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고 다의 모든 챕터: 챕터 381 - 챕터 390

549 챕터

제381화

신유리의 말은 서준혁을 보고했는데 그녀는 서준혁을 떠보는 거였다.그러나 서준혁은 담담한 얼굴로 눈꺼풀만 치켜들며 되물었다.“그래요?”“그럼 누군지 아세요?”신유리가 따졌다.양세원을 내세워 송지음의 변호를 맡기고 송지음에게 그런 말을 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지위가 낮지 않을 것이다.신유리는 그녀가 부산에서 서준혁과 관련된 모든 인물을 머릿속으로 생각했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서준혁에게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서준혁이 그녀를 보는 검은 눈은 깊고 차분해 보였다.한참 뒤 그는 눈꺼풀이 가볍게 움직였다.“모르는데요.”신유리는 그를 뚫어지라 쳐다보았지만 이상한 감정을 감지하지 못했고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돌렸다.그 후 정혜는 몇 가지 질문을 더 했고 신유리는 일일이 대답해 주었는데 모두 서류에 적힌 것과 비슷했다.“알겠습니다. 구체적인 정황은 잘 알겠어요. 앞으로 또 문제가 있으면 연락할게요.”정혜는 그렇게 대답하고 나서 신유리에게 뭔가를 건네주었다.“절차에 관한 수첩이에요. 봐두시면 좋을 듯싶어요.”신유리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떠나려는데 마침 장원이 들어왔는데 손에 봉투를 들고 있었다.“선생님, 물건은 이미 가져왔습니다.”정혜는 고개도 안 들고 말했다.“서 대표님께 전해드려.”어쩐지 서준혁이 계속 가지 않더라니... 신유리는 입술을 오므리고 문을 나섰다.사무실에서 하던 일을 마친 정혜는 고개를 들어 서준혁을 바라보며 안경을 밀었다.“대표님은 뭐 더 물어보실 거 있으세요? 없으시면 저도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서요.”서준혁은 표정 한 번 안 변하고 물었다.“변호사님은 자신이 양세원과 비교해 얼마나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세요?”정혜는 잠시 멈칫했다. 그런 걸 물어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다만 서준혁은 현재 한바다 로펌의 큰 고객이라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도 진중하게 대답했다.“100%는 장담 못 하겠지만 모든 사건에 대해 책임지고 할 겁니다.”신유리는 밖에서 10분을 기다려서야
더 보기

제382화

임아중의 움직임이 작지 않아 신유리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이 이미 먼저 달려왔다.임아중이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신유리는 아무 말 없이 서 있다가 사람들을 밀치고 계단을 내려갔다.그녀의 머릿속은 방금 몇 초 동안 하얘졌는데 이제야 정신이 들었다.이신도 빠르게 움직여 바로 그녀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경찰서 사람들도 통지를 받고 병실 입구를 지키고 있었는데 표정이 매우 엄숙했다.신유리와 계속 연락을 하던 엄 형사가 신유리를 한 번 쳐다보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2층에서 뛰어내렸는데 아래층 나무에 걸쳐져 다리와 손의 뼈를 다쳤고 생명의 위험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의사 선생님이 안에서 상황을 보고 계시고요.”“어디에서 뛰어내린 거죠?”병원의 창문은 모두 엄격히 규정되어 있어서 열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었고 이연지는 또한 현재 공안국에서 보내온 사람들이 24시간 문 앞을 지키고 있어 병실을 나갈 수 없었다.하지만 엄 형사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안 좋아졌다.“창문의 제한기를 뜯었더군요.”다만 이연지가 뛰어내리는 시간을 교묘하게 선택했다는 거다.아침 5시 40분, 모든 사람이 긴장을 풀고 있을 때 그녀가 창턱에 올라섰다는 것이 발견되었다.신유리는 엄 형사가 건넨 동영상을 보았는데 이연지가 창턱에 앉아 머리와 옷이 뒤죽박죽인 채 뭐라고 중얼거리는 걸 발견했다.그러다 그녀의 시야가 가려지고 곧 휴대폰 잠금 소리가 들렸다.이신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보지마.”그의 손바닥이 약간 뜨거웠는데 신유리의 눈을 막아 막판에 이연지가 뛰어내리는 부분을 보지 못하게 했다.서준혁의 서늘한 시더우드와는 달리 이신의 몸에서 나는 향은 더욱 신선하고 은은한 민트향이었다.신유리의 속눈썹이 떨리면서 이신의 손바닥을 스쳤다.이신은 손바닥이 근질근질해지자 무의식적으로 손을 거두어 몸 옆에 웅크려 놓았다.그는 눈꺼풀을 늘어뜨리고 이상한 감정을 감추었고 시선은 다시 신유리를 바라보며 가벼운 기침과 함
더 보기

제383화

이신은 옅은 한숨을 내뱉고는 아까와는 달리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서있었다.다른 사람들은 병원에서 나오고 나서 다 각자 일이 바빠 떠나버렸고 그러는 바람에 온 별장에는 두 사람밖에 남지 않아버렸다.이신은 신유리를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지그시 바라보더니 자상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너무 걱정하지마, 다 잘 될 거야.”신유리의 젓가락은 계란프라이로 향했고 흰자를 톡 터뜨리면 흘러나오는 노른자들은 아주 먹음직스러웠다.그녀는 이미 터져버린 계란프라이를 쳐다보며 나지막한 소리로 이신에게 물었다.“네 생각에는 내가 이번에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응, 이길 수 있어.”이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그녀의 말에 대답해줬고 신유리는 그런 그를 고개를 들어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너 지금 나 위로해주는 거야?”“맞아, 그런데 또 아니야.”이신은 신유리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진지하게 말을 했다.“유리야, 이것 하나는 꼭 명심해야 돼. 이 일에 있어서 넌 원래 잘못한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너 절대로 안져.”“하지만 이연지 씨는 이미... 뛰어내렸어.”신유리는 한참 동안이나 말을 잇지 못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너무 완강하게 나갔던 걸가?완강하고 단호히 결과 하나를 얻고 싶었기에 이연지는 또 다시 미친척하고 바보인척 행동하며 옥상에서 뛰어내려버렸다.신유리는 지금 이연지가 아주 기괴한 자세로 엎드려서 자신의 머리를 수도 없이 박으면서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어때? 지금은 만족하니? 네 마음에 드는 장면이야?]그녀는 지금 무거운 돌덩이 하나가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는 듯 숨이 가빠왔고 호흡이 딸렸다.병원에서 나온 후, 애를 써서 자신의 가슴을 진정시키려는 신유리는 다시 이연지가 미쳐 날뛰는 장면들이 떠오를까 두려웠고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너무나 공포스러웠다.이신은 신유리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의 표정, 행동 하나하나 자세히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유리야, 네가 확실히 좀 완강하기는 했어. 그렇지만
더 보기

제384화

그 순간, 신유리의 허리가 누군가에 의해 감싸지더니 옆으로 슥 비켜나갔고 다행히 윤아를 피할 수가 있었다.그녀의 등은 서준혁의 허리에 닿았고 그의 체온마저 느껴지는 가까운 거리에 신유리는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자세를 다잡았다.“조심하세요.”서준혁이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그의 손은 아직까지도 신유리의 허리를 감싸고 있었고 너무나도 가까운 두 사람의 거리 때문에 서로의 호흡이 느껴져 신유리는 귀가 간지럽기까지 하였다.그녀는 얼른 서준혁에게서 떨어졌고 서준혁은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서있었다.“윤아야!”나하진은 윤아를 향해 같이 뛰어가다가 숨을 헐떡이며 말을 했다.“조심해야지, 천천히 뛰고. 다른 사람한테 부딪히면 어쩌려고 그래?”윤아는 이미 신유리를 지나쳐 바로 나하진의 품으로 쏙 들어갔고 그의 물음에 그제야 고개를 돌려 신유리를 바라보았다.아이는 신유리의 얼굴을 확인하고 먼저는 굳더니 눈을 깜빡거리다가 이내 미소를 띠며 부끄럽다는 듯 얼굴이 빨개졌다.“죄송해요 언니, 일부로 그런거 아니에요.”신유리는 다친곳 하나 없이 멀쩡하기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으며 대답했다.“괜찮아.”윤아는 나하진과 신유리를 번갈아보며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 신유리에게 물었다.“언니, 제 아빠랑 아는 사이였어요?”“어? 그날 그... 그 분들 아니십니까?”마침 뒤에서 따라오던 나준석은 신유리와 서준혁을 알아보고는 말을 걸고는 나하진에게 얼른 두 사람에 대해 소개시켜주었다.“형, 이 분들이 내가 그날에 말한 분들이야. 윤아 자전거에 치였다던 그 분들, 어떻게 서로 알고 있는 거야?”윤아는 나준석의 말에 민망해졌는지 혀를 쏙 내밀고는 말했다.“저 진짜 일부로 그런건 아니에요.”나하진은 가족이라고는 딸 나윤아 한명 뿐인지라 딸 바보라는 소문은 이미 곳곳에 퍼져있었다.나준석의 말을 들은 나하진은 아까와는 달리 더 부드러운 눈빛으로 서준혁과 신유리를 바라보더니 윤아의 손을 잡아 앞으로 걸어나가며 입을 열었다.“저한테 볼 일이 있으시면 천천히 얘기 나눕
더 보기

제385화

한마디 말도 없이 호텔로 돌아가는 신유리는 나하진 쪽은 거의 해결이 된 것 같지만 결과는 어떻게 될지를 확신하지 못해 안심하지 못했다.그녀는 어제 제대로 자지 못하는 바람에 태양혈까지 지끈거려 차에 올라타자마자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려고 했다.차안에는 은은한 향기가 퍼졌고 신유리는 눈을 감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잠에 들어버렸다.누군가에 의해 열려지는 차문소리를 듣고 눈을 번쩍 뜬 신유리는 이석민이 조수석의 문을 열고는 자신을 가만히 보는 모습을 발견했다.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며 핸드폰을 슥 쳐다봤는데 그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밥을 먹은 곳에서 호텔로 오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30분, 신유리는 미간을 조금 찌푸리며 이석민에게 물었다.“언제 도착한 거예요? 도착한지는 얼마나 됐죠?”“서 대표님께서는 이미 올라가서 챙겨야 할 서류를 챙기는 중입니다, 저희는 지금 막 가려던 참이고요.”이석민이 나지막한 소리로 대답했다.신유리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고 갓 내리자마자 서준혁이 호텔 밖으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차 옆에 멈춰서더니 서류들을 이석민에게 건네주고는 신유리에게 무관심한 말투로 물었다.“깼습니까?”“도착했는데 왜 안 깨우셨어요?”정신을 차린지 얼마 되지 않아 몽롱한 신유리는 서준혁에게 되물었고 서준혁은 별일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그 몇 분 더 기다린다고 큰일 나지는 않으니까요.”그는 신유리를 보지도 않으며 시종일관 무뚝뚝하게 굴었고 신유리는 그의 대답에 짧게 대답해주고는 호텔로 발걸음을 옮겼다.하지만 차안에서 쏟아졌던 잠은 아직 덜 깬 건지 방안으로 들어서 침대에 눕자마자 쓰러지듯 스르르 잠에 들었다.임신한 뒤로 잠이 평소보다 더 많아진 신유리는 가끔 밤에 잠에 들지는 못하지만 낮이나, 새벽에 다시 잠을 청하는 것이 쉬워졌다.그녀가 감았던 눈을 떴을 때, 밖은 이미 많이 어둑어둑해진 상태였다.신유리는 몸을 일으켜 침대 맡에 있는 핸드폰을 손에 쥐였고 원래는 시간을 확인하려는
더 보기

제386화

윤아의 까랑까랑하고 맑은 목소리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들렸다.아이의 말에 당황해하던 신유리는 서준혁이 자신의 남자친구가 아니라고 정정할까 고민도 했지만 어린 윤아에게 이런 일로 따지고 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윤아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나하진의 비서가 사무실에서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나 선생님께서 안에서 기다리고 게십니다.”윤아는 그 말을 듣고 바로 신유리의 손을 잡아 끌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을 하고 말을 했다.“언니, 나랑 같이 가요. 내가 데려다줄게요.”아이는 신유리를 당기며 서준혁을 힐끔 쳐다보았고 윤아의 시선을 느낀 서준혁도 평소와 같은 무뚝뚝한 얼굴로 아이를 내려다보았다.나하진은 어제 이미 모든 자료들을 확인한 상태였기에 비서더러 서준혁에게 연락을 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하지만 한세형이 전에 했던 일은 여전히 그의 마음속의 응어리로 남아있는 모양새였다.그는 진지하고도 엄숙한 목소리로 천천히 입을 뗐다.“화인그룹의 자료들 다 확인 했습니다,비록 어떤 곳은 확실히 이번 홍란 입찰회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방법과 방안을 다 세워두었다 하셨으니 괜찮을 것 같네요. 저희 홍란은 화인그룹의 참여를 환영하고 기대하겠습니다.”나하진은 늘 그렇듯 형식적으로 말들을 꺼냈고 신유리와 서준혁도 잘 알고 있으니 구렁이 담 넘어가듯 부드럽게 넘어갔다.신유리와 서준혁도 그렇고 나하진조차도 한세형에 대해서는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어떠한 말도 꺼내지 않았다.이 일이 해결이 됐으니 신유리는 드디어 늘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던 짐을 하나 내려놓은 것만 같았다.[나머지 한 부분은 나중에 얘기해야겠네.]사무실을 나서려고 할 때 윤아는 신이 나 신유리에게 뛰어오며 말했다.“언니, 또 언제 우리아빠 찾으러 올 거예요?”“왜? 무슨 일 있어?”신유리가 물었다.“아니요.”“그냥 저는 언니가 자꾸만 제 친언니 같아서... 친해지고 싶어요.”윤아는 오늘 저번보다 더 신유리에게 달라붙었는데 아마 어젯밤 그녀가 아이와 나눈 대화 때문인
더 보기

제387화

송지음은 신유리를 저주라도 하듯 말을 했고 더 이상 신유리에 대한 악한 감정과 원망을 숨기지 않으려고 마음을 먹은 건지 죽일 듯이 째려보았다.“지금부터 저한테 어떻게 사과할지 생각해두는게 좋을 거예요.”오늘 특별히 평소보다 더 화려하게 꾸며 입은 송지음과 달리 신유리는 올 블랙 의상을 선택했기에 조금 칙칙하고 건조해보이기 그지없었다.송지음의 모습이 코너를 돌고 눈에 보이지 않자 임아중이 잔뜩 화가 나 씩씩 거리며 말을 했다.“저게 도대체 무슨 태도예요? 판사가 뭐 이미 송지음 저 인간이 이겼다고 미리 알려주기라도 했대요?”옆에 있던 이신은 임아중의 말에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아무 말이나 막 하지 맙시다.”그와는 달리 신유리는 어떤 반응도 없었다. 왜냐하면 지금 그녀에게는 조금 뒤에 나올 결과가 더 중요했고 더 궁금했으니까.재판은 10시 정각에 시작되었고 유영석과 박정혜 사이에는 묘한 기싸움이 벌어졌다.박정혜가 내미는 증거들을 미꾸라지처럼 쏙쏙 빠져나가던 유영석은 정의로운 영웅마냥 말했다.“상대편 변호사는 지금 이연지라는 증인을 수도 없이 들먹입니다, 제가 알기로는 그 증인은 이미 정신이 올바르지 못한 상태라던데요. 게다가 바로 며칠전 자살을 하려고 뛰어내린 적도 있었습니다, 그 덕에 지금까지 병원에 입원해있는 상태이고요.”“그리고 이연지 씨 남편인 주국병 씨는 못 갚은 빚만 해도 수십억이고 전에 원고에게 자식으로서 의무를 다해야한다고 고소를 하며 자신의 돈을 갚으라고 협박한 적도 있는 사람입니다.”“이연지 씨의 딸, 많이 아픈 아이라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원고가 제시한 모든 증거들은 다 이 일들이 있은 후의 일이고 그래서 저는 원고가 기회를 노려 저희의 탓으로 돌리며 저희를 모함하려는 의도가 분명히 있음을 알려드리고 싶습니다.”유영석의 청산유수와 같은 말들을 듣는 송지음은 신이 나는지 우쭐거리며 앉아있었고 두터운 화장으로도 그녀의 잘난체하는 표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박정혜는 그런 그들을 담담히 쳐다보다가 물었다.“피고변호사 측은 현
더 보기

제388화

송지음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고 그녀는 애써 정신을 차린뒤에야 주국병의 말에 대꾸해줬다.“저 아세요? 그렇게 저를 막 부를 정도로 저희가 친한가요?”“우리가 안 친했나?”그녀의 대답에 주국병은 사악한 웃음을 짓더니 듣기 거북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근데 난 우리가 되게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전에 나한테 돈도 빌려주겠다고 했잖아, 나 그때 완전 감동받았어.”그의 말에 송지음은 급격히 동공이 흔들리더니 주국병을 경고하듯 노려보며 목소리를 내리깔고는 물었다.“제가 모르는 일을 숨기고 있나요?”주국병은 독을 지닌 뱀과도 같은 눈으로 송지음에게 시선을 고정하더니 입을 열었다.“송 비서님, 나는 오늘 당신이 했던 약속들을 지키러 온 것뿐이야. 애초에 나한테 그 늙어빠진 인간을 인질로 삼으면 돈을 주겠다고 말한 사람은 당신이잖아?”“근데 나는 *발 돈 일전도 받지를 못했어, 게다가 억울하게 지금 옥살이도 당하고 있는데. 넌 나를 속이니까 재밌든?”주국병 또한 얼굴이 점점 더 흉악해졌고 감옥에서는 화장실을 갈 때에도 경찰관과 같이 가야하는 개보다 못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짜증이 난 주국병은 송지음을 뚫어져라 보며 원한들이 가득 차올랐다.송지음은 주국병이 법정에 나타난 뒤로 내내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두꺼운 화장을 한 얼굴로도 그녀의 불안감과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아니요, 헛소리하지마세요. 저는 그쪽을 전혀 알지도 못하잖아요.”그녀는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뗐고 법정안의 모든 사람은 송지음이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주국병도 송지음의 이런 태도를 예상이라도 한 건지 주머니에서 u판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아는지 모르는지는 판사님이 잘 판단해주겠지.”그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다행히 내가 그 정도로 병신이 아니라서, 네가 이렇게 나올 줄 알고 뭐 좀 찍어둔게 있지.”“원래는 나온 뒤에 네가 준 돈으로 사업이나 조그맣게 해볼까 했는데 네가 *발 우리 장인어른도
더 보기

제389화

박정혜는 말을 마친 뒤 그대로 뒤를 돌아 떠났고 신유리는 서준혁을 물끄러미 보며 물었다.“왜 갑자기 오셨어요?”“박 변호사님이 맡은 사건은 볼 가치가 있으니까요.”서준혁은 큰일이 아니라는 듯 검은 눈동자로 신유리를 내려다보며 대답했다.원래 다른 물음도 더 물으려 했던 신유리는 입구에서 급히 달려 들어오는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과 들것을 보고는 입을 다시 닫아버렸다.꽤나 많은 사람들은 이미 정신을 차린 송지음을 들것에 실었는데 그녀의 자세는 누가봐도 괴의하기 그지없었다.한군데에 몰려있던 인파들이 점차 흩어졌고 임아중은 곡연과 함께 얼굴에 미소를 띠고는 신유리에게 다가왔다.“유리야, 오늘 우리 제대로 축배를 들어야지? 이렇게 좋은 일이 또 어디있겠어.”그녀는 서준혁을 흘깃 쳐다보고는 일부로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말을 했다.“서 대표님께서 왜 아직 여기계세요? 방금 송지음 씨 실려간거 못 보셨나요?”서준혁은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임아중은 그의 대답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물었다.“왜 상관이 없으세요? 전에...”신유리는 임아중의 물음에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말을 끊어버리며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이신이는? 맛있는거 먹으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신유리는 임아중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을 알지만 오늘 같은 날에 굳이 그런 주제로 말을 하기가 싫었다.임아중도 신유리의 이런 마음을 알았는지 신유리에게 대답해줬다.“이신 씨 엄지한 씨 따라 나가던데... 그 증인 두 분 아직 계시지 않아?”이연지와 주국병의 얘기를 꺼내자 신유리는 순간 침묵했다.박정혜가 주국병을 찾으러 갔다고 해도 그녀는 날카로운 가시가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얼마나 웃긴 장면이었는가!마지막에 증인으로 나온 사람은 송지음도 이연지도 아닌 주국병이었다니.이연지이 친딸이 아닌 주국병이 손을 댄 그 사람이라니.신유리는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더니 발길을 돌려 자리를 떠나버렸다.그 시각, 밖에는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땅
더 보기

제390화

신유리는 서준혁과 눈이 마주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곧 자신의 시선을 다른 곳에 돌려버렸다.서준혁은 병실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 왔고 신유리의 눈치를 살짝 살피더니 벨을 눌러 의사를 호출해 지금 검사를 받으려고 하였다.신유리가 갑자기 쓰러져버린 이유는 바로 과로 때문이었기에 의사는 약간의 검사를 마친 뒤 휴식과 안정을 잘 취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임산부는 절대로 과로하시면 안 됩니다, 만약 다음에 이런 상황이 또다시 벌어지면 그땐 태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명심하세요.”그녀는 의사가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고개를 돌려 서준혁을 쳐다보며 물었다.“왜 오셨어요?”서준혁은 그녀의 말에 뜨끔 하는가 싶더니 전과는 달리 약간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신유리를 내려다보며 되물었다.“또 어디 불편한데는 없습니까?”“방금 의사선생님이 다 검사했잖아요.”신유리는 여전히 단호하고 딱 잘라 짧은 대답을 했다.서준혁은 그녀의 태도에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라 헤매던 그때, 신유리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별 일 없으시면 먼저 가세요, 조금 잇다가 이신이랑 다른 사람들 올 거예요.”잠에서 깨자마자 서준혁을 본 신유리는 사실 큰 파동이 없었고 그에게 왜 왔는지조차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재판까지 끝났으면 이젠 끝내야지.]서준혁은 신유리의 말에도 떠나지 않았고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며 아까보다는 조금 더 예민해진 말투로 대답했다.“지금 제가 걱정해주고 있는걸 모르는 겁니까?”신유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을 했다.“네, 알아요. 고마워요.”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신유리의 모습에 서준혁은 화가 나 헛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박정혜 변호사님께서 나중에 사무실 한번 오라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이거면 됩니까?”사건이 끝난 뒤에도 다른 일을 더 봐야하지만 이틀이나 쓰러지듯 잠을 잔 신유리 때문에 일은 제자리걸음이었다.신유리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갈게요.”사실 신유리는
더 보기
이전
1
...
3738394041
...
55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