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511 - Chapter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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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1화

신유리가 마침 저녁을 먹으려던 참에 어르신께서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는 잠시 생각한 뒤 노인의 부탁을 받아들여 자두를 데리고 가기로 했다.자두의 생일은 8월이고 반달 정도 남았다. 신유리의 생각으로는 굳이 성대하게 보낼 필요 없이 친한 친구들과 밥 먹고 추억으로 사진을 남기면 충분했다. 하지만 어르신께서 먼저 말을 꺼냈으니 생일에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신유리는 무척이나 고민이 됐다.신유리가 전화를 끊자마자 어르신은 서준혁을 바라봤다.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겠다. 이번에도 유리랑 우리 귀여운 손녀를 데려오지 못하면 앞으로 집에 돌아올 생각하지 마!“서준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어르신에게 상기시켰다. “할아버지, 잘못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신하율은 할아버지의 손녀가 아니에요.”“네가 신하율이라고 했잖아. 유리랑 화해할 능력이 없으니, 내가 유리를 딸로 삼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 그럼 자두는 내 손녀고.”어르신의 투정에 옆에 있던 유 아저씨마저 마른기침을 하며 지나치지 말라고 눈치 줬다.서준혁의 얼굴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재수 없는 말 좀 하지 마세요.”‘신유리를 자신의 양딸로 인정하겠다는 게 도대체 무슨 소리지?’‘그럼 난 뭐가 되는 거야?’서준혁은 어르신의 어처구니없는 말에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나가려는 순간 어르신께서 그를 불러 세웠다. “어디 가려고? 유리가 곧 자두를 데리고 올 텐데, 어떻게 말할지 생각해 봤어?”“유리 성격상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그때 가서 또 일을 그르치지 말고, 자존심 좀 내려놔.”서준혁의 얼굴엔 긴장감이 맴돌았다. 그는 한참 후에야 입을 열었다. “유리한테 말할 생각 없어요.”“뭐?”“화인 그룹 지사를 그녀 명의로 넘긴 걸 말할 생각이 없다고요. 할아버지도 유리가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아시잖아요. 유리한테 강요하지 않을 거예요. 그냥 자두랑 평안하기만을 바랄 뿐이에요.”서준혁은 잠시 멈추더니 덧붙였다. “나머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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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2화

서준혁은 자두를 안고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신유리는 핸드폰을 내리며 평온한 얼굴로 대답했다. “응.”서준혁은 눈빛이 살짝 흔들리다 입술을 오므린 채 미간을 찌푸렸다. 신유리는 다가가 자두를 안아 들었다. 그녀는 놀다 지쳤는지 졸음이 쏟아졌다. 신유리는 주먹을 움켜쥐더니 이내 다시 풀었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신유리의 뒤를 따랐다. 그녀의 집 앞에 도착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 “이신... 만나러 가?”신유리는 고개를 들고 바라봤다. “같이 밥 먹기로 했어.”문을 닫으려는 순간 여전히 문 앞에 서 있는 서준혁을 보며 물었다. “뭔 일이 있어?”사실 서준혁은 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지만 무슨 자격으로 그런 요구를 제기할 수 있을까. 그는 문틀을 잡고 있던 손을 천천히 내리더니 굳게 닫힌 문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약속한 모임은 저녁이었다. 임아중은 차를 몰고 그녀를 데리러 왔다. “이신이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우리 먼저 가자. 자두야, 예쁜 언니 보고 싶었어?”자두는 임아중을 향해 메롱 했다. 임아중은 당황해하며 신유리에게 고발했다. “봤어? 얘가 지금 무슨 표정 짓는지?”신유리는 뒤돌아 자두를 보며 문을 열려는 순간 서준혁이 문 앞에 선 채 문을 두드리려고 했다.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서준혁은 뒤에 있는 임아중을 보더니 물었다. “지금 가려고?”“그럼?”신유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임아중이 먼저 대답했다. “비켜줄래? 길 막고 있잖아.”서준혁은 문 앞에 선 채 시선은 줄곧 신유리에게 머물러 있었다. 신유리는 오늘 옅게 화장하고 연보라색 원피스를 입었으며 목걸이와 귀걸이도 착용했다. 분명 신경 써서 꾸민 모습이었다. 서준혁은 마음이 쓰렸다. 자신과 함께 있을 때 그녀는 언제나 생얼이었는데 이신을 만나러 가면서는 이렇게 신경 써서 꾸몄다. 그는 눈을 내리깔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날씨가 별로 좋지 않아. 데려다줄게, 끝나면 다시 데리러 오고.”신유리는 괜찮다고 말하려는 순간 임아중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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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3화

신유리는 서준혁이 말로 사람을 찌르는 성격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신의 어머니를 언급하며 그의 상처를 건드릴 줄은 몰랐다. 이신이 이번에 해외로 간 이유는 어머니의 병세가 위중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신유리는 온몸이 떨려왔다. 그게 화가 나서인지 아니면 예전에 자신에게도 이런 식으로 말하곤 했던 서준혁이 떠올라서인지 모르겠다. “그 딴식”이라는 세 글자가 귓가에 들리며 서준혁은 마치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것처럼 새까만 눈동자가 점점 고요해졌다. 그 딴식, 그는 신유리 마음속에서 그 딴식일 뿐이었다. 서준혁은 신유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쉬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난 항상 그 딴식이지.”신유리는 사실 그 말을 내뱉고 나서 약간 후회되었다. 과거 서준혁은 확실히 나쁜 놈이었지만 그녀가 위험할 때마다 그녀를 구해준 것도 서준혁이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과 자두 앞에서 그를 비하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애써 침착하며 설명하려고 했다. 그러나 입을 열기 전에 서준혁이 먼저 다가와 말했다. “내가 우산 들 테니까 넌 자두 안고 있어, 가자.”그의 목소리는 가라앉았다. 밖에서 끊임없이 내리는 빗소리와 섞여 더욱 거칠게 들려왔다. 서준혁은 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밖으로 나가 문 앞에 서서 기다렸다. 신유리는 다소 피곤함을 느꼈다. 그녀는 이신을 향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미안해.”이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 임아중은 신유리가 가고 나서야 이신에게 물었다. “유리가 너한테 사과하잖아,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이신은 반문했다. “유리가 나한테 사과할 이유가 없잖아.”임아중은 멍하니 대답했다. “서준혁을 대신해서 사과하는 거잖아.”이신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눈가에 웃음이 피기도 전에 이내 사라졌다. 그는 임아중에게 물었다. “유리가 왜 서준혁을 대신해서 사과해야 하지?”임아중은 잠시 멍해 있다가 곧 정신을 차렸다. ‘그러게, 신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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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4화

레몬 캔디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신유리는 잠시 멍해 있다가 고개를 들어 이신을 바라보았다.이신은 늘 평소와 같은 표정이었고 신유리의 시선을 느끼자 다시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에 비친 걱정과 미안함을 눈치채고는 입술을 오므렸다.잠시 후, 그는 입을 열었다. “일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내가 도와줄게.”이 한마디에 서준혁의 시선은 어두워지다 못해 서늘해져다. 이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두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떠났다.서준혁 옆을 지나칠 때 이신은 발걸음을 살짝 멈추고 의미를 알 수 없는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뒤돌아보거나 말을 덧붙이진 않고 그대로 나갔다. 그저 가벼운 비웃음만으로 도발의 의도가 충분히 드러났다.서준혁의 얼굴은 즉시 차가워졌다. 말을 꺼내려던 참에 신유리의 지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내 인간관계까지 간섭하는 거야?”서준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 “둘이 사귀어?”신유리는 안색이 어두워진 채 그를 쳐다봤다. “서준혁, 이젠 말도 이해하지도 못하는 거야?”그녀는 말을 마치고 레몬 캔디를 집으려 손을 뻗는 순간 서준혁이 한 손으로 눌러버렸다. 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캐디는 내가 사 줄게, 얼마든지.”신유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놔.”서준혁은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신유리, 네가 원하는 거 무엇이든지 만들어 줄 수 있고 사 줄 수도 있어. 하늘의 달을 따달라고 해도 어떻게든 따다 줄 거야!”조용했던 카페는 서준혁의 목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자두도 그들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신유리는 서늘한 눈빛으로 서준혁을 바라보며 레몬 캔디를 낚아챘다. “서준혁, 몇 번 더 말해야 알아듣겠어? 넌 이젠 나를 간섭할 자격 없다고.”서준혁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화가 나서인지 실소를 터뜨리며 새까만 눈동자로 신유리를 쳐다봤다. 그는 약간의 파열감을 느낀 듯 캔디 박스를 누르고 있던 손을 천천히 풀었다. “그래, 간섭할 자격이 없지.”그는 손을 거두며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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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5화

신유리는 딱히 감정을 드러내는 것조차 싫어 그냥 무시한 채로 말했다. “네가 원하는 것을 이루면 더 이상 따라다니지 않을 거야? 그리고 이신한테도 더 이상 신경 끌 거야?”그녀는 서준혁에게 너무 많은 시간을 쏟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신유리는 과거를 떠올릴 때마다 피로가 남는 것 같았다. 오랜 세월의 얽히고설킴은 그녀의 에너지만 소모했다.목선의 피부는 서준혁의 뜨거운 눈물에 데인 듯했다. 한때 그렇게 사랑했었고, 그녀의 사랑을 빌미로 무자비하게 상처를 주던 사람이 이제는 이렇게 그녀의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신유리는 마음속 깊이 쓰라림을 느꼈다. 그녀는 진심으로 그를 사랑했다. 심지어 마음을 다 꺼내 주고 싶을 정도로 사랑했다.서준혁은 그녀의 대답에 기뻐했지만 이내 기쁨은 사라진 채 고통만이 남았다.그는 신유리를 더욱 세게 끌어안더니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신유리, 그런 말 하지 마. 나도 상처받아.”“네 앞에서만 모든 자존심 다 내려놓고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근데 넌 여전하네... 자두랑 가까이 지내는 걸 허락하면서도, 넌 항상 나를 밀어내잖아.”“네가 날 없는 사람 취급할 때마다 얼마나 힘든지 넌 모를 거야... 밤새 잠을 뒤척이며 어떻게 해야 나를 믿을지 생각해.”서준혁은 손에 힘들 더 주더니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뜨거운 숨결이 신유리의 피부에 닿았다.“신유리, 내 인생은 별로 재미없는 삶이었어. 누구도 나한테 사랑이란 어떤 건지 가르쳐준 적이 없어. 그런데도 너만은... 네가 원한다면 내 목숨까지도 줄 수 있어... 유리야, 나 진짜 너한테 빠져버렸어...”신유리는 서준혁이 너무 세게 안아서인지 아니면 그 한마디가 너무 무거웠는지 아무 말도 나오지 않은 채 호흡조차 버거워졌다.전에도 서준혁은 비슷한 말을 여러 번 한 적 있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지금처럼 강렬하고 진한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그녀는 서준혁과 거의 10년을 얽혀있었다. 아무리 스스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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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6화

서준혁은 신유리를 자기 집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마치 꼭두각시 인형이 된 듯 아무 생각도 없이 서준혁을 따라가기만 했다. 머릿속은 텅 빈 채 몸은 마치 납을 채운 것처럼 두려울 정도로 무거웠다. 서준혁은 그녀를 서재로 데려갔다. “이렇게 일찍 보여줄 생각 없었는데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넌 믿지 않잖아... 유리야, 서씨 가문 전체를 너한테 넘길게. 그럼 내 진심을 증명할 수 있을까?” 그는 서류 두 장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신유리는 공허한 시선으로 서류를 내려다보았다. 정신을 차리자 그녀는 시선이 집중된 채 얼굴에는 충격만 남았다. 그녀는 억지로 고개를 들며 말했다. “미쳤어?” 서준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네가 나보고 독단적이라고 했었지? 맞아, 인정해. 독단적이야... 화인 그룹 지사의 주식은 이미 네 앞으로 넘겼고 본사의 상속권도 하율이한테 넘겼어... 다 네 거야, 유리... 서씨 가문과 화인 그룹 다 네 거고, 나도 네 거야.” 신유리는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바라보며 조금 전 주차장에서 느꼈던 질식할 것만 같은 감정이 다시금 밀려왔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자신의 눈을 가린 채 가늘게 떨었다. 서준혁은 그런 신유리를 보며 같이 마음이 아팠지만 그는 정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제 신유리에게 진심을 전할 다른 방법이 더 이상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조금 지난 후에야 알리려 했었다. 항상 마음속으로 천천히 다가가려고 다짐했다. 절대 신유리를 몰아붙여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지만 이신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참을 수가 없었다. 신유리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사람은 아마 서준혁밖에 없었다. 그는 이제 자신이 잘못했음을 알았다. 그래서 진심을 증명하며 신유리를 다시 붙잡고 싶어 안달이 났다. 그녀를 완전히 잃어버릴까 봐 너무 두려웠다. 신유리가 언젠가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걸 그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미쳐버릴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어떡할까? 그녀를 축복해 줄 것인가?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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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7화

우서진은 서준혁에게 술 마시자고 전화를 걸었더니 그는 신유리와 함께 자두 옷을 사고 있었다. 그는 한 손에 7, 8벌의 원피스를 들고 묵묵히 신유리의 뒤를 따랐다.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신유리는 옷을 고르다가 멈칫하더니 뒤돌아 서준혁을 보며 말했다. “일 있으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준혁은 단칼에 거절했다. “앞으로 그런 모임엔 찾지 마. 통금이 생겼거든.” 우서진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네가 언제부터 통금이 있었지?” 서준혁은 신유리를 흘깃 보더니 말했다. “얼마 안 됐어, 아무래도 가정이 생겼잖아.” 우서진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한마디를 내뱉었다. “그럼 지금 뭐 하는 중인데? 밤늦게 밖에서 뭐 하고 다니는 거야? 이럴 땐 통금이 없어졌어?” 마침 자두가 옆에서 서준혁의 손을 잡아당기며 원피스를 잡아당기려 했다. 서준혁은 손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딸이랑 쇼핑.” 잠시 멈칫하더니 이내 덧붙였다. “세 식구 함께 왔어. 원래 우리 딸이 널 삼촌이라 불러야 하지만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너랑 접촉하지 않는 게 좋겠어.”우서진은 전화를 끊어버리고 혼자 바에 앉은 채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던져놓더니 욕설을 내뱉었다. 괜히 전화했다가 화만 난걸.그는 가볍게 혀를 차며 시선을 돌리다가 익숙한 실루엣을 발견했다. 그는 휘파람을 불며 다가갔다. 서준혁은 전화를 끊고 신유리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가도 돼, 좀 있다가 하율이 데리고 돌아갈 거야.” “이수야, 나 가고 싶지 않아.” 서준혁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신유리를 바라봤다. 지금 이 순간은 그가 오랫동안 꿈꿔왔던 장면이었다. 다른 사람을 만나는 시간조차 아까웠다. 그는 언제 어디서나 신유리와 함께 있고 싶었다. 비록 전에도 신유리가 자두와의 만남을 막지는 않았지만 그때와는 분명히 달랐다. 그때의 그는 아무런 신분도 없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비록 신유리는 여전히 자신에 대해 경계하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인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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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8화

서준혁은 살짝 굳은 표정으로 목걸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왜 이런걸 선물로 주는 거지? 애가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데 혹시 입 안에 넣어서 먹기라도 하면 얼마나 위험해! 우리 환불할까?” 신유리는 담담한 표정으로 목걸이를 상자 안에 잘 넣어두고는 자두에게 말했다. “나중에 너 크면 내가 돌려줄게.” 자두는 나이가 너무 어려 아무것도 몰라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듯 했다. 아이는 선물 상자위에 잘 묶여있는 리본 모양의 끈이 재밌는지 계속 손으로 툭툭 만지며 놀고 있었다. 서준혁은 목걸이를 보면 볼수록 탐탁치가 않아 자신의 의견을 고집하려고 했지만 신유리의 평온한 눈빛과 마주치고는 차마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아 홀로 삭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분이 좋아지지 않던 서준혁은 자두가 선물 상자위에 묶여져있던 끈을 자신의 팔에 꼼지락거리며 묶어주는 모습을 보고서야 사르르 녹아내렸다. 마음이 풀린 서준혁은 자두를 소파에 잘 앉히고는 아이에게 마법을 보여준다면서 뒤에서 작은 수정 머리핀 하나를 꺼내더니 자두에게 건네주었다. 자두는 서준혁이 건넨 머리핀을 건네받아 혼자 신나게 놀고 있었기에 서준혁은 몸을 일으켜 신유리를 찾으러 나섰다. “유리야.” 신유리는 다른 사람들이 준 선물들을 정리하느라 바삐 돌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의 앞에 서준혁은 선물 상자 하나를 내밀며 말했다. “이거는 너 주는 거야.” “하율이한테 직접 주지 그래?” 서준혁이 대답했다. “쟤 선물은 이미 줬어. 이건 너 주는 거라니까? 좀 보지 그래?” 신유리는 서준혁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슥 쳐다보았고 서준혁은 행여나 그녀가 선물을 거절할까 얼른 말했다. “오늘 아이 생일이기도 하지만 너한테도 되게 중요한 날이잖아.” 신유리는 망설이다가 선물 상자를 천천히 열어보았다. 안에 들어있는 것은 다름 아닌 차 키 하나. 신유리는 전부터 자두를 데리고 밖으로 나가면 이동이 불편해 차를 하나 장만하려고 했지만 여태껏 무슨 차를 살지 결정을 못하고 있었다.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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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9화

밖에 많은 사람들이 서준혁을 필요로 한다는 말을 신유리는 처음에 딱히 믿지는 않았지만 나중에서야 사실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진은 양예슬이 보내온 것이었는데 사진 안에는 예쁘고 젊은 여자 한명이 이석민을 따라다니며 그를 아주 많이 존경하는 티를 내고 있었다. 제일 중요한 사실 하나는 바로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도시락 통, 그들이 가는 방향으로 보아 서준혁의 사무실에 가져다주는 것이 확실해보였다. 양예슬은 사진과 함께 이런 말을 신유리에게 보내왔다. [유리 언니, 채유주 씨가 또 서 대표님께 밥을 가져다주는 모양이에요.] 서준혁이 신유리가 화인 지사의 새 대표가 되었다고 공개적으로 선언을 한 뒤로부터 밑에 있던 능구렁이 같은 사람들은 신유리와 친하게 지내려는 듯 가까이 다가오려고 하였다. 그 덕에 신유리의 캐톡에는 하루에도 친구를 추가하려는 사람들이 10명도 넘었다. 양예슬은 전보다 더욱 분명하게 신유리의 쪽에 섰고 그녀가 회사에 나가지 않아도 가끔 회사의 상황을 신유리에게 알려주었다. 당연히 서준혁의 상황을 주요로 말이다. 신유리는 양예슬이 보낸 사진과 말을 확인했지만 어떻게 답장을 할지 몰라 고민했다. “뭐해?” 한참을 고민하던 신유리의 귓가에 임아중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유리는 요즘 엔씨글로벌 회사, 즉 임아중이 세운 회사의 일로 바삐 돌아 오늘 아침 일찍 자두를 할아버지 집으로 보냈다. 그녀가 고민을 하는 사이 임아중은 신유리에게 다가와 그녀의 핸드폰 화면으로 양예슬이 보낸 사진과 문자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채유주? 요즘 또 서준혁 씨에게 붙은 건가?” 신유리가 임아중에게 물었다. “아는 사람이야?” “내 대학교 친구라고도 할 수 있지? 쟤네 집에서 쟤가 성남쪽에서 발전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지 서씨 가문한테 찾아갔다는 소문을 듣기는 들었어. 하지만 서준혁 씨가 거절했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다음은 나도 몰라.” 임아중은 신유리를 쳐다보며 물었다. “너 안 가 봐도 돼?” 신유리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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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0화

신유리는 그날로부터 시작해 며칠 동안 서준혁이 직접 만든 점심밥을 그의 회사로 가져다주었다. 사실 신유리는 서준혁에게 배달을 해주는 일이 번거롭다고 생각을 했지만 임아중이 요 며칠 화인 그룹 부근에서 고객을 만나는 바람에 그저 지나가는 길에 슬쩍 서준혁에게 밥을 가져다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계속되는 신유리의 배달에 회사에는 각종 소문들이 퍼져나갔다. 예를 들어 신유리가 서준혁을 제대로 자기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매일 회사로 와서 그를 감시한다는 소문들. 양예슬이 이 소문을 신유리에게 알려주었을 때 신유리는 어이가 없어 웃음만 터져 나왔다. 다행히도 서준혁은 그 소문이 퍼진 사실을 아는지 신유리에게 점심밥을 가져다 달라는 부탁을 더는 하지 않았다. 서준혁은 매일 신유리의 퇴근시간을 딱 맞춰 그녀가 일하는 회사 앞으로 가 저녁밥을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다. 임아중은 그런 두 사람을 보고는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곧 있으면 서른이 된다는 사람들이 지금 밥을 같이 먹으려고 이러시는 거예요? 참 유치하시네.” 서준혁은 임아중에게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 “들어보니까 우서진이랑 되게 친하게 지내신다던데 맞습니까?” 우서진이라는 이름을 들은 임아중은 표정이 삽시간에 굳더니 말했다. “그 사람 말은 하지도 말아요. 정신병자 같은 사람.” 신유리는 임아중과 우서진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지 몰라 서준혁에게 물었고 그는 몰라도 된다는 식으로 대답했다. “좋은 일은 아니니까 너는 몰라도 돼.” 임아중이 걱정이 된 신유리는 불안해졌고 서준혁은 그런 그녀의 감정을 알아차리고는 말을 이어갔다. “임아중 씨 뒤에는 임씨 가문이 있으니까 아버지 되시는 분이 잘 지켜주실 거야. 우서진도 임아중 씨를 뭐 어떡하지는 못할 거고.” 서준혁의 말에 조금이나마 안심을 한 신유리는 그와 함께 자두를 데리러 향했다. 자두는 요즘 매일 할아버지 집에서 지냈기에 평소 같으면 신유리와 서준혁의 발걸음소리만 들려도 막 달려서 나왔지만 오늘은 웬일인지 조용했다. 집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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