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음의 안색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었고 그녀는 애써 정신을 차린뒤에야 주국병의 말에 대꾸해줬다.“저 아세요? 그렇게 저를 막 부를 정도로 저희가 친한가요?”“우리가 안 친했나?”그녀의 대답에 주국병은 사악한 웃음을 짓더니 듣기 거북한 목소리로 말을 했다.“근데 난 우리가 되게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전에 나한테 돈도 빌려주겠다고 했잖아, 나 그때 완전 감동받았어.”그의 말에 송지음은 급격히 동공이 흔들리더니 주국병을 경고하듯 노려보며 목소리를 내리깔고는 물었다.“제가 모르는 일을 숨기고 있나요?”주국병은 독을 지닌 뱀과도 같은 눈으로 송지음에게 시선을 고정하더니 입을 열었다.“송 비서님, 나는 오늘 당신이 했던 약속들을 지키러 온 것뿐이야. 애초에 나한테 그 늙어빠진 인간을 인질로 삼으면 돈을 주겠다고 말한 사람은 당신이잖아?”“근데 나는 *발 돈 일전도 받지를 못했어, 게다가 억울하게 지금 옥살이도 당하고 있는데. 넌 나를 속이니까 재밌든?”주국병 또한 얼굴이 점점 더 흉악해졌고 감옥에서는 화장실을 갈 때에도 경찰관과 같이 가야하는 개보다 못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생각하면 할수록 억울하고 짜증이 난 주국병은 송지음을 뚫어져라 보며 원한들이 가득 차올랐다.송지음은 주국병이 법정에 나타난 뒤로 내내 정신을 차리지 못했는데 두꺼운 화장을 한 얼굴로도 그녀의 불안감과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아니요, 헛소리하지마세요. 저는 그쪽을 전혀 알지도 못하잖아요.”그녀는 나지막한 소리로 입을 뗐고 법정안의 모든 사람은 송지음이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주국병도 송지음의 이런 태도를 예상이라도 한 건지 주머니에서 u판 하나를 꺼내며 말했다.“아는지 모르는지는 판사님이 잘 판단해주겠지.”그는 자신만만한 표정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다행히 내가 그 정도로 병신이 아니라서, 네가 이렇게 나올 줄 알고 뭐 좀 찍어둔게 있지.”“원래는 나온 뒤에 네가 준 돈으로 사업이나 조그맣게 해볼까 했는데 네가 *발 우리 장인어른도
박정혜는 말을 마친 뒤 그대로 뒤를 돌아 떠났고 신유리는 서준혁을 물끄러미 보며 물었다.“왜 갑자기 오셨어요?”“박 변호사님이 맡은 사건은 볼 가치가 있으니까요.”서준혁은 큰일이 아니라는 듯 검은 눈동자로 신유리를 내려다보며 대답했다.원래 다른 물음도 더 물으려 했던 신유리는 입구에서 급히 달려 들어오는 하얀 가운을 입은 사람들과 들것을 보고는 입을 다시 닫아버렸다.꽤나 많은 사람들은 이미 정신을 차린 송지음을 들것에 실었는데 그녀의 자세는 누가봐도 괴의하기 그지없었다.한군데에 몰려있던 인파들이 점차 흩어졌고 임아중은 곡연과 함께 얼굴에 미소를 띠고는 신유리에게 다가왔다.“유리야, 오늘 우리 제대로 축배를 들어야지? 이렇게 좋은 일이 또 어디있겠어.”그녀는 서준혁을 흘깃 쳐다보고는 일부로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말을 했다.“서 대표님께서 왜 아직 여기계세요? 방금 송지음 씨 실려간거 못 보셨나요?”서준혁은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그게 저랑 무슨 상관입니까?”임아중은 그의 대답에 미간을 찌푸리더니 물었다.“왜 상관이 없으세요? 전에...”신유리는 임아중의 물음에 무의식적으로 그녀의 말을 끊어버리며 대화의 주제를 바꿨다.“이신이는? 맛있는거 먹으러 간다고 하지 않았어?”신유리는 임아중이 자신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을 알지만 오늘 같은 날에 굳이 그런 주제로 말을 하기가 싫었다.임아중도 신유리의 이런 마음을 알았는지 신유리에게 대답해줬다.“이신 씨 엄지한 씨 따라 나가던데... 그 증인 두 분 아직 계시지 않아?”이연지와 주국병의 얘기를 꺼내자 신유리는 순간 침묵했다.박정혜가 주국병을 찾으러 갔다고 해도 그녀는 날카로운 가시가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얼마나 웃긴 장면이었는가!마지막에 증인으로 나온 사람은 송지음도 이연지도 아닌 주국병이었다니.이연지이 친딸이 아닌 주국병이 손을 댄 그 사람이라니.신유리는 눈빛이 점점 차가워지더니 발길을 돌려 자리를 떠나버렸다.그 시각, 밖에는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땅
신유리는 서준혁과 눈이 마주치고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곧 자신의 시선을 다른 곳에 돌려버렸다.서준혁은 병실 안으로 뚜벅뚜벅 걸어들어 왔고 신유리의 눈치를 살짝 살피더니 벨을 눌러 의사를 호출해 지금 검사를 받으려고 하였다.신유리가 갑자기 쓰러져버린 이유는 바로 과로 때문이었기에 의사는 약간의 검사를 마친 뒤 휴식과 안정을 잘 취해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임산부는 절대로 과로하시면 안 됩니다, 만약 다음에 이런 상황이 또다시 벌어지면 그땐 태아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명심하세요.”그녀는 의사가 떠나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고개를 돌려 서준혁을 쳐다보며 물었다.“왜 오셨어요?”서준혁은 그녀의 말에 뜨끔 하는가 싶더니 전과는 달리 약간 부드러워진 눈빛으로 신유리를 내려다보며 되물었다.“또 어디 불편한데는 없습니까?”“방금 의사선생님이 다 검사했잖아요.”신유리는 여전히 단호하고 딱 잘라 짧은 대답을 했다.서준혁은 그녀의 태도에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라 헤매던 그때, 신유리가 다시 말을 이어갔다.“별 일 없으시면 먼저 가세요, 조금 잇다가 이신이랑 다른 사람들 올 거예요.”잠에서 깨자마자 서준혁을 본 신유리는 사실 큰 파동이 없었고 그에게 왜 왔는지조차 물어보고 싶지 않았다.[재판까지 끝났으면 이젠 끝내야지.]서준혁은 신유리의 말에도 떠나지 않았고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며 아까보다는 조금 더 예민해진 말투로 대답했다.“지금 제가 걱정해주고 있는걸 모르는 겁니까?”신유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을 했다.“네, 알아요. 고마워요.”찔러도 피 한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신유리의 모습에 서준혁은 화가 나 헛웃음을 칠 수밖에 없었다.“박정혜 변호사님께서 나중에 사무실 한번 오라고 전해달라고 했습니다, 이거면 됩니까?”사건이 끝난 뒤에도 다른 일을 더 봐야하지만 이틀이나 쓰러지듯 잠을 잔 신유리 때문에 일은 제자리걸음이었다.신유리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갈게요.”사실 신유리는
신유리는 속눈썹을 내리깔며 안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 사람들은 많았고, 모두 송지음의 병실 문 앞에 모여 구경하고 있었다. 신유리는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아 걸음을 옮겨 서준혁을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손목이 가볍게 잡혀 고개를 들어보니 서준혁의 짙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는 신유리를 보며 말했다. “밖에 비 와.”신유리는 걸음을 멈추고 눈에 의문을 띈 채 서준혁을 바라보며 무슨 뜻인지 묻고 싶었다. 이 갑작스럽고 알 수 없는 태도로 인해 신유리는 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송지음 어머니가 또 따라와 서준혁 옆으로 바짝 붙으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우리 지음이가 대표님과 만날 때 절대 대표님을 배신한 적이 없어요. 나중에 잘못한 것도 대표님과 다투다가 그런 거잖아요. 서로 싸웠던 그 시간 동안, 우리 애는 집에서 매일 밥도 못 먹고 지냈다고요...”그녀는 오직 송지음을 위해 변명만 하느라 서준혁 옆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신유리는 그녀에게 강제로 밀려 반걸음 옆으로 비켜섰고 만약 임아중이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옆 사람과 부딪쳤을 것이다. 임아중은 성격이 급해서 바로 불같이 밀어붙였다. “아줌마, 옆에 사람 안 보이세요? 밀치긴 왜 밀쳐요? 그러다가 다치면 당신이 돈 물어줘야 하는 거 알죠?”송지음 어머니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낮은 목소리로 신유리에게 짧게 사과하고는 다시 서준혁에게 매달렸다. 신유리는 더 이상 그에게 묻고 싶은 것도 없어 임아중과 함께 떠났다. 신유리의 모습이 완전히 모퉁이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서준혁은 묵묵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그제야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중년 아줌마를 바라보았다. 송지음 어머니는 애처로운 목소리를 갑자기 멈추더니 서준혁의 시선을 받으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신유리와 임아중이 병원을 나서기도 전에 밖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고
서준혁의 목소리는 무겁고 마치 밖의 비처럼 땅바닥에 부딪힐 때마다 차가운 기운이 퍼져나갔다. 신유리는 문득 연우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부산시에서 누군가 송지음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했는데 그의 이름은 바로 신연이었다.신유리의 얼굴은 약간 굳어졌고 임아중은 믿기지 않다는 듯 말했다.“누가 도와준다고? 서준혁, 너 지금 말 지어내는 거 아니야? 무슨 병이 있어서 석방을 해? 그년이 무슨 병이 있다고?”서준혁을 바라보는 신유리의 시선은 점점 깊어졌다.“진짜예요.”이석민은 말을 끊으며 서준혁을 한 번 흘끗 쳐다보더니 임아중의 말에 반박했다. “부산시 쪽에 누군가가 있어요. 유리 씨의 소송이 승소한 날, 화인 그룹 측에서도 송지음을 상업 절도로 상소를 했고 대표님께서도 요즘 계속 여러 조사에 협조하고 있어요.”“그런데도 이상하게 부산시 쪽에서 계속 방해하고 있어요. 현재로서는 누가 뒤에서 조종하는지 알 수 없어요.”이석민의 설명에 신유리는 약간 얼굴이 굳어졌다.반면 임아중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듯하게 말하네. 송지음이 부산시에서 높은 사람이라도 붙잡기라도 했다는 거야? 서준혁, 너 그럼 당한 거네?”별장에 도착해서 차가 막 멈추자마자 임아중의 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차에서 내려 전화를 받으러 갔다.신유리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서준혁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이석민을 보자 그는 눈치 빠르게 차에서 내렸다.차 문이 열리면서 비 냄새가 스며들어왔다. 신유리는 직접적으로 말했다. “부산시에서 송지음의 뒤를 봐주는 건 아마 신연일 거야.”서준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새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어?”신유리는 서준혁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그날 송지음이 직접 말했어. 게다가 한세형은 그럴 능력이 없어.”부산시에서 성남시까지 손을 뻗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었다. 신유리는 마음속에 의문이 많았지만 냉정하게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
라운지 바의 어두운 조명 아래 서준혁은 온몸이 거의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었다. 우서진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짜증스럽게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장난하지 마.”그제야 서준혁은 눈을 들어 우서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장난?”우서진은 서준혁을 바라보며 하려던 말을 되레 삼켜버렸다가 결국 술을 반쯤 들이키더니 이내 직설적으로 물었다. “너랑 신유리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그들과 친한 사람들은 서준혁과 신유리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최근의 일이 아니라 오래된 일이었다. 대부분 사람은 서준혁이 신유리에게 흥미를 잃었기 때문에 그녀를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서진만은 서준혁이 한때 진심으로 신유리에게 프러포즈하려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필 그때 서준혁은 신유리와 서창범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신유리는 서창범에게 절대 서준혁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서준혁의 비서일 뿐 그 이상은 없다고 말했다.서준혁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 신유리가 그렇게까지 말했으니 더 이상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우서진은 그때 서준혁이 갖고 있던 반지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서준혁과 신유리의 관계가 점점 멀어졌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났다.오늘 밤 그들은 친구 생일 파티를 위해 라운지 바에 모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서준혁은 우서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고 그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우서진은 문득 생각난 듯 무심한 표정으로 술잔을 들어 서준혁의 잔에 부딪히며 말했다. “주현이 최근 몇몇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고 있는데 너에 대해 알아보는 것 같아. 그녀를 몇 번 봤는데 꽤 역은 것 같더라고.”서준혁은 짧게 대답했고 우서진은 눈치 있게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 “부산시 쪽은 순조로워? 최근 하씨 가문에서 뭔가를 꾸미고 있는 모양인데.”서준혁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고 우서진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말했다.“난 아직도 네 아버지가
신유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우서진과 그 일행을 보지 못했고 그녀와 우서진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못 본 척하고 지나가려 했지만 우서진이 먼저 그녀를 불러 세웠고 신유리도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서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탐구하듯이 바라보았다.그는 비웃는 말투로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유리야, 갈수록 못생겨지네?”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이 상태로 무슨 수로 주현이랑 경쟁하겠어?”신유리는 최근 많은 일을 겪으며 스트레스가 컸고 아무리 몸보신을 해도 여전히 말라 있었다. 그녀의 이목구비는 원래 뚜렷한 데다가 몸무게가 빠지다 보니 지금은 병약미가 더 해졌다. 우서진의 말은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다.신유리는 원래 우서진을 무시하려 했지만 주현이라는 이름을 듣고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주현은 하정숙이 눈여겨본 며느릿감이었고 우서진이 이미 주현을 알고 있다는 것은 그녀와 서준혁의 관계가 곧 밝혀질 것임을 뜻했다.신유리는 눈을 내리깐 채 눈동자에는 비웃음이 스쳤다. 송지음의 일이 끝나기도 전에 주현이 나타났으니 하정숙과 서창범이 많이 급한 모양이었다. 우서진은 신유리의 시선을 눈치채고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을 꺼내려는 순간 뒤에서 이신이 다가왔다. 이신은 신유리 옆에 서서 우서진의 시선을 가로막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발밑 조심해.”이 가게는 유니크한 분위기로 입구의 타일을 일부러 울퉁불퉁하게 디자인했는데 자칫 잘못하면 넘어지기 쉬웠다.우서진은 신유리에게 닿았던 시선이 이신 때문에 끊기자 불쾌해하며 그들이 들어갈 때까지 지켜보았다. 주현은 주저하며 우서진에게 물었다.“아까는 이정의 형인 거죠?”우서진은 시선을 거두며 담담하게 말했다.“사생아에게 밀려난 쓸모없는 인간일 뿐이죠."신유리와 이신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이나와 요한은 이미 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그들이 나타나자 이나는 급히 일어서며 물었다.“왜 이렇게 늦었어?”“길이 막혔어.”이
작은 눈송이들이 떨어지며 마침 바람에 날려 신유리의 눈가에 내려앉아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는 서준혁에게 잡힌 손목을 바라보며 속눈썹을 가볍게 움직이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서준혁의 새까만 눈동자에 신유리의 무표정한 얼굴이 비쳤다. 그는 잠깐 침묵하다가 신유리의 손목을 잡았던 손을 천천히 풀더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버닝 스타의 마지막 보고서가 아직 화인 그룹에 제출되지 않았어."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 “작업실이 휴가 중이라 보고서는 연후에 제출될 거야.”서준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연후에는 중요한 일이 많아서 버닝 스타의 보고서가 우선 처리되지 않을 거야.”신유리는 고개를 들어 그와 잠시 눈을 마주쳤다. 조금 후 그녀는 별수 없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그녀는 말을 마치고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 보고서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몇 걸음 걷지 않아 서준혁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 멈췄다. 이번에는 그녀가 묻기도 전에 먼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홍란의 계획이 연후에 바로 시작될 예정이라 많은 세부 사항을 논의해야 해.”홍란의 입찰은 다음 해 2월에 정식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연후가 지나면 바로 제출해야 했다. 신유리는 서준혁이 집으로 따라 들어오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서준혁은 신유리의 집에 처음 가보는 것이었다. 그는 단지의 낡은 모습을 보고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는 확실히 너무 낡았다. 각 건물의 벽은 벗겨지고 있었고 내부의 얼룩이 드러나 있었다.1층의 녹지대에는 온갖 종류의 채소가 심겨 있었고 창문 밖에 걸린 막대기에는 각종 명절 음식이 걸려 있었다. 낡은 단지라 평소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오늘은 그래도 크고 작은 가방을 들고 설 쇠러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많았다.신유리는 문을 열고 돌아보자 서준혁의 불만 가득한 눈빛에 그녀는 별로 개의 않았다. “문 닫을 때 조심해. 여기 방음이 별로 안 좋아.”그녀는 신발장에서 일회용 슬리퍼를 찾아 서준혁에게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