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나 말고 다: Kabanata 401 - Kabanata 410

549 Kabanata

제401화

주현의 말투는 누가 들어도 불쾌하기 그지없었고 그녀는 신유리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뭐가 됐든 준혁 씨 아이가 아니면 됐어요, 저랑 그 사람 곧 약혼할 사이라 이 시기에 아이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면 귀찮잖아요.”신유리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서있었고 주현이 가까이 다가오자 핸드폰을 꽉 쥐더니 허리를 곧게 폈다.주현 또한 키가 꽤 컸고 거기에 하이힐까지 신은 탓에 신유리보다 더 커보였는데 주현은 신유리를 하대하듯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우리 같은 가정에서는 밖에 여자가 있는 거는 참아도 아이가 있는건 못 참는거 잘 아시잖아요.”주현은 잠시 멈칫대다가 신유리의 배를 힐끔 쳐다보고는 다른 곳에 시선을 돌렸고 그대로 베란다를 떠나버렸다.폭죽은 여전히 화려하고 예쁘게 터지고 있었지만 신유리는 그저 차디찬 바람만 느껴졌다.주현의 경고의 말들을 잘 알아들은 신유리는 평평한 자신의 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신기하네, 여기 안에 새 생명이 들어있다니...]그 순간,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고 임아중과 곡연이 채팅방에 문자를 보내왔다는 것을 확인한 신유리는 몸을 돌려 베란다를 떠났다.실내에 들어서자 마침 이신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고 그의 손에는 외투 한 벌도 들려있었다.그도 신유리를 발견하고는 발걸음을 천천히 멈추며 말을 했다.“밖에 기온이 낮아서... 난 네가 안 들어온 줄 알았어.”신유리는 멀지 않은 곳에서 환하게 웃으며 서준혁에게 다가가는 주현을 보았고 원래 서창범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서준혁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주현을 쳐다봤다.그리고 늘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이던 서창범은 주현을 보는 순간 표정이 인자하고 자상하게 바뀌었다.신유리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이신에게 물었다.“조금 있다 다른 스케줄 있어?”이신은 신유리가 피곤해 보이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들고 있던 외투를 걸쳐주며 말했다.“아니, 이젠 없어. 집에 데려다줄게.”그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레몬과 같은 향과 갓 밖에서
Magbasa pa

제402화

서창범의 눈빛에 가득한 경계를 본 신유리는 이 상황이 웃기기 시작했다.[아니, 내가 임신한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지?]주현은 얼굴에 미소를 띠며 신유리와 서창범을 번갈아가며 보다가 서창범의 눈빛을 확인하고 나서야 다시 입을 뗐다.“유리 씨, 우리 운명이라면 운명이지 않나요? 나중에 아이 태어나면 제가 정말 잘해줄 자신 있는데... 제일 좋은 이모해줘도 돼요?”신유리는 주현이 일부로 자신을 조롱하고 놀리려는 의도로 말을 한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렸고 굳이 주현과 엮이고 싶지 않아 대꾸하기가 싫었다.그리고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 하정숙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현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지금 저쪽에서는 너랑 말도 섞기 싫어하는데 너는 왜 자꾸 치근덕거리려고 해?”“제일 좋은 이모 같은 소리한다, 나중에 너랑 준혁이가 아이 낳으면 그 누구보다 더 잘난 아이일거야. 쟤 뱃속에 아이가 무슨 핏줄일줄 알고?”신유리는 자신을 깔보는 것이 아닌 뱃속 아이까지 건드리는 하정숙의 말에 심기가 불편해졌고 미간을 팍 찌푸리며 입을 뗐다.“하 여사님, 말 좀 가려서 하시죠?”주현은 이런 신유리의 모습이 의외인 듯 그녀를 휙 돌아보았다.하정숙은 날선 신유리의 말에 코웃음을 치며 대꾸했다.“내가 조심하긴 뭘 조심해? 너 혹시 무슨 수를 써서 준혁이 아이를 임신하고는 아이 엄마라는 명분으로 우리 서 씨 가문에 들어오고 싶은거 아니야?”“신유리, 만약 그런게 맞다면 얼른 그 마음 접기를 바랄게. 네가 보기에는 네 아이가 참 잘나고 소중하겠지만 네 뱃속에서 나오는 아이를 우리 집안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을 거야.”하정숙의 말에는 온갖 조롱과 불평불만이 가득했고 신유리는 들끓어 오르는 분노를 꾹 참아보려 했지만 결국 폭발해버리고 말았다.“하 여사님, 망상증 있으시면 얼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요. 제 아이는 서준혁 씨, 그리고 서 씨 가문과는 전혀 아무런 상관이 없으니 명심해두세요!”그녀의 표정과 목소리는 주변 공기마저
Magbasa pa

제403화

신유리가 성남에 돌아오고 나서부터는 신기철과 아예 연락을 뚝 끊었었다.그는 예전과 별 다른 점 없이 깔끔하고 신사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고 신유리는 먼발치에서 신기철이 아무런 표정 없이 문성경의 허리를 감싸 안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자연스러운 두 사람의 스킨십은 마치 둘의 사이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암시해주는 것 같았고 신유리의 뜨거운 시선이 신기철에게도 느껴졌는지 그는 신유리쪽을 돌아보았다.그러자 신유리와 눈이 딱 마주친 신기철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버렸다.원래 신기철의 품에 폭 안겨있던 문성경 또한 신기철의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는 그의 시선을 따라갔다.신유리를 발견한 문성경은 안색이 조금 어두워지더니 입을 열었다.“신유리 씨? 당신이 왜 여기에...”문성경의 물음에 답해려주던 신유리가 입을 떼기도 전에 신기철이 중간에서 가로채버리며 말을 했다.“선경아, 먼저 들어가서 나 기다려줘. 내가 처리할 일이 생겨서 말이야.”문성경의 시선은 신기철과 신유리 사이를 방황했고 그러다 뭔가 알아차린 듯 물었다.“신유리 씨가 당신이 말한 그 전 와이프 딸이라는 애야?”그녀의 눈빛과 말투는 마치 신기철의 머리 꼭대기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하였다.신유리가 신기철을 다시 볼 때에는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채로 문선경을 달래기 바빴다.문선경은 두 사람을 조롱하기라도 하는 듯 피식 웃더니 신기철의 말대로 먼저 안으로 들어섰고 신유리는 신기철과 문선경 사이가 뭐가 됐건 자신이랑 상관이 없으니 그냥 제 갈길을 가려는 생각뿐이었다.하지만 그녀가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기도 전, 뒤에서 급하게 달려오는 발걸음소리와 신기철의 다급한 부름소리가 들려왔다.“유리야, 잠간만! 기다려.”그의 목소리에 신유리는 발걸음을 멈췄고 신기철은 빠르게 다가와 그녀를 옆으로 잡아당기더니 말했다.“할 말이 있어.”신유리는 자신을 당기는 강한 힘에 흔들려 겨우겨우 중심을 잡은 뒤, 호텔 입구 앞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곳엔 문선경의 모습은 보이지가 않았다.[잘 달랬나
Magbasa pa

제404화

주현은 협박어린 눈빛으로 서준혁을 바라보며 물었는데 그녀의 목소리는 오직 서준혁과 본인만 들을 수 있게 아주 나지막했다.조금 떨어진 곳에 서있던 신유리는 주현이 뭐라고 하는지 전혀 들리지가 않았고 서준혁과 생글생글 웃고 있는 주현을 보다가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고 했다.때마침 식당 밖으로 나오고 있던 이신은 뒤돌아선 신유리와 마주쳤다.“나와서 너 좀 찾으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 없었네.”이신이 먼저 신유리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여기 야경이 너무 예쁘다던데, 같이 가서 구경이나 할래?”그의 말에 신유리는 마침 바람을 쐬고 싶은 마음에 빠르게 허락했고 식당을 멀리 떠나서야 반응이 온건지 이신에게 물었다.“곡연 씨랑 다른 사람들은?”“조금 잇다가 술집 간다더라, 유명한 가수가 있다나 뭐라나...”신유리는 술집 같은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장소는 질색이라 이신과 함께 산책을 나온 것이 꽤나 잘한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곡연 씨가 너 기분 안 좋아 보인다고 하던데... 맞아?”이신이 머뭇거리며 계속 물었다.“왜 안 좋은지 나한테 말해줄 수 있어?”신유리가 아까 나간 시간에 이신은 마침 걸려온 전화를 받으려고 자리를 비웠고 그러는 바람에 서준혁과 주현, 그들이 이곳에 있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다.신유리는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입을 굳게 닫아버렸고 신기철과 문선경 사이는 솔직하게 말해서 자신이랑 큰 상관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하지만 자꾸만 신기철이 말한 말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내가 성남으로 돌아가지 않는건 다 이유가 있어서야, 나도 힘들다고!]신기철이 힘든 이유는 다 신유리 때문이었을까?성남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는 사람이 지금 성남을 건너뛰고 바로 시한에 떡하니 머물고 있으니 말이 안 되는 일이지 않는가?신유리는 신기철에 대한 믿음과 희망 따위는 이미 없어진지 오래였지만 그의 말을 생각하고 그의 모습을 떠올릴수록 마음이 불편했다.다음날 새벽, 신유리는 눈을 뜨자마자 바로 아래로 내려갔고 어제저녁에 다
Magbasa pa

제405화

양예슬과의 대화를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곡연이 찾아왔다. 버닝 스타가 이전에 시한에서 만났던 고객이 식사 초대를 해서 신유리와 함께 가자고 했다. 신유리는 시한에서 이신을 처음 만났던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전시회를 하고 있었다.그런데 오늘 운이 좋지 않았는지 호텔 문을 막 나서자마자 신기철을 마주쳤다. 신기철은 신유리를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지더니 입술을 우물쭈물하며 무언가 말하려는 듯했으나 밖을 한 번 쳐다보고는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신기철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신유리도 굳이 말을 걸지 않았다. 그냥 신기철을 못 본 척 지나쳤다. 다만 신기철은 호텔을 나가자마자 차에 올라타면서 차 문을 여는 순간 한 여성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아마도 문선경일 것이다.고객과의 식사 장소는 시한에서 유명한 한 음식점이었다. 모두가 아는 사이여서 식사 시간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이신은 신유리 옆에 앉아 그녀에게 술을 권하는 고객들을 모두 막아주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유리 씨는 술을 마실 수 없습니다.”고객은 순간 놀랐지만 이내 크게 웃었다. “이 대표님, 정말, 제가 기억하기로는 버닝 스타에 이런 사람이 없었는데? 언제 새로 추가된 겁니까? 내가 당신을 알기 시작한 이후로 버닝 스타에는 새로운 직원이 없었던 것 같은데.”그는 다 아는 척하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신유리와 이신을 번갈아 보았다.신유리는 조금 놀랐는지 이신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버닝 스타는 계속 사람을 뽑지 않았어?"그녀는 버닝 스타도 화인 그룹처럼 정기적으로 인턴을 채용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버닝 스타에 있는 동안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신은 고객과 함께 술을 마셨지만 많이 마시지 않아 은은한 술 냄새만 풍겼다. 그는 일부러 신유리와 거리를 두고 있었지만 그녀의 질문에 가까이 다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뽑아.”신유리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그럼 언제 뽑아? 캠퍼스 리크루트도 해?”이신은 깊은 눈빛으로
Magbasa pa

제406화

금방 문을 나서자마자 신기철이 옆에서 다가왔다.그는 얼굴에 분노가 가득한 채 신유리를 보는 순간 표정이 더욱 어두워져서 물었다.“여기 와서 뭐 하는 거냐, 혹시 몰래 나 따라온 거야? 그리고 아까 문선경이랑 무슨 말을 했는데?”그는 한바탕 밀어붙이더니 표정도 잔뜩 꼬여서는 마치 신유리에게 약점이라도 잡힌 듯 불안해했다.그녀는 신기철이 숨을 돌리고 나서야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내가 문선경이랑 무슨 말을 할까 봐 두렵나 봐요?”신유리는 잔뜩 긴장한 신기철을 보고 단번에 알아챘다.그의 당황스러운 말투는 확실히 수상했다.그녀는 눈알을 굴리며 잠깐 생각에 잠기더니 물었다.“해령에 관한 얘기를 했을까 봐 두려운 거예요? 아니면 부산시에 와이프가 따로 있는 것 때문인가요?”신기철이 부산시에 와이프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게다가 이 사실은 신연이 그녀에게 알려준 것이다.그녀가 부산시에 있는 와이프를 언급하자 신기철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이내 잔뜩 화가 난 얼굴로 당장이라도 그녀의 뺨을 향해 내리칠 듯 손을 뻗었다.“다시 말해 봐.”신유리는 화가 난 신기철이 그저 우습기만 했다. 그녀가 당시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충분히 느꼈다.여자를 위해 가족까지 버리는 남자란.그때의 이연지나 지금의 와이프 문선경이나 신기철을 만난 것은 재수 없는 일이었다.갑자기 뼈마디가 뚜렷한 손이 날아와 신기철의 손목을 낚아채 버렸다.언제 따라왔는지 서준혁은 손을 뻗은 채 신유리의 앞을 가로막은 채 무겁게 말했다.“손찌검하는 습관은 언제 고치실 겁니까?”신기철은 갑자기 나타난 서준혁을 보더니 잠시 멈칫했다.“당신 아까 들어간 거 아니었어?”서준혁은 그를 대꾸하지도 않은 채 고개를 돌려 신유리를 바라보며 물었다.“괜찮아?”신유리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서준혁을 흘겨보고는 신기철을 쳐다봤다.그녀는 수시로 나타나 귀찮게 구는 신기철이 싫증이 났다. 분명히 그녀는 그의 일에 일말의 관심도 없는데 기어코 나타나 트집을 잡으려 했다.다만 신기철 같은 사
Magbasa pa

제407화

서창범 역시 신유리를 보더니 양미간을 찌푸리며 원래부터 엄숙한 기색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신유리는 그의 시선을 맞받으며 가버렸다.저녁은 홀에서 먹기로 했는데 마침 윤아가 전화를 걸어왔다.홀로 갔을 때 문 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모여있었다.하정숙은 주현의 손을 잡고 웃음을 머금은 채 앞장섰고 뒤에는 서창범과 서준혁이 있었다.하정숙은 신유리를 보더니 얼굴의 웃음이 사라지며 표정이 굳어져 버렸다. 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비아냥거렸다.“계속 따라다니나 봐? 껌딱지도 아니고.”주현은 하정숙의 뒤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눈동자에 넘치는 미소는 고고한 자태를 뽐냈다.신유리는 두 사람을 흘겨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사모님께서 많이 한가하신 모양입니다. 서 대표님 영업부에서 환영할 것 같네요.”신유리는 최근 임아중한테서 비아냥거리는 것을 배웠다. 하정숙은 순식간에 표정이 굳어졌다.그녀는 힐끗 보고는 곧장 로비로 들어갔다.비록 신유리는 고개를 돌려보지 않았지만 뒤에서 쏟아지는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하정숙은 신유리의 뒷모습을 한참 노려보더니 얼굴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말했다.“주현아, 이게 가정교육 받지 못한 사람의 밑바닥이야.”주현이 그녀를 달래려는 순간 서준혁은 그들의 곁을 지나치고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했다.“먼저 시비를 걸어놓고 오히려 유리가 가정교육을 못 받았다고?”하정숙은 말문이 막힌 채 얼굴이 굳어져 버렸다. 곁에 있는 주현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준혁의 뒷모습을 쳐다보더니 이내 신유리가 떠난 방향을 바라봤다.그녀는 금세 감정을 정리하고 입술을 깨문 채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래도 준혁 씨는 아직도 유리 씨에게 관심이 많나 봐요. 유리 씨 배 속의 아이가 준혁 씨 아이인지 의심이 들 정도예요.”비록 그녀는 갑자기 말을 꺼냈지만 하정숙은 깜짝 놀랐다.주현은 이내 웃으며 말했다.“그냥 해본 말이에요. 아버님, 어머님께서 그냥 흘려보내세요. 전 그저 준혁 씨가 유
Magbasa pa

제408화

주현은 아까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지만 여전히 사리에 밝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말했다.“그렇다면 축복할게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하정숙의 손목을 잡았던 손을 서서히 놓았다.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어머님, 저 먼저 갈게요. 아까는 지진인 것 같은데 조심하세요.”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주현이 갈 때까지 하정숙은 반응하지 못했다.반면 신유리는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서준혁의 손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오므리더니 그를 밀어냈다.서준혁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가뜩이나 새까만 눈동자는 그녀를 빨아들일 것처럼 깊었다.멀어져가는 주현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 얼굴의 웃음은 온데간데 사라진 채 냉담함만이 남았다.주현은 어릴 때부터 시한에서 자랐다. 이 정도 지진에 두려워할 리 없었다.그녀는 아까 다람쥐가 신유리한테 달려드는 순간 서준혁의 눈빛에 스쳐 가는 감정과 본능적으로 신유리의 배를 감싸 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주현은 심리학을 전공한 데다가 친구에게서 들은 정보까지 감안하면 신유리의 아이가 서준혁의 아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그래서 이 아이를 남겨서는 안 된다.아무리 놀아도 되지만 아이를 가져서는 안되는 것이었다.어떻게 처리할지는 서씨 가문의 일이었다.주현은 홀가분한 마음에 핸드폰을 꺼내 문선경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지진 때문에 그들은 다시 펜션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큰 규모의 지진은 아니었지만 신유리와 같이 지진을 처음 겪어본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여진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하산할 엄두가 없었다. 잠시 펜션에서 머물다가 다음날 다시 성남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곡연은 신유리의 곁에 앉은 채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신유리의 배를 바라보며 말했다.“언니, 혹시 어디 불편하진 않죠? 아까 많이 놀랐을 텐데. 우리 엄마가 임산부는 놀라면 안 된다고 했어요.”신유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편한 곳은 없었지만 아까 다람쥐가 갑자기 달려들 때 확실
Magbasa pa

제409화

다음날, 시한을 떠날 때 날씨는 맑았다. 비행기가 성남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오후 1시였다. 그들은 함께 불고기를 먹으러 가기로 약속했다. 신유리는 착륙하고 핸드폰을 켜자마자 신기철이 걸어온 몇 개의 부재중 전화와 남긴 메시지가 떴는데 성남에 온다고 했다. 신유리는 그가 성남에 오든 말든 관심이 없어 메시지를 삭제하고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휴가를 마치고 오니 연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잔뜩 쌓여있었다. 그날 저녁, 신유리는 성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작업실로 가서 여러 고객의 문제를 처리했다. 그녀는 곧 부산시로 돌아가야 하기에 해야 할 일을 마저 끝내야 했다. 곡연은 그녀의 몰입 속도에 감탄했다. “언니처럼 명절증후군이 없는 사람이 제일 무서워요. 이러다 저 먼저 갈 것 같아요.”비록 그녀는 그렇게 말을 했지만 사실 손에 서류를 잔뜩 들고 있었다. “먼저 갈게요. 빨리 서류를 보내야 해서.”곡연이 나가자 별장 전체가 조용해졌다. 이신은 아침 일찍부터 부서 사람들에게 불려 가 회의에 참석했고 별장에는 신유리만 남았다. 그러나 곡연은 나간 지 5분도 지나지 않아 안색이 어두워진 채 돌아왔다. “언니 아버지가 언니를 만나겠다고 밖에 있어요. 지금 경비원이 막고 있어요.”신유리는 어리둥절해서 핸드폰을 봤는데 어젯밤 신기철이 성남에 도착했다는 메시지가 있었다.그녀는 눈을 내리깐 채 말했다. “경비원에게 부탁해 줘.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아.”신기철은 그녀를 좋은 일로 찾은 적이 없었다. 게다가 시한에서 있었던 일 때문에 신유리는 지금 신기철을 전혀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이곳은 고급 별장 구역이라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지 못했다. 신유리는 곡연에게 말한 뒤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당연히 신기철이 떠났다고 생각했다. 다만 오후에 은행에 가려고 문을 나서자마자 신기철을 마주쳤다. 신기철은 옷도 갈아입지 않아 먼지가 가득했다. 그는 신유리의 앞을 가로막으며 안색도 좋지 않고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밖에서 하루 종일 기다
Magbasa pa

제410화

의사 사무실에서 나온 신유리는 머리가 하얘졌다. 그녀는 간신히 벽을 짚으며 당장이라도 쓰러질듯한 몸을 가누었다. 기형아라는 세 글자가 줄곧 그녀의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는 두려움과 막막함에 그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괜찮을 거야.”이신은 차분하게 말했다. 그는 신유리를 감싸안으며 자신한테 의지하게 했다. “기형아일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아. 네가 얼마나 건강한데. 오진일 수도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신유리는 그 말에 위안이라도 받은 듯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이신의 손을 꽉 잡았다. 다만 어눌한 말투로 말했다. “그래, 재검사해야지. 재검사…”이신은 고개를 숙이고 입술을 오므린 채 목젖을 아래 우로 굴렸다. “걱정하지 마, 아무 일도 없을 거야.”신유리는 말할 수 없는 당황스러움이 그녀의 온몸을 휩쓸었다. 온몸이 나른하여 힘을 쓰자마자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이신은 그녀를 부축이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두려워하지 마. 내가 있잖아.”“응.”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신의 힘을 빌려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러나 일어나기도 전에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신유리는 무의식 간에 고개를 들어보니 서준혁이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그녀는 그의 얼굴을 똑똑히 볼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신유리는 눈을 깜박이며 이신의 팔을 잡았던 손을 천천히 조이며 쉬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힘이 전혀 없어서 일어나지 못하겠어.”이신은 고개를 들어 반쯤 감은 눈으로 서준혁을 바라보았다.그러나 그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신유리의 어깨를 쓰다듬더니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럼 조금 있다 가자.”신유리는 그의 팔을 잡은 채 그에게 기대있었다. 게다가 이신도 그녀의 어깨를 쓰다듬고 있어 두 사람은 더욱 다정해 보였다.서준혁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새까만 눈동자는 더욱 어두워졌다.그는 입술을 오므린 채 뚜렷한 그의 이목구비는 더욱 차가워 보였다. 그는 시선을 신유리에게 고정한
Magbasa pa
PREV
1
...
3940414243
...
55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