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고 다의 모든 챕터: 챕터 531 - 챕터 540

549 챕터

제531화

태지연은 신연 옆에 앉아 있었다. 둘은 매우 가까이 붙어있었고 겉으로는 마치 친밀한 사이처럼 보였다. 하지만 신유리의 시선은 컵을 쥐고 있는 태지연의 손에 머물렀다. 손가락 마디는 긴장한 듯 구부러진 채 편안한 모습은 아니었다. 신유리는 눈을 살짝 내리며 서준혁을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사실 신연은 신유리만 초대했지만 서준혁은 신연에 대한 경계심이 늘 강하다 보니 함께 가겠다고 고집했다. 신유리 역시 신연을 완전히 믿을 수 없었고 굳이 자두를 데려오라고 한 점도 의아했기에 서준혁의 동행을 막지 않았다. 신연은 서준혁을 보고 놀라지 않은 눈치였다. 그는 고개를 살짝 들며 말했다. “서 대표님.”서준혁은 맞은편에 앉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인사를 대신했다. 신연은 서준혁에게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그의 품에 아긴 자두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큰 감정 변화가 보이지 않았지만 형식적으로 한 마디 덧붙였다. “아이가 참 귀엽네요.”자두는 반응이 빨랐다. 신연이 자신을 칭찬하는 걸 알아채고 게다가 엄마, 아빠도 함께 있는 것을 보고 낯선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는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신연을 향해 손을 내밀었지만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몸을 더 흔들며 다가가려고 했다. 신유리가 말했다. “인사하는 거예요.”그녀는 잠시 멈칫하더니 말했다. “...당신을 좋아하나 봐요.”신연의 시선이 자두에게 머문 채 이마에 미세한 주름이 잡혔다. 그는 신유리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 “유리 씨, 딸이 참 귀엽네요. 정말 예쁘게 생겼어요. 유리 씨랑 많이 닮았네요.”태지연이 말했다. 신유리는 자두를 태지연에게 인사시켰고 자두도 순순히 “이모”라고 불렀다. 태지연은 가방에서 우유 사탕 한 박스를 꺼내 자두에게 건넸다. 자두는 건네받아 신유리의 품에 넣었다. 태지연은 자두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 같았고 식사 중에도 종종 자두를 챙겼다. 자두도 낯을 가리지 않은 채 태지연 곁에 바짝 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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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송지음이 바닥에 주저앉자 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챘다.태지연은 입술을 꽉 깨문 채 고개를 숙였다. 호흡은 전보다 거칠어졌고 긴장한 듯 보였다.신연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바닥에 있는 송지음을 힐끗 바라보더니 말했다. “경고하는데 이젠 지연 씨가 아니라 내 와이프야.”송지음은 목이 잠긴 채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전부 제 잘못입니다. 부디 용서해 주세요… 지연 아니, 사모님.”신연의 표정은 조금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는 태지연의 손을 잡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용서할 거야?”태지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신연의 손은 마치 무거운 족쇄처럼 느껴져 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송지음의 등장은 신연이 일부러 작정하고 보여준 것이었다.겉으로는 사과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태지연의 모든 것을 자신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려는 것이었다.그는 태지연의 주위에 그물을 쳐 두고 그녀가 어떻게 하든지 신연이 그물을 거둬들이는 순간 그녀는 순순히 남아야 했다.마치 송지음처럼 말이다. 사실, 태지연은 오늘 송지음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녀를 잊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태지연 앞에 나타나서 두려움에 떨며 1년 전의 작은 일로 사과를 하고 있었다.과연 사과일까?아니다.그저 신연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이었다. 그녀는 순순히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태지연은 감정을 억누르며 한참을 있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사과받을게.”신연은 가볍게 대답하고 신유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당신이 그녀를 어떻게 처분할지는 마음대로 하세요.”신유리도 꽤나 큰 충격을 받았다. 신연이 송지음에게 무슨 짓을 할지 예상은 했지만 그녀가 신연을 이토록 두려워할 줄은 몰랐다.물론 신유리는 송지음을 동정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신연의 수법에 충격을 받았을 뿐이었다.누군가 신유리의 오른손을 꼭 잡고 있었다. 서준혁은 따뜻한 손바닥으로 신유리의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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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신유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맞아.” “너 그 여자를 봤었어?” 그녀의 대답에 연우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 그는 요즘 부산에서 꽤나 잘 나가고 있었지만 매일 신연의 주위에 맴도는 바람에 피로가 쌓이고 있었다. 신유리는 아직도 연우진과 신연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고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 “너랑 태지연 씨 사이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데?” 연우진은 신유리의 물음에 바로 대답을 하지 못하고 침묵하다 결심한 듯 천천히 입을 뗐다. “너도 부산 쪽에 생긴 변동들을 잘 알고 있으리라고 믿어. 신연 그 사람이 지연이 부모님을 가뒀어.” “전에는 지연이를 가두더니 이젠 부모님에게까지 손을 대나봐. 내가 지연이를 해외에 보내줬어. 그래서 지금 신연 씨는 나한테 복수를 하려고 하는 거고.” 연우진은 부산에서 열심히 산 시간동안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했고 전에 다정다감하던 남자는 지금 날카롭고 매서운 눈매를 가진 남자로 변해갔다. 그는 신유리에게 물었다. “신연 씨 지연이는 잘 해주는 것 같아? 아직도 지연이를 막 감시하지는 않아?” 신유리는 전에 해외에 있을 때 태지연의 몸에서 발견했던 몇 개의 감시기계들이 생각이 났다. 그에 더해 최근 태지연을 만났을 때도 늘 그녀의 옆에 딱 붙어 따라다니던 신연의 모습들도 떠올랐다. 신유리는 그저 두 사람이 결혼을 한 사이라 더욱 더 친밀하고 가깝게 다닌다고만 생각을 했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다 연우진에게 물었다. “태지연 씨랑 신연 씨가 결혼한 사실은 알아?” “응.” 연우진은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알아. 신연 씨가 이메일로 보내주더라고.” 신유리가 뭐라 말을 하기도 전, 연우진이 다시 입을 열었다. “근데 지연이를 강박하고 협박했을 거야. 신유리, 너 그거 알아? 지연이는 절대 신연 씨랑 더 만나고 싶지 않아해. 절대로 같이 있으려고 하지 않을 거라고!” 신유리는 연우진에게 무슨 말을 더 해줘야 할지 몰라 그저 침묵했다. 신연과 태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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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태지연은 그 말에 눈이 휘둥그레해졌고 신유리는 덤덤한 표정으로 2층을 슥 올려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이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되게 온순하네요.” 태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미소예요.” “잘 어울리네요.” 신유리는 미소의 머리를 살살 만져주었고 미소는 그녀의 손길이 좋은지 꼬리를 마구 흔들고 있었다. 태지연은 원래 태송백의 소식을 신유리에게 더 묻고 싶었지만 물을 새도 없이 신연이 2층에서 마당으로 내려왔다. “서준혁 씨가 가자마자 오셨네요?” 어젯밤 서준혁이 말해준 신연이 태씨 가문에 쓰는 수법을 들은 신유리는 그가 서준혁의 동태를 알고 있는 사실에 별로 놀라지 않았다. 필경 지금 화인 그룹에도 신연이 안배한 사람이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출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혼자 집에 있자니 너무 심심해서요. 태지연 씨랑 같이 놀면 더 재밌을 것 같아서.” 태지연은 그녀의 말에 옆에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안 친해보이게 딱딱 본명 부르지 말아요. 그냥 지연이라고 불러주세요.” 태지연은 신연에게로 시선을 돌리더니 말을 이어갔다. “전에 점심에 유리 씨랑 같이 밥 먹으러 가도 된다고 허락해줬지? 왕 씨 할머니가 만든 두부가 정말 맛있던데 유리 씨도 한번 먹여주고 싶어.” 신유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연 씨도 말 편하게 하세요. 그냥 유리 언니라고 부르셔도 돼요.” 신연은 신유리를 슥 쳐다보더니 태지연에게 말했다. “그래. 알겠어.” 그는 가방 안에서 나비 모양의 머리핀을 꺼내 태지연의 머리에 살짝 꽂아주더니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제 봤을 때부터 너랑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너무 예쁘네.” 태지연은 뻣뻣한 몸으로 고개를 돌려 신연을 쳐다보았고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고마워. 나도 마음에 든다.” “재밌게 놀아. 기다릴게.” 태지연은 신유리를 따라 나설 때에도 손을 벌벌 떨고 있었다. 사실 머리카락에 집어져있는 나비 모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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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신유리는 태지연과 헤어진 뒤에 비로 할아버지의 집으로 향해 자두를 픽업하러 떠났다. 하지만 자두를 데리러 갔을 때, 자두가 땅에 주저앉아 고양이와 “전쟁”을 하는 모습을 보았고 자두의 얼굴은 이미 먼지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한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고양이의 “전쟁”은 그 누구도 봐주지 않는 치열한 싸움인 것 같았다. 신유리가 돌아온 것을 발견한 할아버지는 얕은 기침을 하며 다가와 얼른 상황을 설명했다. “자두가 과자를 먹을 때 서서가 과자를 부셔버려서 아이가 화가 났나보구나.” 자두가 키우는 고양이의 이름은 자두의 고쳐지지 않는 발음 때문에 그냥 “서서”라는 이름으로 지어버렸다. 아이는 서서를 어찌나 좋아하는지 할아버지의 집으로 올 때 마다 꼭 서서와 함께 와야 기뻐했다. 신유리는 땅에서 같이 싸우고 있는 두 작은 존재를 보며 머리가 아파왔고 싸움을 말리려 향하려고 하는 순간, 할아버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알아서 마음껏 놀게 놔둬. 어린 애가 개성이 있으면 얼마나 귀엽냐? 정 안 되겠으면 핸드폰으로 영상 찍어서 나중에 자두가 크면 보여줘. 나중에 자신의 동년을 잘 추억하고 회상하게.” 비록 신유리는 자두가 커서도 이 영상을 보며 추억에 잠기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만 그래도 할아버지의 말대로 영상을 찍고는 서준혁에게 보내줬다. 서준혁은 영상을 확인한지 몇 초 만에 바로 신유리에게 음성메시지 하나를 보내왔다. “쟤 지금 뭐해?” 신유리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서준혁은 빠르게 받았다. “지금 서서랑 과자 뺏고 있어.” 신유리가 상황을 서준혁에게 설명해주자 서준혁은 무슨 영문인지를 몰라 물었다. “왜 고양이랑 과자를 뺏는 건데?” 신유리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대화의 주제를 자연스레 돌렸다. “너 지금 호텔에 있어?” 서준혁이 대답했다. “아니. 금방 호텔에서 나오는 길이야. 조금 잇다가 고객이랑 밥 먹으러 갈 거고.” “내가 너 방해한건 아니지?” “응. 아니야.” 서준혁은 다정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원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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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서준혁은 오늘 접대자리에서 술을 마셨기에 머리가 어지러워 신유리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제대로 못 알아듣고 있었다. 그는 한참 신유리의 말을 되새기다 옅은 미소를 띠며 신유리에게 물었다. “유리야, 방금 뭐라고 했어? 모범 뭐? 가장?” 신유리가 서준혁에게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오늘 할아버지한테 다녀왔는데 언제 너랑 결혼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더라.” 서준혁은 그녀의 대답에 숨도 편히 내뱉지 못하며 또 다시 물었다. “그래서? 너 뭐라고 했는데?” 아무리 덤덤한 척 해도 서준혁은 자신의 긴장감을 감출 수가 없었고 신유리는 그의 목소리에서 서준혁의 지금 감정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신유리는 일부로 서준혁의 말에 바로 대답해주지 않았다. 서준혁은 오랫동안 말이 없는 신유리를 기다리며 저도 모르게 술기운이 가시는 것 같았고 핸드폰읋 쥐고 있는 손에는 힘이 더욱 들어갔다. 그는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하며 입을 땠다. “괜찮아. 너한테 절대로 강요할 생각은 없어. 결혼이라는게 그저 증서 하나만 더 많아질 뿐이잖아. 나한테는 있으나 없으나 다 똑같아. 상관없다는 말이야.” “게다가 요즘 고작 증서 하나 가지고는 뭐 증명할 수도 없잖아. 우리 주위에도 이혼하고 재혼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신유리는 서준혁의 말을 끊어버리며 물었다. “좀 그렇게 재수 없는 말들은 안 하면 안 돼? 긍정적인 말들만 해봐.” 그녀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난 할아버님이랑 얘기 다 끝냈어. 이 일은 네가 돌아와야 다시 얘기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근데...” 신유리는 뜸을 들이다 다시 말했다. “네가 결혼 따위 상관없다고 했고 증서 하나 많아진다고 뭐 증명할 것도 없다고 하니까 관두자. 서로 번거롭게 하지 말고.” 서준혁은 신유리의 말에 반응을 하고서는 너무 당황해 목소리 톤도 한층 더 높아지며 물었다. “뭐라고?” “유리야, 내가 잘못 들은거 아니지?” 신유리가 대답했다. “글쎄? 잘 못 들었던 잘 들었던 상관없는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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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다행히 서준혁은 원래부터 까다로운 사람인지라 처음부터 제일 럭셔리한 호텔 방을 잡았기에 신유리가 와서도 다른 방으로 업그레이드를 할 필요가 없었다. 신유리는 그저 카운터에서 주민등록증과 전화번호만 적은 뒤, 방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서준혁은 자두를 안고는 신유리의 뒤에 서있었고 오는 길에 지친 자두는 서준혁의 품에 폭 안겨 졸려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신유리는 자신의 전화번호까지 적은 뒤에 뒤를 돌았고 마침 어린 자두가 하품을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귀여워.’ 신유리는 졸려하는 아이의 모습에 귀여운 마음이 드는 한편, 안쓰럽기도 하였다. “아니면 나가서 밥 먹지 말까? 자두도 푹 쉬게.” 저녁을 먹지 않은 세 사람은 원래 호텔 부근에 있는 유명한 식당에서 밥을 먹기도 하였지만 자두가 졸려하는 모습에 신유리는 생각이 바뀌었다. 서준혁은 잠시 고민하다 눈도 제대로 못 뜨는 자두를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카운터에서 저녁으로 먹을 음식을 주문 한 뒤, 방으로 다시 올라갔다. 하지만 방으로 올라가니 자두는 무슨 스위치라도 눌린 듯, 졸려하던 모습과는 달리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신나게 뛰어다녔다. 서준혁은 아이를 보며 웃음을 짓더니 물었다. “일부로 이런 거야?” 자두는 창가에 앉아 밖의 날씨를 구경하며 뭐가 그리 좋은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서북 지역의 밤은 성남시와는 달라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고 공기마저 맑았다. 자두는 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반짝이는 눈으로 보다가 신유리의 옷깃을 잡으며 마치 얼른 보라는 듯 옹알이를 했다. 신유리도 자두와 함께 별들을 보다가 추억에 잠겼다. “금방 해외로 갔을 때는 가끔 마당에 앉아 별들을 올려다보고는 했는데.” 서준혁은 그녀의 말에 대답해줬다. “해외에 별들은 여기 별들보다 안 예뻐.” 신유리는 잠시 뜸을 들이다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네가 마당에 설치한 그네 생각 나? 사실 난 그 그네에 앉아서 별들을 봐도 너무 좋을 것 같은데.” 해외에 있는 그 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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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신유리는 서준혁을 가만히 바라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서준혁은 신유리의 턱을 살짝 잡아주며 고개를 돌려 그녀가 다시 노을을 볼 수 있게 해주었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건 질투심이 아니지.” 신유리는 또 다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럼 왜 계속 별별 거려?” 서준혁이 대답했다. “내 말이 맞잖아. 해외에 별은 다 그냥 그렇지.” 신유리는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아까 서준혁이 했던 행동을 똑같이 따라하며 물었다. “우리 서 대표님이 언제부터 이렇게 거짓말을 잘 했나?” 그녀가 말을 할 때 몸도 서준혁의 쪽으로 다가갔고 그녀의 이마와 서준혁의 이마가 거의 부딪힐 뻔하였다. 서준혁은 그저 가만히 신유리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행여나 그녀가 뒤로 넘어질까 조심했다. 노을이 예쁘게 비추는 날은 두 사람의 눈동자마저 예쁘게 물들였고 신유리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못 참으며 서준혁을 보챘다. “서 대표님, 솔직하게 대답하시죠.” 서준혁은 별 다른 수가 없어 신유리를 자신의 품에 확 잡아당기고는 자신의 턱을 잡고 있는 신유리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응. 어떤 일에는 좀 승부욕이 생기네. 난 다른 사람이 나보다 더 좋은 것을 해주는 꼴을 못 보겠어.” 그는 잠시 멈칫대다가 말을 덧붙였다. “비록 난 이미 불합격인 사람이라는건 알지만 그래도 열심히 1등은 해보고 싶어.” 서준혁의 말투는 뒤로 가면 갈수록 점점 더 진지해져갔다. 그는 천천히 신유리의 손에 손깍지를 끼며 말했다. “언젠가는 꼭 내가 네 마음속에 1등이 될 거야. 맞지?” 신유리는 그를 바라보며 마음마저 따뜻해졌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늘 업무나 감정에 열심히 몰두하고 진지하게 대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러나 옆에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진지한 신유리가 사실은 되게 대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잘 몰랐다. 늘 진지하고 엄숙하게 일을 대하기에 자그마한 실수나 오차도 용납할 수가 어려웠고 사람과 사람 사이 감정 또한 똑같았다. 그는 서준혁에게 잡혀있는 손을 슥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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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아무렇지도 않게 “와이프”라는 단어를 내뱉은 서준혁을 신유리는 고개를 들어 쳐다보았고 그의 눈빛에는 다정함이 뚝뚝 묻어져 나왔다. 신유리는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리며 그의 말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았다. 서준혁은 신유리의 작은 눈빛까지 다 신경을 쓰고 있는 듯 했고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자리에 앉으라는 말을 했다. 원래 이 식사자리는 이 대표가 신유리에게 사과를 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진 것이지만 화가 나있기는커녕 기분이 꽤나 좋아 보이는 신유리를 보며 이 대표는 한시름을 놓았다. 거기에 더해 서준혁이 다정다감하게 신유리와 자두를 챙기는 모습을 본 이 대표는 끊임없이 신유리의 칭찬만 해줬다. 서준혁은 신유리의 옆에서 자두에게 밥을 먹여주는 동시에 신유리에게 물고기 가시를 발라주며 바삐 움직였다. 이렇게 보면 대표님이 서준혁이 아닌 신유리같았고 서준혁은 오히려 신유리의 비서같았다. 이 대표는 두 사람의 모습에 감탄을 금치 못하며 말했다. “서 대표님이랑 사모님 금슬이 너무 좋으십니다. 게다가 따님도 너무 귀엽고 깜찍하고. 정말 부럽습니다.” 서준혁은 자두에게 새우를 하나 까주고 손을 닦던 와중에 이 대표의 말을 들었고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는 사모님께서 유전자가 워낙 뛰어나셔서요. 딸아이도 귀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 대표는 처음에 서준혁의 말에 무슨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허허 웃기만 하였다. 그러다가 그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서준혁에게 답했다. “맞습니다. 서 대표님이랑 사모님 유전자가 이렇게나 뛰어나신데 따님께서 안 예쁠 리가 없지요.” 서준혁이 말했다. “하린이는 예쁘기만 한 것이 아니잖습니까.” 자두는 마치 사람들이 자신을 칭찬하는 말을 알아들은 건지 입으로 외국어를 옹알거렸다. 비록 어린 아이가 말하는 그저 그런 옹알이 같았지만 외국어 발음만큼만 똑바르게 들려왔다. 서준혁은 미소를 띤 채로 자두의 말을 통역해줬다.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하네요.” 이 대표는 더 이상 무슨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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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그의 말에 신유리는 고개를 들어 서준혁을 보며 물었다. “할아버지랑 저녁 먹고 가기로 약속하지 않았어?” 서준혁은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내가 여기 있으면 할아버지도 제대로 못 드실 것 같아서 그래. 자두더러 같이 드셔주라 하지 뭐.” 신유리는 서준혁의 말에 어이가 없었지만 유 씨 아저씨는 미소를 띤 채로 그들을 보며 말했다. “일이 있으면 먼저 돌아가 보셔도 됩니다. 제가 할아버지한테는 말씀을 드릴 테니.” 신유리는 서준혁의 무표정한 표정을 보고는 할아버지와 슬쩍 가보겠다고 한 뒤, 저녁에 다시 자두를 데리러 오겠다고 말했다. 서준혁은 집이 아닌 부근에 있는 개인 영화관으로 신유리를 데리고 향했다. “드디어 다른 사람없이 우리 둘만 있네.” 신유리가 물었다. “네 친 딸도 다른 사람이야?” 방에는 오직 두 사람만 있었고 서준혁은 신유리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가끔은 너랑 단 둘이 있고만 싶어. 이렇게 조용히 말이야.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그는 신유리와 결혼 날짜를 정하는 동안은 오직 신유리랑만 있고 싶었지만 옆에 자두도 있어 어린 아이를 홀로 내버려둘 수가 없어 머리가 아팠다. 신유리는 자신의 손을 꼭 잡는 서준혁의 손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서준혁은 피식 미소를 짓더니 신유리에게 다가와 뽀뽀를 쪽 하며 말했다. “나중에 자두가 조금만 더 크면 우리 세계 여행 떠날까? 아이는 여기 놔두고.” 그는 미래의 두 사람의 모습을 상상하며 끊임없이 신유리의 얼굴에 뽀뽀를 했다. 신유리는 오랜만에 자두가 없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자두는 귀엽긴 하지만 아직 어려 신유리가 신경 쓸 것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기에 아이랑 함께 있으면 이런 평화로움은 포기해야만 했다. 난주시에 있을 때, 자두는 고삐 풀린 말 마냥 이리저리 뛰어다녔고 신유리 혼자였다면 아이를 챙기지 못했겠지만 다행히 옆에 서준혁이 함께 있어줬다. 만약 서준혁이 아니었다면 신유리는 아마 아이에게 크게 화를 냈을 것이다. 그녀는 서준혁의 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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