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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강 부장의 은밀한 임신
Author: 재인

제1화

“우리 층에 누가 임신했나 봐요!”

“어떻게 알았어요?”

“화장실 쓰레기통에 글쎄 임신 테스트기가 있더라니까요!”

강하리는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동료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들었다. 그래서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수군대는 두 명의 인턴을 바라봤다.

그녀가 들어온 것을 발견한 인턴들은 안색이 확 변하면서 곧장 일하러 갔다. 그래서 그녀도 시선을 거두고 자신의 자리에 가서 앉았다.

핸드폰은 오늘따라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 단톡방에 들어가 보니, 화장실 쓰레기통에서 임신 테스트기가 발견됐다는 소식이 벌써 퍼지고 있었다. 회사는 이런 가십거리가 가장 환영받는 곳이기 때문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것을 보고 강하리는 머리가 찌릿찌릿 아팠다.

‘내가 소홀했어. 적어도 종이에 잘 싸서 버려야 하는 건데. 만약 구승훈 대표님이 알게 된다면...’

끔찍한 상상에 강하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때 구승훈의 비서가 사무실에 노크하고 들어왔다.

“부장님, 대표님께서 찾으세요.”

강하리는 책상 아래에 있는 손을 꽉 움켜쥐었다.

“강 부장님?”

“네, 들었어요.”

...

대표이사실 앞에 멈춰 서서 강하리는 크게 심호흡했다. 하지만 그녀가 마음의 준비를 끝내기도 전에 구승훈의 전담 비서 신도윤이 사무실 문을 열고 나왔다.

“대표님은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강하리는 억지로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으면서 대답했다.

“알겠어요.”

대표이사실에는 우드 향 향초를 태우고 있었다. 점심부터 협력사 임원과 술 한 잔 마신 듯한 구승훈은 다리를 꼰 채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반듯한 검은색 셔츠를 입은 그의 모습은 유난히 방탕해 보였다. 지그시 감은 눈도, 여유롭게 힘 풀린 몸도, 마치 정성껏 만든 조각상과 같았다.

강하리는 작게 한숨을 쉬면서 생각했다.

‘이러니까 주변에 여자가 끊기지 않지. 어느 여자가 이토록 완벽한 남자를 거절할 수 있겠어?’

구승훈은 완벽한 사람이었다. 얼굴도, 몸매도, 능력도... 적어도 겉으로는 흠이라고 할만한 것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오직 강하리만 그가 얼마나 차가운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커다란 자물쇠로 꼭꼭 걸어 잠근 그의 마음의 문은 단 한 번도 열린 적 없었다. 물론 그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가까이 와봐.”

감정 하나 담겨있지 않는 남자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강하리는 사색을 멈췄다.

“대표님, 저는 무슨 일로 찾으셨어요?”

구승훈은 입꼬리를 씩 올리더니 그녀를 자기 무릎으로 끌어당겼다. 그의 손은 당당하게 치마 속을 파고들었다.

강하리는 저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구승훈에 대해 아주 잘 안다. 그는 입에 술을 댈 때마다 그녀를 찾는 사람이었다. 아직 대낮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는 번마다 술이 거의 깰 때가 되어서야 관계를 끝냈다. 참 독특한 숙취 해소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저 오늘 중요한 회의가 있어요.”

강하리는 그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그녀의 목에 입술을 대기 시작했다.

“그럼 빨리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해 봐.”

말을 마친 구승훈은 입술에 힘을 주면서 흔적을 남기려고 했다.

“키스 마크는 안 돼요.”

구승훈은 피식 웃었다. 옅은 술 냄새가 두 사람 주변에서 은은히 맴돌고 있었다.

“네가 잘 협조하면 들어줄 수도 있고.”

강하리는 허벅지를 힘껏 꼬집었다. 이렇게라도 그의 난폭한 방식에 반응하는 몸을 통제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 오늘 몸이 불편해서 그러는데... 손으로 하면 안 될까요?”

구승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눈동자는 취기가 아닌 애욕으로 가득했다.

“몸이 불편해? 생리할 때는 아니지 않나?”

구승훈의 손가락은 이미 제멋대로 깊숙이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어두운 안색으로 말을 이었다.

“아니면 그냥 하기 싫은 건가?”

“오늘 회의가 진짜 중요해서 그래요. 안현우 대표님과 협상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시잖아요.”

구승훈은 강하리의 어깨에 턱을 댔다. 커다란 손은 그녀의 등을 쓰다듬다가 자연스럽게 속옷을 풀었다.

“우리 강 부장 수고가 많네.”

입으로는 수고가 많다고 하면서 그의 행동은 점점 난폭해지기만 했다. 잠깐 침묵에 잠긴 강하리도 결국에는 타협하고 말았다.

“살살해주세요.”

“살살해서 네가 만족할 수는 있고?”

구승훈은 점잖은 외모와 다르게 꽤 거친 사람이었다. 그녀를 아프게 하는 걸 즐길 뿐만 아니라, 낯 뜨거운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냈다.

그래서 강하리는 걱정이 앞설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지금 홑몸이 아니기 때문이다.

“알았어, 살살할게. 이따 흥분해서 더 세게 해달라고 애원하지나 마.”

강하리의 얼굴을 빨갛게 물들었다. 홍조가 띤 뽀얀 얼굴, 구승훈이 가장 환장하는 모습이었다.

구승훈은 혀를 내밀어 강하리의 귓바퀴를 살살 핥았다. 이따금 훅 들어와서 빨아들이기도 했다. 뜨겁고 축축한 촉감에 그녀는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그런 반응이 마음에 들었는지 구승훈은 그녀의 귀에 대고 작게 웃음소리를 냈다.

“이렇게 예민해서 어떡하려고 그래?”

구승훈은 그녀의 턱을 잡고 입을 맞췄다. 서서히 퍼져가는 술 내음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버둥거렸다. 그러자 구승훈은 그녀의 손을 아플 정도로 꽉 잡았다.

“끄응... 아파요.”

마치 벌을 주는 듯이 구승훈은 또다시 손에 힘을 줬다.

“하리야, 가만히 있자. 응?”

꿀 떨어지는 구승훈의 목소리에 강하리는 몸에 힘이 풀려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구승훈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안고 휴게실로 향했다.

...

한시간 후.

탈진하기 직전의 강하리는 무기력하게 구승훈의 품에 기대어 있었다. 구승훈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몸을 매만지고 있었다.

“무슨 일 있었어? 오늘 왜 자꾸 집중을 못 하는 것 같지?”

강하리는 잠깐 조용히 있다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직도 저릿저릿한 다리를 이끌고 땅에 떨어진 옷을 줍기 시작했다.

“대표님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생각 해 봤어요?”

강하리의 질문에 구승훈의 얼굴에는 금방 살얼음이 끼기 시작했다.

“아니, 그건 왜 물어?”

차갑다 못해 몸이 흠칫 떨릴 정도의 대답에 강하리의 마음에도 찬 바람이 쌩쌩 불었다. 그에게서 어떤 대답이 돌아올지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묻고 말았다.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요. 신경 쓰지 마세요.”

말을 마친 강하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옷을 입고 화장실에 갔다. 그리고 아랫배를 살살 만졌다. 말로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기분과 약간의 통증은 함께 몰려오고 있었다.

“중요한 회의가 있다며? 언제까지 꾸물거릴 거야?”

어느샌가 화장실에 따라 들어온 구승훈은 셔츠 단추를 잠그면서 말했다. 그러자 강하리는 바로 손을 내리고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의 얼굴에 별다른 표정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한시름 놓았다.

“저 오늘 안현우 대표님 때문에 야근하게 될 것 같아요.”

“응.”

구승훈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강하리는 찬물로 세수해서 홍조가 전부 사라진 다음에야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렇게 사무실에서 나가려는 찰나, 구승훈이 갑자기 그녀를 불러 세우면서 물었다.

“너희 층에 임신한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설마 넌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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