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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소현아, 엄마가 그렇게도 싫어? 엄마가 죽었으면 좋겠어?”

이불 속으로 몸을 숨긴 한수민이 행여나 남에게도 들릴까 봐 소리를 한껏 낮춘 채 물었다.

그 소리는 유난히 무거웠고 한없이 가라앉았다.

늘 자랑으로 생각하면서 애지중지 여겼던 딸이 인간으로서의 가장 기본적인 마지노선을 잃은 채 생모의 기분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양모에게 그러한 심한 말을 했으니 말이다.

생모가 싫다면서, 생모가 역겹다면서, 생모가 죽었으면 좋겠다면서.

어쩌면 그 심한 말을 직접 듣고 나서야 한수민은 전에 박민정에게 했었던 그 말들이 얼마나 고약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엄마, 오해마세요.”

윤소현은 다급히 이리저리 둘러대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는 정수미가 여기에 있어서 그런 거예요. 엄마도 아시잖아요, 정수미가 엄마가 싫어한다는 것 말이에요.”

“그냥 정수미한테 좀 잘 보이고 싶어서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고요.”

“제가 조금 전에 한 말들은 그냥 잊으세요. 정수미가 아니라 엄마야말로 제 친엄마인데, 당연히 더 중요하지 않겠어요?”

거짓말을 합리화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윤소현의 말에 한수민은 믿지도 않았다.

한수민은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로 정수미보다 중요한 거 맞지?”

“그럼요.”

“그럼, 정수미한테 가서 내가 네 친엄마라고 내가 널 낳은 거라고 말해.”

한수민이 말했다.

그 말에 눈동자가 크게 일렁인 윤소현은 속으로 한수민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미친 거 아니야?’

“엄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엄마 친딸이라는 사실을 정수미가 알게 된다면 정씨 가문의 모든 유산을 저한테 물려주겠어요?”

한수민은 핸드폰을 꼭 움켜쥐었다.

“그 재산이 중요한 거야 아니면 네 엄마인 내가 더 중요한 거야?”

“그럼, 이렇게 하면 안 될까요? 정수미 유언 남기고 거의 죽어갈 때쯤에 사실을 말해주면 안 될까요?”

“걔가 죽기 전에 나부터 죽을 것 같아서 그래!”

윤소현에게 실망한 대로 한 한수민이다.

“정수미한테 말할 용기가 없으면 내가 직접 할게.”

그러나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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