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정아, 법원에서 한수민의 모든 재산을 동결했지만 계좌에 20억도 없대.”아침 식사를 마치고 박민정은 변호사 장명철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사실 이 소식은 그녀도 이미 알고 있었다.박민정은 한수민을 계속 감시해 왔기 때문에 그녀가 돈을 모두 윤소현에게 보낸 것을 알고 있었다.“이상한 건 YN그룹 계좌에도 돈이 별로 없대. 400억밖에 찾지 못했다는데?”장명철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YN그룹 같은 큰 회사에 유동 자금이 그렇게 적다니.“미리 빼돌린 건 아닐까요?”박민정이 물었다.“그건 아닐 거야. 우리가 계속 감시해 왔고, YN그룹 내부에도 우리 사람이 있잖아.”장명철이 말했다.“그럼 YN그룹에 문제가 있는 거겠죠.”박민정이 창밖을 바라보며 말했다.“괜찮아요. 얼마가 있든 모두 받아야죠. 없는 것보다는 낫잖아요.”“그렇지.”장명철이 전화를 끊었다.박민정은 한 주 가까이 한수민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그녀의 상황이 어떤지 궁금했다.병원에서.오늘 한수민은 VIP 병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그녀는 화가 잔뜩 난 채 간병인에게 말했다.“누가 내 병실을 바꾸라고 했어? 이렇게 좁고 낡은 곳에서 어떻게 지내라고?”간병인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사모님, 병실을 옮긴 건 제 결정이 아니라 가족분들의 지시입니다.”한수민은 머리가 띵해졌다.“말도 안 돼. 우리 윤씨 가문이 돈 없는 것도 아니고 왜 나를 일반 병실로 옮겼겠어?”“그럼 직접 전화해서 물어보시면 되잖아요.”간병인은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거만한 한수민에게서 호감이 떨어졌다.한수민은 휴대폰을 들어 윤소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거는 동안에도 간병인을 계속 꾸짖었다.“말하는 태도가 그게 뭐야? 소현이에게 널 해고하라고 할 거야.”간병인은 그녀의 말을 신경 쓰지 않았다.한참 후에야 전화가 연결되었다.이어서 윤소현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무슨 일이세요?”한수민은 윤소현의 목소리를 듣고 안심하며 말했다.“소현아, 간병인이 나를 일반 병실
아줌마는 그 말을 듣고 간병인이 왜 그녀를 조롱했는지 금방 알게 되었다.“말은 가려서 해야죠.”한수민은 코웃음을 치고는 더 이상 아줌마를 신경 쓰지 않았다.하층 계급의 사람들이 자신과 말을 섞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아줌마는 한수민이 자기 말에 대답하지 않는 것을 보고 흥미를 잃어 더 얘기하지 않았다.점심때 간병인이 다시 와서 한수민에게 밥을 주었다.집이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면 그녀는 절대 거듭 무례를 범한 한수민을 돌보지 않을 것이다.“밥 먹어요.”간병인은 음식을 각각 놓아주었다.한수민은 음식을 한 번 보더니 예전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 젓가락을 들었다.옆 침대 환자 아줌마는 아직 밥을 받지 못했다. 그걸 본 한수민은 비꼬듯이 말했다.“간병인도 없나 보네.”아줌마는 화도 내지 않고 그저 휴대폰을 들여다봤다.얼마 지나지 않아 병실 문이 열렸다.“엄마, 늦어서 죄송해요. 오늘 야근해서 늦었어요.”스무 살 정도의 젊은 여자가 어린아이를 데리고 아줌마의 옆으로 왔다.아줌마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 엄마 배고프지 않아.”어린아이는 귀여운 목소리로 불렀다.“할머니.”“우리 손주. 오늘 엄마 말 잘 들었어?”“그럼요?”젊은 여자는 어린아이를 의자에 앉힌 후 아줌마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할머니, 빨리 나으세요.”“알겠어. 할머니 빨리 나아서 우리 착한 손주를 유치원 데려다줘야지.”“좋아요.”어린아이가 대답했다.그 광경을 보던 한수민은 다시 밥을 먹으려 했지만 갑자기 식욕이 뚝 떨어졌다.아줌마의 딸은 직접 끓인 미역국을 가져왔다.일 때문에 온 가족이 이곳에서 함께 식사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오늘 금요일이라 아이의 유치원에서는 점심을 제공하지 않았다.젊은 여자는 빠르게 밥을 먹고 나서 어머니에게 마사지를 한 후 아이를 집에 데려가야 했다.떠날 때 여자는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엄마, 잘 지내고 계세요. 저녁에 다시 올게요.”아줌마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천천히 운전하고
한수민은 휴대폰을 들어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박민정은 저녁을 먹고 한수민의 상태가 궁금해서 찾아가 보려고 했는데 한수민에게서 전화가 올 줄은 몰랐다.“무슨 일이에요?”박민정이 전화를 받았다.“돈 좀 보내줘. 지금 병원비가 없어서. 넌 내 딸이잖아. 내가 널 고소하는 걸 바라는 건 아니겠지?”한수민은 박민정이 돈을 주지 않으면 그녀를 고소할 생각이었다.박민정도 고소하는 걸 즐기지 않는가?친모에게 고소당하는 기분은 결코 좋지 않을 것이다.한수민은 박민정이 가족에게 배신당하는 것을 가장 견디지 못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런데 박민정은 거절하지 않고 말했다.“이따가 여사님 보러 갈게요. 만약 여사님이 정말 치료비가 없다는 게 사실이라면 여사님이 말한 대로 친딸로서 돈을 드리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한수민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먼저 전화를 끊었다.병원에서.간병인이 한수민에게 물었다.“뭐래요? 설마 그 아가씨도 돈 안 주겠대요?”그럼 너무 불쌍하잖아.옆자리 아줌마도 한수민을 비웃듯이 말했다.“돈이 많으면 뭐 해. 사람이 곧 죽는데 가족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그 말을 들은 한수민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간병인과 아줌마는 박민정이 돈을 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한수민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이유는 박민정이 다시 한번 그녀의 예상을 벗어났기 때문이었다.복부의 통증이 시작되어 한수민은 어쩔 수 없이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통증을 완화하려면 자거나 약을 먹는 방법밖에 없었다.하지만 왜인지 모르게 잠이 오지 않았다.눈만 감으면 박민정의 어린 시절 얌전히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정말 내가 잘못한 걸까? 아니야!’윤소현이 태어나자마자 윤석후가 데려가서 정수미와 함께 지냈지만 그래도 윤소현은 한수민의 친딸이었다.게다가 한수민은 몰래 윤소현을 찾아가 잘 대해 주었다. 다른 여자아이들이 가진 것은 윤소현도 무조건 가지게 해주었다.통증 때문에 시간이 더디게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용한 병
한수민은 박민정이 단지 6000만 원으로 자신을 해결하려 한다는 사실에 어이가 없었다.6000만 원은 도박 한 번 하거나, 가방 하나 사기도 부족했다.“장난해? 6000만 원으로 뭘 할 수 있다고?”박민정은 덤덤하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보통 가정에서는 6000만 원이면 집 한 채의 계약금을 낼 수 있어요. 한 달 사용하기에 충분하지 않나요? 더 많은 돈은 없어요.”떠날 때 박민정은 덧붙였다.“소송해 봤자 소용없어요. 변호사와 상담해 봤는데 제가 한 달에 6000만 원을 드리면 자녀로서의 의무를 다한 거라고 하더군요. 그러니 소송해도 소용없을 거예요.”“이 망할 년!!”한수민은 침대에서 일어나 박민정을 때리려 했다.간병인이 그녀를 다급하게 막으며 목소리를 낮췄다.“사모님, 진정하세요. 방금 윤소현 씨의 전화를 받았어요. 나를 해고하겠다고 하네요. 앞으로 월급도 주지 않겠다고 했고요.”한수민은 머릿속이 백지장처럼 하얘졌다.“그게 무슨 말이야?”간병인은 얼굴이 어두워졌다.“말 그대로예요. 윤소현 씨가 더 이상 사모님을 돌보지 않겠다는 뜻이죠.”한수민은 의식을 잃은 채로 침대에 쓰러졌다.복부의 통증이 심해져 더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빨리... 빨리 의사 불러...”간병인은 그녀의 바지가 피로 물들어 가는 걸 보고 긴급 호출 버튼을 눌렀다.의사와 간호사들은 신속하게 도착했다.박민정은 아직 병원을 떠나지도 않았는데 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히 자신이 나온 병실 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멈춰 섰다.뒤로 돌아보자 한수민이 병실에서 나오고 수술실로 옮겨지는 것을 발견했다.뒤따라 나오던 간병인은 박민정이 아직 병원에 있는 것을 보고 그녀에게 말했다.“박민정 씨, 사모님이 출혈이 심해져서 쇼크 상태에 빠졌어요.”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손을 꼭 쥐었다.얼굴은 변하지 않았지만 눈에는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그녀는 간병인에게 설명했다.“한 여사와 나는 남남이에요. 같은 피를 나눴을 뿐, 진정한 모녀 사이는 아니라고요.”간병인은 놀라면서
박민정이 돌아간 후, 한수민은 몇 시간의 응급 치료 끝에 다시 깨어났다.그녀가 눈을 뜨자마자 주위를 둘러봤지만 그곳에는 간병인만 있을 뿐 가족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박민정조차 없었다.한수민은 갈라진 입술을 벌리며 말했다.“어디... 갔어?”간병인은 바로 다가와 물었다.“누구요?”“박민정.”간병인은 한수민이 아직도 박민정을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리고 한수민에게 설명했다.“아마 일이 있어서 갔을 거예요.”한수민이 비꼬려는 찰나 간병인은 박민정이 준 명함을 꺼내며 말했다.“이걸 보세요. 박민정 씨가 줬는데 이후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전화하라고 했어요. 박민정 씨가 책임질 거라고요.”한수민은 이번에 어쩌다가 비꼬지 않았다.간병인은 명함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제 친척 중에도 두 딸을 가진 여자가 있거든요. 편애를 했는데 작은딸만 좋아했죠. 그런데 나이가 들자 애지중지 키운 작은딸은 그 사람을 돌보지 않았고, 심지어 설날 밤에 집에서 내쫓았어요. 어렸을 때 싫어했던 큰딸이 오히려 그 사람을 집에 데려와 함께 살았어요. 이제 그 친척은 큰딸이 더 좋다고 말하더라고요.”한수민이 물었다.“두 딸이 모두 친딸이야?”“아니요. 큰딸은 양녀예요.”간병인이 대답했다.한수민은 믿기지 않은 듯 눈을 크게 떴다.“양녀인데 잘해줄 리가 없잖아.”“양녀가 어때서요? 양녀는 은혜를 갚으려고 친딸보다 더 잘해줄 수 있어요.”간병인이 말했다.한수민은 더 말을 하지 않자 간병인이 또 물었다.“왜 말이 없으세요? 사모님 두 딸도 아버지가 다르잖아요. 지금 남편을 좋아한다고 전 남편의 딸에게 모질게 굴 수는 없죠.”간병인은 박민정이 큰딸이고, 한수민이 박민정의 아버지와 이혼한 후 다른 사람과 재혼해 윤소현을 낳았다고 생각했다.“그만해.”한수민은 그녀의 말을 멈췄다.간병인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한수민은 동정받을 가치가 없는 인간이라는 걸 까먹을 뻔했다.밤이 되자 간병인은 쉬러 갔다.한수민은 침대에 누워 뒤척이며 잠
한수민은 윤씨 저택으로 돌아가기 위해 한참 기다려 겨우 택시를 잡았다.도착했을 때 아직 해가 뜨지 않았다.저택은 오늘 유난히 조용했다. 경비원을 제외한 사용인들은 아직 깨지 않았다.한수민은 돌아온 후 지문을 사용해 집 안으로 들어왔다.침실로 가서 윤석후를 찾으려 했지만 그 방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윤 대표님, 아침부터 뭐 하는 거예요? 정말 못 말려.”매혹적인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한수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윤 대표님, 사모님이 정말 암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하나요?”여자가 물었다.“그럼. 암에 걸리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너를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겠어?”윤석후가 대답했다.한수민은 자신의 첫사랑인 윤석후가, 박씨 가문의 모든 재산을 희생하면서까지 함께 했던 윤석후가 가장 힘든 시기에 자신을 배신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녀는 더는 참을 수 없어 문을 세게 밀치고 들어갔다.방 안의 두 사람은 이 시간에 누가 들어올 거라 생각하지 않아 문을 닫지 않았었다.쿵!그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어두운 조명 아래 한수민은 윤석후와 그의 비서가 침대에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의 눈은 금세 붉어졌다.“윤석후, 네가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윤석후는 그녀를 보고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한수민! 왜 병원에 있지 않고 여기까지 온 거야?”한수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몸의 통증을 참으며 비서의 머리카락을 잡더니 그녀를 때리려고 했다.비서는 스무 살 넘은 젊은 여자라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이 할망구가, 빨리 놔!”윤석후도 비서를 도우려 했다.“여보, 이러지 말고 빨리 손 놔.”“이 여우 년 편을 들어? 잊었어? 지금 당신이 가진 모든 건 내가 준 거야. 내가 준 건 내 손으로 망칠 수도 있다고!”한수민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짝!윤석후는 그녀의 뺨을 세게 때렸다.한수민은 그 충격에 귀가 울렸다.비서도 그녀를 세게 밀쳤다.한수민은 몇 걸음 뒤로 물러나더니 결국 바닥에 쓰러졌다.“나 때렸어? 잊었나
보통 딸은 엄마의 편을 들곤 한다.하지만 윤소현은 윤석후가 바람피웠다는 말을 듣고 별로 놀라지 않았다.“엄마, 이 일로 저를 부른 거예요?”한수민은 전혀 놀라지 않는 딸의 반응을 보며 물었다.“설마 이미 알고 있었어?”윤소현은 인정하지도 부인하지도 않았다.“아빠 같은 사람이 밖에 여자가 있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죠. 잊었어요? 예전에 아빠가 정수미랑 있을 때도 엄마를 몰래 만났잖아요.”윤소현의 말은 한수민에게 큰 충격이었다.“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 내 딸 맞아?”한수민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윤소현은 아직 그녀와 갈라서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저 당연히 엄마 딸 맞죠. 그러니까 이렇게 솔직하게 얘기하는 거 아니에요. 다른 사람이었으면 감히 이런 말 못 하죠.”한수민은 약간 진정하며 말했다.“그러면 네 아빠가 나를 배신하는 걸 그냥 이렇게 두고만 볼 거야?”“걱정 마세요. 아빠에게 조심하라고 말할게요.”말을 마친 후 윤소현은 그녀를 일으키며 말했다.“엄마, 지금은 병원에서 푹 쉬고 안정을 취하는 게 제일 중요해요.”한수민은 미간을 구겼다.“나 VIP 병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겼잖아. 내가 어떻게 안정을 취할 수 있겠어?”“YN그룹이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그 위기를 해결하려고 모든 자산을 아빠에게 줬어요. VIP 병실로 옮길 돈, 정말 없거든요.”“그럼 내가 전에 준 돈은?”“그것도 아빠한테 빌려줬죠.”한수민은 상황을 믿기 힘들었지만 더 이상 반박할 힘이 없었다.“소현아, 네 아빠가 재산을 다 빼돌렸다고 했어. 넌 절대 속지 마.”“그럴 리가요?”윤소현은 믿지 않는 척하며 말했다.“지금 가서 잘 물어볼게요. 엄마는 먼저 병원으로 돌아가세요.”윤소현이 떠난 후.한수민은 병원으로 돌아가지 않았다.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방황하다가 택시를 타고 서교에 있는 박민정 아버지의 묘지로 갔다....두원 별장에서.“지금 묘지로 갔다고요?”“네.”한수민을 감시하는 사람의 말을 들은 박민정은 주먹을
유남준은 눈을 뜨지 않은 채 말했다.“들어와.”서다희가 걸어 들어오며 물었다.“제가 방해한 건 아니죠? 지금 거의 다섯 시가 되었어요. 윤우 도련님을 학교에서 데려오기로 하셨잖아요.”“윤우?”유남준은 의아해했다.“그게 누군데?”서다희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대표님 또 윤우를 잊으신 거야?’“대표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지금이 몇 년도죠?”유남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서 비서, 요즘 너무 한가했지? 두바이행 비행기 표는 준비됐어? 초급 칩셋 프로젝트에 대해 협상하러 가야 하잖아.”그는 눈을 뜨고 일어나려 했지만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왜 아무것도 안 보이지?”‘초급 칩셋이라... 대표님과 사모님이 결혼한 지 1년째 되던 해에 있었던 일인데? 이걸 어떻게 하지? 그때면 유앤케이가 제일 힘들 때이기도 하고, 대표님이 온갖 비웃음을 받던 시기인데.’“대표님, 할 얘기가 있어요.”“말해.”서다희는 녹음기를 꺼냈다.이 녹음기에는 그가 매번 해명할 때마다 하는 말들이 꼼꼼하게 녹음되어 있었다.약 한 시간 후.유남준은 두원 별장으로 돌아왔다.윤우는 그의 다리에 매달리며 말했다.“아빠, 오늘 학교에서 저 데려오기로 했잖아요. 왜 약속 안 지키셨어요?”유남준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자기도 모르게 윤우를 들어 옆으로 던졌다.“다른 데 가서 놀아.”윤우는 의아해하며 서다희를 쳐다봤다.서다희가 눈짓을 하자 윤우는 바로 상황을 깨달았다.윤우는 유남준의 병이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다.거의 이틀마다 한 번씩 바뀌었으니 말이다.그는 위층으로 올라가 박민정에게 알렸다.“엄마, 우리 이 기회에 떠날까?”박민정은 이해하지 못했다.윤우는 유남준을 좋아하지 않았던가? 매일 ‘아빠’와 ‘쓰레기 아빠’를 번갈아 부르면서 말이다.“왜 가려고 해?”“지금 아빠는 상태가 안 좋아서 그래. 우리 새로운 아빠 찾자.”박민정은 황당했다.“아빠가 그렇게 쉽게 바뀌는 거니?”그리고 허리 숙여 아이에게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