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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강하리는 구승훈의 말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난감했다.

한 번도 구승훈이 이 아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었고 애초에 구승훈에게 이 아이의 존재를 알릴 생각은 더더욱 없었다.

그녀나 구승훈이 애를 써도 이 아이의 안전을 백 퍼센트 장담하긴 어렵다는 걸 잘 알았다.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 사람들을 피해 한국을 떠나 조용히 아이를 낳는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해외 파견이 아닌 이상 해외에 나가려면 여러 단계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설령 나가더라도 감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해외 파견에 대해서 좀처럼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데 출국 허가는 쉬울?

그녀는 조용히 창밖을 내다보았다.

머릿속엔 온통 사생아라는 남자의 매서운 눈빛뿐이었다.

구승훈의 손가락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겁내지 마, 내가 너희 둘 다 지켜줄 테니까.”

강하리가 다소 짜증스럽게 그의 손을 쳐냈지만 여자의 쌀쌀맞은 태도가 오히려 구승훈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 큰 손으로 그녀의 작은 배를 감쌌다.

“오늘 밤에 내가 책 읽어줄까?”

강하리는 그를 밀어내고 차에서 바로 내렸다.

“필요 없어.”

하지만 밤이 되어 구승훈이 동화책을 들고 다가왔을 때 강하리는 거절하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선명한 태동을 느낄 수 있었다.

구승훈이 배를 만지거나 태교를 빌미로 그녀에게 은근슬쩍 스킨십을 할 때면 태아는 유난히 활발하게 움직였다.

강하리는 이게 혈육의 교감인지 생각하곤 했다.

아이에겐 아빠가 필요하니까.

강하리는 헐렁한 잠옷 차림으로 침대 옆에 기대어 앉아 영어책을 손에 들고 있었다.

구승훈이 침대 쪽으로 걸어가 그런 강하리를 품에 안았다.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듣고 싶대?”

강하리는 그의 손에 든 동화책을 바라보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다.

“사실 아무것도 못 알아들어. 그냥 당신 목소리를 좋아하는 거지.”

구승훈이 강하리를 바라보았다.

“그럼 내가 읽어줄까? 강주에서 네가 나한테 책 읽어줄 때처럼.”

강하리는 잠시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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