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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8화

주현은 아까 놀란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지만 여전히 사리에 밝은 모습으로 당당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축복할게요.”

그녀는 말을 마치고 하정숙의 손목을 잡았던 손을 서서히 놓았다. 얼굴에는 씁쓸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어머님, 저 먼저 갈게요. 아까는 지진인 것 같은데 조심하세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주현이 갈 때까지 하정숙은 반응하지 못했다.

반면 신유리는 자신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서준혁의 손을 내려다보며 입술을 오므리더니 그를 밀어냈다.

서준혁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가뜩이나 새까만 눈동자는 그녀를 빨아들일 것처럼 깊었다.

멀어져가는 주현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 얼굴의 웃음은 온데간데 사라진 채 냉담함만이 남았다.

주현은 어릴 때부터 시한에서 자랐다. 이 정도 지진에 두려워할 리 없었다.

그녀는 아까 다람쥐가 신유리한테 달려드는 순간 서준혁의 눈빛에 스쳐 가는 감정과 본능적으로 신유리의 배를 감싸 안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

주현은 심리학을 전공한 데다가 친구에게서 들은 정보까지 감안하면 신유리의 아이가 서준혁의 아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아이를 남겨서는 안 된다.

아무리 놀아도 되지만 아이를 가져서는 안되는 것이었다.

어떻게 처리할지는 서씨 가문의 일이었다.

주현은 홀가분한 마음에 핸드폰을 꺼내 문선경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지진 때문에 그들은 다시 펜션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큰 규모의 지진은 아니었지만 신유리와 같이 지진을 처음 겪어본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여진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하산할 엄두가 없었다. 잠시 펜션에서 머물다가 다음날 다시 성남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곡연은 신유리의 곁에 앉은 채 갑자기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신유리의 배를 바라보며 말했다.

“언니, 혹시 어디 불편하진 않죠? 아까 많이 놀랐을 텐데. 우리 엄마가 임산부는 놀라면 안 된다고 했어요.”

신유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불편한 곳은 없었지만 아까 다람쥐가 갑자기 달려들 때 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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