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을 보게 된 순간 정수미는 그녀가 홀로 칼을 들고서 자기한테 했었던 말들이 떠 올랐다.만약 윤소현만 아니었다면 정수미는 박민정이라는 사람을 마음에 들어 했을 것이다.“너 역시 구경하려고 온 거야?”정수미는 말하면서 주위를 살펴보았다.구경 온 사람들은 회사 직원들이 아니라 회사 앞을 지나가고 있던 행인들이었다.“당연히 아니죠.”박민정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서 무엇인가 찾는 듯 손가락을 빠르게 움직이면서 덧붙였다.“아까 저기서 듣자 하니 증거가 필요하다면서요? 한수민 여사님이 윤소현 씨 생모라는 것에 관한 증거 말이에요.”윤소현은 순간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너랑 상관없는 일이야.”하지만 박민정은 그녀를 무시해 버리고 핸드폰에서 친자확인 보고서를 찾아 정수미에게 건네주었다.정수미는 지금 이 상황이 어리둥절하기만 했지만, 일단은 건네받았다.보고서에는 한수민과 윤소현이 모녀 관계가 확실하면서 적혀 있었다.윤소현 역시 다가와 들여다보았는데 믿어지지 않았다.“엄마, 이거 가짜일 거예요.”“제가 어떻게 저 사람 딸일 수 있단 말이에요.”할리우드 배우도 울고 갈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윤소현이다.옆에서 지켜보던 간병인은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윤소현 씨, 지난번에 사모님 뵈러 왔을 때, 직접 말하시는 거 제가 다 들었어요. 사모님이 윤소현 씨 친엄마라면서 돈을 요구하셨잖아요.”간병인은 원래 남의 집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았지만 자기 생모를 외면하고 오히려 짓밟고 있는 윤소현의 행동에 그럴 수 없었다.간병인까지 나서자 윤소현은 제대로 터지고 말았다.“간병인 따위가 뭘 안다고 그러는 거야! 서로 짜고 치면서 나 엿 먹이려고 하는 거 아니야? 너희들 다 명예 훼손죄로 감방에 처넣을 수도 있어.”그 말을 듣고서 간병인은 흠칫 놀라며 입을 꾹 다물었다.옆에 서 있던 정수미는 딸이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보고서 어느 정도 답이 생겼다.어릴 적부터 윤소현을 직접 챙겨온 정수미는 그녀의 성격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
멀리 서서 지켜보던 박민정은 한수민의 말을 듣고서 그 어떠한 동정심도 느끼지 못한 채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그때 간병인이 박민정을 불러세웠다.“민정 씨 덕분에 이 정도로 끝낼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박민정이 아니었다면 한수민이 강제로 회사안으로 들어가려고 했을 것이라며 생각하고 있는 간병인이다.고마움을 표시하고 나서 간병인은 한수민의 옷깃을 당기며 그녀 역시 박민정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했으면 했다.한수민은 고개를 들어 박민정은 바라보았는데, 따뜻한 말이 아니라 심한 말을 하는 것이었다.“나 이 꼴 된 거 보려고 온 거야? 직접 보니 어때? 마음에 들어?”박민정은 유난히 덤덤한 모습으로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았다.“네, 그러려고 온 거 맞는데, 이것만으로 성에 차지 않네요.”한수민은 바로 발버둥 치며 자리에서 일어나 박민정을 때리려고 했다.하지만 얼마 걷지도 못해 뒤로 넘어가려고 했고 간병인이 옆에서 간신히 잡았다.다시 병원으로 돌아온 한수민을 의사는 간신히 그녀를 염라대왕 손에서 빼앗아 왔다.“암세포 확산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보호자 분께서 슬슬 마음의 준비를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의사가 말했다.그 말을 듣게 된 박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되었다.덤덤했던 눈빛은 마침내 흔들리기 시작했다.“얼마나 더 버틸 수 있나요?”의사는 박민정의 그 질문을 듣고 한수민을 걱정하는 마음에서 그러한 질문을 한 줄 알았다.하지만 박민정은 지금 다른 계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아직 얼마나 더 고통 속에서 발버둥 칠 수 있을 지에 대해서 말이다.“한 석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요.”‘석 달... 그건 너무 빨리 죽는 건데...’한수민이 한 짓에 비하면 석 달 살고 죽는 건 그녀에게 있어서 너무 행복한 일이다.의사가 떠나고 나서 한수민은 다시 병실로 옮겨졌지만 깨어나지 않았다.아주 긴 시간 동안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고 깨어날 수 없는 꿈까지 꾸었다.꿈에 박형식이 찾아와서 그녀가 한 짓에 대해
“엄마, 왜 이러시는 거예요?”윤소현은 마냥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윤소현, 나한테 거짓말하지 말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어?”덤덤한 모습으로 윤소현을 바라보며 정수미가 물었다.이 자료들을 보기 전까지 정수미는 자기가 직접 키운 딸을 믿으려고 했었다.하지만 지금 자랑으로 키운 딸이 실은 양털을 쓴 승냥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엄숙한 정수미의 모습을 보고서 윤소현은 부랴부랴 자료들을 훑어보았는데,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만 같았다.“엄마, 이건 다...”‘가짜예요.’미처 말을 채 하기도 전에 정수미가 바로 말을 끊어버렸다.“사실대로 말해. 더 이상 나한테 거짓말할 생각하지 마. 내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알아낼 수 있다는 거 너도 잘 알고 있을 거야.”그 말을 듣고서 윤소현은 거짓말을 삼켜버릴 수밖에 없었다.이윽고 풀썩 무릎을 꿇고 애원하기 시작했다.“엄마, 죄송해요. 제가 다 잘못했어요.”바로 인정하는 윤소현을 보고서 정수미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한수민이 네 친엄마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거야?”윤소현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저도 올해 들어서야 알게 된 거예요.”“엄마가 한수민 싫어하시는 거 제가 뻔히 알고 있는데, 엄마 화내실까 봐 그래서 숨긴 거예요.”윤소현은 또 거짓말을 했다.실은 아주 어릴 적부터 이미 한수민이 자기 친엄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정수미는 한수민을 싫어하고 있긴 했지만 윤소현이 한수민 딸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는 순간 그것만으로 부족하여 둘이 함께 자기를 속였다는 사실에 불쾌하고 언짢았다.정수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자, 윤소현은 점점 더 불안하기만 했다.“엄마, 미안해요. 제발 저 용서 해주세요. 엄마가 싫어하실까 봐, 화내실까 봐 그래서 말하지 못했어요.”“사실이 뭐든 전 시종일관 똑같아요. 저한테 엄마는 엄마뿐이고 다른 사람은 그냥 남이예요.”윤소현은 진심을 다해 말하고 있는 듯했다.양모인 정수미 역시 자기만의 욕심이 있다.윤소현의 말을 듣고서
사람의 정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모든 정력을 한수민에게 쏟아붓고 있어 박민정은 잠시 추경은을 상대할 시간도 정신도 없었다.아래층으로 내려오고 나서 그녀는 박윤우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즐기고 나서 박윤우를 학교로 바래다주고 박민정은 회사로 가려고 했다.그때 추경은이 또 앞으로 막아섰다.“새언니, 남준 오빠 허락했어요?”“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예요?”다짜고짜 던진 추경은의 질문이 생뚱맞기만 했다.“유앤케이 그룹으로 가서 일하는 거 말이에요. 남준 오빠 따라서 유앤케이 그룹으로 가서 일하라고 이모가 그랬잖아요.”추경은은 멈칫거리다가 수줍어하며 덧붙였다.“그리고 저 역시 새언니랑 남준 오빠 비서로 일해도 된다고 약속했었잖아요.”박민정은 그제야 기억이 나는 것 같았다.“그 일에 대해서는 제가 아니라 경은 씨 이모한테 물어보세요. 남준 씨랑 연락하지 않은 지 꽤 돼서 허락했는지 모르겠어요.”박민정이 말했다.추경은은 그 말을 듣고서 속으로 또다시 박민정을 욕했다.‘유앤케이 그룹이 직장인들에게 얼마나 꿈과 같은 존재인데, 하나도 조급해하지 않다니! 그러니까 평생 주부로 밖에 살지 못하는 거야.’“따로 볼 일 없으시면 저 그만 작곡하러 갈게요.”“네.”박민정이 떠나고 나서 추경은은 바로 고영란에게 전화를 걸었다.유앤케이 그룹으로 출근하는 것에 대해 유남준이 허락했는지 않았는지.“남준이 지금 아파. 회사로 출근한다고 한들 나중에 다시 얘기해야 할 것 같아.”고영란이 말했다.실은 어제 이미 유남준에게 물어보았으나 그가 거절해 버렸다.시간이 좀 흐르고 나서 다시 유남준을 설득할 생각이다.“알았어요.”“근데 그건 왜 물어?”고영란은 의문이 들었다.“그게... 새언니가 대신 좀 물어봐달라고 해서요. 집에만 있으니 답답해서 회사로 가고 싶나 봐요.”추경은이 대답했다.고영란은 그 말을 듣고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그럼, 그냥 오늘 회사로 출근하라고 해.’유남우도 말했듯이 유앤케이 그룹을 혼자 관리하는 건 너무
오피스룩으로 차려입은 홍주영은 빈틈이 하나도 없어 보였다.“사모님, 추경은 씨, 안으로 안내해 드릴게요.”“네.”홍주영이 앞에서 안내라고 박민정과 추경은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안으로 들어간 추경은은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다른 사람에게 대하듯이 홍주영에게도 아첨을 떨었다.“우리 둘째 오빠 비서님이신 거죠? 너무 예쁘세요.”홍주영은 그 말을 듣고서 그 어떠한 흔들림도 없이 처음 만난 그때처럼 인사치레를 했다.“고맙습니다.”인싸나 다름이 없는 추경은은 홍주영의 퉁명스러움에 결코 얼굴이 빨개지거나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홍주영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면서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으니 말이다.“평소에 보통 어떤 업무들을 책임지고 계세요? 우리 둘째 오빠 스케줄을 책임지시나요? 앞으로 모르는 부분 있으면 물어봐도 될까요?”홍주영은 원래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으나 그 말을 듣고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차가운 눈빛으로 추경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추경은 씨, 제가 무슨 업무를 책임지고 있는지에 대해서 궁금해하지 마세요. 추경은 씨가 알아야 할 분야가 아니에요. 그리고 앞으로 추경은 씨는 사모님의 비서로 일할 것이니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직속 상사에게 가르침을 받도록 하세요.”순간 추경은은 말문이 턱 막히고 말았다.홍주영은 더 이상 그녀와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눌렀다.박민정은 유남우의 전담 비서인 홍주영을 본 적이 있다.오늘 다시 만나보니 업무 능력이 뛰어날뿐더러 뻔뻔한 추경은이 한 마디도 못 하게 바로 입을 막아버리는 능력까지 겸비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엘리베이터 안에서 추경은은 박민정 곁으로 다시 돌아왔고 앞에 사람이 있든 없든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새언니, 저 홍 비서님 말이에요, 사람이 도도 한 것이 눈에 뵈는 게 없는 것 같아요.”소리를 최대한으로 낮추기는 했지만, 다들 밀폐된 공간 안에 있어 너무 잘 들렸다.보청기를 쓴 박민정도 똑똑히 들을 수 있을 정도이니 홍주영은 더 말할 것도 없다.‘눈에 뵈는 게 없는 사
대표이사실 안에서.유남우는 고개를 들어 부드러운 눈빛으로 박민정을 바라보았다.“너 안 올 줄 알았어.”“세 시간만 일하고 많이 배울 수 있는데 오지 않을 리가 없죠.”박민정은 사실대로 말했다.“얼른 앉아.”유남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선뜻 다가갔다.직접 물 한 잔을 건네며 다시 입을 열었다.“모르는 거 있으면 언제든지 나한테 물어봐. 예전처럼.”박민정은 다소 수줍어하면서 물 잔을 건네받았다.“고마워요.”이윽고 목을 좀 축이고 나서 본론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앞으로 제가 뭘 책임져 야하는지 좀 설명해 줄 수 있어요?”“그럼.”두 사람은 그렇게 대표이사실 안에서 얘기를 한참 동안 주고받았다.홍주영도 자리를 떠나 홀로 남겨진 추경은은 기다리는 게 점점 지루해졌다.할 일도 없고 하여 추경은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서다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다희 오빠, 저 지금 새언니 따라서 회사로 왔는데, 여기 정말 너무 좋은 것 같아요.][남준 오빠랑 같이 지금 당장 돌아왔으면 좋겠어요.]한편, 해운 별장.서다희는 밀린 업무를 요즘 거의 이곳에서 완수하고 있다.그의 핸드폰이 자꾸 울리자, 유남준은 그만 참지 못하고 물었다.“약혼녀야?”서다희는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경은 씨한테서 온 메시지예요.”“무슨 일인데?”왠지 모르게 이곳으로 오고 나서 유남준은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만 같았고 박민정과 관련되는 소식이라면 그게 뭐든 궁금했다.서다희는 핸드폰을 확인하고 바로 유남준에게 알려주었다.“경은 씨 말로는 사모님과 함께 호산 그룹으로 출근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모님 지금 둘째 도련님 비서로 일하고 계신답니다.”서다희는 유남준에게 사실을 알릴 용기가 없었다.전에 박민정이 유남우를 유남준으로 착각하고 좋아한 것에 대해서 말이다.지금 추경은으로부터 그 소식을 듣게 된 뒤, 두 사람 사이의 옛정이 다시 불타오르는 건 아닌지 걱정되기도 했다.‘그럼, 우리 사장님 너무 안쓰러운데...’“가지말라고 했는데 기어이 가다니. 간이 배 밖으
서다희는 유남준이 내뱉고 있는 차가운 말들을 들으면서 흘러 넘겨 버렸다.말로만 할 뿐이지 행동으로 절대 옮기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서다희는 추경은에게 옆에서 박민정을 잘 보살펴 주라면서 어떠한 상황이 일어나게 된다면 바로 자기한테 알려달라고 했다.[네.]추경은은 전과 달리 딱 한 글자만 답장했다.자기가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아둔 박민정이다.유남우 곁을 따라다니면서 중요한 회의의 기록 같은 것을 정리하면 된다.대표이사실에서 나오자마자 박민정은 누군가와 기쁘게 채팅을 나누고 있는 추경은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상대가 누구인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기울이자 ‘다희 오빠’ 네 글자가 보였다.박민정은 그제야 두 사람이 커플 레스토랑에 가기로 한 일이 떠 올랐다.과연 옆에 있는 사무실로 들어오자마자 추경은이 박민정에게 말했다.“새언니, 저 오늘 집에 안 들어가요. 친구랑 밤새워 놀 거예요.”‘안 들어와? 친구랑 밤새워 놀아?’박민정은 자기도 모르게 다른 방면으로 생각하게 되었다.“그래요. 안전에 조심하고요.”“걱정하지 마세요.”추경은은 말을 마치고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메이크업을 수정하기 시작했다.솔직히 말해서 그 어떤 여자든 자기 남자 친구 또는 약혼자가 다른 여자랑 단둘이 커플 레스토랑 같은 곳으로 가는 걸 원하지 않을 것이다.추경은의 제안에 고개를 끄덕인 서다희가 마냥 이상하기만 했다.하지만 서다희의 약혼녀를 모르고 있으니 박민정은 간섭할 수 없었다.생각을 접어버리고 박민정은 고개를 숙인 채 유남우가 준 회사 회의 기록부를 펼쳐보았다.“어머, 또 졌어!”“바보들 아니야?”한쪽에서 게임을 하는 추경은의 시끄러운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업무에 집중하고 싶어도 그럴 수없어 박민정은 추경은에게 나가달라고 했다.“경은 씨, 나가서 게임을 하면 안 될까요?”임신하기 전에도 시끄러운 걸 싫어했었는데, 임신한 상태에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 옆에 있는 여자가 욕을 하면서 큰 소리로 게임을 하고 있으니
추경은은 끝끝내 자기 옷을 입고 외출했다.그녀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어떤 여자가 두원 별장 앞에 이르렀다.박민정은 나가자마자 그 여자를 보게 되었고 귀엽게 생긴 얼굴로 눈도 커다란 것이 티 하나 없이 맑아 보였다.여자의 눈으로 본다면 서다희의 약혼녀는 추경은보다 훨씬 예뻤다.“민수아 씨, 안녕하세요.”박민정이 먼저 입을 열었다.민수아 역시 박민정이 별장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지켜보고 있었고 손을 내밀었다.“사모님 맞으시죠?”실은 서다희에게서 유씨 가문에 관한 재벌 스토리를 들을 때마다 흥미로웠는데, 그중의 한 주인공을 볼 수 있게 되어 신기했다.“네, 저 맞아요. 박민정이라고 합니다. 그냥 편하게 민정이라고 불러도 돼요.”“민수아라고 합니다. 저도 편하게 수아라고 불러주세요.”민수아는 박민정 앞에서 겸손하게 자세를 낮추지 않았다.다 같은 사람이고 모두가 평등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이기 때문이다.박민정은 민수아를 바라보면서 바로 그녀를 데리고 시즌 레스토랑에 가고 싶었지만, 추경은을 상대하려고 민수아에게 상처를 주는 건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추경은이 서다희와 약속을 잡은 것에 대해 민수아에게 숨길 수도 없었다.추경은의 수단이 어떠한지 박민정은 이미 직접 목격한 바가 있고 되돌릴 수 없는 상황으로 되기 전에 말려야 한다며 내적 갈등을 했다.“수아 씨, 실은 오늘 서 비서님에 관해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부른 거예요.”“말씀하세요.”이곳으로 오기 전부터 무슨 심상치 않은 일이 기다리고 있음을 감지하고 있긴 했다.박민정은 바로 추경은와 서다희의 채팅 기록이 담겨 있는 사진을 보여 주었다.민수아는 보자마자 바로 터지고 말았다.“서다희! 이 쓰레기 같은 놈아!”여자라면 진주시의 시즌 레스토랑이 어떠한 곳인지 모를 리가 없다.커플들의 데이트 장소로 명성이 자자하니 말이다.얼굴이 새빨개진 민수아는 씩씩거리면서 말했다.“지금 당장 찾아가야겠어요.”“잠시만요.”박민정이 그녀를 말렸다.“일단 진정 좀 하세요. 두 사람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