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침묵이 흘렀고 신유리의 눈에는 냉기가 짙어졌다.“모욕?”그녀도 송지음이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짐작했지만 이렇게 역으로 청승 떨 줄 몰랐다.“유리야, 그래도 좀 더 준비해 두는 게 좋을 거야. 송지음 씨의 변호사는 부산에서 온 분이신데 예전에도 많은 사건을 맡은 아주 유명한 분이야.”신유리는 부산이라는 두 글자를 듣고 경찰서에서의 그 합의서를 떠올렸고 그녀는 눈을 내리깔며 생각을 감췄다.연우진도 더 이상 뭐라고 말하기가 곤란했는데 신유리에게 조심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쪽도 바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아 통화를 끝냈다.신유리는 휴대전화를 들고 그 자리에서 침묵을 지키고 서 있다 화장실로 들어갔다.성남시 경찰의 전화는 다음 날 아침 일찍 걸려왔고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며 신유리에게 가능한 한 빨리 성남으로 돌아오라고 알렸다.송지음의 문제 외에도 이연지가 있는데 그녀는 지금 정신이 좀 안 좋아 가끔 주국병에 관한 욕설을 퍼붓다가는 펑펑 울기까지 한다고 한다.신유리는 듣고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경찰 측에 대충 몇 마디 대답하고는 통화를 끝냈다.전화를 끊고 그녀는 책상 위의 서류를 보며 알 수 없는 한숨을 쉬었다.오늘은 이미 목요일이었고 나인성은 다음 주 월요일 비행기로 부산에 돌아간다고 한다.게다가 중간 며칠 동안 나인성에게 직접 전달할 자료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해서 시간이 촉박했다.하지만 다행히 그녀도 요 며칠 동안 방안 연구에 몰두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해도 성남시로 돌아가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을 것이다. 단지 조금 힘들 뿐.신유리는 마음속으로 잠시 망설이다가 결심을 내렸다.그녀는 이신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말했고 이신도 그녀에게 먼저 돌아가서 일을 처리하라고 했으나 지금 유일하게 골치 아픈 것은 남진이었다.그는 다쳐서 방에서 요양하고 있었는데 신유리가 성남으로 돌아가면 아무도 신경 안 써줄 것이었다.그러나 그녀의 이 걱정은 분명 쓸데없는 것이었다. 그녀가 막 이신과 전화를 하고 나서 짐을 꾸리기
신유리는 천천히 얘기를 꺼냈는데 이건 연우진이 어젯밤 그와 이야기한 후 밤새 찾아본 자료에서 알아본 결과였다.양세원 같은 지위의 인물은 결코 돈이 있다고 해서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니 송지음의 배후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을 것이다.“그 합의서 아직 기억나? 4000만짜리... 누구일 것 같아?”고홍민은 불가능한 것 같았는데 요 며칠 동안 송지음에게 태도를 바꾼 모습만 봐도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다른 사람이 있다면...?그러면 그동안의 교통사고, 미행, 그리고 회의실에서의 그런 이유 없는 문제들...신유리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서 버닝스타와 화인 그룹은 지금 협력 관계이니 이걸 서준혁에게 알려준 건 그냥 일깨워주고 싶었을 뿐이다.서준혁이 송지음을 위해 또 무슨 짓을 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말이다.서준혁은 눈꺼풀을 치켜들며 담담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무슨 뜻이야?”“난 단지 화인이 지금 버닝스타와 한배를 탔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었을 뿐이야,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버닝 스타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라.”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문을 열고 내렸다.서준혁은 지하주차장에서 잠시 기다린 후 떠났다. 그가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어르신은 지팡이를 짚고 그를 노려보았다.“왜 유리량 같이 성남으로 가지 않았어? 내가 눈치를 그렇게 줬는데...”“아직 못다 한 일이 남아서요.”“기다리다가 다 끝나겠어. 너의 그 비서가 변호사를 찾아 유리한테 소송을 걸려고 하는 건 알고나 있어? 이 일은 모두 네가 벌인 일이니 네가 알아서 잘 해결해.”어르신은 화가 많이 나 있었지만 서준혁은 담담하게 그의 말을 끊었다.“아버지께서 연락이 오셨어요, 지금 화인의 주식 절반이 하씨 집안 손에 들어갔다네요.”그는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어르신은 그 자리에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중얼거렸다.“이거 참, 참... 이게 인과응보라는 건가...”신유리와 남진이 성남에 도착했을 때는 마침 점심이었다.이신이 그들을 데리러 왔고 그의 곁에
신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다. 이석민 쪽 배경음이 시끄러운 것을 보니 술을 마시고 있는 것 같았다.이석민은 평소 일이 없으면 그녀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었다.“무슨 일 있어요?”신유리가 물었다.“서 대표님 쪽에서 이미 버닝스타 변경 방안의 자료를 다 작성했으니 조만간 시간을 내 화인에 가서 그 이후의 자금을 모두 가져가도 될 거 같아요. 마침 누나도 지금 성남에 있잖아요.”이것은 얼마 전의 일이었는데 이신이 갑자기 원래 정한 계획을 바꾸고 서준혁이 요구한 새로운 방안을 검토했다.“네, 갈 거예요.”“내일 가세요.”이석민은 잠시 멈칫하고는 신유리에게 주의를 시키었다.“이틀만 더 있으면 월말이니 재무 쪽에서 장부를 내지 않을 거예요.”그렇긴 하지.“아, 맞다.”원래 전화를 끊으려고 했는데 이석민이 갑자기 다시 말했다.“서 대표님이 오늘 밤 왕 사장과 저녁 식사를 하셔서요, 이 협력은 매우 중요하니 일찍 들어가실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다른 용건은 없죠?”신유리는 서준혁의 일에 대해 듣고 싶지 않았고 그녀는 담담하게 이석민에게 물었다.“네... 없습니다.”신유리는 전화를 끊고 발길을 돌려 들어가려는데 이신이 외투를 들고나오는 것을 보았다.그는 신유리가 몸을 돌리는 모습을 보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나는 네가 좀 더 밖에 있을 줄 알았어.”신유리는 휴대폰을 흔들며 대답했다.“이석민의 전화야, 내일 화인 재무부에 가보라고.”그녀를 쳐다보는 이신의 눈은 등불 아래서 유달리 따뜻해 보였다.그는 신유리를 쳐다보며 말을 하지 않았고 외투를 그녀의 몸에 걸쳤다.“밤에 한기가 심하니 감기에 걸리지 않게 조심해.”“고마워.”그녀는 목소리가 낮았는데 육안으로 보기에도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변호사에 관한 일은 내가 선배한테 물어볼게. 양세원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네 증거가 확실하니 그도 쉽게 판을 뒤집을 수는 없을 거야.”“그렇지 않으면 법이 너무 보잘것없는 거 아니야?”신유리는 몸에 걸친 외투를
정혜의 말에 신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커피숍으로 따라갔다.“얘기해 보세요.”정혜는 시간을 보고는 다시 눈을 돌려 신유리를 바라보았다.곁을 지켰던 장원도 곧바로 메모장을 꺼내며 신유리를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신유리 씨, 자세한 정황을 말씀해 주시길 바랍니다.”신유리는 정중한 표정을 지었고 눈꺼풀을 떨어뜨리고 생각에 잠겼다가 가장 명료한 말로 일의 경과를 정혜에게 알렸다.“정 변호사님, 모든 증거는 제가 가지고 있고 제 말도 모두 사실입니다.”정혜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증거가 확실한데 꼭 제가 나서야 하죠? 유리 씨 말이 사실이라면 이 사건은 누가 와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입니다.”“상대방 변호사가 양세원이기 때문입니다.”신유리는 남에게 들통나버린 군색함이나 당황함이 전혀 없었으며 그녀의 눈빛은 밝고 깨끗했다“양세원 변호사는 사건 번복을 가장 잘하기 때문에 저는 모험을 할 수 없습니다.”정혜가 말을 하지 않고 신유리를 쳐다보기만 했다.눈빛에는 신유리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는데 그녀를 자세히 살펴보고 훑어보았다.신유리는 마음속으로 사실 긴장했는데 그녀는 긴장하여 손가락을 꼬았다.그녀가 말한 것처럼 그녀는 위험을 감수할 수 없었다. 기회는 한 번뿐.그녀는 등을 곧게 펴고 정혜의 눈총을 고스란히 받았다.정혜라는 사람은 그녀의 명성과 마찬가지로 매우 엄숙하고 아무 표정도 감정도 없으며 말이나 일을 할 때도 맹렬한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신유리는 입을 오므리며 말했다.“정 변호사님, 변호사님이 저를 도와 소송을 하신다면 변호사님이 제기하는 어떤 조건도 들어드리겠습니다.”정혜는 진심 어린 눈빛으로 간절한 애원과 기대를 담은 그녀의 눈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오후 2시 10분에 구체적인 자료를 로펌으로 보내주세요, 시간이 지나면 저도 어쩔 방법이 없을 것 같네요.”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일어나서 떠났는데 동작이 빠르고 깨끗했다.“선생님은 시간관념이 없는 사람을 싫어하시니 빨리 돌아가 준비하시는 게 좋을
신유리는 복도 끝에 서 있었는데 이쪽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그녀는 구석에 있는 타일을 쳐다보며 물었다.“정혜가 내 소송을 도와주는 걸 원하지 않는 거야?”그럼 그렇지.그녀가 고소할 사람은 송지음이고 서준혁은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화인의 법무가 그녀를 돕게 할 수 있겠는가?신유리가 입을 열려고 할 때 서준혁이 무심코 말하는 것을 들었다.“그냥 정 변호사랑 양세원 사이에 사연이 있었다는 걸 알려주려고.”서유리는 어리둥절해 하며 물었다.“사연이라니?”“정 변호사와 양세원은 동문인데 한 사건으로 보기 흉하게 난리가 났었어. 정혜는 원고 변호사이고 양세원은 피고였고.”“누가 이겼는데?”“원고가 고소를 취하했지.”신유리는 잠시 숨을 돌렸고 이내 서준혁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두 사람은 업계에 소문 난 앙숙이야.”어쩐지 정혜는 양세원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망설임 없이 승낙하더라 했다.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고 서준혁에게 물었다.“그냥 이걸 알려주려고 연락한 거야?”“나는 단지 나인성이 월요일에 귀국한다는 것을 너에게 알려주고 싶었을 뿐이야. 잊지 말라고.”서준혁은 유유한 목소리로 말했다.옆에서 서류를 전해주러 온 이석민은 그의 말을 듣고는 말을 잇지 못했다.서준혁이 신유리에게 나인성의 일을 강조한 후 그는 그제야 주저하며 서준혁에게 물었다.“대표님, 저희도 오늘 밤 성남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눈을 치켜든 서준혁의 눈동자에는 아무런 감정 기복이 없었고 손끝으로 서류를 찍었다.“본사 쪽 서류는 준비됐어요?”“지금 가 준비하겠습니다.”다만 미처 돌아서기도 전에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한 통이 날아왔고 그는 내용을 확인하고는 이내 정색을 한 뒤 서준혁에게 휴대전화를 건넸다.신유리 쪽은 이연지 때문에 오후까지 기분이 좋지 않았다.그러다 저녁에 그녀는 낯선 전화를 받았고 상대방은 중년 남자의 목소리였다.“신유리 씨, 저는 양세원입니다. 만나서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신유리와 양세원은 근처에 약속을 잡았고 그녀가
신유리의 말은 서준혁을 보고했는데 그녀는 서준혁을 떠보는 거였다.그러나 서준혁은 담담한 얼굴로 눈꺼풀만 치켜들며 되물었다.“그래요?”“그럼 누군지 아세요?”신유리가 따졌다.양세원을 내세워 송지음의 변호를 맡기고 송지음에게 그런 말을 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지위가 낮지 않을 것이다.신유리는 그녀가 부산에서 서준혁과 관련된 모든 인물을 머릿속으로 생각했지만 마땅히 생각나는 사람이 없었다.그래서 그녀는 서준혁에게 직접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서준혁이 그녀를 보는 검은 눈은 깊고 차분해 보였다.한참 뒤 그는 눈꺼풀이 가볍게 움직였다.“모르는데요.”신유리는 그를 뚫어지라 쳐다보았지만 이상한 감정을 감지하지 못했고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시선을 돌렸다.그 후 정혜는 몇 가지 질문을 더 했고 신유리는 일일이 대답해 주었는데 모두 서류에 적힌 것과 비슷했다.“알겠습니다. 구체적인 정황은 잘 알겠어요. 앞으로 또 문제가 있으면 연락할게요.”정혜는 그렇게 대답하고 나서 신유리에게 뭔가를 건네주었다.“절차에 관한 수첩이에요. 봐두시면 좋을 듯싶어요.”신유리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떠나려는데 마침 장원이 들어왔는데 손에 봉투를 들고 있었다.“선생님, 물건은 이미 가져왔습니다.”정혜는 고개도 안 들고 말했다.“서 대표님께 전해드려.”어쩐지 서준혁이 계속 가지 않더라니... 신유리는 입술을 오므리고 문을 나섰다.사무실에서 하던 일을 마친 정혜는 고개를 들어 서준혁을 바라보며 안경을 밀었다.“대표님은 뭐 더 물어보실 거 있으세요? 없으시면 저도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서요.”서준혁은 표정 한 번 안 변하고 물었다.“변호사님은 자신이 양세원과 비교해 얼마나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세요?”정혜는 잠시 멈칫했다. 그런 걸 물어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다만 서준혁은 현재 한바다 로펌의 큰 고객이라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도 진중하게 대답했다.“100%는 장담 못 하겠지만 모든 사건에 대해 책임지고 할 겁니다.”신유리는 밖에서 10분을 기다려서야
임아중의 움직임이 작지 않아 신유리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다른 사람들이 이미 먼저 달려왔다.임아중이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신유리는 아무 말 없이 서 있다가 사람들을 밀치고 계단을 내려갔다.그녀의 머릿속은 방금 몇 초 동안 하얘졌는데 이제야 정신이 들었다.이신도 빠르게 움직여 바로 그녀를 따라 계단을 내려갔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경찰서 사람들도 통지를 받고 병실 입구를 지키고 있었는데 표정이 매우 엄숙했다.신유리와 계속 연락을 하던 엄 형사가 신유리를 한 번 쳐다보고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2층에서 뛰어내렸는데 아래층 나무에 걸쳐져 다리와 손의 뼈를 다쳤고 생명의 위험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의사 선생님이 안에서 상황을 보고 계시고요.”“어디에서 뛰어내린 거죠?”병원의 창문은 모두 엄격히 규정되어 있어서 열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되어 있었고 이연지는 또한 현재 공안국에서 보내온 사람들이 24시간 문 앞을 지키고 있어 병실을 나갈 수 없었다.하지만 엄 형사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안 좋아졌다.“창문의 제한기를 뜯었더군요.”다만 이연지가 뛰어내리는 시간을 교묘하게 선택했다는 거다.아침 5시 40분, 모든 사람이 긴장을 풀고 있을 때 그녀가 창턱에 올라섰다는 것이 발견되었다.신유리는 엄 형사가 건넨 동영상을 보았는데 이연지가 창턱에 앉아 머리와 옷이 뒤죽박죽인 채 뭐라고 중얼거리는 걸 발견했다.그러다 그녀의 시야가 가려지고 곧 휴대폰 잠금 소리가 들렸다.이신은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보지마.”그의 손바닥이 약간 뜨거웠는데 신유리의 눈을 막아 막판에 이연지가 뛰어내리는 부분을 보지 못하게 했다.서준혁의 서늘한 시더우드와는 달리 이신의 몸에서 나는 향은 더욱 신선하고 은은한 민트향이었다.신유리의 속눈썹이 떨리면서 이신의 손바닥을 스쳤다.이신은 손바닥이 근질근질해지자 무의식적으로 손을 거두어 몸 옆에 웅크려 놓았다.그는 눈꺼풀을 늘어뜨리고 이상한 감정을 감추었고 시선은 다시 신유리를 바라보며 가벼운 기침과 함
이신은 옅은 한숨을 내뱉고는 아까와는 달리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서있었다.다른 사람들은 병원에서 나오고 나서 다 각자 일이 바빠 떠나버렸고 그러는 바람에 온 별장에는 두 사람밖에 남지 않아버렸다.이신은 신유리를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지그시 바라보더니 자상한 목소리로 입을 뗐다.“너무 걱정하지마, 다 잘 될 거야.”신유리의 젓가락은 계란프라이로 향했고 흰자를 톡 터뜨리면 흘러나오는 노른자들은 아주 먹음직스러웠다.그녀는 이미 터져버린 계란프라이를 쳐다보며 나지막한 소리로 이신에게 물었다.“네 생각에는 내가 이번에 이길 수 있을 것 같아?”“응, 이길 수 있어.”이신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로 그녀의 말에 대답해줬고 신유리는 그런 그를 고개를 들어 쳐다보며 다시 물었다.“너 지금 나 위로해주는 거야?”“맞아, 그런데 또 아니야.”이신은 신유리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진지하게 말을 했다.“유리야, 이것 하나는 꼭 명심해야 돼. 이 일에 있어서 넌 원래 잘못한게 하나도 없는 사람이야, 그러니까 너 절대로 안져.”“하지만 이연지 씨는 이미... 뛰어내렸어.”신유리는 한참 동안이나 말을 잇지 못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내가 너무 완강하게 나갔던 걸가?완강하고 단호히 결과 하나를 얻고 싶었기에 이연지는 또 다시 미친척하고 바보인척 행동하며 옥상에서 뛰어내려버렸다.신유리는 지금 이연지가 아주 기괴한 자세로 엎드려서 자신의 머리를 수도 없이 박으면서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지워지지가 않았다.[어때? 지금은 만족하니? 네 마음에 드는 장면이야?]그녀는 지금 무거운 돌덩이 하나가 자신의 마음을 짓누르는 듯 숨이 가빠왔고 호흡이 딸렸다.병원에서 나온 후, 애를 써서 자신의 가슴을 진정시키려는 신유리는 다시 이연지가 미쳐 날뛰는 장면들이 떠오를까 두려웠고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너무나 공포스러웠다.이신은 신유리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의 표정, 행동 하나하나 자세히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유리야, 네가 확실히 좀 완강하기는 했어. 그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