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죽기 전엔 못 놔줘 / 챕터 751 - 챕터 760

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751 - 챕터 760

1182 챕터

제751화

유남준은 눈을 뜨지 않은 채 말했다.“들어와.”서다희가 걸어 들어오며 물었다.“제가 방해한 건 아니죠? 지금 거의 다섯 시가 되었어요. 윤우 도련님을 학교에서 데려오기로 하셨잖아요.”“윤우?”유남준은 의아해했다.“그게 누군데?”서다희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대표님 또 윤우를 잊으신 거야?’“대표님,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한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지금이 몇 년도죠?”유남준은 미간을 찌푸렸다.“서 비서, 요즘 너무 한가했지? 두바이행 비행기 표는 준비됐어? 초급 칩셋 프로젝트에 대해 협상하러 가야 하잖아.”그는 눈을 뜨고 일어나려 했지만 앞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왜 아무것도 안 보이지?”‘초급 칩셋이라... 대표님과 사모님이 결혼한 지 1년째 되던 해에 있었던 일인데? 이걸 어떻게 하지? 그때면 유앤케이가 제일 힘들 때이기도 하고, 대표님이 온갖 비웃음을 받던 시기인데.’“대표님, 할 얘기가 있어요.”“말해.”서다희는 녹음기를 꺼냈다.이 녹음기에는 그가 매번 해명할 때마다 하는 말들이 꼼꼼하게 녹음되어 있었다.약 한 시간 후.유남준은 두원 별장으로 돌아왔다.윤우는 그의 다리에 매달리며 말했다.“아빠, 오늘 학교에서 저 데려오기로 했잖아요. 왜 약속 안 지키셨어요?”유남준은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자기도 모르게 윤우를 들어 옆으로 던졌다.“다른 데 가서 놀아.”윤우는 의아해하며 서다희를 쳐다봤다.서다희가 눈짓을 하자 윤우는 바로 상황을 깨달았다.윤우는 유남준의 병이 이렇게 심각한 줄은 몰랐다.거의 이틀마다 한 번씩 바뀌었으니 말이다.그는 위층으로 올라가 박민정에게 알렸다.“엄마, 우리 이 기회에 떠날까?”박민정은 이해하지 못했다.윤우는 유남준을 좋아하지 않았던가? 매일 ‘아빠’와 ‘쓰레기 아빠’를 번갈아 부르면서 말이다.“왜 가려고 해?”“지금 아빠는 상태가 안 좋아서 그래. 우리 새로운 아빠 찾자.”박민정은 황당했다.“아빠가 그렇게 쉽게 바뀌는 거니?”그리고 허리 숙여 아이에게 설명했다
더 보기

제752화

방금은 그가 너무 충동적이었다.엄마가 아픈 아빠를 두고 가지 않을 걸 알면서도 그런 제안을 했다.“미안해, 엄마. 잘못했어.”“그래, 잘못을 알면 됐어.”박민정이 그의 등을 토닥였다.윤우의 눈빛이 깊어졌다.그는 박민정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알고 있었기에 그에게 있어서 박민정은 유남준보다 백 배는 더 중요했다.“엄마, 밥 먹으러 가자.”“그래.”식탁에서 유남준은 꼿꼿하게 앉아 밥을 먹고 있었다.박민정과 윤우가 다가오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몇 숟가락 대충 뜨고는 일어섰다.“나 일이 있어서 오늘 밤엔 안 돌아올 거야.”박민정은 잠시 멈칫했지만 더 묻지 않았다.“알겠어요.”같은 대답이었다.유남준은 자신이 진짜로 기억을 잃은 건지 믿을 수 없었다.그래서 서다희에게 제호 클럽에 가자고 했고 김인우와 방성원도 불러냈다.유남준이 자리에 앉았고 김인우와 방성원이 차례로 도착했다.김인우는 유남준 옆에 앉으며 말했다.“남준아,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니? 네가 우리를 술 마시자고 부르다니. 몸은 괜찮아?”6년 전 박민정이 실종된 후 유남준은 점점 그들과 술을 마시지 않게 되었다.박민정이 진주에 돌아온 이후로는 그들과 거의 약속을 잡지 않았었다.“농담하지 말고, 나 물어볼 게 있어.”김인우는 즉시 진지해졌다.“뭐 물어보려고 하는데?”“나 정말 박민정 좋아해?”김인우는 물론, 머릿속에 온통 임신한 아내 생각뿐인 방성원도 옆에서 그 말을 듣고는 웃음을 터뜨렸다.“남준아, 너 우리 놀리는 거야?”방성원이 술을 한 모금 마셨다.김인우도 어이가 없는 듯이 말했다.“난 또 무슨 심각한 문제라고. 이걸 물어볼 줄은 몰랐네. 박민정을 좋아하는지 안 좋아하는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유남준은 이마를 주무르며 말했다.“나 또 기억을 잃었어.”김인우는 멈칫했다.“그럼 우리는 기억해?”“그냥 몇 년간의 기억만 없어.”유남준이 대답했다.김인우는 곧바로 진지하게 말했다.“남준아, 너 계속 이러면 안 되잖아. 얼른 병원에 가
더 보기

제753화

박민정은 김인우가 말이 없자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다른 일 없으면 끊을게요.”그때 김인우가 다급하게 말했다.“잠시만. 한 번 와주는 게 좋겠어. 그래도 남준이가 형수 말을 들을 것 같은데?”그도 왜 이런 생각이 드는지는 잘 몰랐다.박민정은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알겠어요. 하지만 임신 중이라 남준 씨 취했으면 제가 데리고 갈 수 없다는 걸 미리 말해둘게요.”“걱정 마. 나랑 성원이도 도울 거야. 그냥 남준이가 술을 더 안 마시도록 설득해 주면 돼.”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지금 바로 갈게요.”운전기사는 박민정은 제호 클럽에 데려다줬다.도착한 후, 그녀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VIP 룸으로 들어갔다.문을 열고 들어가니 유남준은 소파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고 양쪽에는 김인우와 방성원이 앉아 있었다.두 사람은 유남준을 말릴 수 없었고, 더욱이 말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그들은 박민정을 보더니 마치 구세주를 본 것처럼 두 눈을 반짝였다.“형수.”아직 취하지 않은 유남준은 김인우의 호칭을 듣더니 눈살을 찌푸렸다.박민정은 유남준 쪽으로 다가가며 말했다.“그만 마시고 돌아가요.”유남준은 술잔을 들고 있는 손을 무의식적으로 더 꽉 쥐었다.그는 대답하지 않고 옆에 있는 김인우에게 물었다.“네가 불렀어?”김인우는 어물쩍거리며 대답을 회피했다.“남준아, 더 마시면 안 돼. 형수 말 듣고 돌아가.”유남준이 웃음을 터뜨렸다.“형수가 어디 있다고 그래?”김인우는 말문이 막혔다.그리고 박민정이 화낼까 봐 걱정됐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녀를 부르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다.하지만 지금의 박민정은 정신적으로 매우 강했다.그녀는 김인우와 방성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몸을 구부려 유남준의 손에서 술잔을 빼앗았다.“그만 마시라고 했잖아요. 못 들었어요?”유남준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본능적으로 술잔을 내려놓았다.박민정은 손에 든 술잔을 쓰레기통에 버린 다음 테이블 위의 술병을 하나씩 모두 쓰레기통에
더 보기

제754화

“도대체 술 얼마나 마신 거예요?”박민정은 유남준에게서 풍기는 강한 술 냄새에 이마를 찡그렸다.유남준은 대답하지 않고 긴 손으로 넥타이를 살짝 풀었다.“나 집에 데려간다며?”박민정은 잠깐 멈칫했다.유남준이 그녀를 추궁하려고 남긴 줄 알았는데 말이다.박민정은 마지못해 손을 내밀어 유남준의 손목을 잡았다.“가요.”유남준은 더 말을 하지 않고 순순히 일어서 그녀와 함께 걸어 나갔다.박민정은 유남준을 데리고 나가면서 클럽에 온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누구야? 왜 이렇게 잘생겼어?”“가게에 새로 온 직원 아니야? 몸매 대박이네.”몇몇 여자들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런데 앞에 있는 여자는 얼굴이 예쁜 것 말고 돈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그중 한 명은 박민정과 유남준을 단번에 알아봤다.이지원의 친구인 하예솔은 술잔을 잡은 손을 꽉 쥐며 두 사람을 빤히 쳐다봤다.그녀의 친구가 농담하며 말했다.“예솔아, 너 곧 결혼하잖아. 우리와 남자 뺏지 마.”상류층 사회에는 부잣집 도련님만 있는 게 아니었다. 부잣집 아가씨들은 보통 사람들이 평생을 벌어야 모을 수 있는 돈을 이미 타고났다.그래서 그들은 남자 친구를 만나 결혼하는 평범한 삶을 원하지 않았다.하예솔의 한 친구가 유남준 쪽으로 다가갔다.“잘생긴 오빠!”사실 상류층 사회 사람들은 대부분 유남준을 알고 있었다.다만 클럽 1층은 조명이 어두웠고, 그들은 유남준을 직접 본 적이 없기에 그를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여자는 유남준의 어깨를 툭툭 쳤다.유남준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차가운 기운을 내뿜으며 말했다.“꺼져.”박민정은 멈춰서 뒤돌아 여자를 바라봤다.여자는 약간 당황했지만 곧바로 다시 평정심을 찾고는 박민정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비웃었다.“오빠, 눈이 멀었어? 저 여자 얼굴에 큰 흉터가 있는 거 안 보여?”박민정은 그녀의 말에 화가 나지 않았지만 유남준은 분명히 화를 낼 것이다.그는 정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여기 시끄럽네.”유남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자가
더 보기

제755화

박민정은 채널을 돌리다가 우연히 TV에서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에리였다.구릿빛 피부의 그는 환한 미소를 지은 채 아프리카 아이들과 함께 봉사를 하고 있었다.유남준의 건강 상태 때문에 에리는 그다지 제약을 받지 않아 꽤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었다.지금의 그는 비행기를 타고 몰래 진주로 돌아오고 있었다.막 공항에 도착한 에리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바로 박민정에게 연락했다.“민정 선배, 지금 뭐 하고 있어?”전화가 연결되자 그는 장난스럽게 물었다.박민정은 경험 많은 작곡가로서 많은 방면에서 에리를 이끌었다. 게다가 그보다 나이도 많아 에리는 가끔 박민정을 선배라고 부르곤 했다.박민정은 그의 뉴스 영상을 보고 있던 중인데 마침 그에게서 전화가 왔다.“마침 네가 봉사하는 영상을 보고 있었어.”박민정이 대답했다.“내 영상을 보고 있었다고? 내가 그렇게 보고 싶었어?”“농담 그만해. 거긴 잘 적응하고 있어?”박민정이 물었다.에리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대답했다.“잘 지내고 있지. 그런데 너무 지루해서 회사에서 신경 안 쓰는 틈을 타 몰래 돌아왔어.”“돌아왔다고?”“응, 이제 막 공항에 도착했어. 나 데리러 올래?”박민정은 한숨을 푹 쉬었다.“미안. 요즘 집안일이 좀 바빠서.”“알겠어.”에리는 약간 실망했다.매니저는 그에게 빨리 가자며 눈짓했다.공항에는 사람이 많아 그를 알아보는 팬이 있으면 일이 많이 복잡해질 것이다.“민정 선배, 다음에 꼭 나에게 곡 하나 써줘. 여기 너무 시끄러우니까 이만 끊을게.”에리는 아쉬움을 감추며 전화를 끊었다.“나 전화 오래 하지도 못했단 말이야.”“회사에 들키고 싶어?”매니저가 단호하게 말했다.그들은 바보가 아닌 이상 회사에서 에리를 키우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곤경에 빠뜨리려 한다는 걸 당연히 눈치챌 수 있었다.하지만 최근 한동안 IM 그룹 경영진은 에리를 잊었는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그래서 그들은 몰래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었다.아프리카에서 최고 대우를 받았지만 여전히 국내
더 보기

제756화

유남준이 두원 별장에서 나가리라고 생각지도 못한 박민정이다.그것만으로 부족하여 가기 전에 서다희에게 은행 카드 한 장까지 던져 주었으니 말이다.“그 안에 들어 있는 돈으로 너랑 아이가 생활하기에 충분할 거야. 중요한 일 아니면 나한테 절대 연락하지 마.”유남준은 차갑게 한마디만 남기고 차에 올랐다.쓴소리는 유남준이 했는데 서다희가 오히려 더 미안해했다.“사모님, 노여움 푸세요. 아시다시피 대표님 좀 편찮으시잖아요.”“지금 대표님의 일거족일거수에 대해 저 역시 이해가 되지 않은 편이에요.”박민정은 노여워할 리가 없다.6, 7년 전에 모든 억울함을 감수했던 그 여린 여인이 아니기에, 오로지 유남준을 바라보며 좋은 아내로 살아가려고 했던 그 어리석은 여인이 아니기에 말이다.지금의 박민정은 그 어느 순간보다도 마음이 굳건하다.유남준이 오른 검은색 마이바흐에 대고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할 수 있을 만큼.“잘 가요.”서다희가 뭐라고 더 하고 싶었으나 마이바흐 차창이 내리더니 안에 있던 유남준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서 비서, 안 가고 뭐 해!”그 소리에 서다희는 박민정에게 멋쩍게 인사를 하고서 바로 차에 올랐다.멀어져가는 차를 바라보면서 박민정은 전혀 슬프지 않았다.유남준이 병으로 요 몇 년간의 기억을 잃었기에 슬프지 않았고 유남준에 대한 감정이 몇 년 전부터 바닥을 보이고 있었기에 슬프지 않았다.지금 유남준을 마주하고 있는 박민정의 감정에는 사랑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보이질 않을 미미한 정도이다.한 손으로 턱을 괴고 있던 박윤우는 슬퍼하기는커녕 무척이나 홀가분해하는 박민정을 보고서 약간 마음이 놓였다.‘신경 쓰지 않으시는 것 같은데, 다행이야.’“엄마.”박윤우는 박민정을 나지막이 불렀다.박민정이 홀가분해하는 이유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더 이상 유남준에게 일일이 보고할 필요도 없이 말이다.하물며 유남준에게 카드 한 장까지 받았으니 더더욱.“윤우야, 나가서 맛있는 거 먹고 싶지 않아?”
더 보기

제757화

순간 방안은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고 한겨울의 칼바람이 불어오는 듯했다.그 칼바람은 그대로 유남준의 얼굴을 덮쳐갔다.서다희는 눈치껏 바로 전화를 끊었다.“대표님, 계속 얘기 나누십시오.”때가 이러하니 바로바로 빠지는 게 살길이 아닐 수 없었다.김인우는 지금 당장 서다희에게 하이킥을 날릴 수 없는 것이 한스러웠다.의리 없이 화를 잔뜩 돋우고 나서 홀로 도망치려고 하니 말이다.“남준아, 내가 바래다줄까?”김인우가 개인 별장으로 온 이유는 허구한 날 결혼을 재촉하고 계시는 어르신의 잔소리를 피하기 위함이다.조하랑과 일 년간 만나보면서 결혼하겠다고 분명히 말씀을 드렸으나 어르신은 모든 걸 간파하기라도 한 듯했다.결혼하고 나서 연애를 해도 된다면서.하지만 김인우는 아직 결혼으로 한 여인을 잡아둘 만큼 어리석은 남자가 아니다.“아니.”유남준은 왠지 모르게 경호원에게 박민정이 즐겁게 잘 놀고 있다는 소리에 가슴이 답답해졌다.예상한 대답에 김인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말과 행동이 다른 유남준을 자기가 나서서 타일러 줘야 할 것 같다면서.“남준아, 너 그냥 돌아가는 건 어때? 형수도 분명 기분 나빠서 기분 전환이라도 하고 싶어서 나가 걸 거야.”유남준은 물을 한 모금 마시며 그의 말에 살짝 녹아든 느낌이었다.“네가 상관할 바 아니야.”“그래 그럼.”김인우는 더 이상 타이르지 않았다.계속 이에 대해 말하게 되면 불꽃이 자기에게로 튈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진주시 도시 중심.박민정과 도한 엄마는 밥을 먹고 나서 아이 옷들을 엄청 많이 샀다.박윤우와 정민기는 입구 벤치 쪽에 앉아 멍하니 있기만 했다.여자들이 왜 이토록 쇼핑을 좋아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 박윤우의 모습이다.“아저씨, 저 심심해요.”반듯하게 앉아 있는 정민기 역시 심심하기 그지없는 모습읻다.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러 가기 언정 여자와 쇼핑을 하고 싶지 않았다.너무 힘들고 지루한 과정이기 때문이다.“나도 심심해.”정민기가 말했다.“6층에 오락실 있지 않아요?
더 보기

제758화

지원이는 울고불고 난리 치며 엄마에게 유치원으로 다시 보내달라고 떼를 쓰기 시작했다.박예찬과 함께 유치원을 다니고 싶다고 하면서 말이다.지원 엄마는 박민정과 도한 엄마가 모두 앞에 있는 것을 보고서 더 이상 그 어떠한 체면도 차리지 않은 채 몸을 쪼그리고 앉아 지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이윽고 덩달아 울먹이며 말했다.“엄마가 분명히 말했었지! 너 퇴학당한 거야. 앞으로 유치원에 갈 수 없어.”“계속 이렇게 말 안 들으면 엄마 너 때릴 거야.”미치고 날뛰는 자기 엄마의 모습을 보고서 지원은 놀라움에 울음을 터뜨렸다.옆에서 보고 있던 박민정과 도한 엄마는 같은 엄마로서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었다.하지만 지원이가 퇴학당한 이유가 모두 지원 엄마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박민정에게 아부를 떨다가 최현아에게 꼬리를 흔들다 보니 양쪽에 모두 외면을 당하게 된 것이다.지원이가 울고불고 난리를 치자 지원 엄마는 아이를 때리려고 했다.이에 지원이는 전보다 더욱 세게 울기 시작했다.“울지 말라고! 왜 울고 난리야!”하지만 이 모든 게 보여주기식으로 느껴졌다.박민정과 도한 엄마는 더 이상 그 ‘쇼’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만 없었다.도한 엄마가 먼저 나서서 말렸다.“지원 엄마, 아이가 철이 없어서 그러는 거예요. 그만 화 좀 풀어요.”자기에게 이목이 쏠리자, 지원 엄마는 마침내 ‘다음 씬’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우리 지원이 유치원에서 엄청 착했는데 퇴학하고 난 뒤로 예찬이를 입에 달고 있었지 뭐예요. 보고 싶다면서 하루가 멀다고 울먹이며 애간장을 태워서 제가 아주 피 말라죽을 것 같아요.”지원이는 울면서 말했다.“예찬 오빠가 좋단 말이에요.”지원 엄마는 연기일지 모르겠지만 지원이는 진심이었다.옆에서 가만히 지켜보던 박민정은 그제야 소리를 냈다.“지원이는 왜 갑자기 퇴학당한 거죠?”지원 엄마는 한숨을 내쉬며 운을 떼기 시작했다.“최현아 씨 눈엣가시가 돼서 그래요. 최현아 씨 말 한마디에 바로 퇴학당하게 된 거예요.”최현아는 자기
더 보기

제759화

도한 엄마와 함께 돌아가는 길에 도한 엄마가 먼저 입을 열었다.“예찬 엄마, 조금 전에 엄청 잘하셨어요. 그렇게 앞뒤가 다른 사람은 동정할 가치조차 없거든요.”“단물만 쏙 빼 먹고 바로 버리는 사람을 친구로 둘 필요도 없고요.”박민정이 덧붙였다.도한 엄마는 그 말에 무척이나 수긍하는 모습을 보였다.집으로 돌아온 박민정은 씻고 나서 쉬려고 했다.침대에 눕자마자 지원 엄마로부터 메시지가 보내왔다.[예찬 엄마, 저한테 원생 엄마들에 관한 스캔들이 엄청 많아요. 그중에 최현아 씨 스캔들도 포함되어 있는데.]박민정은 순간 구미가 당겼지만, 믿어지지 않았다.[그런 게 있었다면 바로 최현아 씨한테 말하지 그랬어요? 그럼, 지원 엄마한테 어찌할 수도 없었을 거잖아요. 아니에요?]얼마 지나지 않자 지원 엄마의 답장이 도착했다.[우리 심씨 가문과 유씨 가문은 서로 적으로 상대하고 있는데, 만약 최현아 씨가 제 손에 약점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저를 죽이려고 들 거예요.][그럼, 제 편을 들겠다는 거죠? 그렇다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여주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박민정은 지원 엄마를 바로 믿기로 하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원 엄마는 최현아에 관한 스캔들을 보내왔다.이를 열어본 박민정은 저절로 동공이 움츠러들고 말았다.[정말이에요?][그럼요. 최현아 씨 집으로 우연히 갔을 때 제가 몰래 본 거예요.]지원 엄마는 재벌 집 사모님들과 모임을 가질 때 손에 쥐고 있는 권력도 예쁜 외모도 없어 늘 공기 취급을 당하는 편이었다.바로 그러한 이유로 몰래 많은 비밀을 염탐할 수 있었던 것이다.그리고 박민정은 마침내 지원 엄마는 아주 큰 쓸모가 있는 사람임을 확신하게 되었다.지원 엄마가 지난번에 준 학부모회 구성원이 적힌 자료에서 많은 재벌가 사모님을 발견하게 되었었다.만약 그 사모님들에 관한 비밀을 알게 된다면 아마 앞으로 바움 그룹을 다시 설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박민정은 지원 엄마에게 답장을 보냈는데, 흥분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더 보기

제760화

박민정은 살짝 멋쩍어했다.“예찬이랑 윤우 아빠야.”그 소리에 에리는 더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하지만 더는 말하지도 묻지도 않고 밀크티를 손에 쥐고 하염없이 마셨다.남자 연예인으로 몸매 유지를 해야 하나 박민정이 건네준 밀크티였기에 주저 없이 마셨다.두 사람은 간단하게 밥을 먹고 나서 바로 녹음실로 향했다.박민정은 프로다운 모습으로 에리 신곡 녹음을 지도해 주었다.일에 몰두하다 보니 시간은 유난히 빨리 지나갔다.모든 걸 마치고 나오자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파파라치에게 찍혀 에리에게 폐를 주고 싶지 않아 박민정은 운전기사에게 마중을 오라고 했다.에리는 그녀가 떠나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았다.매니저가 오고 나서 그에게 물었다.“오늘 녹음 엄청 잘했더라?”에리는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그럼, 민정이가 옆에서 도와줬잖아.”매니저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아쉬울 따름이야. 듣는 쪽이 아니라 부른 쪽이라면 너보다 훨씬 유명해졌을 건데 말이야.”에리는 웃으며 말했다.“만약 가수로 데뷔한다면 나, 민정이 일호 팬으로 영원히 남을 거야.”“하도 겸손해서 말이지. 지금 잘나가고 있는 곡들도 모두 민정이가 만든 건데.”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다음 곡에 조금만 더 힘을 실으면 안 돼? 한 곡 더 터지면 그때 박민정 씨에 관해 언급해도 되는 거잖아.”매니저의 제안에 에리는 고개를 저었다.“지금껏 나랑 다니면서 민정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몰라? 겸손하고 조용하게 사는 게 민정이잖아.”“하긴.”매니저는 그렇게 뛰어나고 재능이 있는 사람이 왜 배후에만 머물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박민정은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 박윤우부터 챙기고 바로 박예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애어른인 박예찬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시름이 놓이는 편이다.이번에 해외에서도 선생님이 해내지 못한 것도 기특하게 해냈으니 말이다.하지만 박민정에게 있어서 박에찬은 어린아이일 뿐이다.“엄마, 나 잘 지내고 있어. 모레면 귀국할 건데 엄
더 보기
이전
1
...
7475767778
...
119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