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고 다의 모든 챕터: 챕터 521 - 챕터 530

549 챕터

제521화

해월 별장으로 이사를 간 뒤로 서준혁은 야근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고 매일 엔씨 글로벌회사 입구에 나타나 신유리가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는 바람에 서준혁이 신유리에게 선물한 흰색의 BMN차량은 거의 몰지 않은 새 차로 남아있었다. 회사에 있던 여자들은 서준혁을 자주 봐서 익숙해졌고 다들 신유리를 부러워하며 어떻게 저런 잘생기고 돈 많은 남자를 만났는지 궁금해 했다. 짐을 정리하던 신유리는 직원들의 물음에 하던 행동을 멈추고는 말을 했다. “남자는 너무 믿으면 안 되는 거예요.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게 제일 중요한 거죠.” 원래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여자기에 신유리는 진심을 다해 당부했다. 그래도 자기 자신부터 잘 가꾸는 일이 제일 중요하니까. 그렇기에 할아버지가 어린 자두를 벌써부터 이것저것 배워주는 것에 대해 말리지 않았던 것이다. 필경 자두가 정말 진심을 다해 배운다면 그 무엇보다 강한 사람이 될 테니까. 신유리 혼자서 자두에게 배워주는 것보다는  서씨 가문에서 배양을 하는 쪽이 아이에게 더 좋은 선택이기에 신유리는 할아버지의 성의를 거절하지 않았다. 그래서 요즘 자두는 매일 할아버지 집으로 향해 계몽 학습을 해야 했고 할아버지는 서준혁도 자두만한 나이 때부터 이 학습을 했다고 말을 했다. 신유리의 말에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여자 직원들은 신유리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쳐다보고 있었다. 때마침 임아중이 다가와 신유리를 데리고 휴게실로 피해줬고 혀를 차며 말을 꺼냈다. “서준혁 씨 같은 남자도 지금 훌륭한 남자로 속한 거야? 지금 여자들은 참 속이기 쉽다니까.” 서준혁이 신유리에게 프러포즈를 한 사실을 숨기지 않았기에 임아중도 자연스럽게 소식을 접했다. 비록 그녀는 신유리가 그의 프러포즈를 받아준 것에 불만이 가득했지만 그동안 서준혁이 신유리를 위해 해준 일이 얼마나 많은지를 알기에 축하를 해줄 수밖에 없었다. 임아중이 말을 마치자마자 할아버지가 보낸 문자로 인해 신유리의 핸드폰이 울렸다. [유리야, 오늘 우리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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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2화

서준혁은 신유리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손을 뻗으며 그녀를 불렀다. “유리야, 일로 와.” 신유리는 조금 망설이다가 그에게 다가갔고 서준혁은 단숨에 그녀를 자신의 품안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신유리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향기를 맡으며 고개를 숙이고는 그녀의 얼굴에 입을 맞췄다. 입을 맞추다가 신유리는 침대로 끌려가다시피 발길을 옮겼고 서준혁이 슥 몸을 돌리자 그녀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아래에 깔려버렸다. 빗소리는 점점 더 세게 들려왔고 두 사람의 호흡소리는 점점 더 가파졌다. 서준혁은 잔뜩 잠긴 목소리로 신유리의 이름을 불렀다. “유리야.” 신유리는 자신의 세상이 빙빙 도는 것 같았지만 옆에 자두가 있었기에 마지막 이성의 끈을 꽉 붙잡았다. 그녀는 서준혁의 가슴팍을 툭툭 치고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이러지마, 자두가 옆에 있는데 왜 이래.” 서준혁은 신유리의 말에도 망부석이 되어 그녀를 꼭 안으며 눈을 맞추더니 머리를 신유리의 품 안으로 콕 박으며 애교를 부리 듯 대답했다. “조금만 안고 있게 해주라.” 신유리는 그를 밀쳐내지 않고 가만히 있었고 천장을 바라보다가 문득 지금 이 상황이 웃겨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 갑자기 크게 웃는 신유리가 이상한지 서준혁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몰라, 그냥 너무 웃기네.” 서준혁은 신유리의 말에 몸을 살짝 일으켰고 잘생기고 수려한 그의 얼굴은 딱 마침 신유리의 시선을 막아버렸다. “나랑 같이 있는게 너무 좋아서 웃는 거야?” 신유리는 두 눈만 깜빡일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서준혁 또한 신유리의 눈빛에 담겨져 있는 사소한 감정 하나라도 놓칠 세라 뚫어져라 그녀를 쳐다보다가 다시 물었다. “솔직하게 말해. 나 속이면 안 돼.” “응, 맞아.” 신유리는 당당하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며 대답했다. “너랑 같이 있으면 왜인지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나.” 서준혁은 순간 꿀을 가득 먹은 듯 뼛속까지 달달해 나는 기분이 들었고 하늘을 날 듯 기뻤다. 그는 더는 참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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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3화

신연과 신유리가 더 많은 교류를 하는 일이 영 신경이 쓰인 서준혁은 결국 직접 나서서 신연의 집 문제를 해결했다. 신유리는 전에 신연에게서 받은 은혜만 아니라면 진즉에 이런 교활하고 가식적인 사람과 연락을 끊고 싶었다. 비록 신유리는 계산적인 사람이 아니지만 이런 사람을 피하기 위해 조심조심 생활을 하는 것 또한 불편하고 힘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번에 신연이 성남으로 온다면 그와 송지음의 일을 제대로 하나하나 물으려고 결심했다. 송지음이 그런 장애를 가진 늙은 남자와 결혼을 한 일에 신연이 도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외할아버지 일로 송지음을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왜 신연은 자신을 막았고 심지어는 송지음을 풀어줬는지 따지고 싶은 마음이었다. 신유리는 혹시 신연이 송지음에게 다른 감정이 있다는 생각은 아예 없었지만 그냥 단순하게 신연이 무슨 짓을 벌였는지가 궁금했다. 외할아버지의 죽음은 신유리 가슴속에 깊게 박혔지만 성격이 진중한 신유리는 신연의 결정을 안 뒤로 송지음이 감옥을 가는 일에 그와 많은 것을 묻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연이 물고 늘어지는 송지음의 일을 놓기만 한다면 신유리는 꼭 송지음에게 그녀가 한 짓에 대한 대가를 제대로 치르게 하고 싶었다. 송지음의 이름을 자꾸만 말하고 떠올릴 때면 신유리는 저도 모르게 서준혁에게 시선이 갔다. 원래 자두와 레고 놀이를 하며 신나게 놀던 서준혁은 신유리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며 의아해했다. 신유리는 누가 봐도 수상한 사람처럼 의미심장하게 그의 눈을 피했고 서준혁은 잠시 당황하는 듯싶더니 몸을 일으켜 다가오며 물었다. “왜?” “송지음 씨가 지금 어디 있는지 너는 알아?” 신유리가 되물었다. 서준혁은 송지음이라는 이름을 듣자 미간을 찌푸리며 신유리에게 말했다. “갑자기 걔는 왜 물어? 이렇게 좋을 때에.” 신유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서준혁을 쳐다보며 대답했다. “그래도 네 옛 직원인데 관심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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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4화

실습생의 목소리는 까랑까랑한데다가 다정다감하기까지 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버렸다. 서준혁은 그녀의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고 실습생은 말을 이어갔다. “비서실에 새로운 사람이에요. 예슬 언니가 오늘 서 대표님과 함께 엔씨 글로벌 회사와 회의를 참석하며 기록을 남기라고 해서 왔어요.” 그는 여전히 미간을 찌푸린 채로 신유리를 바라보았고 이내 냉랭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람 바꾸라고 하세요. 아니다. 다른 사람 말고 이석민 씨 바로 불러주십시오.” 실습생의 얼굴에 순간 당황과 두려움이 섞인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고 그녀는 잔뜩 긴장하며 물었다. “서 대표님, 제가 혹시 뭐 잘못한 거라도...” “이렇게 번거로울 필요 없어요. 서 대표님 시간도 귀중한데 계약 건에 대해 회의만 하고 끝내요.” 상황을 지켜보던 신유리가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고 마치 아주 정상적인 관계의 고객인 냥 행동했다. 하지만 서준혁은 그런 신유리의 행동이 마음에 안 드는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는 신유리의 맞은편에 자리를 잡아 앉으며 말했다. “유리야.” “공공장소에서 언행에 주의해주시죠. 서 대표님.” 신유리가 대답했다. 공과 사를 딱딱 구분하는 신유리의 모습에 서준혁은 웃기기도 화가 나기도 했다. ‘아침에 내 품에서 일어나놓고는 이제 와서 언행을 주의하라고?’ 그러나 신유리의 말에 서준혁은 반박할 용기가 없어 그냥 배합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엔씨 글로벌의 계획안 제가 확인 다 마쳤습니다. 신 매니저님 꽤나 훌륭한 계획안을 제공해줬더라고요. 저희 화인 그룹에서는 엔씨 글로벌과 함께 할 미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신유리는 바로 서준혁의 말에 대답을 했다. “서 대표님 아직 보지시도 않고 어떻게 제가 한 계획안이 훌륭하다고 평가를 하시는 거죠?” 서준혁은 당황하는 기색 하나 없이 말했다. “저는 신 매니저님의 능력을 믿습니다.” 신유리는 서준혁을 말없이 바라보았고 서준혁의 눈빛에는 점점 웃음기가 가득 차고 있었다. 한참을 서준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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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5화

태지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을 했고 신연은 그런 그녀를 보며 표정 하나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손에 든 케이크를 내려놓지 않았고 태지연에게 다시 물었다. “왜 안 좋아해?” 그는 아무런 기복이 없는 목소리로 물었는데 마치 정말 태지연과 케이크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오늘 입은 옷과 팔찌는 다 신연이 태지연에게 골라준 것들이었는데 예쁘긴 하지만 태지연은 자기 자신이 바비 인형이 된 듯 한 기분이 들어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태지연은 신연의 손에 들려있는 케이크를 슥 쳐다봤는데 그건 그녀가 늘 좋아하고 즐겨먹는 티라미수 케이크였다. 그녀는 그 케이크를 내려다보며 귓가에 들려오는 신연의 목소리에 생각에 잠겼다. 그는 고작 20대 초반의 나이였지만 부산에서 소문난 사업가이자 대표였다. 그러나 목소리는 여전히 앳된 청년의 목소리였다. 태지연은 순간 눈앞에 그때 벚꽃나무 밑에 서있던 신연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니 눈앞에는 반짝반짝 빛이 나고 귀티 나는 성공한 남자, 지금의 신연이 보여졌고 그녀는 그런 그가 낯설었다. 태지연은 늘 신연이 야망이 있고 교만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신연이 싫기는커녕 그런 점마저 좋았다. 그러나 나중이 돼서 신연이 자신의 부모님마저 가두려 하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신연의 교만함이 절대로 자신의 상상처럼 그렇게 청렴결백하지는 않다고 느꼈다. 신연은 마치 독을 가득 품은 독뱀마냥 마음속으로는 늘 멍청한 그들을 깔보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언젠가는 그들이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싹싹 비는 날이 올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연은 여전히 티라미수 케이크을 든 채로 태지연을 달래며 말했다. “착하지? 이거 한번만 먹어봐.” 태지연은 입술을 꽉 깨물며 고개를 들어 신연을 쳐다보았고 저도 모르게 움츠러 들었다. 신연은 그녀의 행동에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말했다. “추워?” “아니.” 태지연이 괜찮다고 대답을 했지만 신연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 자상하게 그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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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6화

신유리는 놀라서 물었다. “네?”그러나 태지연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신유리를 속인 것도 아니었다. 그녀도 자신이 언제 신연과 결혼했는지 몰랐다. 신연이 그녀를 데리고 해외에서 돌아온 지 3일째 되는 날, 그는 직접 혼인신고서를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지연아, 넌 원래부터 내 거였어.”태지연은 눈을 감은 채 감히 혼인신고서를 건네받던 그 순간의 충격을 떠올리지 못했다. 그녀는 친구들과 확인하고 변호사한테 여쭤보고 심지어 구청에도 찾아갔지만 모두 사실이라고 했다. 신연은 그녀가 모르는 상황에서 이미 그들의 이름을 묶어버렸다. 그녀에게 알리지 않은 채.하지만 그녀는 어쩔 수 없었다.큰언니는 해외에 있어 돌아올 수 없고, 둘째 오빠는 행방불명, 부모님은 별장에 감금된 상태였다. 태지연은 맞서 반항할 수 없었다. 부모님이 아직도 신연의 손에 있기 때문에 감히 그를 건드릴 용기가 나지 않았다. 신유리와 태지연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신연이 나타났다. 신유리는 눈치 보며 자리를 비웠다. 그녀는 행사장 안으로 돌아가 서준혁을 찾았다. 서준혁은 몇몇 지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신유리는 서준혁을 찾으러 가려다가 누군가와 부딪힐 뻔했다. 그는 통화 중이었는데 상황을 보고 전화를 끊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신유리는 고개를 들자 익숙한 얼굴에 당황했다. “재훈 씨?”박재훈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알아차린 듯 미소를 지었다. “유리 씨, 오랜만이네요.”박재훈은 임아중의 동창이었고 전에 부산시에서 신유리와 만난 적 있었다. 그는 반가워하며 말했다. “여기서 유리 씨를 만나다니 정말 인연이네요.”신유리는 박재훈에 대한 인상이 좋았다. 그녀는 예의 바르게 말했다. “재훈 씨, 성남에 오신 김에 제가 식사라도 대접해야겠네요.”“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마침 어디서 밥을 얻어먹을까 고민 중이었거든요.”박재훈은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아중이가 또 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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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7화

신유리는 가볍게 입을 맞추고 나서 서준혁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뒤로 물러나 있었다.하지만 서준혁 역시 빠르게 대응했다. 그는 신유리의 허리를 감싸안으며 다시 자기 품으로 끌어당겼다.서준혁은 고개를 숙여 신유리의 이마에 닿을 듯이 빈틈없이 밀착했다. 따뜻한 숨결이 속눈썹 위로 느껴졌다. 서준혁은 그녀의 허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야릇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서준혁의 목소리는 약간 쉬어 있었다. “어디 도망가려고?”넓은 욕실 안, 신유리는 서준혁의 어깨 너머에 있는 거울을 볼 수 있었다.따뜻한 조명 아래, 서로 껴안고 있는 모습은 더할 나위 없이 다정해 보였다.서준혁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허리를 꽉 감싼 채 그녀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 “아파.”서준혁의 목구멍에서 가벼운 웃음이 새어 나왔다. 그는 손에 힘을 풀고 신유리의 귀 옆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하린이 없어.”오늘 서준혁과 신유리는 연회에 참석해야 했기 때문에 자두를 할아버지께 맡기고 저녁에도 데려오지 않을 예정이었다.신유리는 서준혁의 뜻을 알아차렸다.아무리 둘이 함께 살고 있어도 자두를 돌봐야 했기 때문에 많이 피곤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모로 불편하기도 했다.욕실의 샤워기가 언제 켜졌는지 모르게 물소리와 함께 물안개가 자욱해서 분위기는 한층 더 야릇해졌다.결국 신유리는 서준혁에게 안겨 방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도 없이 지쳐 있었다. “머리 말리고 자, 감기 걸린다.”신유리는 쉰 목소리로 서준혁을 째려보며 말했다. “누구 탓인데?”서준혁의 눈에는 웃음기가 가득했다. 그는 신유리를 침대에서 일으켜 세우고 수건으로 머리를 닦아주며 달랬다. “내 잘못이야, 내가 책임질게.”신유리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 피곤한 나머지 서준혁이 닦아주는 대로 두고 눈을 감은 채 쉬었다.신유리는 어느새 깊이 잠들었고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환하게 밝아 있었다.“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더 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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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외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그는 매년 신유리를 위해 평안 부적을 하나씩 구해 주셨다. 나중에 신유리가 서준혁과 함께 외할아버지를 뵈러 갔을 때도 외할아버지는 서준혁을 위해서 평안 부적을 구해 주셨다.신유리는 서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네가 버린 줄 알았어.”사실 신유리와 서준혁은 좋게 헤어진 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서준혁이 외할아버지가 준 물건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서준혁은 차를 몰면서 앞을 바라보며 냉정한 얼굴에 잠시 부드러운 미소가 스쳤다. “어떻게 버릴 수 있겠어. 어르신은 내 평안을 기원해 준 첫 번째 분이잖아.”심지어 그의 할아버지도 서준혁을 위해 평안을 기원해 준 적이 없었고 서창범과 하정숙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래서 신유리의 외할아버지로부터 처음 평안 부적을 받았을 때 서준혁은 날아갈 듯이 기뻤다.다만 나중에 서준혁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지면서 외할아버지가 준 그 평안 부적들은 부드러움을 일깨우는 스위치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것들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릴까 봐 두려워서 정리해 두었을 뿐이다.신유리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외할아버지가 알면 정말 기뻐하실 거야. 너도 알잖아, 할아버지는 널 참 좋아하셨어.”“응.” 서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외할아버지가 병환 중이었을 때 병원에도 찾아갔었어. 그때 너도 나랑 마주쳤잖아.”신유리는 한참 생각한 끝에 반응했다. 아마 서준혁이 송지음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뵈러 갔을 때였다.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외할아버지는 나한테 말한 적 없었어.”“내가 할아버지께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거든.” 서준혁의 목소리는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유리야, 난 네 앞에만 서면 마음이 너무 약해져.”그는 자신이 신유리 앞에서 쉽게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에 몇 번이고 자신을 다그치면서 가장 차가운 모습으로 마주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둘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생겼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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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9화

태지연이 고개를 끄덕이자 신연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는 태지연의 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말했다. “네가 내 곁에만 있어 준다면, 난 모든 걸 너에게 줄 수 있어.” 그는 말을 마치고는 태지연의 손을 잡으며 집 안으로 이끌었다. “다른 선물도 준비했어. 네가 좋아할지 모르겠네.” 신연은 태지연을 잠긴 문 앞에 데려가더니 그녀에게 직접 문을 열어보라고 손짓했다. 태지연은 망설이며 문을 열자 하얀 그림자가 안에서 튀어나오더니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치자 신연이 이내 그녀의 허리를 받쳐주었다. 그제야 태사랑은 새하얀 털을 가진 사모예드 강아지라는 것을 알아챘다. 강아지는 혀를 내밀며 열정적으로 그녀에게 달라붙었다. “마음에 들어?” 태지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방금 정말 놀랐기 때문이다. 신연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바로 데려가게 할게.” “아니야, 마음에 들어!” 태지연은 서둘러 대답하며 강아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무 기뻐서 무슨 이름을 지어줘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어.” 신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마음대로 해.” 말을 마치자마자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신연은 잠시 눈살을 찌푸리며 부드럽던 얼굴에 금세 차가운 기운이 돌았다. 그는 핸드폰 화면을 잠시 응시하더니 고개를 들었을 때도 차가운 기운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금세 불쾌한 기분을 억누르며 부드럽게 말했다. “처리해야 할 일이 좀 있어서, 강아지 이름을 어떻게 지을지 생각해 봐.” 태지연은 손가락을 움켜쥐며 말했다. “바쁘면 가봐.” 신연이 핸드폰을 들고 마당으로 나가고 나서야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게 그녀는 신연과 함께 있는 것조차 참기 힘들어졌다. 태지연은 사모예드를 쓰다듬으며 차마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강아지를 좋아했다. 신연과 사귈 때부터 사모예드를 키우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신연은 그녀의 모든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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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0화

“그래, 알아, 다 알고 있어.”전혜린은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 속의 딸을 바라보았다. “지연아, 나랑 너희 아빠는 한 번도 네 잘못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그리고 네 오빠가 평소에 좀 말썽을 부리긴 했지만 회사 주식을 걸고 도박 할 정도로 분별없는 사람은 아니야.”전혜린은 예전보다 많이 수척해졌다. 최근에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침착함을 유지하며 태지연을 위로했다. “지연아, 너 지금 어디 있는 거야? 혹시...”그녀는 말을 멈추고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혹시 널 찾아낸 거니?” 태지연은 그 한마디를 듣자마자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태씨 가문에 문제가 생기고 태송백이 실종되면서 신연은 그녀를 교외의 별장에 감금했다. 그녀는 매일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고 그러다 오빠의 소식을 우연히 듣게 되어 연우진의 도움을 받아 별장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곧바로 부산을 떠나 해외로 나갔다. 당시 그녀는 오로지 오빠를 찾은 뒤 태씨 가문으로 데려가 그의 결백을 증명하는 것만 생각했다.하지만 정작 자신이 떠난 뒤 신연이 부모님을 그냥 놔둘 리 없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었다. 지금 전혜린의 수척하고 초췌한 모습에 태지연의 마음이 너무 아파왔다. 만약 그때 그렇게 충동적이지 않았다면 좋았을 텐데...태지연은 붉어진 눈으로 엄마를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오빠가 누명을 썼다는 증거를 꼭 찾아내고 태씨 가문을 반드시 안전하게 지킬 거예요. 그리고 태씨 가문을 다시 우리 손에 돌려놓을 거예요.”전혜린은 잠시 멈칫하더니 곧 알아챘다. 그녀의 눈에는 딸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으로 가득했다. 그녀는 하나뿐인 소중한 딸을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화면 너머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결국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연아, 아빠와 엄마는 항상 널 사랑한다는 거 꼭 기억해.”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계속해서 말했다. “신연의 일은 네 잘못이 아니야. 우리도 사람을 잘못 봤어. 아빠랑 난 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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