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지 못한 박민정의 행동에 유남준은 그대로 굳어졌다.우남준의 온몸에 힘이 빠지는 틈을 타서 박민정은 바로 자기 손목을 빼냈다.얼마나 힘을 들였는지 자국이 생길 지경이었다.‘아파.’박민정이 자리를 피하려고 할 때, 유남준은 다시 그녀를 끌어당겨 침대로 눕혔다.“누구한테 배운 거야?”가라앉은 목소리에 살짝 거친 느낌도 들어 있었다.지금 그의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는 박민정이다.“겨우 뽀뽀 하나 한 것뿐인데, 배울 필요가 있어요?”유남준은 그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었지만, 귀가 모든 걸 설명해 주고 있었다.당장이라도 터질 듯한 빨갛게 달아오른 그의 귀를 박민정이 보게 되었다.귀신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 박민정은 갑자기 손을 들어 그의 귓불을 천천히 만졌다.바로 그때 유남준은 다시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는데, 힘을 들이지는 않았다.“연지석한테서 배웠어?”“혼자서 터득하면 안 되는 거예요?”박민정은 약간 화가 나기 시작했다.무엇이든 연지석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유남준때문에.홧김인지 아닌지 박민정은 고개를 들어 그의 다른 볼에도 뽀뽀했다.“이제 믿겠어요? 스스로 터득한 거라고요.”유남준은 세상 차갑게 웃기 시작했다.“내가 실수했네. 그럼, 뭘 더 어떻게 터득했는지 한 번 봐봐.”이윽고 그는 고개를 숙인 채 박민정에게 다가갔다.그러나 하필이면 바로 이때 서다희가 아침을 들고 들어왔다.다른 부하에게 부탁하려고 했으나 유남준의 상황을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온 것이었다.또 하필이면 문이 열려있어 바로 들어간 것이었는데,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서 비서님.”박민정은 바로 유남준의 입을 막고 그를 밀쳤다.“서 비서는 지금 해외 출장 중이야. 무서워서 피하는 거야?”자기 세계에 빠져 있는 유남준, 그런 유남준이 내내 어이없는 박민정.“서 비서님, 한마디 좀 하시죠.”서다희는 나지막이 헛기침을 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익숙한 소리가 들려오자 유남준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그를 뒤돌아보았다.“넌 해외로 출장
박민정은 바로 거절해 버렸다.“어머님께 전해주세요. 돌아온 지 얼마 안 돼서 다들 힘들어하고 있다고요. 나중에 다시 찾아뵙겠다고 해주세요.”유남준 지금 상황으로 찾아가게 된다면 또 무슨 사달이 날지 모른다.“그래.”윤소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박민정의 말에 약간 말을 붙여서 고영란에게 알렸다.박민정이 아이를 두고 홀로 외국으로 떠난 것에 대해 본래 언짢아하고 있던 고영란은 그 소리를 듣고서 더더욱 불쾌해했다.“아주 그냥 눈에 뵈는 게 없구나!”윤소현이 옆에서 타일러 주었다.“어머님,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원래 그런 동생이었어요. 얼마 전에는 우리 새엄마랑 우리 윤씨 가문을 상대로 돈까지 요구했었어요. 돈 갚으라면서요.”“돈을 갚다니? 무슨 돈인데?”“동생 아버지 생전의 돈인데, 어디서 유언장을 위조해 왔지 뭐예요. 박씨 가문의 재산은 본래 자기 몫이라면서요.”그 말을 듣고서 고영란은 박민정이 더더욱 싫어졌다.하지만 윤소현 새엄마인 한수민 역시 반듯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너도 이제 우리 남우랑 약혼했으니, 앞으로 한수민 그 여자랑 자주 연락하지 마.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잖아.”윤소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참, 남우 씨가 그러던데 아주버님 상태가 좀 이상했다고 그러셨어요. 해외에서 돌아오자마자 의사까지 집으로 들였다고 했었고요. 어머님이 부르시는 데도 동생이 거절한 걸 보면 혹시... 아주버님 보러 갈까요?”유남준은 줄곧 권씨 가문 둘째 도련님과 연락을 주고받았었다.하여 유남준이 이번에 해외로 떠나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가 윤소현에게 일부러 소식을 흘린 것이고 윤소현의 손을 빌려 유남준의 상황을 알고 싶었던 것이다.“뭐?”고영란은 유남준에게 사고가 생겼다는 걸 듣고 바로 애간장이 타기 시작했다.“당장 가자.”“네.”저녁.박민정이 박윤우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을 때, 고영란이 윤소현을 데리고 쳐들어왔다.고영란은 들어오자마자 여기저기 살피더니 유남준이 보이지 않자 당황했다.“남준이는?”
“어머님, 일단 윤우부터 방으로 돌려보내시죠. 윤우가 들어서 좋을 것 없잖아요.”윤소현이 고영란에게 말했다.박윤우는 예쁘게 생겼지만 악독하기 그지없는 윤소현을 바라보며 눈을 치켜세웠다.“꺼져!”예상치 못한 소리에 윤소현은 으스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축 떨어진 손을 움켜쥐면서 박윤우를 당장 죽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어른한테 그렇게 버릇없으면 안 돼.”“퉤!”박윤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윤소현을 향해 침을 뱉었다.“아줌마, 선생님께서 사람한테만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가르쳐주셨어요.”그 말에 윤소현의 얼굴은 험상궂게 일그러졌다.고영란만 지금 이 자리에 없었더라면 아마 이미 박윤우에게 손찌검을 했을 것이다.박민정 역시 박윤우에게 이런 더러운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허리를 숙이고 타일렀다.“윤우야, 먼저 방에 가 있어. 엄마 할머니랑 중요한 얘기 해야 해.”“걱정하지 마. 할머니 절대 엄마 괴롭히지 않을 거야.”이윽고 박민정은 고영란을 바라보며 확인했다.“어머님, 제 말이 맞죠?”어머님이라는 소리를 오랜만에 들은 고영란은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럼.”지금 눈앞에 있는 어른들이 서로 인사치레를 하고 있다는 것을 박윤우는 모를 리가 없다.하지만 힘이 약하니 박민정을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았다.차라리 쓰레기 아빠라도 옆에 있었으면 하는 심정이다.박윤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순순히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이제 막 치료를 받고 나온 유남준은 두통이 좀 나아진 것 외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서다희는 이때 이름 모를 전화를 받게 되었다.“누구시죠?”“다희 삼촌, 저 윤우예요.”박윤우의 앳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 들려왔다.서다희는 순간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만 같았다.“도련님이셨군요. 무슨 일이시죠?”눈높이를 맞추며 서다희는 한껏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다희 삼촌, 아빠한테 전화 좀 전해주시면 안 돼요?”“그건 좀 힘들 것 같아요. 대표님께서 지금 몸 상황이
차갑기 그지없는 두 눈으로 박민정을 바라보며 고영란이 말했다.“우리 유씨 가문은 결코 보잘것없는 집안이 아니야. 지금 당장 무릎 꿇어!”생각지 못한 말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박민정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잘못한 것도 없는데 제가 왜 무릎을 꿇어야 하는 거죠?”“아이까지 내팽개치고 해외로 남자를 만나러 간 네가 잘못한 게 없다고?”윤소현이 옆에서 계속 부채질했다.어처구니가 없는 박민정은 두 눈을 부릅뜨고 윤소현을 노려보며 물었다.“열녀문이 내려진 것도 아니고 곁에 남성 친구조차 두면 안 된다는 소리예요?”“남녀 사이에 순수한 우정 따위는 없어. 있을 것 같아?”윤소현은 계속 비아냥거렸다.흔들림 없이 공격하는 윤소현의 모습에 박민정은 더 이상 그 어떠한 체면도 봐주지 않으리라 결심했다.“제가 알기로는 윤소현 씨 남자 파트너 자주 바꾸기로 소문이 자자한 것 같은데... 여러 스킨십까지 자주 하고 말이에요. 저보다는 윤소현 씨가 더 더러운 게 아닌가요?”“내가 하는 건 일이고 네가 하는 건 사랑이잖아.”“순수한 우정 따위가 없다면 순수한 일 따위도 없는 거 아니에요?”박민정은 계속 맞받아쳤다.이렇게 날카롭고 예리하게 대응할 줄은 몰랐던 윤소현은 당황하면서도 짜증이 났다.다행히도 고영란이 자기편을 들어주면서 기분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무릎 꿇어! 다시 말하고 싶지 않다.”박민정은 허리를 더욱 꼿꼿하게 세웠다.그때 소파에 앉아 있던 고영란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들어와.”무릎을 꿇으라고 명령을 내리게 되면 상대가 누구든지 반드시 꿇어야 한다는 게 고영란의 ‘신념’이다.시어머니로서의 위엄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해도 좋다.얼마 지나지 않아 제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우르르 들어와 박민정에게 말했다.“사모님, 큰 사모님 말씀대로 하시기 바랍니다.”윤소현은 옆에서 좋은 구경이라도 난듯한 얼굴이었다.하지만 박민정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는 채 덤덤하기 그지없는 두 눈으로 고영란을 바라보며 말했다.“무릎 꿇지 않을 겁니다.”경
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문 앞에 서 있는 유남준과 서다희가 보였다.유남준의 안색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그가 돌아올 것으로 생각지도 못한 박민정은 다소 의외였다.“무슨 일이야?”그리고 생각할 것도 없이 고영란의 편을 들 것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전혀 다른 말을 뱉어버리고 만다.“아무나 집으로 들이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아무나?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윤소현보다 고영란은 거의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남준아,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아무라니! 난 네 엄마야!”조용히 듣고 있던 유남준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어머니, 저와 민정이 사이의 일은 사적인 일이니 앞으로 상관하지 마세요.”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유남준이 기억을 되찾은 줄 알았다.아들에게 한바탕 쓴소리를 듣고 난 고영란은 목이 메었다.“알았어. 앞으로 싸우든 말든 어떻게 지내든 절대 상관하지 않을게.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아.”이윽고 유남준을 자세히 훑어보았는데, 크게 다친 곳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윤소현에게 말했다.“가자.”윤소현 역시 유남준을 살펴보았는데, 유남우가 말한 것처럼 엄중해 보이지 않았다. “네.”윤소현은 고영란 따라 밖으로 나왔다.고영란은 박민정에게 미처 풀지 못한 화를 윤소현에게 풀 작정이었다.“남준이 크게 다쳤다면서! 멀쩡하잖아!”“저도 남우 씨한테 들은 말이라 속사정은 잘 몰라요.”윤소현의 설명에 고영란은 콧방귀를 뀌었다.“우리 남우한테 뒤집어씌울 생각하지 마. 대체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예고 없이 돌아온 쓴소리에 윤소현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유남우와 약혼하고 나서 고영란은 줄곤 자상하게 예를 지키며 윤소현과 소통했었다.이런 적은 거의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하지만 집안 배경을 버팀목으로 하고 있는 윤소현은 이지원과 달라 바로바로 대꾸할 수 있었다.“어머님, 저한테 생각이 없다고 쳐요. 그럼, 어머님께도 생각이 없는 건가요? 제가 어머님을 이곳까지 억지로 끌고 왔어요?”밖에 도착하자 윤소현은 바로 자기
갑자기 유남준이 그녀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얘기해 봐, 왜 돌아왔어?”지금의 유남준에게 있어서 그는 박민정이 왜 돌아왔는지, 그리고 자기가 기억을 잃은 사실마저 모두 잊었다.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자기가 돌아온 이유를 유남준에게 다시 말했다.“그러니까 내 아이를 데리고 5년 사라졌다는 거야?”똑같은 말이라 박민정은 더 이상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얘기했던 문제잖아요. 더 설명하고 싶지 않아요.”유남준은 여전히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잡은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박민정.”박민정은 그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그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이거 놔요.”유남준은 놓아주지 않고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더니 들어 올렸다.“뭐 하는 거예요? 나 내려줘요.”그녀는 무서운 듯 유남준의 팔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조심히 걸어요. 앞에 테이블이 있으니 부딪치지 말고요.”유남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다른 쪽으로 걸어갔다.“침실로 가려고 하는데 왼쪽으로 가? 아니면 오른쪽으로 가?”‘침실로 간다고?’박민정은 바로 어젯밤 유남준이 한 행동을 떠올리며 그의 어깨를 꽉 눌렀다.“나 내려놔요!”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유남준은 그녀를 놓지 않고 기억을 더듬으며 계단을 올랐다.“조심해요, 기둥 있어요.”기억이 완전히 정확한 건 아니었다. 박민정이 귀띔했기 때문에 다행히 큰 문제는 없었다.방에 도착하자 유남준은 박민정을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그녀를 안은 손은 놓지 않고 꽉 잡았다.“왜 이 꿈이 이렇게 길게 느껴질까?”“왜 또 꿈이라고 하는 거예요? 꿈 아니라고 했잖아요.”박민정은 어이가 없었다.유남준은 그녀를 더 꼭 끌어안았다.“박민정, 나 머리 너무 아파. 자고 싶어.”박민정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지금 바로 의사 부를게요.”그녀는 일어나려고 했지만 유남준이 그녀를 꽉 안아서 움직일 수 없었다.“가면 다시 안 올 거지?”박민정은 그에게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어 품에 안겨 있을 수밖에 없었
유남준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박민정은 별장 사용인과 가정부들에게 유남준을 찾아보라고 했다.10분 후, 한 사용인이 마침내 유남준을 발견하고 곧바로 박민정에게 전화했다.“사모님, 유 대표님 정원 옆의 연못가에 계십니다.”“알겠어요, 지금 갈게요.”박민정은 전화를 끊은 후 급히 달려갔더니 연못가의 큰 나무 아래 서 있는 유남준을 발견했다.그녀는 한숨을 돌리고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말했다.“남준 씨.”유남준의 기억이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확신이 없어 그녀는 가까이 가지 않았다.남자의 눈빛은 초점이 없었지만 여전히 맑아 보였다.“무슨 일이야?”“나... 나 누군지는 기억하죠?”“걱정 마. 어제랑 똑같으니까.”그 말에 박민정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그럼 다행이네요. 그런데 왜 여기에 있어요?”“그냥. 좀 조용히 있으려고.”유남준이 말하고는 박민정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서 비서는?”박민정은 시간을 체크하며 말했다.“지금 오고 있을 거예요.”서다희는 오늘 아침 8시에 오겠다고 말했었다.“가서 쉬어. 나 신경 쓰지 말고.”유남준은 서다희에게서 박민정이 지금 임신 중이라 힘들게 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었다.말을 마친 후 그는 거실로 걸어갔다.박민정은 그를 따라갔다.유남준이 거실에 도착하고 옆에 서다희도 있는 걸 확인하고서야 박민정은 윤우를 깨우 세수하고 아침을 먹게 했다.윤우는 침대에서 겨우 일어났다.아빠가 또 변했다는 걸 알고 세수를 마친 후 바로 유남준을 만나러 갔다.“쓰레기 아빠.”귀여운 아이의 목소리가 다른 사람에게는 듣기 좋았지만 유남준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그는 서다희에게서 박민정이 진주를 떠난 후 쌍둥이를 낳았다는 말을 들었었다.“응.”윤우는 달려가 그의 다리를 꽉 끌어안았다.유남준의 다리가 갑자기 저렸다.“아빠, 윤우 기억났어요?”윤우는 다시 호칭을 바꿔 물었다.“기억이 나.”지금의 유남준은 윤우가 상처받을까 봐 거짓말을 했다.윤우는 그의 거짓말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일부러
유남준은 놀란 듯 물었다.“내가 네 선생님을 본 적 없어?”윤우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래요. 엄마랑 아빠는 항상 일 때문에 바빴잖아요. 전에 계속 정 아저씨가 저를 학교에 데려다줬어요.”정 아저씨?유남준은 단지 일부 기억만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다.서다희가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 줘도 빠뜨린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정민기가 바로 그 빠뜨린 부분이었다.“왜 정 아저씨가 널 데려다줘?”유남준이 물었다.윤우는 일이 더 커지는 걸 전혀 두렵지 않은 듯했다.“정 아저씨가 정말 멋진 사람이라서요. 엄마도 정 아저씨만이 저를 보호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정 아저씨는 우리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인기가 정말 많아요. 그래서 아빠가 가면 친구나 선생님들이 실망할 수도 있으니까 상처받지 말아요.”윤우는 일부러 유남준을 자극했다.유남준은 실눈을 뜨더니 휴대폰을 들어 서다희에게 전화를 걸었다.서다희는 뒤따르던 차 안에서 무슨 일인지 몰라 바로 전화를 받았다.“대표님.”“정민기가 누구야?”유남준이 목소리를 낮췄다.“보디가드요. 사모님의 개인 보디가드입니다.”서다희가 대답했다.보디가드라는 말을 듣고 유남준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알겠어.”유남준은 전화를 끊었다.보디가드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유치원에 도착한 후.유치원의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입구에 나와 있었다. 그녀들은 오늘도 정민기를 보고 싶어 했다.정민기는 잘생긴 데다가 얼마 전에 아이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범인을 바로 제압했었다.그 이후로 유치원 모든 사람들은 정민기를 우상으로 삼았다.하지만 오늘은 이상하게도 윤우를 태운 벤틀리가 몇 대의 고급 차로 바뀌었다.차 문이 열리자 정민기가 아닌 차가운 얼굴, 완벽한 이목구비에 훤칠한 키의 남자가 내렸다.모든 사람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유치원 선생님들은 눈을 반짝이며 유남준을 뚫어지게 바라봤다.“윤우야, 누구셔?”윤우의 담임 선생님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는 윤우에게 달려왔다.“우리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