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엔 못 놔줘의 모든 챕터: 챕터 771 - 챕터 780

950 챕터

제771화

박윤우는 어리둥절한 채로 위층으로 올라갔다.유남준은 손 세정제를 이리저리 흩뿌려 놓으면서 손을 씻고 있었다.박민정은 엉망이 된 세면대를 닦으며 불평을 쏟아냈다.“서 비서님에게 먼저 물건들을 어떻게 쓰는지, 어디에 두는지 설명해 달라고 하지 그랬어요?”박민정은 유남준이 중요한 일이 있어 자기를 부른 줄 알았다. 하지만 알고 보니 그는 보이지 않는 눈 때문에 자존심을 세우느라 서다희에게 모든 것을 설명해 달라고 하지 않은 것이었다.그래서 그는 지금 손 세정제나 클렌징폼, 그리고 다른 물품들이 어디 있는지 모른 채 혼자 더듬거리고 있었다.유남준은 어젯밤에 세면대의 물건들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모자라 지금은 뻔뻔하게 박민정을 불러 수습하게 만들었다.“왜 경은 씨보고 대신 정리해 달라고 하지 않아요?”박민정의 불평이 유남준의 귀에 쏙쏙 들어왔다.과거에는 시키는 대로 얌전히 일하던 박민정이 이제는 자기를 나무라기 시작했으니 유남준은 믿기지 않았다.“박민정, 그동안 내가 너무 잘해줬지?”“어떻게 생각해요?”박민정은 마지막 물건을 정리하고 유남준의 손을 잡았다.유남준은 본능적으로 손을 뺐고 눈에는 불쾌감이 서려 있었다.그 모습을 본 박민정은 더욱 화가 났다.“남준 씨가 손 내밀어 만져봐야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 거 아니에요?”유남준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손을 내밀었다.그의 마지못한 태도에 박민정은 그를 골탕 먹이고 싶은 마음이 불쑥 치밀어 올랐다.박민정은 유남준의 손을 잡는 대신 방금 씻고 아직 마르지 않은 손을 그의 얼굴에 철썩 내리쳤다.유남준은 즉시 화를 냈다.“뭐 하는 거야?”“별거 아니에요. 남준 씨 얼굴이 건조해 보여서 수분을 좀 보충해 주려고요.”말을 마친 후 박민정은 다른 손을 내밀어 유남준의 얼굴을 문지르기 시작했다.이상하게도 유남준은 평소 얼굴 관리를 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그의 얼굴은 매우 희고 피부도 부드러웠다.모공도 거의 보이지 않아 가까이서 보면 마치 그림 속의 캐릭터 같았다.그래서인지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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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박민정은 유남준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혹시 윤우를 내 곁에서 데려가려고 하는 거예요?”조금 전까지 묻지 않았다고 해서 그 생각이 잊혀진 건 아니었다.유남준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딜 봐서 내가 윤우를 데려가려 한다고 생각한 거야?”박민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내가 오해한 건가?’“그럼 내일 윤우를 데리고 돌아갈게요.”“맘대로 해.”유남준은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그런 그의 태도를 보고 박민정은 그가 윤우를 뺏으려 하지 않는다는 걸 확신했다.박민정은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고는 아래층으로 가서 윤우를 데려와 객실에서 함께 자려고 했다.그때 유남준이 다시 그녀를 불렀다.“앞으로 애한테 엉뚱한 걸 가르치지 마.”“내가 엉뚱한 걸 가르쳤다고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박민정은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유남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윤우와 예찬이는 너무 조숙해. 어린애들이 가지지 않아도 될 생각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이상한 생각들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걸 가르치는 게 더 중요해.”엉덩이를 닦는 것도 남의 도움이 필요하다니.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면 분명 비웃음을 당할 것이다.유남준은 가능한 한 말을 돌려서 표현했기 때문에 박민정은 어리둥절했다.지금 박민정은 피곤해 자고 싶어졌기에 대충 대답했다.“알았어요.”그리고 박민정은 윤우를 찾으러 갔다.윤우는 혼자 거실에서 기다리다가 엄마와 아빠가 계속 이야기를 끝내지 않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박민정은 곤히 잠든 윤우를 보고 조심스럽게 그를 안아 침실로 데려갔다.박윤우는 원래 깔끔한 걸 좋아해서 추경은을 괴롭히기 전에 이미 몸을 깨끗이 씻어두었다.그래서 박민정은 그를 씻겨줄 필요가 없었다.박민정은 간단히 씻은 후 그를 안고 곧바로 잠들었다.다음 날.알람 소리에 박민정 모자가 깨어났다.박윤우는 눈을 비비며 말했다.“엄마...”아직 잠이 덜 깬 상태였다.“엄마가 왜 나랑 같이 자고 있어?”이 말을 하자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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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박윤우는 흠칫했다.‘경은 이모가 간 줄 알았는데 지금 문 앞에서 불쌍한 척 동정을 사려고 해?’유남준은 표정이 바뀌지 않은 채로 말했다.“그냥 내버려둬요.”“알겠습니다.”가정부는 자리를 떴다.박민정도 추경은이 이렇게까지 고집을 부릴 줄은 몰랐다.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아침 식사를 마저 하고 별 신경을 쓰지 않기로 했다.아침을 먹은 후, 박민정은 윤우를 데리고 유치원으로 향했다.별장 밖에는 빗방울이 가볍게 내리고 있었고 하늘은 먹구름으로 가득했다.이따금 더 큰 비가 내릴 듯한 분위기였다.가정부가 우산을 들어줬는데 박민정은 바로 문 앞에서 비에 젖어 초라해진 추경은을 발견했다.추경은도 두 사람을 발견했다. 그녀는 온몸이 다 젖어 있었다.지금은 4월이라 비가 오면 겨울 못지않은 추위를 느낄 수 있었다.추경은은 추워서 입술이 새파래졌는데 박민정을 보자 구세주를 찾은 듯한 표정으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새언니, 제발 저를 여기에 있게 해주세요. 저는 뭐든지 할게요. 여기 떠나면 갈 곳이 없어요. 제가 이대로 돌아가면 할아버지는 제 다리를 부러뜨릴 거예요.”박민정의 맑은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그녀는 그저 윤우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가자.”추경은은 자신이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박민정이 도와주지 않자 무릎 꿇은 채로 그녀에게 다가가고는 옷자락을 덥석 잡았다.“새언니, 정말 제가 죽는 걸 눈 뜨고 지켜보실 건가요? 무릎 꿇고 이렇게 빌게요. 제발 여기에 있게 해주세요.”추경은은 마치 박민정이 그녀를 여기에 있게 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애원했다.분명 그녀를 여기서 쫓아내려고 한 사람은 유남준인데 추경은은 마치 박민정이 잘못한 것처럼 보이게 했다.이를 보고 있던 가정부들은 말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사모님이 너무 속이 좁다고 생각했다.사촌동생이 와서 도와주겠다는 데도 허락하지 않는다니, 집이 가난하거나 지낼 곳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이거 놔요!”박민정은 이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추경은은 그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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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추경은 천천히 박민정의 바지에서 손을 놓으며 말했다.“그럼 새언니가 대신 오빠에게 전해주세요.”박민정은 그녀의 말에 웃음이 나왔다.“경은 씨 머리가 이상한 거예요? 아니면 내 머리가 이상한 거예요? 아까는 나한테 여기에 머물 수 있게 해달라고 했잖아요. 그래서 그러라고 했죠. 그런데 이제는 남준 씨에게 전해달라고요? 그러면 처음부터 남준 씨에게 여기 머물 수 있게 부탁하지 그랬어요?”추경은은 박민정이 이렇게 말 잘하는 줄은 몰랐기에 잠시 당황했다.가정부들도 이제야 상황을 이해한 듯 보였다.박민정이 속이 좁은 사람이라서 외면한 게 아니라 추경은의 의도가 너무 불순해 보였기 때문이었다.“경은 씨를 여기에 머물게 못 하게 한 건 남준 씨인데 마치 내가 경은 씨를 못 머물게 하는 것처럼 행동하네요. 내 말이 효과가 있었다면 경은 씨는 나더러 다시 남준 씨에게 전해달라고 하지도 않았겠죠?”박민정이 덧붙였다.추경은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새언니, 저를 오해했네요.”“그만해요, 난 그 수작에 넘어가지 않아요. 나도 할 일이 많아서 여기서 더 이상 시간을 끌지 않을 거예요.”박민정이 말을 마친 후 가정부의 우산을 받아 들고 밖으로 나갔다.운전기사는 그녀를 두원 별장으로 데려갔다.박민정은 최근 새 앨범 작업과 에리와의 협업으로 바빴기 때문에 추경은에게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그러나 추경은은 여전히 문 앞에 무릎을 꿇은 채 떠나지 않으려 했다.그녀는 유남준이 그렇게 냉정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곧 큰 비가 쏟아져 내렸고 굵은 빗방울이 그녀의 몸에 내리쳤다.추경은은 추위에 몸을 떨었다.서다희가 유남준을 찾아왔을 때, 추경은이 문 앞에서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추경은 씨 아닌가요?”서다희는 그녀를 기억하고 있었다.추경은은 달콤한 외모와 활발한 성격 덕에 사람과의 교제에 능했다.예전에 유남준의 집에 올 때마다 추경은은 항상 서다희를 '다희 오빠'라고 불렀다.추경은은 그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다희 오빠...”서다희는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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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유남준은 표정이 어두워졌다.“너보고 남으라고 한 건 박민정이니 두원 별장에 가서 박민정 도와.”박민정이 함부로 그의 일에 참견한 게 유남준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추경은은 멍해 있더니 저도 모르게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말을 내뱉기도 전에 박민정과 함께 지내면 유남준과도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에 다시 말을 삼켰다.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알겠어. 지금 바로 두원 별장에 갈게.”추경은 이 모든 게 이렇게 쉽게 풀릴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그녀는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다른 한편.박민정은 유남준이 그 귀찮은 일을 다시 자신에게 떠넘겼다는 사실을 모른 채 전날 집에 돌아온 후 수정한 곡을 챙겨 출근했다.추경은이 두원 별장에 도착했을 때 박민정은 없었다.두원 별장의 가정부들은 추경은을 알지 못했다.가정부는 박윤우에게 추경은을 아는지 물었지만 박윤우는 바로 부정하며 대답했다.“그게 뭐예요? 먹는 거예요?”가정부는 그 말을 듣고 문밖 경비에게 말했다.“대표님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사람이거나 대표님을 유혹하려는 사람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내쫓아요.”가정부는 항상 박윤우와 박민정의 편이었다.그녀 역시 여자로서 감정에 충실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유남준은 항상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잘생긴 데다가 돈이 많았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여자들에게 인기가 있었다.하지만 집까지 찾아온 사람은 처음이었다.“이모, 잘하셨어요! 엄마가 돌아오면 이 얘기 전할게요. 엄마도 이모를 칭찬할 거예요.”박윤우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칭찬은 필요 없고 월급이나 올려주면 돼.”가정부의 소망은 단순했다.박윤우는 그녀의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그렇게 전할게요.”“그래.”가정부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그녀는 박윤우를 돌보는 좋은 일자리를 찾은 후 지난 1년 동안 모은 월급으로 진주에 집 한 채의 계약금을 낼 수 있게 되었다.진주에서 가장 저렴한 지역의 집도 평당 5, 600만 원은 했다.그녀가 지금 받는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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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추경은 또 다른 걸 물었다.그 사이 경비원은 그녀에게 옷을 찾아 걸쳐 주었다.추경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오빠 진짜 좋은 사람이네요.”경비는 얼굴이 빨개지며 쑥스러워했다.추경은은 또 말했다.“진짜예요, 거짓말이 아니라고요. 앞으로 저는 이곳에 살 거예요. 잘 부탁드려요.”“정말요? 그럼 잘됐네요. 경은 씨, 필요하신 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도와드릴게요.”추경은은 자신의 외모와 말솜씨로 경비원을 단숨에 매료시켰다.오늘.박민정과 에리가 일을 마쳤을 때 시간은 이미 늦었다.박민정은 집으로 돌아가려 했는데 에리는 그녀를 붙잡으며 무조건 데려다주겠다고 했다.“민정 씨, 곡 작업에 대해 좀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 이번엔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걱정 마. 밖은 확인했어. 기자들 없었어.”박민정은 어쩔 수 없이 수락했다.어차피 둘은 단순히 곡 얘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선을 넘은 것도 아니었다.두원 별장에 도착했을 때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에리는 직접 내려 박민정에게 우산을 씌워 주었다.“고마워.”박민정은 손에 곡 작업을 위한 여러 가지 자료와 가방을 들고 있었기에 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둘이 입구로 걸어가고 있을 때 추경은이 경비실에서 나왔다.그녀는 경비원의 외투를 입고 있었는데 박민정과 에리가 함께 돌아오는 것을 보고는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새언니!”추경은이 큰 목소리로 박민정을 불렀다.박민정은 흠칫 놀랐다.‘추경은이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추경은은 일부러 우산을 쓰지 않고 박민정과 에리 쪽으로 달려왔다.가까이 다가가자마자 추경은은 앞에 있는 남자 연예인을 알아보고는 깜짝 놀랐다.“어머, 에리 씨 아니에요?”에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가 귀국한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안 되었기 때문에 아직 다른 사람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죄송합니다. 잘못 보셨네요.”그는 마스크를 쓰고는 우산을 박민정에게 건넸다.“이만 가볼게.”“그래.”박민정도 그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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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새언니, 고마워요.”추경은은 순간 미소를 짓고는 박민정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그리고 외투를 경비원에게 돌려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이렇게 친절하게 사람을 대하는 상류층의 아가씨는 상류 사회든 일반 대중이든 누구에게나 좋은 첫인상을 남기곤 했다.추경은 그렇게 박민정 주변의 모든 사람들을 조금씩 자기편으로 만들고 있었다.두원 별장에 도착한 추경은은 가방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새언니, 저 잠깐 옷 좀 갈아입고 올게요.”“네.”박윤우와 가정부는 깜짝 놀랐다.가정부는 이 사람이 진짜 사장님의 친척이라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자신이 하루 종일 못 들어오게 했기 때문에 나중에 보복을 당할까 봐 두려웠다.박윤우는 엄마가 이렇게 위험한 사람을 집으로 들인 것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었다.추경은은 옷을 갈아입고 나와 박윤우에게 인사를 한 뒤 주방으로 갔다.“아저씨, 제가 도와드릴까요? 예전에 유명 셰프에게 요리 좀 배운 적이 있어요.”추경은은 주방의 메인 셰프에게 말을 걸었다.셰프는 두 명의 보조를 데리고 있었다. 두 청년은 추경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추경은 이런 분위기를 즐겼다.메인 셰프에게 거절할 기회도 주지 않고 곧바로 한 청년을 도와 채소를 씻기 시작했다.박윤우는 이 상황을 보고 박민정의 손을 잡아당겼다.“엄마, 왜 저 사람을 여기로 데려왔어요?”박민정은 윤우가 아직 어리다고 생각해 진짜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경은 이모가 갈 데가 없어서 잠시 여기서 지내기로 했어.”박윤우는 속으로 한숨을 푹 쉬었다.‘엄마는 너무 순진하네. 추경은이 아빠를 뺏으려고 왔다는 걸 모르는 걸까?’박민정은 추경은의 속셈을 모르는 게 아니라 신경 쓰지 않은 것이었다.아직 할 일이 많았기 때문에 여우처럼 약은 추경은은 나중에 천천히 처리해도 되었다.식사 준비를 다 한 추경은은 미소를 지으며 가정부들을 도와 음식을 날랐고, 또 박윤우를 돌보는 가정부에게도 인사를 건넸다.“윤우를 돌봐주신 분이시죠? 윤우가 이렇게 사랑스러운 건 다 선생님 덕분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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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추경은은 박민정의 질문에 대해 모르는 척하며 말했다.“임산부는 배고프면 안 되는 건가요?”그녀는 어리둥절해하며 사과했다.“죄송해요, 잘 몰랐어요.”박민정은 그녀가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것을 알았지만 아무렇지 않게 계속 식사를 했다.고영란이 올지, 안 올지는 그녀의 마음이었다.하지만 얼마 전에 진행했던 태아 검사는 결과가 조금 안 좋았다.의사도 규칙적인 식사가 필요하다고 경고했었다. 굶으면 태아 발육이 멈출 수 있으니 말이다.게다가 박민정은 원래도 위가 좋지 않았다.박윤우는 추경은이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엄마, 경은 이모 나무라지 마세요. 아이를 낳아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모를 거 아니에요.”그는 추경은을 바라보며 또 말했다.“경은 이모, 혹시 결혼할 사람이 없어요?”추경은의 얼굴색이 확 변했다.“뭐라고?”“서른 넘으셨죠? 엄마보다 더 나이 많아 보이는데. 혹시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결혼하지 못한 거예요? 그래서 아이를 낳아본 적도 없죠?”추경은은 두 손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그녀는 겨우 화를 참으며 말했다.“윤우야, 이모는 이제 스물네 살이야. 너희 엄마보다 몇 살 어리다고.”“네?”윤우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그런데 엄마보다 더 나이 많아 보이는데요? 혹시 관리를 잘 안 해서 그런 건가요? 엄마한테 가르쳐달라고 해요. TV에서 자주 그러잖아요. 세상에 못생긴 여자는 없고 게으른 여자만 있다고. 관리 좀 해요. 결혼 못 하는 상황을 피하는 게 좋겠죠.”주위 사람들은 박윤우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추경은은 이렇게까지 창피를 당한 적이 없었다.‘저 녀석이 감히 나한테 창피를 줘? 나를 따르는 사람이 얼마나 많다고 그래. 외국까지 줄 설 수 있는데 결혼할 사람이 없다는 건 무슨 소리야?’“윤우야, 이모는 결혼하고 싶지 않아. 여기서 너랑 네 엄마, 아빠를 돌보는 게 좋아.”추경은은 머리가 똑똑하지 않았지만 웬만한 재벌가 아가씨들보다 인내심이 있었다.박민정은 윤우에게 여러 번 놀림을 당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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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고영란은 들어오자마자 비서에게 들고 있던 선물을 내려놓게 한 뒤, 바로 윤우를 찾으러 갔다.윤우는 아직 씻고 있었다.주방에 들어선 고영란은 추경은이 음식을 먹고 있는 걸 발견했다.추경은도 고영란을 보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이모, 어떻게 오셨어요?”추경은 곧바로 손에 들고 있던 음식을 내려놓았다.그런 그녀의 모습을 본 고영란의 눈빛에는 추경은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여기 남준이 집이야. 내가 왜 못 와? 너는 왜 이러고 있어? 왜 주방에서 먹고 있는데?”고영란의 눈에는 이러한 행동이 매우 무례해 보였다.추경은도 잘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억울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죄송해요, 이모. 어제 이모를 기다리느라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요. 오늘 아침 너무 배가 고팠어요."“그래도 앞으로는 조심해야지.”고영란은 추씨 가문의 상황에 물어보려고 했는데 뒤에서 윤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할머니.”고영란은 환하게 웃으며 돌아서서 웅크려 앉아 말했다.“아이고, 우리 귀여운 윤우구나. 할머니가 안아보자.”고영란이 윤우를 이렇게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추경은은 어제 윤우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그리고 윤우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윤우야, 일어났어? 아침 곧 준비될 거야.”추경은은 윤우에게 다가가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리고 또 위층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는 안 깨셨어? 8시 반이 다 되어 가는데.”고영란이 예전처럼 박민정을 나무랄 줄 알았지만 고영란은 예상 밖의 답변을 내놓았다.“임신했잖아. 잠 많이 자야지.”오랜만에 만난 고영란은 많이 바뀌어 있었다. 이렇게 박민정의 편을 드는 그녀를 보고 추경은 조금 놀랐다.하지만 추경은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제가 해외에서 배운 간호학 지식에 따르면 임산부는 하루에 8시간만 자면 충분하다고 하더라고요. 너무 오래 자면 태아의 뇌 발달에 좋지 않다고 해요.”고영란은 이 말을 듣고 추경은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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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박민정은 뜬금없이 소리를 지르는 추경은 때문에 다소 당황스러웠다.‘나를 돌봐주러 왔다고 하더니 이제는 내가 언제 일어나야 하는지까지 간섭하는 거야?’“네, 왜요?”박민정이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이모 오셨어요. 새언니 빨리 내려오라고 하셨으니 저한테 화내지 마세요.”추경은의 말은 일부러 크게 해서 아래층에 있는 고영란까지 들리게 했다.고영란은 이 말을 듣고 약간 불쾌해졌다.‘이 시간까지 잤으면서 뭐가 불만인 거야?’고영란은 윤우 앞이라 박민정에게 화를 내지 않았지만 내심 불쾌한 기색을 억누르며 박민정이 내려온 후에 말했다.“앞으로는 일찍 일어나. 너무 오래 자면 태아에게 좋지 않아.”이 말을 들은 박민정은 추경은이 분명히 고영란에게 무언가를 말했을 거라고 직감했다.자세히 설명해 봤자 소용없다고 생각한 박민정은 그냥 대충 대답했다.“네, 알겠어요.”어차피 고영란은 한 달에 몇 번 오지도 않는다. 고영란이 떠나고 나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테니 이런 사소한 문제로 논쟁할 필요는 없다고 여겼다.아니나 다를까, 박민정이 순순히 응하자 고영란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추경은은 옆에서 괜히 나서며 말했다.“이모, 걱정 마세요. 제가 새언니를 잘 감시할게요.”박민정은 그 말을 듣고 추경은을 당장 내쫓고 싶었다.추경은은 일부러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으며 박민정을 보고 말했다.“새언니, 제가 도와드릴 테니 이제 일찍 일어나실 수 있을 거예요.”“정말 고맙네요.”“천만에요.”고영란은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긴장감을 눈치채지 못하고 윤우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윤우야, 오늘 할머니가 널 데리고 놀러 나갈까?”박윤우는 요즘 박민정이 바쁘다는 걸 알고 있었고, 집에 남아있으면 오히려 박민정을 방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추경은도 대화에 끼어들며 말했다.“이모, 저도 함께 가면 안 될까요? 혹시 윤우와 이모께서 필요한 것이 있으시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 예를 들어 물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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