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761 - 챕터 770

950 챕터

제761화

“아빠, 저 지금 몰래 전화하고 있는 거예요.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박윤우는 말을 하고서 숨을 죽인 채 귀를 기울이고 수화기 너머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유심했다.다행히 다른 여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유남준은 박민정이 뒤에서 시켜서 전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기도 모르게 실망했다.예전과 같았다면 박민정은 겨우 3일 정도 버티고 바로 전화를 걸어왔었다.하지만 지금은 3일이 코 앞임에도 불과하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무슨 일이야?”박윤우에게 말하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부하에게 묻고 있는 것처럼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보고 싶어서 전화한 거예요. 내일 아빠 만나러 가면 안 돼요?”박윤우는 직접 쓰레기 아빠가 있는 곳으로 확인하러 가고 싶었다.어떠한 여우가 틈을 공략하고 들어왔을 수도 있다면서.“안 돼.”유남준은 더없이 차갑게 거절해 버렸다.순간 박윤우는 말 문이 막혔지만 바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아빠, 예쁜 윤우 이젠...”하지만 애교를 채 부리기도 전에 전화가 끊겨 버렸다.박윤우는 어안이 벙벙해졌고 유남준의 무정함에 한 방 맞은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유남준에게 비밀이 있다는 의심이 커졌다.오지 말라고 하는 걸 봐서는 더더욱.박윤우는 내일 금요일에 홀로 유남준을 찾아가 보겠다고 다짐했다.유남준의 거처를 모르고 있으나 전화로 서다희에게 물을 수 있다.이튿날 아침, 박윤우는 화장실을 본다는 명의로 서다희에게 몰래 전화하여 유남준의 거처를 알아냈다.서다희는 겉으로 보기에 세상 딱딱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어린아이에게 그 어떠한 항마력도 없는 사람이다.특히 박윤우의 애교를 마주하게 되면 사르르 녹아버리고 만다.서다희는 바로 유남준의 현재 거처를 술술 알려주었다.박민정은 박윤우의 계획을 모르고 있었고 오늘 두 시간 늦게 하교한다는 소식만 듣게 되었다.“알았어. 그럼, 정민 아저씨보고 좀 늦게 데리러 가라고 할게.”“좋아.”박윤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시간이면 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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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2화

박윤우는 그 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렸는데, 낯설지만 청순하기 그지없는 얼굴이 보였다.여자는 츄레이닝복에 포니테일을 하고서 부드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박윤우는 다시 고개를 돌려 번지수를 확인했는데, 틀림없었다.‘뭐지? 쓰레기 아빠 찾아온 여우인가?’“아줌마, 혹시 여기 집주인이세요?”박윤우는 떠보면서 물었다.추경은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여긴 우리 사촌 오빠 집이야. 오빠 찾으러 온 거야.”말을 마치고 추경은은 박윤우를 자세히 훑어보았다.“너 설마 우리 남준 오빠 아들 아니지?”먼 친척임을 확인하고 박윤우는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딩동댕이에요.”“와, 이렇게 다 만나는구나. 난 또 잘못 찾아온 줄 알았잖아. 난 추경은이라고 하고 앞으로 경은 이모라고 부르면 돼.”추경은?왠지 모르게 익숙한 이름이었다.박윤우는 추경은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를 맡고서 약간 어지러웠다.“경은 이모, 저 좀 내려주세요.”하지만 추경은은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았다.“이모 좀만 더 안고 있자.”추경은이 그러면 그럴수록 박윤우는 혐오감이 들어 발버둥을 치기까지 했다.하는 수 없이 추경은은 그를 내려놓아 주고서 벨을 눌렀다.“누구시죠?”“남준 오빠, 나 경은이야. 오빠 보려고 온 거야.”추경은은 유남준이 혹시나 문을 열어주지 않을까 봐 한마디 덧붙였다.“여기 윤우도 있어.”박윤우는 마냥 의아하기만 했다.“경은 이모, 제 이름은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너랑 네 형에 대해서 할아버지께서 가족 단톡방에 이미 올리셨어. 지난 명절 때도 찾아갔었고. 그대 너랑 네 형 모두 본 적 있어.”박윤우는 그제야 익숙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하지만 박예찬처럼 뛰어난 기억력이 없어 단번에 알아볼 수 없었다.두 사람은 입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이때 경비원이 다가와 말했다.“죄송합니다만 대표님께서 두 분 모두 뵙고 싶지 않다고 전해달라고 하십니다.”추경은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갖은 곡절을 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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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3화

추경은은 순간 난처하기 그지없었다.유남준이 자기를 잊고 있으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난처함도 잠시 추경은은 설명하기 시작했다.“남준 오빠, 나 추경은이야. 어릴 적부터 함께 놀면서 우리 엄청 친하게 지냈었잖아. 오빠 결혼하던 그해에 만나기도 했었는데.”한편에 서 있던 박윤우는 추경은의 대답에 계속 미심쩍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추경은이 누군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아 괴로웠다.‘형 있었더라면 좋았을걸.’그러더니 갑자기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조급한 모습을 드러냈다.“아빠, 저 쉬 마려워요.”박윤우가 화장실에 가려고 하자, 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렸다.“혼자서 가.”“네.”“박윤우는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화장실에 도착한 그는 물을 최대한으로 가장 크게 틀고 박예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시차로 박예찬이 있는 쪽은 새벽이다.한참 잘 자고 있었는데 동생 박윤우의 전화에 바로 깨어난 것이다.“박윤우! 여기 지금 몇 시인지 알아?”박예찬은 뭐나 다 좋지만 자고 있을 때 건드리면 성질이 좀 사나워진다.“형, 일단 진정하고 추경은이 누군지 알려줘.”직감이 말해주고 있는데, 추경은은 좋은 캐릭터가 아닌 것 같았다.박예찬은 바로 침착하고 기억을 더듬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걸 기억해 냈다.“우리 아빠 할아버지께서 전에 후씨 가문의 한 어르신을 구해주셨는데, 추경은은 바로 그 어르신의 손녀야. 두 어르신은 그 일을 계기로 서로 형제 사이를 맺게 된 것이고. 증조 할아버지께서 젊으셨을 때 두 가문의 관계는 엄청 좋았는데, 지금으로서는 양 가문의 차이가 너무 커서 그리 자주 연락하고 계시지 않아. 유씨 가문은 점점 더 강대해지고 있으나 추씨 가문은 점점 바닥을 치고 있으니 말이야.”박예찬은 자기가 유남준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유씨 가문에 대해 샅샅이 알아보았다.박예찬의 말을 듣고서 박윤우는 작은 손을 불끈 쥐었다.“그럼, 사촌 동생도 아니었네. 어쩐지 이상하다고 했어.”“사촌 동생 이라니? 우리 아빠랑 그 어떠한 혈연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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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4화

박윤우는 바로 머릿속으로 재산 쟁탈 전쟁을 벌이는 막장 드라마를 상상해 냈다.정신을 차리고 나서 박윤우는 바로 추경은 앞으로 달려갔다.“경은 이모, 얼른 일어나세요. 우리 아빠 돈 엄청 많아요. 소는 얼마든지 살 수 있어요.”그 말에 추경은은 안색이 굳어지고 말았다.“윤우, 이모가 소처럼 일할 수 있다고 하긴 했지만, 말 그대로 들으면 안 돼.”박윤우는 알 듯 모를 듯했다.“그럼, 무슨 뜻인데요?”말문이 턱 막힌 추경은은 순간 어떻게 박윤우에게 설명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이곳에 남고 싶은 마음은 굴뚝과 같으나 유남준이 거절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추경은은 바로 박윤우를 붙잡았다.이곳에 남을 수 있는 가장 관건이 되는 인물이 박윤우라고 느끼면서.“그냥 예를 든 것뿐이야. 윤우야, 넌 이모가 이곳에 남았으면 좋겠어? 이모 매일 다양하게 맛있는 것도 만들어줄 수 있고 우리 윤우 학교까지 바래다 주고 주말에는 같이 게임도 할 수 있는데.”유남준 앞에서 그의 아들을 유인하는 건 아마 추경은만이 할 수 있는 짓일 것이다.추씨 가문 어르신의 체면을 감안하여 유남준은 바로 화를 내지 않았다.“그럼, 이모 저 엉덩이도 닦아줄 수 있어요?”박윤우가 대뜸 물었다.순간 추경은은 안색이 확 달라지고 말았다.‘엉덩이를 내가 왜?’지금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도 추경은은 추씨 가문의 천금이다.“당연하지.”하지만 입으로는 생각과 반대되는 말을 했다.“그럼, 지금 닦아주세요. 제가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잊어먹고 그냥 나왔거든요.”말을 마치고 박윤우는 바로 몸을 돌려 엉덩이를 추경은에게 보였다.“이모, 손으로 닦으셔야 해요. 티슈로는 안 되거든요. 엄마가 티슈로 닦으면 저의 여린 피부에 상처가 생긴다고 했었어요.”그 말에 추경은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손으로 닦아? 누가 그래?’놀라기는 했지만 이대로 지고 싶지 않았다.“윤우야, 엉덩이도 제대로 안 닦고 바로 나온 거야?”“가자, 일단 화장실로 가. 이모가 새 옷이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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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5화

화장실 안에는 더러운 것들이 여기저기에 묻어 있었다.추경은은 하마터면 바로 토할 뻔했다.하지만 유남준과 결혼하여 그의 곁에 남고 싶어서 그 힘든 걸 참아내기 시작했다.샤워기를 손에 들고서 주위를 물로 씻어내고 나서 박윤우의 바지를 씻기 시작했다.박윤우는 문 앞에 서서 그런 추경은을 바라보고 있었다.당장이라도 노발대발할 것처럼 보이나 억지로 역겨움과 화를 꾹꾹 억누르며 바지를 씻고 있는 추경은의 모습을.왠지 모르게 기분이 상쾌해지는 순간이었다.“이모, 싫으시면 그만 나오세요. 아빠가 씻어줄 거예요.”멀리서 앉아 있던 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서 눈살을 찌푸렸다.엉덩이도 스스로 닦지 못하면서 바지에 묻히고 다니는 박윤우를 때리지 않은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 한다면서.박민정이 아이 교육을 어떻게 했는지 화가 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박윤우, 이리로 와.”박윤우는 유남준이 자기를 부르는 것을 듣고 긴 샤워타월을 잡고서 짧은 다리로 빠르게 달려갔다.“아빠, 저 보고 싶어서 부리신 거죠?”박윤우는 말하면서 조금 더 가까이 가려고 했다.“거기 서.”하지만 유남준이 그를 그 자리에 바로 세우고 말았다.“거리를 좀 두는 게 좋겠어.”박예찬의 심한 결벽증은 바로 유남준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박윤우가 엉덩이도 제대로 닦지 못하고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자 얼굴이 다 일그러졌다.“어린아이도 아니고 아직도 엉덩이 닦을 줄 모르는 거야?”유남준이 물었다.박윤우는 말 문이 막혔다.추경은에게 본때를 보여주고자 그러한 것인데, 자신이 이렇게 다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유남준이 자기를 무척이나 싫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그...”뭐라고 설명할 말도 딱히 없었다.유남준은 그가 인정한 셈을 쳤다.“오늘부터 잘 배워. 또다시 다른 사람한테 엉덩이 닦아달라고 부탁한다면 그땐 널 화장실로 버려버릴 거야.”“네.”박윤우는 입술을 삐쭉내밀고 계속 유남준을 떠보려고 했다.“아빠, 저 싫어요?”손을 내밀어 유남준을 다치자마자 바로 손목이 잡혀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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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해운 별장.한참이나 바삐 돈 추경은은 마침내 박윤우의 작품을 깨끗하게 정리했다.화장실에서 나온 그녀는 옷에 향수를 엄청나게 뿌렸다.왠지 모르게 모든 걸 끝내고 나니 온몸이 소름이 돋아났다.앞으로 이런 아이의 새엄마가 될 생각을 하게 돼서 그런 듯싶다.만약 유남준과 결혼하게 된다면 반드시 박윤우를 바로 잡고 누가 이 집의 왕인지 제대로 보여줄 셈이었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일단 이곳에 남는 게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남준 오빠, 청소는 내가 다 했어. 아직 밥 안 먹었지? 내가 준비할게.”계속 화장실 청소를 하느라 추경은은 유남준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펼쳐보지도 못했다.유남준에게 접근하기 위해 추경은은 요리 학원까지 다녔었다.하지만 유남준이 말을 하기도 전에 박윤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경은 이모, 이제 막 화장실 청소하고 나오셔서 바로 밥해주려는 거예요?”“뭐?”추경은은 안색이 굳어지면서 설명하기 바빴다.“나 깨끗하고 씻었어.”“근데 왜 냄새가 나죠?”박윤우는 커다란 눈으로 세상 무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바지 말려달라고 했잖아요. 저 입을 바지 없어요.”자기보다 훨씬 큰 샤워타월을 감고 있으니 무척이나 불편했다.“바지는 건조기에 돌리는 중이야. 이제 곧 뽀송뽀송하게 마를 거야.”추경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일단 밥부터 준비하고 있을게. 너 과자 좋아해? 이모 맛있는 과자도 만들 줄 알아.”박윤우는 추경은이 이토록 뻔뻔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하지만 박윤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러 코를 막고서 계속 한쪽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싫어요. 몸에서 냄새난단 말이에요.”추경은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냄새는 네가 더 나거든. 겨우 청소하고 나왔더니 감히 나한테 냄새가 난다고 지껄이는 거야?’‘절대 가만두지 않을 건데, 일단은 내가 참는다.’“윤우야...”추경은이 뭐라고 설명하려고 할 때 유남준이 말을 끊어버렸다.“음식 준비하지 마. 이따가 가지고 올 거야.”유남준은 안색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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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7화

한편, 박민정은 이미 해운 별장으로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유남준이 박윤우를 빼앗아 가려는 줄 알고 무척이나 다급해 보였다.박윤우의 기분은 박민정 못지않게 나빴다.그 역시 조급한 모습으로 유남준 곁에 서 있다.‘아들인 내가 있는데 그러고 싶으실까?’“아빠, 경은 이모한테 이렇게 일찍 씻으라고 하신 거예요? 이따가 같이 자려는 건 아니죠?”그 말에 유남준은 얼굴이 순간 어두워지고 말았다.하지만 대답하지 않고 도려 물었다.“대체 그런 건 어디에서 배운 거야?”어린 나이에 좋은 건 배우지 않고 일찍 어른들 세계에 눈을 떴으니 말이다.박윤우는 텔레비전에서 본 것만 알고 화면이 어두워지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잘 모른다.“배울 필요 없어요. 형이 그랬는데, 이 나이가 되면 다 알게 된다고 했었어요.유남준은 안색이 더더욱 어두워졌다.‘박민정은 대체 집에서 애들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서다희 입에서 알다시피 큰아들 박예찬은 선생님 따라 해외로 여행을 가서 당장 들어오지 못한다고 했다.박예찬은 돌아오고 나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김씨 가문에서 보내고 김훈은 이미 박예찬을 증손자로 맞이했다고 했다.“어린아이들이 알 건 아니야. 밥 먹고 집으로 돌아가.”유남준이 차갑게 말했다.박윤우는 가만히 듣기는 했지만 달갑지 않았다.“그래서 같이 자냐고요.”텔레비전에서는 일단 아이를 속여서 밖으로 보내고 나서 나쁜 일을 했었기 때문이다.유남준이 대답하려고 할 때 추경은이 샤워 가운을 입고 나왔다.“남준 오빠, 욕실에 샴푸가 없던데 오빠 샴푸 써도 돼?”박윤우는 바로 추경은을 바라보았는데,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가운만 걸치고 나온 그 몸매는 무척이나 이기적이었다.흔히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악녀의 모습이 따로 없었다.유남준의 얼굴에 한기가 가득했다.“없으면 쓰지 마.”‘하여간 여자들이란 귀찮아.’추씨 가문 어르신 추재훈만 아니었더라면 유남준은 이미 추경은을 내쫓아 버렸을 것이다.추경은은 본래 매혹적인 모습으로 나와 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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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8화

대략 8년 전, 박민정과 유남준이 결혼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았던 그때였다.고영란이 추경은을 데리고 두원 별장으로 왔었는데, 그때의 추경은은 흠 하나 없이 맑았고 말솜씨도 제법 뛰어난 소녀였다.모든 것에 낯설어하고 있는 박민정을 보고서 추경은은 먼저 선뜻 다가가 이야기도 하고 했었다.박민정은 지금껏 추경은이 했었던 그 역겨운 말을 기억하고 있다.두 사람만 있을 때 했었던 말을.“새언니, 전에 남준 오빠가 만났던 그 새언니가 훨씬 더 예쁜 것 같아요.”“우리 남준 오빠가 그 새언니한테 얼마나 잘해 주었는지 모르죠? 새언니네 조건이 좀 그러해서 두 사람 그렇게 된 것인지 아니면 이미 결혼했을지도 몰라요.”“전에 커플 프로필 사진까지 찍고 그랬었는데...”추경은은 쉴 새 없이 중얼거렸고 17, 18살 되는 소녀가 아니라 아직 철이 들지 못한 어린아이처럼 보였다.박민정은 그때 유남준을 끔찍이 사랑하여 추경은 입에서 유남준과 이진원의 좋았던 순간들 그리고 자꾸 자기와 이지원을 비교하는 말에 마음이 언짢았다.하지만 결국 끝까지 참을 수밖에 없었다.가기 전까지 추경은은 계속 성숙하지 못한 말과 행동을 했었다.“새언니, 제가 조금 전에 한 말들은 우리 남준 오빠한테 알려주지 마세요. 남준 오빠 엄청 화 낼 거예요. 지원 언니에 대해서 언급하는 거 남준 오빠가 싫어하거든요.”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 보니 추악하기 그지없는 추경은이었다.박민정은 평생 그녀와 마주칠 일이 없다고 생각하면서 지내왔는데, 또 이렇게 나타나게 되어 순간 짜증이 났다.하지만 지금의 박민정 역시 만만한 존재가 아니다.추경은은 자기가 이곳에서 샤워한 것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박민정의 모습을 보고서 바로 쪼르르 달려가 박민정의 손을 잡았다.“새언니, 너무 보고 싶었어요.”박민정은 바로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가식적인 그 모습을 받아주지 않았다.아예 무시해 버리고 단도직입적으로 유남준에게 물었다.“윤우는 왜 데리고 온 거예요?”유남준이 지금 추경은이랑 어떤 사이인지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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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9화

추경은의 예쁜 얼굴은 순간 화끈 달아오르고 말았다.“윤우야, 함부로 말하지 마. 이모 조금 전에 깨끗하게 씻었어.”“우리 형이 더러운 것 만지고 나면 아무리 씻어도 손에 남아 있어서 고온으로 소독하고 살균해야 한다고 했어요.”추경은은 그 말에 의아하기만 했다.“고온으로 어떻게 소독하고 살균한다는 말이야?”“저도 잘은 모르겠는데, 아마도 기름통에 손을 넣고 한번 튀겨야 하지 않겠어요?”“...”박민정은 늘 추경은이 찔러도 피 한 방울 날 것 같지 않은 사람이라고 여겨왔었다.얼굴이 당장이라도 터질 듯이 빨갛게 달아오른 걸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윤우야, 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박윤우는 조금 전에 추경은이 화장실에서 청소한 일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듣자마자 박민정은 자기 아들이 일부러 추경은을 놀리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박윤우는 2살이 거의 되었을 때부터 스스로 엉덩이를 닦았고 위생에도 엄청 신경 썼다.바지에 묻히고 다니는 건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그렇게 행동한 박윤우의 사정을 알 수 없었지만, 아들의 시나리오대로 흘러가기로 했다.“그랬구나.”“경은 씨, 좀 더 씻어야 할 거예요.”추경은은 조금 전 욕실에서 샤워할 때 손에 껍질이 일어날 정도로 씻었다.지금 그녀는 멋쩍고 화가 난 상황이다.“네, 알아요. 수도 없이 씻었어요.”더 이상 유남준에게 밥을 덜어주기도 민망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실은 그녀가 직접 나서서 할 필요도 없었고 부하들이 음식을 가져올 때 책임지는 아주머니께서 먹기 좋게 모두 세팅하여 보내오곤 한다.즉, 추경은의 조금 전 모든 행동은 부질없었다는 것이다.“엄마, 아빠 밥 드시는 거 좀 도와줘. 혼자 드시기에 좀 힘드실 거야.”박윤우는 추경은이 나서서 또 ‘공로’를 가로챌까 봐 박민정을 재촉하기 시작했다.유남준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박민정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기도 했다.하지만 박민정은 여전히 그러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윤우야, 아빠 지금 앞이 안 보이시는 것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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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0화

과일을 먹으면서 박윤우와 책을 보고 있던 박민정은 추경은이 갑자기 화제를 자기 쪽으로 돌리자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남준 씨한테 내가 뭘 말했다고?’그 일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간 건 말할 것도 없고 추경은이 했었던 그 말들을 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알린 적이 단 한 번도 없다.유남준에게 말한다고 한들 절대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고 오히려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쓴다며 쓴소리를 들을 게 그때는 분명했으니 말이다.“무슨 말을 했었다는 거죠?”박민정은 금시초문인 것처럼 덤덤하게 물었다.생각지도 못한 박민정의 반응에 추경은은 목이 메고 만다.“그...”유남준 앞에서 그때 했었던 그 말들을 하려고 하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이때 박민정은 하품을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참 이상하네요. 경은 씨도 자기가 했었던 말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제 와서 저한테 남준 씨한테 말한 거 아니냐고 따지는 거 참 웃기지 않아요?”“적어도 어느 방면에 관한 내용인지 힌트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래야 제가 말을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기억할 거 아니에요.”추경은은 순간 쥐 죽은 듯이 고요해졌다.양쪽에 늘어진 손을 꼭 움켜잡고서 다시 입을 열기는 했지만.“새언니, 저 그냥 여기 있게 해주세요. 언니도 오빠도 제가 옆에서 잘 챙겨 드릴게요.”“참, 윤우까지 제가 알아서 다들 엄청 잘 챙겨 드릴게요. 절대 그 어느 하인보다 뒤떨어지지 않게 잘할게요.”박민정은 하인이 되고 싶다며 하인보다 더 잘할 수 있다며 자기 자신을 선전하는 사람은 또 처음이었다.“이 일에 관해서는 남준 씨한테 물어보시죠. 저도 우리 윤우도 하인 필요 없거든요.”박윤우도 바로 말을 가로채버렸다.“맞아요. 경은 이모, 저 필요 없어요.”추경은은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는데, 박민정이 다시 문제를 유남준에게 돌릴 줄은 몰랐다.박민정에게 부탁하면 자기 뜻을 받아줄 줄 알았는데 말이다.“남준 오빠, 나 여기 있게 할 거지?”추경은은 울먹이며 덧붙였다.“나, 이대로 돌아가면 할아버지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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