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541 - Chapter 549

549 Chapters

제541화

결국 서준혁과 신유리는 이번 주 금요일로 날짜를 정했다. 결혼식은 겨울로 잡았지만 사실 신유리는 원래 식을 올리지 않으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서씨 가문의 체면을 생각하면 할아버지께서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 굳이 말하지 않았다. 서준혁은 신유리의 생각을 눈치채고 만약 원하지 않으면 결혼식을 올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결국 결혼은 두 사람의 일이고 그녀의 행복이 우선이었다. 신유리는 사실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형식적인 절차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그러면서 서준혁의 핸드폰을 집어 들더니 유튜브를 켜고 시청 기록을 펼쳤다. 그녀는 시청 기록에 있는 결혼식 절차를 보더니 눈썹을 치켜올리며 서준혁에게 물었다. “필요 없다면서 왜 보는데?”서준혁이 결혼식 절차 영상을 본다는 사실은 자두가 그녀에게 알려준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어느 날 밤 서준혁이 샤워하러 갔을 때 자두는 그의 핸드폰을 들고 다가오더니 신유리 보고 열어달라고 했다. 서준혁은 평소 자두에게 외국어 대화를 들려주면서 어감에 익숙해지게 했기 때문에 신유리는 별로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핸드폰을 열자마자 결혼식 의식 관련 영상에 멈춰 있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기록을 보니 하나만 본 게 아니었다. 신유리는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서준혁을 의미심장하게 바라봤다. 서준혁은 말했다. “절차가 복잡해서 네가 너무 피곤할까 봐 그래.”“평생에 딱 하루 피곤한 건데 뭐 어때?” 신유리는 계속해서 말했다. “그리고 결혼식은 너만의 일이 아니야. 할아버지께서 전에 친구한테 도발을 당하셨는데, 네가 체면을 세워 드리지 않으면 널 손자로 인정하지 않으실걸.”비록 신유리는 가볍게 말했지만 서준혁은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결혼식 올리고 나면 여행 가자.”신유리가 서준혁을 위해 한 일은 서준혁이 그녀를 위해 한 일보다 훨씬 많았다. 임아중은 신유리와 서준혁이 혼인 신고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생각해 보면 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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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2화

신유리는 그의 속셈을 폭로하지 않았다. 그저 혼인 신고서를 보며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뿐이었다. 이 한 장의 종이로 자신의 인생은 서준혁과 얽히게 되었다. 서준혁은 신유리 앞에서 혼인 신고서를 찍어 평소에 절대 올리지 않던 인스타에 업로드했다. 별다른 설명 없이 단 한 장의 사진을 업로드했다. 그는 혼자만으로 부족했는지 신유리도 같이 업로드하게 한 후에야 만족했다. 평소 업무상에서 일 처리가 그렇게 빠르던 두 사람이 지금은 나란히 앉아 인스타를 연구하고 있었다. 그리고 사진이 업로드되자마자 할아버지께서 바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들에게 본가에서 점심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다. 서준혁은 거절하지 않고 바로 차를 몰고 본가로 향했다. 도착하고 보니 본가는 완전히 새롭게 꾸며져 있었다. 대문부터 축하 문양이 붙어있었고 정원에 있는 나무마다 빨간 리본이 묶여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굉장했다. 크리스털, 리본, 알레르기 방지 유리로 덮인 신선한 꽃까지, 축제의 분위기로 가득했다. 할아버지조차도 한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신유리에게 큰 봉투를 건네며 말했다. “그래, 좋다, 좋아.”신유리가 아직 상황을 파악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류 아저씨가 입을 열었다. “오늘은 서 대표님과 사모님께서 혼인신고를 한 날로써 어르신께서 혼인신고도 결혼식만큼 중요한 일이라며 축하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신유리는 서준혁을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물었다.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서준혁이 오늘 유독 격식을 차려입은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었다. “서프라이즈 주고 싶었어.”서준혁의 서늘하고 거리감 있던 눈빛은 오늘따라 유난히 부드러워 보였다. “그리고 원래 축하할 만한 날이잖아.”할아버지는 정성을 다해 준비한 듯했다. 비록 몇 명밖에 없었지만 한치도 소홀하지 않았다. 심지어 오늘 셰프님도 할아버지께서 5성급 호텔에서 특별히 초청한 분이었다. 하루 종일 할아버지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 옥 보석 세트를 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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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3화

신유리가 물었다.“신연 씨는 어디 있죠?”의외로 신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태지연이 말했다. “요즘 바빠서 저녁에나 돌아올 거예요.” 신유리는 곧 이해했다. 태지연의 상태가 좋아 보이는 게 어쩌면 이 때문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녀는 굳이 말하지 않고 이내 선물 박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여기 있는 건 거의 다 자두가 고른 거예요. 호랑이 펜던트가 하나 있는데 신연 씨한테 주고 싶다네요. 지연 씨가… 대신 전해줘요." 신유리 역시 의아했다. 자두는 고작 신연을 한 번밖에 본 적이 없는데도 이상하게 그를 좋아했다. 가끔은 삼촌이라고 부르며 신연을 찾기도 했다. 선물을 살 때도 자두는 작은 호랑이 펜던트를 손에서 놓지 않았다. 서준혁은 처음에 자두가 좋아하는 줄 알았지만 신연에게 주고 싶다는 말에 얼굴빛이 어두워졌다. 태지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요, 제가 전해줄게요.”그러고 나서 신유리에게 물었다. “유리 언니, 잠깐 바람 쐬러 나갈래요?” 신유리는 바로 그녀가 따로 할 말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역시나, 대문 밖을 나서자마자 태지연은 신유리에게 물었다. “유리 언니, 최근에 연우진이랑 연락한 적 있어요?" 태지연의 눈빛에 긴장감이 보였다. 신유리는 잠시 생각하더니 물었다. “내가 신연 씨한테 말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어쨌든 신유리는 신연과 피 섞인 관계라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둘의 관계가 매우 가깝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태지연은 처음부터 신유리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듯 보였다. 신유리가 뭘 물어도 태지연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그녀가 경계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너무 순진한 건지 모르겠다. 태지연의 얼굴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 그녀는 속눈썹을 내리깔며 조용히 말했다. “유리 언니는 절대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요. 저도 왜인지 모르겠지만 처음 언니를 봤을 때부터 그냥 믿고 싶었어요.” “바에서 마주쳤을 때?”신유리는 그날을 기억했다. 다만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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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4화

신연의 차가운 입술이 태지연의 귓가를 스치자 그녀는 허리를 움찔했다.그녀는 신연을 등진 채 입술을 깨물고 벗어나려는 충동을 애써 억눌렀다.신연이 물었다.“지연아, 우리 애는 이름을 뭐라고 지어주면 좋을까? 너처럼 이름이 이뻤으면 좋겠어.”태지연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우리 아빠가 지어줬어.”그녀가 말을 마치자 신연은 허리에 감싸고 있던 손을 잠시 멈췄다. 애써 손바닥을 억누르며 손에 힘을 가했다.태지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연아?”신연은 정신을 차리고 손의 힘을 서서히 풀었다. “회장님께서 널 많이 아끼시나 봐.”태지연의 눈에는 약간의 씁쓸함이 묻어났다. 아버지가 그녀를 아낀다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사랑을 믿고 아버지가 큰 상처를 받게 했다. 그녀는 부모님과 둘째 오빠에게 미안했다.태지연은 생각에 잠긴 채 신연의 눈에 순간적으로 스쳐 간 차가운 기운을 눈치채지 못했다. 부산시 상권에서 다들 신연에게 금기 사항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누구도 그의 가족에 대해 언급할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신연의 가족 관계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조사할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유일하게 알려진 것은 신연과 태씨 가문의 관계뿐이었다.태지연은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 신연의 손을 떼어내며 말했다. “나 배고파.”신연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그럼 내가 밥할게.”그는 손을 놓으면서 말했다. 태지연은 안도하며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신연이 갑자기 끌어당겼다. 그는 그녀의 뒤통수를 잡은 채 강하게 입술을 베어 물더니 그녀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말했다. “어쩌지, 지연아. 널 놓치고 싶지 않아.”신연은 일방적으로 그녀를 강하게 누르고 있었기에 태지연은 손으로 애써 밀어낼 수밖에 없었다. 신연이 갑자기 그녀를 안아 올리자 태지연은 본능적으로 그의 목을 감쌌다. 그는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키스하며 다정하게 말했다. “조금만 참아. 조금 있다가 밥 먹자.”2층 창밖으로 내다보면 아름다운 주황빛 노을이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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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5화

신연이 송지음을 마음대로 처리하라고 했을 때 신유리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녀는 송지음이 고의로 살인을 사주했다는 충분한 증거가 있었다. 신유리는 서준혁과 눈을 마주치자 그는 알아서 물러섰다. 그녀는 베란다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송지음의 사건은 증거가 확실한 데다 고의 상해죄까지 더해졌습니다. 그리고 그쪽은 변호사도 없는 상황입니다.”전에는 신연 덕분에 양세원과 같은 유명한 변호사를 청해 송지음을 변호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신연이 손을 놓았고 송지음은 권력도 힘도 없어 국선 변호사조차 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거의 확정된 사건이라 변호를 맡으려는 사람도 없었다. 신유리는 물었다. “그래서 상의할 게 뭐죠?” “화인 그룹 지사에서 오늘 송지음이 기업 기밀을 훔쳤다는 증거를 보내왔습니다. 저희는 법적 처벌 외에 송지음에게 배상을 요구하실 수 있다고 말씀드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송지음의 능력으로는 배상 가능성이 매우 낮습니다…” 신유리는 단호하게 말했다. “최소 20년은 안에 있게 해주세요.” “가능은 하지만 현재 송지음이 심신 미약상태라...” 지난번 호텔에서 송지음이 신유리더러 경찰에 신고해달라고 할 때도 이미 상당히 무너져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삶의 고통이 그녀에게 견딜 수 없는 아픔을 안겨줬다고 해서 예전에 저지른 잘못을 용서받을 수 있는가? 그럼 외할아버지는 얼마나 무고할까.신유리가 그동안 수없이 받은 공포와 상처는 당연히 받아야 할 것들이었던가?그녀는 핸드폰을 움켜쥔 채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정신이 이상하다면 치료하세요. 다 나으면 다시 들어가게 하세요. 배상은 필요 없어요. 전 그녀가 평생 감옥에 갇혀 철저히 반성하는 모습을 볼 겁니다.” 신유리는 송지음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며 비참한 결말을 맞이하는 모습을 반드시 봐야 했다. 신유리는 어쩌면 자신이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외할아버지를 죽인 범인을 대공 무사하게 용서할 수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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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6화

그녀는 꽤 세게 부딪혔다. 신유리가 재빠르게 다가와 그녀를 붙잡는 바람에 다행히 넘어지지 않았다. 신유리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괜찮아요?” 태지연은 어깨에 가한 충격을 느끼며 숨을 들이쉬었다. “네, 괜찮은 것 같아요.” 그리고 그녀와 부딪힌 사람을 쳐다보자 상대는 매우 세련된 젊은이였다. 사과도 하지 않은 채 오히려 그녀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태지연은 불쾌해하며 서늘한 표정으로 말을 꺼내려는 순간 젊은이가 먼저 가로챘다. “정말 당신이네요, 공주님. 아까 여기서 한참을 보고도 못 알아봤는데. 어떻게 성남시에 있죠? 신연... 아니, 대표님도 여기 있어요? 그럼 저 좀 소개해 줄 수 있어요?” 젊은이는 손을 비비며 웃었다. “우린 오래된 친구잖아요.” 신유리가 태지연에게 물었다. “아는 분이에요?” 태지연은 고개를 저으려는 순간 뭔가 떠올랐다.학교 다닐 때 부모님께서 애지중지 키우면서 뭐든 최상으로만 챙겨주었더니 사람들이 사석에서 그녀를 “태씨 가문의 작은 공주”라고 불렀다. 다만 그녀를 공주님이라고 불렀던 사람들은 학교 밖의 불량배들이었다. 그들은 왠지 불쾌한 목소리로 그녀를 공주님이라 부르며 비꼬았다. 태지연은 눈앞의 젊은이가 학교 문 앞에서 종종 그녀를 막았던 불량배 중 한 명인 것 같아 더욱 불쾌해졌다.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말했다. “누군지 모르겠네요. 그만 가주세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신유리의 손을 잡고 떠나려 했다. 젊은이는 급하게 손을 뻗어 가로막으며 아부 섞인 말투로 입을 열었다. “에이, 작은 공주님, 아니, 지금은 사모님이라고 불러야겠군요. 당신들처럼 부유한 사람들은 예의를 크게 따지시죠? 방금 제가 실수로 부딪쳤어요, 사과할게요.” “그래도 제가 두 분을 소개해 줬는데, 요즘 일자리 찾기가 너무 힘들어요. 게다가 제가 신 대표님과 당신을 이어주기 위해 대표님한테 맞기까지 했거든요. 비록 대표님께서 저한테 40만 원을 주셨지만 감히 두 분의 신선한 사랑에 비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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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7화

신유리는 걱정되는 마음에 집까지 데려다주려 했지만 태지연은 거절했다.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유리 언니, 저 지금 혼자 있고 싶어요. 저, 저...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리고 목적 없이 거리를 방황했다. 한여름의 태양이 머리 위로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고 거리는 한산했다. 태지연은 장난감 가게 앞에 멈춰 서더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강렬한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녀는 숨 막히는 듯한 압박감을 느꼈다.고개를 돌려 유리창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자 눈은 빨갛게 충혈된 채 입술은 핏기가 없었다. 너무나 초라하고 처참한 모습이었다. 남우빈의 한마디는 태지연의 마지막 희망마저 산산이 부숴버렸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신연을 좋아했다. 1년 동안 쫓아다니다 마침내 사귀게 되었을 때 그녀의 마음속엔 오직 신연뿐이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신연에게 주고 싶을 정도였다.나중에 신연이 태씨 가문의 권력을 빼앗고 눈치 빠른 사람들은 그의 야심을 다 알아챘지만, 태지연은 여전히 그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17살 그 해, 황혼 속에서 주저 없이 자신 앞에 막아섰던 소년의 뒷모습을 떠올리며 수없이 변명을 찾았다.하지만 이제서야 모든 게 신연의 계획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애초에 모든 게 가짜였다면 그녀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그들이 함께했던 시간은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태지연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이 복잡한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가장 원하는 것은 신연을 찾아가 직접 물어보는 것이었다. 처음부터 그녀를 계획에 넣고 있었는지 말이다. 비록 태지연은 태씨 가문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왔지만 그렇다고 멍청하지는 않았다. 신연이 이토록 공을 들여 만든 판이 아무 이익도 없을 리가 없었다. 신연과 함께했던 몇 년 동안, 그녀는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 그래서 태지연은 그가 정말로 마음이 있어서 이런 일을 벌였다고는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한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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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8화

신연의 표정이 점점 써 싸늘히 식어갔고 목소리 또한 차가워졌다. “누가 알려줬어?” “남우빈 씨가 그러던데? 옛날에는 사이가 좋았는데 그때... 서로 딱 한 번 합을 맞췄다고.” 태지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신연, 너 지금 나한테 아무것도 묻지 말고 내 말에 대답해. 내가 말한게 사실이야?” 신연의 눈빛은 태지연의 물음에 점점 날카로워져갔고 그는 얼른 태지연의 손을 잡아 끌며 대답했다. “집에 가서 다시 말하자.” 태지연은 자신의 손을 잡은 신연의 손을 뿌리치며 완강하게 거부의 의사를 밝히더니 말했다. “내 몸에 손대지마. 신연, 난 지금 너를 보면 너무... 너무 힘이 든다.” 태지연은 자신이 몹시 처량해진 이 상황에서도 쓴 소리 하나 못하는 자신이 싫었다. 하지만 늘 교양이 있어야 하고 예의를 갖추며 부드럽게 말을 하라는 교육은 어릴 때부터 늘 받아왔기에 태지연은 별 다른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한참동안 무슨 단어로 설명을 할까 생각을 하다가 겨우 생각해낸 단어가 고작 “힘들다”라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태지연은 지금 그냥 단순히 힘이 든다는 뜻이 아니었다. 그녀는 현재 자신의 처지가 낙동강 오리알과 다를 점이 없어보였고 너무도 재수가 없다고 생각이 들어 죽고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신연은 옆에서 고통스러워하며 절망하고 있는 태지연을 평온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나 안 믿어?” 태지연은 그의 말에 울음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믿고 싶어. 근데 난 대체 뭘 보고 너를 믿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 “태씨 가문 회사도 네가 꽉 잡고 있고 우리 부모님마저 네가 가둬두고 있잖아. 그리고 둘째 오빠도 너 때문에 억울하게 돼서 지금 행방도 묘연해. 난 도대체 왜 너를 믿어야 하는 걸까?” 태지연의 목소리는 이미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도 없을 정도로 떨리고 있었고 그녀는 신연에게 끊임없이 물었다. “내가 너를 왜 믿어야 하는 거야? 믿어야 하는 가치가 있는 걸까? 어떻게 너를 믿어?” 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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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9화

태지연은 입맛이 전혀 없었기에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다. 그녀는 애써 신연의 존재를 무시하려고 했지만 그가 한 일을 다 알고 나서부터는 신연에 대한 반감이 더욱 거세졌다. 태지연도 아직 신연에 대한 자신의 감정이 혐오인지 원망인지 아니면 두려움인지 잘 몰랐지만 그냥 신연이라는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녀도 사실 처음에는 신연과 이렇게 다투고 서로 싸워 아무것도 상관하지 않은 채 그의 곁을 떠나게 되는 일도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금 모든 태지연의 물건은 다 신연이 꽉 잡고 있었다. 예를 들어 돈이나 주민등록증 그리고 핸드폰까지. 심지어 신연은 그녀의 핸드폰에 도청기와 위치추적기까지 설치해두었다. 게다가 태지연의 부모님 또한 지금 신연의 손아귀에 잡혀있는 상황이니 더 방법이 없었다. 만약 태지연이 떠난다면 부모님과 오빠는 또 어찌할 텐가? 분명히 태지연이 스스로 끌어들인 사람인데 결국 마지막에는 가족에게 일을 떠맡기고 싶지는 않았다. 태지연은 젓가락을 꼭 쥔 채 넋이 나가있었고 속으로는 자신의 나약함과 미련함을 원망하고 탓하고 있었다. “채소 좀 먹어.” 신연은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며 말을 이어갔다. “갈비 싫어하면 내일은 탕수육해줄까? 아니면 먹고싶은거 알려줘. 내가 해줄게.” 그의 말투에는 어떠한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오후에 태지연과 다툰 적이 없는 사람처럼, 그리고 신연이 태지연을 속이는 것을 그녀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젓가락을 쥐고 있던 태지연의 손이 덜덜 떨리더니 그릇에 놓인 채소를 보며 속이 메슥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더러워. 메슥거려.’ 그녀는 겨우 젓가락을 내려놓고는 몸을 일으키며 입을 열었다. “나 안 먹고 싶어졌어.” 신연은 그런 그녀를 보며 평온한 말투로 물었다. “왜?” 태지연은 눈물이 차올랐지만 꾹 참으며 힘겹게 되물었다. “너는 내가 지금 너를 보며 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신연은 식탁 위에 놓인 갈비를 슥 쳐다보더니 말했다. “오후에 네가 나한테 물었던 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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