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781 - 챕터 790

950 챕터

제781화

차가 출발한 지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유남우는 두원 별장에 도착했다.차에서 내린 유남우는 멀리서 박민정이 정원에 누워 있는 걸 발견했다.그녀는 햇빛을 온몸에 받으며 누워 있었고, 그녀의 하얀 손등은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대표님.”경비원은 유남우를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문을 열었다.보통 사람들은 유남우와 유남준을 구별하기 어려웠다. 두 사람은 거의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유남우는 그대로 박민정 앞에 다가갔다.박민정은 깊은 잠에 빠져 있어 유남우가 온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유남우도 그녀 앞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빛이 가려져서인지 따뜻함이 덜해졌다.박민정은 그걸 느끼고 몸을 뒤척이며 얼굴에 덮인 책을 내려놓고 눈을 떴다.눈앞에 점점 빛이 보이더니 그제야 박민정은 눈앞에 누군가가 서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고개를 들어보니 남자의 깊은 눈동자와 마주쳐 버렸다.“남준 씨, 왜 왔어요?”유남우의 목울대는 살짝 울렁였다.“민정아.”그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듣고, 또 눈에 초점이 맞춰지자 박민정은 눈앞의 사람이 유남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남우 씨는 여기 어떻게 왔어요?”박민정은 당황해하더니 벤치에서 몸을 일으켰다.“형이 외국에서 돌아온 후 바로 나가서 지낸다고 들었어. 무슨 일이 있었는지 궁금해서 왔어.”박민정은 유남우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래도 지금 유남준의 상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않았다.“남준 씨가 외국에서 약간의 부상을 입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그곳에서 요양하면 좋을 것 같다고 해서 간 거예요.”유남준이 현재 몇 년 전의 기억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도 말하지 않았다.“그랬구나. 난 또 너와 싸운 줄 알았어.”유남우는 중얼거렸다.그가 떠날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박민정은 형식적으로 물었다.“좀 앉을래요?”“그래.”유남우는 대답한 후 바로 옆에 있던 벤치에 앉았다.박민정은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잠시 후 가정부는 과일과 다과를 가져왔다.유남우
더 보기

제782화

“오랜만이야.”추경은의 미소는 약간 어색해 보였다.그녀는 몇 걸음 물러서면서 고영란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이런 추경은의 모습은 박민정도 처음 본 것이었다.유남준을 본 추경은은 항상 달려들어 애교를 부리지 않았던가?그런데 유남우에게는 왜 이렇게 거리를 두는 것일까?“남우야, 네가 왜 왔어?”고영란이 다가오며 의아해했다.“형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와봤어요.”“아, 남준이는 여기 없고 해운 별장에 있어.”고영란은 또 박윤우에게 말했다.“윤우야, 빨리 삼촌께 인사드려야지.”박윤우는 유남우를 몇 번 본 적 있지만 왠지 이 남자가 무겁게 느껴졌다.“삼촌, 안녕하세요”박윤우는 정신을 차리고 인사를 건넸다.“그래.”유남우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숙이더니 사탕을 꺼내 박윤우에게 건넸다.“삼촌이 윤우에게 줄 선물이 없네. 오늘 밥 먹고 챙긴 사탕밖에 없어.”분명 유남우는 그렇게 온화하고 부드러워 보였지만 박윤우의 눈에는 그의 주위에 검은 안개가 감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박윤우은 단순히 직감이 예리한 정도가 아니라 정신을 집중하기만 하면 모든 사람의 주위에 엷은 빛이 감도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핑크색이나 금색의 빛이 맴돌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 그가 좋아하는 사람들이었다. 박민정과 고영란처럼 말이다.반대로 추경은처럼 마음에 들지 않은 사람들 주위에는 차가운 파란색이나 청록색 빛이 맴돌고 있었다.하지만 박윤우는 평소처럼 집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유남우 주위에 검은 안개 같은 것이 퍼져 있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박윤우는 약간 두려운 마음으로 사탕을 받아 들고 고영란 옆에 섰다.그는 이런 능력이 있다는 것을 예전에 박예찬에게 말한 적이 있었다. 박예찬은 여러 서적들을 통해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발견했다.어릴 때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한다.박윤우는 방으로 달려가 박예찬에게 전화를 걸었다.“형, 오늘 어떤 사람의 몸에서 검은빛이 나는 걸 봤어. 너무 무서웠어.”박윤
더 보기

제783화

전에 박윤우는 유남우와 가까이 있은 적이 거의 없었다.가까이 있었다고 해도 그에게서 검은 안개를 느끼지 못했지만 오늘은 확실히 보였다.“집에서 조심하고 있어. 나 지금 비행기 타야 하니까 이따가 다시 얘기하자.”“알겠어.”박윤우는 아쉬운 마음으로 전화를 끊었다.창밖을 보니 유남우가 여전히 밖에서 박윤정, 고영란과 이야기하고 있었다.멀리서도 유남우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보이는 것 같아 무섭게 느껴졌다.밖에서.고영란은 유남우를 보더니 박윤우가 방송을 했던 일을 떠올렸다.어떻게 어린아이를 돈을 벌게 할 수 있지?“민정아, 너 요즘 별로 하는 일도 없는데 남우를 따라 회사에서 경험 좀 쌓아보는 게 어때? 그래야 수입도 좀 늘어나지 않겠어? 하루에 3, 4시간만 일해도 충분하니까 걱정하지 마. 애들한테도 무리 안 갈 거야.”박민정과 유남준이 해외로 떠난 후로 고영란은 이미 이 일을 생각해 두고 있었다.박민정은 조금 놀랐다.전에 고영란은 그녀가 밖에서 일하는 걸 항상 반대했었다.귀도 잘 안 들리는 며느리가 나가서 일하면 유씨 가문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며 말이다.그런데 지금은 왜 갑자기 생각이 바뀐 거지?“어머님, 전 가끔 작곡을 하기도 해요. 할 일이 없는 건 아니에요.”박민정이 대답했다.사람은 변하는 법이다.박민정이 예전에 직장을 다닐 때, 고영란은 그녀가 밖에서 일하는 걸 싫어했다.하지만 지금은 직업이 없다고 하니 편히 집에서 쉬고 있는 그녀가 꼴 보기 싫은 모양이다.“작곡?”고영란의 눈에는 경멸이 담겨 있었다.“네가 작곡을 한다고?”일반 사람에게도 작곡은 쉽지 않은 법이다. 더구나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은 어떻게 작곡을 할 수 있단 말인가?“그냥 취미로 하는 거지, 전문가는 아니에요.”“그럼 회사 다니는 게 낫겠다.”고영란은 그녀의 말을 가로챘다.“남준이도 회사로 보낼 생각이야. 잘 보이지 않으니까 네가 옆에서 도와주는 게 좋지 않겠어? 남준이한테 그렇게 하라고 연락할게..”박민정이 돌아온 이후, 그녀가 예전처럼
더 보기

제784화

추경은은 꿍꿍이가 많았지만 머리가 잘 돌아가는 편은 아니었다.그걸 알아챈 박민정은 추경은이 생각보다 상대하기 훨씬 수월한 존재라는 걸 느꼈다.“나 좀 쉬어야겠어요.”“그래요, 방해하지 않을게요.”추경은은 원래 박민정에게 많이 자면 안 된다고 말할 생각이었지만 유앤케이로 데려가겠다는 그녀의 말에 더 이상 얘기를 하지 않았다.박민정은 정원에서 잠시 산책한 후 다시 앉아 휴식을 취했다.멀리서 추경은이 어디선가 큰 가방을 가져와 별장에 있는 가정부와 경비원들에게 뭔가를 나누어주고 있었다.사람들에게 잘 보이려 하는 추경은을 박민정은 그저 조용히 지켜봤다.몇 개의 선물로 매수될 수 있다면 그만큼 더 많은 선물로도 쉽게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박민정은 추경은의 행동을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책을 보며 악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추경은은 가끔 박민정을 쳐다봤다.그녀가 자신의 행동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더욱 대담하게 행동했다. 심지어 별장 사람들과 함께 나가서 식사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그녀는 서다희에게도 메시지를 보내 함께 식사하자고 했다.스케줄을 확인한 서다희는 모레 저녁 9시 이후에 시간이 된다고 알려주었다.추경은은 곧바로 서다희와 모레 저녁 9시에 만나기로 약속했다.서다희는 별장 사람들과는 달리 유남준의 최측근이었다. 유남준과 오랜 시간을 함께 일한 사람으로 박민정보다 유남준 옆에 더 오래 있었을 것이다.서다희를 사로잡으면 분명 유남준에게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저녁 식사 시간에 추경은은 무심코 휴대폰을 식탁에 올려놓았다.박민정은 자리에 앉자마자 문자 알림 소리를 들었다.무의식적으로 추경은의 휴대폰 화면을 보게 되었는데 ‘다희 오빠’로부터 온 메시지였다.[알겠어요. 그럼 모레 9시 반에 시즌 레스토랑에서 봐요.]박민정은 의도적으로 다른 사람의 문자를 훔쳐보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그러나 추경은이 서다희를 저장한 호칭, 그리고 모레 9시 시즌 레스토랑에서 보기로 한 문자를 보며 박민정은 고개
더 보기

제785화

최근 정수미는 비즈니스를 하러 다시 진주에 왔다.윤소현은 지금 그녀와 함께 식사 중이었다.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고 물을 따라주고는 말했다.“엄마, 많이 드세요.”“그래.”정수미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이 평화로운 순간에 전화벨 소리로부터 방해를 받게 되었다.윤소현은 전화를 받으려 휴대폰을 확인했는데 한수민인 걸 발견하고는 전화를 끊고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다.하지만 윤소현은 실수로 전화를 끊는 대신 통화 버튼을 눌러버렸다.가방에 넣어둔 상태라 한수민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누구야?”정수미가 물었다.“왜 안 받아?”“스팸 전화예요.”윤소현이 대답했다.윤소현이 계속 대답하지 않자 한수민은 전화를 끊고 다시 걸려다가 정수미와 윤소현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스팸 전화?’윤소현이 버튼을 잘못 누른 걸 깨달은 한수민은 두 사람의 대화를 더 들어보고 싶었다.정수미와 있을 때 윤소현이 어떤 모습인지, 어떤 말을 하는지 궁금했다.“엄마, 푸아그라 엄청 맛있어요. 제가 미리 주문해서 공수해 온 거예요.”“그래.”정수미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한 입 먹었다.그러다 무언가 생각난 듯 물었다.“소현아, 한수민이 암에 걸렸다면서?”“네, 자궁경부암 말기예요. 의사가 2년도 못 살 거라고 했어요.”윤소현이 바로 대답했다.정수미가 한수민을 싫어하는 것을 알기에 윤소현은 이어서 말했다.“자업자득이죠. 예전에 엄마에게서 아빠를 빼앗아 갔으니 이렇게 암에 걸린 거 아니에요.”윤소현은 한수민이 자기가 한 말을 똑똑히 듣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정수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소현아, 기억해. 한수민이 내게서 윤석후를 빼앗은 게 아니라, 한수민이 내가 쓰다 버린 윤석후를 찾아간 거야. 알겠어?”정수미는 정씨 가문 사람들을 대충 속이기 위해 윤석후와 결혼한 것이었다. 게다가 윤석후는 다루기 쉬웠다.그들 사이에는 사랑이 없었지만 정수미는 여전히 윤석후의 배신을 증오했다.“제가 말실수를 했네요. 엄마, 한수민 같은 여자가 엄마
더 보기

제786화

“소현아, 엄마가 그렇게도 싫어?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어?”이불 속으로 몸을 숨긴 한수민이 행여나 남에게도 들릴까 봐 소리를 한껏 낮춘 채 물었다.그 소리는 유난히 무거웠고 한없이 가라앉았다.늘 자랑으로 생각하면서 애지중지 여겼던 딸이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마지노선을 잃은 채 생모의 기분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양모에게 그러한 심한 말을 했으니 말이다.생모가 싫다면서, 생모가 역겹다면서, 생모가 죽었으면 좋겠다면서.어쩌면 그 심한 말을 직접 듣고 나서야 한수민은 전에 박민정에게 했었던 그 말들이 얼마나 고약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엄마, 오해마세요.”윤소현은 다급히 이리저리 둘러대기 시작했다.“조금 전에는 정수미가 여기에 있어서 그런 거예요. 엄마도 아시잖아요, 정수미가 엄마가 싫어한다는 것 말이에요.”“그냥 정수미한테 좀 잘 보이고 싶어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고요.”“제가 조금 전에 한 말들은 그냥 잊으세요. 정수미가 아니라 엄마야말로 제 친엄마인데, 당연히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거짓말을 합리화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윤소현의 말에 한수민은 믿지도 않았다.한수민은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했다.“내가 정말로 정수미보다 중요한 거 맞지?”“그럼요.”“그럼, 정수미한테 가서 내가 네 친엄마라고 내가 널 낳은 거라고 말해.”한수민이 말했다.그 말에 눈동자가 크게 일렁인 윤소현은 속으로 한수민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미친 거 아니야?’“엄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엄마 친딸이라는 사실을 정수미가 알게 된다면 정씨 가문의 모든 유산을 저한테 물려주겠어요?”한수민은 핸드폰을 꼭 움켜쥐었다.“그 재산이 중요한 거야 아니면 네 엄마인 내가 더 중요한 거야?”“그럼, 이렇게 하면 안 될까요? 정수미 유언 남기고 거의 죽어갈 때쯤에 사실을 말해주면 안 될까요?”“걔가 죽기 전에 나부터 죽을 것 같아서 그래!”윤소현에게 실망한 대로 한 한수민이다.“정수미한테 말할 용기가 없으면 내가 직접 할게.”그러나 그
더 보기

제787화

“유언 상속을 무효로 만든다고 한들 큰 의미 없어요. 아빠가 이미 윤씨 가문의 재산을 따로 옮겨 버렸잖아요. 박민정이 상속하게 될 재산도 얼마 되지 않을 거예요.”한소민의 말을 듣고서 윤소현은 순간 흥미를 잃어버렸다.계속 자기 생각을 내뱉으려고 했던 한수민은 윤소현의 반응을 보고서 덩달아 흥미를 잃게 되었다.“그러네. 정씨 가문에 비하면 그 돈은 새 발의 피나 다름없는 거였네.”“엄마, 특별한 일 없으시면 앞으로 저 찾지 말아 주세요.”말믈 마치고 윤소현은 자리에서 일어났다.다른 이들에게 욕을 먹게 될까 봐 걱정되어서인지 아니면 한수민을 찾아온 사실을 정수미가 알게 될까 봐 두려웠는지 다급해 보였다.윤소현은 수표 한 장을 옆에 있는 간병인에게 주면서 말했다.“이거 받으세요. 이번 달 식사 비용, 병원 비용 그리고 아주머니 월급이에요.”돈을 마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간병인은 바로 수표를 건네받았지만 윤소현이 떠나고 나서야 금액을 확인했다.600만 원이 적혀 있는 수표를 보고서 간병인은 혀를 내둘렀다.“600만 원밖에 없는데요? 사모님 병원 비용으로 모두 지급한다고 하더라도 부족할 거예요.”한수민은 이곳에 하루라도 입원해 있으면 몇십만 원이 들기 일쑤이다.여러 가지 약물치료는 더더욱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600만 원?”한수민 역시 믿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간병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제가 보기엔 전번에 왔었던 그 따님이 훨씬 나은 것 같아요. 제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음에도 불구하고 듣지 않으시더니 인제 알겠어요?”간병인은 요즘 도도하기 그지없었던 한수민의 모습이 예전과 달리 많이 사라짐을 발견하게 되었다.생사 앞에서 그 누구든 이처럼 약한 법이다.가난한 사람이든 부유한 사람이든 결국 자연의 법칙을 어길 수 없으니 말이다.간병인은 문득 궁금하기도 했다.“사모님, 조금 전에 따님과 무슨 얘기를 하시려고 그랬어요?”그 질문을 듣게 된 한수민은 어차피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아 눈 한번 딱 감기로 결정했다.“다
더 보기

제788화

박민정은 간병인이 보내준 주소대로 차를 몰고 목적지로 향했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민기에게 함께 따라와 달라고 부탁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거의 도착할 때쯤, 박민정은 환자복을 입은 한수민이 엉클어진 머리를 한 채 초췌하기 그지없는 모습으로 허둥지둥거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부잣집 사모님의 도도한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많이 아파 보였다.박민정은 주위를 살펴보았는데, 이곳은 정씨 가문의 계열 회사였다.‘왜 여기로 오신 걸까?’박민정은 간병인에게 도착했다고 알리지 않고 핸드폰 네트워크도 잠시 꺼두었다.그렇게 하면 한쪽 곁에 있는 간병인은 박민정의 위치를 알 수 없게 된다.모든 걸 마치고 박민정은 차에서 내려 제법 은밀한 곳으로 몸을 숨겼다.한수민은 여기 이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회사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경비원에게 가로막혀 버렸다.자기 앞길을 막고 있는 경비원에게 한수민은 언성을 높였다.“정수미보고 당장 나오라고 해!”경비원은 자기 회사 대표의 이름 석 자를 추호의 망설임도 없이 큰 소리로 부르고 있는 한수민을 보고서 자기도 모르게 눈살이 찌푸렸다.“누구십니까? 누구시길래 감히 우리 정 대표님 이름 석 자를 부르시면서 언성을 높이시는 거죠? 좋은 말로 할 때 당장 꺼지시기 바랍니다.”밀려드는 통증으로 이마에 땀이 흥건해진 한수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회사 앞에 자리 잡고 앉았다.“정수미한테 한수민이 찾아왔다고 전해. 내 이름을 듣게 되면 무조건 나오게 되어 있어.”하지만 경비원은 그 말을 전해주려고 하지 않았다.“당장 꺼져! 확 밖으로 던져버리기 전에!”간병인 역시 한수민을 말리기 시작했다.“사모님, 그만 하세요. 왜 여기까지 찾아오셔서 이러시는 거예요.”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경비원들도 하나둘씩 다가와 한수민을 둘러싸기 시작했다.간병인은 슬슬 두렵기 시작했지만, 한수민은 전혀 그러하지 않았다.“나한테 손대도 상관없어. 근데 그거 알아? 나 암 말기 환자야. 앞으로 콩밥 먹고 살고 싶으면 얼마든지 덤벼.”그 말에 경비원들은
더 보기

제789화

“정수미 씨, 다름이 아니라 알려주고 싶은 게 있어서요. 실은 그동안 자기 딸로 키워왔던 소현이는 내...”“아주머니, 헛소리하지 마시죠.”윤소현은 바로 나서서 한수민의 말을 끊어버렸다.‘아주머니?’남다른 호칭에 한수민은 순간 굳어버리고 말았다.하지만 구미가 당긴 정수미는 윤소현을 말리면서 계속 물었다.“소현아, 괜찮아. 무엇에 대해 말하려고 하는지 들어나 보자. 걱정하지 않아도 돼. 저 사람이 너에 대해서 뭐라고 하든 엄마는 우리 소현이 믿어.”윤소현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네.”자기가 배 아파 낳은 딸이 다른 여자에게 엄마라고 부르면서 다정하게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보노라니 그토록 아이러니할 수가 없었다.한수민은 마침내 참지 못하고 사실을 털어놓기로 했다.“정수미 씨, 잘 들어요. 윤소현, 우리 소현이 내 친딸이에요.”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진 정수미는 귀신이라도 본 듯했다.윤소현에 관해 결코 좋지 않은 말을 할 줄 알았는데, 이토록 어안이 벙벙해지는 사실이 자기를 기다리고 있겠다고 생각지도 못했다.“한수민 씨, 장난도 정도껏 해야 하는 거예요. 우리 소현이는 나랑 소현이 아빠가 복지센터로 가서 직접 데리고 온 아이라고요. 근데 어떻게 우리 소현이가 그쪽 딸이란 말이죠?”늘 한수민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정수미는 그녀와 두 눈을 마주하고 얘기를 해 본 적도 없다.그러나 지금 한수민이 자기를 속인 거라고 이 모든 것이 가짜라고 자신의 두 눈을 바라보며 말해줬으면 했다.윤소현 역시 한수민에게 눈짓을 보내며 얼른 다른 거짓말로 둘러대기를 바라고 있었다.하지만 한수민은 눈치를 채지 못한 듯 차갑게 웃으며 아랑곳하지 않았다.“흥! 비즈니스 여왕이라고 불리던 정수미 씨, 설마 그동안 애지중지 키워온 자식이 누구 배에서 나왔는지도 모르고 키운 거예요?”“소현이는 나랑 석후 사이에서 생긴 아이예요.”“석후랑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고요.”충격적인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수미는 그 어떠한 표정 변화도 없었다.그러나 그
더 보기

제790화

정수미의 질문에 윤소현은 순간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몰랐다.한수민 역시 윤소현을 간절하게 바라보고 있다.사실 그대로 말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하지만 윤소현은 붉어진 눈시울로 한수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어떻게 저를 그렇게 모함할 수 있어요?”“제 엄마는 제 친엄마이고 저를 지금까지 키워주신 분이에요. 저를 낳아주신 분이 누구든 저에게는 지금 이 엄마가 전부예요.”그 말에 정수미는 가슴이 따뜻해졌고 한수민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어릴 적부터 옆에서 챙겨주지 못하고 있어 주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 말한다면 한수민은 그 어떠한 발언권도 없는 게 사실이다.하지만 한수민은 매년 자기 능력대로 윤소현을 만나러 갔었고 최선을 다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뤄줬었다.몇 해 전 윤석후와 결혼을 했을 때도 전남편 집안에서 받은 폐백을 들고서 윤씨 가문으로 들어갔었다.다름이 아니라 바로 어릴 적부터 옆에 있어 주지 못했던 윤소현에게 보상하고 싶어서였다.“소현아, 사람 그러면 못 써. 내가 널 낳아준 엄마인데, 어떻게 엄마 앞에서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어?”박민정에게 했었던 그 말들을 그대로 돌려받고 있는 한수민이다.하지만 윤소현은 그 어떠한 표정변 화도 없었다.“아주머니, 제발 거짓말 좀 그만하세요.”“우리 아빠한테 다른 아주머니가 생겨서 아주머니께서 지금 충격을 받으시고 이러시는 거 알아요. 하지만 잘못을 한 사람은 우리 아빠이지 제가 아니잖아요. 그러니 저 좀 그만 괴롭히시면 안 돼요?”윤소현은 몹시나 억울한 모습으로 애원했다.“너! 너...”화가 치밀어 오른 한수민은 아랫배가 아프기 시작했다.하얀색 환자복을 입은 한수민, 어느새 새빨간 피가 그녀의 하얀 바지를 물들어 버렸다.간병인은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사모님, 괜찮으세요? 얼른 병원으로 돌아가요.”윤소현 역시 그 모습을 보고서 살짝 두려웠다.하지만 정수미는 그 어떠한 흔들림도 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뿌린 대로 거둔다더니.”한수민은 간병인의 옷을 꼭 잡고서
더 보기
이전
1
...
7778798081
...
95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