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상사의 비밀을 알아버렸다의 모든 챕터: 챕터 161 - 챕터 170

1009 챕터

제161화

청용이 엄숙하게 말했다.“명왕님, 엄씨 어르신의 뒤에 제경의 거물이 존재하는 것 같으니 그쪽에 미리 말이라도 해둘까요?”“용이야, 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하는 소리야?”엄진우는 그를 힐끗 쳐다보았다.순간 청용은 온몸에 소름이 끼쳐 털썩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다.“죄송합니다, 명왕님. 제가 잠시 머리가 좀 어떻게 됐나 봅니다.”잠시 잊고 있었다. 명왕은 여태 누구에게도 자기의 움직임을 알린 적 없다는 것을.죽이고 싶으면 죽이는 거지 이유는 필요 없다.단지 죽이고 싶다는 것이 가장 유력한 이유일 것이다.“됐으니까 가서 계속 조사해.”엄진우가 분부했다.“너무 티 나니까 더는 네 기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해. 내가 제때 커버했으니 말이지, 아니면 큰일나.”“네!”말을 끝낸 청용은 순식간에 사라졌다.엄씨 저택 입구.예우림이 막 밖으로 나가려는데 누군가 뒤에서 그녀를 불렀다.“제수 씨 왜 벌써 가? 엄진우랑 싸웠어?”임영우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몸을 훑어보더니 저도 몰래 혀를 날름거렸다.예우림은 싸늘하게 상대를 흘겨보며 대답했다.“그쪽과 무슨 상관이죠?”“내 말이 맞았나 보네. 하하하!”임영우는 큰 소리로 깔깔 웃어댔다.“제수씨, 내 사촌 동생 엄진우 말인데. 걔 춤추는 여자가 낳은 천한 놈이야. 돈도 없고 권력도 없어. 글쎄 할아버지가 걔 인정한다면 운이 좋은 거지. 하지만 이 가문에 들어와봤자 제일 하찮은 존재야.”“그래서 더 할 말 있어요? 없으면 이만.”예우림의 얼굴은 서리가 앉은 듯 싸늘해졌다.그녀는 엄진우를 마음껏 욕할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엄진우는 다급히 그녀 앞을 가로막았다.“엄진우는 예우림 씨와 어울리지 않아. 차라리 나한테 오는 건 어때? 나 엄씨 가문 장손이야. 엄씨 가문 미래의 소주, 더 나아가 이 가문 가주가 될 몸이지. 때가 되면 예우림 씨는 엄씨 가문의 주모이자 이인자가 될 거야.”그 말에 예우림은 차갑게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 그거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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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순간 엄영우는 저만치 날아가 벽에 부딪히며 바닥에 떨어졌는데 귀가 터져서 빨간 피가 뚝뚝 떨어졌다. “영우 도련님!”하인들은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엄진우는 여유롭게 손을 거두고 예우림을 안아 들더니 하인 몇 명을 발로 걷어차 날려버렸다.“죽고 싶어? 유부녀 꼬시는 게 취미야?”엄진우는 엄영우의 꿍꿍이를 미리 눈치채고 시시각각 그를 관찰했었다.“비천한 새끼! 어디서 감히 하극상이야! 나 네 형님이야!”뒤로 벌렁 넘어진 엄영우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엄진우를 단단히 혼내주려고 했지만 바닥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온몸 곳곳의 뼈가 부러졌다!그럴 리가! 난 무도종사야!어떻게 엄진우의 한방에 이렇게 부러지지?엄진우는 엄영우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그의 두 눈을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내가 말했지? 개가 또 짖으면 대가리 깨버린다고.”예우림은 숨을 크게 몰아쉬며 엄진우의 옷깃을 꽉 움켜쥐었다.“엄진우, 바보 같은 짓 하지 마.”엄진우가 버럭하며 말했다.“그렇다고 보고만 있으라고요?”예우림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노발대발했다.“뭐라는 거야! 패지 말라고 한 적 없어! 엄씨 가문의 장손이라 적당히 해라는 거지.”“걱정 말아요. 내가 알아서 할 게요.”엄진우는 눈웃음을 지으며 그에게 다가가 손바닥을 휘둘렀고 엄영우는 강냉이가 제대로 털려 합죽이가 되어버렸다.“그래도 나 꽤 교양 있는 사람이라 막무가내는 아니야.”“이 씨발! 엄진우, 나 너 가만두지 않아!”엄영우는 화가 나서 온몸이 다 떨렸다.“왜 벌써 사람을 욕하고 그래?”엄진우는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나 아직 할 거 하나 남았어. 그때 다시 쫑알거리면 안 될까?”엄진우의 손이 점차 엄영우의 하반신으로 다가가자 엄영우는 대경실색하며 소리를 질렀다.“엄진우! 너 하지 마! 거긴 건드리면 안 돼! 아니면 너 내 손에 죽는다!”부득!경쾌한 파열음이 들리더니 엄영우의 하반신은 이미 피범벅이 되어버렸다.엄영우는 얼굴이 일그러져 꽥꽥 소리를 질러댔다.“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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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누구 짓이야!”엄영우의 피투성이가 된 하반신을 보고 엄씨 어르신은 버럭 화를 냈다.엄씨 어르신은 평소 손아랫사람들의 암투를 아주 넓은 마음으로 관용했다. 어쨌든 적당한 경쟁을 통해 나은 자는 이길 것이고 못한 자는 패할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인명피해가 생기는 것은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엄진우가 당당하게 말했다.“저요.”“일부러? 아니면 실수로?”엄씨 어르신의 안색은 이미 극도로 어두워졌다.“일부러요! 제 와이프한테 수작을 부린 이 새끼 가만둬서 되겠어요? 그나마 할아버지 체면을 보고 목숨은 남겨둔 겁니다.”엄진우의 싸늘한 대답에 엄비룡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아버지! 들으셨어요? 이 자식 완전 무법천지예요! 감히 아버지 앞에서 엄씨 가문 사람을 이렇게 만들다니. 누가 봤으면 저 자식이 이 엄씨 가문의 주인인 줄 알겠네요!”그러자 엄비호가 걸걸하게 웃으며 말했다.“말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요? 형님 아들이 남의 집 마누라 건드렸다가 보복당한 거잖아요.”“엄비호, 너 평소 유부녀 잘 갖고 노는 거 아니었어? 쓸데없는 소리 작작 좀 해!”엄비룡은 바로 쏘아붙였다.“오늘 일은 반드시 제대로 설명해야 할 거야. 엄진우, 내 아들에게 무릎 꿇고 빌어. 지금 당장!”그러자 엄진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릎은 개뿔. 당신이 뭔데?”쿵!엄비룡의 얼굴에 순식간에 살기가 치솟았다.“나 오늘 너 반드시 죽여서 갈아 마신다.”최악의 상황에 예우림은 재빨리 입을 열었다.“어르신, 4대 고대 무가인 엄씨 가문에서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무분별하게 대할 수 있죠? 저 같은 외부인이 봐도 한심할 정도네요.”하수희도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아버님, 무녀 신분 때문에 저 무시하는 거 다 알아요. 하지만 우림이는 명문가 딸이에요! 그런데도 취급할 수 없는 건가요?”“엄비룡, 적당히 해!”엄씨 어르신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싸늘하게 명령했다.‘성지’가 내려지자 엄비룡은 내키지 않았지만 하는 수 없이 뒤로 물러섰다."이번에는 확실히 유부녀를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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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이 순간, 예우림은 단단히 겁에 질려 떨리는 손으로 엄진우의 옷깃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강렬한 공포감은 삽시에 그녀의 뇌를 지배했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 거물들의 눈에는 내가 그렇게 보잘것없는 여자로 보인단 말인가?이때 하수희가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진우야. 이거...... 나......”진퇴양난에 놓인 하수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조바심을 냈다.엄씨 어르신이 제시한 조건은 그 누구도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 대가로 며느리인 예우림을 내놓아야 한다.엄비룡과 엄비호는 비록 질투심이 폭발했지만 감히 반대 의견을 제기할 수 없었다.이런 큰일에 공개적으로 엄씨 어르신을 거역하면 그 후과는 매우 비참할 것이다. 물론 친아들이라고 해도 소용없었다.마치 옛날의 소주였던 엄비왕처럼 말이다......이때 엄영우가 이를 악물고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큰소리로 깔깔 웃어댔다.“푸하하하! 이 거래 괜찮네요. 전 좋습니다! 저 여자는 그럼 저한테 주시는 거죠? 저년 매일 밤 아주 호되게 박을 겁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제 아버지, 그리고 친구와 부하들에게까지 빌려줄 겁니다.엄진우, 안심해. 그 정채로운 장면은 내가 반드시 성실하게 촬영해서 너한테 보내 줄게.”엄영우는 두 눈에 핏발을 세운 채 사악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지!널 이기지 못한다면 네 여자라도 제대로 짓밟아 줄 거야. 네가 사랑하는 여자가 내 침대에서 음탕하게 몸을 흔들며 신음하는 모습 꼭 보여줄게.이때 엄진우는 고개를 돌려 예우림에게 물었다.“부대표님은 찬성해요?”예우림은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내 아내가 싫다네요. 그러면 나도 싫어요.”엄진우는 몸을 돌려 큰 소리로 외쳤다.그 말은 또다시 거센 파도를 일으켰다.“엄진우, 너 지금 네가 무슨 말 하는지 알고나 있어?”“엄씨 가문의 최고 권력자인 어르신의 말을 거절하는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어!”엄진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건 당신들이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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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엄씨 어르신은 단단히 화가 났다.“아버지, 명령만 내려주시면 엄씨 가문의 무도종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저 대역무도한 후레자식을 죽일 겁니다.”엄비룡이 음침하게 말했다.찰나의 순간, 수백 명의 무도종사가 한쪽에 서서 햇빛을 가렸다.하수희와 예우림은 너무 놀라 넋이 다 나갔다.이게 고대 무가의 진짜 실력이란 말인가? 강자가 노하면 백만의 사람이 시체가 되어버리는데 돈이나 권세도 이 앞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엄진우, 그냥 그러겠다고 해.”잠시 머뭇거리던 예우림은 의연하게 말했다.혼자 죽는 것이 다 같이 죽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러긴 뭘 그래? 나만 믿어.”심쿵.엄진우는 몸을 풀며 담담하게 말했다.“사람 많으면 뭐 해? 온통 토종닭과 개들이 뭐 어쩌겠다고.”“하하하! 132명의 무도종사를 지금 토종닭과 개라고 했어?”엄비룡은 이젠 화도 나지 않았다.“아버지, 들으셨죠? 저놈이 비왕이 그 자식보다 더 건방지네요. 아주 저러다 하늘을 뚫을 기셉니다.”엄영우도 개처럼 짖어댔다.“엄비왕은 죽어 마땅하네요. 아들이 더 건방지잖아요!”“그 냄새 나는 입으로 감히 내 아버지를 입에 올려? 할아버지,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뭐 하고 계셨는 지 알아요? 이건 우리 아버지 유품이에요!”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 엄씨 어르신의 발밑에 던져줬다.“탄광이 무너진 뒤 병원으로 실려 갔을 때도 이 사진을 손에 꼭 쥐고 있었죠. 정말 가치도 없는 짓을 생명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하고 계시더라고요.그런데 아버지가 가족들이 저런 개돼지보다 못한 모습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다면 땅속에서라도 아주 벌떡 일어나겠네요.나 오늘 할 일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어요. 바로 우리 아버지를 위해 복수하는 일이죠. 난 당신 엄씨 가문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는 거예요.다들 잘 들어. 당신들 대가리 깨끗이 씻고 나 기다리는 게 좋을 거야. 우리 아버지 죽음을 주도한 자, 가담한 자, 그리고 방관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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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한바탕 우여곡절 끝에 예우림은 엄진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우림아,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하수희의 따뜻한 걱정에 싸늘했던 예우림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잔뜩 서렸다.그녀는 종래로 고부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었다.“아주머니...... 어머님. 제가 오늘 너무 급하게 나오다 보니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여기 5천만 원 들어있으니 차라도 사드세요.”분위기를 풀기 위해 예우림은 카드 한 장을 꺼내 하수희에게 내밀며 진지하게 말했다.“부족하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계좌로 이체해 드릴게요.”하수희는 다급히 예우림의 손을 밀며 말했다.“내가 네 돈을 어떻게 받아. 우림아, 넌 아무 걱정하지 마. 나 혼자 돈 벌어도 충분해. 중요한 건 두 사람의 행복이야. 그리고 빨리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아서 나 할머니 만들어 줘.”예우림은 흠칫했다.“할머니요?”“그럼. 너 이제 내 며느리가 되었으니 당연히 나 할머니 만들어 줘야지. 경험 없어서 그래? 괜찮아. 처음엔 다 그래. 때가 되면 내가 다 가르쳐줄게.”하수희는 인자하게 웃었다.그러자 예우림의 아름다운 얼굴에 홍조가 뜨겁게 떠올랐다.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이 나이 먹도록 처음 겪어보는 난감한 상황이다.“켁켁! 엄마, 늦었으니 일단 집에 데려다줄게.”상황이 심상치 않자 엄진우가 급히 끼어들었다.“우림아, 너 오늘 회사 급한 일 있다고 하지 않았어?”예우림은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머리를 끄덕였다.“아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내가 회의 있다고 그랬지?”말을 마친 그녀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나갔다.하수희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좋은 애야. 일도 참 성실하게 하나 보네.”엄진우는 너무 웃겨 입이 다 삐뚤어질 뻔했다.“나 저 여자가 저렇게 당황한 모습 처음 봐.”빙산녀도 이럴 때가 있다니. 너무 희한해서 보면 볼 수록 웃음이 나온다.이내 엄진우도 하수희를 데리고 오션 아파트로 향했다.절반쯤이나 갔을까? 인행도로를 건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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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동창회?처음 듣는 소리에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대학 입시 후 그는 바로 북강에서 군인이 되었고 그렇게 고등학교 친구들과 천천히 연락을 끊게 되었다.하지만 눈앞의 이 두 사람은 생각이 전혀 다른 곳으로 뻗어가고 있었다.한사나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설마, 설마! 우리 반 1등을 아무도 안 불렀어?”김명휘는 한사나의 잘록한 허리를 거칠게 끌어안고 옆구리를 살짝 꼬집으며 음흉하게 웃었다.“1등은 개뿔, 다 지나간 일이야.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이라고.야, 엄진우 너 수능 끝나고 갑자기 사라진 게 혹시 시험 망쳐서 그런 거 아니야? 너 설마 고졸이야?”엄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뭘 하든, 아무한테도 보고할 필요 없어.”당시 그의 점수는 아주 높았으며 심지어 청북대에서도 암암리에 그에게 연락해 등록금 면제와 석박사 과정을 보장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었다.하지만 그때 국가군사최고관리부서의 사람이 그에게 북강으로 가서 나라를 위해 일하라고 찾아왔다.그 사람이 바로 전직 용국 수호신이다.많은 사람 속에서 한눈에 엄진우를 알아보고 후계자로 선택했던 것이다.그렇게 그는 외롭고 영광스러운 길을 떠나게 되었다.“입만 살아서는. 지금 세상은 말이야, 돈이고 세력이야. 말만 잘해서 뭐 해!”김명휘는 시가를 꺼내더니 졸부의 기세를 뿜어댔다.“엄진우, 동창회 저 앞에 필문 호텔에서 하는데, 너도 갈래?”한사나는 약간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바라봤다.이때 하수희가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미안하지만 안 가는 게 좋겠다. 우리 진우 나 집에 데려다줘야 하거든.”당시 엄진우가 학업을 포기하고 북강으로 떠난 데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바로 하수희의 불치병 때문이다.당시 부대 측에서는 엄진우가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무료로 하수희의 병을 고쳐줄 것을 약속했다.그래서 하수희는 늘 자기가 아들의 앞길을 망쳤다고 자책했다.“아니야, 엄마! 멀지도 않은데 엄마 먼저 들어가. 나가서 동창들 좀 만나고 올게.”엄진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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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그 말에 다들 흠칫하더니 엄진우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 경멸에 차올랐다.들어오자마자 먹을 것을 찾는다고? 구제 불능이네!최고의 우등생이 어쩌다 저 지경이 됐을까.이때 청초한 얼굴에 옅은 화장을 한 긴 생머리의 여자가 간식을 앞으로 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이거 먹고 요기라도 해.”고개를 들어보니 짝꿍이었던 호가연이었다. 그녀도 엄진우에게 고백했다 거절당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아주 쿨하게 친구로 지내자고 했다.고3 때, 두 사람은 함께 수능을 준비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셈이다.졸업 후에야 엄진우도 사실 그녀에게 호감이 있었다는 걸 발견했지만 애석하게도 풍경은 여전한데 사람은 달라졌다.“고맙다, 가연아.”엄진우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호가연은 유감스럽다는 표정으로 엄진우를 향해 물었다.“잘 지내고 있어?”“뭐, 그럭저럭. 난 괜찮은 것 같아.”엄진우가 대답했다.오늘 보니 고등학교 동창 중에 오직 호가연만 엄진우를 진심으로 대하려고 했고 나머지 동창들은 이미 완전히 변해있었다.하위성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말했다.“호가연, 너 저 새끼랑 말 섞지 마! 아까 한사나와 김명휘 말 못 들었어? 저 새끼 스쿠터 타고 다니며 고급 차나 공갈하는 사기꾼이라잖아. 저런 인간 말종이 잘살면 얼마나 잘 살겠어? 숨만 붙어있어도 대단한 거지.”그러자 호가연이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하 사장, 어쨌든 우리 회사 위기만 넘길 수 있게 나 5억만 빌려줄래? 우리 회사 지금 고객의 악의적인 잔금 연체 때문에 파산 직전이야. 돈만 빌려주면 내가 원리금까지 꼭 다 갚을게. 차용증 써줄게.”돈을 빌리겠다는 말에 하위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기침을 했다.“가연아, 내가 비록 돈은 존나 많지만 사업은 유동자금이 필요한 거야. 그래서 나도 현금은 얼마 없어. 물론 그 5억을 못 내놓는 게 아니라 시간이 필요하다, 이거야. 돈 돌리려면 적어도 2, 3개월은 걸려.”호가연은 시선을 김명휘에게로 돌렸다.“명휘야, 그러면 사나와 넌......”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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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진우야, 얼마라고?”호가연은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10조라고.”엄진우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순간 자리에 있던 동창들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뭐야, 엄진우? 너 대가리에 빵꾸났어? 뭐? 10조? 너 10조가 얼마나 큰 수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창해시 1년 GDP를 합쳐도 10조가 안 돼! 창해시 갑부 소대호에게 그 돈을 내놓으라고 하면 그 사람 하루아침에 파산당하는 수도 있어!”하위성은 담배를 힘껏 빨고 말했다.“엄진우. 사람은 거지라도 괜찮아. 하지만 그런 허세를 부린다면 우린 널 사람 취급도 안 해. 10조? 너 지금 소설 써?”한사나도 입이 찢어지게 웃어댔다.“엄진우, 너 그동안 밑바닥에서만 살다 보니 입 재주만 늘었나 보다?”김명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사나야, 너 고등학교 때 저런 새끼 때문에 날 거절했다니.”“그건 내가 너무 어려서 철없어서 그랬던 거야.”한사나는 김명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애교를 부렸다.호가연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결국 낙담했다.그녀는 엄진우가 잠시 힘들게 생활하는 것뿐이지 여전히 예전처럼 강인하고 정직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결국 엄진우도...... 이 비겁한 사회에 물들어버렸다.“진우야, 고마워.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실질적인 도움이야.”호가연은 엄진우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독하게 말할 수 없었다.엄진우가 대답했다.“10조가 실질적인 도움이 안 돼?”“10조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하위성은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음침하게 웃었다.“지랄 육갑 떨지 마. 정체 모를 카드를 내밀고 10조가 들어있다고? 야, 더 대담하게 말하지 그랬어. 100조, 1000조 좋겠다!”“저 카드 진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이때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 이명휘는 바로 종업원을 불렀고 종업원은 재빨리 달려왔다.“손님, 뭘 도와드릴까요?”“여기 제일 비싼 술이 얼마지?”“로마네 콩티 1985년 산은 라피트보다 더 귀한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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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숫자가 너무 길어서 자칫하면 주민번호를 보는 줄 알겠다.“일십백천만...... 조...... 10조!”종업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재차 눈을 비비며 확인했지만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카드에 10조가 있는 손님이라니! 세상에, 설마 어느 나라 왕자님이신가? 혹은 해외 갑부가 오셨나?안 되겠다. 이건 반드시 호텔 측에 보고해야 한다.“뭐야?”필문 호텔의 지배인이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왔다.“어떤 손님이 오셨는데 한 번도 보지 못한 이 카드를 가지고 계셨어요. 그런데 그 카드 잔액이 무려 10조 원이에요!”종업원은 횡설수설하며 말했다.“글로벌 지존 골드 블랙카드? 용국에 이 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몇 명 없는데.”상대는 대경실색해서 다급히 물었다.“그 손님 성함 알아?”“아까 들었는데 아마 엄진우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그러자 상대의 동공이 순식간에 확대되었다.“엄진우? 잠깐만, 정말 엄진우 맞아?”“네!”종업원의 확고한 대답에 지배인은 마치 천둥에 맞은 듯 머리가 뗑 해졌고 매서운 한기가 발끝으로부터 머리 위로 치솟아 머리털이 곤두섰다.“맞아! 나 그 사람 알아! 살고 싶다면 절대 그 손님 돈은 받지 마!”“근데 로마네 콩티 1985년 산은 절판 와인이라 가격이 무려 13억도 된다고요.”종업원은 아연실색해서 말했다.“멍청한 놈. 13억이 다 뭐야? 우리 모두의 목숨에 비하면 13억도 땡이야!”말을 끝낸 지배인은 장필문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다급히 발걸음을 올렸다.그날 아이스 블루에서 보았단 폭군이, 또 등장했다.......종업원은 다급히 문을 열고 다시 룸으로 돌아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이 카드는 긁을 수 없습니다.”순간 사람들은 웃음이 터졌다.역시 가짜 카드였어. 종업원은 예의를 지키려고 가짜라는 말을 안 했을 뿐이야.이건 마치 모조품을 전당포에 가지고 갔을 때, 전당포 주인이 자기의 부족한 눈썰미를 탓하며 더 큰 전당포로 가보라고 말하는 것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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