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정은 살짝 멋쩍어했다.“예찬이랑 윤우 아빠야.”그 소리에 에리는 더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하지만 더는 말하지도 묻지도 않고 밀크티를 손에 쥐고 하염없이 마셨다.남자 연예인으로 몸매 유지를 해야 하나 박민정이 건네준 밀크티였기에 주저 없이 마셨다.두 사람은 간단하게 밥을 먹고 나서 바로 녹음실로 향했다.박민정은 프로다운 모습으로 에리 신곡 녹음을 지도해 주었다.일에 몰두하다 보니 시간은 유난히 빨리 지나갔다.모든 걸 마치고 나오자 날은 이미 어두워졌고 파파라치에게 찍혀 에리에게 폐를 주고 싶지 않아 박민정은 운전기사에게 마중을 오라고 했다.에리는 그녀가 떠나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았다.매니저가 오고 나서 그에게 물었다.“오늘 녹음 엄청 잘했더라?”에리는 그 소리를 듣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그럼, 민정이가 옆에서 도와줬잖아.”매니저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아쉬울 따름이야. 듣는 쪽이 아니라 부른 쪽이라면 너보다 훨씬 유명해졌을 건데 말이야.”에리는 웃으며 말했다.“만약 가수로 데뷔한다면 나, 민정이 일호 팬으로 영원히 남을 거야.”“하도 겸손해서 말이지. 지금 잘나가고 있는 곡들도 모두 민정이가 만든 건데.”에리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다음 곡에 조금만 더 힘을 실으면 안 돼? 한 곡 더 터지면 그때 박민정 씨에 관해 언급해도 되는 거잖아.”매니저의 제안에 에리는 고개를 저었다.“지금껏 나랑 다니면서 민정이가 어떤 사람인지 아직도 몰라? 겸손하고 조용하게 사는 게 민정이잖아.”“하긴.”매니저는 그렇게 뛰어나고 재능이 있는 사람이 왜 배후에만 머물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박민정은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 박윤우부터 챙기고 바로 박예찬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애어른인 박예찬은 또래 아이들에 비해 시름이 놓이는 편이다.이번에 해외에서도 선생님이 해내지 못한 것도 기특하게 해냈으니 말이다.하지만 박민정에게 있어서 박에찬은 어린아이일 뿐이다.“엄마, 나 잘 지내고 있어. 모레면 귀국할 건데 엄
“아빠, 저 지금 몰래 전화하고 있는 거예요. 비밀로 해주셔야 해요.”박윤우는 말을 하고서 숨을 죽인 채 귀를 기울이고 수화기 너머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리는지 유심했다.다행히 다른 여자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유남준은 박민정이 뒤에서 시켜서 전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자기도 모르게 실망했다.예전과 같았다면 박민정은 겨우 3일 정도 버티고 바로 전화를 걸어왔었다.하지만 지금은 3일이 코 앞임에도 불과하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무슨 일이야?”박윤우에게 말하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부하에게 묻고 있는 것처럼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보고 싶어서 전화한 거예요. 내일 아빠 만나러 가면 안 돼요?”박윤우는 직접 쓰레기 아빠가 있는 곳으로 확인하러 가고 싶었다.어떠한 여우가 틈을 공략하고 들어왔을 수도 있다면서.“안 돼.”유남준은 더없이 차갑게 거절해 버렸다.순간 박윤우는 말 문이 막혔지만 바로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아빠, 예쁜 윤우 이젠...”하지만 애교를 채 부리기도 전에 전화가 끊겨 버렸다.박윤우는 어안이 벙벙해졌고 유남준의 무정함에 한 방 맞은 것만 같았다.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유남준에게 비밀이 있다는 의심이 커졌다.오지 말라고 하는 걸 봐서는 더더욱.박윤우는 내일 금요일에 홀로 유남준을 찾아가 보겠다고 다짐했다.유남준의 거처를 모르고 있으나 전화로 서다희에게 물을 수 있다.이튿날 아침, 박윤우는 화장실을 본다는 명의로 서다희에게 몰래 전화하여 유남준의 거처를 알아냈다.서다희는 겉으로 보기에 세상 딱딱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은 어린아이에게 그 어떠한 항마력도 없는 사람이다.특히 박윤우의 애교를 마주하게 되면 사르르 녹아버리고 만다.서다희는 바로 유남준의 현재 거처를 술술 알려주었다.박민정은 박윤우의 계획을 모르고 있었고 오늘 두 시간 늦게 하교한다는 소식만 듣게 되었다.“알았어. 그럼, 정민 아저씨보고 좀 늦게 데리러 가라고 할게.”“좋아.”박윤우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시간이면 유남
박윤우는 그 소리에 따라 고개를 돌렸는데, 낯설지만 청순하기 그지없는 얼굴이 보였다.여자는 츄레이닝복에 포니테일을 하고서 부드러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혹시나 하는 마음에 박윤우는 다시 고개를 돌려 번지수를 확인했는데, 틀림없었다.‘뭐지? 쓰레기 아빠 찾아온 여우인가?’“아줌마, 혹시 여기 집주인이세요?”박윤우는 떠보면서 물었다.추경은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여긴 우리 사촌 오빠 집이야. 오빠 찾으러 온 거야.”말을 마치고 추경은은 박윤우를 자세히 훑어보았다.“너 설마 우리 남준 오빠 아들 아니지?”먼 친척임을 확인하고 박윤우는 한시름을 놓게 되었다.“딩동댕이에요.”“와, 이렇게 다 만나는구나. 난 또 잘못 찾아온 줄 알았잖아. 난 추경은이라고 하고 앞으로 경은 이모라고 부르면 돼.”추경은?왠지 모르게 익숙한 이름이었다.박윤우는 추경은 몸에서 나는 향수 냄새를 맡고서 약간 어지러웠다.“경은 이모, 저 좀 내려주세요.”하지만 추경은은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았다.“이모 좀만 더 안고 있자.”추경은이 그러면 그럴수록 박윤우는 혐오감이 들어 발버둥을 치기까지 했다.하는 수 없이 추경은은 그를 내려놓아 주고서 벨을 눌렀다.“누구시죠?”“남준 오빠, 나 경은이야. 오빠 보려고 온 거야.”추경은은 유남준이 혹시나 문을 열어주지 않을까 봐 한마디 덧붙였다.“여기 윤우도 있어.”박윤우는 마냥 의아하기만 했다.“경은 이모, 제 이름은 어떻게 아시는 거예요?” “너랑 네 형에 대해서 할아버지께서 가족 단톡방에 이미 올리셨어. 지난 명절 때도 찾아갔었고. 그대 너랑 네 형 모두 본 적 있어.”박윤우는 그제야 익숙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하지만 박예찬처럼 뛰어난 기억력이 없어 단번에 알아볼 수 없었다.두 사람은 입구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으나 문은 열리지 않았다.이때 경비원이 다가와 말했다.“죄송합니다만 대표님께서 두 분 모두 뵙고 싶지 않다고 전해달라고 하십니다.”추경은은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갖은 곡절을 겪
추경은은 순간 난처하기 그지없었다.유남준이 자기를 잊고 있으리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난처함도 잠시 추경은은 설명하기 시작했다.“남준 오빠, 나 추경은이야. 어릴 적부터 함께 놀면서 우리 엄청 친하게 지냈었잖아. 오빠 결혼하던 그해에 만나기도 했었는데.”한편에 서 있던 박윤우는 추경은의 대답에 계속 미심쩍은 느낌이 들었다.하지만 추경은이 누군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아 괴로웠다.‘형 있었더라면 좋았을걸.’그러더니 갑자기 바짓가랑이를 부여잡고 조급한 모습을 드러냈다.“아빠, 저 쉬 마려워요.”박윤우가 화장실에 가려고 하자, 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렸다.“혼자서 가.”“네.”“박윤우는 바로 화장실로 달려갔다.”화장실에 도착한 그는 물을 최대한으로 가장 크게 틀고 박예찬에게 전화를 걸었다.시차로 박예찬이 있는 쪽은 새벽이다.한참 잘 자고 있었는데 동생 박윤우의 전화에 바로 깨어난 것이다.“박윤우! 여기 지금 몇 시인지 알아?”박예찬은 뭐나 다 좋지만 자고 있을 때 건드리면 성질이 좀 사나워진다.“형, 일단 진정하고 추경은이 누군지 알려줘.”직감이 말해주고 있는데, 추경은은 좋은 캐릭터가 아닌 것 같았다.박예찬은 바로 침착하고 기억을 더듬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모든 걸 기억해 냈다.“우리 아빠 할아버지께서 전에 후씨 가문의 한 어르신을 구해주셨는데, 추경은은 바로 그 어르신의 손녀야. 두 어르신은 그 일을 계기로 서로 형제 사이를 맺게 된 것이고. 증조 할아버지께서 젊으셨을 때 두 가문의 관계는 엄청 좋았는데, 지금으로서는 양 가문의 차이가 너무 커서 그리 자주 연락하고 계시지 않아. 유씨 가문은 점점 더 강대해지고 있으나 추씨 가문은 점점 바닥을 치고 있으니 말이야.”박예찬은 자기가 유남준 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유씨 가문에 대해 샅샅이 알아보았다.박예찬의 말을 듣고서 박윤우는 작은 손을 불끈 쥐었다.“그럼, 사촌 동생도 아니었네. 어쩐지 이상하다고 했어.”“사촌 동생 이라니? 우리 아빠랑 그 어떠한 혈연관계
박윤우는 바로 머릿속으로 재산 쟁탈 전쟁을 벌이는 막장 드라마를 상상해 냈다.정신을 차리고 나서 박윤우는 바로 추경은 앞으로 달려갔다.“경은 이모, 얼른 일어나세요. 우리 아빠 돈 엄청 많아요. 소는 얼마든지 살 수 있어요.”그 말에 추경은은 안색이 굳어지고 말았다.“윤우, 이모가 소처럼 일할 수 있다고 하긴 했지만, 말 그대로 들으면 안 돼.”박윤우는 알 듯 모를 듯했다.“그럼, 무슨 뜻인데요?”말문이 턱 막힌 추경은은 순간 어떻게 박윤우에게 설명하면 좋을지 알 수 없었다.이곳에 남고 싶은 마음은 굴뚝과 같으나 유남준이 거절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추경은은 바로 박윤우를 붙잡았다.이곳에 남을 수 있는 가장 관건이 되는 인물이 박윤우라고 느끼면서.“그냥 예를 든 것뿐이야. 윤우야, 넌 이모가 이곳에 남았으면 좋겠어? 이모 매일 다양하게 맛있는 것도 만들어줄 수 있고 우리 윤우 학교까지 바래다 주고 주말에는 같이 게임도 할 수 있는데.”유남준 앞에서 그의 아들을 유인하는 건 아마 추경은만이 할 수 있는 짓일 것이다.추씨 가문 어르신의 체면을 감안하여 유남준은 바로 화를 내지 않았다.“그럼, 이모 저 엉덩이도 닦아줄 수 있어요?”박윤우가 대뜸 물었다.순간 추경은은 안색이 확 달라지고 말았다.‘엉덩이를 내가 왜?’지금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도 추경은은 추씨 가문의 천금이다.“당연하지.”하지만 입으로는 생각과 반대되는 말을 했다.“그럼, 지금 닦아주세요. 제가 급하게 나오는 바람에 잊어먹고 그냥 나왔거든요.”말을 마치고 박윤우는 바로 몸을 돌려 엉덩이를 추경은에게 보였다.“이모, 손으로 닦으셔야 해요. 티슈로는 안 되거든요. 엄마가 티슈로 닦으면 저의 여린 피부에 상처가 생긴다고 했었어요.”그 말에 추경은은 두 눈이 휘둥그레지면서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손으로 닦아? 누가 그래?’놀라기는 했지만 이대로 지고 싶지 않았다.“윤우야, 엉덩이도 제대로 안 닦고 바로 나온 거야?”“가자, 일단 화장실로 가. 이모가 새 옷이랑
화장실 안에는 더러운 것들이 여기저기에 묻어 있었다.추경은은 하마터면 바로 토할 뻔했다.하지만 유남준과 결혼하여 그의 곁에 남고 싶어서 그 힘든 걸 참아내기 시작했다.샤워기를 손에 들고서 주위를 물로 씻어내고 나서 박윤우의 바지를 씻기 시작했다.박윤우는 문 앞에 서서 그런 추경은을 바라보고 있었다.당장이라도 노발대발할 것처럼 보이나 억지로 역겨움과 화를 꾹꾹 억누르며 바지를 씻고 있는 추경은의 모습을.왠지 모르게 기분이 상쾌해지는 순간이었다.“이모, 싫으시면 그만 나오세요. 아빠가 씻어줄 거예요.”멀리서 앉아 있던 유남준은 그 말을 듣고서 눈살을 찌푸렸다.엉덩이도 스스로 닦지 못하면서 바지에 묻히고 다니는 박윤우를 때리지 않은 것만으로 감지덕지해야 한다면서.박민정이 아이 교육을 어떻게 했는지 화가 나고 이해가 되지 않았다.“박윤우, 이리로 와.”박윤우는 유남준이 자기를 부르는 것을 듣고 긴 샤워타월을 잡고서 짧은 다리로 빠르게 달려갔다.“아빠, 저 보고 싶어서 부리신 거죠?”박윤우는 말하면서 조금 더 가까이 가려고 했다.“거기 서.”하지만 유남준이 그를 그 자리에 바로 세우고 말았다.“거리를 좀 두는 게 좋겠어.”박예찬의 심한 결벽증은 바로 유남준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박윤우가 엉덩이도 제대로 닦지 못하고 나왔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자 얼굴이 다 일그러졌다.“어린아이도 아니고 아직도 엉덩이 닦을 줄 모르는 거야?”유남준이 물었다.박윤우는 말 문이 막혔다.추경은에게 본때를 보여주고자 그러한 것인데, 자신이 이렇게 다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유남준이 자기를 무척이나 싫어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그...”뭐라고 설명할 말도 딱히 없었다.유남준은 그가 인정한 셈을 쳤다.“오늘부터 잘 배워. 또다시 다른 사람한테 엉덩이 닦아달라고 부탁한다면 그땐 널 화장실로 버려버릴 거야.”“네.”박윤우는 입술을 삐쭉내밀고 계속 유남준을 떠보려고 했다.“아빠, 저 싫어요?”손을 내밀어 유남준을 다치자마자 바로 손목이 잡혀버
해운 별장.한참이나 바삐 돈 추경은은 마침내 박윤우의 작품을 깨끗하게 정리했다.화장실에서 나온 그녀는 옷에 향수를 엄청나게 뿌렸다.왠지 모르게 모든 걸 끝내고 나니 온몸이 소름이 돋아났다.앞으로 이런 아이의 새엄마가 될 생각을 하게 돼서 그런 듯싶다.만약 유남준과 결혼하게 된다면 반드시 박윤우를 바로 잡고 누가 이 집의 왕인지 제대로 보여줄 셈이었다.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일단 이곳에 남는 게 가장 중요한 미션이다.“남준 오빠, 청소는 내가 다 했어. 아직 밥 안 먹었지? 내가 준비할게.”계속 화장실 청소를 하느라 추경은은 유남준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펼쳐보지도 못했다.유남준에게 접근하기 위해 추경은은 요리 학원까지 다녔었다.하지만 유남준이 말을 하기도 전에 박윤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경은 이모, 이제 막 화장실 청소하고 나오셔서 바로 밥해주려는 거예요?”“뭐?”추경은은 안색이 굳어지면서 설명하기 바빴다.“나 깨끗하고 씻었어.”“근데 왜 냄새가 나죠?”박윤우는 커다란 눈으로 세상 무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바지 말려달라고 했잖아요. 저 입을 바지 없어요.”자기보다 훨씬 큰 샤워타월을 감고 있으니 무척이나 불편했다.“바지는 건조기에 돌리는 중이야. 이제 곧 뽀송뽀송하게 마를 거야.”추경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일단 밥부터 준비하고 있을게. 너 과자 좋아해? 이모 맛있는 과자도 만들 줄 알아.”박윤우는 추경은이 이토록 뻔뻔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하지만 박윤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러 코를 막고서 계속 한쪽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싫어요. 몸에서 냄새난단 말이에요.”추경은은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냄새는 네가 더 나거든. 겨우 청소하고 나왔더니 감히 나한테 냄새가 난다고 지껄이는 거야?’‘절대 가만두지 않을 건데, 일단은 내가 참는다.’“윤우야...”추경은이 뭐라고 설명하려고 할 때 유남준이 말을 끊어버렸다.“음식 준비하지 마. 이따가 가지고 올 거야.”유남준은 안색이 하나도 변하지 않았
한편, 박민정은 이미 해운 별장으로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유남준이 박윤우를 빼앗아 가려는 줄 알고 무척이나 다급해 보였다.박윤우의 기분은 박민정 못지않게 나빴다.그 역시 조급한 모습으로 유남준 곁에 서 있다.‘아들인 내가 있는데 그러고 싶으실까?’“아빠, 경은 이모한테 이렇게 일찍 씻으라고 하신 거예요? 이따가 같이 자려는 건 아니죠?”그 말에 유남준은 얼굴이 순간 어두워지고 말았다.하지만 대답하지 않고 도려 물었다.“대체 그런 건 어디에서 배운 거야?”어린 나이에 좋은 건 배우지 않고 일찍 어른들 세계에 눈을 떴으니 말이다.박윤우는 텔레비전에서 본 것만 알고 화면이 어두워지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 벌어지는 것에 대해 잘 모른다.“배울 필요 없어요. 형이 그랬는데, 이 나이가 되면 다 알게 된다고 했었어요.유남준은 안색이 더더욱 어두워졌다.‘박민정은 대체 집에서 애들 교육을 어떻게 한 거야.’서다희 입에서 알다시피 큰아들 박예찬은 선생님 따라 해외로 여행을 가서 당장 들어오지 못한다고 했다.박예찬은 돌아오고 나서도 대부분의 시간을 김씨 가문에서 보내고 김훈은 이미 박예찬을 증손자로 맞이했다고 했다.“어린아이들이 알 건 아니야. 밥 먹고 집으로 돌아가.”유남준이 차갑게 말했다.박윤우는 가만히 듣기는 했지만 달갑지 않았다.“그래서 같이 자냐고요.”텔레비전에서는 일단 아이를 속여서 밖으로 보내고 나서 나쁜 일을 했었기 때문이다.유남준이 대답하려고 할 때 추경은이 샤워 가운을 입고 나왔다.“남준 오빠, 욕실에 샴푸가 없던데 오빠 샴푸 써도 돼?”박윤우는 바로 추경은을 바라보았는데, 안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가운만 걸치고 나온 그 몸매는 무척이나 이기적이었다.흔히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악녀의 모습이 따로 없었다.유남준의 얼굴에 한기가 가득했다.“없으면 쓰지 마.”‘하여간 여자들이란 귀찮아.’추씨 가문 어르신 추재훈만 아니었더라면 유남준은 이미 추경은을 내쫓아 버렸을 것이다.추경은은 본래 매혹적인 모습으로 나와 유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