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731 - 챕터 740

950 챕터

제731화

은회색 승합차가 입구에 멈춰 섰다.얼마 지나지 않자 유남준을 부축하여 차에서 내리고 있는 박민정이 김인우의 시야로 들어왔다.두 사람 뒤에 서다희도 바짝 따라왔다.“남준아, 형수, 어떻게 된 거야?”익숙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지만 ‘형수’라는 부름이 유남준에게 유난히 낯설었다.김인우는 박민정을 귀머거리로 불렀었는데 말이다.그리고 김인우만큼 박민정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데, 지금 박민정을 ‘형수’라고 부르고 있다.“말로 하자면 좀 길어요. 서 비서님이 알려줄 거예요.”김인우에 대한 박민정의 태도는 여전히 덤덤하기 그지없다.그러한 태도에 김인우는 신경 쓰지 않고 두 사람을 들여보내고 나서 서다희에게 물었다.서다희는 자초지종을 그에게 설명해 주었다.“하민재 그놈 죽으려고 환장한 거예요?”김인우는 욕설을 퍼부었다.“하씨 가문에 그런 놈도 있었던 거예요? 다들 하나 같이 쩔쩔맬 줄 알았는데, 감히 남준이한테 손을 대다니... 죽으려고 환장한 게 맞는 것 같네요.”서다희 역시 미처 생각지 못했다.그동안 하씨 가문은 항상 겸손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남준이 봐줄 의사는 찾아냈어요. 잠시 나갔다가 올게요.”서다희는 바로 그를 가로막았다.“대표님께서 회복되시고 나면 그때 다시 계획 세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김인우는 이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하민재와 연지석은 저희 사모님 친구이기도 합니다.”그 말에 조금 전까지 노발대발하던 김인우는 갑자기 차분해졌다.“그럼, 회복하고 나서 다시 얘기하시죠.”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서다희는 순간 믿어지지 않았다.유남준의 말만 듣는 김씨 가문의 도령이 이토록 쉽게 설득되었으니 말이다.유남준은 검사받으러 들어갔고 박민정을 비롯한 일행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서다희로 부터 모든 상황을 알게 된 김인우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해외에 있는 신경 전문의한테서 비슷한 상황을 들은 바가 있는데, 그 사람은 기억이 딱 그대로 멈췄다고 했어.”“완쾌됐나요?”김인우는 고개를 저었다.“지금 기술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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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조하랑은 멈칫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이목구비가 뚜렷한 유남준을 바라보았다.유남준은 더 이상 잠꼬대를 하지 않았고 조하랑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민정아, 혹시 저런 사람은 우리랑 뇌 구조가 다른 거 아니야?”그 말에 박민정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자기가 봤던 건 절대 잊지 않았던 사람인데, 기억을 잃었다니... 그게 말이 돼?”두 사람은 유남준의 병상 바로 옆에서 그를 한동안 깍아내렸다.아주 덤덤한 모습으로.어느새 밥 먹을 시간이 다가왔고 유남준은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서다희는 박민정에게 먹고 싶은 게 있냐면서 부하에게 물어보라고 했다.그때 조하랑이 전혀 사양하지 않고 메뉴를 읽기 시작했다.“샤브샤브, 마라탕, 마라샹궈 먹고 싶어요.”산모인 박민정은 그동안 줄곧 음식을 싱겁게 먹어왔다.이렇게 자극적인 음식은 정말로 듣는 것마저도 오랜만이었다.“제 친구가 말한 대로 준비해 주세요. 샤브샤브는 두 개로 준비해 주시고 제가 먹어왔던 영양식도 그대로 준비해 주세요.”박민정은 서다희가 보내온 사람에게 부탁했다.배 속의 아이를 위해 생각해야 하니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다.“어머, 내 기억 좀 봐! 너 임신한 거 까먹고 있었어.”“괜찮아. 나도 오랜만이라 좀 당겨. 이번 기회에 좀 먹지 뭐.”“그래.”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들이 줄줄이 들어왔다.유남준이 지내고 있는 VIP 병실에는 거실 뿐만 아니라 부엌까지 준비되어 있다.그러나 그럼에도 음식 향기는 그의 병상까지 전해졌다.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서다희를 불러와 한바탕 야단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사무실에 왜 이렇게 음식 냄새가 진동하냐면서.조하랑이 옆에 있어서 그러한지 박민정은 시간이 유난히 빠르게 지나는 것 같았다.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그때 조하랑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는데, 박예찬이었다.“이모, 왜 인제야 전화 받는 거야! 내가 집에 없어서 몰래 쉬려는 건 아니지?”조하랑이 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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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있음에도 조하랑은 박예찬 덕분에 취업 방향을 정할 수 있어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돈이 없는 건 아니나 자기 힘으로 돈을 벌 수 있어 안도감이 들었다.전 남자 친구였던 강연우가 늘 조하랑을 이처럼 풍자했었다.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라고.그리고 지금의 수입을 보면 아마 변호사인 강연우보다 몇십 배는 더 벌 수 있을 것이다.“참, 하랑아, 김씨 가문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어? 강연우가 또 찾아오지 않았어?”지난번에 강연우와 김인우는 크게 싸운 적도 있다.조하랑은 오늘따라 유난히 소탈해 보였다.“김씨 가문에서 잘 지내고 있고 강연우한테서 전화는 몇 번 왔었어.”그러고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서 덧붙였다.“민정아, 강연우 참 이상하지 않아? 나한테 김씨 가문이랑 엮이지 말라고 절대 김인우한테 시집가지 말라고 인우 씨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수없이 타이르고 말해줬어.”이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조하랑은 어처구니가 없다.강연우에 대해서.“자기는 결혼까지 했으면서 네가 누구한테 시집을 가든말든 무슨 상관이지? 이상하긴 하네.”박민정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 나갔다.“하랑아, 김씨 가문 어른들은 다들 좋으신데, 결혼하는 건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절대 후회하는 일 없이 신중하게 고려해 봐.”정서 변화가 심한 김인우 인지라 그가 싫어하는 사람은 사경으로 몰아넣을 때까지 괴롭히는 면도 있다.지금 자기한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박민정은 그럼에도 김인우란 사람이 걱정되었다.“알고 있어.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께도 말씀드렸어. 적어도 1년 정도는 만나보고 결정해야 한다고.”“인우 씨랑도 이미 얘기했어. 1년 지나고 나서 할아버지께 말씀드리자고. 서로서로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으니 그만 포기하시라고.”조하랑의 말을 듣고 난 박민정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그래.”“그럼, 나 먼저 간다. 내일 또 올게. 올 때 노트북도 가지고 와야겠어. 예찬이가 수시로 검문 들어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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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유남준 역시 벽에 찰싹 붙어 있는 박민정에게 다가갔다.벽과 팔을 사이에 두고 박민정을 그 속에 꽉 갇혔다.박민정은 다짜고짜 들려온 그의 질문이 생뚱맞기만 했다.“무슨 뜻이에요?”유남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만졌는데, 손바닥에 온기가 느껴지는 순간 놀라웠다.‘정말이었어?’“너 죽었잖아.”한껏 가라앉은 소리로 유남준이 말했다.그 말에 더더욱 어리둥절해진 박민정이다.“아무리 싫어도 죽은 사람 취급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아요?”“내가 널 2년 동안 찾아다녔어. 알아? 2년 동안 꿈에 나타나지도 않더니 오늘 어쩌다가 나타난 거야? 설마 정말 죽기라도 한 거야?”유남준은 이 모든 게 꿈인 줄 안다.“죽어서 꿈에 나타난다더니 정말로 죽은 거야?”“얼굴 좀 보여줘 봐. 왜 못 보게 하는 거야?”아무런 조명도 없어 그는 아직 눈이 멀었다는 사실을 인지 못 하고 있다.박민정은 그의 말속에서 서서히 눈치를 차리게 되었다.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는 것.자기가 실종 되고 나서 2년이 흐른 그 시점으로 돌아갔다는 것.“남준 씨, 그게 실은... 남준 씨 기억을...”하지만 말을 채 끊내기도 전에 유남준은 갑자기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꽉 잡고서거칠게 키스를 해왔다.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유남준은 어느새 옷까지 벗기고 있었다.“남준...”빈틈을 포착하여 박민정은 그를 미친 듯이 때리며 멈추게 하려고 했다.일단 자초지종부터 들어보라고.하지만 유남준은 그 어떠한 기회도 주려 하지 않았다.오늘 피해 가기는 틀렸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조명이 밝아졌다.그보다도 더욱 화끈거리게 한 것은 김인우가 의사 가운을 입은 채 문 앞에서 두 사람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놀라기는 김인우도 매한가지였다.그는 헛기침을 하며 서둘러 자리를 피해주었다.“미안. 일부러 방해하려는 건 아니었어.”‘남준이 기억 잃었다면서?’‘근데 왜 저래?’김인우는 나가면서 친절하게 문까지 닫아주었다.유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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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유난히 부드러운 입맞춤에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남준은 또다시 박민정을 조금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내가 연지석 질투하는 거 알아 몰라?”그 말에 박민정은 멍하기만 했다.“네가 나한테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지 이제야 알았어. 내가 잘못했으니 인제 그만 돌아와 주면 안 돼?”눈물 한 방울이 박민정의 어깨에 툭하고 떨어졌다.눈 하나 깜빡이지 않을 것 같았던 유남준이 눈물을 흘리다니... 박민정은 믿어지지 않았다.하지만 다시 천천히 손을 들어 그를 꼭 안아주면서 다독였다.이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것을 숨긴 채.유남준은 또다시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마침내 참지 못하고 다시 병상에 누웠다.깊이 잠든 그를 바라보며 박민정은 그의 눈을 어루만졌는데, 여전히 축축했다.유남준이 우는 걸 처음 보는 박민정이다.그가 울 줄도 아는 사람이라는 걸, 자기를 신경 쓰고 있었던 사람이라는 걸 처음 알게 된 박민정이다.왠지 모르게 목이 메어왔고 그렇게 이상한 감정을 느끼며 박민정 역시 천천히 잠에 들었다.다시 깨어나 보니 이미 병상에 누워있었고 고개를 살짝 돌리니 창문 앞에 서 있는 훤칠한 그가 보였다.담배를 피우고 있는 그를 보아하니 좀 나아진 듯했다.“남준 씨.”박민정의 소리에 유남준은 고개를 돌렸는데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그럼에도 천천히 다가갔다.“깼어?”“네. 괜찮아요?”“당연히 괜찮지.”박민정은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요즘 그의 상황에 대해 말해주려고 할 때 유남준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너 죽었잖아. 이번엔 지옥에서 돌아온 거야?”그 말에 박민정은 또다시 얼어붙었다.‘회복된 게 아니었구나.’“지옥에서 살아 돌아온 건 남준 씨에요.”박민정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그럼, 아니야? 죽은 척 하는 게 재미있었어? 그냥 끝까지 죽은 척하지 그랬어? 왜 돌아온 거야?”어젯밤에 일어난 그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그리고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까지.박민정이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또다시 물었다.“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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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생각지 못한 박민정의 행동에 유남준은 그대로 굳어졌다.우남준의 온몸에 힘이 빠지는 틈을 타서 박민정은 바로 자기 손목을 빼냈다.얼마나 힘을 들였는지 자국이 생길 지경이었다.‘아파.’박민정이 자리를 피하려고 할 때, 유남준은 다시 그녀를 끌어당겨 침대로 눕혔다.“누구한테 배운 거야?”가라앉은 목소리에 살짝 거친 느낌도 들어 있었다.지금 그의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는 박민정이다.“겨우 뽀뽀 하나 한 것뿐인데, 배울 필요가 있어요?”유남준은 그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었지만, 귀가 모든 걸 설명해 주고 있었다.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빨갛게 달아오른 그의 귀를 박민정이 보게 되었다.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 박민정은 갑자기 손을 들어 그의 귓불을 천천히 만졌다.바로 그때 유남준은 다시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는데, 힘을 들이지는 않았다.“연지석한테서 배웠어?”“혼자서 터득하면 안 되는 거예요?”박민정은 약간 화가 나기 시작했다.무엇이든 연지석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유남준때문에.홧김인지 아닌지 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그의 다른 볼에도 뽀뽀했다.“이제 믿겠어요? 스스로 터득한 거라고요.”유남준은 세상 차갑게 웃기 시작했다.“내가 실수했네. 그럼, 뭘 더 어떻게 터득했는지 한 번 봐봐.”이윽고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박민정에게 다가갔다.그러나 하필이면 바로 이때 서다희가 아침을 들고 들어왔다.다른 부하에게 부탁하려고 했으나 유남준의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온 것이었다.또 하필이면 문이 열려있어 바로 들어간 것이었는데,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서 비서님.”박민정은 바로 유남준의 입을 막고 그를 밀쳤다.“서 비서는 지금 해외 출장 중이야. 무서워서 피하는 거야?”자기 세계에 빠져 있는 유남준, 그런 유남준이 내내 어이없는 박민정.“서 비서님, 한마디 좀 하시죠.”서다희는 나지막이 헛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익숙한 소리가 들려오자 유남준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뒤돌아보았다.“넌 해외로 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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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박민정은 바로 거절해 버렸다.“어머님께 전해주세요.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다들 힘들어하고 있다고요. 나중에 다시 찾아뵙겠다고 해주세요.”유남준 지금 상황으로 찾아가게 된다면 또 무슨 사달이 날지 모른다.“그래.”윤소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박민정의 말에 약간 말을 붙여서 고영란에게 알렸다.박민정이 아이를 두고 홀로 외국으로 떠난 것에 대해 본래 언짢아하고 있던 고영란은 그 소리를 듣고서 더더욱 불쾌해했다.“아주 그냥 눈에 뵈는 게 없구나!”윤소현이 옆에서 타일러 주었다.“어머님,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원래 그런 동생이었어요. 얼마 전에는 우리 새엄마랑 우리 윤씨 가문을 상대로 돈까지 요구했었어요. 돈 갚으라면서요.”“돈을 갚다니? 무슨 돈인데?”“동생 아버지 생전의 돈인데, 어디서 유언장을 위조해 왔지 뭐예요. 박씨 가문의 재산은 본래 자기 몫이라면서요.”그 말을 듣고서 고영란은 박민정이 더더욱 싫어졌다.하지만 윤소현 새엄마인 한수민 역시 반듯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너도 이제 우리 남우랑 약혼했으니, 앞으로 한수민 그 여자랑 자주 연락하지 마.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잖아.”윤소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참, 남우 씨가 그러던데 아주버님 상태가 좀 이상했다고 그러셨어요. 해외에서 돌아오자마자 의사까지 집으로 들였다고 했었고요. 어머님이 부르시는 데도 동생이 거절한 걸 보면 혹시... 아주버님 보러 갈까요?”유남준은 줄곧 권씨 가문 둘째 도련님과 연락을 주고받았었다.하여 유남준이 이번에 해외로 떠나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윤소현에게 일부러 소식을 흘린 것이고 윤소현의 손을 빌려 유남준의 상황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뭐?”고영란은 유남준에게 사고가 생겼다는 걸 듣고 바로 애간장이 타기 시작했다.“당장 가자.”“네.”저녁.박민정이 박윤우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을 때, 고영란이 윤소현을 데리고 쳐들어왔다.고영란은 들어오자마자 여기저기 살피더니 유남준이 보이지 않자 당황했다.“남준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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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어머님, 일단 윤우부터 방으로 돌려보내시죠. 윤우가 들어서 좋을 것 없잖아요.”윤소현이 고영란에게 말했다.박윤우는 예쁘게 생겼지만 악독하기 그지없는 윤소현을 바라보며 눈을 치켜세웠다.“꺼져!”예상치 못한 소리에 윤소현은 으스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축 떨어진 손을 움켜쥐면서 박윤우를 당장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어른한테 그렇게 버릇없으면 안 돼.”“퉤!”박윤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윤소현을 향해 침을 뱉었다.“아줌마, 선생님께서 사람한테만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가르쳐주셨어요.”그 말에 윤소현의 얼굴은 험상궂게 일그러졌다.고영란만 지금 이 자리에 없었더라면 아마 이미 박윤우에게 손찌검을 했을 것이다.박민정 역시 박윤우에게 이런 더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허리를 숙이고 타일렀다.“윤우야, 먼저 방에 가 있어. 엄마 할머니랑 중요한 얘기 해야 해.”“걱정하지 마. 할머니 절대 엄마 괴롭히지 않을 거야.”이윽고 박민정은 고영란을 바라보며 확인했다.“어머님, 제 말이 맞죠?”어머님이라는 소리를 오랜만에 들은 고영란은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럼.”지금 눈앞에 있는 어른들이 서로 인사치레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박윤우는 모를 리가 없다.하지만 힘이 약하니 박민정을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았다.차라리 쓰레기 아빠라도 옆에 있었으면 하는 심정이다.박윤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순순히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제 막 치료를 받고 나온 유남준은 두통이 좀 나아진 것 외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서다희는 이때 이름 모를 전화를 받게 되었다.“누구시죠?”“다희 삼촌, 저 윤우예요.”박윤우의 앳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려왔다.서다희는 순간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만 같았다.“도련님이셨군요. 무슨 일이시죠?”눈높이를 맞추며 서다희는 한껏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다희 삼촌, 아빠한테 전화 좀 전해주시면 안 돼요?”“그건 좀 힘들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 지금 몸 상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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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차갑기 그지없는 두 눈으로 박민정을 바라보며 고영란이 말했다.“우리 유씨 가문은 결코 보잘것없는 집안이 아니야. 지금 당장 무릎 꿇어!”생각지 못한 말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박민정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잘못한 것도 없는데 제가 왜 무릎을 꿇어야 하는 거죠?”“아이까지 내팽개치고 해외로 남자를 만나러 간 네가 잘못한 게 없다고?”윤소현이 옆에서 계속 부채질했다.어처구니가 없는 박민정은 두 눈을 부릅뜨고 윤소현을 노려보며 물었다.“열녀문이 내려진 것도 아니고 곁에 남성 친구조차 두면 안 된다는 소리예요?”“남녀 사이에 순수한 우정 따위는 없어. 있을 것 같아?”윤소현은 계속 비아냥거렸다.흔들림 없이 공격하는 윤소현의 모습에 박민정은 더 이상 그 어떠한 체면도 봐주지 않으리라 결심했다.“제가 알기로는 윤소현 씨 남자 파트너 자주 바꾸기로 소문이 자자한 것 같은데... 여러 스킨십까지 자주 하고 말이에요. 저보다는 윤소현 씨가 더 더러운 게 아닌가요?”“내가 하는 건 일이고 네가 하는 건 사랑이잖아.”“순수한 우정 따위가 없다면 순수한 일 따위도 없는 거 아니에요?”박민정은 계속 맞받아쳤다.이렇게 날카롭고 예리하게 대응할 줄은 몰랐던 윤소현은 당황하면서도 짜증이 났다.다행히도 고영란이 자기편을 들어주면서 기분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무릎 꿇어! 다시 말하고 싶지 않다.”박민정은 허리를 더욱 꼿꼿하게 세웠다.그때 소파에 앉아 있던 고영란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들어와.”무릎을 꿇으라고 명령을 내리게 되면 상대가 누구든지 반드시 꿇어야 한다는 게 고영란의 ‘신념’이다.시어머니로서의 위엄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해도 좋다.얼마 지나지 않아 제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우르르 들어와 박민정에게 말했다.“사모님, 큰 사모님 말씀대로 하시기 바랍니다.”윤소현은 옆에서 좋은 구경이라도 난듯한 얼굴이었다.하지만 박민정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는 채 덤덤하기 그지없는 두 눈으로 고영란을 바라보며 말했다.“무릎 꿇지 않을 겁니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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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문 앞에 서 있는 유남준과 서다희가 보였다.유남준의 안색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그가 돌아올 것으로 생각지도 못한 박민정은 다소 의외였다.“무슨 일이야?”그리고 생각할 것도 없이 고영란의 편을 들 것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전혀 다른 말을 뱉어버리고 만다.“아무나 집으로 들이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아무나?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윤소현보다 고영란은 거의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남준아,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아무라니! 난 네 엄마야!”조용히 듣고 있던 유남준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어머니, 저와 민정이 사이의 일은 사적인 일이니 앞으로 상관하지 마세요.”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유남준이 기억을 되찾은 줄 알았다.아들에게 한바탕 쓴소리를 듣고 난 고영란은 목이 메었다.“알았어. 앞으로 싸우든 말든 어떻게 지내든 절대 상관하지 않을게.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이윽고 유남준을 자세히 훑어보았는데, 크게 다친 곳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윤소현에게 말했다.“가자.”윤소현 역시 유남준을 살펴보았는데, 유남우가 말한 것처럼 엄중해 보이지 않았다. “네.”윤소현은 고영란 따라 밖으로 나왔다.고영란은 박민정에게 미처 풀지 못한 화를 윤소현에게 풀 작정이었다.“남준이 크게 다쳤다면서! 멀쩡하잖아!”“저도 남우 씨한테 들은 말이라 속사정은 잘 몰라요.”윤소현의 설명에 고영란은 콧방귀를 뀌었다.“우리 남우한테 뒤집어씌울 생각하지 마. 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예고 없이 돌아온 쓴소리에 윤소현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유남우와 약혼하고 나서 고영란은 줄곤 자상하게 예를 지키며 윤소현과 소통했었다.이런 적은 거의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하지만 집안 배경을 버팀목으로 하고 있는 윤소현은 이지원과 달라 바로바로 대꾸할 수 있었다.“어머님, 저한테 생각이 없다고 쳐요. 그럼, 어머님께도 생각이 없는 건가요? 제가 어머님을 이곳까지 억지로 끌고 왔어요?”밖에 도착하자 윤소현은 바로 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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