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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1화

주현의 말투는 누가 들어도 불쾌하기 그지없었고 그녀는 신유리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어갔다.

“뭐가 됐든 준혁 씨 아이가 아니면 됐어요, 저랑 그 사람 곧 약혼할 사이라 이 시기에 아이가 갑자기 툭 튀어나오면 귀찮잖아요.”

신유리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서있었고 주현이 가까이 다가오자 핸드폰을 꽉 쥐더니 허리를 곧게 폈다.

주현 또한 키가 꽤 컸고 거기에 하이힐까지 신은 탓에 신유리보다 더 커보였는데 주현은 신유리를 하대하듯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우리 같은 가정에서는 밖에 여자가 있는 거는 참아도 아이가 있는건 못 참는거 잘 아시잖아요.”

주현은 잠시 멈칫대다가 신유리의 배를 힐끔 쳐다보고는 다른 곳에 시선을 돌렸고 그대로 베란다를 떠나버렸다.

폭죽은 여전히 화려하고 예쁘게 터지고 있었지만 신유리는 그저 차디찬 바람만 느껴졌다.

주현의 경고의 말들을 잘 알아들은 신유리는 평평한 자신의 배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신기하네, 여기 안에 새 생명이 들어있다니...]

그 순간, 손에 쥐고 있던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고 임아중과 곡연이 채팅방에 문자를 보내왔다는 것을 확인한 신유리는 몸을 돌려 베란다를 떠났다.

실내에 들어서자 마침 이신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것을 발견했고 그의 손에는 외투 한 벌도 들려있었다.

그도 신유리를 발견하고는 발걸음을 천천히 멈추며 말을 했다.

“밖에 기온이 낮아서... 난 네가 안 들어온 줄 알았어.”

신유리는 멀지 않은 곳에서 환하게 웃으며 서준혁에게 다가가는 주현을 보았고 원래 서창범과 얘기를 나누고 있던 서준혁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주현을 쳐다봤다.

그리고 늘 엄숙하고 진지한 표정이던 서창범은 주현을 보는 순간 표정이 인자하고 자상하게 바뀌었다.

신유리는 그들에게서 시선을 돌리려 이신에게 물었다.

“조금 있다 다른 스케줄 있어?”

이신은 신유리가 피곤해 보이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들고 있던 외투를 걸쳐주며 말했다.

“아니, 이젠 없어. 집에 데려다줄게.”

그의 몸에서 나는 은은한 레몬과 같은 향과 갓 밖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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