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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7화

Author: 재인
천아름은 강하리의 휠체어를 밀며 복도를 따라나섰다.

그런데 하필 엘리베이터 앞에 도착하자마자 위층에서 내려오는 구승훈과 준봉을 마주쳤다.

이번엔 강하리도 굳이 피하려 들진 않았다.

에비뉴 대표실이 이곳에 있는 이상 앞으로 구승훈과는 자주 마주치게 될 터였다.

자꾸 피하는 게 오히려 더 부자연스러울 뿐이었다.

엘리베이터 안은 고요했고 기계 소리만이 낮게 울릴 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강하리는 내내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조시욱과 메시지를 주고받고 있었고 구승훈은 묵묵히 그녀의 행동 하나하나를 바라보았다.

핸드폰 화면 안, 조시욱과의 채팅창은 대화가 빼곡히 쌓여 있었다.

그걸 보는 순간 구승훈은 입안부터 가슴까지 다 쓰려왔다.

‘매일 같이 이렇게 대화를 주고받는 걸까?’

그는 참다못해 먼저 입을 열었다.

“속은 좀 괜찮아졌어?”

강하리는 문자를 입력하던 손끝을 멈칫하더니 대꾸하지 않았다.

구승훈은 짧게 웃음을 흘렸다.

“조시욱이랑 있으면... 토할 일은 없나 보네?”

그 말에 강하리는 피식 웃었다.

“구승훈 씨, 원하는 대답이 뭔데요? 말해봐요. 제가 맞춰줄게요.”

그는 입술을 꾹 다물었고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말해봤자 자존심만 더 상할 뿐이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천아름이 먼저 휠체어를 밀고 나섰고 밖에서는 이미 조시욱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준봉은 구승훈을 흘끗 보더니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구승훈이 문득 입을 열었다.

“점심 약속 취소해.”

그리고는 아무 말 없이 조시욱의 차를 따라나섰다.

차 안.

조시욱은 조심스럽게 달콤한 디저트를 하나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거 좀 먹어. 깁스 풀고 나서 맛있는 거 사줄게.”

디저트를 바라보던 강하리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시욱 선배, 난... 나 오늘 오후에 F 국으로 출장 가요. 갖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요. 사 올게요.”

그는 그녀의 말을 가로막듯 웃으며 말했다.

강하리는 입술을 굳게 다물고 디저트도 받지 않았다.

“제가 지금 무슨 얘기 하려는지 알겠죠.”

조시욱은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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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아름은 눈을 깜빡이며 말없이 웃었고 그 반응만으로도 이미 모든 걸 인정한 셈이었다.하지만 곧 그녀는 덧붙였다.“먼저 말해두지만 나도 미리 알았던 건 아니야. 그 사진들은 우리가 올라온 직후에 구승훈이 보낸 거야.”강하리는 여전히 입을 다문 채 천아름을 바라봤다.그 시선에 살짝 기가 죽으려던 찰나 강하리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왜 미리 말 안 했어?”천아름은 입을 삐죽 내밀며 대답했다.“말했으면... 네가 그 사진들을 제대로 썼을까?”강하리는 천천히 창밖을 바라봤다.이 각도에서 에비뉴와 정안 타워를 잇는 공중 회랑을 보는 건 그녀도 처음이었다.다섯 개의 회랑은 같은 위치에 놓인 게 아니라 높낮이와 간격이 제각각이었고 그 불규칙한 배치가 위에서 보면 iw라는 문양을 이루고 있었다.이미 회랑에 심어졌던 꽃들은 시들어 있었지만 강하리는 그곳에 자란 꽃들이 전부 리시안셔스였다는 걸 알아볼 수 있었다.강하리는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이젠 더 이상 구승훈과 어떤 연결고리도 남기고 싶지 않아.”서로의 감정이 남아 있는 듯 없는 듯 얽히고설킨 관계... 그녀는 그런 관계를 다시는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말을 마친 그녀는 조용히 휠체어를 돌려 자료를 보러 이동했다.천아름은 커피잔을 들고 그녀 옆으로 와 책상에 걸터앉았고 창밖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솔직히 너희 둘 일에 내가 뭐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번 일은 구승훈 잘못이 맞고... 난 내 친구가 또 상처받는 꼴 못 보니까 절대 너한테 구승훈의 편을 들 생각 없어. 근데 말이야...”그녀는 말을 잠시 멈췄다.“이번처럼 구승훈이 뭔가 너한테 건넸다면... 넌 받을 건 받아. 그건 걔가 너한테 진짜로 빚진 거니까.”강하리는 작게 웃었다.“그 사람 도움 없이도 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야. 왜 굳이 기대야 해?”이야기를 끝낸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근데 이것 말고도 있지? 송지은이 회의에서 그렇게 된 것도... 구승훈이 일부러 남겨둔 거지? 내가 송지은을 이용해서 회사에서 위신을 올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5화

    에비뉴 그룹이 결국 강하리 손에 들어가자 송지은의 속엔 쌓여 있던 불만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그는 몇몇 임원들과 은밀히 손을 잡고 이번 회의 자리에서 강하리에게 본때를 보여주려 했다.강하리는 미소를 머금고 그를 바라봤다.“송 부장님, 진심으로 의견을 내고 싶으신 건가요? 아니면... 직권 남용하고 싶은 건가요?”그러자 송지은의 얼굴이 그 자리에서 굳어졌다.“강 대표님, 지금 무슨 뜻이죠?”강하리는 옆에 앉아 있던 비서실장에게 눈빛을 보냈다.비서실장은 곧바로 자료를 띄웠고 화면에 나타난 건 한 프라이빗 레스토랑에서 찍힌 사진이었다.송지은이 막 추천했다던 신인 여배우와 다정하게 식사하고 있는 장면이었다.그 여배우는 거의 그의 무릎 위에 앉을 듯 그에게 바짝 기대 있었다.송지은은 이마에 핏대가 서며 말했다.“업무 미팅하면서 밥 한 끼 먹는 게 무슨 문제죠?”강하리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다음 사진이 화면에 떠오르자 회의실 분위기가 미묘하게 흔들렸다.사진 속 송지은은 그 신인 여배우의 허리를 감싸안고 호텔로 들어가고 있었다.“식사 후엔 호텔 코스로 이어지셨군요. 송 부장님?”강하리의 그 한마디에 누군가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천아름은 다리를 꼬고 앉아 회의실 전면을 향해 무심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그 웃음소리가 송지은에게 더없이 굴욕적이었다.강하리는 더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회의실 안의 다른 인물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녀의 눈빛은 여전히 여유로웠지만 시선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또 누구였죠? 추천한 연예인들 리스트... 누구 누구있었죠”말이 떨어지자 회의실 안 사람들 사이로 묘한 침묵이 흘렀고 서로 눈치를 보던 그들은 이내 입을 닫았다.오늘 강하리는 확실히 준비하고 왔다.이번 판에서 잘 되면 본때 보여주는 걸로 끝이지만 잘못 건드리면 누군가는 직장을 잃게 될 게 뻔했다.방금 송지은이 어떤 꼴을 당했는지 모두가 생생히 봤으니 더 이상 나설 사람은 없었다.회의실은 고요했다.강하리는 시선을 천천히 회의실을 훑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4화

    강하리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후에야 구승훈은 다시 엘리베이터에 들어섰다.하지만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익살스러운 미소가 남아 있지 않았다.“여진 쪽은 어떻게 됐어?”그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준봉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출시일이 확정됐습니다. 에비뉴보다 하루 빠릅니다.”구승훈은 손에 불경스러운 듯 염주를 굴리며 냉소를 지었다.“승재와 천아름 쪽에 협조 잘하라고 전해.”“네.”준봉이 재빨리 대답했고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대표님, 사실 이 일은 사모님께도 일부 알려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구승훈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있다가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조용히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준봉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구승훈은 항상 그랬다. 강하리를 도와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겉으로는 무심한 척했다.‘정말 답답해.’여진 주얼리는 지난 몇 년간 에비뉴와 계속해서 대립해 왔다.겉보기에는 구씨 가문이나 강하리와 아무 관련 없는 작은 회사처럼 보이지만 이런 작은 회사들이 대형 브랜드의 모조품을 내놓는 건 흔한 일이었다.하지만 여진 주얼리는 단순한 모조품에 만족하지 않았다.작년에 해외에서 에비뉴 주얼리의 표절 사건이 터졌을 때 그 배후에는 여진 주얼리가 있었다.그 사건으로 여진 주얼리는 큰 이득을 봤고 에비뉴는 큰 타격을 입었다.그 후 여진 주얼리는 더욱 탐욕스러워졌다.사람이란 달콤한 맛을 보면 더 많은 것을 원하게 마련이다.여진 주얼리는 에비뉴에게 항상 위험 요소였다.구승훈은 에비뉴를 강하리에게 넘긴 이상 그녀에게 어떤 위험도 남기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대표님, 상대방의 배후 세력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렇게 대놓고 에비뉴를 도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구승훈은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그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서 뭐? 지금 내가 잃을 게 뭐가 있다고?”준봉은 놀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한참 후에야 조심스럽게 말했다.“대표님,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3화

    강하리가 때린 따귀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날아들었고 망설임도 주저함도 없이 강렬했다.그러자 구승훈의 뺨에는 순식간에 선명한 손자국이 남았다.천아름은 그대로 얼어붙었지만 이내 강하리를 향해 천천히 엄지를 들어 올려 보였다. ‘잘했어. 이런 쓰레기 같은 놈은 맞아야 해. 제대로 한 대쯤은 맞아 봐야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알지. 이제라도 자기 잘못을 좀 깨달아야 해.’천아름은 속으로 휘파람을 불며 통쾌해했다.한편 구승훈은 손등으로 뺨을 한 번 스치고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천천히 강하리 앞에 무릎을 꿇었다.그의 눈엔 고통이 어리어 있었다.“몸이 안 좋은 거야? 아니면...” 그는 목울대를 두 번 삼킨 뒤에야 겨우 말을 이었다. “아니면... 나를 봐서... 토한 거야?”강하리는 여전히 눈이 빨갛게 충혈돼 있었지만 더는 이 남자 앞에서 눈물 흘리고 싶지 않아 애써 참고 있었다.“다신 제 앞에 나타나지 마요.” 강하리의 차디찬 목소리가 들려왔다.그런데 구승훈의 눈에는 오히려 그 말이 묘하게 따뜻하게 비쳤다.지금 이 순간 그는 마음속에... 이상하게도 만족감이 들었다.‘적어도 하리 마음속에 아직 내가 있긴 한 거잖아. 미움이든 혐오든... 감정이 있는 한 아직 끝은 아니겠지.’그는 수트 안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레 강하리의 입가를 닦아주었고 긴 손가락이 그녀의 입가를 스치고는 가볍게 떠났다.구승훈은 고개를 숙인 채 쓸쓸하게 웃었다.“불쾌하게 해서 미안해. 하지만... 하리야, 미안하지만 다신 안 나타날 수는 없을 거 같아. 난 그건 못 해.”그 말과 함께 그는 그녀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조심스레 닦아내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천천히 화장실을 나갔다.순간, 화장실 안은 적막 속에 잠겼다.강하리는 다시금 구역질했고 천아름은 재빨리 그녀의 등을 다독였다.밖에서 구승훈은 그녀의 헛구역질 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왔다.얼마 후, 급히 달려온 준봉의 목소리에 그가 정신을 차렸다.“대표님, 무슨 일 있었습니까?”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2화

    두 채의 30층이 넘는 오피스 빌딩 사이에는 다섯 층마다 하나씩 연결하는 공중 회랑이 있었다.회랑 위에는 각종 카페와 음식점이 입점해 있었고 그 주변에는 다양한 꽃들이 화사하게 장식되어 있었다.강하리는 사실 정안 타워에 자주 오지는 않았다.심지어 구승훈과 결혼을 앞두고 있던 그 시절에도 여기에는 발걸음을 거의 하지 않았다.솔직히 말해서 그녀보다 임희주가 더 자주 왔을지도 몰랐다.천아름은 강하리의 휠체어를 밀며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었다.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그녀는 입꼬리를 삐죽이며 말했다.“구승훈이야 뭐 인간쓰레기지만 그래도 통 큰 건 인정해야겠네. 이렇게 큰 회사를 그냥 덜컥 넘겨주다니. 에비뉴 주얼리잖아? 보석 업계에선 꽤 이름 있는 브랜드인데. 이렇게 보면... 그 인간은 그렇게 나쁘진 않았던 것 같기도 하네. 그렇지?”강하리는 눈을 내리깔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불과 한 달 남짓한 그 짧은 시간 사이에 구승훈이라는 존재가 자신에게서 너무도 멀어진 것만 같았다.그녀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입을 열었다.“오늘은 꼭 광고 모델 확정해야 해. 원래 계약하려던 사람이 며칠 전에 갑자기 마음을 바꿨어. 이유 알아봤어?”그러자 천아름은 짜증 섞인 표정으로 눈을 굴렸다. “이유야 뻔하지. 뺏긴 거지 뭐. 거의 계약 직전까지 갔는데... 갑자기 말을 바꾸더라.”“누가 뺏어갔는데?”강하리가 조용히 물었다.천아름이 막 입을 열려는 찰나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며칠 만에 마주친 구승훈이었다. 깔끔한 수트를 입고 있었지만 여전히 전해지는 그 특유의 냉기가 몸 전체에 감돌고 있었다.강하리는 구승훈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선을 피했다.구승훈 역시 이 순간에 마주치게 될 줄은 몰랐던지 평소 차가운 눈빛은 놀랍게도 순식간에 사라졌다.그의 시선은 곧장 강하리에게 꽂혀 그 자리에서 떨어지지 않았다.휠체어에 앉아 있는 그녀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얼굴빛은 생각보다 좋았다.홍조가 돌아 있었고 얼굴도 약간 도톰해진 듯했다.그는 기뻐해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1화

    항구에서 보경시로 돌아오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구승훈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누군가의 사무실로 들어섰다.“어떻게 됐어?”그 말에 노진우는 고개도 들지 않고 리모컨부터 눌렀다. 그러자 벽에 걸려있던 TV가 켜지더니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화면 속에는 온몸에 상처투성이인 여초천이 이성을 잃은 채 날뛰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 안의 가구를 부수며 바닥에서 뒹굴기 시작하더니 그럼에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는지 그는 벽에 머리를 쾅쾅 들이박았다.여초연의 이마는 이미 피범벅이 된 상태였다.그 모습을 본 구승훈은 미간을 짚으며 말했다.“됐어. 그만해.”노진우가 어이없다는 듯이 웃으면서 말했다.“이렇게 끝내시겠다고요? 대표님께서 발작 났을 땐 이것보다 훨씬 심했어요. 제가 만든 약은 효과가 얼마 못 가거든요. 급하게 만든 거니까요. 하지만 대표님은 온 하루 동안 고통스러워하셨잖아요.”“게다가 대표님은 이 약 때문에 하리 씨 곁을 떠나야 했잖아요. 하리 씨가 그렇게 크게 다친 것도 다 이 약 때문인데 이제 와서 마음이 약해졌다고요?”구승훈은 고개를 푹 숙이더니 담배를 꺼내 거기에 불을 붙였다.“마음이 약해진 게 아니야. 저런 꼴을 보고 있으니까 그냥... 그때 내 모습이 떠올라서...”“생각할 때마다 너무 후회돼. 하리를 혼자 예식장에 두고 떠났던 거 말이야. 내가 어떻게 잡았는데 또다시 놓쳐버리다니...”“그런데 또 여초연이 저러고 있는 걸 보니까 한편으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때 내가 하리를 밀어내지 않았더라면 하리가 내 저런 모습을 봐야 했을 수도 있잖아.”노진우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참 후에야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사실 제 책임도 좀 있어요. 제 대학 동기인 데다가 능력도 괜찮아 보여서 추천했었는데 배경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으니까요.”구승훈은 씁쓸하게 웃었다.“임희주가 아니었어도 이렇게 되었을 거야. 여초연이 날 가만 내버려뒀을 리 없으니까.”노진우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하리 씨 쪽은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70화

    여초연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시커먼 총구가 그대로 그녀의 이마를 겨눴다.순간, 구승훈이 미소를 띠고 그녀 앞에 나타났다.차가운 바닷바람은 비릿한 바다 내음을 가득 실어 나르고 있었고 여초연의 머리카락도 바람에 휘날렸다.구승훈도 이렇게 초라한 여초연의 모습을 보는 건 처음이었다.언제나 고운 치마를 입고 마치 우아하고 오만한 백조처럼 머리를 높이 묶어 올리고 다니던 그녀였으니 말이다.구승훈은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오랜만이네.”그 말들 들은 여초연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사랑하는 내 아들 승훈아, 약물에 조종당하는 기분은 어때?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기분은 또 어떻고? 맞다, 아직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본 적 없지? 걱정 마. 머지않아 내가 꼭...”구승훈이 방아쇠를 당겼다.“내 사람한테 손 대면 가만 안 둘 거야.”여초연의 얼굴이 새하얘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증오로 가득 찼다.“왜? 너희 구씨 가문 놈들은 마음대로 날 짓밟아도 되고 난 안 된다고? 난 당해도 싸다는 거야?”구승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웃었다.“다시 태어날 수 있다면... 나는 당신 아들로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말이야. 날 이용하면서도 항상 날 괴롭혔잖아. 난 그런 취급을 당해도 된다는 거야?”여초연은 허망한 눈빛으로 구승훈을 바라봤다.‘나라고 너를 낳고 싶었을까?’“해독제가 갖고 싶어? 내가 줄 것 같아?”구승훈의 얼굴에 미소가 피어올랐다.“응. 당신은 항복하게 될 거거든.”여초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구승훈이 태연하게 말을 이어 나갔다.“오기 직전에 삼촌한테 똑같은 약을 놔줬거든. 그것도 두 배 용량으로. 과연 삼촌 몸이 버텨줄지는 나도 잘 모르겠네.”여초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말도 안 돼! 네가 어떻게 그런 짓을...”“당신은 몰랐겠지만 네 며느리이자 내 아내가 전문가들을 여러 명 붙여줬거든. 당신 손에 있는 그 약? 복제하는 데 몇 분도 안 걸렸어.”여초연은 멍하니 구승훈을 바라보았다

  •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제1069화

    항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매서운 바닷바람이 몰아쳐도 항구의 활기는 전혀 사그라지지 않았다. 조용히 항구에 발을 내디딘 여초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가자.”그녀의 뒤를 따르던 선원 복장의 남자 몇 명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연스럽게 그녀를 에워쌌다.한 손으로 선글라스를 가볍게 올려 쓰고 막 걸음을 옮기려던 여초연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거의 동시에 그녀는 앞에 있던 경호원을 확 잡아당겨 자신의 방패로 삼았다.경호원은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도 파악하지 못한 채 가슴에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 그의 앞을 지나던 남자가 갑자기 발길을 휘둘러 그의 가슴을 세게 걷어찼다.소매 속에서 날카로운 칼날 하나가 날아오더니 여초연의 앞을 막고 선 경호원을 지나쳐 곧장 그녀의 얼굴을 향해 돌진했다.그러나 칼이 여초연에게 닿기도 전에 곁에 있던 또 다른 경호원이 순식간에 반응했다.동시에 항구에서 화물을 나르던 선원들도 모두 이쪽으로 몰려오며 항구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준봉은 몇몇 경호원들에게 막혀 여초연을 눈앞에서 놓쳐야만 했다. 그는 이를 악물고 칼을 휘둘렀다.여초연은 이 혼란 속에서 이리저리 몸을 숨기며 도망쳤고 몇 명의 경호원이 그녀를 호위하며 후퇴했다.이번 귀국을 위해 미리 준비해둔 덕분에 무사했다.만약 배에 있던 사람들로 위장하지 않았더라면 여초연은 지금쯤 이미 구승훈에게 붙잡혔을 것이다.항구에는 컨테이너들이 빼곡히 늘어서 있었다.여초연은 경호원들의 호위하에 비틀거리며 한 컨테이너 안으로 몸을 숨겼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자신을 끝까지 지키던 남자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쓸모없는 놈. 이게 다 너 때문이야. 구승훈의 부하들은 전부 공항에 있다며?”남자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한 마디 내뱉었다.“죄송합니다,사모님.”여초연이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우리 쪽 사람들한테 연락해서 당장 날 구하러 오라고 해.”“네.”대답을 마친 경호원은 전화를 걸기 위해 급히 자리를 떴다.소란은 오래지 않아 조용히 가라앉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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