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621 - Chapter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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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1화

문연진은 한동안 잔뜩 심통이 나 있었다.심문석 생일 잔치에서 했던 말로 연미숙이 움직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까지 인내심이 많은 여자인 줄 몰랐고 지금까지 그녀는 강하리를 찾아가지도 않았다.게다가 강하리가 갑자기 외교부 일을 그만두었다는 것까지 생각하면 할수록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평소 강하리가 얼마나 책임감 있게 일을 처리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제 박근형의 일을 맡았으니 더 열심히 할 텐데 하필 이때 일을 그만두다니.부서 사람들을 통해 알아봤지만 이유를 알지 못했다.한창 짜증이 나 있던 찰나 석미란의 전화가 걸려 왔다.“문연진 씨, 흥미로운 일이 있는데요.”문연진은 웃으며 조롱하는 어투로 말했다.똑같이 심씨 가문 사람이지만 첫째네와 너무도 다르다는 걸 누가 모르겠나.“사모님께서는 저를 잘 아시는 모양이군요.”석미란이 웃었다.“당연하죠.”문연진은 짜증스러운 기색이 가득했지만 차분한 어조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사모님, 하실 말씀 있으시면 그냥 하세요.”석미란도 빙 돌려 얘기하지 않았다.“강하리 임신한 거 아직 모르죠”문연진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뭐라고요?”“강하리가 임신했다고요.”“진짜요?”“물론이죠, 나 지금 한미병원 산부인과에 있어요.”문연진의 표정이 극도로 일그러지며 너무 화가 나서 휴대전화를 옆으로 내리쳤다.때마침 문을 열고 들어온 문원진이 이 광경을 목격했다.“또 왜 성질을 부려!”문연진은 너무 화가 나서 눈이 빨갛게 달아올랐다.“할아버지, 강하리가 진짜 임신했대요. 그년이 진짜 승훈 오빠 애를 임신했다고요!”문원진의 표정도 굳어졌다.“누가 그래?”“심씨 가문 셋째 사모님이 방금 전화해서 알려줬어요. 내가 전에 임신했다고 했을 때 다 안 믿었잖아요. 이제 어떡해요, 애가 곧 나오게 생겼는데!”문원진은 잔뜩 굳어진 얼굴로 한참이 지난 후에야 이렇게 말했다.“뭐가 그리 급해,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잖아.”“안 급할 수가 있어요? 승훈 오빠는 지금까지 나를 쳐다보지도 않는데 강하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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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2화

여러 대의 구급차가 병원으로 달려왔고 심준호는 어두운 얼굴로 응급실 문 앞에 서 있었다.허둥지둥 연성으로 달려온 구승재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했다.“준호 형, 우리 형이랑 강하리 씨...”“강하리 씨는 출혈 때문에 응급조치 중이고 아이는 조산해서 2킬로도 안 돼. 상황이 안 좋아. 네 형은 쇳조각이 튀어 심장 뒤쪽을 찔러서... 방금 위독하다는 통보를 받았어.”건장한 체격의 구승재도 다리가 풀리며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심준호가 황급히 그를 일으켜 세웠다.“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심준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일단 진정해. 작정하고 해친 거면 괜찮은지 알아보러 오는 사람이 분명히 있을 거야. 병원에는 사람도 많아서 어떤 눈과 귀가 있는지 몰라.”구승재는 몸을 추스르고 일어섰지만 마음 한구석은 찌릿한 통증이 밀려왔다.셋 중 누구 하나라도 잘못되면 남은 둘은 죽는 것보다 고통스러운 삶을 살 거다.응급실 문이 거듭 열리며 혈액 주머니가 드나들었다.이날 밤 구승훈은 총 세 번의 위급하다는 통보를 받았고 난리 속에 하룻밤이 지나고 손연지는 다음날이 되어서야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그녀가 왔을 때는 이미 울어서 눈이 충혈된 상태였다.“하리는요, 아기는요?”노민우는 서둘러 그녀를 옆으로 끌어당겼다.“일단 진정해. 구승재, 천천히 얘기해 봐.”“강하리 씨는 괜찮은데 아이 상태가 안 좋아요.”손연지는 순식간에 눈물이 터져 나왔다.“아이는 이제 겨우 7개월이에요, 7개월이면 생존 확률이 10%밖에 안 돼요!”그녀의 말에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은 고통으로 물들어갔다.노민우는 서둘러 휴지를 건네며 물었다.“승훈이는 어딨어?”구승재 역시 붉어진 눈으로 답했다.“형은 방금 위기 넘겼어.”노민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VIP 병실 문이 열렸다.“환자 깨어났어요.”구승재는 멈칫했다.하룻밤 사이에 세 번이나 위독 통보를 받았던 사람이 이렇게 빨리 깨어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고 의사도 충격에 휩싸였다.구승훈의 얼굴은 핏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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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3화

노민우는 갑자기 무언가를 떠올렸다.“승훈아, 우리 형이 이런 미숙아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연구소를 차렸어. 거기로 보내도 돼. 일반 병원보다 기술도 훨씬 좋고 연구소니까 비밀 보장도 문제없어.”구승재의 눈이 번쩍 뜨였다.“정말?”노민우는 고개를 끄덕였고 구승재는 황급히 구승훈을 바라봤다.구승훈은 한참을 침대에 누워 있다가 말했다.“노진우 불러, 나머지는 다 나가!”구승재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지만 어쨌든 나가서 노진우를 불렀다.얼마 지나지 않아 노진우가 심각한 표정을 한 채 병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문이 닫히자 구승재는 고통에 가득 찬 얼굴로 구승훈을 바라보았다.“형,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강하리 씨가 알면 버티지 못할 거야!”구승훈은 얼굴이 창백해졌다.“안 그러면 아이를 지킬 수 없어.”“그래도 이건 강하리 씨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구승훈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냥 내가 미안한 짓 한 걸로 하자.” 손연지는 구승훈의 병실에서 나와 곧장 강하리가 있는 곳으로 갔다.강하리는 피를 많이 흘린 탓에 얼굴에는 핏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그녀는 침대 옆에 다가가 강하리의 손을 잡았다.눈물이 멈추지 않았다.그렇게 조심했는데 왜 무사히 낳을 수 없었던 걸까!이 아기는 하리의 목숨과도 같은 존재인데!손연지는 강하리의 침대 곁에 한참을 앉아있었고 병실 문 앞에 서 있던 노민우는 가슴이 아팠다.강하리와 가까운 사이는 아니었지만 그녀와 구승훈 사이의 일을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었다.그 두 사람이 이렇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서로 사랑하는 둘이 함께 하겠다는데 그 대가가 왜 이렇게 큰 걸까.그는 참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며 손연지 옆으로 걸어갔다.“손연지, 울지 마. 이제 다 괜찮다잖아.”“괜찮다니 무슨 소리야, 하리가 어떻게 됐는지 못 봤어?”“천천히 나아지겠지.” 노민우가 옆에서 위로했지만 손연지는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아이가 괜찮으면 모를까, 정말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누구도 잘 지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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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4화

강하리는 잠에서 깨어나니 붉어진 눈으로 침대 앞에 앉아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손연지를 발견했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배를 만지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아기는? 구승훈 씨는?”이제 막 멈췄던 손연지의 눈물이 또다시 방울방울 떨어졌고 강하리는 손발이 차게 식는 것을 느꼈다.“아기한테 문제가 생긴 거야, 아님 구승훈 씨가 잘못된 거야?”손연지는 그녀의 손을 잡았다.“하리야, 아이... 아이...”차마 조산해서 죽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생사가 오가는 일에 익숙한 의사인데 그런 말 하나 못 하다니.강하리는 예고 없이 눈물이 툭 터져버렸고 그녀는 손연지를 바라보다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손연지, 농담하지 마. 아까도 분명히 내 배를 걷어차고 있었어.”손연지는 그녀의 손을 잡고 흐느꼈다.강하리의 입가에 번지던 미소가 그대로 굳어버린 채 곧바로 소리 없는 눈물이 연이어 떨어졌다.손연지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충격을 받으며 강하리의 손을 움켜잡았다.“하리야, 울고 싶으면 울어, 소리 내서 울어, 참지 말고. 이제 막 애 낳았는데 참으면 안 돼. 차라리 소리 내 울면서 다 털어내 버려.”하지만 강하리는 단 한 번도 소리를 내지 않았고 옆에서 지켜보던 손연지는 마음이 아파 죽을 지경이었다.“하리야, 이러지 마, 이러지 마! 내가 이렇게 빌게. 차라리 소리 내 울어, 제발!”병실 문이 열리고 창백한 얼굴을 한 구승훈이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손연지는 다시 한번 눈물샘이 터지며 고개를 숙여 강하리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내가 가서 먹을 것 좀 가져올게.”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구승재는 구승훈을 침대까지 데려다준 뒤 몸을 돌려 나갔다.강하리는 슬픈 눈빛으로 구승훈을 바라봤다.“구승훈 씨, 우리 아이 ...”구승훈의 눈가가 젖어가며 강하리의 손을 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미안해.”강하리가 그를 바라보았다.“그러니까... 아이가 정말 사라진 거야?”구승훈의 눈에 감출 수 없는 슬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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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5화

강하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고개를 돌려 구승훈을 바라보았다.구승훈은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내가 갈게.”강하리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더니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구승재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문 앞에 서 있다가 강하리에게 다가갔다.“강하리 씨, 이번 일 우리 형이 반드시 제대로 처리할 거예요. 우리 형 믿어줘요.”하지만 강하리는 가만히 눈을 감았다.구승훈의 두 눈에 고통스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가며 손을 뻗어 부드럽게 강하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하리야, 나 믿어...”말을 마치기도 전에 강하리가 그의 손을 홱 피했고 멈칫한 구승훈은 굳어버린 손을 거두었다.“푹 쉬고 있어, 금방 돌아올게.”병실로 나온 구승훈은 등이 피로 온통 물들어 있었다.구승재가 급히 의사를 불러 꿰매고 붕대를 감아보려 했지만 구승훈은 거절했다.“송유라한테 가.”“형, 상처는!”구승훈의 눈가가 붉게 물들었다.“하리의 고통에 비하면 이깟 상처가 뭐겠어.”순간 구승재의 가슴에 숨이 막힐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중환자실에서 송유라는 폭발에 얼굴이 다 망가진 채 구승훈을 보자 목에서 쇳소리를 냈다. 한참 후 그녀가 힘겹게 소리쳤다.“승훈 오빠...”구승훈은 차갑고 서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누가 시켰어?”송유라 헛웃음을 터뜨리더니 이내 크게 웃었다.“하하하, 강하리 죽었지? 그 아이도 죽었지?”구승훈은 손을 들어 그녀의 목을 조르며 말했다.“누가 널 여기로 보냈어!”“그냥 왔어. 너도 강하리도 미워서. 왜, 오면 안 돼?”“송유라!” 구승재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말하면 살려줄 수는 있어.”“웃겨! 너희는 난 살려줄 생각 없잖아. 마침 강하리와 그 아이랑 같이 죽었으니 나도 쓸쓸하지 않겠어. 좋아, 아주 좋아!”구승훈의 두 눈에 살기가 번뜩였다.“송유라, 난 널 쉽게 죽여줄 생각 없어.”구승훈은 휠체어를 밀며 밖으로 나갔다.“송유라 여기서 내보내. 밖에는 송유라가 멀쩡하고 그냥 살짝 다쳤다고만 해.”구승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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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6화

하지만 이제 막 잠이 들었을 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진태형에게서 온 전화였다.강하리가 전화를 받았다.“진 장관님.”진태형 측에서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하리 씨, 인터넷 좀 봐요.” 멈칫한 강하리는 전화를 끊고 인터넷에 들어갔다.막 클릭하는 순간 그대로 손가락이 굳어버렸다.[미녀 번역가, 사실은 내연녀에 혼전임신까지?]전에 그녀가 화제 된 것만큼 이 글에 사람들이 주목했다.인터넷에서는 실제 증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그럴듯하게 말만 지어내면 사람 명성 하나 망치는 건 일도 아니었다.그리고 이번엔 그녀뿐만 아니라 진태형까지 연루되었다.외교부 장관으로서 그런 부도덕한 사람을 외교부 요직에 앉혔다는 것에 인터넷에는 진태형과 외교부에 대한 비난이 가득했다.휠체어를 타고 병실 입구에 나타난 구승훈은 이 사안에 대해 이미 아는 듯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잘 처리할게.”강하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필요 없어.”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진태형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진 장관님, 저 외교부 그만두겠습니다.”진태형은 충격에 휩싸였다.“하리 씨,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어요.”강하리의 눈에서 순식간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며 그녀는 다소 씁쓸하게 웃었다.“진 장관님, 저도 알아요. 이대로 외교부에 있으면 전 그저 번역밖에 못하겠죠. 그럼 차라리 그만둘게요. 제가 원하는 일을 하기엔 계속 외교부에 있는 것도 옳지 않은 것 같네요.”강하리는 말하면서 울먹였고 진태형은 말할 수 없이 괴로웠다.“알겠어요, 울지 마요.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돼요. 푹 쉬어요.”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녀는 전화를 끊고 두 눈을 질끈 감는데 구승훈은 가슴 아픈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리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제대로 해결해 줄게.”구승훈은 그렇게 말하며 휠체어를 밀고 자리를 떠났다.에비뉴 공식 홈페이지와 SH그룹 공식 홈페이지에 글 하나가 올라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좋아해. 첫눈에 반했고 4년 동안 쫓아다닌 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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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7화

송유라의 사망 소식은 강하리의 귀에 빠르게 전해졌다.교통사고, 자살.그녀는 침대 옆에 기대어 멍하니 뉴스 기사를 바라보고 있었다.어쨌든 송유라도 유명인이라 교통사고 자살은 다시 한번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화제가 되었다.다만 송유라의 죽음에 강하리가 또다시 연루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한 목격자가 송유라가 죽기 전 이렇게 외쳤다고 말했다.“강하리, 귀신이 돼서라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 한마디로 강하리는 모두의 타깃이 되었고 강하리가 송유라를 죽음으로 몰았거나 고의적 살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심지어 구승재와 구승훈도 직접적으로 연루되었다.누군가 그녀가 구승재의 차에서 내려 스스로 찻길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걸 봤기 때문이다.[분명 강하리가 구승훈과 만나다가 송유라를 가만두지 못하고 사람 시켜서 죽인 게 분명해.,][강하리 너무 악독하네!][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것도 모자라 첫사랑을 죽이다니, 역겨워!]강하리는 휴대폰을 움켜쥔 채 원래도 하얗던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보지 마. 뭐 볼 게 있다고 그래! 얼른 누워서 푹 쉬어. 몸 버릴 거야?”손연지는 곧장 일어나서 휴대폰을 옆으로 치웠다.강하리는 시선을 내린 채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응.”그녀가 침대에 눕기도 전에 경찰이 찾아왔다.“강하리 씨? 교통사고에 관해 여쭤볼 게 있습니다.”강하리는 붉어진 눈으로 눈앞에 있는 경찰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문 앞에서 구승훈의 목소리가 들렸다.“누가 신고했어?”구승훈이 그들을 바라보자 경찰은 그의 표정에 깜짝 놀랐다.“구승훈 씨, 저희는 단지 간단한 조사만 할 뿐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구승훈이 일그러진 얼굴로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강하리가 입을 열었다.“궁금한 게 있으면 그냥 물어보세요.”“하리야!”강하리는 구승훈을 쳐다보지 않고 시선을 살짝 내린 채 눈가에 머금은 쓸쓸함을 감췄다.경찰은 위협적인 구승훈의 눈빛 속에서 그저 간단히 몇 가지 질문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구승훈은 휠체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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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8화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주해찬은 가슴속에 아릿한 통증이 밀려왔다.그저 단순하고 행복하게 살아도 될 여자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할까.거듭 아이를 잃는 고통을 그녀가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내가 아이를 못 지켰어요, 내가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어요.”자책으로 가득 찬 그녀의 말을 들으며 주해찬은 가슴이 아파 숨조차 쉴 수 없었다.“하리야, 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 알겠지? 넌 그 아이에게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하지만 강하리의 눈물은 코끝을 타고 조용히 흘러내렸다.주해찬은 아릿한 고통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꾹 참던 그는 결국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하리야, 울지 마.”손연지는 붉어진 눈으로 애써 시선을 돌리며 그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자기가 울면 강하리의 마음이 더 아플까 봐.강하리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는 울음을 터뜨리지 않으려 애썼다.“선배, 고마워요. 진 장관님께도 고맙다고 전해줘요.”주해찬은 얼굴을 찡그렸다.“고맙다는 말은 됐어. 진 장관님도 오시려다가 외교부에 일이 많아서 쓸데없는 생각 말고 푹 쉬라는 말 전해달라고 하셨어.”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리자 휠체어에 앉아 있는 구승훈이 보였다.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창백했다.“선배, 전 괜찮아요.”강하리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낮은 목소리로 주해찬에게 말했다.구승훈은 울어서 빨갛게 부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둔탁한 아픔이 가슴에 밀려왔고 안색도 한층 더 창백해졌다.“형...” 그걸 지켜보는 구승재도 가슴이 아팠다.구승훈은 고개만 저었다.“괜찮아, 나 좀 밀어줘.”구승재가 휠체어를 밀고 들어오자 구승훈이 말했다.“인터넷 문제는 해결됐어.”강하리는 시선을 돌리며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은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다리 위에 있던 죽을 침대 옆 탁자에 올려놓고 포장을 뜯었다.“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뭐 좀 먹을래?”“배 안 고파.”구승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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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9화

“형!”구승훈이 황급히 손을 들었다.“괜찮으니까 소란 피우지 마.”하지만 구승재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그를 데리고 다시 검진받으러 갔다.강하리는 방에서 구승재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잠시 멈칫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해찬은 옆에 놓인 죽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어?”강하리는 시선을 내리며 답했다.“선배, 저 입맛 없어요.”주해찬은 한숨을 쉬며 죽을 건넸다.“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입맛 없다고 안 먹으면 안 되지.”말하며 손연지를 돌아보았다.“그쪽이 먹여줘요.”손연지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와 죽을 건네받았다.강하리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지만 한입 먹을 때마다 속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것 같았다.주해찬은 강하리가 죽 한 그릇 먹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누워서 좀 쉬어. 너 자는 거 보고 갈게.”강하리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그저 빨리 낫고 싶었고 그래야 아이의 복수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주해찬은 옆에서 눈을 감고 있는 그녀를 지켜보면서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다가 곧 눈가가 촉촉이 젖어갔다.손연지가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주해찬 씨, 이만 돌아가세요.”주해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하리를 다시 한번 바라본 뒤 밖으로 나갔다.병동 문을 나서자 밖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구승훈은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주해찬은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구승훈이 어떤 상태인지, 심지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신경 쓰지 않았다.오로지 강하리가 무사히 이겨내는 것만이 그의 관심사였다.그녀가 삶의 의지를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겨우 아이로 한 줄기 희망을 붙들고 살았는데 이젠 아이도...주해찬은 남자인 자신도 이런 일을 겪으면 이겨낼 자신이 없었을 것 같았다.그가 문 앞에서 한참 동안 서 있는데 이윽고 손연지가 밖으로 나왔다.손연지는 아직도 문 앞에 서 있는 주해찬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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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0화

그에게서 이런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조차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는데...강하리는 가슴이 답답했지만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그녀가 시선을 내린 채 그의 눈을 피하는데 구승훈은 이미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그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한겨울에 맨발로 차가운 바닥을 밟고 있었다.강하리의 시선이 그의 발을 스쳐 지나갔다.“퇴원하는 거야?”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해찬을 바라보았다.“선배, 가요.”주해찬이 다가가 강하리에게 목도리를 둘러주려 했지만 놀랍게도 구승훈이 먼저 큰손으로 그녀의 목도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둘러준 뒤 장갑까지 끼워주었다.“밖에 추워, 따뜻하게 입어.”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러 갔던 날에도 했던 똑같은 말에 강하리의 눈시울이 이유 없이 붉어졌다.그녀는 구승훈의 시선을 외면했다.“구 대표님, 이러실 필요 없어요.”강하리는 고개를 숙인 채 옷을 추스르고 곧장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구승훈이 갑자기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하리야, 돌아가면 몸조심해.”강하리는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가슴 한구석에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구승훈에게서 벗어나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갔다.그녀의 결연한 뒷모습을 바라보는 구승훈의 두 눈엔 억눌린 아픔이 고스란히 담겼다.“형, 그냥 얘기해. 이러다 하리 씨 정말 떠나겠어.”구승훈은 다소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아이의 안전이 먼저야.”“그럼 송유라 일은? 그건 왜 설명 안 해? 분명...”구승훈은 멀어지는 강하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나와 멀어지는 게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어. 내 옆은 너무 위험하니까.”구승재는 심장이 저리며 통증에 숨조차 쉬지 못했다.구승훈은 담배 한 모금 빨아들이며 말했다.“가서 퇴원 수속해.”구승재가 경악했다.“형, 아직 그 몸으로 퇴원 못 해!”구승재가 피식 웃었다.“걱정하지 마, 나 안 죽어.”구승훈은 병원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고 그 차는 연성 휴게소에 도착했다. 구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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