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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그 말에 다들 흠칫하더니 엄진우를 바라보는 눈빛은 더욱 경멸에 차올랐다.

들어오자마자 먹을 것을 찾는다고? 구제 불능이네!

최고의 우등생이 어쩌다 저 지경이 됐을까.

이때 청초한 얼굴에 옅은 화장을 한 긴 생머리의 여자가 간식을 앞으로 밀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단 이거 먹고 요기라도 해.”

고개를 들어보니 짝꿍이었던 호가연이었다. 그녀도 엄진우에게 고백했다 거절당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아주 쿨하게 친구로 지내자고 했다.

고3 때, 두 사람은 함께 수능을 준비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셈이다.

졸업 후에야 엄진우도 사실 그녀에게 호감이 있었다는 걸 발견했지만 애석하게도 풍경은 여전한데 사람은 달라졌다.

“고맙다, 가연아.”

엄진우는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호가연은 유감스럽다는 표정으로 엄진우를 향해 물었다.

“잘 지내고 있어?”

“뭐, 그럭저럭. 난 괜찮은 것 같아.”

엄진우가 대답했다.

오늘 보니 고등학교 동창 중에 오직 호가연만 엄진우를 진심으로 대하려고 했고 나머지 동창들은 이미 완전히 변해있었다.

하위성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말했다.

“호가연, 너 저 새끼랑 말 섞지 마! 아까 한사나와 김명휘 말 못 들었어? 저 새끼 스쿠터 타고 다니며 고급 차나 공갈하는 사기꾼이라잖아. 저런 인간 말종이 잘살면 얼마나 잘 살겠어? 숨만 붙어있어도 대단한 거지.”

그러자 호가연이 입술을 오므리며 말했다.

“하 사장, 어쨌든 우리 회사 위기만 넘길 수 있게 나 5억만 빌려줄래? 우리 회사 지금 고객의 악의적인 잔금 연체 때문에 파산 직전이야. 돈만 빌려주면 내가 원리금까지 꼭 다 갚을게. 차용증 써줄게.”

돈을 빌리겠다는 말에 하위성은 미간을 찌푸리며 기침을 했다.

“가연아, 내가 비록 돈은 존나 많지만 사업은 유동자금이 필요한 거야. 그래서 나도 현금은 얼마 없어. 물론 그 5억을 못 내놓는 게 아니라 시간이 필요하다, 이거야. 돈 돌리려면 적어도 2, 3개월은 걸려.”

호가연은 시선을 김명휘에게로 돌렸다.

“명휘야, 그러면 사나와 넌......”

두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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