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씨 가문 사람들은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폭소를 터뜨렸다.“신의님, 장난하지 마세요. 그 자식 대충 혈 자리만 눌렀을 뿐이에요. 그런데 불치병이라도 치료했겠어요?”“그렇다면 그건 의술이 아니라 신학이죠.”“그러니까요, 나도 몇 번만 보면 바로 따라 할 수 있을 지경이라고요.”송영민은 미간을 찌푸렸다.“마사지도 한의학에서는 기술적으로 하는 일인데,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예흥찬은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그만하시게. 이 화제는 이젠 끝내고 나와 차나 한잔하지, 송 신의. 우리 집에 아주 귀한 차가 있다네.”송영민은 하는 수 없이 하던 말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하긴, 말해봤자 소귀에 경 읽기다.잠시 후 예씨 가문 사람들은 송영민을 배웅했다.예정국이 불쾌한 듯 말했다.“신의는 무슨, 아까 행동으로 보아하니 그저 허울뿐인 것 같네요.”예흥찬도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송 신의도 이젠 늙었어. 그러니 가끔은 실수할 수도 있는 거지.”“아버지, 오늘 일 그저 이렇게 넘기시는 건가요? 이 아들이 그 자식에게 뺨을 맞았다고요.”예정명이 새빨간 손자국이 남아있는 얼굴을 비비며 씩씩거리자 예흥찬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히 그냥 넘어갈 수 없지. 엄진우라고 했나? 우리 회사 홍보팀 직원인 것 같던데, 그런 작은 인물에게 복수하는 건 아주 식은 죽 먹기 아니겠어?”“그 말씀은?”예씨 형제는 깜짝 놀라 흠칫했다.예흥찬의 머릿속에서 사악한 음모가 피어나고 있었다.......“다 만졌어?”버드나무 리조트에서 나온 후, 예우림은 바로 엄진우의 손을 뿌리치고는 쌀쌀맞은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약속한 시간은 분명 1시간인데, 벌써 10분이나 지났어.”엄진우는 난처하게 웃어 보였다.“미안해요, 부대표님. 제가 기억력이 별로라서......”사실 예우림의 몸이 너무 부드러워서 엄진우는 저도 몰래...... “오늘 상황은 너도 봐서 알 거야. 난 단지 정략결혼이 싫어서 널 이용했을 뿐이니 김칫국은 마시지 마!”예우림은 팔짱을 끼고 또
엄진우는 재빨리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검은 그림자를 손바닥으로 세게 공격했다.그런데 상대는 겨우 일여덟 보 후퇴했을 뿐이다.엄진우는 깜짝 놀랐다.비록 엄진우는 자기 공력의 10분의 1밖에 쓰지 않았지만 용국을 통틀어 그의 이 한방을 감당할 수 있는 자는 극히 드물다.“고수네? 예우림 이 여자는 대체 누굴 건드린 거야?”상대는 전혀 엄진우와 대치할 생각이 없어 보였으며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엄진우는 갑자기 두피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큰일이다.만약 상대가 2층으로 올라간다면 예우림은 반드시 죽은 목숨이다.그런데 예우림은 엄진우에게 절대 2층으로 올라오지 말라고 명령했고 엄진우는 망설이기 시작했다.에잇! 모르겠다. 사람 목숨이 중요하지. 욕하겠으면 욕하라고 해!엄진우는 번개처럼 2층으로 올라갔고 그때 그 검은 그림자는 이미 예우림의 방으로 들어갔는지 보이지 않았다.“부대표님! 조심하세요. 누가 부대표님 방으로 들어갔어요!”문을 박차고 들어간 엄진우는 눈앞의 광경에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금방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온 예우림은 온몸에 샤워 수건만 두른 채 젖은 머리를 닦고 있었다. 화끈하고 육감적인 몸매가 엄진우의 시야에 들어왔다.갑자기 들이닥친 엄진우는 하필 그 수건에 손이 닿았고, 그의 움직임과 함께 수건은 그대로 떨어져 버렸다.화르르.예우림의 야한 몸매가 그대로 노출되었다.순간 공기는 얼어붙었고 예우림의 아름다운 눈동자에서는 불이 뿜어져 나왔다.“부대표님, 저......”“해고하기 전에 당장 꺼져!”예우림은 두 손으로 중요한 부위를 가리고 살기 가득한 눈빛을 보냈다.엄진우는 하는 수 없이 방에서 나왔고 예우림은 문을 쾅 하고 닫았다.문밖에서, 엄진우가 다급히 외쳤다.“부대표님, 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부대표님 방에 강도가 들어왔을 수도 있다고요!”이때 문이 다시 열렸고, 예우림은 실크 잠옷을 입고 싸늘하게 말했다.“5분 줄 테니 잡아. 그게 아니라면 나 너 가만 안 둬.”예우림의 방은 대략 30
하수희의 난처한 표정을 보아하니 이들 모녀가 강제로 쳐들어온 것이 분명했다.엄진우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뻔뻔한 사람을 많이 보긴 했지만 이 정도로 뻔뻔한 사람은 처음 본다. 그것도 모녀가 쌍으로 말이다.만약 엄진우가 그녀의 말에 긍정한다면, 이들 모녀는 반드시 예우림이라는 돈줄을 잡기 위해 엄진우에게 거머리처럼 들러붙을 것이다.엄진우는 아예 진실과 거짓을 반반 섞어서 말했다.“이것 참, 실망시켜 드려서 죄송하네요. 예우림은 제 상사고요, 어제는 급한 업무 때문에 찾아오신 것뿐이에요. 일 얘기만 하고 바로 헤어졌어요.”엄진우의 말에 진미령과 최란화는 안색이 확 달라졌다.“뭐야? 그러니까 고작 상사라는 거야? 내가 그럴 줄 알았지. 예우림 같은 여자가 너 같은 빈털터리한테 눈길이나 주겠어?“그러니까. 괜히 좋아했네. 가자, 엄마!”모녀는 욕설을 내뱉으며 가지고 온 선물까지 다 챙겨서 나갔다.이때 청용에게서 문자가 왔다.“명왕님, 명왕 카드에 1조를 입금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감히 명왕님의 허락도 없이 부동산을 구입했습니다. 명왕 카드로 마음껏 지배하십시오.”엄진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청용 이 자식, 여전하네.하수희는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들, 신경 쓰지 마. 근데 너 밤새 어디 있었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엄진우가 웃으며 대답했다.“엄마, 걱정하지 마. 내가 그렇다고 밖에서 잤겠어? 근데 우리 아직도 2천만 원 빚 있는 거 맞지? 일단 내 돈으로......”하수희는 갑자기 몸을 움츠리며 말했다.“아들, 쥐꼬리만한 월급 받는 평범한 회사원이 무슨 수로 그 빚을 갚는다는 거야? 너 설마 나쁜 짓 하고 다니는 거 아니지?”엄진우가 다급히 말했다.“엄마, 엄마 아들이 그런 사람이야?”“그래, 아니라면 다행이고. 네 아빠도 큰돈 번다고 불법 광산으로 갔다가 결국 죽었으니 넌 같은 길 걸으면 안 돼.”하수희는 노파심에 신신당부했다.“돈 문제는 우리 같이 고민하면 되니까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엄진우는
엄진우는 주변의 시끄러운 소리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맞아. 지성그룹에서 새로 출시한 건강 제품인데 품질 검사 표준에 이미 도달했어. 현대 한의학과 결합한 제품으로 꾸준히 마시면 많은 정신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건강차야. 5분 줄 테니 4억만 해결해.”같은 시각 창해시 행정백악관.창해시 시장 조문지는 휴대폰을 움켜쥔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명왕님이다! 명왕님이야! 날 잊지 않으셨어!”조문지는 한때 군영에서 엄진우를 위해 요리하던 개인 요리사였다.한 번은 엄진우가 그의 요리 솜씨를 맛보고 칭찬해 주었는데 그 한마디로 그는 바로 승급했다.그러다 몇 년 뒤 그는 바로 창해시 시장으로 취임했으며 승진 속도는 로켓보다 더 빨랐다.엄진우는 그 사실을 잊었을지 몰라도, 조문지는 영원히 잊을 수 없었다.하여 떠나기 전 조문지는 특별히 엄진우에게 자기의 연락처를 남겨주었다.그런데 엄진우가 여태 그의 연락처를 보존하고 있었다니!“유 비서!”여기까지 생각한 조문지는 바로 비서실장을 불렀다.“우리 창해시에 찻잎이 필요하다고 했지?”비서실장이 대답했다.“네, 시장님. 이미 초보적인 제품 선택은 마무리 지었습니다. 모두 각지에서 귀한 명차이자 고급 제품입니다.”“중단하고 지성그룹의 건강차로 바꿔. 지금 바로 주문 넣어!”조문지는 확고하게 명령을 내렸다.비서실장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조문지는 한 번도 이런 사건에 개입한 적 없었다.전에 여러 기업에서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며 인맥과 수단을 가리지 않고 조문지에게 선물을 보내왔지만 조문지는 하나같이 거절해 버렸다.그런데 지금 고작 전화 한 통으로 태도를 완전히 바꾸다니?도대체 어떤 대단한 인물이기에 이런 힘을 가졌단 말인가!......엄진우는 통화를 끝내고 휴대폰을 내렸다.이미현은 우물쭈물하며 말했다.“진우야, 네가 통화한 사람 설마 창해시 시장 조문지야?”엄진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예전에 알고 지내던 후배인데 창해시로 돌아왔다고 들었어. 그 자식 실력으로는
서정민은 마치 따귀를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뗑 해졌다.사무실은 쥐 죽은 듯이 고요했다.이미현과 김종민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진우야, 너 진짜 대박이다!”엄진우는 어깨를 으쓱했다.조문지는 역시 세상 물정에 훤하다. 4억만 해결하라고 했는데 엄진우에게 잘 보이기 위해 화끈하게 40억 원어치 질러버렸다.“과장님, 전 말한 대로 했으니 약속 지키시죠?”서정민은 입꼬리를 실룩이더니 이내 쌀쌀하게 말했다.“아니! 넌 분명 4억이라고만 했어. 하지만 시장님은 40억을 주문하셨으니까 이건 액수가 맞지 않아!”김종민은 화가 솟구쳤다.“과장님!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설마 번복하시는 겁니까?”서정민은 콧방귀를 뀌었다.“이건 우연이야! 이 자식이 무슨 수로 시장님을 대동해? 어디서 주워들은 소식으로 날 속이려는 속셈이 분명해.”그래! 어디서 소식을 주워들었으니 감히 4억이라는 내기를 한 거야!이건 분명 우연이고 엄진우는 그걸 자기의 힘으로 둔갑시킨 거야.서정민의 말에 사람들은 흔들리기 시작했다.이사회 사람들조차 만나기 힘든 조문지를 엄진우 같은 인턴이 어떻게 대동할 수 있단 말인가?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과장님, 무릎 꿇기 싫으시면 솔직하게 말씀하시지. 어차피 과장님이 졌다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니 무릎 꿇고 머리 숙이세요.”서정민은 콧방귀를 뀌었다.“허세 그만 부려, 엄진우. 네가 시장님을 내 눈앞에 직접 모셔 온다면 내가 믿어 줄게. 아, 맞다. 듣자 하니 네 엄마 젊었을 때 아가씨였다며? 시청에서 근무하는 옛 애인이라도 있어서 소식 들었나 보지. 쯧쯧, 역시 대단한 엄마를 둬서 아주 소식이 빠르군.”그 말에 엄진우는 바로 서정민을 발로 걷어차 버렸고, 순간 서정민은 십여 미터나 날아갔다.벽은 그대로 움푹 파여들어갔고, 서정민은 머리가 깨져 피를 철철 흘렸다. “감히 우리 엄마를 모욕해?”엄진우는 살기 가득한 눈으로 서정민을 노려보았다.가족은 그의 역린이다. 누가 감히 건드린다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은
“야, 무슨 헛소리야!”예우림은 순간 눈을 뒤집으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이 자식은 정량 결혼을 막아 줄 방패막이일 뿐이야. 난 이 자식한테 전혀 다른 감정 없어!”“그래? 근데 왜 엄진우 씨말만 꺼내면 반응이 이렇게 격한 건데?”소지안은 장난스럽게 웃어 보였다.“내가 알고 있는 얼음공주와는 달라도 너무 달라.”예우림의 싸늘한 눈빛에 소지안은 이내 혀를 내밀며 말했다.“에잇, 장난이야.”예우림은 노트북을 덮고 사인펜을 돌리며 말했다.“네가 갔을 때, 그 자식 뭐 하고 있었어?”“아, 그 서정민 과장을 아주 개 패듯 패고 있었던 것 같은데. 내가 한 발만 늦었어도 엄진우 씨 아마 해고당했을 거야.”“어쩜 그리 무모하고 경솔한지, 큰 인물이 되기는 글렀어.”예우림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 말에 소지안은 눈빛을 반짝였다.“근데 나는 왜 남자답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 모르겠네......”예우림은 소지안의 코를 꼬집었다.“적당히 해! 명성 자자한 소씨 가문 아가씨인 너도 혼사를 피하려고 고작 여기서 비서 나부랭이나 하고 있는 주제에.”소지안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야, 너 왜 하필 내 정곡을 찌르고 지랄이야.”“우림아, 나다.”이때, 밖에서 전무이사인 예정명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두 사람은 다급히 수다를 멈췄다.예우림은 허리를 곧게 펴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들어오세요.”예정명은 간사하게 웃으며 들어왔다.“우리 조카님, 호문소주 이호준 도련님이 지금 막 우리 회사로 도착하셨대.”“그 사람이 여긴 웬일이래요?”이호준이라는 이름에 예우림은 속이 메슥거렸다.세상 물정을 모르는 플레이보이로 늘 온갖 스캔들에 휘말렸으며 심지어 음주 운전으로 사람을 치어 죽게 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매번 그는 대단한 배경을 믿고 미꾸라지처럼 잘도 빠져나왔다.이런 망나니와 결혼하느니 차라리 엄진우와 결혼하는 것이 천 배 만 배 더 낫다.예정명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우리 회사와 수천억대 프로젝트에 대해 논의하려고 직접 오셨다네. 우림아
“엄진우, 솔직히 말해. 정말 네가 한 짓이야?”예우림은 미간을 찌푸리고 물어봤다.“오전 일로 고 차장에게 불만을 품었다는 건 알고 있어. 하지만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안 되지.”엄진우는 잠시 멈칫했다.예우림을 위해 나섰는데 그녀는 오히려 그를 오해하고 반대편에 서서 그를 훈계했다.순간 엄진우는 마음이 차갑게 식어버려 싸늘하게 웃어 보였다.“그러니까 부대표님도 지금 제 말 못 믿으시겠다는 거죠? 좋아요, 부대표님이 정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그런 거로 해두죠.”어차피 그가 아무리 설명해도 사람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을 것이다.예우림은 순간 심장이 철렁했다.“내 말은 그 말이 아니라, 너한테 상황을 묻고 있는 거야.”“신입사원 주제에 어디서 감히 부대표님에게 그딴 식으로 말해? 부대표님, 저런 직원은 반드시 해고해야 해요!”예정명의 껌딱지들이 너도나도 한 마디씩 보태기 시작했다.“예우림 씨, 나 억울한 사람 만들래요?”이호준은 경멸의 표정을 짓더니 고인하와 음흉한 눈빛을 주고받았다.예우림의 차가웠던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깊은 고민에 빠져버렸다.사실 그녀도 엄진우가 이런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하지만 하필 사람들은 그의 폭행 현장을 직접 보았고 엄진우에게는 결백을 증명할 확실한 증거가 없다.그런데 이 상황에서 엄진우의 편을 들어준다면 사람들은 반드시 그녀를 비난할 것이다.어쨌든 부대표라는 자리는 그리 단순한 자리가 아니다.이때, 침묵하던 소지안이 불쑥 입을 열었다.“고 차장님, 목숨을 걸고 반항해서 저 일여덟 명이나 되는 사람들을 때려눕힌 겁니까? 하지만 고 차장님의 신체적인 조건으로 보았을 때 그만한 힘은 없어 보이는데요? 부대표님, 제가 보기엔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습니다.”소지안의 말에 예우림은 즉각 반응하더니 이내 싸늘하게 말했다.“맞네요, 고 차장님. 평소 계단을 오르는 것도 힘드시다던 분이 오늘은 어떻게 이 많은 사람을 때려눕혔죠?”순간 고인하는 할 말을 잃었다.예정명이 큰 소리로 말했다.“
엄진우의 말이 나오자마자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노점 주인은 사나운 눈빛으로 엄진우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당신 뭐야? 돈 없으면 절로 썩 꺼져! 말 함부로 하다간 혀 잘릴 줄 알아!’엄진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냥 조언하는 거니까 믿거나 말거나 알아서 하세요.”엄진우를 찬찬히 훑어보던 남자는 갑자기 행동을 멈췄다.이 남자, 왠지 눈에 익다.“이 원석이 가짜라고요? 오히려 저 구석에 있는 돌에서 화산호가 나올 수 있다고요?” 엄진우는 그 돌을 다시 한번 힐끗 보더니 확신에 차서 말했다.“나올 수 아니고요, 반드시 나와요.”그는 삼교구류가 범람하던 북강에서 풍수를 보거나 보물을 감정하는 것, 그리고 기문현술 같은 것을 흔히 볼 수 있었다.순간 사람들은 엄진우를 비웃기 시작했다.“아무리 봐도 삼 등급 원석도 아닌 쓰레기 중의 쓰레기인데 저기서 화산호가 나온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보아하니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인데 어디서 아는 척은......”“돌 도박이라는 게 연공서열이 얼마나 중요한데, 어디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가 감히.”대머리 남자는 미간을 찌푸렸다.삼 등급의 돌에서 뭔가 나올 수 있는 확률은 10만 분의 1이고, 이 등급은 만분의 1이며 일 등급도 고작 천분의 1에 불과하다.그렇다면 이 돌에서 뭔가 나올 수 있는 가능성은 백만 분의 1로, 복권에 당첨 될 확률보다 더 낮다.그런데 엄진우는 반드시 화산호가 나올 수 있다고 확신했다.노점 주인은 배를 끌어안고 깔깔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너 나와 내기 할래? 만약 저 돌에서 화산호가 나온다면 난 한 푼도 받지 않을게.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네 손 하나는 잘라야겠다.”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난 내기 같은 건 안 해요.”“하기 싫어도 해야 해!”노점 주인이 손가락을 튕기자 사람들 속에서 몇 명의 문신 거인이 나섰는데 그들은 손에 파이프를 들고 엄진우를 노려보았다.“감히 내 판을 깨려고? 그렇다면 대가를 치러야 할 거야!”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남자는 여전히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이때, 서관림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남자는 순간 멍해지더니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엄진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설마... 진짜일 리가 없겠지? 전화를 받자마자 쏟아지는 것은 거친 욕설이었다. 한편 제경에는 피를 동반한 권력 변화가 대대적으로 일어나고 있었다. 보수파는 이용진을 잡은 후 야망이 커져 이 기회에 급진파의 장로들을 모두 제거하려 했다. 급진파의 장로들은 이용진 사건에서 이미 한발 물러섰지만 보수파의 끝없는 욕심을 보고 더는 참기 어려웠다. 양측은 격렬한 충돌을 벌이다 큰 전쟁으로 번졌다. 결국 제경 전역을 봉쇄하고 계엄령을 내렸지만 양측의 교전으로 제경 내부는 화약 냄새가 자욱했다. 하지만 이 충돌은 전 국토로 확산되어 전국적인 전란의 위기를 몰고 왔다. 이 절체절명의 순간, 대장로가 깨어났다. 몇 년 전, 대장로는 북강 명왕을 해임한 후 깊은 잠에 빠졌었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깨어난 것이다. 혼란스러운 제경과 서로 죽일 듯이 싸우는 두 파벌을 본 그는 상황이 되돌릴 수 없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반쪽짜리 명왕령을 당장 엄진우에게 가져가고 제경으로 불러들여라! 그때의 일은 내가 친히 설명할 것이다.” 대장로는 수십 년을 함께한 심복을 불러 명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엄진우는 반쪽짜리 명왕령을 손에 쥐게 되었다. 수년 전 그날, 엄진우는 명왕의 자리에서 내려오고 이 반쪽 명왕령을 회수당했다. 이 순간, 명왕령은 드디어 온전한 하나가 되었고 이는 명왕이 다시 자리에 올랐음을 알리는 것이다. 제경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알게 된 엄진우는 아무 말 없이 갑옷을 입고 무장했다. 전투의 기운은 살벌하게 하늘을 찔러댔다. 그는 급히 북강으로 향했다. 북강 잠룡곡. 그곳에는 50만 북강 군대가 수년간 매복해 있었다. “북강군이여, 명령을 받들라!” 긴 외침과 함께 전쟁의 신, 북강 명왕의 모습이 그들의 시야에 들어왔다. 50만 북강군은 흥분에 휩싸여 피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시암은 용국의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나라인데 용국 이민자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시암의 많은 재벌은 지난 100~200년 동안 용국에서 이민으로 건너간 사람들이다. 현재 시암의 갑부 역시 그중 하나였다. “아버지 성이 서씨야?” 엄진우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물었다. “뭐 좀 아는구나? 얼마면 되겠어? 가격부터 말해.” 남자는 손을 휘저으며 수표를 꺼냈고 엄진우의 얼굴은 순간 싸늘해졌다. “네 아버지 그까짓 재산으론 내 엉덩이를 닦기도 부족해. 그런데 어디서 감히 큰소리야? 당장 꺼져!” 엄진우는 이 재벌 2세가 그저 방탕한 자식일 뿐, 실지 가문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인간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 단지 남을 괴롭히고 돈으로 해결하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저렴한 사람이니 더는 상대할 필요도 없었다.남자는 멍하니 엄진우를 쳐다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당신 미쳤어? 우리 아버지 시암 갑부라고! 그런데 그까짓 재산이라고?”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맞아! 네 아버지 말이야! 서씨 가문 자산을 합쳐도 200조를 넘지 못해!” 엄진우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아, 이 새끼 허세 장난 아니네? 너 200조가 어떤 개념인 줄 알기나 해? 현금으로 바꾸면 너 같은 건 몇천 번도 깔아 죽일 수 있어.” 남자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됐고... 애송이, 당장 여기서 꺼지지 않는다면 시암에 있는 네 아버지가 당장 날아와 널 혼내줄 거야.” 엄진우는 귀찮다는 듯 손을 휘저으며 남자를 쫓아냈다. “이 새끼 봐라? 감히 누구 앞에서 잘난 척이야? 너 돈에 깔려 죽고 싶어?” “말귀 못 알아듣는 놈이군, 당장 네 아버지를 불러줄게.” 엄진우는 휴대폰을 꺼내 바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서관림 알죠?” 엄진우가 물었다. “선생님, 서관림은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요? 당장 연락드리라 알리겠습니다.” 전화기 너머의 사람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서관림의 아들이
그녀는 아들이 대체 밖에서 무슨 짓을 했길래 이런 원수를 사게 되었는지 알고 싶었고 아들이 정말 수많은 사람을 죽였는지도 궁금했다. 그리고 아들이 그 수단들을 어디서 배웠는지,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숨 막히는 날들을 보냈는지 너무 걱정되었다. “집에 가서 얘기하자.” 엄진우는 하수희를 번쩍 안아 들고 회사를 떠났다. 가는 길에 엄진우는 가볍게 하수희의 머리를 쳤고, 곧 하수희는 그대로 기절해 버렸다. 엄진우는 그녀의 일부 기억을 지워버렸다. 집에 돌아와 한참이 지나자 하수희도 천천히 정신을 차렸다. “진우야, 어쩐 일로 갑자기 돌아왔어?” 엄진우를 본 하수희는 반가움에 어쩔 줄 몰랐다. “나 일 때문에 먼 길 떠나기 전에 집에 좀 들러보려고. 근데 엄마는 왜 소파에서 자? 방에서 편히 자지.” 하수희는 몸을 일으켰다. 이상하다? 몸이 왜 이렇게 뻐근하지? “네 동생이랑 전화하다가 잠들었나 봐. 참 이상하네. 어떻게 말하다 말고 잠들었지?” 하수희는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손강호에게 납치된 기억은 전부 엄진우에 의해 지워졌다. 하수희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젠 예전 같지가 않아. 좀 쉬고 있어. 엄마가 곧 밥 해줄게.” 말을 마친 하수희는 바로 부엌으로 들어갔다. 집에서 점심을 먹은 후, 엄진우는 바로 회사로 돌아갔다. 소지안은 아주 신속하고 깔끔하게 회사를 정리했다. 엄진우가 부순 벽은 이미 수리되었고 회사 로비도 완벽하게 청소가 끝나 있었다. “손강호는 창고에 가뒀어. 어떻게 처리할지는 진우 씨가 결정해.” 엄진우가 오자 소지안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손강호가 창고에서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회사에 영향이 갈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 “요양원으로 보내. 쉽게 죽으면 안 되지.” 엄진우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손강호가 제대로 남은 삶을 ‘즐길’ 수 있게, 엄진우는 돈을 들여서라도 그를 요양원에 보내 죽지 않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래, 바로 연락해
“그래, 빠져나간 쥐새끼가 없다면 지금쯤 손씨 가문은 16세 이하의 어린애와 70세 이상의 노인을 빼고 다 시체가 되었을걸.” 엄진우는 입꼬리를 올리고 말했다. 무자비한 수단을 쓰지 않으면 어느 날인가 상대도 같은 방식으로 그를 해치려고 할 것이다. 손강호의 안색은 그대로 굳어져 버렸고 눈동자에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이때 엄진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남궁민희였다. 엄진우는 전화를 연결하고 스피커폰을 켰다. “상황은 어때? 여기 손씨 가문의 장손이 들을 수 있게 상세하게 말해줘.” “손씨 가문 혈통 총 173명, 노인과 아이 5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0여 명은 이미 처단한 상탭니다.” 남궁민희가 단호하게 말했다. 풉! 손강호는 분노와 공포가 치솟아 피를 토해냈다. “말도 안 돼! 그럴 수 없어! 제경 손씨 가문이 어떻게!” 손강호는 서둘러 휴대폰을 꺼내 허겁지겁 번호를 눌렀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지옥에서 확인해.” 엄진우가 싸늘하게 웃었다. “미친놈! 미친 새끼야!” 손강호는 넋을 잃고 절규했다. “난 단지 네 엄마를 납치했을 뿐 해치지 않았어. 하지만 넌 우리 가문 전부를 죽여버렸어. 넌 악마야! 이 개새끼야!!” “너 같은 쓰레기를 낳은 손씨 가문도 도긴개긴이야. 손씨 가문 사람이 천 명이든 만 명이든 우리 엄마의 땀 한 방울보다 하찮다는 걸 기억해. 그리고 이건 너한테 대한 내 보복일 뿐이야. 감히 내 가족을 건드렸으면 이만한 각오는 했었어야지.” 엄진우는 손강호의 욕설도 무시하고 차갑게 말했다. 미리 후과를 생각하지 못한 손강호의 어리석음 때문에 손씨 가문은 이대로 전멸했다. “그렇다면 다 같이 죽어!” 손강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기폭 장치를 눌렀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 하나같이 두려움에 빠져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이때, 불타는 기운이 휘몰아치기 시작했지만 엄진우는 태연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이용진 말이야... 끌려가기 직전까지 왜 나랑 정면으로 맞
“그 손 놔!” 이때, 간드러진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강호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가 두 눈을 의심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름답다! 너무 아름답다! 심지어 소지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를 가졌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존재하다니! “나경 씨, 여긴 왜 내려왔어!” 소지안은 너무 놀라 두 눈을 크게 뜨고 외쳤다. 내려오지 말라고 그렇게 당부했건만. “제가 어떻게 마음 놓고 숨어있어요.” 공나경의 몸은 가늘게 떨렸다.비록 마음속엔 두려움이 가득했지만 그녀는 용감하게 나서기로 했다. 절대 소지안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좋아, 아주 좋아. 엄진우 아주 복이 많은 놈이군. 하지만 이젠 다 내 여자들이야. 용국을 떠나기 전에 이런 행운이 생기다니.” 손강호는 저도 몰래 침을 흘렸다. 그는 소지안을 놓고 다급히 공나경에게로 다가갔다. 공나경은 뒷걸음질 쳤지만 곧 코너에 몰리게 되었다. “하하, 아주 곱군!” 손강호는 두 팔을 벌리고 공나경에게로 달려들었다. 곧 공나경을 품에 안으려는데...쿵!회사 건물 외벽이 갑자기 무너지더니 무너진 틈 사이로 엄진우가 빠르게 다가와 손강호를 향해 발길질을 날렸다. 손강호는 저만치 날아가며 빨간 피를 뿜어댔다. “네가 어떻게?” 엄진우를 본 손강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긴, 엄진우가 이용진을 무너뜨린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상대는 무려 용국 궁정의 장로인 이용진으로 엄진우의 가장 강력한 적수였다. 금방 승리를 거뒀으니 제경에서 승리의 기쁨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널 빨리 죽이고 싶어서 말이야.” 엄진우가 싸늘하게 말했다. 여태 손강호를 살려둔 이유는 손강호가 창해시에 있는 한 이용진은 그를 어떻게 처리할지 계속 고민하느라 손을 대지 못할 것이고 그 사이에 엄진우는 이용진을 무너뜨릴 준비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이용진이 무너졌으니 더는 손강호를 남겨둘 이유가 없기에 그는 빠르게 비행기를 타고 창해시로 돌아왔다. “아쉽지만 늦었어
엄진우가 탄 비행기는 곧 착륙했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엄혜우에게서 온 여러 통의 부재중 전화를 발견했다. 순간 엄진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큰일이 아니면 엄혜우가 이렇게 많은 전화를 할 리 없었다. 엄혜우에게 전화를 걸려던 찰나, 엄혜우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 엄진우는 다급히 전화를 받았는데 입을 떼기도 전에 엄혜우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엄마가 납치당했어!” 순간 엄진우의 얼굴은 차갑게 굳어졌고 주변의 공기마저 살기로 가득 찼다. “알았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무사할 거야.” 엄진우는 바로 전화를 끊고 남궁민희에게 연락했다. 남궁민희는 아직 제경에 있었는데 아직도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었다. “제경 손씨 가문 정보 가진 거 있어?” 엄진우는 이를 악물며 물었다. 그는 하수희를 납치한 사람이 손강호라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창해시에 그와 대적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기에 용의자는 단 한 사람, 바로 손강호였다. 더군다나 이용진이 방금 체포된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가 납치되었다면 손강호 이외에는 범인이 따로 없다. “있어요!” 화가 난 엄진우의 목소리에 남궁민희는 진지하게 대답했다. “손씨 가문은 이씨 가문 라인이죠. 우리가 날려 보낸 몇천 명의 사람 중에는 손씨 가문 사람도 있었어요.” “16세 이하의 애들과 70세 이상의 노인을 제외하고 전부 처형해.” 엄진우의 얼굴은 사나운 기색으로 가득 찼다. 이것이 무고한 사람을 해치는 것이냐는 문제에 대해서 엄진우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북강의 지배자였고 천 리를 피로 물들인 적이 있었다. 그의 행동은 항상 그의 의지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손강호 같은 패륜아를 길러낸 가문에 무고한 사람이 있을 리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노인과 어린아이를 살려둔 것만 해도 큰 자비였다. 만약 그가 여전히 북강을 통치하던 때였다면 손씨 가문의 개조차도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네, 주인님.” 남궁민희는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 손씨 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소지안이 걸어 나왔다. 손강호는 소지안의 미모에 놀라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전에 사진으로 본 적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더욱 아름다워 감탄한 것이다. “소 대표, 참 오래 걸리네.” 손강호는 소총을 들고 소지안에게 다가갔다. “날 찾은 이유가 뭐죠?” 소지안은 무표정한 얼굴로 싸늘하게 물었다. 그녀는 이런 무법자들에게 겁에 질린 모습을 보여주면 그들이 더욱 날뛸 것이란 걸 알고 있었다. “소 대표가 한 번 맞춰보지, 그래?” 손강호는 소지안의 턱에 총구를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소지안은 전혀 두려운 기색 없이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돈이 필요해요? 회사에 현금 20억이 있으니 당장 가져가도 좋아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고 신고도 안 할 테니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고 약속해요. 회사 계좌의 돈은 내가 당신에게 이체하려고 해도 그 돈을 가져갈 수 없어요.” 소지안이 침착하게 말했다. “소 대표 아주 대단하네.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침착할 수 있다니. 아쉽지만 내가 원하는 건 돈이 아니야.” 손강호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뭘 원하죠?” 소지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내가 원하는 건 바로 당신이야.” 말을 끝낸 손강호는 바로 손을 뻗어 소지안의 얼굴을 어루만지려고 했다. 하지만 소지안은 그의 손을 거칠게 밀어내며 두 눈을 부릅떴다. “내 몸에 손댄다면 당신은 이 창해시를 살아 나갈 수 없어요.” “소 대표 아주 강단 있네. 근데 그 우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거야? 설마 엄진우?” 손강호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 진우 씨를 노리고 왔네요.” 소지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물었다. “역시 소 대표 정말 똑똑해. 어쩔 수 없어. 그 자식이 날 궁지로 몰았으니 나도 이럴 수밖에.” 손강호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엄진우가 그를 궁지로 몬 건 사실이다. 창해시에서 그가 저지른 일들을 생각하면 엄진우는 그를 그냥 두고 보지는 않을
쾅!굉음과 함께 문이 강제로 열리더니 손강호가 부하들을 데리고 집으로 쳐들어왔다. “당신들... 당신들 누구야?” 하수희는 깜짝 놀라 크게 소리쳤다. “누구냐고? 아줌마 납치하려고.” 손강호는 앞으로 세 걸음 다가와 하수희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 그녀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단숨에 부숴버렸다. “잘 묶어서 끌고 가!” 손강호는 바람처럼 나타나 바람처럼 사라졌다. 엄혜우는 깜짝 놀랐다. 방금 그 사람들 도대체 누구지? 다행히 엄혜우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떨리는 손으로 바로 엄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엄진우는 비행기에 탑승 중이라 휴대폰이 꺼져 있었다. “그쪽은 잘 진행되고 있어?” 손강호가 부하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다. “비담 컴퍼니 외벽에 이미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터트리는 동시 건물 전체는 완전히 잿더미가 될 겁니다.” 손강호의 부하가 보고했다. “좋아, 곧 갈게.” 손강호는 그제야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는 빠르게 비담 컴퍼니에 도착해 손에 배낭을 든 채 당당히 걸어 들어갔다. “소 대표 만나러 왔어.” 예우림은 지금 제경에 있지만 손강호는 비담 컴퍼니의 부대표인 소지안도 엄진우의 여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죄송하지만 예약은 하셨을까요?” 프런트 데스크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손강호는 재미있다는 듯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저었다. “예약하지 않으셨다면 먼저 예약부터 하셔야 합니다. 일단 부대표님에게 보고드린 후 전화로 시간 알려드리겠습니다.” 말을 끝낸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예약 표를 손강호에게 내밀었다. 손강호는 직원의 손을 내치며 들고 있던 배낭을 프런트 데스크에 던지며 지퍼를 확 열었다. “이걸로 예약할 수 있을까?” 배낭 안의 물건을 확인한 프런트 데스크 직원은 겁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배낭 안에는 뇌관이 가득했다. 손강호는 배낭에서 소총을 꺼내 들더니 천장에 무차별로 사격을 퍼부었다. “다들 쪼그리고 앉아! 소리 지르는 것들은 바로 죽여버릴 거야!” 사람들이 비명을 지
이용진은 공허하고 멍한 눈빛으로 뒤로 한 걸음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데려가!” 검찰청 고위 책임자가 명령을 내렸다. 곧 용국 궁정의 원로였던 이용진은 증인과 증거물과 함께 경찰정으로 연행되었다. “오늘이 지나면 이씨 가문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 당신도 이젠 자유야.” 엄진우는 쓴웃음을 지은 채 한숨을 내쉬며 오동방에게 말했다. 오동방은 멍한 눈빛으로 어딘가를 응시했다. 갑작스러운 자유에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왜? 인생의 목표를 못 찾겠어?” 엄진우가 장난스럽게 묻자 오동방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3년 넘는 시간 동안 모든 포부와 열정이 사라져서 앞길이 막막하네요.” “그럼 내가 일자리 구해줘?” 엄진우가 가볍게 말했다. “선생님과 함께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죠!” 오동방은 눈빛을 반짝이며 재빨리 대답했다. “내 손에 제약회사가 하나 있는데, 원한다면 수석 연구원의 자리를 주지.” 엄진우는 단지 농담으로 던진 말인데 오동방은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길 바랐다. 비록 오동방의 의술은 엄진우의 지도하에 발전한 것이지만 그가 이를 완벽히 소화하고 응용하는 것을 보면 그의 의학적 재능과 능력은 충분히 입증된 것이다. 이런 인재가 합류한다면 회사는 반드시 더욱 강해질 것임이 분명했다. “좋아요! 전 무조건 선생님을 따를게요!” 오동방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엄진우의 말을 수락했다. “예우림이 지금 안강제약 인수 절차 때문에 제경으로 갔으니 오늘 바로 가서 합류하면 돼. 절차가 끝나면 함께 창해시로 돌아와 바로 취임해도 좋아.” 엄진우가 웃으며 말했다. 오동방이 합류한 건 생각지 못한 수확이었다. “선생님은 같이 하지 않는 건가요?” 오동방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좀 있으니 먼저 가 있어야겠어.” 엄진우는 살짝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창해시. 손강호의 부하들은 완전히 당황한 기색이다. “도련님, 이용진은 이미 몰락했습니다! 듣자니 엄진우라는 그놈이 한 짓이랍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