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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말고 다의 모든 챕터: 챕터 551 - 챕터 560

637 챕터

제551화

자두가 도대체 왜 신연을 이토록 따르는지는 그 누구도 알아내지 못했다. 서준혁은 딸아이의 모습을 보며 표정이 조금씩 굳어져가고 있었다. ‘도대체 왜 신연 씨를 좋아하는 거지?’ 한편 태지연은 신연을 볼 때마다 숨이 막혀오는 기분이 들어 이젠 어떻게 그를 마주할지도 몰랐다. 절망적인 마음과는 달리 머리는 계속 태지연에게 아직 부모님이 신연이 손에 잡혀있으니 그를 건드리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왔다. 건드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착하고 순순히 신연의 말에 따르며 그의 옆을 지켜주고 부모님의 안전을 보장해라는 신호를 말이다. 신연은 너무 무섭고 악독한 사람이라 태지연은 그가 자신의 부모님에게 무슨 짓을 할지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태지연은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려고 얼른 몸을 일으켜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비록 신연이 자신을 데리러 왔다는 사실을 알지만 너무 힘이 들어 일분일초도 신연과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았다. 여기에 있으면 신연이 제멋대로 들어올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숨 막히는 그의 협박과 “사랑”들을 받지 않아도 됐다. 그렇다. 태지연은 이미 신연의 모든 행동이 협박 같아보였다. 그는 태지연을 이용해 태씨 가문에 발을 들이고는 소리 소문 없이 태씨 가문을 와해시켰다. 태지연은 혼자 방에 앉아있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그저 멍만 때리고 있었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태지연은 신연인줄 알고 무의식적으로 몸에 힘을 가득 주었다. “나야.” 하지만 들리는 목소리는 신연이 아닌 신유리였다. “유리언니...” 신유리는 손에 빵 하나와 우유 하나를 들고 들어오며 말을 이어갔다. “아까 보니까 별로 안 먹는 것 같아서. 이거라도 조금만 더 먹어.” 태지연은 신유리가 건넨 빵과 우유를 받고는 힘겹게 입을 뗐다. “고마워요.” 신유리는 그런 태지연을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랐다. 전에 서준혁이 신유리에게 태지연 뒤에는 태씨 가문이 있기에 태씨 가문과 신연의 싸움은 아직 승부가 나지 않았다고 알려줬었다. 연락이 끊긴지 오래된 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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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2화

태지연과 신연이 떠난 별장 분위기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하지만 자두는 창가에 서서 신연이 떠난 방향 쪽을 목이 빠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서준혁은 그런 자두의 모습에 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왔고 얼른 다가가 자두를 번쩍 들어 안고는 말했다. “이제 더 이상 보면 안 돼.” 자두는 서준혁의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듣기 싫다는 의사를 표현했다. 신유리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뭐라 말을 하려는 순간, 그녀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한바다 로펌 사무실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신유리 씨?” 신유리가 전화를 받자 수화기 너머 그녀의 신원을 체크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시죠?” “송지음 씨가 오늘 아침에 신유리 씨를 한번 보고 싶다고 신청하셨습니다. 급히 할 말이 있다면서요.” 신유리의 표정이 무서울 정도로 차분해지더니 대답했다. “전 송지음 씨를 보러 갈 일이 없을 거예요. 재판장에서 보는 것 외에 얼굴을 마주할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통화를 하는 상대는 신유리가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을 할 줄은 몰랐는지 잠간 말을 잃다가 이내 대답을 했다. “알겠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알 것 같네요.” 전화를 끊은 신유리는 고개를 돌려 서준혁을 보며 물었다. “나가서 밥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어디 갈 건데?” 신유리는 서준혁에게 송지음에 관한 일들을 말하지 않기로 약속을 했었다. 필경 자신의 일이니 자신이 직접 처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지 서준혁이 중간에 끼어들어 일을 처리해주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신유리는 송지음을 절대로 보러 갈 생각이 없었는데 만약 간다해도 딱히 나눌 대화가 없었다. 그녀가 찾아간다 해도 송지음이 과거를 들먹이며 하는 신세한탄이나 원망의 말들 그리고 가련한 표정을 하고는 눈물을 흘리는 모습들을 볼 뿐이다. 신유리는 자신의 에너지를 그런 쓸데없는 일에 낭비하기가 싫었고 송지음을 찾아가서 얼굴을 보는 것보다 그녀가 법정에 서서 마지막 재판결과가 떨어질 때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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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전혜린은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신연을 노려보며 쏘아붙였지만 교양이 있는 사람이라 분노하는 와중에도 끝까지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다. 태지연은 전혜린의 옷소매를 살짝 끌어당기며 물었다. “엄마, 지금 그게 무슨 뜻이에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으며 신연을 슬쩍 쳐다보았고 그의 평온한 얼굴을 보고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았다. 신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전헤린에게 시선을 돌리더니 그녀에게 되물었다. “제가 그런 짓을 해서 무슨 좋은 점이 있는 겁니까?” 그는 아주 당당한 태도로 말을 했고 전혜린은 냉랭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내가 지금 신연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를 것 같아? 네가 무슨 수단과 방법으로 우리 태씨 가문과 회사를 노렸는지 우리 다 알아.” 전헤린은 몸을 돌려 태지연의 손을 꼭 잡았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탓에 몸도 덜덜 떨리고 있었다. 태씨 가문의 별장에서 몇 십 년이나 살았지만 자주 수리기사가 찾아와 점검을 해주기에 단 한 번도 이런 사고는 난 적이 없었다. 전혜린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어린 여자애가 아니었고 젊었을 때는 성격도 호탕해서 태성민과 함께 태씨 가문 회사를 이끌어나갔다. 그녀는 처음부터 신연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태지연이 너무 좋아하니 하는 수 없이 받아들였었다. 그러다가 점점 자신의 노력으로 이뤄낸 성과들을 보여주는 신연의 믿음직한 모습에 전혜린도 차츰차츰 마음을 열었다. 하지만 그 누가 신연이 검은 속내를 이렇게 잘 숨기고 있을 거라고 예상이나 했겠는가? 전혜린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신연을 노려보더니 말했다. “모든 것이 다 네 손아귀에 있을 줄 알아? 신연아, 가끔 너무 총명해도 안 좋을 때가 있는 거야.” 그녀도 이 업계에서 일을 했던 사람이라 누군가를 몰아세울 때 포스는 남들보다 더 강했다. 그러나 신연은 전혜린을 두려워하는 기색 하나 없이 고개를 조금 숙여 미소를 짓더니 입을 열었다. “전혜린 여사님께서 이렇게 말씀을 하시니 저도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아니면 경찰 오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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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4화

그는 태지연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울었어?” 태지연은 신연이 태성민을 저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생각만 하면 치가 떨려 본능적으로 그를 피해 뒤로 물러났다. 그러자 신연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굳어져만 갔다. 전혜린은 태지연을 대신해 앞으로 나서더니 신연을 노려보며 말했다. “넌 네가 저지른 일에 책임을 져야 할 거야. 네가 벌인 이 일 무조건 살인죄라고!” 신연은 전혜린의 뒤에 몸을 숨기고 있는 태지연을 보며 처음으로 표정관리를 못하고 있었다. 그는 넥타이를 조금 풀며 전혜린에게 물었다. “저한테 아무런 이득이 될 것이 없는 사람을 살인까지 한다고요? 전 여사님, 피해망상증이 있으시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지 않겠어요?” “제 생각엔 제가 굳이 알려드릴 필요도 없을 것 같은데... 요즘 태씨 가문 회사 투자자들이 태 씨 회장님께 불만이 참 많다고 들었습니다.” 신연의 말에 전혜린의 안색은 어두워져갔고 뒤에 서있던 태지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태지연은 갑자기 전혜린의 뒤에서 앞으로 성큼 걸어 나오더니 전혜린을 뒤로 세우며 신연에게 외쳤다. “신연, 너 그만해! 우리 태씨 가문은 이미 너 하나 때문에 이 지경까지 됐잖아. 뭘 더 바래? 뭘 더 어떡하려고 그래!” 신연은 태지연의 얼굴에 가득 한 원망의 감정들을 한 눈에 알아차렸고 순간, 종래로 느껴본 적이 없던 고통이 느껴졌다. ‘뭐지? 누가 내 심장을 꼬집는 것 같은 이 고통은?’ 그는 태지연을 똑바로 쳐다보며 한 자 한자 또박또박 물었다. “너는 나 못 믿어?” 태지연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신연의 눈을 마주치며 되물었다. “내가 너를 왜 믿어야 하는데? 이젠 믿을 이유가 뭐가 남았지?” 그녀의 입장에서 놓고 말하면 세상에서 “믿음”이라는 단어와 제일 어울리지 않는 사람은 신연이었다. 신연은 가만히 태지연을 쳐다보고 있었고 숨 막히는 정적 속에 담방이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단 한 번도 신연과 정면으로 싸워본 적이 없던 태지연은 지금 당당히 전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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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5화

늦은 저녁인지라 길가에는 달리는 차도 몇 대 없었다. 태지연은 놀란 가슴을 제대로 진정시키기도 전에 신연의 악마 같은 말을 듣고는 호흡마저 가빠졌다.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정말 신연과 같이 죽을 수도 있다는 착각이 들었던 그녀는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으로 신연을 쳐다보았다. 아무 생각도 없이 신연 본인과 자신을 죽음으로 내몰아 세운 신연을 보고 있자니 태지연은 소름이 끼쳐 추위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신연은 너무도 놀라 정신을 못 차리는 태지연을 보고 옅은 숨을 내쉬더니 그녀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섬세하게 정리해주었다. 마치 아까 그 미친 짓을 벌이던 사람과는 같은 사람이 아닌 것 마냥. 신연을 태지연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것 봐. 내가 정말 태성민 회장님을 죽이고 싶었으면 회장님께서 지금 병원에 누워계실 일도 없을 거야.” 신연은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의도를 밝혔고 숨기려는 뜻은 아예 없어보였다. 태지연은 신연이 방금 벌인 일이 그저 자신이 태성민을 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행동이라는 것을 알고는 더욱 그가 무서워졌다. 신연의 말은 태지연의 숨통을 더욱 꽉 조였고 누군가에게 목을 조여 깊은 바닷물에 빠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명도 별로 없는 어두운 길거리에 세워진 차안에서 태지연은 가로등 불빛을 빌려 신연의 얼굴을 똑똑히 쳐다보았다. 하지만 자신이 기억하던 신연의 모습과 지금의 신연의 모습을 비교하자니 한 사람이지만 전혀 다른 두 사람 같았다. 아니, 어쩌면 지금의 신연이 진짜 신연의 모습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신연의 충동적인 행동에 태지연은 문득 연우진이 했던 말이 떠올라 안색이 어두워졌다. [신연 그 사람은 진짜 괴물이야. 조심해.] 다시 돌아가는 길에 신연은 안정적으로 운전을 해 태지연을 데리고 시 중심에 있던 두 사람의 집으로 향했다. 그는 아래에 주차를 하고는 태지연과 함께 자주 가던 작은 국수집으로 발을 들였고 태지연은 게살 비빔면을 좋아해 예전에는 이 국수집에 혼자서도 자주 왔었다. 하지만 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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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6화

태성민은 의식을 찾지 못한 채로 하루를 보냈다. 의사 선생님께서 다시 검진한 결과 갑작스러운 의식 불명과 호흡기 감염으로 인해 원래 가지고 있던 기저 질환의 합병증을 유발했다고 한다. 심지어 뇌 혈액 공급 부족 현상도 나타나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뇌졸중이나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태성민은 여러 합병증을 앓고 있었고 간 기능도 좋지 않았다. 게다가 그의 신분도 고려해야 하므로 의사들은 태씨 가문에서 직접 권위 있는 전문의를 찾아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 비록 사립병원이라 유명한 교수들이 많지만 뇌와 간 기능 전문가들은 최근 해외로 연수 중이라 병원에 없는 상태였다.이 소식을 접한 태지연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의사 선생님께 물었다.“어떻게 이렇게 심각해질 수 있죠? 전에는 별일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환자분께서 어젯밤에 깨어났다면 큰 문제는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환자분의 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 기저 질환도 많습니다... 그러나 안심하셔도 됩니다. 저희 병원은 최선을 다해 환자분을 치료할 것입니다.”“다만 권위 있는 전문의를 찾으신다면 더 좋을 것입니다. 저희 병원의 부 교수님과 곽 교수님은 현재 해외에 계셔서요. 환자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 드리는 말씀입니다.”전혜린은 눈을 감고 얼굴이 창백해진 채 쓰러질 뻔했다. 다행히 태지연이 재빠르게 그녀를 부축해 옆에 앉혔다. 전혜린의 입술은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태지연은 이렇게까지 힘들어하는 그녀의 모습을 처음 보았다. 태지연이 기억하는 그녀는 언제나 품위 있고 당당했으며 어떤 일도 그녀를 무너지게 할 수 없었다. 다만 지금, 전혜린은 순식간에 열 살 더 늙은 듯 얼굴엔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비통함이 가득했다.태지연은 그녀 앞에 무릎 꿇고 혼란스러우면서도 전혜린을 위로하려 애썼다. “엄마, 걱정 마세요. 의사 선생님께서 말했잖아요. 아빠의 상태가 좀 위험하지만 치료할 수 없는 건 아니라고, 우리가 전문의를 데려오기만 하면 돼요.”전혜린은 눈을 뜨지 않은 채 힘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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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7화

태지연은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회사에 도착했다. 그녀는 감정을 추스르고 곧바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예전에도 종종 회사에 와서 태성민이나 태송백을 찾곤 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직원들이 그녀를 알고 있었다.태지연은 복잡한 마음에 주변 사람들의 표정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다 신연의 비서가 다가와 말했다. “지연 씨, 신 대표님께서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그 순간 태지연은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분명 태씨 가문의 이름이 걸린 곳이었지만 그녀는 외부인처럼 느껴졌다. 강렬한 낯섦과 불편함은 그녀를 당황하게 했지만 여기 온 목적을 떠올리며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포커페이스를 유지한 채 비서를 따라 사무실로 향했다.사무실에는 직원이 업무를 보고하고 있었다. 그녀가 들어오자 신연은 손을 뻗어 직원에게 나가라고 하려 하자 그녀는 급히 말렸다. “먼저 일 봐.”신연은 짧게 대답하고 별다른 말을 하지 않은 채 직원과 대화를 이어갔다. 비록 태지연은 그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문 용어들에 대해 익숙하지 않았지만 그 직원이 어딘가 낯익다고 느꼈다. 그러다 신연이 성한빈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나서야 누구인지 떠올렸다.그는 한때 태송백의 유능한 조수로서 중요한 일을 처리할 때마다 주로 성한빈에게 맡기곤 했다. 하지만 태송백에게 문제가 생기면서 이사회는 그에게 불만을 품고 팀 전체를 물갈이했다. 평소 회사 일에 관심 없던 태지연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럼 성한빈이 여기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더군다나 오랫동안 신연 밑에서 일한 것처럼 보였다.태지연은 입술을 오므리더니 고개를 들어 성한빈을 쳐다보았다. 마침 신연은 업무를 마치고 성한빈한테 그만 나가도 된다고 했다. 그는 태지연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짝 눈썹을 찡그리며 물었다. “뭘 보고 있어?”태지연은 성한빈이 떠나는 뒷모습을 볼 뿐 그가 왜 여기 있는지 묻지 않았다. 그녀는 오로지 아빠 태성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태지연은 주먹을 움켜쥔 채 앞으로 다가갔다. “가장 권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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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8화

메이크업 스튜디오의 원장 앤디는 핑크색 머리를 한 남자였다. 그는 허리를 요염하게 흔들며 태지연을 안으로 안내했다. 앤디는 머리를 감겨주면서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눈짓을 보내며 말했다. “지연 씨,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요? 신 대표님과 싸워서 오랫동안 안 온 거 아니었어요? 이제 화해한 거예요?”태지연은 앤디와 나름대로 친숙했기에 억지로 미소를 지을 뿐 말은 하지 않았다.앤디는 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아휴, 당신들 같은 재벌가의 아가씨와 도련님들, 제가 다 알죠. 소설에서도 자주 나오잖아요. 그녀가 도망가면 그가 쫓아가고~ 전에 이 바닥에서 지연 씨 이야기로 떠들썩했었어요.”“하지만 그때 신 대표님께서 우리 가게에 혼자 오셨지 여자를 데려온 적은 없었어요. 듣기로는 박씨 가문 아가씨께서 옷까지 다 벗고 신 대표님의 침대에 올라가 유혹하려다 결국 경호원에게 끌려 나갔대요. 완전 창피했죠.”앤디는 감탄하며 말했다. “아휴, 진짜 부러워요, 지연 씨. 신 대표님은 겉 보기엔 차가워 보여도 지연 씨한테 꽤나 충실한 것 같아요.”태지연은 그의 감탄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예전이라면 감동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신연이 하루빨리 다른 사람을 좋아해 주길 바랄 뿐이었다.박씨 가문 아가씨든, 이씨 가문 아가씨든 상관없었다. 그저 그녀를 놓아주기만 하면 된다.신연이 그녀를 위해 고른 드레스는 또 흰색의 오프숄더 미니 드레스였고 최고급 진주 목걸이까지 곁들여졌다. 허리 부분에도 진주로 장식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잘 어울렸다.태지연은 원래 피부가 하얀 데다 드레스는 그녀의 피부를 더욱 곱고 빛나게 만들어 마치 바비 인형 같았다.앤디는 옆에서 끊임없이 칭찬했다. “신 대표님, 안목이 뛰어나시네요. 지연 씨랑 너무 잘 어울려요. 신 대표님과 함께 서 있으면 완전 천생연분 같아요. 우리 누추한 스튜디오가 두 분 덕분에 빛이 나네요.”신연은 회색 정장을 입고 은색 테두리 안경을 썼다. 평소보다 더욱 우아하고 세련돼 보였다.태지연은 오버하는 앤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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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9화

태지연은 연우진을 감히 쳐다볼 수 없었다. 그녀는 연우진에게 너무 미안했다. 전에 오빠한테 일이 일어나기 전에도 연우진은 그녀를 많이 신경 써준 데다 신연과 적당히 거리를 두라고 귀띔까지 했었다. 이후 태씨 가문에 문제가 생기고 오직 연우진만이 태씨 가문과 계속 연락을 유지했으며 나중에는 태지연이 신연의 감시에서 벗어나도록 도와주었다. 연우진은 그 일로 인해 신연에게 계속 괴롭힘당하면서 부산시에서 처지가 매우 어려워졌다. 그녀는 연우진에게 항상 죄책감을 느꼈다. 분명 연우진은 그녀를 많이 도와주었는데 지금 그녀는 되레 신연과 함께 있는 상황이니, 친구를 배신한 듯한 고통을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연우진을 감히 쳐다보지 못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복잡한 표정으로 태지연을 바라보았다. “지연아, 나 보고 싶지 않아?”태지연은 급히 고개를 들며 연우진에게 설명했다. “아니야, 우진 오빠. 난 그저 오빠한테 미안해서 얼굴 보기 어려울 뿐이야. 결국 내가 폐를 끼친 거잖아. 만약 나 때문이 아니었다면 신연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거야.”그녀의 눈에는 죄책감과 자책감이 서렸다. 연우진은 연신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지연아, 난 한 번도 너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 없어. 그러니까 자책할 필요 없어. 너랑 아무런 상관없는 일이야.”연우진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신연이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태지연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속눈썹을 내리깐 채 연우진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지금 그들 모두는 신연의 장난감이었다. 태지연은 저항하고 싶었지만 가장 높은 곳에 매달린 꼭두각시일 뿐이었다. 주변은 텅 빈 채 몸부림칠 방법조차 없었다. 장수영은 태지연의 맥 빠진 모습을 보며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녀는 어릴 적부터 태지연과 친하게 지내다 보니 예전에 태지연이 온 마음을 다해 신연을 쫓아다니는 것을 지켜봤다. 그때 그녀는 태지연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이렇게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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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0화

장수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박안희한테 사과하는 게 어때? 성격이 별로라 괜히 손해 볼까 봐 걱정이야.”아까 박안희가 들고 있던 술은 전부 태지연의 가슴팍에 쏟아졌다. 그녀의 흰색 드레스는 소재로 인해 금세 와인으로 물들어져 매우 초라한 모습이었다. 태지연은 옷에 묻은 얼룩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안희 씨, 당신이 먼저 부딪쳤어요.” 박안희는 미동도 없이 대답했다.“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는 거죠?”“그러니 당신이 저한테 먼저 사과해야죠. 그리고...”태지연은 방금 태송백이 빚 때문에 도망갔다고 말한 여자를 향해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저희 오빠한테도 사과하세요.”“태지연, 너 정신 나간 거 아니야? 네 오빠가 태씨 가문을 망친 건 사실이잖아. 나가서 물어봐, 부산시에서 태송백 그 망나니가 태씨 가문 주식을 도박에 걸어 가문을 거의 파산시킨 걸 모르는 사람이 없어.”장수영은 뒤에서 태지연을 잡으며 말했다.“지연아, 그만해. 우리 다 송백 오빠가 억울한 걸 알고 있어. 저 사람들은 말해봐야 소용없어. 머릿속이 돌로 가득 찼으니까.”장수영은 태지연이 박안희 일행과 다툼이 일어날까 봐 걱정스러웠다. 태씨 가문은 예전보다 지위를 잃은 처지였고 태지연의 상황도 별로 좋지 않았다. 하지만 박씨 가문은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기에 태지연이 굳이 지금 박안희와 대립할 필요는 없었다. 박안희는 턱을 살짝 치켜올리며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태지연, 넌 아직도 네가 태씨 가문의 큰딸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지? 여기 있는 사람들한테 물어봐. 너희 가문이 지금 어떤 처지인지, 그리고 너 태지연이 대체 뭘 할 수 있는지.”상류 사회는 여러 이익이 얽혀 있다 보니 장수영이 애써 태지연을 말리는 것도 이해가 됐다. 박안희는 손가락을 꼿꼿이 세운 채 방금 받은 네일을 보며 차갑게 웃었다. “들은 데 의하면 네 아빠가 병원에 실려 갔다며? 네 엄만 여기저기 도움을 구하고 있고. 넌 아빠 신경도 안 쓰고 연회에 와서 남자나 홀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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