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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8화

외할아버지께서 살아계실 때, 그는 매년 신유리를 위해 평안 부적을 하나씩 구해 주셨다. 나중에 신유리가 서준혁과 함께 외할아버지를 뵈러 갔을 때도 외할아버지는 서준혁을 위해서 평안 부적을 구해 주셨다.

신유리는 서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난 네가 버린 줄 알았어.”

사실 신유리와 서준혁은 좋게 헤어진 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서준혁이 외할아버지가 준 물건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준혁은 차를 몰면서 앞을 바라보며 냉정한 얼굴에 잠시 부드러운 미소가 스쳤다.

“어떻게 버릴 수 있겠어. 어르신은 내 평안을 기원해 준 첫 번째 분이잖아.”

심지어 그의 할아버지도 서준혁을 위해 평안을 기원해 준 적이 없었고 서창범과 하정숙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래서 신유리의 외할아버지로부터 처음 평안 부적을 받았을 때 서준혁은 날아갈 듯이 기뻤다.

다만 나중에 서준혁이 하고 싶은 일이 많아지면서 외할아버지가 준 그 평안 부적들은 부드러움을 일깨우는 스위치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것들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릴까 봐 두려워서 정리해 두었을 뿐이다.

신유리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

“외할아버지가 알면 정말 기뻐하실 거야. 너도 알잖아, 할아버지는 널 참 좋아하셨어.”

“응.”

서준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외할아버지가 병환 중이었을 때 병원에도 찾아갔었어. 그때 너도 나랑 마주쳤잖아.”

신유리는 한참 생각한 끝에 반응했다. 아마 서준혁이 송지음과 함께 아버지를 찾아뵈러 갔을 때였다.

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외할아버지는 나한테 말한 적 없었어.”

“내가 할아버지께 말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거든.”

서준혁의 목소리는 조금 가라앉아 있었다.

“유리야, 난 네 앞에만 서면 마음이 너무 약해져.”

그는 자신이 신유리 앞에서 쉽게 마음이 약해지기 때문에 몇 번이고 자신을 다그치면서 가장 차가운 모습으로 마주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둘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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