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당신 해고야!”검은 정장스커트에 늘씬하고 굴곡 있는 몸매를 뽐내는 여자가 차갑게 말했다.섹시하고 화끈한 D컵의 소유자를 바라보던 엄진우는 저도 몰래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그녀는 갑자기 나타난 낙하산 부대표, 엄진우의 직속 상사인 예우림이다.나이는 스물일곱, 해외파 박사학위 소유자로 연봉이 무려 2천억에 달한다고 한다.출근 첫날, 그녀는 대대적으로 인사조정을 시작했다.“엄진우 씨 차례예요.”인사부 직원이 엄진우를 불렀다.엄진우는 초조하게 사무실로 들어갔다.“부대표님, 찾으셨습니까?”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바닥에 엎드린 채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름다운 육신을 미친 듯이 떨고 있는 예우림이 보였다.순간, 뜨거운 피가 엄진우의 정수리까지 솟구쳤다. 당장이라도 무언가를 하고 싶은 충동에 입이 바싹 말라오며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아름다운 몸매보다 더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당장 나가!”엄진우를 발견한 예우림은 어금니를 꽉 깨물고 버럭 화를 냈다.깜짝 놀란 엄진우가 그대로 나가려는 그때, 뒤에서 예우림의 고통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잠깐! 이리 와서...... 나 좀 도와줘.”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몸을 돌려 빠른 걸음으로 그녀에게 다가가 익숙하게 맥을 짚었다.사실 그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예우림은 몸이 잔뜩 달아오른 채 가쁜 숨을 내쉬더니 저도 몰래 레이스 브래지어를 당기고 있었다.엄진우는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부대표님, 이건 독입니다. 합환산이라고 불리는 이 독은 독성이 너무 강해 이대로 계속되면 3분 안에 온몸으로 독이 퍼져 자체 발화로 사망하게 될 겁니다. 지금 부대표님을 구하는 단 한 가지 방법은 바로 제 몸으로 해독을 돕는 겁니다.”예우림은 순간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엄진우는 표정이 돌변하더니 그녀의 양해를 구했다.“그럼 실례하겠습니다.”엄진우는 그녀의 옷을 마구 찢더니 미친 듯이 몸을 탐하기 시작했다.“잠깐......”예우림은 깜짝 놀랐다. ‘해독’이
진미령은 가방을 들고 일어서며 차갑게 비웃었다.“난 명문대 졸업했고 대기업 임원이야. 연봉 오천에 차 두 대, 집도 자가라고! 어디서 월급 200만 원도 안 되는 찌질이가 감히 나와 맞선을 봐? 재벌 2세인 줄 알고 나왔는데 이게 뭐야? 스물다섯에 차도 없고 집도 없는 쓰레기가 무슨 낯짝으로 아직도 살아 있어?”진미령은 엄진우에게 삿대질하며 귀에 거슬리는 말을 마구 내뱉었다.엄진우의 표정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변했다.만약 이곳이 북강이라면 그녀는 물론, 그녀의 가족까지도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이때 하수희가 다급히 말렸다.“아가씨, 우리 진우가 지금은 비록 가진 게 없지만 누구보다 착실하고 부지런한 아이라 반드시 성공할 거예요......”“이거 놓고 꺼져요! 어디 늙은이가 감히!”진미령은 하수희를 거칠게 밀쳤다.“우리 엄마 건드리지 마!”엄진우의 눈은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이때 옆에 화장을 짙게 한 늙은 여자가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차갑게 말했다.“이봐, 창해댁. 우리 미령이가 얼마나 귀한 아인데 이런 조건으로 우리 미령이와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해? 하도 창해댁이 애걸복걸해서 내가 하는 수 없이 우리 딸 데리고 나오긴 했는데, 이건 너무 무성의한 거 아니야?”진미령의 어머니인 최란화가 거들먹거리며 말했다.하수희는 심장이 철렁하더니 입술이 파르르 떨려왔다.“아니, 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창해댁네 땅 말인데. 만약 그 땅을 예물로 준다면 우리 딸도 아마 한 번 더 생각해 볼 거야.”최란화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계속 말했다.“아, 그리고 지금 사는 그 집 처리하고 그 돈으로 애들 신혼집이라도 마련해줘야겠지?”엄진우는 어이가 없었다.“땅도 주고 집도 처리하면 우리 엄마는요? 뭐 밖에서 자게 내버려둬요?”“이것 봐, 이제 첫 번째 조건만 제기했을 뿐인데 이런 태도로 나오면 우리 딸 마음 얻을 수나 있겠어?”최란화는 이내 얼굴을 붉히며 화를 냈다.하수희는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언니, 그러지 마세요. 그래요,
“네?”엄진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뭐 하고 있어? 나 처음 봐? 아까까지만 해도 같이 있었잖아!”엄진우가 미동도 없자 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엄진우의 팔짱을 끼고 바로 벤틀리 차에 태우고 홀연히 떠나버렸다.사람들은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그 장면을 쳐다보았다.대단해 보이는 여자가 엄진우를 찾으러 왔다니!진미령은 믿을 수 없었다.저런 여자가 왜? 뭐가 부족해서 엄진우같은 찌질이를 찾는 걸까?최란화도 넋이 나간 사람처럼 입을 쩍 벌리고 멀어져가는 벤틀리를 바라보았다.“창해댁 아들 설마 부잣집 딸과 사귀는 거야? 그런데 맞선은 왜 나와? 지금 누구 놀리는 거야?”하수희도 머릿속이 텅 비었다.엄진우가 어떻게 저런 여자와..........벤틀리는 한참을 달리다가 도로 중간에 멈추었다.예우림의 브이넥과 검은색 스타킹은 너무 치명적이라 조수석에 앉은 엄진우는 도무지 시선을 둘 곳이 없어 일부러 눈을 돌리며 우물쭈물했다.“부대표님, 대체 무슨 일로 저 찾으러 오신 거죠?”짝!엄진우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예우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의 뺨을 갈겼다.“변태 자식!”예우림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하지만 엄진우는 전혀 아프지 않았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부대표님, 저도 그 상황에 다른 방법이 없었어요. 미안해요. 화가 풀리지 않는다면 화 풀리실 때까지 때리세요. 아니면 저 바로 해고하셔도 좋아요.”레스토랑 앞에서 예우림을 보는 순간, 엄진우는 곧 폭풍우가 휘몰아칠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분명 아까 일 때문에 그에게 따지러 온 것이다.역시, 호랑이는 함부로 건드리는 게 아니다. 게다가 하필 그 호랑이가 예우림이라니.엄진우의 말에 예우림은 행동을 멈추고 싸늘하게 말했다.“이름은 엄진우, 홍보팀의 인턴이라고?”“네.”“네가 해줘야 할 일이 있어. 만약 이 일만 잘 해낸다면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해주고 정규직으로 돌려주지.”예우림이 도도하게 말했다.“제 도움이 필요한 일도 있어요? 설마 또 아까처럼 제
왜냐하면 상대는 북강의 명왕, 나라의 기둥이자 용국 권력의 절정 중 한 사람이기 때문이다.명왕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그들은 더 높은 권력과 재부를 손에 넣게 될 것이다.“두 사람도 소식을 전해 들었나 본데, 명왕님이 요즘 맞선을 보기 위해 이 레스토랑에 종종 들린다고 하더라고.”그 말에 조문지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앞으로는 더 주시해야겠어요. 두 분한테 기회를 먼저 빼앗길 수는 없죠.”세 사람은 명왕의 권세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서부의 제왕도 명왕에게 쩔쩔매야 하는 존재이다.설령 이익을 얻지 못하더라도 관계를 잘 처리해야 한다. 명왕이 화를 내기라도 하면 이 도시의 모든 생물은 곧 죽은 것이 될 것이며 피는 강이 되어 흐를 것이다.즉 삼대 거물의 운명이 명왕의 손에 달렸다는 것을 의미한다.“명왕님이 창해시에 정착하셨다고 하니, 제가 조만간 먼저 찾을 테니 기대하세요!”“흥, 명왕님은 내가 먼저 찾도록 하지!”세 거물은 싸늘하게 서로를 마주 보고는 각자 차를 타고 떠나갔다.......버드나무 리조트.예우림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다급히 안으로 들어갔다.이곳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상당히 고급스러운 곳이다.“부대표님, 대체 절 어디로 데려가시는 거예요?”엄진우는 아직도 멍한 표정이다.“들어가면 알아.”예우림은 엄진우를 데리고 바로 홀로 들어갔고, 홀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예우림! 가족회의에 왜 외부인을 데리고 들어오는 거야!”갑자기 몇 명의 양복 차림의 남자가 일어서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순간 엄진우의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세상에, 지성그룹의 대표 예정국, 전무이사 예정명 그리고 그 외의 이사급 인물들!입사 직후 엄진우가 그룹 명예 전시 사진에서 보았던 원로들이다.엄진우를 본 예씨 가문 사람들은 마치 동물원에서 원숭이를 보듯 입을 가리고 킥킥거렸다.“이거 실제 상황이지? 예우림 미친거야? 왜 저런 남자와 함께 나타난 거지?”“저 차림새를 보니...... 어우, 쓰레기통에서 주워 온 옷은 아
“아니......”엄진우는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이걸 대체 해? 아니면 말아?“못 들었어? 빨리 해! 아니면 넌 당장 해고야!”예우림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엄진우를 재촉했다.심지어 일부러 엄진우에게 몸을 바싹 밀착했다.희고 여린 피부, 볼륨있는 몸매가 눈앞에서 아른거리니 엄진우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결국 그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뻗어 과감하게 여자의 민감한 부위를 움켜잡았다.예우림은 안색이 확 변하더니 몸을 가늘게 떨며 싸늘한 눈빛으로 엄진우를 노려보았다.‘그냥 살짝 만지는 시늉만 할 거지 이 자식 왜 이렇게 과감해? 게다가 하필이면 제일 민감한 데를......’그녀는 애써 민감함을 참으며 침착하게 말했다.“봤죠? 우리는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빠와 삼촌이 포기하세요.”“말도 안 되는 소리! 예우림, 네가 이 쓰레기 같은 자식과 어떤 사이든 상관없어. 하지만 넌 반드시 호문소주와 결혼해야 할 거야!”예정명은 버럭 화를 내며 예우림에게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그녀의 뺨을 때렸다.예우림은 뺨이 빨갛게 부어오르더니 이내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다.“이건 삼촌의 자격으로 너한테 주는 벌이야!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감히 어디서 제멋대로 행동해!”예정명이 콧방귀를 뀌었다.“어디서 쓰레기 같은 자식을 데리고 와서 모두를 역겹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본데! 꿈 깨! 쓰레기는 영원히 쓰레기야!”그런데 이때, 두터운 손바닥이 예정명의 얼굴을 강타했다.예정명은 마치 새털처럼 날아가 대리석 기둥에 부딪히더니 머리가 깨져 피가 철철 흘러나왔다.“전무님!”예씨 가문 사람들은 대경실색하며 달려갔다.엄진우는 손을 거두고 예우림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부대표님, 괜찮으세요?”예우림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너...... 힘이 왜 이렇게 세?”엄진우는 가볍게 웃어 보였다.“군 생활 몇 년 하다 보니 힘만 키웠나 봐요. 부대표님이 맞는 걸 보니 제가 참을 수 없어서......”“여봐라! 당장 저 물건 잡아다 개밥이나
말이 끝나기 바쁘게 예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격노하며 욕설을 내뱉었다.“어디서 저런 쓰레기가 와서는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거야!”“감히 어르신에게 저런 악담을 퍼붓다니.”“저런 개돼지만도 못한 자식에게 돈은 무슨! 때려죽여서 바다에 처넣은 게 좋겠어요!”“역시 천민이라 그런가, 보기만 해도 징그러워.”예흥찬은 안색이 어두워졌다.“네 이놈, 어느 안전이라고 함부로 입을 놀려? 당장 무릎 꿇고 용서를 빈다면 없던 일로 해주지.”고령의 노인이 가장 꺼리는 것이 바로 면전에서 저주받는 것이다.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전 사실을 말했을 뿐입니다. 곧 죽게 되실 겁니다.”예흥찬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분노를 참으며 말했다.“다시 한번 말해보거라.”“할아버지, 오해하지 마세요. 이 사람 워낙 헛소리가 심해요.”예우림은 엄진우를 노려보았다.그녀는 그가 왜 이런 헛소리를 하는지 알 수 없었다.“엄진우, 너 헛소리 그만 해. 당장 할아버지한테 사과하고 여기서 떠나. 더는 너와 상관없어.”어쨌든 엄진우는 그녀의 직원이고 지금 그는 그녀 때문에 위기에 처했으니 그녀는 그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했다.엄진우는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아니, 진짜라고요. 곧 죽는다고요. 제가 몇 번을 말해야 듣겠어요? 다들 귀 먹었어요?”엄진우의 말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어버렸다.예씨 가문 사람들은 충격에 빠졌고, 예흥찬은 안색이 새파랗게 질려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좋아. 너에게 기회는 없어. 목숨을...... 여기에 두고 가야 할 거야.”예우림은 다급히 예흥찬을 달랬다.“할아버지, 이 사람 우리 회사 직원이에요.”“그 입 다물어! 부처님이 오셨다고 해도 소용없어!”예흥찬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예정국, 예정명!”“네!”예씨 형제가 대답했다.“문 닫고, 예씨 가문의 모든 직원과 킬러들을 소집해서 이 애송이 처리해!”예흥찬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그때, 갑자기 복부에서 심한 통증이 전해지더니 그는 그대로 피를 토하
예씨 가문 사람들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신의님, 장난하지 마세요. 그 자식 대충 혈 자리만 눌렀을 뿐이에요. 그런데 불치병이라도 치료했겠어요?”“그렇다면 그건 의술이 아니라 신학이죠.”“그러니까요, 나도 몇 번만 보면 바로 따라 할 수 있을 지경이라고요.”송영민은 미간을 찌푸렸다.“마사지도 한의학에서는 기술적으로 하는 일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예흥찬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만하시게. 이 화제는 이젠 끝내고 나와 차나 한잔하지, 송 신의. 우리 집에 아주 귀한 차가 있다네.”송영민은 하는 수 없이 하던 말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긴, 말해봤자 소귀에 경 읽기다.잠시 후 예씨 가문 사람들은 송영민을 배웅했다.예정국이 불쾌한 듯 말했다.“신의는 무슨, 아까 행동으로 보아하니 그저 허울뿐인 것 같네요.”예흥찬도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송 신의도 이젠 늙었어. 그러니 가끔은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아버지, 오늘 일 그저 이렇게 넘기시는 건가요? 이 아들이 그 자식에게 뺨을 맞았다고요.”예정명이 새빨간 손자국이 남아있는 얼굴을 비비며 씩씩거리자 예흥찬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엄진우라고 했나? 우리 회사 홍보팀 직원인 것 같던데, 그런 작은 인물에게 복수하는 건 아주 식은 죽 먹기 아니겠어?”“그 말씀은?”예씨 형제는 깜짝 놀라 흠칫했다.예흥찬의 머릿속에서 사악한 음모가 피어나고 있었다.......“다 만졌어?”버드나무 리조트에서 나온 후, 예우림은 바로 엄진우의 손을 뿌리치고는 쌀쌀맞은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약속한 시간은 분명 1시간인데, 벌써 10분이나 지났어.”엄진우는 난처하게 웃어 보였다.“미안해요, 부대표님. 제가 기억력이 별로라서......”사실 예우림의 몸이 너무 부드러워서 엄진우는 저도 몰래...... “오늘 상황은 너도 봐서 알 거야. 난 단지 정략결혼이 싫어서 널 이용했을 뿐이니 김칫국은 마시지 마!”예우림은 팔짱을 끼고 또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