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Chapter 611 - Chapter 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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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1화

남자는 다소 씁쓸하게 웃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손연지와 헤어진 후에야 구승훈은 시선을 내리며 강하리에게 말했다.“하리야, 너와 아이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할게.”강하리는 바닥을 내려보며 웃다가 한참 후에야 말했다.“구승훈 씨, 가끔은 그런 약속이 아무런 소용 없을 때도 있어.”피식 웃은 구승훈은 그녀가 뭘 얘기하는지 알았다. 과거 그가 제대로 해내지 못한 건 사실이었지만 이젠 목숨을 걸고서라도 아이와 그녀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다짐했다.그저 겉으로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을 뿐.구승훈은 강하리에게 개인 의사와의 약속을 잡았고 진찰을 마친 의사가 적극적으로 가리키며 말했다.“여기가 머리고 여기가 엉덩이예요. 아이가 무척 건강해 보이네요.”강하리는 컴퓨터 화면의 이미지를 바라보다가 문득 코끝이 찡해졌다.그녀의 아이, 그녀의 핏줄인 아이였다.강하리는 손을 들어 촉촉한 눈가를 닦았다.“건강하게 낳을 수 있겠죠?”의사가 웃었다.“당연하죠.”의사는 강하리를 바라보며 물었다.“사진 한 장 출력해 드릴까요?”검사 기록을 남기지 말라는 말을 미리 들었지만 이 아가씨가 아이를 무척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강하리는 손가락으로 화면을 쓸어보다가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필요 없어요.”의사는 인상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 했지만 강하리는 이미 작별 인사를 고했다.“감사해요.”그러고는 금방 자리를 떠났다.의사는 한숨을 내쉬며 검사 기록을 모두 지운 뒤 생리불순으로 바꿨다.강하리와 구승훈이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연진이 조용히 들어왔다.“선생님, 방금 그 여자는 무슨 검사 때문에 온 거예요?”의사는 인상을 찌푸렸다.“죄송하지만 환자 정보는 알려드릴 수 없어요.”문연진은 웃으며 의사 앞에 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여기 1억이 있는데 저 여자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지만 알면 돼요.”의사의 눈이 번뜩이며 천천히 그 카드를 받았고 컴퓨터에 있던 검사 기록을 전부 찾아냈다.[생리불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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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구승훈은 그녀를 식탁으로 끌어당겼다.“네 곁에 돌봐줄 사람이 없으면 내가 불안해서 그래. 계속 배달 음식만 먹을 수는 없잖아.”강하리는 그를 힐끗 쳐다보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강하리는 외교부 업무를 중단했다.배가 점점 불러와 불편하기도 했기에 JM의 일은 전부 집에서 처리했다.나문빈이 소유한 다른 회사도.나문빈은 강하리를 도와줄 사람을 보낸다고 했는데 그게 그 본인일 줄은 몰랐다.매일 강하리를 찾아오는 나문빈을 보며 구승훈의 표정은 갈수록 굳어만 갔다.하지만 둘이 그저 일 얘기만 했기에 구승훈은 뭐라 하고 싶어도 할 말이 없었다.안예서가 강하리와 구승훈에 대해 알게 된 건 B시에 도착한 후였다.예전부터 강하리와 구승훈이 만나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긴 했지만 두 사람이 실제로 만났다는 사실에 며칠 동안 충격을 받았다.특히 사람들이 감히 쳐다볼 수 없을 정도로 차가웠던 구 대표님이 하루 종일 강하리 곁에 달라붙어 있는 모습을 보고는 세상이 뒤집어지는 느낌이었다.겨우 구승훈이 강하리 곁을 비운 사이 안예서는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부장님 쫓아다닌다던 사람이 구 대표님은 아니겠죠?”강하리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여긴 어디, 나는 누구?’안예서는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겨우 자료를 챙겨 자리를 떠났다.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강하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심문석의 생일을 앞둔 11월 말, 일은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강하리의 임신 6개월 가까이 된 배는 헐렁하고 두꺼운 점퍼를 입으면 숨길 수 있었다.하지만 드레스를 입으면 배를 감출 수 없었기에 심문석의 생일날 원래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심준호가 직접 그녀를 데리러 왔다.“드레스 말고 평소처럼 입어도 돼요. 엄마랑 할아버지가 하리 씨 보고 싶다고 하셔서 그냥 가서 얼굴만 비추고 더 머물고 싶지 않으면 일찍 와도 돼요.”강하리는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안으로 들어가자 심준호는 현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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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TV나 뉴스에서 그를 거의 매일 본다.“그냥 할아버지라고 불러.”강하리는 낮게 불렀다.“안녕하세요, 할아버지.”심금천은 멍하니 강하리를 바라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앞으로 집에 자주 놀러 와.”강하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고 심문석은 이어서 둘째, 셋째에게도 그녀를 소개했다.셋째를 소개할 때 석미란은 눈을 흘길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막 뭐라 하려던 찰나 구승훈의 눈길이 이쪽으로 향했고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말을 다시 삼킬 수밖에 없었다.지금도 구승훈을 보면 얼굴에 아픔이 느껴졌다.구승훈만 있는 게 아니라 큰집 식구들과 어르신까지 있었고 대체 저 계집이 무슨 약이라도 먹였는지 하나 같이 자기 딸보다 어디서 왔는지도 모를 저 계집한테 더 잘해주었다.석미란은 남몰래 몇 마디를 중얼거리며 옆으로 걸어갔다.심문석이 강하리를 데리고 일일이 소개를 마친 뒤 백아영이 그녀를 곁으로 끌어당겼다.“태형 씨 말로는 일 다 넘겼다면서?”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마음 편히 해외 파견을 기다리고 싶어요.”백아영은 인상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문연진과 함께 밖에서 들어오는 문원진을 보았다.멈칫하던 강하리의 안색이 굳어지자 백아영의 두 눈이 번뜩였다.“여기 있기 싫으면 승훈이랑 나가서 둘러봐. 여긴 별로 볼 것도 없고 노인네들만 많으니까.”강하리는 문씨 일가와 마주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바로 답했다.헐렁한 니트를 입었어도 문연진의 눈을 완벽히 속일 자신이 없었다.그녀는 지난번 유산을 경험한 뒤 눈앞에 겨눈 총보다 뒤에 숨어 쏜 화살이 더 무섭다는 걸 뼈저리게 느낀 터라 지금은 문연진을 피하고만 싶었다.“백 장관님 감사합니다.”백아영이 웃으며 말했다.“가 봐.”강하리가 구승훈과 함께 자리를 뜨려는 찰나 때마침 문씨 일가와 정면으로 부딪쳤다.문연진은 강하리가 입고 있던 헐렁한 니트와는 대조적으로 유난히 화려해 보이는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그녀는 턱을 살짝 들어 올리며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강하리 씨,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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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문원진의 말이 끝나자 구승훈은 비웃었다.“어르신,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그 문제는 내부 부서와 징계위원회에서 결정한 건데 하리랑 무슨 상관이 있다는 겁니까?”문원진의 얼굴이 순식간에 험악해졌다.“승훈아, 무슨 일이 있어도 연진이는 여전히 네 약혼녀야!”구승훈의 얼굴은 싸늘한 서리로 뒤덮인 듯 차가웠다.“전 평생 딱 한 명의 여자한테만 프러포즈했고 그게 하리입니다. 어르신께서 계속 그러시면 창피를 당하는 건 그쪽일 텐데요.”“구승훈, 너...”“그만해!” 보다 못한 심문석이 소리를 질렀다.“우리 심씨 가문을 뭐로 보는 거야? 여기 있기 싫으면 당장 꺼져!”문원진은 구승훈을 힐끗 쳐다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능글맞게 다가와서 준비한 선물을 심문석에게 건넸다.“어르신, 그래도 연진이 크는 걸 옆에서 지켜보셨잖아요. 지난번 일은 잘못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애 앞길 망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심문석이 콧방귀를 뀌었고 그가 말하기도 전에 백아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자기가 선택한 길이고 본인이 자초한 일 아닌가요. 문원진 씨, 얘 앞길이 어떻게 되든 그건 본인이 결정할 일이지 다른 사람에게 책임 전가하지 마세요. 남들도 사람 앞길 망칠 만큼 큰 책임을 짊어질 리가 없고요.”문원진은 말문이 막혔다.“백아영 씨, 그래도 우린 어렸을 때부터 봐 온 사이고 연진이는 친손녀 같은 애인데 이런 일로...”“내 손녀가 그런 짓을 했다면 외교부나 징계위원회에서 나서기 전에 내 손으로 외교부에서 쫓아냈을 겁니다. 그런 사람은 남아 있을 자격이 없어요.”공과 사를 확실하게 구분하며 조금의 빈틈도 보이지 않는 백아영 앞에서 문원진은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일그러진 얼굴로 가지도 못하고 자리에 서 있었다.문연진은 순간 눈시울을 붉혔다.“백 장관님, 저는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그럼 강하리는요? 그렇게 많은 일이 있었는데 외교부에 남아있을 자격이 있나요?”“무슨 일?” 구승훈이 비웃으며 물었다.“당연히 돈 많은 사람에게 스폰받은 것 말이에요. 승훈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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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그런데 강하리는 그저 웃기만 했다.“백 장관님,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다들 감싸주셔서 감사해요.”눈시울이 붉어진 채 말하던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들의 가족을 부러워했다.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있는 사람을 부러워했고 나중에는 어머니를 때리지 않는 아버지가 있는 사람을 부러워했으며 그러다 엄마가 있는 사람까지 부러워하고 있었다.그녀는 유독 자신에게만 가족의 연이 박하다는 걸 느꼈는데 오늘 이곳에서 심씨 가문 사람들이 가족처럼 자신을 지켜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순간 백아영의 가슴이 더욱 아파지며 다가와 강하리를 꼭 안아주었다.“바보 같긴, 우리는 그냥 진실을 말한 것뿐인데.”방에서 나온 구승훈은 강하리의 턱을 그러쥐고 조심스럽게 눈물을 닦아주었다.“심씨 가문 사람들 몇 마디에 감동한 거야?”그의 손을 떨쳐낸 강하리는 저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흘렀다.그녀가 눈물을 닦으며 무슨 말을 하려는데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강하리 씨.”정주현은 그녀를 보고 이쪽으로 걸어왔고 그 뒤를 정양철이 따라왔다.“하리 양, 오랜만이네요.”강하리는 정양철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정 회장님?”정양철은 고개를 끄덕였다.“나쁘지 않게 지내고 있죠.”정주현은 옆에서 눈을 흘겼다.“나쁘지 않긴, 이사회가 다 뒤집어지게 생겼는데 뭐가 나쁘지 않아.”정양철이 그를 노려보았다.“말 안 한다고 아무도 널 벙어리로 생각 안 해.”정주현은 콧방귀를 뀌었다.“내가 하리 씨 우리 회사의 복덩어리라고 했지, 안 믿더니.”정양철은 그를 무시하고 강하리만 바라봤다.“외교부 일은 어떻게 돼가요?”강하리는 웃으며 말했다.“할만해요.”정양철의 눈이 번뜩였다.“오호? 재능 있는 사람은 어딜 가나 잘 되나 보군요.”강하리는 웃으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구승훈은 옆에서 다소 어두운 눈빛으로 정양철을 바라봤다.정양철은 그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우리 이제 B시로 돌아왔어요. B시에서 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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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문연진의 얼굴에 머금었던 미소가 어색하게 굳어갔다.“사모님, 전 그런 뜻이 아니라 강하리가 단순한 여자가 아니란 걸 알려드리는 겁니다. 들을지 말지는 사모님이 결정할 일이죠.”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와인 잔을 손에 들고 활짝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연미숙은 문연진이 떠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다가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다.말로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지만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다.대양그룹 지사의 강하리가 사실 어리고 예쁜 아가씨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 마음속으로 막연하게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 문연진의 말이 그녀의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만들었다.그녀가 옆으로 손을 흔들자 경호원 복장을 한 사람이 다가왔다.“가서 정 회장님이 연성에서 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다 확인해 봐요, 전부 다.”경호원은 대답하고 돌아서서 자리를 떴다.심문석 생신 잔치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자 강하리는 다시 그의 곁으로 불려 갔고 그는 강하리를 데리고 B시의 모든 고위 인사들과 인사를 나누게 했다.강하리를 대하는 그의 태도를 지켜보며 사람들은 어느 정도 낌새를 알아차렸다.앞으로 심씨 가문에 딸 하나가 더 생긴 것 같다, 과거 심예진처럼.하여 저마다 정신을 바짝 차렸다.심준호가 구승훈 옆에 서서 말했다.“문씨 가문을 잘 지켜봐. 저대로 가만히 있을 사람들은 아니야.”구승훈이 대답하며 연미숙 쪽으로 시선을 옮기자 그녀는 멀리서 그를 향해 잔을 들어 올렸다.“정양철 알아?”구승훈이 낮은 목소리로 묻자 심준호는 얼굴을 찡그렸다.“정양철은 사람이 점잖기로 유명하고 당시 별 볼 일 없던 정씨 가문을 지금의 규모로 키우기까지 했잖아. 왜, 무슨 일 있어?”구승훈은 생각에 잠긴 채 고개를 저었고 이때 갑자기 밖에서 고함이 들렸다.심준호의 표정이 확 바뀌더니 구승훈을 바라보았고 그의 눈에서 냉기가 번뜩였다.“네가 처리해. 난 하리 데리고 갈게.”심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구승훈은 심문석에게 다가가 몇 마디 말을 건넨 뒤 강하리를 데리고 나가려 했다.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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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강하리는 구승훈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했다.한 번도 구승훈이 이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었고 애초에 구승훈에게 이 아이의 존재를 알릴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그녀나 구승훈이 애를 써도 이 아이의 안전을 백 퍼센트 장담하긴 어렵다는 걸 잘 알았다.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 사람들을 피해 한국을 떠나 조용히 아이를 낳는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해외 파견이 아닌 이상 해외에 나가려면 여러 단계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설령 나가더라도 감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해외 파견에 대해서 좀처럼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데 출국 허가는 쉬울?그녀는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았다.머릿속엔 온통 사생아라는 남자의 매서운 눈빛뿐이었다.구승훈의 손가락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문질렀다.“겁내지 마, 내가 너희 둘 다 지켜줄 테니까.”강하리가 다소 짜증스럽게 그의 손을 쳐냈지만 여자의 쌀쌀맞은 태도가 오히려 구승훈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큰 손으로 그녀의 작은 배를 감쌌다.“오늘 밤에 내가 책 읽어줄까?”강하리는 그를 밀어내고 차에서 바로 내렸다.“필요 없어.”하지만 밤이 되어 구승훈이 동화책을 들고 다가왔을 때 강하리는 거절하지 않았다.이제 그녀는 선명한 태동을 느낄 수 있었다.구승훈이 배를 만지거나 태교를 빌미로 그녀에게 은근슬쩍 스킨십을 할 때면 태아는 유난히 활발하게 움직였다.강하리는 이게 혈육의 교감인지 생각하곤 했다.아이에겐 아빠가 필요하니까.강하리는 헐렁한 잠옷 차림으로 침대 옆에 기대어 앉아 영어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구승훈이 침대 쪽으로 걸어가 그런 강하리를 품에 안았다.“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대?”강하리는 그의 손에 든 동화책을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사실 아무것도 못 알아들어. 그냥 당신 목소리를 좋아하는 거지.”구승훈이 강하리를 바라보았다.“그럼 내가 읽어줄까? 강주에서 네가 나한테 책 읽어줄 때처럼.”강하리는 잠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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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진태형은 잠시 침묵했다.“해외 파견은 잠시 미뤄야 할 것 같아요.”“그럼 제가 개인 사정으로 출국 신청을 하는 건요?”진태형은 나지막이 말했다.“신청은 할 수 있지만 승인 떨어지는 게 무척 어렵고 기간도 오래 걸릴 거예요.”강하리는 살짝 한숨을 내쉬었다. “네, 알겠어요.”강하리가 전화를 끊자 구승훈이 상쾌한 기운을 풍기며 욕실 밖으로 걸어 나왔다.구승훈은 파자마 한 벌을 몸에 걸친 뒤 강하리에게 다가와 포옹했다.“안 피곤해?”강하리가 낮게 물었다.“구승훈 씨, 우리 아기 괜찮겠지?”구승훈은 한참을 꽉 껴안고 있다가 대답했다.“응.”강하리는 어느새 잠이 들었고 자면서도 깊게 찡그린 그녀의 미간을 보자 구승훈은 마음이 아파 그녀를 다시 품에 꼭 껴안았다.이번엔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에게 다시는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그 후로 강하리는 계속 바쁘게 지냈지만 그녀는 구승훈이 동네에 많은 사람들을 심어놓았다는 걸 알았다.안팎으로 남녀불문하고 그가 데려온 사람이 대부분이었다.먹을 것과 입는 것도 가져다주는 사람이 있었고 나문빈마저 들어오려면 여러 번의 확인을 거쳐야 했다.그래서 나문빈은 들어올 때마다 투덜거렸다.“그쪽 집에 오는 게 유엔 본부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네요.”하지만 강하리는 그저 웃기만 했다.“최근 B시에 에너지 회사 입찰이 있는데 잘 준비해 봐요.”나문빈은 혀를 찼다.“알겠어요.”온라인 회의를 속속들이 마치고 드물게 여유시간이 생기자 그녀는 가정부 아주머니에게 발코니 쪽으로 의자를 놓아달라고 부탁했다.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집안은 따뜻했다.계약서를 들고 무심하게 들여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휴대폰 벨이 울렸다.낯선 번호였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그냥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번호로 메시지가 전송되었다.[정양철 씨 아내 되는 사람이에요.]메시지를 보낸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화가 걸려 왔고 강하리는 전화를 받았다.“사모님, 안녕하세요.”전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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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구승훈의 눈빛이 번뜩였다.“애초에 널 자기 회사로 데려간 게 네 어머니를 해치려고 그랬다는 거야?”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건 정양철은 우리 엄마와 아무런 접점도 없는데 왜 그렇게까지 했냐는 거야...”강하리는 말하다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는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구승훈의 손을 꽉 잡았다.“송동혁은? 구승훈 씨, 송동혁 어디 있어?”송동혁이 애초에 엄마가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이 혹시... 정양철?강하리는 머릿속이 어지러웠다.저도 모르게 떠오른 생각에 깜짝 놀랐다.줄곧 엄마와 정양철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기억상실증에 걸렸고 송동혁을 만나기 전까지의 모든 기억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혹시 엄마가 오래전에 정양철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정말 그런 거라면 모든 게 말이 된다.정양철이 엄마를 쫓고 있었는데 송동혁이 구해줬다.그래서 그는 엄마가 죽었다고 생각해서 찾지 않았던 게 아닐까?그런데 나중에 엄마와 닮은 자신이 정주현과 일하는 걸 얼떨결에 보게 되어 곧장 연성으로 온 게 아닐까?강하리는 문득 팔다리가 저리는 느낌이 들었다.멍한 표정으로 구승훈을 바라보던 그녀는 계약서를 들고 있던 손마저 떨렸다.그녀는 덜컥 겁이 났다.정말 그런 걸까 봐.그렇다면 정서원을 그렇게 만든 게 결국 자신이니까.구승훈은 얼굴을 찡그리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송동혁은 아직 구치소에 있어, 왜 그래?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강하리의 입술이 살짝 하얗게 변했다.“그 사람 만나고 싶어.”구승훈은 눈살을 찌푸렸다.“알았어, 내가 준비할게. 근데 지금은 네 몸이 안 좋아서 안 될 것 같아. 애 낳고 가는 건 어때?”강하리는 임신 7개월 된 자신의 배를 바라보았다.이 상태로 외출하는 건 정말 위험했기에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래, 기다리자.”한편, 전화를 끊은 연미숙의 시선이 책상 위에 있는 서류 더미로 향했다.처음에는 믿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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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강하리가 헛웃음을 지었다.“둬도 난 쓸데없는데.”구승훈의 눈빛이 가라앉았다.“그래, 나랑 아이가 누려야지.”“아이만이야.”구승훈은 눈썹을 치켜올렸다.“근데 나 이미 많이 먹었는데.”강하리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창피한 것도 몰라?”구승훈의 눈엔 온통 웃음기가 가득했다.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고 구승훈은 조심스럽게 운전했다.앞뒤, 좌우, 사방에 경호원들의 차가 가득했고 원래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거리였지만 오늘은 한 시간이 넘게 걸렸다.병원 측에서는 구승훈이 이미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전용 통로를 통해 들어선 그는 곧바로 의사 진료실로 들어갔다.몇 가지 검사를 마치고 나니 시간은 벌써 정오가 가까워졌다.석미란이 진료실에서 나오자 구승훈이 한 여자를 품에 안고 병원 제일 안쪽 진료실에서 걸어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마스크와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몸매와 분위기가 확실히 강하리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다만... 강하리의 걷는 모습을 보던 그녀는 다소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렸고 잠시 멈칫하다가 황급히 그쪽으로 걸어갔다.하지만 몇 발짝 내딛기 전에 갑자기 누군가 그녀를 멈춰 세웠다.“여긴 통행금지입니다.”여러 명의 경호원이 석미란 앞에 서서 단호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석미란은 순간적으로 불안해졌다.“내가 누구인지 알아? 여긴 심씨 가문 병원이고 난 심씨 가문 사람이야!”하지만 경호원은 움직이지 않았고 석미란은 더욱 화가 났다.“당신들 눈이 먼 거야 아님 귀가 안 들려?”경호원이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자 석미란은 이를 악물고 두 경호원을 노려보더니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밖으로 나오자 구승훈이 이미 강하리를 차에 태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그녀의 눈빛이 번뜩이다가 다시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경호원 두 명이 떠난 후에야 그녀는 진료실로 향했고 의사는 당연히 그가 심씨 가문 셋째 사모님이라는 걸 알았다.그녀가 묻자 도저히 어쩔 수 없었지만 여전히 답은 전과 같았다, 생리 불순.석미란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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