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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차갑기 그지없는 두 눈으로 박민정을 바라보며 고영란이 말했다.

“우리 유씨 가문은 결코 보잘것없는 집안이 아니야. 지금 당장 무릎 꿇어!”

생각지 못한 말에 당황하기는 했지만, 박민정은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제가 왜 무릎을 꿇어야 하는 거죠?”

“아이까지 내팽개치고 해외로 남자를 만나러 간 네가 잘못한 게 없다고?”

윤소현이 옆에서 계속 부채질했다.

어처구니가 없는 박민정은 두 눈을 부릅뜨고 윤소현을 노려보며 물었다.

“열녀문이 내려진 것도 아니고 곁에 남성 친구조차 두면 안 된다는 소리예요?”

“남녀 사이에 순수한 우정 따위는 없어. 있을 것 같아?”

윤소현은 계속 비아냥거렸다.

흔들림 없이 공격하는 윤소현의 모습에 박민정은 더 이상 그 어떠한 체면도 봐주지 않으리라 결심했다.

“제가 알기로는 윤소현 씨 남자 파트너 자주 바꾸기로 소문이 자자한 것 같은데... 여러 스킨십까지 자주 하고 말이에요. 저보다는 윤소현 씨가 더 더러운 게 아닌가요?”

“내가 하는 건 일이고 네가 하는 건 사랑이잖아.”

“순수한 우정 따위가 없다면 순수한 일 따위도 없는 거 아니에요?”

박민정은 계속 맞받아쳤다.

이렇게 날카롭고 예리하게 대응할 줄은 몰랐던 윤소현은 당황하면서도 짜증이 났다.

다행히도 고영란이 자기편을 들어주면서 기분이 서서히 풀리기 시작했다.

“무릎 꿇어! 다시 말하고 싶지 않다.”

박민정은 허리를 더욱 꼿꼿하게 세웠다.

그때 소파에 앉아 있던 고영란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들어와.”

무릎을 꿇으라고 명령을 내리게 되면 상대가 누구든지 반드시 꿇어야 한다는 게 고영란의 ‘신념’이다.

시어머니로서의 위엄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해도 좋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복을 입은 경호원들이 우르르 들어와 박민정에게 말했다.

“사모님, 큰 사모님 말씀대로 하시기 바랍니다.”

윤소현은 옆에서 좋은 구경이라도 난듯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박민정은 여전히 꼼짝도 하지 않는 채 덤덤하기 그지없는 두 눈으로 고영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무릎 꿇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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