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예우림은 단단히 겁에 질려 떨리는 손으로 엄진우의 옷깃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강렬한 공포감은 삽시에 그녀의 뇌를 지배했고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이 거물들의 눈에는 내가 그렇게 보잘것없는 여자로 보인단 말인가?이때 하수희가 창백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진우야. 이거...... 나......”진퇴양난에 놓인 하수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조바심을 냈다.엄씨 어르신이 제시한 조건은 그 누구도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 대가로 며느리인 예우림을 내놓아야 한다.엄비룡과 엄비호는 비록 질투심이 폭발했지만 감히 반대 의견을 제기할 수 없었다.이런 큰일에 공개적으로 엄씨 어르신을 거역하면 그 후과는 매우 비참할 것이다. 물론 친아들이라고 해도 소용없었다.마치 옛날의 소주였던 엄비왕처럼 말이다......이때 엄영우가 이를 악물고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큰소리로 깔깔 웃어댔다.“푸하하하! 이 거래 괜찮네요. 전 좋습니다! 저 여자는 그럼 저한테 주시는 거죠? 저년 매일 밤 아주 호되게 박을 겁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제 아버지, 그리고 친구와 부하들에게까지 빌려줄 겁니다.엄진우, 안심해. 그 정채로운 장면은 내가 반드시 성실하게 촬영해서 너한테 보내 줄게.”엄영우는 두 눈에 핏발을 세운 채 사악한 웃음을 터뜨렸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지!널 이기지 못한다면 네 여자라도 제대로 짓밟아 줄 거야. 네가 사랑하는 여자가 내 침대에서 음탕하게 몸을 흔들며 신음하는 모습 꼭 보여줄게.이때 엄진우는 고개를 돌려 예우림에게 물었다.“부대표님은 찬성해요?”예우림은 필사적으로 입술을 깨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내 아내가 싫다네요. 그러면 나도 싫어요.”엄진우는 몸을 돌려 큰 소리로 외쳤다.그 말은 또다시 거센 파도를 일으켰다.“엄진우, 너 지금 네가 무슨 말 하는지 알고나 있어?”“엄씨 가문의 최고 권력자인 어르신의 말을 거절하는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어!”엄진우는 담담하게 대답했다.“그건 당신들이 배
엄씨 어르신은 단단히 화가 났다.“아버지, 명령만 내려주시면 엄씨 가문의 무도종사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저 대역무도한 후레자식을 죽일 겁니다.”엄비룡이 음침하게 말했다.찰나의 순간, 수백 명의 무도종사가 한쪽에 서서 햇빛을 가렸다.하수희와 예우림은 너무 놀라 넋이 다 나갔다.이게 고대 무가의 진짜 실력이란 말인가? 강자가 노하면 백만의 사람이 시체가 되어버리는데 돈이나 권세도 이 앞에서는 모두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엄진우, 그냥 그러겠다고 해.”잠시 머뭇거리던 예우림은 의연하게 말했다.혼자 죽는 것이 다 같이 죽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그러긴 뭘 그래? 나만 믿어.”심쿵.엄진우는 몸을 풀며 담담하게 말했다.“사람 많으면 뭐 해? 온통 토종닭과 개들이 뭐 어쩌겠다고.”“하하하! 132명의 무도종사를 지금 토종닭과 개라고 했어?”엄비룡은 이젠 화도 나지 않았다.“아버지, 들으셨죠? 저놈이 비왕이 그 자식보다 더 건방지네요. 아주 저러다 하늘을 뚫을 기셉니다.”엄영우도 개처럼 짖어댔다.“엄비왕은 죽어 마땅하네요. 아들이 더 건방지잖아요!”“그 냄새 나는 입으로 감히 내 아버지를 입에 올려? 할아버지, 우리 아버지 돌아가시기 전에 뭐 하고 계셨는 지 알아요? 이건 우리 아버지 유품이에요!”엄진우는 싸늘하게 웃으며 주머니에서 오래된 사진 한 장을 꺼내 엄씨 어르신의 발밑에 던져줬다.“탄광이 무너진 뒤 병원으로 실려 갔을 때도 이 사진을 손에 꼭 쥐고 있었죠. 정말 가치도 없는 짓을 생명이 다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하고 계시더라고요.그런데 아버지가 가족들이 저런 개돼지보다 못한 모습으로 변했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다면 땅속에서라도 아주 벌떡 일어나겠네요.나 오늘 할 일이 있어서 여기까지 왔어요. 바로 우리 아버지를 위해 복수하는 일이죠. 난 당신 엄씨 가문을 상대로 선전포고를 하는 거예요.다들 잘 들어. 당신들 대가리 깨끗이 씻고 나 기다리는 게 좋을 거야. 우리 아버지 죽음을 주도한 자, 가담한 자, 그리고 방관자까지
한바탕 우여곡절 끝에 예우림은 엄진우를 다시 보게 되었다.“우림아,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하수희의 따뜻한 걱정에 싸늘했던 예우림의 얼굴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잔뜩 서렸다.그녀는 종래로 고부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었다.“아주머니...... 어머님. 제가 오늘 너무 급하게 나오다 보니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여기 5천만 원 들어있으니 차라도 사드세요.”분위기를 풀기 위해 예우림은 카드 한 장을 꺼내 하수희에게 내밀며 진지하게 말했다.“부족하시면 말씀하세요. 제가 계좌로 이체해 드릴게요.”하수희는 다급히 예우림의 손을 밀며 말했다.“내가 네 돈을 어떻게 받아. 우림아, 넌 아무 걱정하지 마. 나 혼자 돈 벌어도 충분해. 중요한 건 두 사람의 행복이야. 그리고 빨리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아서 나 할머니 만들어 줘.”예우림은 흠칫했다.“할머니요?”“그럼. 너 이제 내 며느리가 되었으니 당연히 나 할머니 만들어 줘야지. 경험 없어서 그래? 괜찮아. 처음엔 다 그래. 때가 되면 내가 다 가르쳐줄게.”하수희는 인자하게 웃었다.그러자 예우림의 아름다운 얼굴에 홍조가 뜨겁게 떠올랐다.이걸 어떻게 대답해야 하지......이 나이 먹도록 처음 겪어보는 난감한 상황이다.“켁켁! 엄마, 늦었으니 일단 집에 데려다줄게.”상황이 심상치 않자 엄진우가 급히 끼어들었다.“우림아, 너 오늘 회사 급한 일 있다고 하지 않았어?”예우림은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머리를 끄덕였다.“아아! 맞다! 내 정신 좀 봐. 내가 회의 있다고 그랬지?”말을 마친 그녀는 마치 잘못을 저지른 아이처럼 황급히 차를 몰고 떠나갔다.하수희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좋은 애야. 일도 참 성실하게 하나 보네.”엄진우는 너무 웃겨 입이 다 삐뚤어질 뻔했다.“나 저 여자가 저렇게 당황한 모습 처음 봐.”빙산녀도 이럴 때가 있다니. 너무 희한해서 보면 볼 수록 웃음이 나온다.이내 엄진우도 하수희를 데리고 오션 아파트로 향했다.절반쯤이나 갔을까? 인행도로를 건너는데
“동창회?처음 듣는 소리에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대학 입시 후 그는 바로 북강에서 군인이 되었고 그렇게 고등학교 친구들과 천천히 연락을 끊게 되었다.하지만 눈앞의 이 두 사람은 생각이 전혀 다른 곳으로 뻗어가고 있었다.한사나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설마, 설마! 우리 반 1등을 아무도 안 불렀어?”김명휘는 한사나의 잘록한 허리를 거칠게 끌어안고 옆구리를 살짝 꼬집으며 음흉하게 웃었다.“1등은 개뿔, 다 지나간 일이야.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이라고.야, 엄진우 너 수능 끝나고 갑자기 사라진 게 혹시 시험 망쳐서 그런 거 아니야? 너 설마 고졸이야?”엄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내가 뭘 하든, 아무한테도 보고할 필요 없어.”당시 그의 점수는 아주 높았으며 심지어 청북대에서도 암암리에 그에게 연락해 등록금 면제와 석박사 과정을 보장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었다.하지만 그때 국가군사최고관리부서의 사람이 그에게 북강으로 가서 나라를 위해 일하라고 찾아왔다.그 사람이 바로 전직 용국 수호신이다.많은 사람 속에서 한눈에 엄진우를 알아보고 후계자로 선택했던 것이다.그렇게 그는 외롭고 영광스러운 길을 떠나게 되었다.“입만 살아서는. 지금 세상은 말이야, 돈이고 세력이야. 말만 잘해서 뭐 해!”김명휘는 시가를 꺼내더니 졸부의 기세를 뿜어댔다.“엄진우, 동창회 저 앞에 필문 호텔에서 하는데, 너도 갈래?”한사나는 약간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바라봤다.이때 하수희가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미안하지만 안 가는 게 좋겠다. 우리 진우 나 집에 데려다줘야 하거든.”당시 엄진우가 학업을 포기하고 북강으로 떠난 데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바로 하수희의 불치병 때문이다.당시 부대 측에서는 엄진우가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무료로 하수희의 병을 고쳐줄 것을 약속했다.그래서 하수희는 늘 자기가 아들의 앞길을 망쳤다고 자책했다.“아니야, 엄마! 멀지도 않은데 엄마 먼저 들어가. 나가서 동창들 좀 만나고 올게.”엄진우가
그 말에 다들 흠칫하더니 엄진우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 경멸에 차올랐다.들어오자마자 먹을 것을 찾는다고? 구제 불능이네!최고의 우등생이 어쩌다 저 지경이 됐을까.이때 청초한 얼굴에 옅은 화장을 한 긴 생머리의 여자가 간식을 앞으로 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이거 먹고 요기라도 해.”고개를 들어보니 짝꿍이었던 호가연이었다. 그녀도 엄진우에게 고백했다 거절당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아주 쿨하게 친구로 지내자고 했다.고3 때, 두 사람은 함께 수능을 준비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셈이다.졸업 후에야 엄진우도 사실 그녀에게 호감이 있었다는 걸 발견했지만 애석하게도 풍경은 여전한데 사람은 달라졌다.“고맙다, 가연아.”엄진우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호가연은 유감스럽다는 표정으로 엄진우를 향해 물었다.“잘 지내고 있어?”“뭐, 그럭저럭. 난 괜찮은 것 같아.”엄진우가 대답했다.오늘 보니 고등학교 동창 중에 오직 호가연만 엄진우를 진심으로 대하려고 했고 나머지 동창들은 이미 완전히 변해있었다.하위성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말했다.“호가연, 너 저 새끼랑 말 섞지 마! 아까 한사나와 김명휘 말 못 들었어? 저 새끼 스쿠터 타고 다니며 고급 차나 공갈하는 사기꾼이라잖아. 저런 인간 말종이 잘살면 얼마나 잘 살겠어? 숨만 붙어있어도 대단한 거지.”그러자 호가연이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하 사장, 어쨌든 우리 회사 위기만 넘길 수 있게 나 5억만 빌려줄래? 우리 회사 지금 고객의 악의적인 잔금 연체 때문에 파산 직전이야. 돈만 빌려주면 내가 원리금까지 꼭 다 갚을게. 차용증 써줄게.”돈을 빌리겠다는 말에 하위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기침을 했다.“가연아, 내가 비록 돈은 존나 많지만 사업은 유동자금이 필요한 거야. 그래서 나도 현금은 얼마 없어. 물론 그 5억을 못 내놓는 게 아니라 시간이 필요하다, 이거야. 돈 돌리려면 적어도 2, 3개월은 걸려.”호가연은 시선을 김명휘에게로 돌렸다.“명휘야, 그러면 사나와 넌......”두 사람은
“진우야, 얼마라고?”호가연은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10조라고.”엄진우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순간 자리에 있던 동창들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배를 끌어안고 웃기 시작했다.“뭐야, 엄진우? 너 대가리에 빵꾸났어? 뭐? 10조? 너 10조가 얼마나 큰 수인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창해시 1년 GDP를 합쳐도 10조가 안 돼! 창해시 갑부 소대호에게 그 돈을 내놓으라고 하면 그 사람 하루아침에 파산당하는 수도 있어!”하위성은 담배를 힘껏 빨고 말했다.“엄진우. 사람은 거지라도 괜찮아. 하지만 그런 허세를 부린다면 우린 널 사람 취급도 안 해. 10조? 너 지금 소설 써?”한사나도 입이 찢어지게 웃어댔다.“엄진우, 너 그동안 밑바닥에서만 살다 보니 입 재주만 늘었나 보다?”김명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사나야, 너 고등학교 때 저런 새끼 때문에 날 거절했다니.”“그건 내가 너무 어려서 철없어서 그랬던 거야.”한사나는 김명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애교를 부렸다.호가연은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결국 낙담했다.그녀는 엄진우가 잠시 힘들게 생활하는 것뿐이지 여전히 예전처럼 강인하고 정직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결국 엄진우도...... 이 비겁한 사회에 물들어버렸다.“진우야, 고마워.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실질적인 도움이야.”호가연은 엄진우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차마 독하게 말할 수 없었다.엄진우가 대답했다.“10조가 실질적인 도움이 안 돼?”“10조면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하위성은 엄지손가락을 내밀며 음침하게 웃었다.“지랄 육갑 떨지 마. 정체 모를 카드를 내밀고 10조가 들어있다고? 야, 더 대담하게 말하지 그랬어. 100조, 1000조 좋겠다!”“저 카드 진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생각났어.”이때 기발한 생각이 떠오른 이명휘는 바로 종업원을 불렀고 종업원은 재빨리 달려왔다.“손님, 뭘 도와드릴까요?”“여기 제일 비싼 술이 얼마지?”“로마네 콩티 1985년 산은 라피트보다 더 귀한 와인
숫자가 너무 길어서 자칫하면 주민번호를 보는 줄 알겠다.“일십백천만...... 조...... 10조!”종업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재차 눈을 비비며 확인했지만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카드에 10조가 있는 손님이라니! 세상에, 설마 어느 나라 왕자님이신가? 혹은 해외 갑부가 오셨나?안 되겠다. 이건 반드시 호텔 측에 보고해야 한다.“뭐야?”필문 호텔의 지배인이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왔다.“어떤 손님이 오셨는데 한 번도 보지 못한 이 카드를 가지고 계셨어요. 그런데 그 카드 잔액이 무려 10조 원이에요!”종업원은 횡설수설하며 말했다.“글로벌 지존 골드 블랙카드? 용국에 이 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몇 명 없는데.”상대는 대경실색해서 다급히 물었다.“그 손님 성함 알아?”“아까 들었는데 아마 엄진우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그러자 상대의 동공이 순식간에 확대되었다.“엄진우? 잠깐만, 정말 엄진우 맞아?”“네!”종업원의 확고한 대답에 지배인은 마치 천둥에 맞은 듯 머리가 뗑 해졌고 매서운 한기가 발끝으로부터 머리 위로 치솟아 머리털이 곤두섰다.“맞아! 나 그 사람 알아! 살고 싶다면 절대 그 손님 돈은 받지 마!”“근데 로마네 콩티 1985년 산은 절판 와인이라 가격이 무려 13억도 된다고요.”종업원은 아연실색해서 말했다.“멍청한 놈. 13억이 다 뭐야? 우리 모두의 목숨에 비하면 13억도 땡이야!”말을 끝낸 지배인은 장필문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다급히 발걸음을 올렸다.그날 아이스 블루에서 보았단 폭군이, 또 등장했다.......종업원은 다급히 문을 열고 다시 룸으로 돌아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죄송하지만 이 카드는 긁을 수 없습니다.”순간 사람들은 웃음이 터졌다.역시 가짜 카드였어. 종업원은 예의를 지키려고 가짜라는 말을 안 했을 뿐이야.이건 마치 모조품을 전당포에 가지고 갔을 때, 전당포 주인이 자기의 부족한 눈썰미를 탓하며 더 큰 전당포로 가보라고 말하는 것과
“그럴 리가! 난 못 들었어!”한사나는 단호하게 말했다.그녀는 때려죽여도 상대가 엄진우를 위해 13억짜리 술을 연다는 말을 절대 믿지 않을 것이다.이명휘도 거들떴다.“나도 못 들었어! 필문 호텔에서 왜 저런 거지새끼를 위해 13억짜리 술을 우리한테 주냐고. 분명 하 사장의 존함을 듣고 저러는 거야!”“맞아! 하 사장 장씨 가문 사람이잖아. 우리가 왜 그걸 생각 못 했지?”다들 허벅지를 치며 크게 웃었다.그러자 분명 엄진우의 이름을 들은 동창들도 바로 자기가 잘못 들었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하위성은 워낙 자신이 없었지만 모두가 그렇다고 하자 정말 그런 줄 알고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하하! 이렇게 통이 크시다니, 보나마나 장씨 가문 소주가 직접 분부한 거네. 소주님도 참, 미안하게.”“다 하 사장 체면 보고 그러는 거 아니겠어!”“야~ 4대 고대 무가도 하 사장에게 잘 보이려고 애를 쓰네.”동창들은 분분히 아첨하며 엄진우를 가볍게 무시했다.이때 한사나가 한쪽 입꼬리를 올리고 입을 열었다.“진우야, 너 왜 아무 말도 안 해? 하 사장 체면으로 비싼 술을 마시게 되었는데 고맙다고 절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그러자 호가연이 미간을 찌푸리고 한소리했다.“그만해, 한사나! 그 정도면 됐잖아!”“호가연, 지금이 어느 때라고 아직도 이 자식 말을 믿는 건 아니지?”이명휘가 싸늘하게 말했다.“그래도 다들 동창인데 이건 아니잖아.”호가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말했다.엄진우가 이렇게 변했는데도 그녀는 여전히 그에게 약간의 감정이 남아있었다.이때 하위성이 갑자기 흉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가연아, 나 그 돈 너 빌려줄 수 있어.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어. 오늘 동창회가 끝나면 나랑 같이 접대 자리에 가자.”호가연은 안색이 금방 하얗게 질려버렸다.그녀는 하위성의 말뜻을 한 번에 알 수 있었다.“위성아, 나......”“다들 지금 뭐 하는 거야? 10조도 내 돈이고, 저것도 내 와인이야. 왜 다들 미친개처럼 달려들어? 다들 귀먹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