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말고 다의 모든 챕터: 챕터 371 - 챕터 380

573 챕터

제371화

회의가 거의 마무리 되는 순간 상위에 놓은 송지음의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려댔다.한세형이 지금 업무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본 송지음은 울려대는 핸드폰을 슥 쳐다만 보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그러나 발신자는 송지음이 끊어버리면 곧바로 다시 걸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고 그녀는 끊임없이 울리는 핸드폰을 보며 불안에 휩싸였다.발신자의 위치는 성남시라고 표시되었는데 송지음은 떨려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조건반사적으로 신유리를 쳐다보았다.원래 송지음을 쳐다보고 있던 신유리는 그녀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보는 것을 보고도 담담하고 평온하게 송지음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흔들림 없던 송지음의 동공이 흔들렸고 아직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 생각조차 못했을 무렵 옆에 있던 장수영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송 비서님, 전화 좀 받으세요. 계속 진동하는 바람에 상까지 흔들리잖아요.”송지음은 고개를 들어 한세형을 슬쩍 쳐다보았는데 그의 표정 또한 좋지만은 않았다.그제야 그녀는 낮은 소리로 사과를 하더니 핸드폰을 들고는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송지음이 입구로 도착하기도 전 성큼성큼 내믿던 발걸음이 갑자기 멈췄고 그녀의 놀란 듯한 목소리가 울려펴졌다.“뭐라고요?”그녀는 핸드폰을 꽉 쥐고 고개를 돌려 신유리를 쳐다보았는데 눈빛엔 공포와 불안으로 가득차있었다.그러나 신유리는 그런 송지음을 담담히 바라만 볼 뿐이었다.송지음은 바로 회의실을 떠났고 회의가 끝나서도 그녀는 돌아오지 못했다.점심 휴게시간에는 장수영이 은밀하게 하나의 소식을 들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신유리를 보더니 말했다.“진즉에 알고 계셨죠?”“뭐를요?”신유리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서류들을 정리하며 되물었다.“송지음 씨가 성남시에 있는 경찰에 소환된 일말이에요, 곧장 성남으로 돌아가서 조사에 협조해야 된다던데요.”“방금 제가 올 때 뭘 봤는지 아세요? 한세형 씨랑 송지음 씨가 휴게실에서 싸우고 있더라고요. 한세형 씨 목소리를 들으니까 무척이나 화가 나 있던데 송지음 씨는 계속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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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주언의 말에 이석민은 말문이 막혀 어떻게 대꾸를 해야 할지 몰라 하며 고개를 돌려 백미러를 쳐다보았다.신유리는 주언의 말에 동의라도 하듯이 담담히 이석민에게 말했다.“저 혼자 택시타고 갈 거예요.”그녀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뒷좌석의 창문이 스르륵 열리더니 서준혁의 아무 감정 없는 얼굴이 보였고 그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신유리에게 시선을 돌렸다.두 사람의 눈이 마주치는 순간, 내리는 비마저 잠시 멈추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바깥공기는 시렸고 서준혁의 시선은 더욱더 차가워졌다.그의 시선이 주언의 손에 들려있는 우산에게로 향했고 그닥 크지 않은 크기의 우산 때문에 신유리와 주언은 거의 딱 붙어있다시피 가까이 있었다.두 사람의 모습은 평소보다 더 친밀하고 다정해보였다.주언은 신유리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기분이 나쁜 듯 서준혁을 보며 말했다.“서 대표님, 이 차 저희는 앉을 자격이 없는 것 같습니다.”“신유리 씨, 비는 점점 더 세게 내릴 텐데 빨리...”이석민은 그들 사이 분위기를 조금 풀어보려고 애썼지만 서준혁은 여전히 어떠한 말도 하지 않고 있었고 이석민은 백미러를 통해 서준혁을 쳐다보며 소심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서 대표님?”이석민의 말에 대답을 한 건 서준혁이 아닌 올라가는 창문소리였고 서준혁은 여전히 같은 우산을 쓰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열려는 순간 그의 핸드폰이 시끄럽게 울렸다.발신자는 서창범.서준혁과 서창범은 그리 친하지도 않은 사이였기에 급하지 않은 일이라면 서창범은 절대로 먼저 서준혁에게 먼저 연락을 하지 않았다.아주 당연하게도 서창범이 생각하기에 급한 일들은 서준혁에게 있어서 별로 중요치 않는 일들이었다.그는 무심히 울리는 핸드폰을 받았고 말을 하기도 전 수화기 너머 서창범의 엄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요즘 네가 부산에서 하는 홍란 입찰회인가 뭔가 거기에 입장자격도 따내지 못했다는 말이 있더구나. 서준혁 너 도대체 뭐하는 거냐? 이런 일도 똑바로 못하면 나중에 어떻게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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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신유리는 그대로 내리는 비를 쫄딱 맞고 있는 와중에 서준혁과 시선이 마주쳤고 어느새 그녀의 옷은 흠뻑 젖어가고 있었다.뒤에 있는 여자아이는 주언을 졸졸 따라다니며 아프냐고, 괜찮냐고 물어댔고 이석민은 주언을 부축해서 다가오며 신유리에게 말했다.“신유리 씨, 차 문 좀 열어주세요.”신유리는 이석민의 말에 고개를 들어 서준혁을 슥 쳐다보고는 말했다.“고마워요.”그리고는 빠르게 문을 열어 이석민과 함께 주언을 차에 태웠다.만약 서준혁이 허락하지 않았더라면 이석민도 다가와 도움을 줬을 리는 없었기에 신유리는 먼저 그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주언이 다리를 다치는 바람에 이동이 불편해져 신유리는 어쩔 줄 몰라했는데 서준혁의 차가 있으니 편하기도 하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다.그녀는 주언을 잘 앉혀놓고 다른 쪽으로 차에 올라타려고 하였지만 이석민이 빠르게 다가가 주언의 옆자리를 차지하는 바람에 신유리는 하는 수 없이 조수석에 타야만 했다.신유리가 차 문을 여려는 순간,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거리에 울려퍼졌다.“언니, 핸드폰 좀 빌려주실 수 있어요? 아빠한테 전화 좀 할게요. 그래야 병원비리도 물어주죠.”방금 전까지 주언만 챙기는 바람에 여자아이의 존재를 까마득히 잊고 있던 신유리는 아이의 몸과 머리, 그리고 옷에 잔뜩 묻은 모래와 빗방울들을 번갈아보았다.그녀가 뭐라고 대답을 하려는 시각, 서준혁이 문을 열어 차에서 내리더니 신유리의 옆으로 다가와 그녀를 바라보았고 신유리는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났다.그는 문을 열어주며 담담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타세요, 제가 처리합니다.”신유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고 얼음같이 차갑고 굳어있는 서준혁의 표정에는 어딘가 불쾌하다는 기분이 드러나 있었다.그는 손을 뻗어 신유리의 머리를 슬쩍 막아주며 다시 말했다.“비 많이 옵니다, 계속 이렇게 서있으면 감기 걸려서 일이 더 복잡해질 수도 있습니다.”비는 끊을 기미가 없어보였고 이미 흠뻑 젖어버린 신유리는 그의 말대로 순순히 차에 올라탔다.앉자마자 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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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주언은 오늘 수술까지 받고 다리까지 삐는 바람에 정말로 몸과 마음이 불편해왔다.게다가 비싼 차로 이동을 하는 것도 확실히 다른 차보다는 편했었다.[무조건 서준혁 씨가 엄청 질투하게 만들어야 돼, 알겠어?]주언은 임아중이 자신에게 했던 당부의 말들도 잊지 않았었고 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변 공기들은 조용해졌다.이석민은 아무렇지않아하며 혼자 평온한 얼굴을 하고 서있는 주언과 어두운 안색으로 서있는 서준혁의 옆모습을 번갈아보며 마른기침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어차피 다들 호텔로 돌아가야 하니 같이 갑시다, 서 대표님께서도 별로 신경을 쓰시지는 않을 겁니다.”신유리는 탐탁치 않았지만 지금 마침 출퇴근시간인지라 차가 많이 막히는 시간대였고 비까지 내리니 택시도 잡기 쉽지 않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서있었다.그녀는 주언의 손에 들려져있는 봉지를 건네받으며 이석민과 서준혁을 쳐다보며 말했다.“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서준혁은 무감정한 눈빛으로 신유리에게 시선을 옮기고는 물었다.“신유리 씨는 검사 안 받아도 되겠습니까?”신유리는 아까 전 주언에 의해 끌어당겨질 때 충격을 받았었고 비까지 다 맞아버렸기에 확실히 검사를 받아봐야 할 것 같았다.돌아가는 길 내내 비는 그칠 기미도 없이 점점 거세게 내렸고 신유리는 여전히 조수석에 앉아 거리에 이미 자욱하게 낀 안개를 창밖으로 내다보며 멍을 때리고 있었다.주언의 다리가 다친 사실을 안 이석민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열정적이게 주언을 부축하여 방까지 데려다주었고 서준혁도 그들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주언을 방 앞까지 데려다 준 뒤, 신유리가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서준혁은 신유리 방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발걸음을 멈칫거리다가 마음을 먹은 듯 다가가 먼저 말했다.“주언 씨가 오늘 다쳐서 차에 오르고 내릴 때 혹시 차가 더럽혀졌다면 제가 세차비 드릴게요.”서준혁은 새까만 눈동자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이렇게까지 철저하게 계산을 해야겠습니까?”신유리가 대답했다.“자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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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성남경찰서에서는 이미 수차례나 송지음에게 전화를 걸어 조사에 협조하라는 재촉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순순히 돌아간다면 좋지 않은 결과만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서준혁도, 경희영도 송지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 리가 없었다.더군다나 한세형, 그는 송지음이 경찰에 소환 당했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얼른 그녀와 손절하려고 애를 썼고 아예 모르는 사람인냥 굴었다.지금 송지음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바로 신연이었다.송지음은 마치 마음을 굳게 먹은 듯 입술을 꽉 깨물고 성큼성큼 발걸음을 회사 내부로 옮겼다.갓 들어서자마자 송지음은 마르고 예쁜데다가 흰 피부까지 가지고 있어 보호본능을 일으키는 여자를 발견했고 그녀에게서 쉽사리 눈을 떼지 못했다.태지연은 송지음의 시선을 느낀 듯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태지연의 순수하고 맑은 눈빛에 송지음은 무의식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다.[멍청하고 가식덩어리 같은 저 눈빛 정말 싫어.]송지음은 성큼성큼 카운터로 향했고 직원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꺼냈다.“안녕하세요, 신연 씨 좀 만나려고 왔는데요.”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물었다.“언제 만날지 미리 약속은 하셨나요? 시간은 언제죠?”송지음은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올라 고개를 바짝 쳐들고는 대답했다.“저 신연 씨 친구 되는 사람입니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왔어요. 전에도 신연 씨가 저 데리고 여기로 온 적 있고요.”회사 밖으로 나가려던 태지연은 순간 그녀의 말에 발걸음을 잠시 멈추더니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보이는 것은 송지음의 빼빼 마른 뒷모습뿐이었다.그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눈을 깜빡거리다가 이내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송지음의 옆에 멈춰선 태지연은 머뭇거리며 물었다.“안녕하세요, 신연 씨 잘 아세요?”카운터 앞에 서있던 송지음은 묻는 태지연에게 시선을 돌렸고 그녀의 청아하고 고운 소리에 탐탁치 않아하며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죄송해요, 제가 아직 자기소개를 안했네요. 저는 신연 씨-”태지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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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잠시 침묵이 흘렀고 신유리의 눈에는 냉기가 짙어졌다.“모욕?”그녀도 송지음이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했지만 이렇게 역으로 청승 떨 줄 몰랐다.“유리야, 그래도 좀 더 준비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송지음 씨의 변호사는 부산에서 온 분이신데 예전에도 많은 사건을 맡은 아주 유명한 분이야.”신유리는 부산이라는 두 글자를 듣고 경찰서에서의 그 합의서를 떠올렸고 그녀는 눈을 내리깔며 생각을 감췄다.연우진도 더 이상 뭐라고 말하기가 곤란했는데 신유리에게 조심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쪽도 바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아 통화를 끝냈다.신유리는 휴대전화를 들고 그 자리에서 침묵을 지키고 서 있다 화장실로 들어갔다.성남시 경찰의 전화는 다음 날 아침 일찍 걸려왔고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며 신유리에게 가능한 한 빨리 성남으로 돌아오라고 알렸다.송지음의 문제 외에도 이연지가 있는데 그녀는 지금 정신이 좀 안 좋아 가끔 주국병에 관한 욕설을 퍼붓다가는 펑펑 울기까지 한다고 한다.신유리는 듣고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경찰 측에 대충 몇 마디 대답하고는 통화를 끝냈다.전화를 끊고 그녀는 책상 위의 서류를 보며 알 수 없는 한숨을 쉬었다.오늘은 이미 목요일이었고 나인성은 다음 주 월요일 비행기로 부산에 돌아간다고 한다.게다가 중간 며칠 동안 나인성에게 직접 전달할 자료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해서 시간이 촉박했다.하지만 다행히 그녀도 요 며칠 동안 방안 연구에 몰두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해도 성남시로 돌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다. 단지 조금 힘들 뿐.신유리는 마음속으로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을 내렸다.그녀는 이신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말했고 이신도 그녀에게 먼저 돌아가서 일을 처리하라고 했으나 지금 유일하게 골치 아픈 것은 남진이었다.그는 다쳐서 방에서 요양하고 있었는데 신유리가 성남으로 돌아가면 아무도 신경 안 써줄 것이었다.그러나 그녀의 이 걱정은 분명 쓸데없는 것이었다. 그녀가 막 이신과 전화를 하고 나서 짐을 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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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신유리는 천천히 얘기를 꺼냈는데 이건 연우진이 어젯밤 그와 이야기한 후 밤새 찾아본 자료에서 알아본 결과였다.양세원 같은 지위의 인물은 결코 돈이 있다고 해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니 송지음의 배후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을 것이다.“그 합의서 아직 기억나? 4000만짜리... 누구일 것 같아?”고홍민은 불가능한 것 같았는데 요 며칠 동안 송지음에게 태도를 바꾼 모습만 봐도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다른 사람이 있다면...?그러면 그동안의 교통사고, 미행, 그리고 회의실에서의 그런 이유 없는 문제들...신유리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버닝스타와 화인 그룹은 지금 협력 관계이니 이걸 서준혁에게 알려준 건 그냥 일깨워주고 싶었을 뿐이다.서준혁이 송지음을 위해 또 무슨 짓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서준혁은 눈꺼풀을 치켜들며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야?”“난 단지 화인이 지금 버닝스타와 한배를 탔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었을 뿐이야,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버닝 스타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라.”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문을 열고 내렸다.서준혁은 지하주차장에서 잠시 기다린 후 떠났다. 그가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어르신은 지팡이를 짚고 그를 노려보았다.“왜 유리량 같이 성남으로 가지 않았어? 내가 눈치를 그렇게 줬는데...”“아직 못다 한 일이 남아서요.”“기다리다가 다 끝나겠어. 너의 그 비서가 변호사를 찾아 유리한테 소송을 걸려고 하는 건 알고나 있어? 이 일은 모두 네가 벌인 일이니 네가 알아서 잘 해결해.”어르신은 화가 많이 나 있었지만 서준혁은 담담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아버지께서 연락이 오셨어요, 지금 화인의 주식 절반이 하씨 집안 손에 들어갔다네요.”그는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어르신은 그 자리에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중얼거렸다.“이거 참, 참... 이게 인과응보라는 건가...”신유리와 남진이 성남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점심이었다.이신이 그들을 데리러 왔고 그의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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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신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이석민 쪽 배경음이 시끄러운 것을 보니 술을 마시고 있는 것 같았다.이석민은 평소 일이 없으면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었다.“무슨 일 있어요?”신유리가 물었다.“서 대표님 쪽에서 이미 버닝스타 변경 방안의 자료를 다 작성했으니 조만간 시간을 내 화인에 가서 그 이후의 자금을 모두 가져가도 될 거 같아요. 마침 누나도 지금 성남에 있잖아요.”이것은 얼마 전의 일이었는데 이신이 갑자기 원래 정한 계획을 바꾸고 서준혁이 요구한 새로운 방안을 검토했다.“네, 갈 거예요.”“내일 가세요.”이석민은 잠시 멈칫하고는 신유리에게 주의를 시키었다.“이틀만 더 있으면 월말이니 재무 쪽에서 장부를 내지 않을 거예요.”그렇긴 하지.“아, 맞다.”원래 전화를 끊으려고 했는데 이석민이 갑자기 다시 말했다.“서 대표님이 오늘 밤 왕 사장과 저녁 식사를 하셔서요, 이 협력은 매우 중요하니 일찍 들어가실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다른 용건은 없죠?”신유리는 서준혁의 일에 대해 듣고 싶지 않았고 그녀는 담담하게 이석민에게 물었다.“네... 없습니다.”신유리는 전화를 끊고 발길을 돌려 들어가려는데 이신이 외투를 들고나오는 것을 보았다.그는 신유리가 몸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나는 네가 좀 더 밖에 있을 줄 알았어.”신유리는 휴대폰을 흔들며 대답했다.“이석민의 전화야, 내일 화인 재무부에 가보라고.”그녀를 쳐다보는 이신의 눈은 등불 아래서 유달리 따뜻해 보였다.그는 신유리를 쳐다보며 말을 하지 않았고 외투를 그녀의 몸에 걸쳤다.“밤에 한기가 심하니 감기에 걸리지 않게 조심해.”“고마워.”그녀는 목소리가 낮았는데 육안으로 보기에도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변호사에 관한 일은 내가 선배한테 물어볼게. 양세원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네 증거가 확실하니 그도 쉽게 판을 뒤집을 수는 없을 거야.”“그렇지 않으면 법이 너무 보잘것없는 거 아니야?”신유리는 몸에 걸친 외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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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정혜의 말에 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숍으로 따라갔다.“얘기해 보세요.”정혜는 시간을 보고는 다시 눈을 돌려 신유리를 바라보았다.곁을 지켰던 장원도 곧바로 메모장을 꺼내며 신유리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신유리 씨, 자세한 정황을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신유리는 정중한 표정을 지었고 눈꺼풀을 떨어뜨리고 생각에 잠겼다가 가장 명료한 말로 일의 경과를 정혜에게 알렸다.“정 변호사님, 모든 증거는 제가 가지고 있고 제 말도 모두 사실입니다.”정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증거가 확실한데 꼭 제가 나서야 하죠? 유리 씨 말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누가 와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상대방 변호사가 양세원이기 때문입니다.”신유리는 남에게 들통나버린 군색함이나 당황함이 전혀 없었으며 그녀의 눈빛은 밝고 깨끗했다“양세원 변호사는 사건 번복을 가장 잘하기 때문에 저는 모험을 할 수 없습니다.”정혜가 말을 하지 않고 신유리를 쳐다보기만 했다.눈빛에는 신유리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는데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고 훑어보았다.신유리는 마음속으로 사실 긴장했는데 그녀는 긴장하여 손가락을 꼬았다.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녀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다. 기회는 한 번뿐.그녀는 등을 곧게 펴고 정혜의 눈총을 고스란히 받았다.정혜라는 사람은 그녀의 명성과 마찬가지로 매우 엄숙하고 아무 표정도 감정도 없으며 말이나 일을 할 때도 맹렬한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신유리는 입을 오므리며 말했다.“정 변호사님, 변호사님이 저를 도와 소송을 하신다면 변호사님이 제기하는 어떤 조건도 들어드리겠습니다.”정혜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간절한 애원과 기대를 담은 그녀의 눈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오후 2시 10분에 구체적인 자료를 로펌으로 보내주세요, 시간이 지나면 저도 어쩔 방법이 없을 것 같네요.”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일어나서 떠났는데 동작이 빠르고 깨끗했다.“선생님은 시간관념이 없는 사람을 싫어하시니 빨리 돌아가 준비하시는 게 좋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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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신유리는 복도 끝에 서 있었는데 이쪽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그녀는 구석에 있는 타일을 쳐다보며 물었다.“정혜가 내 소송을 도와주는 걸 원하지 않는 거야?”그럼 그렇지.그녀가 고소할 사람은 송지음이고 서준혁은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화인의 법무가 그녀를 돕게 할 수 있겠는가?신유리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서준혁이 무심코 말하는 것을 들었다.“그냥 정 변호사랑 양세원 사이에 사연이 있었다는 걸 알려주려고.”서유리는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사연이라니?”“정 변호사와 양세원은 동문인데 한 사건으로 보기 흉하게 난리가 났었어. 정혜는 원고 변호사이고 양세원은 피고였고.”“누가 이겼는데?”“원고가 고소를 취하했지.”신유리는 잠시 숨을 돌렸고 이내 서준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두 사람은 업계에 소문 난 앙숙이야.”어쩐지 정혜는 양세원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망설임 없이 승낙하더라 했다.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고 서준혁에게 물었다.“그냥 이걸 알려주려고 연락한 거야?”“나는 단지 나인성이 월요일에 귀국한다는 것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잊지 말라고.”서준혁은 유유한 목소리로 말했다.옆에서 서류를 전해주러 온 이석민은 그의 말을 듣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서준혁이 신유리에게 나인성의 일을 강조한 후 그는 그제야 주저하며 서준혁에게 물었다.“대표님, 저희도 오늘 밤 성남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눈을 치켜든 서준혁의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 기복이 없었고 손끝으로 서류를 찍었다.“본사 쪽 서류는 준비됐어요?”“지금 가 준비하겠습니다.”다만 미처 돌아서기도 전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고 그는 내용을 확인하고는 이내 정색을 한 뒤 서준혁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신유리 쪽은 이연지 때문에 오후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러다 저녁에 그녀는 낯선 전화를 받았고 상대방은 중년 남자의 목소리였다.“신유리 씨, 저는 양세원입니다. 만나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신유리와 양세원은 근처에 약속을 잡았고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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