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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강하리는 당연히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구승훈은 이미 차에서 내려 걸어오고 있었다. 그는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발걸음으로 걸어오면서 분노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까지 성가시게 굴래?”

강하리의 앞에 멈춰 선 구승훈은 차갑고도 오만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시선을 피하면서 대답했다.

“제가 언제 성가시게 굴었다는 거죠?”

“그럼 진짜 안 대표를 따라가겠다는 건가? 둘이 언제부터 그런 사이였지?”

“오해하셨어요. 이번에는 제가 떠나고 싶어서 떠나는 거지, 다른 사람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

“이유는?”

강하리는 이제야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구승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했다.

“결혼하고 싶어서요.”

“정말이야?”

“그럼요, 저도 이제 27살이잖아요.”

구승훈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커다란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쌌다. 눈동자에는 위험한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

“결혼할 상대는 있고?”

“...아뇨. 하지만 떠나기로 결심한 마당에 그게 그렇게 중요하나요?”

“돈은?”

구승훈이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의 질문에 강하리는 씁쓸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그녀는 돈을 위해 구승훈과 만난 것이었다. 이는 그녀의 가장 큰 약점이기도 했다. 그런데도 구승훈은 번마다 이런 식으로 그녀의 약점을 건드렸다.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부정적인 감정을 억누른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대답했다.

“돈과 결혼 중에서, 저는 결혼을 선택하기로 했어요.”

“그러면... 나는?”

“의미 없는 질문이네요. 저는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싶어요. 대표님이 그걸 해줄 수 있겠어요?”

강하리는 구승훈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속으로는 혹시라도 그가 머리를 끄덕여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었다. 그냥 성의 없는 대답뿐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렇다면 그녀는 아마 평생 아무 데도 가지 못하고 그에게만 묶여서 살 것이다.

하지만 구승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점점 차가워지는 안색이 대답을 대신해 주고 있었다. 그는 뒤로 두 발짝 물러서더니 강하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면서 대답했다.

“난 네가 똑똑한 여자인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잘못 봤나 보군.”

강하리의 가슴은 세차게 욱신거렸다.

구승훈의 말은 아주 직설적이었다. 똑똑한 여자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것이다. 예전 같으면 그녀도 절대 하지 않았을 고민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녀의 배 속에는 생명이 있었다.

그녀는 구승훈을 바라보면서 또박또박 말했다.

“멍청한 여자라서 죄송합니다.”

“그렇다면 더 말할 것도 없겠네.”

말을 마친 구승훈은 단호하게 몸을 돌렸다. 그가 차를 타고 더 이상 보이지 않는 곳까지 멀어진 다음에야 강하리는 창백한 안색으로 길가에서 택시를 잡았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손연지는 이미 정문 앞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사받으러 가자.”

강하리는 손연지와 함께 병원에 들어갔다.

얼마 후 먼저 검사 결과를 확인한 손연지의 안색이 안 좋은 것을 보고 강하리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어때?”

“...너 생리통이 심했었지?”

“응.”

강하리는 온몸이 다 뻣뻣하게 굳었다.

17살, 바다에 빠진 그날, 그녀는 마침 생리 중이었다. 뼈마디가 시릴 정도의 바닷물에 빠지고 나서 그녀는 생리통으로 며칠을 앓았는지 모른다. 그 후로부터 그녀는 번마다 생리통 때문에 갖은 고생을 다 했다.

“하리야, 너 아무래도 시술받기는 힘들 것 같다.”

강하리는 몸을 흠칫 떨더니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손연지를 한참 바라보고 나서야 물었다.

“...왜?”

“시술을 받으면 앞으로 다시는 임신 못 할 수도 있어.”

강하리의 안색은 핏기 하나 없이 창백해졌다. 검사 결과를 든 손에도 어느덧 힘이 들어갔다.

“혹시 내 몸에 문제라도 있는 거야?”

“응, 이번에 임신한 것도 거의 만분의 일 확률이라고 보면 돼. 자궁내막이 너무 얇아서 넌 원래도 임신이 어려운 체질이었어.”

손연지는 말하다 말고 잠깐 멈칫하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아이를 지우는 건 다시 생각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강하리는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가슴은 아프다 못해 저릿저릿하기 시작했다.

“알았어, 다시 생각해 볼게.”

병원에 오기 전, 그녀는 이미 아이를 지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앞으로 다시는 임신하지 못할 거라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어쩌면 지금 배 속에 있는 아이가 마지막 아이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손연지는 고민하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물었다.

“네가 만나는 남자랑은... 정말 끝낼 거야?”

강하리는 씁쓸한 미소를 짓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럼.”
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소사랑
뭐래~~너처럼 돈만주고 애정은 주지않는 놈을 선택해야 똑똑해지는거냐? 사람은 감정의 필요도 충족되어야 한다구.. 인생은 흘러가고 좋은 시절가고 나면 그땐 어떡하고..책임져 줄것도 이니면서 쓰레기가 말은 멋있는척 하며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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