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다들 흠칫하더니 엄진우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 경멸에 차올랐다.들어오자마자 먹을 것을 찾는다고? 구제 불능이네!최고의 우등생이 어쩌다 저 지경이 됐을까.이때 청초한 얼굴에 옅은 화장을 한 긴 생머리의 여자가 간식을 앞으로 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이거 먹고 요기라도 해.”고개를 들어보니 짝꿍이었던 호가연이었다. 그녀도 엄진우에게 고백했다 거절당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아주 쿨하게 친구로 지내자고 했다.고3 때, 두 사람은 함께 수능을 준비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셈이다.졸업 후에야 엄진우도 사실 그녀에게 호감이 있었다는 걸 발견했지만 애석하게도 풍경은 여전한데 사람은 달라졌다.“고맙다, 가연아.”엄진우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호가연은 유감스럽다는 표정으로 엄진우를 향해 물었다.“잘 지내고 있어?”“뭐, 그럭저럭. 난 괜찮은 것 같아.”엄진우가 대답했다.오늘 보니 고등학교 동창 중에 오직 호가연만 엄진우를 진심으로 대하려고 했고 나머지 동창들은 이미 완전히 변해있었다.하위성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말했다.“호가연, 너 저 새끼랑 말 섞지 마! 아까 한사나와 김명휘 말 못 들었어? 저 새끼 스쿠터 타고 다니며 고급 차나 공갈하는 사기꾼이라잖아. 저런 인간 말종이 잘살면 얼마나 잘 살겠어? 숨만 붙어있어도 대단한 거지.”그러자 호가연이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하 사장, 어쨌든 우리 회사 위기만 넘길 수 있게 나 5억만 빌려줄래? 우리 회사 지금 고객의 악의적인 잔금 연체 때문에 파산 직전이야. 돈만 빌려주면 내가 원리금까지 꼭 다 갚을게. 차용증 써줄게.”돈을 빌리겠다는 말에 하위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기침을 했다.“가연아, 내가 비록 돈은 존나 많지만 사업은 유동자금이 필요한 거야. 그래서 나도 현금은 얼마 없어. 물론 그 5억을 못 내놓는 게 아니라 시간이 필요하다, 이거야. 돈 돌리려면 적어도 2, 3개월은 걸려.”호가연은 시선을 김명휘에게로 돌렸다.“명휘야, 그러면 사나와 넌......”두 사람은
최신 업데이트 : 2024-03-29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