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70화

숫자가 너무 길어서 자칫하면 주민번호를 보는 줄 알겠다.

“일십백천만...... 조...... 10조!”

종업원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재차 눈을 비비며 확인했지만 이건 분명한 사실이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카드에 10조가 있는 손님이라니! 세상에, 설마 어느 나라 왕자님이신가? 혹은 해외 갑부가 오셨나?

안 되겠다. 이건 반드시 호텔 측에 보고해야 한다.

“뭐야?”

필문 호텔의 지배인이 미간을 찌푸린 채 다가왔다.

“어떤 손님이 오셨는데 한 번도 보지 못한 이 카드를 가지고 계셨어요. 그런데 그 카드 잔액이 무려 10조 원이에요!”

종업원은 횡설수설하며 말했다.

“글로벌 지존 골드 블랙카드? 용국에 이 카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몇 명 없는데.”

상대는 대경실색해서 다급히 물었다.

“그 손님 성함 알아?”

“아까 들었는데 아마 엄진우라고 하는 것 같았어요.”

그러자 상대의 동공이 순식간에 확대되었다.

“엄진우? 잠깐만, 정말 엄진우 맞아?”

“네!”

종업원의 확고한 대답에 지배인은 마치 천둥에 맞은 듯 머리가 뗑 해졌고 매서운 한기가 발끝으로부터 머리 위로 치솟아 머리털이 곤두섰다.

“맞아! 나 그 사람 알아! 살고 싶다면 절대 그 손님 돈은 받지 마!”

“근데 로마네 콩티 1985년 산은 절판 와인이라 가격이 무려 13억도 된다고요.”

종업원은 아연실색해서 말했다.

“멍청한 놈. 13억이 다 뭐야? 우리 모두의 목숨에 비하면 13억도 땡이야!”

말을 끝낸 지배인은 장필문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다급히 발걸음을 올렸다.

그날 아이스 블루에서 보았단 폭군이, 또 등장했다.

......

종업원은 다급히 문을 열고 다시 룸으로 돌아와 창백한 얼굴로 말했다.

“죄송하지만 이 카드는 긁을 수 없습니다.”

순간 사람들은 웃음이 터졌다.

역시 가짜 카드였어. 종업원은 예의를 지키려고 가짜라는 말을 안 했을 뿐이야.

이건 마치 모조품을 전당포에 가지고 갔을 때, 전당포 주인이 자기의 부족한 눈썰미를 탓하며 더 큰 전당포로 가보라고 말하는 것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