 있었는데 키도 크고 잘생겼다. 물론 연지석만큼은 아니었지만 말이다.진서연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보스님 옆에 잘생긴 남자가 왜 이렇게 많아요?”박민정은 그녀의 말을 듣고 어이없어하며 말했다.“알았어. 이제 그만하고 먼저 가서 쉬어.”“네.”진서연은 아쉬워하면서 레스토랑을 나섰다.그때, 룸 앞에 서 있던 서다희와 연지석은 겉으로는 친절하고 호의적으로 보였지만 사실 분위기는 주변의 사람들이 멀리 피할 정도로 얼음장처럼 싸늘했다.박민정이 다가갔다.“서 비서님.”서다희는 돌아서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사모님 모시러 왔습니다.”“죄송한데 이미 남준 씨에 얘기했어요. 모레 돌아간다고요. 먼저 돌아가세요.”박민정이 말했다.이미 연지석과 약속한 일이니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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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박민정은 끊긴 전화를 보며 멍해졌다.유남준이 화가 났다고 생각해 다시 전화를 걸었는데 이번엔 자동 응답 알림음 들려왔다.“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 퀵...”연결되지도 않았는데 알림음이 들리는 걸 보니 박민정은 자신이 차단당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박민정은 기가 막혔다.그리고 더 이상 걱정하지 않고 편히 쉬기로 했다.다른 한편, 그랜드 호텔 안.유남준은 휴대폰을 한쪽에 던지며 두통 때문에 이마를 주물렀다. 그리고 실눈을 뜬 채 서다희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여기 왜 왔다고 했지?”서다희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바로 서고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남준을 바라봤다.“사모님 때문이죠. 대표님, 정말 기억 안 나세요?”유남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사모님이라니. 사모님이 어디 있다고.”“박민정 씨예요.”자기가 박민정을 위해 이렇게 외진 곳에 왔다고 들었을 때 유남준의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농담인가? 내가 그 여자 때문에 여기까지 올 정도로 한가하다고?’“박민정이 지금 어디에 있는데?”유남준도 자신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서다희는 그에게 지금이 2023년이라고 말했지만 그의 기억은 6, 7년 전에 멈춰 있었다.서다희는 유남준의 휴대폰을 가리키며 말했다.“조금 전에 사모님... 박민정 씨에게서 전화가 온 것 같아요.”서다희도 지금 무척 당황했다.낮에 박민정을 찾아가기 전 유남준은 갑자기 심한 두통을 호소하며 서다희에게 누구냐고 물었었다.그가 레스토랑에서 돌아온 후에는 다시 서다희를 알아보고 기억도 돌아온 것처럼 보였지만 최근 몇 년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듯했다.‘대표님 지병이 재발한 것 같은데? 완전히 나은 게 아니었네?’유남준은 다시 휴대폰을 잡으려 했지만 눈앞이 깜깜해져 손을 한참 뻗었는데도 휴대폰을 찾을 수 없었다.그래서 그는 눈앞의 테이블을 확 밀어 넘어뜨렸다.“쾅!”굉음이 울려 퍼졌다.유남준은 얼음장처럼 싸늘한 눈빛을 보이며 물었다.“내 눈은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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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전화가 끊기고 유남준은 그저 휴대폰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한없이 차가웠다.서다희가 유남준에게 설명했다.“대표님, 박민정 씨는 지금 임신 중이어서 휴식이 필요한 게 맞습니다.”“임신?”유남준이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그가 오해할까 봐 서다희가 또 말했다.“네, 대표님 아이예요.”유남준은 자신과 박민정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지금의 그는 당연히 박민정이 내일 올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그는 통증을 참으며 일어섰다.“진주로 돌아가자.”그는 진주로 돌아가면 더 큰 서프라이즈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서다희는 지금 유남준의 몸 상태가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빨리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만약 평소 유남준에게 원한이 있던 사람들이 그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하면 큰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그래서 서다희와 유남준은 새벽에 개인 비행기를 타고 국내로 돌아왔다.서다희의 예상이 적중했다.유남준이 떠나기 전, 그에게 무릎 꿇고 사죄하던 권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인 권해신이 정보를 얻었다.에스토니아에서 유남준을 신속히 제거하려 했으나 그때 유남준이 떠났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권해신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음험한 눈빛을 보였다.“운이 좋군.”바로 옆 소파에 앉아 있던 동생 권진하는 약혼녀인 하예솔, 즉 이지원의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고 있었다.하예솔은 지금 권진하의 품에 안긴 사람이 바로 이지원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형, 유남준은 눈이 보이지도 않잖아. 그렇게 두려워할 것 없다고. 유남준이 돌아오면 다시 기회를 잡으면 되지.”권진하가 말했다.모든 걸 하찮게 여기는 동생의 이런 성격을 권해신은 가장 싫어했다.얼마 전에도 클럽에서 만난 이지원을 집에 데려왔다.이지원이란 여자는 유남준과 김인우를 동시에 농락했던 여자라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넌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야. 좀 자제해.”권해신도 그저 간단히 경고만 했다.권진하는 무심하게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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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뭐야? 엄마랑 싸웠다고 해도 왜 나한테 화풀이를 하는 거야? 다시 쓰레기 아빠가 돌아온 건가?’유남준은 박윤우를 들어 올리며 물었다.“내 아이?”그는 지금 모든 것이 너무 어처구니없었다. 잠을 자고 깨어났을 뿐인데 모든 게 변한 것 같았다.“네. 윤우 군을 살포시 내려놓으세요. 윤우 군은 건강이 좋지 않아서 무리하면 안 돼요.”서다희는 유남준이 일시적으로 기억을 잃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그 때문에 윤우가 다치게 된다면 기억이 돌아온 후 분명 후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그 말을 들은 유남준은 박윤우를 내려놓았다.“나와 누구의 아이야?”서다희는 멈칫했다.박윤우는 그제야 유남준이 다시 기억을 잃었다는 걸 깨닫고는 어이가 없었다.그리고 서다희보다 먼저 유남준에게 물었다.“제가 쓰레기 아빠와 누구의 아이인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거예요? 한번 맞춰볼래요?”그는 유남준이 어떤 여자의 이름을 댈지 흥미진진했다.서다희는 박윤우의 의도를 몰랐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유남준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우리 유씨 가문을 노린 그 여자 아니야? 맞춰볼 것도 있나? 그런데 그 여자 죽지 않았어?”유남준의 성격으로 그를 유혹하고 아이를 낳은 여자를 절대 가만히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박윤우는 말문이 막혔다.‘어이가 없네. 아빠의 마음속을 떠보려 했는데 재미가 없어.’“쓰레기 아빠,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저는 아빠와 엄마의 아들이잖아요.”“엄마가 누군데?”“박민정 씨입니다.”서다희가 덧붙였다.유남준은 잠시 침묵한 후 긴 다리를 크게 내디디며 집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박윤우와 서다희는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박윤우가 그를 따라갔다.“쓰레기 아빠, 왜 그러세요? 몸이 안 좋으세요? 왜 귀염둥이 윤우를 잊은 거예요?”유남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서 비서, 이 아이 방에 데려가. 시끄러워 죽겠네.”서다희가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쓰레기 아빠, 쓰레기 아빠...”박윤우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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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예찬은 윤우의 직감을 믿었다.그들 두 형제에게는 박민정도 모르는 비밀이 있었다.예찬은 최고 해커였고 윤우는 더욱 신기한 능력을 가졌다. 그의 직감은 특히 정확했다.예를 들어 두 사람이 길을 걷다가 갑자기 위에서 무언가 떨어지면 윤우는 이를 미리 감지할 수 있었다.더 놀라운 것은 그의 능력이 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예찬은 그와 윤우가 두세 살 때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 박민정과 두 형제는 로또 가게 옆을 지난 적이 있었는데 윤우는 박민정의 손을 잡고 가게를 떠나려 하지 않았다.박민정은 윤우에게 왜 그러는지 묻자 윤우는 가게 안에 들어가 무작위로 로또를 몇 장 뽑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중 한 장이 1억 원에 당첨되었다.물론 이런 행운은 매번 일어나지는 않았다.게다가 윤우의 이런 능력이 어른들에게 알려진다면 위험할 수 있었다.그래서 예찬은 윤우에게 평범한 아이처럼 행동하고 직감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라고 자주 말하곤 했다.“엄마는 돌아왔어?”예찬이가 물었다.“아직.”예찬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유남준은 기분이 좋았다 나빴다 하는 사람이야. 네가 무서우면 김훈 할아버지에게 너 김씨 가문으로 데리고 오라고 말해볼게.”“형, 농담하지 마. 나 안 무서워.”윤우는 잠시 멈칫하다가 다시 말했다.“근데 신기하지 않아? 형은 안 그래? 와서 같이 놀려볼까?”윤우의 머릿속엔 온통 장난칠 꿍꿍이밖에 없었다.예찬은 별로 흥미가 없었다.“바보야, 나 지금 해외여행 중이야. 어떻게 가?”윤우는 그제야 그가 해외여행 중이라는 사실을 떠올리고는 실망했다.“나 책 읽어야 해. 그만 끊을게.”예찬은 자신이 돌아가도 도움 될 것이 없다는 걸 알고 전화를 끊었다.윤우는 실망하며 말했다.“공부밖에 모르네.”윤우는 혼자 방에 있는 것이 너무 지루해서 서다희가 돌아오기 전에 또 방을 나와 조심스럽게 유남준을 찾아 나섰다.밤이 되어 날은 어두웠지만이 큰 별장에서 유남준의 서재만은 밝은 불빛으로 가득했다.박윤우는 쉽게 그를 찾아냈고는 조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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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순간 얼굴이 어두워진 유남준이다.“죽고 싶어 환장했어?”“흑... 아빠... 미워요...”박윤우는 바로 우는 척을 하기 시작했다.그의 울음소리에 유남준은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났다.“거기 누가 없어?”유남준의 외침에 가정부가 곧바로 달려왔다.“왜 그러십니까?”“당장 이 자식 밖으로 버려.”“네?”생각지도 못한 말에 가정부는 어리둥절하기만 했다.하지만 유남준이 박윤우에게 무슨 못된 짓을 할까 봐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일단 아이부터 안았다.눈물을 글썽이며 박윤우는 울먹인 채 물었다.“아빠, 왜 그러시는 거예요? 저 버리시는 거예요?”그 질문에 유남준은 대답하지 않고 가정부에게 말했다.“내 말 들리지 않아? 당장 가서 버리라고!”가정부는 박윤우를 안은 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지금 당장 밖으로 나가겠습니다.”밖으로 나가서 박민정에게 당장 알리려고 했다.지금으로서는 박민정만이 유남준을 컨트롤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가정부는 울고 있는 박윤우를 서재에서 안고 나왔다.서재에서 나오자마자 박윤우는 더는 울지 않았고 목소리를 한껏 낮추며 입을 열었다“아줌마, 죄송한데 저 일단 바지부터 새로 입혀주면 안 될까요?”박윤우는 멈칫거리다가 덧붙였다.“새 바지로 갈아입고 다시 밖으로 버려주세요.”그 말에 가정부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했다.“윤우야, 그게 아니라 지금 윤우 아빠가 아파서 홧김에 그런 말을 하신 거야. 절대 널 버릴 일 없으니 걱정하지 마.”“엄마 오시고 나면 다 괜찮아지실 거니 일단 윤우 방으로 들어가 있어. 함부로 돌아다니면 안 돼. 알았지?”박윤우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기억을 잃은 아빠를 놀릴 수가 없어서 무척이나 아쉬운 박윤우였다.서재 안에 홀로 남겨진 유남준은 주위에 성가시게 하는 것이 없어 좋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서다희가 닥터 팀을 데리고 신체검사하러 왔다.저녁 내내 서재 안에는 온통 의사들로 북적거렸다.한편, 에스토니아는 어느새 오후 2시가 되었다.연지석과 함께 병원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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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기억이 혼란스러워졌다는 게 무슨 뜻인지 박민정은 알 수 없었다.“뭐가 어떻게 혼란스러워진 건데요?”“어제 에스토니아에서 제가 사모님을 찾으러 갔을 때, 대표님께서는 사모님이 누구신지 기억하지 못하시고 계셨습니다. 근데 다시 돌아가서 대표님께 말씀드리니 그땐 또 사모님을 기억해 내셨습니다. 대표님과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대표님 기억은 6, 7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습니다.”서다희는 탄식 하며 덧붙였다.“지금 역시 그러하시고 아이들도 잊으신 듯합니다.”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알았어요. 우리 윤우 좀 부탁드릴게요. 이제 곧 탑승할 것 같으니 돌아가서 얘기해요.”“네, 사모님.”기억이 혼란스러워졌다는 유남준의 상황이 거짓일 것 같지 않았다.기억을 잃었던 적이 있고 서로 다시 시작하자며 마음마저 먹었었는데, 굳이 다시 기억을 잃은 척할 필요가 없다.박민정은 핸드폰 전원을 끄고서 비행기에 올랐다.두원 별장.유남준은 아주 힘겹게 새 옷으로 갈아입었고 의사들은 일사불란하게 검사를 해주었다.밤새 열심히 검사했지만, 의사들은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다.어떠한 이유로 기억이 혼란스러워진 것인지, 어떻게 치료하면 좋을지 그 무엇도 똑똑히 정하지 못했다.오늘날 의학은 부단히 발전하고 있으나 신경을 비롯한 사람의 기억 쪽으로는 아직도 노력이 필요하다.유남준은 머리가 아팠고 몸도 유난히 무겁고 힘들어 의사들을 쫒아냈고 서다희에게도 떠나라고 했다.“대표님, 저는 곁에서 지켜드리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시기 바랍니다.”지금 이보다 상황이 더 악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남준은 그의 뜻을 거절하지 않았다.따라서 서다희는 아래층에 있는 객실에서 묶게 되었다.시차에 적응하는 중이라 유남준은 정신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들었으니 말이다.박민정이 도착했을 때 별장 안은 유난히 적막했다.가정부는 그녀가 오는 것을 알고 일찍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박민정을 보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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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서다희는 바로 위층으로 올려다보며 말했다.“대표님께서 깨어나신 거 같습니다.”“제가 가볼게요.”흑백으로 인테리어한 방안에서 유남준의 모습이 보였다.바닥에 넘어진 채 다소 초라한 모습으로.박민정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그를 부축하려고 했다.“괜찮아요?”“꺼져!”박민정의 소리를 듣고서 유남준은 그녀를 확 뿌리쳐버렸다.“실컷 놀다 왔어?”그의 힘에 박민정은 몸이 뒤로 휘어청거리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한숨도 자지 못한 채 밤새 달려온 그녀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프면 치료받으면 그만이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나 지금 임신 중이라고요! 아이한테 문제가 생기면 나 그때 진짜...”단 한 번도 못 된 소리를 해보지 못했던 박민정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유남준은 침묵을 유지한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이때 박민정은 다시 조심스럽게 그에게로 다가가 부축하려고 했다.다행이도 유남준은 그녀를 밀쳐내지 않았다.침대로 부축을 받고 난 뒤 유남준은 그녀의 팔목을 확 잡아당겼다.“나한테 소리까지 치고 너 이제 눈에 뵈는 게 없지?”박민정은 더 이상 매사에 조심하고 두려워하던 옛날의 그녀가 아니었다.그 말을 듣게 되는 그녀 역시 자기도 모르게 차갑게 웃었다.“남준 씨는 소리쳐도 되도 나는 소리쳐도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 거예요?”말문이 막힌 유남준이다.자기 팔목을 꼭 잡고 있는 유남준의 손을 떼고서 박민정은 조금 전 그가 넘어지면서 같이 바닥으로 떨어진 물건을 줍고 의자를 세웠다.“이따가 병원에 한번 가 봐요.”유남준은 차가운 얼굴을 한 채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안 가.”“병원으로 가봐야 알 거 아니에요.”두원 별장에는 본가처럼 의료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 않다.그 말인즉슨, 가장 기초적인 검사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유남준은 천천히 두 눈을 떴는데, 깊은 동굴처럼 어둡기만 했다.“네가 신경 쓸 바가 아니야.”“이런다고 네 죄가 용서될 거 같아? 너 같은 거짓말쟁이는 평생 홀로 고독하게 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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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유남준은 입술을 사리물었다.박민정과 더 이상 말다툼을 하려 하지 않고 침대에서 다시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그 모습에 박민정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생각 다 한 거예요? 병원에 가기로?”유남준은 그녀의 말에 상대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앞을 향해 걸었다.걷는 내내 방 안에 있는 장식품이나 다른 물품들을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더 가면 벽이에요!”유남준이 벽에 부딪히려고 할 때 박민정이 그를 불러 세웠다.순간 유남준은 걸음을 멈추게 되었고 방향을 돌려 문 쪽으로 더듬으면서 가려고 했다.박민정은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예전의 유남준이라면 아마 싫증을 내며 뿌리쳤을 것인데, 그러한 모습이 전혀 없었다.박민정의 손끝이 팔에 닿자 그대로 굳어버리는 듯했다.유남준은 이러한 기분과 상황이 왜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그를 억지로 끌어당기며 박민정은 방문을 열고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일단 밥부터 먹어요. 밥 먹고 병원에 가봐요.”김인우가 있으므로 유남준은 병원에 가서도 비밀리에 모든 검사를 받을 수 있다.유남준은 더 이상 거절도 승낙도 하지 않은 채 박민정에게 이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에서 지켜보고 있던 서다희는 유남준이 회복이라도 한 줄 알았다.“대표님.”“꺼져.”‘그래, 아직 회복은 이르시지.’“아침은 준비됐어요?”박민정이 서다희에게 물었다.“네. 준비해 놓았습니다.”“저희랑 같이 먹지 않을래요?”서다희는 고개를 저었다.“저는 따로 챙겨 먹으면 됩니다.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서다희가 떠나고 나서 박민정은 유남준을 끌어 아침 먹으러 식탁으로 향했다.하도 급히 온 바람에 아직 물 한 잔도 마시지 못한 박민정이다.물론 유남준도 아직 빈속이다.식탁에는 음식이 정교하게 세팅되어 있었다.유남준을 자리에 앉히고 나서 박민정이 말했다.“수저는 앞에 있어요. 먹기 불편하면 다른 사람한테 먹여주라고 부탁이라도 해볼까요?”먹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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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유남준에게는 약간의 결벽증이 있어 박민정은 말할 것도 없고 상대가 이지원이라고 하더라도 절대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하지만 지금 자기 품에 기대고 있는 박민정이 싫지만은 않았다.“뭔가 달라.”다짜고짜 날아오는 말에 박민정은 그저 생뚱맞기만 했다.“뭐가 다르다는 건데요?”유남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바로 그녀를 놓아주었다.‘내가 박민정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심지어 아이까지 생겼다고?’주위 사람들이 말해주고 있는 그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그 아이는 몇 살이야?”유남준은 또다시 생뚱맞게 물었다.“4살 좀 넘어요.”갑작스러운 질문이 그저 이상하기만 했으나 박민정은 대답을 해주었다. ‘4살이라면 이혼하려고 했던 그때가 맞는 것 같은데.’“나한테 약을 탔었어?”유남준은 대충 짐작하면서 물었다.“기억 난 거예요?”박민정은 그가 말하고 있는 일이 그의 아이를 품기 위해 약을 탔었던 그때를 말하고 있는 줄 알았다.오해가 또 생기기 시작했는데.유남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삼엄한 빛을 드러냈다.“그럴 줄 알았어.”박민정과 이혼하기로 했었는데 왜 이혼을 하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약을 타는 악랄한 수단으로 자기를 잡았다면서.“너 참 보통 여자가 아니었구나. 이런 일에 있어서는 참 솔직하게 대답하네?”비아냥거리며 유남준이 말했다.박민정은 지금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긴 줄도 모르고 설명하기 시작했다.“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한 거라고 후에 분명히 설명해 줬었어요. 윤우가 백혈병으로 앓고 있는데, 친형제 골수가 필요하다고 그랬단 말이에요.”그 말을 듣고서 유남준은 처음에는 알 수 없었으나 대화 속에서 포인트를 찾아냈다.“그럼, 첫 번째 아이는 어떻게 된 거야?”유남준의 물음에 박민정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그 일까지 잊고 있겠다고 미처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었다.긴 세월이 지나갔음에도 박민정은 그때를 생각하기만 하면 자기도 모르게 손을 움켜쥐곤 한다.“이제 와서 왜 그렇게 묻는 거예요? 일단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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