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혼란스러워졌다는 게 무슨 뜻인지 박민정은 알 수 없었다.“뭐가 어떻게 혼란스러워진 건데요?”“어제 에스토니아에서 제가 사모님을 찾으러 갔을 때, 대표님께서는 사모님이 누구신지 기억하지 못하시고 계셨습니다. 근데 다시 돌아가서 대표님께 말씀드리니 그땐 또 사모님을 기억해 내셨습니다. 대표님과 이런저런 말을 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대표님 기억은 6, 7년 전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습니다.”서다희는 탄식 하며 덧붙였다.“지금 역시 그러하시고 아이들도 잊으신 듯합니다.”그 말을 듣고서 박민정은 잠시 침묵에 빠졌다.“알았어요. 우리 윤우 좀 부탁드릴게요. 이제 곧 탑승할 것 같으니 돌아가서 얘기해요.”“네, 사모님.”기억이 혼란스러워졌다는 유남준의 상황이 거짓일 것 같지 않았다.기억을 잃었던 적이 있고 서로 다시 시작하자며 마음마저 먹었었는데, 굳이 다시 기억을 잃은 척할 필요가 없다.박민정은 핸드폰 전원을 끄고서 비행기에 올랐다.두원 별장.유남준은 아주 힘겹게 새 옷으로 갈아입었고 의사들은 일사불란하게 검사를 해주었다.밤새 열심히 검사했지만, 의사들은 그 이유를 알아낼 수 없었다.어떠한 이유로 기억이 혼란스러워진 것인지, 어떻게 치료하면 좋을지 그 무엇도 똑똑히 정하지 못했다.오늘날 의학은 부단히 발전하고 있으나 신경을 비롯한 사람의 기억 쪽으로는 아직도 노력이 필요하다.유남준은 머리가 아팠고 몸도 유난히 무겁고 힘들어 의사들을 쫒아냈고 서다희에게도 떠나라고 했다.“대표님, 저는 곁에서 지켜드리겠습니다. 필요하신 게 있으시면 언제든지 불러주시기 바랍니다.”지금 이보다 상황이 더 악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유남준은 그의 뜻을 거절하지 않았다.따라서 서다희는 아래층에 있는 객실에서 묶게 되었다.시차에 적응하는 중이라 유남준은 정신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침대에 눕자마자 잠에 들었으니 말이다.박민정이 도착했을 때 별장 안은 유난히 적막했다.가정부는 그녀가 오는 것을 알고 일찍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박민정을 보게 되는
서다희는 바로 위층으로 올려다보며 말했다.“대표님께서 깨어나신 거 같습니다.”“제가 가볼게요.”흑백으로 인테리어한 방안에서 유남준의 모습이 보였다.바닥에 넘어진 채 다소 초라한 모습으로.박민정은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그를 부축하려고 했다.“괜찮아요?”“꺼져!”박민정의 소리를 듣고서 유남준은 그녀를 확 뿌리쳐버렸다.“실컷 놀다 왔어?”그의 힘에 박민정은 몸이 뒤로 휘어청거리면서 하마터면 넘어질 뻔했다.한숨도 자지 못한 채 밤새 달려온 그녀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아프면 치료받으면 그만이지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에요! 나 지금 임신 중이라고요! 아이한테 문제가 생기면 나 그때 진짜...”단 한 번도 못 된 소리를 해보지 못했던 박민정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유남준은 침묵을 유지한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이때 박민정은 다시 조심스럽게 그에게로 다가가 부축하려고 했다.다행이도 유남준은 그녀를 밀쳐내지 않았다.침대로 부축을 받고 난 뒤 유남준은 그녀의 팔목을 확 잡아당겼다.“나한테 소리까지 치고 너 이제 눈에 뵈는 게 없지?”박민정은 더 이상 매사에 조심하고 두려워하던 옛날의 그녀가 아니었다.그 말을 듣게 되는 그녀 역시 자기도 모르게 차갑게 웃었다.“남준 씨는 소리쳐도 되도 나는 소리쳐도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는 거예요?”말문이 막힌 유남준이다.자기 팔목을 꼭 잡고 있는 유남준의 손을 떼고서 박민정은 조금 전 그가 넘어지면서 같이 바닥으로 떨어진 물건을 줍고 의자를 세웠다.“이따가 병원에 한번 가 봐요.”유남준은 차가운 얼굴을 한 채 두 눈을 꼭 감고 있었다.“안 가.”“병원으로 가봐야 알 거 아니에요.”두원 별장에는 본가처럼 의료 시설이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 않다.그 말인즉슨, 가장 기초적인 검사만 할 수 있다는 것이다.유남준은 천천히 두 눈을 떴는데, 깊은 동굴처럼 어둡기만 했다.“네가 신경 쓸 바가 아니야.”“이런다고 네 죄가 용서될 거 같아? 너 같은 거짓말쟁이는 평생 홀로 고독하게 생을
유남준은 입술을 사리물었다.박민정과 더 이상 말다툼을 하려 하지 않고 침대에서 다시 일어나 나가려고 했다.그 모습에 박민정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생각 다 한 거예요? 병원에 가기로?”유남준은 그녀의 말에 상대하지 않고 막무가내로 앞을 향해 걸었다.걷는 내내 방 안에 있는 장식품이나 다른 물품들을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더 가면 벽이에요!”유남준이 벽에 부딪히려고 할 때 박민정이 그를 불러 세웠다.순간 유남준은 걸음을 멈추게 되었고 방향을 돌려 문 쪽으로 더듬으면서 가려고 했다.박민정은 성큼성큼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예전의 유남준이라면 아마 싫증을 내며 뿌리쳤을 것인데, 그러한 모습이 전혀 없었다.박민정의 손끝이 팔에 닿자 그대로 굳어버리는 듯했다.유남준은 이러한 기분과 상황이 왜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다.그를 억지로 끌어당기며 박민정은 방문을 열고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일단 밥부터 먹어요. 밥 먹고 병원에 가봐요.”김인우가 있으므로 유남준은 병원에 가서도 비밀리에 모든 검사를 받을 수 있다.유남준은 더 이상 거절도 승낙도 하지 않은 채 박민정에게 이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아래층에서 지켜보고 있던 서다희는 유남준이 회복이라도 한 줄 알았다.“대표님.”“꺼져.”‘그래, 아직 회복은 이르시지.’“아침은 준비됐어요?”박민정이 서다희에게 물었다.“네. 준비해 놓았습니다.”“저희랑 같이 먹지 않을래요?”서다희는 고개를 저었다.“저는 따로 챙겨 먹으면 됩니다. 제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가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서다희가 떠나고 나서 박민정은 유남준을 끌어 아침 먹으러 식탁으로 향했다.하도 급히 온 바람에 아직 물 한 잔도 마시지 못한 박민정이다.물론 유남준도 아직 빈속이다.식탁에는 음식이 정교하게 세팅되어 있었다.유남준을 자리에 앉히고 나서 박민정이 말했다.“수저는 앞에 있어요. 먹기 불편하면 다른 사람한테 먹여주라고 부탁이라도 해볼까요?”먹여줘?
유남준에게는 약간의 결벽증이 있어 박민정은 말할 것도 없고 상대가 이지원이라고 하더라도 절대 몸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한다.하지만 지금 자기 품에 기대고 있는 박민정이 싫지만은 않았다.“뭔가 달라.”다짜고짜 날아오는 말에 박민정은 그저 생뚱맞기만 했다.“뭐가 다르다는 건데요?”유남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바로 그녀를 놓아주었다.‘내가 박민정을 사랑하게 되었다고? 심지어 아이까지 생겼다고?’주위 사람들이 말해주고 있는 그 상황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그 아이는 몇 살이야?”유남준은 또다시 생뚱맞게 물었다.“4살 좀 넘어요.”갑작스러운 질문이 그저 이상하기만 했으나 박민정은 대답을 해주었다. ‘4살이라면 이혼하려고 했던 그때가 맞는 것 같은데.’“나한테 약을 탔었어?”유남준은 대충 짐작하면서 물었다.“기억 난 거예요?”박민정은 그가 말하고 있는 일이 그의 아이를 품기 위해 약을 탔었던 그때를 말하고 있는 줄 알았다.오해가 또 생기기 시작했는데.유남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삼엄한 빛을 드러냈다.“그럴 줄 알았어.”박민정과 이혼하기로 했었는데 왜 이혼을 하지 못했는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약을 타는 악랄한 수단으로 자기를 잡았다면서.“너 참 보통 여자가 아니었구나. 이런 일에 있어서는 참 솔직하게 대답하네?”비아냥거리며 유남준이 말했다.박민정은 지금 둘 사이에 오해가 생긴 줄도 모르고 설명하기 시작했다.“어쩔 수 없어서 그렇게 한 거라고 후에 분명히 설명해 줬었어요. 윤우가 백혈병으로 앓고 있는데, 친형제 골수가 필요하다고 그랬단 말이에요.”그 말을 듣고서 유남준은 처음에는 알 수 없었으나 대화 속에서 포인트를 찾아냈다.“그럼, 첫 번째 아이는 어떻게 된 거야?”유남준의 물음에 박민정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다.그 일까지 잊고 있겠다고 미처 생각지도 못한 모습이었다.긴 세월이 지나갔음에도 박민정은 그때를 생각하기만 하면 자기도 모르게 손을 움켜쥐곤 한다.“이제 와서 왜 그렇게 묻는 거예요? 일단 병
은회색 승합차가 입구에 멈춰 섰다.얼마 지나지 않자 유남준을 부축하여 차에서 내리고 있는 박민정이 김인우의 시야로 들어왔다.두 사람 뒤에 서다희도 바짝 따라왔다.“남준아, 형수, 어떻게 된 거야?”익숙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지만 ‘형수’라는 부름이 유남준에게 유난히 낯설었다.김인우는 박민정을 귀머거리로 불렀었는데 말이다.그리고 김인우만큼 박민정을 싫어하는 사람이 없는데, 지금 박민정을 ‘형수’라고 부르고 있다.“말로 하자면 좀 길어요. 서 비서님이 알려줄 거예요.”김인우에 대한 박민정의 태도는 여전히 덤덤하기 그지없다.그러한 태도에 김인우는 신경 쓰지 않고 두 사람을 들여보내고 나서 서다희에게 물었다.서다희는 자초지종을 그에게 설명해 주었다.“하민재 그놈 죽으려고 환장한 거예요?”김인우는 욕설을 퍼부었다.“하씨 가문에 그런 놈도 있었던 거예요? 다들 하나 같이 쩔쩔맬 줄 알았는데, 감히 남준이한테 손을 대다니... 죽으려고 환장한 게 맞는 것 같네요.”서다희 역시 미처 생각지 못했다.그동안 하씨 가문은 항상 겸손하게 행동했기 때문이다.“남준이 봐줄 의사는 찾아냈어요. 잠시 나갔다가 올게요.”서다희는 바로 그를 가로막았다.“대표님께서 회복되시고 나면 그때 다시 계획 세우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김인우는 이대로 넘어갈 수 없었다.“하민재와 연지석은 저희 사모님 친구이기도 합니다.”그 말에 조금 전까지 노발대발하던 김인우는 갑자기 차분해졌다.“그럼, 회복하고 나서 다시 얘기하시죠.”갑작스러운 태도 변화에 서다희는 순간 믿어지지 않았다.유남준의 말만 듣는 김씨 가문의 도령이 이토록 쉽게 설득되었으니 말이다.유남준은 검사받으러 들어갔고 박민정을 비롯한 일행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서다희로 부터 모든 상황을 알게 된 김인우는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해외에 있는 신경 전문의한테서 비슷한 상황을 들은 바가 있는데, 그 사람은 기억이 딱 그대로 멈췄다고 했어.”“완쾌됐나요?”김인우는 고개를 저었다.“지금 기술로는
조하랑은 멈칫거리더니 고개를 돌려 이목구비가 뚜렷한 유남준을 바라보았다.유남준은 더 이상 잠꼬대를 하지 않았고 조하랑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민정아, 혹시 저런 사람은 우리랑 뇌 구조가 다른 거 아니야?”그 말에 박민정은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자기가 봤던 건 절대 잊지 않았던 사람인데, 기억을 잃었다니... 그게 말이 돼?”두 사람은 유남준의 병상 바로 옆에서 그를 한동안 깍아내렸다.아주 덤덤한 모습으로.어느새 밥 먹을 시간이 다가왔고 유남준은 아직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다.서다희는 박민정에게 먹고 싶은 게 있냐면서 부하에게 물어보라고 했다.그때 조하랑이 전혀 사양하지 않고 메뉴를 읽기 시작했다.“샤브샤브, 마라탕, 마라샹궈 먹고 싶어요.”산모인 박민정은 그동안 줄곧 음식을 싱겁게 먹어왔다.이렇게 자극적인 음식은 정말로 듣는 것마저도 오랜만이었다.“제 친구가 말한 대로 준비해 주세요. 샤브샤브는 두 개로 준비해 주시고 제가 먹어왔던 영양식도 그대로 준비해 주세요.”박민정은 서다희가 보내온 사람에게 부탁했다.배 속의 아이를 위해 생각해야 하니 마음대로 먹을 수 없었다.“어머, 내 기억 좀 봐! 너 임신한 거 까먹고 있었어.”“괜찮아. 나도 오랜만이라 좀 당겨. 이번 기회에 좀 먹지 뭐.”“그래.”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들이 줄줄이 들어왔다.유남준이 지내고 있는 VIP 병실에는 거실 뿐만 아니라 부엌까지 준비되어 있다.그러나 그럼에도 음식 향기는 그의 병상까지 전해졌다.유남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서다희를 불러와 한바탕 야단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사무실에 왜 이렇게 음식 냄새가 진동하냐면서.조하랑이 옆에 있어서 그러한지 박민정은 시간이 유난히 빠르게 지나는 것 같았다.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았다.그때 조하랑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는데, 박예찬이었다.“이모, 왜 인제야 전화 받는 거야! 내가 집에 없어서 몰래 쉬려는 건 아니지?”조하랑이 박민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고 있음에도 조하랑은 박예찬 덕분에 취업 방향을 정할 수 있어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돈이 없는 건 아니나 자기 힘으로 돈을 벌 수 있어 안도감이 들었다.전 남자 친구였던 강연우가 늘 조하랑을 이처럼 풍자했었다.금수저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을 것이라고.그리고 지금의 수입을 보면 아마 변호사인 강연우보다 몇십 배는 더 벌 수 있을 것이다.“참, 하랑아, 김씨 가문에서 어떻게 지내고 있어? 강연우가 또 찾아오지 않았어?”지난번에 강연우와 김인우는 크게 싸운 적도 있다.조하랑은 오늘따라 유난히 소탈해 보였다.“김씨 가문에서 잘 지내고 있고 강연우한테서 전화는 몇 번 왔었어.”그러고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서 덧붙였다.“민정아, 강연우 참 이상하지 않아? 나한테 김씨 가문이랑 엮이지 말라고 절대 김인우한테 시집가지 말라고 인우 씨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수없이 타이르고 말해줬어.”이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조하랑은 어처구니가 없다.강연우에 대해서.“자기는 결혼까지 했으면서 네가 누구한테 시집을 가든말든 무슨 상관이지? 이상하긴 하네.”박민정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이어 나갔다.“하랑아, 김씨 가문 어른들은 다들 좋으신데, 결혼하는 건 잘 생각하는 게 좋을 거야. 절대 후회하는 일 없이 신중하게 고려해 봐.”정서 변화가 심한 김인우 인지라 그가 싫어하는 사람은 사경으로 몰아넣을 때까지 괴롭히는 면도 있다.지금 자기한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박민정은 그럼에도 김인우란 사람이 걱정되었다.“알고 있어. 걱정하지 마. 할아버지께도 말씀드렸어. 적어도 1년 정도는 만나보고 결정해야 한다고.”“인우 씨랑도 이미 얘기했어. 1년 지나고 나서 할아버지께 말씀드리자고. 서로서로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으니 그만 포기하시라고.”조하랑의 말을 듣고 난 박민정은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그래.”“그럼, 나 먼저 간다. 내일 또 올게. 올 때 노트북도 가지고 와야겠어. 예찬이가 수시로 검문 들어올까
유남준 역시 벽에 찰싹 붙어 있는 박민정에게 다가갔다.벽과 팔을 사이에 두고 박민정을 그 속에 꽉 갇혔다.박민정은 다짜고짜 들려온 그의 질문이 생뚱맞기만 했다.“무슨 뜻이에요?”유남준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만졌는데, 손바닥에 온기가 느껴지는 순간 놀라웠다.‘정말이었어?’“너 죽었잖아.”한껏 가라앉은 소리로 유남준이 말했다.그 말에 더더욱 어리둥절해진 박민정이다.“아무리 싫어도 죽은 사람 취급하는 건 좀 너무하지 않아요?”“내가 널 2년 동안 찾아다녔어. 알아? 2년 동안 꿈에 나타나지도 않더니 오늘 어쩌다가 나타난 거야? 설마 정말 죽기라도 한 거야?”유남준은 이 모든 게 꿈인 줄 안다.“죽어서 꿈에 나타난다더니 정말로 죽은 거야?”“얼굴 좀 보여줘 봐. 왜 못 보게 하는 거야?”아무런 조명도 없어 그는 아직 눈이 멀었다는 사실을 인지 못 하고 있다.박민정은 그의 말속에서 서서히 눈치를 차리게 되었다.기억이 조금씩 돌아오고 있다는 것.자기가 실종 되고 나서 2년이 흐른 그 시점으로 돌아갔다는 것.“남준 씨, 그게 실은... 남준 씨 기억을...”하지만 말을 채 끊내기도 전에 유남준은 갑자기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꽉 잡고서거칠게 키스를 해왔다.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유남준은 어느새 옷까지 벗기고 있었다.“남준...”빈틈을 포착하여 박민정은 그를 미친 듯이 때리며 멈추게 하려고 했다.일단 자초지종부터 들어보라고.하지만 유남준은 그 어떠한 기회도 주려 하지 않았다.오늘 피해 가기는 틀렸다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갑자기 조명이 밝아졌다.그보다도 더욱 화끈거리게 한 것은 김인우가 의사 가운을 입은 채 문 앞에서 두 사람을 똑똑히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놀라기는 김인우도 매한가지였다.그는 헛기침을 하며 서둘러 자리를 피해주었다.“미안. 일부러 방해하려는 건 아니었어.”‘남준이 기억 잃었다면서?’‘근데 왜 저래?’김인우는 나가면서 친절하게 문까지 닫아주었다.유남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