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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동창회?

처음 듣는 소리에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대학 입시 후 그는 바로 북강에서 군인이 되었고 그렇게 고등학교 친구들과 천천히 연락을 끊게 되었다.

하지만 눈앞의 이 두 사람은 생각이 전혀 다른 곳으로 뻗어가고 있었다.

한사나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

“설마, 설마! 우리 반 1등을 아무도 안 불렀어?”

김명휘는 한사나의 잘록한 허리를 거칠게 끌어안고 옆구리를 살짝 꼬집으며 음흉하게 웃었다.

“1등은 개뿔, 다 지나간 일이야.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이라고.

야, 엄진우 너 수능 끝나고 갑자기 사라진 게 혹시 시험 망쳐서 그런 거 아니야? 너 설마 고졸이야?”

엄진우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내가 뭘 하든, 아무한테도 보고할 필요 없어.”

당시 그의 점수는 아주 높았으며 심지어 청북대에서도 암암리에 그에게 연락해 등록금 면제와 석박사 과정을 보장한다는 조건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그때 국가군사최고관리부서의 사람이 그에게 북강으로 가서 나라를 위해 일하라고 찾아왔다.

그 사람이 바로 전직 용국 수호신이다.

많은 사람 속에서 한눈에 엄진우를 알아보고 후계자로 선택했던 것이다.

그렇게 그는 외롭고 영광스러운 길을 떠나게 되었다.

“입만 살아서는. 지금 세상은 말이야, 돈이고 세력이야. 말만 잘해서 뭐 해!”

김명휘는 시가를 꺼내더니 졸부의 기세를 뿜어댔다.

“엄진우, 동창회 저 앞에 필문 호텔에서 하는데, 너도 갈래?”

한사나는 약간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바라봤다.

이때 하수희가 잔뜩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미안하지만 안 가는 게 좋겠다. 우리 진우 나 집에 데려다줘야 하거든.”

당시 엄진우가 학업을 포기하고 북강으로 떠난 데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하수희의 불치병 때문이다.

당시 부대 측에서는 엄진우가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무료로 하수희의 병을 고쳐줄 것을 약속했다.

그래서 하수희는 늘 자기가 아들의 앞길을 망쳤다고 자책했다.

“아니야, 엄마! 멀지도 않은데 엄마 먼저 들어가. 나가서 동창들 좀 만나고 올게.”

엄진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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