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제 막 잠이 들었을 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진태형에게서 온 전화였다.강하리가 전화를 받았다.“진 장관님.”진태형 측에서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하리 씨, 인터넷 좀 봐요.” 멈칫한 강하리는 전화를 끊고 인터넷에 들어갔다.막 클릭하는 순간 그대로 손가락이 굳어버렸다.[미녀 번역가, 사실은 내연녀에 혼전임신까지?]전에 그녀가 화제 된 것만큼 이 글에 사람들이 주목했다.인터넷에서는 실제 증거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그럴듯하게 말만 지어내면 사람 명성 하나 망치는 건 일도 아니었다.그리고 이번엔 그녀뿐만 아니라 진태형까지 연루되었다.외교부 장관으로서 그런 부도덕한 사람을 외교부 요직에 앉혔다는 것에 인터넷에는 진태형과 외교부에 대한 비난이 가득했다.휠체어를 타고 병실 입구에 나타난 구승훈은 이 사안에 대해 이미 아는 듯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잘 처리할게.”강하리는 단호하게 거절했다.“필요 없어.”그렇게 말한 뒤 그녀는 진태형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다.“진 장관님, 저 외교부 그만두겠습니다.”진태형은 충격에 휩싸였다.“하리 씨,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어요.”강하리의 눈에서 순식간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며 그녀는 다소 씁쓸하게 웃었다.“진 장관님, 저도 알아요. 이대로 외교부에 있으면 전 그저 번역밖에 못하겠죠. 그럼 차라리 그만둘게요. 제가 원하는 일을 하기엔 계속 외교부에 있는 것도 옳지 않은 것 같네요.”강하리는 말하면서 울먹였고 진태형은 말할 수 없이 괴로웠다.“알겠어요, 울지 마요.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돼요. 푹 쉬어요.”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녀는 전화를 끊고 두 눈을 질끈 감는데 구승훈은 가슴 아픈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하리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제대로 해결해 줄게.”구승훈은 그렇게 말하며 휠체어를 밀고 자리를 떠났다.에비뉴 공식 홈페이지와 SH그룹 공식 홈페이지에 글 하나가 올라오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좋아해. 첫눈에 반했고 4년 동안 쫓아다닌 끝에
송유라의 사망 소식은 강하리의 귀에 빠르게 전해졌다.교통사고, 자살.그녀는 침대 옆에 기대어 멍하니 뉴스 기사를 바라보고 있었다.어쨌든 송유라도 유명인이라 교통사고 자살은 다시 한번 인터넷에서 폭발적인 화제가 되었다.다만 송유라의 죽음에 강하리가 또다시 연루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한 목격자가 송유라가 죽기 전 이렇게 외쳤다고 말했다.“강하리, 귀신이 돼서라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 한마디로 강하리는 모두의 타깃이 되었고 강하리가 송유라를 죽음으로 몰았거나 고의적 살인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심지어 구승재와 구승훈도 직접적으로 연루되었다.누군가 그녀가 구승재의 차에서 내려 스스로 찻길에 뛰어들어 자살하는 걸 봤기 때문이다.[분명 강하리가 구승훈과 만나다가 송유라를 가만두지 못하고 사람 시켜서 죽인 게 분명해.,][강하리 너무 악독하네!][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것도 모자라 첫사랑을 죽이다니, 역겨워!]강하리는 휴대폰을 움켜쥔 채 원래도 하얗던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보지 마. 뭐 볼 게 있다고 그래! 얼른 누워서 푹 쉬어. 몸 버릴 거야?”손연지는 곧장 일어나서 휴대폰을 옆으로 치웠다.강하리는 시선을 내린 채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응.”그녀가 침대에 눕기도 전에 경찰이 찾아왔다.“강하리 씨? 교통사고에 관해 여쭤볼 게 있습니다.”강하리는 붉어진 눈으로 눈앞에 있는 경찰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문 앞에서 구승훈의 목소리가 들렸다.“누가 신고했어?”구승훈이 그들을 바라보자 경찰은 그의 표정에 깜짝 놀랐다.“구승훈 씨, 저희는 단지 간단한 조사만 할 뿐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구승훈이 일그러진 얼굴로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강하리가 입을 열었다.“궁금한 게 있으면 그냥 물어보세요.”“하리야!”강하리는 구승훈을 쳐다보지 않고 시선을 살짝 내린 채 눈가에 머금은 쓸쓸함을 감췄다.경찰은 위협적인 구승훈의 눈빛 속에서 그저 간단히 몇 가지 질문만 하고 자리를 떠났다.구승훈은 휠체어를
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시울이 다시 붉어졌다.주해찬은 가슴속에 아릿한 통증이 밀려왔다.그저 단순하고 행복하게 살아도 될 여자가 왜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할까.거듭 아이를 잃는 고통을 그녀가 어떻게 감당해야 하나.“내가 아이를 못 지켰어요, 내가 제대로 지켜주지 못했어요.”자책으로 가득 찬 그녀의 말을 들으며 주해찬은 가슴이 아파 숨조차 쉴 수 없었다.“하리야, 넌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 알겠지? 넌 그 아이에게 잘못한 게 하나도 없어.”하지만 강하리의 눈물은 코끝을 타고 조용히 흘러내렸다.주해찬은 아릿한 고통에 숨을 쉴 수가 없었다.꾹 참던 그는 결국 주체하지 못하고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하리야, 울지 마.”손연지는 붉어진 눈으로 애써 시선을 돌리며 그쪽을 바라보지 않았다. 자기가 울면 강하리의 마음이 더 아플까 봐.강하리는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는 울음을 터뜨리지 않으려 애썼다.“선배, 고마워요. 진 장관님께도 고맙다고 전해줘요.”주해찬은 얼굴을 찡그렸다.“고맙다는 말은 됐어. 진 장관님도 오시려다가 외교부에 일이 많아서 쓸데없는 생각 말고 푹 쉬라는 말 전해달라고 하셨어.”강하리가 고개를 끄덕이며 시선을 돌리자 휠체어에 앉아 있는 구승훈이 보였다.그의 얼굴은 핏기 하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창백했다.“선배, 전 괜찮아요.”강하리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낮은 목소리로 주해찬에게 말했다.구승훈은 울어서 빨갛게 부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둔탁한 아픔이 가슴에 밀려왔고 안색도 한층 더 창백해졌다.“형...” 그걸 지켜보는 구승재도 가슴이 아팠다.구승훈은 고개만 저었다.“괜찮아, 나 좀 밀어줘.”구승재가 휠체어를 밀고 들어오자 구승훈이 말했다.“인터넷 문제는 해결됐어.”강하리는 시선을 돌리며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았다.구승훈은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다리 위에 있던 죽을 침대 옆 탁자에 올려놓고 포장을 뜯었다.“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는데 뭐 좀 먹을래?”“배 안 고파.”구승훈은
“형!”구승훈이 황급히 손을 들었다.“괜찮으니까 소란 피우지 마.”하지만 구승재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서둘러 그를 데리고 다시 검진받으러 갔다.강하리는 방에서 구승재가 외치는 소리를 듣고 잠시 멈칫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주해찬은 옆에 놓인 죽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었어?”강하리는 시선을 내리며 답했다.“선배, 저 입맛 없어요.”주해찬은 한숨을 쉬며 죽을 건넸다.“애도 아니고 다 큰 어른이 입맛 없다고 안 먹으면 안 되지.”말하며 손연지를 돌아보았다.“그쪽이 먹여줘요.”손연지는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와 죽을 건네받았다.강하리는 더 이상 거절하지 않았지만 한입 먹을 때마다 속에서 피가 철철 흐르는 것 같았다.주해찬은 강하리가 죽 한 그릇 먹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다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누워서 좀 쉬어. 너 자는 거 보고 갈게.”강하리는 더 이상 고집을 부리지 않았다.그저 빨리 낫고 싶었고 그래야 아이의 복수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주해찬은 옆에서 눈을 감고 있는 그녀를 지켜보면서 잠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속눈썹이 파르르 떨리다가 곧 눈가가 촉촉이 젖어갔다.손연지가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주해찬 씨, 이만 돌아가세요.”주해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하리를 다시 한번 바라본 뒤 밖으로 나갔다.병동 문을 나서자 밖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구승훈은 응급실로 이송되었고 주해찬은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구승훈이 어떤 상태인지, 심지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신경 쓰지 않았다.오로지 강하리가 무사히 이겨내는 것만이 그의 관심사였다.그녀가 삶의 의지를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되었다.어머니가 돌아가시고 겨우 아이로 한 줄기 희망을 붙들고 살았는데 이젠 아이도...주해찬은 남자인 자신도 이런 일을 겪으면 이겨낼 자신이 없었을 것 같았다.그가 문 앞에서 한참 동안 서 있는데 이윽고 손연지가 밖으로 나왔다.손연지는 아직도 문 앞에 서 있는 주해찬을 보자
그에게서 이런 모습을 본 건 처음이었다.교통사고를 당했을 때조차도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는데...강하리는 가슴이 답답했지만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그녀가 시선을 내린 채 그의 눈을 피하는데 구승훈은 이미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그는 신발도 신지 않은 채 한겨울에 맨발로 차가운 바닥을 밟고 있었다.강하리의 시선이 그의 발을 스쳐 지나갔다.“퇴원하는 거야?”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주해찬을 바라보았다.“선배, 가요.”주해찬이 다가가 강하리에게 목도리를 둘러주려 했지만 놀랍게도 구승훈이 먼저 큰손으로 그녀의 목도리를 잡고 조심스럽게 둘러준 뒤 장갑까지 끼워주었다.“밖에 추워, 따뜻하게 입어.”산부인과 검진을 받으러 갔던 날에도 했던 똑같은 말에 강하리의 눈시울이 이유 없이 붉어졌다.그녀는 구승훈의 시선을 외면했다.“구 대표님, 이러실 필요 없어요.”강하리는 고개를 숙인 채 옷을 추스르고 곧장 밖으로 나갔다.그런데 구승훈이 갑자기 뒤에서 그녀를 껴안았다.“하리야, 돌아가면 몸조심해.”강하리는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가슴 한구석에 둔탁한 통증이 느껴졌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구승훈에게서 벗어나 걸음을 옮겨 밖으로 나갔다.그녀의 결연한 뒷모습을 바라보는 구승훈의 두 눈엔 억눌린 아픔이 고스란히 담겼다.“형, 그냥 얘기해. 이러다 하리 씨 정말 떠나겠어.”구승훈은 다소 떨리는 손으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아이의 안전이 먼저야.”“그럼 송유라 일은? 그건 왜 설명 안 해? 분명...”구승훈은 멀어지는 강하리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나와 멀어지는 게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어. 내 옆은 너무 위험하니까.”구승재는 심장이 저리며 통증에 숨조차 쉬지 못했다.구승훈은 담배 한 모금 빨아들이며 말했다.“가서 퇴원 수속해.”구승재가 경악했다.“형, 아직 그 몸으로 퇴원 못 해!”구승재가 피식 웃었다.“걱정하지 마, 나 안 죽어.”구승훈은 병원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고 그 차는 연성 휴게소에 도착했다. 구승훈
구승훈은 그날 밤 구씨 가문으로 돌아가 구씨 가문 사람들을 모두 저택으로 불러 모았다.“가주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으니 오늘 여러분을 불러서 제대로 얘기할까 합니다. 이 가주 자리 저도 안 하면 그만입니다. 다른 사람으로 바꾸고 싶으면 오늘 밤 분명하게 얘기하세요.”사람들은 충격받은 얼굴로 서로만 바라보았다.멀쩡한 가주를 갑자기 왜 바꾸겠나?구승훈이 늘 무모하게 행동해도 타고난 사업적 재능은 아무도 부정할 수 없었다.그가 가주가 된 이후 구씨 가문은 줄곧 상승세를 보였는데 이 시점에서 가주를 바꾸는 건 미친 짓이 아닌가?하지만 아무도 입을 열지 않을 것 같던 순간, 구정우가 말을 꺼냈다.“자고로 가주는 구씨 가문의 이익을 위해 생각해야 하는데 형은 그동안 무슨 짓을 했지?”구승훈이 피식 웃었다.“우리 동생이 가주 자리가 탐나나 봐?”구정우는 인정하지 않았다.“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 그런 것도 가주라고 한다면 나도 할 수 있지.”구승훈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그럼 가주 자리는 이제부터 네가 맡아. 앞으로 이 구승훈은 구씨 가문과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니까.”그의 말에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당황했고 구동근은 허옇게 질린 얼굴로 구승훈을 노려보았다.“구승훈, 대체 원하는 게 뭐야?”구승훈은 웃었다.“없어요. 약속대로 구씨 가문을 무너뜨리려고요.”그날 밤, 구승훈은 10여년 동안 구씨 가문에 심어놓은 세력을 모두 제거했다.구씨 가문 사람들은 구승훈이 지난 10여년간 구씨 가문의 거의 모든 것을 자신의 명의로 옮겼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달았다.채무 주식 계약을 통해 구씨 가문의 모든 자산을 대놓고 에비뉴의 명의로 이전하고 모든 인맥과 자원, 심지어 구씨 가문에서 작성한 계약서까지 전부 구승훈이 책임자라는 걸 명확하게 명시해 놓았다.따라서 구승훈이 떠나면 모든 계약은 무효가 된다.구승훈은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고 그날로 즉시 구씨 가문의 자산, 인맥, 자원, 계약서 등을 가지고 구씨 가문을 떠났다.다
강하리는 눈빛에 조금의 온기도 없이 창문 앞에 서 있었다.“하기 싫으면 다른 사람 찾아봐요. 강요하는 사람 없으니까.”“어휴... 못 들은 걸로 해요. 근데 그 몸으로 정말 괜찮겠어요?”강하리가 시선을 내렸다.“내가 전에 말했던 것들 다 준비됐어요?”나문빈은 피식 웃었다.“진작 준비했으니 옆에서 재밌게 구경이나 하라고요.”강하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주해찬은 담요를 손에 들고 강하리의 어깨에 덮어주었다.“가서 좀 누워 있어.”하지만 강하리는 고개만 저으며 다시 일하러 갔다.며칠 후, 강하리가 드디어 휴식을 끝마치는 날 한동안 강하리를 저격하던 번역업체의 재무 상황 실체가 드러났다.재정 적자, 횡령, 탈세, 불법 계약 등의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며 회사 대표인 문연진은 놀라서 얼굴이 핏기가 없을 정도로 하얗게 질려 있었다.그녀는 울면서 문원진에게 달려갔다.“할아버지, 우리 어떡해요!”문원진은 온라인에서 폭로한 재정 문제 기사를 보며 관자놀이가 지끈거렸다.사실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재정적인 문제 하나 없는 회사가 어디 있겠나.그런데 누군가 이것들을 전부 대외적으로 폭로할 줄이야.그는 나지막이 문연진을 다독였다.“겁내지 마, 누가 우리 문씨 가문 사람들을 함부로 건드리겠어. 이미 사람 보내서 윗선에 연락했어. 그깟 작은 회사에 적자가 나도 메꾸면 그만인 거 아니야?”하지만 말은 그렇게 해도 이미 일이 크게 벌어진 상황이었고 문씨 가문은 큰 노력을 기울였지만 열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문원진은 여전히 식지 않은 열기에 화가 나서 피를 토할 지경이었다.문연진은 집에서 울며불며 난리를 쳤다.“분명 강하리 짓이야, 강하리 그 나쁜 년이 나한테 복수하는 거야!”옆에서 염진숙이 짜증을 냈다.“네 회사에 문제가 생긴 걸 넌 모르고 있었어? 왜 강하리를 탓해? 너한테 문제가 없었으면 강하리가 아무리 들춰내도 약점 잡힐 일이 있었겠어?”“조용히 해!” 문연진의 눈이 분노로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문원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할
강하리가 모를 리 있나.위험하기도 하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들도 많았다.문연진을 상대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문씨 가문의 뿌리까지 건드리는 건 힘겨운 일이었다.“알아요.”심준호는 짧게 대꾸하며 말했다.“안다니 다행이네요. 아무튼 내 말은 위험한 일에 휘말리지 마요. 이번 문씨 가문 일은 이미 저질렀으니 내가 도와주겠지만 앞으로 혼자 할 생각이라면 이만 접어요. 하리 씨 안전이 제일 중요하고 복수는 승훈이가 할 일이에요.”강하리의 눈가에 살짝 열감이 오르며 그녀가 답했다.“알아요, 심 변호사님. 감사합니다.”심준호는 몇 마디 더 당부한 뒤 전화를 끊었다.나문빈은 구씨 가문의 정보를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강하리 씨, 다음 싸움은 이렇게 쉽지 않을 것 같네요. 문씨 가문은 뿌리가 깊게 박혀 있고 구씨 가문은 무너지고 있어도 아직 남아있는 잔해만 해도 엄청나서 우리가 상대하기 쉽지 않아요. 특히 구씨 가문 시스템은 구승훈이 어떻게 해놨는지 우리 쪽 해커들도 전혀 들어가지 못해요.”강하리는 다소 멍하니 창가에 서 있었다.귀에는 나문빈의 횡설수설이, 머릿속에는 심준호의 당부가 맴돌았다.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녀는 나지막이 말했다.“며칠 후면 매년 행사로 진행하는 자선 파티가 있죠?”나문빈이 멈칫했다.“네, 왜요?”강하리는 입술을 달싹였다.“아무것도 아니에요.”한편 구승훈도 이미 강하리가 문연진에게 손을 댔다는 소식을 접하고 미간을 찡그리며 안색이 살짝 어두워졌다.“전에는 움직일 기미가 안 보였어?”구승재는 다소 침울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강하리 씨 현재 업무 능력으론 우리가 감시할 수준을 넘어섰어. 같이 일하는 나문빈이 테크 회사를 가지고 있는데 아마 그 회사 직원 중 한 명이 문연진 쪽 재무 시스템을 해킹했나 봐.”미간을 꾹 누르던 구승훈은 다소 씁쓸하면서도 마음이 아팠다.그녀가 정말로 혼자 복수할 생각인가보다.“문씨 가문에서 또 복수하지 못하도록 하리 주변에 사람들 심어놔.”구승재는 대답을 하고 서둘러 준비하러 갔