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나 말고 다: Chapter 391 - Chapter 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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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신유리는 속눈썹을 내리깔며 안색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의 말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여기 사람들은 많았고, 모두 송지음의 병실 문 앞에 모여 구경하고 있었다. 신유리는 더 이상 여기 있고 싶지 않아 걸음을 옮겨 서준혁을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손목이 가볍게 잡혀 고개를 들어보니 서준혁의 짙은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는 신유리를 보며 말했다. “밖에 비 와.”신유리는 걸음을 멈추고 눈에 의문을 띈 채 서준혁을 바라보며 무슨 뜻인지 묻고 싶었다. 이 갑작스럽고 알 수 없는 태도로 인해 신유리는 좋은 쪽으로 생각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가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송지음 어머니가 또 따라와 서준혁 옆으로 바짝 붙으며 입을 열었다.“대표님, 우리 지음이가 대표님과 만날 때 절대 대표님을 배신한 적이 없어요. 나중에 잘못한 것도 대표님과 다투다가 그런 거잖아요. 서로 싸웠던 그 시간 동안, 우리 애는 집에서 매일 밥도 못 먹고 지냈다고요...”그녀는 오직 송지음을 위해 변명만 하느라 서준혁 옆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신유리는 그녀에게 강제로 밀려 반걸음 옆으로 비켜섰고 만약 임아중이 잡아주지 않았더라면 옆 사람과 부딪쳤을 것이다. 임아중은 성격이 급해서 바로 불같이 밀어붙였다. “아줌마, 옆에 사람 안 보이세요? 밀치긴 왜 밀쳐요? 그러다가 다치면 당신이 돈 물어줘야 하는 거 알죠?”송지음 어머니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낮은 목소리로 신유리에게 짧게 사과하고는 다시 서준혁에게 매달렸다. 신유리는 더 이상 그에게 묻고 싶은 것도 없어 임아중과 함께 떠났다. 신유리의 모습이 완전히 모퉁이 너머로 사라질 때까지 서준혁은 묵묵히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그제야 차가운 눈빛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중년 아줌마를 바라보았다. 송지음 어머니는 애처로운 목소리를 갑자기 멈추더니 서준혁의 시선을 받으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신유리와 임아중이 병원을 나서기도 전에 밖에는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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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서준혁의 목소리는 무겁고 마치 밖의 비처럼 땅바닥에 부딪힐 때마다 차가운 기운이 퍼져나갔다. 신유리는 문득 연우진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부산시에서 누군가 송지음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했는데 그의 이름은 바로 신연이었다.신유리의 얼굴은 약간 굳어졌고 임아중은 믿기지 않다는 듯 말했다.“누가 도와준다고? 서준혁, 너 지금 말 지어내는 거 아니야? 무슨 병이 있어서 석방을 해? 그년이 무슨 병이 있다고?”서준혁을 바라보는 신유리의 시선은 점점 깊어졌다.“진짜예요.”이석민은 말을 끊으며 서준혁을 한 번 흘끗 쳐다보더니 임아중의 말에 반박했다. “부산시 쪽에 누군가가 있어요. 유리 씨의 소송이 승소한 날, 화인 그룹 측에서도 송지음을 상업 절도로 상소를 했고 대표님께서도 요즘 계속 여러 조사에 협조하고 있어요.”“그런데도 이상하게 부산시 쪽에서 계속 방해하고 있어요. 현재로서는 누가 뒤에서 조종하는지 알 수 없어요.”이석민의 설명에 신유리는 약간 얼굴이 굳어졌다.반면 임아중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럴듯하게 말하네. 송지음이 부산시에서 높은 사람이라도 붙잡기라도 했다는 거야? 서준혁, 너 그럼 당한 거네?”별장에 도착해서 차가 막 멈추자마자 임아중의 전화가 울렸다. 그녀는 확인도 하지 않고 바로 차에서 내려 전화를 받으러 갔다.신유리는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고 서준혁은 그녀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이석민을 보자 그는 눈치 빠르게 차에서 내렸다.차 문이 열리면서 비 냄새가 스며들어왔다. 신유리는 직접적으로 말했다. “부산시에서 송지음의 뒤를 봐주는 건 아마 신연일 거야.”서준혁은 잠시 멈칫하더니 새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알았어?”신유리는 서준혁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 “그날 송지음이 직접 말했어. 게다가 한세형은 그럴 능력이 없어.”부산시에서 성남시까지 손을 뻗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었다. 신유리는 마음속에 의문이 많았지만 냉정하게 분석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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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라운지 바의 어두운 조명 아래 서준혁은 온몸이 거의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었다. 우서진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짜증스럽게 머리를 쥐어뜯으며 말했다. “장난하지 마.”그제야 서준혁은 눈을 들어 우서진을 바라보았다. 그는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장난?”우서진은 서준혁을 바라보며 하려던 말을 되레 삼켜버렸다가 결국 술을 반쯤 들이키더니 이내 직설적으로 물었다. “너랑 신유리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그들과 친한 사람들은 서준혁과 신유리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최근의 일이 아니라 오래된 일이었다. 대부분 사람은 서준혁이 신유리에게 흥미를 잃었기 때문에 그녀를 버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서진만은 서준혁이 한때 진심으로 신유리에게 프러포즈하려 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필 그때 서준혁은 신유리와 서창범의 대화를 듣게 되었다. 신유리는 서창범에게 절대 서준혁과 결혼하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서준혁의 비서일 뿐 그 이상은 없다고 말했다.서준혁은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라 신유리가 그렇게까지 말했으니 더 이상 그녀에게 다가갈 수 없었다.우서진은 그때 서준혁이 갖고 있던 반지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기억나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서준혁과 신유리의 관계가 점점 멀어졌다는 것만 어렴풋이 기억났다.오늘 밤 그들은 친구 생일 파티를 위해 라운지 바에 모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은 다시 시끌벅적해졌다. 서준혁은 우서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고 그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우서진은 문득 생각난 듯 무심한 표정으로 술잔을 들어 서준혁의 잔에 부딪히며 말했다. “주현이 최근 몇몇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고 있는데 너에 대해 알아보는 것 같아. 그녀를 몇 번 봤는데 꽤 역은 것 같더라고.”서준혁은 짧게 대답했고 우서진은 눈치 있게 화제를 바꾸며 물었다. “부산시 쪽은 순조로워? 최근 하씨 가문에서 뭔가를 꾸미고 있는 모양인데.”서준혁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고 우서진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말했다.“난 아직도 네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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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신유리는 꽤 오랜 시간 동안 우서진과 그 일행을 보지 못했고 그녀와 우서진의 관계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못 본 척하고 지나가려 했지만 우서진이 먼저 그녀를 불러 세웠고 신유리도 어쩔 수 없이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서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그녀를 탐구하듯이 바라보았다.그는 비웃는 말투로 하찮다는 듯이 말했다.“유리야, 갈수록 못생겨지네?”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이 상태로 무슨 수로 주현이랑 경쟁하겠어?”신유리는 최근 많은 일을 겪으며 스트레스가 컸고 아무리 몸보신을 해도 여전히 말라 있었다. 그녀의 이목구비는 원래 뚜렷한 데다가 몸무게가 빠지다 보니 지금은 병약미가 더 해졌다. 우서진의 말은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아 일부러 그렇게 말한 것이다.신유리는 원래 우서진을 무시하려 했지만 주현이라는 이름을 듣고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주현은 하정숙이 눈여겨본 며느릿감이었고 우서진이 이미 주현을 알고 있다는 것은 그녀와 서준혁의 관계가 곧 밝혀질 것임을 뜻했다.신유리는 눈을 내리깐 채 눈동자에는 비웃음이 스쳤다. 송지음의 일이 끝나기도 전에 주현이 나타났으니 하정숙과 서창범이 많이 급한 모양이었다. 우서진은 신유리의 시선을 눈치채고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을 꺼내려는 순간 뒤에서 이신이 다가왔다. 이신은 신유리 옆에 서서 우서진의 시선을 가로막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발밑 조심해.”이 가게는 유니크한 분위기로 입구의 타일을 일부러 울퉁불퉁하게 디자인했는데 자칫 잘못하면 넘어지기 쉬웠다.우서진은 신유리에게 닿았던 시선이 이신 때문에 끊기자 불쾌해하며 그들이 들어갈 때까지 지켜보았다. 주현은 주저하며 우서진에게 물었다.“아까는 이정의 형인 거죠?”우서진은 시선을 거두며 담담하게 말했다.“사생아에게 밀려난 쓸모없는 인간일 뿐이죠."신유리와 이신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이나와 요한은 이미 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그들이 나타나자 이나는 급히 일어서며 물었다.“왜 이렇게 늦었어?”“길이 막혔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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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작은 눈송이들이 떨어지며 마침 바람에 날려 신유리의 눈가에 내려앉아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다. 그녀는 서준혁에게 잡힌 손목을 바라보며 속눈썹을 가볍게 움직이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일인데?”서준혁의 새까만 눈동자에 신유리의 무표정한 얼굴이 비쳤다. 그는 잠깐 침묵하다가 신유리의 손목을 잡았던 손을 천천히 풀더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버닝 스타의 마지막 보고서가 아직 화인 그룹에 제출되지 않았어."신유리는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 “작업실이 휴가 중이라 보고서는 연후에 제출될 거야.”서준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연후에는 중요한 일이 많아서 버닝 스타의 보고서가 우선 처리되지 않을 거야.”신유리는 고개를 들어 그와 잠시 눈을 마주쳤다. 조금 후 그녀는 별수 없다는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잠시만 기다려.”그녀는 말을 마치고 아파트 단지에 들어가 보고서를 찾으려고 했다. 그러나 몇 걸음 걷지 않아 서준혁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 멈췄다. 이번에는 그녀가 묻기도 전에 먼저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홍란의 계획이 연후에 바로 시작될 예정이라 많은 세부 사항을 논의해야 해.”홍란의 입찰은 다음 해 2월에 정식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연후가 지나면 바로 제출해야 했다. 신유리는 서준혁이 집으로 따라 들어오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었다.서준혁은 신유리의 집에 처음 가보는 것이었다. 그는 단지의 낡은 모습을 보고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는 확실히 너무 낡았다. 각 건물의 벽은 벗겨지고 있었고 내부의 얼룩이 드러나 있었다.1층의 녹지대에는 온갖 종류의 채소가 심겨 있었고 창문 밖에 걸린 막대기에는 각종 명절 음식이 걸려 있었다. 낡은 단지라 평소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오늘은 그래도 크고 작은 가방을 들고 설 쇠러 집으로 돌아오는 사람이 많았다.신유리는 문을 열고 돌아보자 서준혁의 불만 가득한 눈빛에 그녀는 별로 개의 않았다. “문 닫을 때 조심해. 여기 방음이 별로 안 좋아.”그녀는 신발장에서 일회용 슬리퍼를 찾아 서준혁에게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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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흰색 만두 위에 푸른 채소가 얹어져 있어 보기만 해도 식욕이 당겼다. 서준혁은 기꺼이 그릇을 건네받았다. 그는 음식을 먹을 때 섬세하고 우아했으며 마치 만두를 먹는 것이 아니라 고급 요리를 먹는 것처럼 보였다.신유리도 천천히 먹었지만 그녀는 단순히 입맛이 없었기 때문이다. TV에서는 오래된 코미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고 그녀는 그릇 속 만두를 휘저으며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만두가 싫어졌어?”옆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유리는 고개를 들자 서준혁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신유리는 사실 만두를 좋아했다. 예전에 학교를 다닐 때도 무엇을 먹을지 모를 때면 항상 만두를 먹었다. 그녀는 숟가락을 그릇에 내려놓고 핸드폰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이미 늦었어.”서준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아직 내 질문에 답하지 않았어.”그는 그녀가 거의 손대지 않은 만두 그릇을 보며 말했다.“저녁으로 이것만 먹고 괜찮겠어?”“입맛이 없어.”신유리는 한동안 침묵하다가 마침내 말했다.“왜?”서준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신유리는 서준혁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숟가락을 쥔 손을 조였다가 천천히 풀었다. 숟가락은 그릇에 부딪히며 맑은 소리를 냈다.“그냥, 입맛이 없어.”서준혁이 떠난 후, 방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의 몸에서 풍기던 익숙 하려야 더 이상 익숙할 수 없던 우디향이 사라지면서 신유리는 깊은숨을 내쉬었다. 마침 그녀의 핸드폰이 울렸다. 임아중이 전화를 걸어왔다. 그녀는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유리야, 나 너희랑 시한에 못 가게 됐어. 아빠가 외국에서 빌라 두 채를 예약했는데 온 가족이 그 섬에서 보낸대. 내일 아침 비행기야.”신유리는 대답했다. “좋네.”“뭐가 좋아, 진욱 그 자식도 간다니까.”임아중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틀림없이 그 자식이 노윤지를 데려갈 거야. 정말 이해할 수 없어, 왜 아빠는 나를 이렇게 불편하게 만드는 걸까.”신유리는 임아중과 곡연이 진욱과 노윤지의 일에 대해 불평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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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신유리가 단지 입구로 들어서자 두 아이가 폭죽을 터뜨리고 있었다. 가방에는 막 받은 세뱃돈이 들어 있었다. 신유리는 그 광경을 보며 문득 예전 생각에 잠겼다. 집에 돌아온 그녀는 의자를 가져와 커다란 매듭을 천천히 거실에 걸었다. 귀여운 토끼 모양이 썰렁한 거실에 약간의 활기를 불어넣었다.저녁에 신유리는 다음날 필요한 식재료를 사러 근처 마트에 갔다. 돌아올 때 보니 서준혁의 차가 어제와 같은 자리에 주차되어 있었다. 신유리는 못 본 척하려 했지만 서준혁은 다가와 짤막하게 말했다. “보고서 받으러 왔어.”신유리는 그를 흘겨보고는 말했다.“메일로 보내면 되잖아.”화인 그룹은 연말이 다가오자 사실 꽤 바빴다. 직원들은 쉴 수 있지만 사장인 서준혁은 각종 모임과 연회에 참석해야 했다. 신유리가 화인 그룹에 있을 때 매년 연말과 연초에 가장 바빴다. 다양한 회식 자리, 협력 파트너, 가족 연회 등 끝없이 이어졌다. 하지만 그녀는 매년 설날 저녁에는 무조건 집에 돌아가 외할아버지와 함께 명절을 보냈다.서준혁은 담담히 말했다.“지나가던 길이었어. 메일로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잖아.”신유리는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돌아와 보고서를 서준혁에게 건네주었다.서준혁은 거실에 서서 커다란 매듭을 바라보더니 눈에 반짝이는 빛이 잠시 스쳤다가 사라졌다. 그는 눈을 내리깐 채 다시 신유리를 바라보며 물었다. “혼자 걸었어?”“응.” 신유리는 고개도 들지 않고 파일 전송 상황을 확인하며 말했다. “메일로도 보냈어. 보고서는 도장이 필요해서 명절 후에 제출할 수 있어.”서준혁의 시선은 여전히 매듭에 머물렀다. 그는 무언가 더 말하려는 듯했으나 마침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서준혁은 매우 바빠 보였다. 연이어 세 통의 전화가 걸려 와서 그를 재촉했다. 신유리 집에 머문 시간은 10분도 채 되지 않았다.그가 떠나자, 원래 좁던 집은 더욱 텅 빈 느낌이 들었다. 신유리는 거실에 잠시 앉아 있다가 TV를 켰다. 간단히 국수를 끓여 먹고는 천천히 청소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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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이석민이 서준혁에게 먹을 것을 사다주려고 외출한 탓에 온 방에는 서준혁과 신유리 둘만 남아있었다.“신연 씨는 제남에 처리할 업무가 있어 왔다고 합니다, 내일 아침 바로 부산으로 돌아갈 계획이라고 하니 설 명절은 제남에서 보낼 것 같지 않습니다. 태 씨 가문의 할아버님도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 좀 힘들 텐데...”조용한 방안에 서준혁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는 소파에 기대앉아 고개를 들어 신유리를 쳐다보았고 몸이 아픈 탓인지 미간은 살짝 찌푸리고 있었고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욱 낮았다.신유리는 그런 그를 흘깃 쳐다보았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태씨 가문과 신연 사이를 익히 들어왔지만 도통 어찌된 영문인지 쉽게 이해하지 못한 상황이었다.하지만 신연이 자신을 찾아와 조건을 제시할 때의 태도가 자꾸 생각나는 신유리는 신연에게 더 이상 무엇을 물어볼 흥미도, 의지도 없어져버렸다.신유리는 원래 서준혁이 떠난 후 바로 샤워를 하고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지만 외출을 한지 한참이 흐른 이석민이 갑자기 전화가 와 부근에 문을 연 식당이 없다는 소식을 전했다.필경 성북 거리는 성남 거리와는 달리 북적거리지 않고 조용한 곳이라 식당이 있다고 해도 개인가정에서 하는 자그마한 식당뿐이었다.게다가 지금은 마침 명절을 보낼 시간들이라 대부분 식당 주인들은 문을 닫고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있을 것이 분명했다.이석민의 전화가 뚝 끊기자 서준혁의 시선은 신유리에게 향했고 신유리는 어두워진 안색으로 말을 꺼냈다.“조금 있다가 이석민 씨 오면 집에 데려다 주라고 할게요.”“네.”서준혁은 짧은 대답과 함께 몸을 일으키더니 신유리에게 물었다.“주방 잠간만 써도 되겠습니까?”신유리가 대답하기도 전, 서준혁은 이미 주방으로 발을 들였고 마치 이 주방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인 듯 냉장고에 얼려두었던 만두를 꺼냈다.그러나 이런 일을 잘 해보지 못했던 그인지라 만두를 꺼내고는 뭐부터 해야 할지를 몰라 헤매는 눈치였다.신유리는 서준혁이 아까운 음식을 행여나 낭비할까 두려웠고 무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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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서창범은 끊임없이 서준혁에게 전화를 걸고 있었지만 서준혁은 단 한통도 받지를 않았다.신유리는 입맛에 전혀 없어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했고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차가운 눈빛으로 서준혁을 바라보더니 물었다.“이제 그만 떠나시는게 어때요?”그녀의 말에 서준혁은 멈칫했고 옆에 있는 핸드폰은 무음 상태도 설정했지만 여전히 메시지와 전화가 수도 없이 오는 것이 눈에 보여졌다.신유리가 또다시 입을 열었다.“되게 방해되는데요, 저한테.”텔레비전에서 나오는 예능은 어느덧 하이라이트로 향했고 관객들이 박수소리와 환호소리는 밖에서 터지는 폭죽들의 소리와 묘하게 어울렸다.서준혁의 새까만 눈동자로 신유리를 바라보더니 한참을 침묵하고 나서야 입을 뗐다.“신유리 씨는 제가 당신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그럼 아니에요?”신유리는 여전히 냉랭한 눈빛으로 물으며 대답을 이어갔다.“업무상의 일로 저를 찾아오시는 거면 받아들일 수 있어요.”“오늘 섣달 그믐날이에요, 그래도 명절의 예절과 풍습이 있으니 오늘까지 서준혁 씨와 다투고 싶지 않아요. 지금 이미 저를 많이 방해하고 계시니까 빨리 떠나주셨으면 좋겠어요.”또박또박 한 글자씩 말을 하는 신유리의 태도는 누구보다 더 단호했다.서준혁은 그녀와 조금 눈을 마주쳤고 그녀의 시선은 또 다시 서준혁의 핸드폰으로 향했다.한통의 메시지가 더 전송되고 나서야 그는 몸을 일으켰고 핸드폰을 들고 신유리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꼿꼿하게 앉아 무표정한 얼굴로 있었다.낡은 건물의 방음은 매우 좋지 않았고 문도 잘 닫히지 않았는데 서준혁이 문밖으로 나설 때, 부실 듯 세게 닫는 소리는 온 방에 울렸다,신유리는 밥상에 앉아 잠시 멍을 때리는 듯싶더니 다시 젓가락을 들어 밥을 먹기 시작했다.밖에서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서준혁은 짜증이 가득 난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 발신자는 그가 갑자기 전화를 받을지는 몰랐는지 조금 침묵하다다 말을 했다.“오늘 명절인데 너는 집에 올 생각도 없는 거냐? 네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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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주현은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얼굴에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했고 서준혁은 그녀를 보며 찌푸렸던 미간을 천천히 풀었지만 눈빛에는 아무런 흔들림이 보이지 않았다.“전 그쪽이랑 이런 재미없는 게임 놀아줄 생각 전혀 없습니다.”서준혁은 말을 마치고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고 주현은 그의 단호함에 뾰로통한 표정을 짓더니 발 빠르게 그의 뒤를 따랐다.이신과 신유리는 곧장 화원으로 향했고 멀리서부터 이나와 어느 할머니 한분이 같이 서있는 모습을 발견했다.할머니는 희끗희끗한 머리에 꽃무늬 안경을 끼고 있었고 이신은 신유리에게 할머니를 소개시켜줬다.“내 할머니야.”이신의 할머니는 인자한 인상을 지니고 있으신 분이었지만 나이가 드는 바람에 청력이 좋지만은 않아 그들의 말을 온전히 알아듣지는 못했다.그러나 신유리를 보는 눈빛만큼은 유독 자상하고 즐거워했다.신유리 그녀조차도 도통 자신이 왜 이렇게 나이가 있으신 분들에게 인기가 많은지를 이해하지를 못했다.그녀는 할머니와 조금 동안 얘기를 나눈 뒤, 시간도 많이 흘렀고 기온도 그다지 높지만은 않은 날씨였기에 이나는 할머니를 모시고 방으로 들어갔다.서씨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인물이 출중한지라 어디를 가도 한 눈에 보일만큼 유별났다.주현과 문성경, 그리고 하정숙은 환한 미소와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옆에는 서준혁과 서창범이 서있었는데 화목하고 단결된 한 가족 같아 보이는 장면이었다.이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는 신유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우리 할아버지께서 이번 생일파티에 거의 뭐 이 분야사람들 절반은 넘게 부르신 것 같아, 서 씨 가문은 너도 잘 알지?”“네, 사회생활이라는게 다 이렇죠 뭐.”신유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가 괜찮다면 됐네.”신유리는 주동적으로 먼저 서준혁을 찾아갈 생각이 눈꼽 만큼도 없었으니 딱히 신경을 쓸 생각이 전혀 없었다.그러나 신유리도 이신의 아버지는 오늘 처음 만났는데 서창범과는 달리 부드러운 미소로 그녀를 반겨주며 자상하게 대해줬다.이신이 신유리를 데려가 인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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